요즘 음식이 맛이 없습니까?
밥상 위의 찬, 모두 드십니까?
먹어도먹어도 배가 고프십니까?
.
.
.
1식3찬 보약밥상이 답입니다!

 

와우! 이런 자신만만 홍보문구라니욧!
요리책에 관심 많은 저는 1식3찬이라는 간단한 밥상과 보약밥상이라는 제목에 혹, 했습니다.
그리고 짜잔~ 펼쳐보았더니 와우와우와우!!!
이건 딱 제가 원하는 밥상이었어요.
담백하고 간단하고 먹기 좋고 보기도 좋고 맛있어보이기까지!!!
이런 걸 차려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정말, 보약이 따로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했더랍니다.
백문이불여이견이라 했으니 어디 그 밥상 한번 들여다봅시다!! 

 

 

 

 

유명사찰의 발우 공양에서부터 컨디션별로 달라지는 1식3찬, 컬러궁합으로 차리는 별미에 영양궁합 높이는 1식3찬,
어디 그 뿐인가요? 식사와 식사를 잇는 1식2찬의 식후 다과상까지.  

운아 스님의 음식 맛은 테크닉이 아니라 정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십니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지만
환절기에 의외로 음식 타령하는 분들 많은데,
운아 스님의 보약밥상 1식3찬으로 한번 바꿔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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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아니, 내 맘이 그러하니) 여행책만 계속 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잡은 책이 또 여행책이니 어쩔 수가 없다. 더구나 독특한 여행책이다. 이들 부부의 여행책을 읽다 보니 또 다른 부부의 여행책이 생각이 났다. 부부라는 공통점과 여행 그리고 자전거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되 국내와 아프리카 라는 땅만 다를 뿐이다. 이런 이야길 묶어보는 재미는 매우, 매우 흥미롭다. 그럼 책 대 책, 두 부부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한번 떠나봅시다^0^   

 

"해보지 않고는 당신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프랭클린 아담의 말로 첫 장을 연 『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은 국내도 아니고 안전하다고(하긴 안전한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겠냐마는) 생각되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질병과 기아,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로 떠난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이다. 더군다나 그 주인공들은 이제 이십대 후반인 젊은 청춘들! 와, 그들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나는 홀릭하고 말았다. 스물세 살에 결혼을 하고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로 떠난 것부터 부러운데, 아직도 이십대인 그들이 이런 무모하다면 무모한 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준비하고 떠났으니 프랭클린 아담의 말이 내 가슴을 콕콕 비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롤로그에서 그녀, 손지현은 이런 말을 한다. "세계일주가 꿈이라면 평생 일만 하다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우리는 세계일주의 꿈부터 이룬 다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현명한 여자라닛! 사실, 나만 해도 세계일주 꿈만 꾸고 문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으니 그 '태반'에 들어가고도 남는다. 그러니 순서만 바꾸는 그녀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 용기가 없으면(그래, 난 용기가 필요해!) 시작도 못할 일이다. 또한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최고의 경험을 하게 되는 일은 용기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 상상만으로도 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혼자보다 같은 인생의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 

아무튼, 그리하여 젊은 모험가 부부는 아프리카로 떠난다. 아내의 부탁으로 생 초보 동반자를 한 명 데리고. 남아공을 출발해서 나미비아, 보츠니아, 잠비아를 거쳐 우간다, 모잠비크까지 6개월 동안 10개국을 일주했다. 우간다에선 현지인에게 권총과 수갑으로 위협 당하고,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에서는 고산병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정상을 밟는다. 또 모잠비크 국경에서는 푹푹 빠지는 모랫길을 10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끌고 가는 등 무모해보이기만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케냐의 고아원에서 2주 동안 자원 봉사도 하고 아프리카가 왜 그토록 가난한지 고민도 해보며 인생의 소중한 경험들을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멀기만 하던 아프리카, 위험하다고만 생각했던 아프리카가 사실은 우리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평범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걸 부부는 가르쳐준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하루만 날아가면 아프리카라는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간다. 공부, 취업, 저축, 출산 등 많은 고민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생긴 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했듯이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 이보다 멋진 모험을 즐길 것이다. 그때는 더욱 의미 있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에서 모험이 없다면 즐거움도 없다! 당신은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좀 더 젊은 그들이 아프리카로 떠났다면 또 다른 부부는 결혼을 하자마자 신혼여행을 자전거 여행으로 시작했다. 평생 한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을 먼지 풀풀 휘날리는 도로를 달리며 보내고 싶은 부부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갔다. "자전거 전국일주라는 극한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축소판’을 겪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마라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전국을 일주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보다 조금 더 현실로 다가온다. 그건 우리 땅이고, 우리가 한번쯤은 가 본 적이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전거로 그곳을 모두 돌아다닌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피곤한 일이다. 역시, 가치관이 비슷한 부부가 아니라면 힘든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할 때마다 친구와 대판 싸우기나 하는 나로서는 내 성격의 문제인지 친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행은 언제나 혼자서.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 한데 부부는 티격거리며 싸우고 마음이 상해도 금방 풀어지고 만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여행을 다녀와서도 의절을 하지 않으니-.-;; 

