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구들과의 송년회가 있었다. 이날의 이벤트는 책교환이었다. 한 사람당 10권의 책을 가져오는 것이었는데 읽은 책이 아닌 읽겠다고 가지고 있으면서도 절대로 읽지 않은 것 같은 책을 가지고 오는 거였다. 물론 그걸 지킨 친구들은 없었고(다들 책꽂이만 차지하고 있는 아직도 읽지 않을 책에 대한 미련이 많다는) 자신이 읽은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을 가지고 온 친구도 있었고, 소설들만 좋아한다고 경제 경영서를 들고 온 친구도 있었다(원성이 대단했지만 다들 챙겨갔다는^^) 나는 읽은 책들 중에 다시는 안 읽을(이렇게 이야기하니 뭐 버릴 책을 내 놓은 것 같지만 그건 아니고 정말 소설같은 책들만 내 놓았다는 말이다. 그게 뭐냐고 물으면 취향이라고 말하겠다.-.-)아무튼 10권을 내놓고 다시 10권을 가지고 온 셈이 되었으니 책장의 책은 전혀 비워지지 않았지만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그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강력 추천 도서들이었다. 다들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그들이 추천을 한다면 정말! 반드시 사서 읽어야만 하는 책인데 그 책들이 바로 이것들이다.(아, 이 말 하려고 서두가 너무 길었다.^^:;) 추천을 받고 보니 두 권다 판타지 소설이다.

난 제목도 이들에게 처음 들었다. 판타지소설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아는 작가나 좋아하는 특별한 작가가 있는 것이 아닌지라 남들이 좋다고 하면 혹은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오면 읽어보고 완전 좋아 연발을 하는 수준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책에 대해 칭찬을 해대어 도대체!! 그 책이 뭐기에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13 써틴』 두께도 장난이 아니다. 줄거리는 이러하다.  

"아빠가 죽고 엄마와 함께 영국에서 살던 써틴은, 엄마마저 죽자 엄마의 유언에 따라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인 할아버지를 찾아 독일로 간다. 비행기 안에서는 물론 공항에서도 알 수 없는 남자가 그녀의 목숨을 노리지만, 써틴은 프랑크라는 소년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히 할아버지 집을 찾게 된다. 하지만 무시무시하게 낡고 음습한 할아버지 집에서 우연히 비밀의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문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 갇히게 된다. 수없이 많은 방들과 끝없는 복도가 미로처럼 연결된 그곳에는, 여섯 명의 아이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령들이 갇혀 있었다. 왜 이 아이들은 할아버지 집에 붙잡혀 있으며,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6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엄청난 비밀과 복수심에 불타 악마에게 영혼을 판 한 인간의 소름 끼치는 진실 앞에서, 써틴은 이제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모험을 시작한다."  

오호! 줄거리를 읽어보니 호기심이 당긴다. 공포소설은 좋아라 하는지라 '소름끼치는 진실' 운운하는 저 문장에 호기심이 당긴다. 역시 아무래도 구입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예감. 판타지라면 정신줄 놓는 큰조카 생각이 났다. 너무 두꺼워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13이 나이를 뜻하는 줄 알았더니 주인공 이름이었다.켁!  

또 다른 책은 『히페리온』이다. 이 책은 읽은 이들이 어찌나 침 튀기며 말을 하는지 처음엔 전형적인 SF소설이라 관심도 안 가졌는데 거의 광팬 수준으로 이 책을 칭찬해대는 바람에 내 팔랑귀가 결국 정복당하고 말았다는.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이야 어느 정도 읽기도 했고 재미있어 하기도 했는데 사실, SF는 내 취향이 아니다. 다들 재미있다고 해도 읽어보면 이게 뭐? 하는 수준이었기에 아예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내가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추천, 추천, 추천을 했으면 넘어갔겠는가, 나 스스로도 기가 막히다.  

아무튼 줄거리는 이렇다.  

