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화장실(!)에 두고 읽었던 책을 드디어 교체했다. 정말 오래도 읽었는데 딴엔 짧은 글이 들어 있는 책을 둔다고 했지만 조금 길었다는 느낌이 들어 그것보다 더 짧은 이야기가 있는 책을 고르기로 했다. 어떤 책을 두면 좋을까, 책장을 훑어보니 눈에 들어온 책이 한 권 있었다. 바로 파올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이었다. 짧은 글들이지만 마음을 울리는 글들, 화장실에 딱 어울리는 좋은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화장실에서 읽는다면 코샘이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겠지만;) 과연, 딱 좋았는데^^;; 읽어보니 내용마저 좋았다.
"'뭔가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의 눈을 맞추십시오.' 그의 말대로 한 다음부터는 좋은 일만 생겼습니다. 세상의 어떤 소통 방식보다도 눈을 맞추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에게 원고를 받을 일이 생겼다. 내가 하는 방식은 메일을 보내거나 좀 더 친근한 척하며 문자 혹은 전화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 분들을 직접 만나 눈을 마주보며 부탁을 할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다들 안면이 있는 분들이라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 싶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그렇다하더라도 만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엔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다. 또 이런 글 "그러나 나는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단 하나의 힘인 그럿을 결코 버릴 수 없다. 모든 것이 절망적일지라도 슬프고 무기력한 감정이 나를 짓누를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나아질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는 확신이 내 마음을 지배할지라도.(…) 희망, 그것은 아침부터 우리 곁에 머물다가 상처투성이의 하루를 보낸 뒤, 저물녘에 숨을 거둔다. 그리고 새벽 여명에 다시 살아난다." 아, 희망에 대해 이토록 멋진 글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튼 요즘 나는 매일 아침 파올료 코엘료의 멋진 문장들과 하루를 시작하는 셈인데, 그 덕분에 그날 하루를 가끔은 행복한 웃음으로 보내고, 가끔은 살아 갈 힘이 불끈 솟아나기도 하며, 또 가끔은 괜히 즐겁기도 하다. 그게 바로 글의 힘인 셈이다.
주말에 뜬금없이 아껴둔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눈길이 갔다. 마침 읽던 책을 다 읽고 뭘 읽을까 고민하다가 왠지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꽂이에 있던 달콤한 소설들을 훑어보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그래, 내가 왜 너를 사랑하는지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매우 철학적으로 말이다. 해서 토요일, 그날 따라 조금 외롭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다가오던 그런 날에 이 책을 들었다. 그리고 말해 뭐하겠냐마는 어김없이 빠져들고 말았다. 아, 알랭 드 보통! 난 이 남자를 사랑하고프다!ㅋㅋ
'내'가 클로이를 만나 그녀에게 접근하기까지 이 남자가 고민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다. 나름대로 대단한 분석으로 이리 재고 저리 재 보지만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어느 것도 분석적이질 못한다. 모든 것이 자기합리화다. 그 누가 뭐라해도 "그래도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결론은 피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클로이가 그의 '갈망'의 대상이 된 이상 '삶이 아니라 죽음에 가까이' 가더라도 혹은 '전화 고문'(!)을 당한다 하더라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도 바라기는 하지만, 너무 수줍어서 그렇다고 말을 못한다'고 믿었음에도 사랑 때문에 '불구'가 되고 말았지만 그들은 '애들'이 아니었다.
책을 정신없이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분석은 그야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모든 글이 밑줄이다. 내 이럴 줄은 알았지만 정말이지 너무하다 싶다. 외로웠든 주말이 드 보통의 책으로 행복해졌으니 말이다. 아, 사랑이 이런 거였지. 맞아! 드 보통은 어쩜 사랑을 이렇게 분석적으로 만들어버릴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공감 백배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외로웠지만 드 보통때문인지 그 누구 때문인지 모르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주말(이런 말장난 같은;). 외롭다고 느낀다면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깜찍한 말은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한다."
아마도 내가 이 글을 올리면 내 친구들은 그럴 것이다. "네가 외롭긴 참 외로운가 보다." 그래, 알면 됐다. 친구들!^^
어제 저녁,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몇 페이지 남겨두고(왜냐, 아껴 읽어야 하니까!) 김려령의 신작을 읽기 시작했다. 『우아한 거짓말』,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자살이야기나 우울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왠지 이 책은 끌려버렸다. 내게도 이제 중1이 된 사춘기에 접어 들어 무진장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조카가 있으므로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았다. 사춘기가 무슨 큰 벼슬이나 된 것처럼 부모나 어른들과 '통'하지 않으면 말부터 닫아버리고 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나도 어른이 되어 어른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역시, 그 아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아한 거짓말』에 나오는 천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직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결심을 했는지 읽지 않아 모르겠지만 괜히 아이를 죽여버린 작가가 살짝 미워지기도 한다. 꼭 죽였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애들이 자꾸 나만 술래 시켜."
"안 한다고 해."
그렇게 얘기해봤어요, 엄마.
"그래도 자꾸 시켜."
"그럼 걔들이랑 놀지 마."
그럼 나는 누구랑 놀아, 언니?
그날부터 입니다. 친구에 대해 더 이상 엄마와 언니에게 상의하지 않게 된 때가.
아, 이 글을 읽는데 뭔가 가슴에서 쿵! 하고 내려앉는다. 아이들이란, 별 것도 아닌 말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천지의 마음이 그랬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 뒤에 있는 정유정 소설가의 말이 조금은 안심을 시킨다. "냉철하고 강인하고 뜨거운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 소설이니까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리고 읽을 예정인 몇 권의 책!



중국 소설, 『복사꽃 피는 날들』특히 이런 류 소설 좋아한다. 앞부분 살짝 읽었는데 역시 나의 스타일이다. 기대 만땅이다.
독일 문학, 『아우스터리츠』여기저기서 추천을 두 개이상 받은 책이면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 고로, 언제 읽을지 모르겠으나 구입! 조만간 읽을 생각이다.
라틴 소설, 『광기』이미 읽어본 친구들이 추천을 눌렀다. 읽어보고 싶다하니 책을 보내주었다. 고마운 친구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