이 책 『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1,2』는 자전거 여행을 유혹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그들과 함께 전국을 돌고 나면 나도 어디 한번 도전해봐? 하는 무모한 다짐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하긴 무모하다기보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메가쑈킹과 금보를 따라 전국일주를 하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해질테니 이대장과 손마담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에 도전 해볼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듯.

어쨌든, 여행은 모험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여행을 하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은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여행은 여행자에게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미리 알려 주는 의미 있는 일일 거다. 매번 떠나겠다는 나를 더욱 충동질 하는 두 부부의 자전거 여행. 비록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기진 못하더라도 한 발자국은 앞으로 나갔음에 틀림없다. 그래, '떠나고 싶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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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위로할 것 - 180 Days in Snow Lands
김동영 지음 / 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자 여행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혼자서 여행을 가지 못한 내가 젤 부러우면서도 겁나는 것은 바로 혼자 하는 여행이다. 가까운 사찰 정도야 혼자서 잘 다니지만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말 한마디 편하게 나눌 수 없는 곳에 혼자 간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혼자 있는 것 좋아하고, 혼자 식당에 가서 밥도 잘 사먹고, 혼자 쇼핑도 잘하고, 혼자 산책도 즐기며 혼자서 하는 모든 일은 정말이지 못하는 게 없는데, 단 하나 여행 하는 것을 혼자서는 죽어도 못하니 혼자 떠나는 여행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생선 김동영이 혼자 미국 동서를 횡단한 후 낸 책을 읽으면서도 대단하다 대단하다 했는데 이번엔 세상의 끝, 얼음나라 아이슬란드를 혼자서, 장장 180여일 동안이나 다녀왔단다.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부럽기는 또 왜 그리 부러운지.  

그동안 수많은 여행 책이 봇물 쏟아지듯 나왔으나 아이슬란드에 관한 여행책은 드물었다. 내가 알고 있는 여행책도 기껏 작년에 화보 촬영하듯 다녀와 책을 펴낸 최강희 책이 유일하다. 그 책에서 봤던 아이슬란드의 첫 인상은 황량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가는 그런 곳이었다. 살짝 맛만 보여주듯 아이슬란드를 보여준 그녀의 책은 좋았으나 그래서 많이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을 생선 작가가 달래준 셈이다.   

내가 아는 아이슬란드는 어린 시절 지도책을 펼치고 동생들이랑 세계에 있는 나라들을 찾는 놀이에서 저 북쪽, 사람이 살 것 같지도 않은 하얀색의 섬이었을 뿐이다. 그곳은 남극이나 북극만큼 내겐 먼 나라였고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으리라는 상상도 못하던 때라, 늘 그런 줄 알았다. 알래스카를 누군가 다녀왔다고 했을 때도 그런 곳에 사람이 산단 말인가, 생각했을 정도이니 아이슬란드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은 화성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얘기만큼 놀라운 일인 셈이다. 그런 곳이었다. 내게, 아이슬란드는. 한데 생선 작가가 그곳을 다녀와 그곳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하얀색의 섬에도 우리와 똑같이 생기고 우리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우연도, 인연도, 사람사는 곳이라면 있을 법한 모든 경험들을 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   