"《대실수》 이후 인류가 지구를 떠난 지 수백 년, 이제 우주 곳곳에 흩어진 인류는 《헤게모니 연방》을 이루어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헤게모니의 가장 큰 적 아우스터가 변방 행성인 히페리온에 접근해 오고, 공교롭게도 히페리온에서는 전설 속 괴물 슈라이크가 출현한다. 이러한 아마겟돈의 전야에 일곱 사람이 슈라이크를 만나러 갈 순례자로 뽑힌다. 이제는 쇠락해 가는 종교인 가톨릭의 사제 호이트, 《브레시아의 도살자》로 악명 높은 카사드 대령, 옛 지구에서 태어나 영욕의 세월을 보낸 시인 실레노스, 거꾸로 나이 먹는 딸을 구하려는 유대인 학자 바인트라우브, 비밀에 싸인 성림 수도사이자 성수선 선장인 매스틴, AI를 사랑한 탐정 라미아, 그리고 한때 히페리온에 주재했던 영사. 이 일곱 순례자는 돌아가며 자신이 어째서 순례에 참여하게 됐는지 이야기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슈라이크와 히페리온, 그리고 연방과 아우스터에 얽혀 있는 거대한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흠. 역시 SF는 줄거리를 읽어도 남의 다리 긁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ㅋㅋ) 이번엔 그들을 믿고 한번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밀레니엄』처럼 시리즈로 되어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음에 나올 책이 궁금해서 잠을 설친다고 하던데..정말일까?? 확인하고 싶으면 읽어봐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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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와티』이 두터운 책은 보는 순간 질려서 쳐다보지 않으려 했으나 신비로우면서 꽤 매혹적인 표지와 레바논판 아라비안 나이트 라는 말에 혹!하여 받아버렸다. 책을 주신 분이 가져갔으니 읽거든 서평을 쓰거라! 하시거늘 헉! 그건 좀!! 하며 다시 되돌려드리고 싶었으나 도무지 궁금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나.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다. 중동의 현대사를 신비롭고 장난스러운 방식으로 서술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희로애락을 독특하고 감칠맛나게 엮어 냈다고 한다. 레바논어 ‘하키(haki)’에서 유래한 말인 ‘하카와티’는 이야기꾼이자 여흥거리를 제공하는 예능인, 허풍 섞인 이야기로 청중을 즐겁게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 와중에 들어온 이 책 『고스트 라디오』지난 연휴에 그 바쁜 와중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 책이며 간만에 집중을 하고 읽게 만드는 책이다. 아직까진 오싹한 그 무엇을 느낄 수 없는데 리뷰 올라온 것이나 홍보 문구를 보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끈끈한 그 무엇때문에 찝찝하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 그럴까? 오늘 밤에 읽다가 밤 새는 것은 아닐까. 좀 걱정이 되긴 한다. 무서운 것 좋아하긴 하지만도. 하긴 <선덕여왕>도 끝났고, 오늘 밤에 끝장을 함 볼 생각이긴 하다. 근데 진짜 무서우면 어쩌지?? -.-;;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가 준 선물이다. 『프랑스 오브 유어예』, 단순히 여행 책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행책 썩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좋았다고 할까 싶었는데 그림과 관련된 책이었다. 그렇구나!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 떠난 여행책이었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이 책을 좋아라 한 이유를 알겠고 왜 내게 이 책을 선물해주었는지도 알겠다. 나 역시 그 친구와 비슷하게 그림과 관련한 책들에 관심이 있으니. 그런데 절판이라며 의아해하더라. 개정판이 나오려나. 암튼 연말에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여행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독특한 여행책을 한 권 더 소개해야겠다. 『프랑스 오브 유어예』도 유명한 미술관이나 찾아가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림을 감상하는 책이 아니듯이 이 책 역시 이름나고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그런 박물관 기행이 아니라 발품 팔아 다니지 않으면 절대로 볼볼 수 없는 작은 박물관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바로 『유럽의 괴짜 박물관』 작년엔가 유럽의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닌 책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로 이미 우리에게 무명(!)의 여행지를 소개하며 유럽으로의 호기심을 잔뜩 충만시켜주기도 했었다. 이 책 역시 그 비슷한 책이다. 평범한 개인이 만들어놓은 박물관. 자칫하면 그대로 사라지기 쉬운 그런 박물관이지만 그 박물관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운영했는지, 명품이나 걸작은 아니지만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갈 줄 아는 여행! 그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며 생각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에 한 권인 이 책 오에 겐자부로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어찌 된 일인지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유독 눈독 들인 책 두 권 중에 한 권인데 우연찮게도 두 권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다.  일본 소설을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는 나를 생각하면 의외의 일이다.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이야 표지가 어떻든 간에(말이 많더라마는) 미시마 유키오라면 무조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작가의 책이므로 미시마 유키오가 그린 표지가 아닌담에야 아이가 낙서를 했어도 그냥 살 판인데 오에 겐자부로의 책은 정말 의외였다. 아마도 저 제목에 혹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내용을 보아하니 잘 골랐다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가 인생 50년을 정리하며 ‘문학’에 바치는 작품이라 했다고 하니 말이다. 『휴먼 스테인』역시 버티고 있긴 하지만 일단은 이 책부터 정독을 해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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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2-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에 겐자부로는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이 책은 읽을면 하려나 모르겠네요.

