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내 품에 들어온 두 권의 책이다. 기다리던 두 작가의 책이다. 두 권 다 온라인 서점에서 연재를 하던 책이었고, 온라인 연재라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던 책이다. 한 권의 책은 '위로와 환대, 따뜻한 우정의 서사'를 이야기 하고 또 한 권의 책은 사랑, '예고된 위험마저 받아들인 '그 여자'와 그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벌써부터 찌릿, 어느 책을 먼저 읽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또 어쩐다. 신간은 늘 이렇게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어쩔 수 없다. 기다렸던 책이니 일단 읽어야겠다. 미안하다. 밀린 책아! -.-;;
2008년 봄, 한 소녀가 인천공항에 도착하며 "주 템므, 마리"라며 휴대폰에 대고 첫 마디를 던지는 걸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 소녀 '지오'는 열다섯 살이며 캐나다 깊은 오지마을에서 왔다. 지오는 '자연의 감각'을 가진 신비로운 소녀다. 학교에 다니지 않지만 십여 개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특이한 다문화 소녀라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친구들이 지오를 맞아 서울 대탐험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 2008년 촛불 정국이 있다. 그리고 그 촛불 집회에서 소를 데리고 광화문 한복판에 나타난 정체 모를 할머니를 만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과연, 어떤 사건인가?
시인인 김선우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캔들 플라워』다. 예스24 문화웹진 <나비>에서 연재한 이 소설을 처음에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매일 들어가 찾아 읽었다. 하지만 역시 온라인 연재의 벽은 시간이 없을 때는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는 거다. 결국 포기했다. 언젠가는 책이 나올 테니 나는 기다릴 테다. 작가에겐 하루하루 달리는 댓글이 힘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 마침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반가웠다. 드디어! 마침내! 나오는구나!!
김선우 작가는 시인이다. 시인이 소설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기엔 감수성이다. 전작인 『나는 춤이다』에서도 그랬지만 시인의 글은 아름답다. 시인 만의 독특한 표현과 시적 감수성이 독자를 자극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되새김을 하게 만든다. 특히 김선우 작가의 문체는 더 그렇다. 다소 딱딱해보일 수도 있는 글들이 그녀의 손에서 부드럽게 바뀐다. 이 책에는 어떤 글이 그럴까? 궁금해서 펼쳐보니 이런 글이 나온다. 맞다. 바로 이런 글이다.
"은빛 솜털날개를 단 꽃씨가 드넓은 수평 속에 스미듯이. 목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속도감을 버린 꽃씨의 유영처럼."
"숨 쉬는 바다가 숨결처럼 파도를 일으키는 거. 생물체 같은 파도의 움직임. 물결의 감촉... 가다가 막히면 방향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파도가 깨지듯이 흩어져 물보라를 날리기도 하지."
김선우 작가는 5년쯤 전 최승희의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시나리오를 쓰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영화를 전제로 하는 시나리오보다 무제한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첫 소설을 쓰고 나자 그녀 속에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작가는 드라마틱하고 예술적이며 문화적이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준다는 이 소설을 통해 미래 세대의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울고 웃으며 성장할 수 있을 거란다.
다시 사랑이다. 사랑이 뭘까, 해가 바뀌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의 본질일 것이다. 사랑의 감정, 사랑이 주는 아픔 등등 이 소설은 소설 속 인물들과 독자들 마음까지 온통 깨어지기 쉬운 유리의 그것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더 많이, 깊이 사랑한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다치지 않아."라고 말한다. 맞다. 공감이다. 대공감.
전경린 작가의 『풀밭 위의 식사』역시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에서 연재를 했다. 그쪽 동네는 처음부터 잘 다니지 않은 곳이라 아예 읽을 생각도 못했더랬다. 간간이 전경린 작가의 소설 이야기만 전해들었다. 사랑이라니. 그것도 '내 사랑'만큼은 언제나, 어떤 이유에서건 가장 순결하고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야기라니.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매일매일 그다음을 기다리기 싫어서. 이제 책이 내 앞에 있다. 사랑에 빠질 차례다. 책을 펼치니 이런 글이 나온다.
"왜 그렇게 슬픈 눈으로 나를 보았나요? 눈을 감으면, 당신 눈 속의 눈동자가 내 눈 속에 고인 물처럼 흔들려요. 당신의 속눈썹이 내 속눈썹을 덮어요. 여린 속눈썹 아래서 이슬처럼 떨리는 이 집요한 시선......"
어이쿠! 난 이제 당분간 사랑 같은(!) 이야기 안 읽으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