인포메이션에서 일하는 사라, 매일 찾아와 귀찮게(!) 하는 생선에게 마침내 짜증을 내다가 친해져 생선의 첫 번째 아이슬란드 친구가 되었고, 사람들이 볼 때마다 말도 안 되는 조합으로 도대체 어떻게 만난 사이인지를 물어보게 했던 '덩치 크고 머리카락이 제멋대로 자란 체코인과 키가 크고 말총머리를 하고 떠버리 같은 인상을 주는 이탈리아인' 에디, 트로스카는 생선에게 피쉬라 부르며 새로운 아이슬란드 용 이름을 같이 지어 부른 친구들이었다. 또 다시 찾은 아이슬란드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마린 박물관의 도저히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진 소녀, 자신이 2대에 걸쳐 만든 화산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아이슬란드의 영화관에서 만난 할아버지, 두 달동안 거의 매일 찾아가 죽치고 있어도 아무 말도 않았던 카페 바바루의 글렌과 데이빗 그리고 안나, 먹어야 하는 약이 떨어져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 때, 설상가상으로 화산 폭발로 겨우 도착한 약을 찾지 못해 거의 죽어가다시피 할 때, 100% 편법으로 그를 도와준 도로와 그의 엄마 등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여행자인 생선에겐 평범함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혼자서 아이슬란드에 도착해 아는 이 한 사람 없는 그곳에서 적응하며 친구를 사귀고 살아가는 일은 어쩌면 누구나 할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는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다.  

이 책에서 생선 작가는 아이슬란드 사람들 이야기 외에 생선, 자신의 이야기도 많이 넣었다. 몽유병인 그가 자다가 일어나 과자나 음식을 먹고 다시 잠든다거나, 검은 물(!)을 좋아하는 100살 넘은 할머니에 얽힌 사연, 지금 많이 아프신 엄마(부디 쾌차하시길!) 이야기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절들의 이야기 등등 처음, 미국 동서를 횡단할 때는 눈물도 많아 울기도 많이 했지만 이젠 절대로 울지는 않는다며 스스로 자랐다고 생각하는 생선. 그러고 보면 그에겐 아이슬란드 여행이 불안한 마음의 치유 여행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는 나만 위로할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나만 위로할 것, 맞아! 세상에 많은 위로 중에 제일 많이 위로해야 할 일은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일테니까.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아이슬란드의 이야기가 아니라 핀란드 여행에서의 이야기였다. 비수기의 핀란드 여행에서 마리라는 프랑스 부인이 깨닫게 해 준 여행의 의미와 엄마 치맛자락처럼 휘날리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던 일, 가수 오지은의 소개로 찾아간 침묵의 호스텔, 비사투파에서 보낸 날들, 수억 개의 반짝이는 별들의 풍경을 보느라 뒷목이 저릴 때까지 올려다 보며 보낸 10여일, 언젠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하는 부분에선 정말, 그곳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 곳에서 단 하루도 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꼭 하루라도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요즘 이러저런 일들이 많아 나 스스로에게 힘을 많이 주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은 나,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그런 찰나에, 나만 위로할 수 있는 생선의 책을 만났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이기적이거나 말거나, 일단은 내가 힘드니 나만 위로하자. 내 마음의 모든 불안이 사라지고 나서야 어쩌면 너의 마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위로할 수 있을 테니까.   

나만 위로할 것,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언젠가는 꼭, 그것도 혼자서 그곳에 갈 것이다. 그땐 어쩌면 혼자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을 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카페 바바루에 가서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 생선의 미국 횡단 책을 꺼내 읽을 지도 모르고, 레이캬비크에 있는 음반 가게 12 Tonar에서 서비스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시간을 자근자근 죽일 지도 모르고, 올라스빅 어업 박물관에 가서 엉터리 발음으로 또 다른 소녀의 이름을 부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것. 그곳에서 나도 생선처럼 어른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여기 있나니!!!) 더 더 더 많은 걸 쓰고 찍어도 언제나 부족할 생선, 한 마리 봄날의 나비로 다시 날아다니는 걸 언제나 늘, 지켜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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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2010-10-1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멋진 리뷰예요^^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감정이, 리뷰를 읽는 동안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느낌!!
아~~ 정말 떠나고 싶습니다!!

readersu 2010-10-15 17:32   좋아요 0 | URL
움, 과한 칭찬을;;;
어째 누군지 알 것 같은 -.-;;
어쨌든 감사^^

웃는식 2017-09-2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울만한 엄청난 리뷰입니다^^;;
 

나, 요즘 살짝 마음에 '바람'이 들어갔나봐. 자꾸만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어져. 내 전 재산을 끌어모으면 얼마나 나올까, 그 돈을 들고 나가면 얼마쯤 살 수 있을까, 그런 궁리만 머릿속에 가득. 삶이 고달픈가,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때인가,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괜히 바람, 살랑거리며 부니까 바람들어 그런가? 『끌림』의 이병률 시인은 "문 밖에 길들이 다 당신 것"이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이제 그 문만 열고 나가면 되는데 참, 어렵다. 이런 때, 하필이면 내 눈에 띄는 이 책들. 나를 더 부추긴다. 떠나라고, 용기가 없으면 걸으라고, 그것도 안 되면 읽기라도 하라고! 