readersu 2009-12-29 16:27   좋아요 0 | URL
네, 저 역시 오에 겐자부로의 책은 읽지도 않고 사 모으고 있는 중이라지요. 언젠가 다큐인지 뭔지 오에 겐자부로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참 흥미로운 작가임에 틀림없어요. 전 현대 작가들보다 일본의 근대 혹은 나이 지긋한 작가들의 글들이 좋아요. 앗! 하루키도 지긋에 속하려나??? 근데 제 블로그에 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까요? 올린 글도 없는데.=.=

stella.K 2009-12-29 18:11   좋아요 0 | URL
ㅎㅎ 가끔 그런 날도 있어야죠.
이제야 리더수님 페이퍼를 알아봐 주려나요?ㅎ
암튼 올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책 많이 소개시켜 주세요.^^
 
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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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여배우들>이라는 영화를 봤다. 원래 여자는 여자에게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여자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간다. 어쩌면 나 아닌 '다른 여자'에 대한 질투와 경쟁심, 동경 같은 것이 은연중에 내 맘을 파고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에서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에 꽤 흥미를 가지는 편인데 마침, 고종석의 이 책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고종석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저자들이 세계의 이름난 여자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들을 피력하거나 혹은 그들의 전기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글들을 써오기도 했다. 여신이나 혁명가, 팜므파탈이나 조선의 악한 여자들까지. 그렇게 세계의 다양한 여자들을 알아왔는데 저자에 따라 그 읽는 재미가 달랐다. 특히 고종석이 말하는 여자들은 그들과 조금 다르다. 물론 여태껏 알아온 유명한 여자들도 많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여자들이다.  

'제인 마플'(아는가? 이름은 많이 들어왔지만 이 여자는? 하는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무라사키 시키부'(겐지 이야기라고 하면 아하! 하는 분들 있겠다.) '이화'(이건 정말 재미있는 선택인데 고종석이 말하는 여자들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결국엔 이화라는 여자보다 장미희라는 여자에게 더 관심이 갔던 것이 분명하지만.) '갈라 엘뤼아르 달리'(변동림을 떠올리며 비슷한 운명의 갈라에 대해 고종석이 말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나중에 꼭 이 여자와 관련한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후지타 사유리'(맞다.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그 사유리다.).  

또한 고종석은 역사 속에 존재하는 여자들을(측천무후, 사포, 마리 앙트와네뜨 등등) 말하기도 하고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여자들을(최진실이나 다이애나 같은) 떠올리기도 하며, 지금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오프라 윈프리, 임수경) 여자들에 대해 사유하기도 한다.  

고종석의 글을 읽은 것은 『도시의 기억』이란 책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문체가 좋다. 쉽게 읽히지만 난삽하지 않다. 굉장히 인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감성적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솔직하다. 그들을 찬양(!) 하지만 내면을 꿰둟어보는 듯 꽤 진지하고 깊이 있다. 

고종석은 페미니즘 코드로 이 여자들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 역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여자가 아닌고로 고종석의 서른네 명의 여자들에 대한 생각들이 흥미를 끌었고 깊이를 얻었다. 인물의 중요도보다 취향과 변덕을 반영하고 있다하더라도 말이다. 해서 "역사에 기록되는 '행운'을 지닌 여자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주로 극단적 역할을 맡았던 이들" 이든 그렇지 않든 고종석이 말하는 여자들에겐 왠지 부쩍 관심이 간다. 여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고종석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나.