 

마치, 신대륙으로 떠난 콜롬버스를 기다리듯 눈빠지게 기다렸던 책이다. 그곳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곳 사람들은 긴긴 겨울을 뭘하며 보내는 걸까. 내 집에 있는 수많은 여행 책들 중에 아직도 없는 나라, 누구도 그곳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아 궁금증만 더하게 만들었던 나라, 오로라와 밤하늘에 수없이 박혀 있는 별, 쌓인 눈으로 밤이 환한 그곳, 뷔욕과 시규어 로스… 바로 아이슬란드다. 

작년 가을 최강희가 살짝 맛보여준 아이슬란드, 감질 맛 나는 그곳의 모습을 보고도 넋을 뺐던 터라, 눈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180여일을 보낸 생선 작가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때부터 내내 기다린 셈이다. 서른에 떠난 미국 여행에서 '물기'를 담으며 동서를 횡단했다면 3년 만에 떠난 아이슬란드 그 먼 곳에서는 '온기'를 가지고 돌아왔단다. 『나만 위로할 것』, 어쩐지 자기만 위로하겠다는, 이기적인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제목이 내 맘에 쏙 드는 것은 요즘 내 정서와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그의 책에 대한 기다림이 더욱 깊어졌다.  

김동영이란 이름보다는 '생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세상에 맞설 용기도, 그냥 주저앉기도 싫었'다는 그가 '방황하던 청춘'을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몽환적인 아이슬란드에서 '자신의 여행과 인생, 그리고 사람과 사랑에 관한 생각을 했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의 사진과 오로라, 왠지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몽환적인 아이슬란드의 풍경들 역시 너무나 아름다울 거라는 느낌. 

작가의 말에 그는 "여전히 어설프지만 좀 더 특별해졌고, 현실에서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한 마리 봄날의 나비로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더 더 더 많은 걸 쓰고 찍어도 언제나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여기 있나니!!!)"라며 느낌표를 세 개나 넣었다.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 '화산과 눈으로 뒤덮인 저 먼 북쪽 끝에서 혼자서 자신을 쓰다듬고 다독이며 지은 작은 미소'들로 가득할 『나만 위로할 것』, 나에게도 위로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며!!  

 

이 책을 오늘 발견했다. 이런, 이런 책이 있었다면 벌써 사서 읽고 맘 속에 들어온 이 '바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었지. 좋아하는 여행서를 읽을 시간도 없었으니까. 한데, 알고보니 녹색연합에서 2009년에도 '서울성곽 순례길' 이라는 팸플릿을 발행해서 큰 호응을 얻었단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산티아고도 가고 싶고, 제주 올레도 걷고 싶다고 입만 열면 말해 놓고 정작 가까운 곳에,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곳엔 눈도 돌려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녹색연합에서 펴낸『서울 성곽 걷기 여행』은 "서울성곽에 깃든 조선시대의 삶과 조상들의 지혜,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재를 꼼꼼히 둘러볼 수 있도록 4코스로 나누어진 걷기 코스를 다시 3구간으로 구분하여 서울성곽에 대한 이해와 탐방을 돕는다."고 한다. 또한 "풍성한 사진과 전체지도, 코스별 지도, 구간별 세부지도는 서울성곽길을 따라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안내한다. 역사적 설명과 함께 각 코스별 ‘여행길에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여 4코스 중 어디를 가도 우리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며 "대중교통편과 전망포인트, 서울성곽 관련 사이트까지 소개하여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하니 이 책 한 권이면 '서울 성곽'은 이제 내 손안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 신발을 갈아 신고 튼튼한 몸을 준비하여 이 코스를 다 돌아보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고 나면 한동안 내 맘 속에 들어 있는 '바람'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겠지.  

책을 주문하고 계획을 세워본다. 일단은 차근차근 1코스부터 4코스까지, 늦어도 겨울이 오기 전에는 다 돌아볼 수 있겠다.  



1코스 _ 서울의 안산案山 남산_  숭례문 ~ 장충체육관 | 약 6킬로미터, 4시간 소요
2코스 _ 백악의 좌청룡左靑龍 낙산_ 장충체육관 ~ 혜화문 | 약 5.5킬로미터, 3시간 소요
3코스 _ 서울의 진산鎭山 백악산_ 혜화문 ~ 창의문 | 약 5.5킬로미터, 3시간 소요
4코스 _ 백악의 우백호右白虎, 인왕산_ 창의문 ~ 숭례문 | 약 6킬로미터,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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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어디로 간 걸까요? 더운 여름이 늦도록 떠나지 않고 있더니 갑자기 찾아온 이것, 가을인가? 느낄 새도 없이 후덜덜, 떨리는 날의 연속. 오늘 어느 곳엔 얼음이 얼었다고 하던데. 가을 나들이는 할 수나 있을련지 고민하다가, 문득 떠오른 세 권의 책! 시기도 비슷하게 나와서 독자들의 책 욕심을 자극하고 유혹하여 급기야 장바구니만 가득하게 만든 책들, 소개합니다. 실종된 가을, 탓하지 말고 책 속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을 권합니다!!

 

책 한 권에 439권의 책이 들어 있다는 이 놀라운 책, 이름 있는 작가도 아니고 글 잘 쓰는 전문가도 아닌데 여기저기 소리 없이 번지고 있는 이 책. 바로 『100인의 책마을』입니다. 다년간 독서가로서 생활한 나로서는(^^) 아주 구미 당기는 책인데, 그건 책 속에서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더구나 나처럼 문학이나 여행서로만 편식하는 독서쟁이에겐 그 분야 말고도 이렇게 훌륭한 책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길라잡이인 셈이다.  

국문과 교수님이 들려주는 우리나라 고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추천해주는 교육에 관한 책, 현직 목사가 들려주는 종교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담은 책, 환경 활동가의 인상적인 책, '먹기 좋은' 과학책을 일목요연, 조목조목 알려주는 국어 선생님의 추천 책 등등 다양한 직업에서 다양한 분야로 또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주어 독서 편식 확! 뜯어고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 '고전문학의 연대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겐 아래의 책들을 소개한다.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유희춘의 『미암일기』를 바탕으로 정창권이 새롭게 풀어 쓴 책으로 개인의 일기이면서도 사료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16세기 양반 가정의 일상생활은 물론, 그 당시 사람들의 의식주를 비롯한 유형, 무형의 생활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이황과 기대승이 장장 13년에 걸쳐 교환한 서신을 엮은 책으로 26년이라는 나이 차가 무색할 만큼, 서로에 대한 존경이 가득하다.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책. 또한 두 성리학 대가의 치열한 학문 논쟁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손가락에 잘못 떨어진 먹물 한 방울』대표적 고전소설 『운영전』을 현대적 시각에 맞춰 새로 쓴 작품. 운영과 김 진사의 비극적 사랑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반 독자들은 물론 중고생까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고쳐 쓴 번역은 사랑받는 고전 번역의 좋은 예이기도 하다. 

책 읽는 소리』정민 교수의 고전 독서 에세이. 옛글에서 볼 수 있는 옛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오롯이 되살리고 있다. 옛 선비들은 어떤 책을 읽고,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실천하려 했을까? 그들의 속뜻을 되새겨 보고, 오늘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두 번째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날 책은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의 서평집『책을 읽을 자유』이다. 지난 10년간의 글쓰기를 통해 그가 얻은 두 권의 책 중 한 권인 이 책은 최근 3년 동안 쓴 서평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을 자유'는 최소한의 자유이지만 동시에 최고급의 자유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내게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 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돼야 한다."라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역량'은 하나쯤이라도 있을 터이지만 짧은 생각으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우연히 책을 발견하고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을 만날 수도 있으니 그 '책을 읽을 자유'를 맛보기 위해선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  

인문학을 좋아하는(!) 저자인지라 대체로 인문학 서적이 많지만 나처럼 문학에 빠진 사람을 위해 밀란 쿤테라나 나보코프, 푸슈킨, 고골 같은 작가의 책도 있으며 김훈이나 기형도에 관한 언급도 들어 있다. 저자는 소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책들을 모았다. 그 중 한 주제 '고전은 왜 읽는가'에 나온 책들이다. 