 

참고로, 내가 아주 맘에 든 여자는 오리아나 팔라치, 생전 처음 들어본 이름이고 그녀에 대해 고종석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다. 뭐, 굳이 꽤 멋지게 나온 섹시한 할머니 모습의 그녀때문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 정도로만 멋지다면 좋겠다. 역시 이건 동경이다. 같은 여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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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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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읽으면서 정이현 작가가 달라진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녀의 책을 읽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 까닭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영향이 무척 큰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정이현은 굉장히 도시적이고 현대적이며 젊은(!)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그런 그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으므로. 그런 까닭에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대충(항상 좋은 책은 대충 책을 보다가 발견한다!) 훑어본다며 책을 펼쳤다가 그만 『너는 모른다』에 푹 빠져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대한민국의 하천과 바다, 호수에서 연평균 천 구가 넘는 표류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중 한 구인 셈이다. 이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 부모의 이혼으로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와 살고 있던 남매 그리고 아버지와 새엄마, 열한 살의 이복동생. 혈연으로 묶여있지만 과연 이들이 가족인가? 싶은 가족. '개별자이자 단독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변명과도 같은 나름의 사연들이 변사체가 발견되기 석 달 전으로 되돌아가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는 뒤이어 나오는 가족들과 과연 어떤 관계인가, 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열한 살 이복동생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이의 행방을 둘러싸고 터져나오는 가족 개개인의 입장들은 도대체, 누가, 왜, 혹은 설마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런고로 정이현 작가의 이번 소설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변사체는 누구인지 심증조차 가지 않아 도무지 책을 덮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르게 보면 정이현 작가의 이번 소설은 '달콤한 나의 도시'와는 정반대의 소설로 '씁쓸한 우리 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복동생을 유괴하겠다고 했던 언니, 옛애인과 만나는 새엄마,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 가족이면서 타인처럼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정이현 작가가 깨달은 것처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은 정말 '가족의 문제'이므로. 

난 언제나 해피엔딩이 좋다. 특히 가족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책을 덮고 나니 아픔이 밀려온다. 분명 '타인'에서 이제 비로서야 '가족'이 되었는데…그렇다면 분명 해피엔딩이 맞는데…왜? 궁금하면 읽어볼 일이다. 너만 모를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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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아시나요? 네, 사마천의 그 『사기』말예요. 중국도 잘 모르고 역사서도 잘 모르고 오로지 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대는 몸인지라 『사기』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도 중국의 역사책인가보다 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죠. 또한 『사기』가 무려 130권이나 된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읽어볼 엄두도 못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내게 『사기』를 읽어보라며 유혹하는 책이 나왔어요. ”사가의 절창이요, 가락없는 이소“로 일컬어지는 『사기』를 300컷의 일러스트와 100여 장의 도해로 재해석하고 글을 풀었다고 하는데 저 같은 왕초보 『사기』입문자에겐 딱(!)인 셈이죠. 바로 『사마천 史記』랍니다. 부제로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인간학 교과서”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책을 펼쳐보니 아하! 공감이 가더군요.

『사기』는 중국의 여명기(황제)로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나라 무제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기전체 사서로, 「본기」12편, 「서」8권, 「표」10권, 「세가」30권, 「열전」70권을 합해서 모두 130권으로 이루어진 역사서의 모범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대한 양의 역사서가 20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내려오며 회자되는 이유는 『사기』가 비단 역사서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나 인생의 지혜와 통찰력은 물론이며 아름다운 문장과 서술이 문학적 감동마저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뜬구름이나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서 인간의 생로병사는 물론이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인 미와 추, 선과 악, 사실과 진실, 용기와 비겁함 등등 인간의 본성이나 본질, 삶의 추악한 면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까닭에 『사기』는 2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책이랍니다.

사실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중국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들이 바로 『사기』에 들어 있는 내용이라거나 혹은 『사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들이란 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진시황의 분서갱유, 장자의 호접몽, 양귀비와 관포지교, 특히 <열전>에 등장하는 308명의 주인공들은 한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보았는데 그 출처를 그저 중국역사이거니 하고 말았던!(물론 중국 역사는 맞지요^^;;)

아무튼 이번에 새로 나온 『사마천 史記』는 원전 130권을 압축하고 해설하여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길지 않은 글들과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들로 인해 『사기』가 궁금하긴 한데 원전을 읽기는 어렵고 겁부터 내는 사람들에게 『사기』의 재미(!)를 알려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만 읽어대는 제가 흥미를 끄는 걸로 봐서는 말이죠.^^

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사기』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지 뭐예요. 그래서 아래의 책들도 찾아볼 생각이랍니다.^^ 이 겨울 사마천의 『사기』에 함 빠져보시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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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2-1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읽고 싶기는한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군요.ㅜ

readersu 2009-12-15 17:46   좋아요 0 | URL
네, 조금 비싸지만 그만큼 볼거리와 내용이 좋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