 
햄릿의 수수께끼를 풀다』기존의 햄릿과는 다른, 신을 꿈꾸었으나 인간의 한계를 깨달은 인물인 햄릿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책이다. '우유부단하고 불완전한 인물'로 알려진 『햄릿』이 정말 '아버지를 죽인 숙부에 대한 복수극'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 시대의 눈으로 분석한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제대로 풀린 적 없는 이 물음들에 대한 답과 함께 햄릿이 명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지함 평전』 저자가 이지함 평전을 집필한 의도는 '남명 조식과 마찬가지로 체계적인 저술을 남기지 않아 그동안 제대로 조명 받지 못했던 이지함의 삶과 사상을 제대로 조명하고자' 하였고, 두 번째로는 '이지함을 통해서 조선의 16세기 사상계의 성격을 재인식하고자' 펴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지함이 상식과는 다르게『토정비결』의 저자가 아니라는 사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토정비결』이 이지함 사후에 유행하지 않고 19세기 후반에 널리 퍼진 점을 고려할 때 토정이라는 이름을 빌려 썼을 것"(『책을 읽을 자유』87쪽)이라는 점. 그럼, 이지함은 왜 토정이라는 이름을 빌려 썼을까? 퍼즐을 맞추어나가는 방식으로 서술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이지함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 소개할 책 속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은 이현우도 책 속에서 언급한 장정일의 독서일기『빌린 책/산 책/버린 책』이다. '기존의 독서일기가 독서와 무관한 일상의 이야기를 포함한, 거의 매일 쓰인 전형적인 일기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개인의 일상은 배제하고 책읽기의 방법이나 읽은 책의 성격와 주제에 따라 묶었다고 한다. 문학 좋아하는 나로서는 문학의 비율이 줄고 인문 사회과학의 책이 많이 소개 되어 아쉽지만 차례를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는.  장정일은 책 한 권에 대한 독후감을 쓰기도 하고 주제어와 맞는 몇 권의 책을 엮어 읽기도 했다. 책을 좀 읽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책들이 다수 포함되었는데 그만큼 다양한 책을 장정일은 읽었다. 모두 83권의 책에 대한 74꼭지의 글을 읽을 수 있다. 83권의 책 중에서 내 관심을 끈 책은 아래와 같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브라질 중부 아마존 정글 속에서 살아가는 피다한 원주민들의 경이로운 삶에 관한 기록을 담은 책으로 '30년에 걸친 그의 아마존 탐험은 언어에 대한 탐험으로 이어지고, 인간에 대한 탐험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이 책은 흥미진진한 모험담이자, 인류학적이며 언어학적인 지적 탐험이다. 또한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전혀 다른 문화를 통해 우리의 삶과 가치관, 세계관을 다시금 돌아보게하는 환상적인 회고록'이라고 한다. 

그림과 눈물』'그림 앞에서 울어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책은 '그림 앞에서 울어본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눈물의 원인을 추적하는 한편, 역사를 되짚어 눈물이 마르게 된 다양한 계기를 찾아낸다.' 책을 사두고도 아직 읽지 않았는데 궁금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그리고 "노년에 대한 감동적인 정의"를 내린 세 권의 책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창녀』『모두가 창녀다』는 '창녀'라는 단어가 들어간 세 권의 책이지만 장정일이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 마르케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를 자기 소설의 첫 문장 제사로 쓴 것을 읽고 두 권의 책을 비교하여 글을 썼는데,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오래 전에 헛으로 읽고 던진 기억이 있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와 함께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책을 소개(?)하는, 책에 대한 책은 많은 정보를 전해주긴 하지만 정보 그 이상의 가치를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서평이나 독후감을 한번이라도 써 본 사람이라면 정말 궁금한 책이거나 반드시 읽어봐야만 하는 서평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는 일따위는 잘 하지 않기 때문이죠.(아,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이므로 서평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 것을 고려하고도 책에 대한 책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어쩌면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좋은 책'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동적인 책, 혹은 아까워서 읽을 수가 없는 책을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은 왠지 미안하거든요^^ 임금님 귀가 멋진 귀든 당나귀 귀든 알고 나면 떠들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 이렇게 감동적이고 멋진 책을 어찌 혼자만 알고 있겠어요. 우리 다 같이 읽어봐야지. 그래서 어쩌면 저도 허구한날 페이퍼를 써대며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햇볕 좋은, 며칠 후면 사라지고 말 것 같은 이 가을에 나름 소개해준 책들 꼭 한 권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책 속에 길이 있든 없든, 어쨌든 책을 읽고 나면 답은 보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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