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16
크리스틴 스위프트 지음, 엄혜숙 옮김, 헤더 헤이워드 그림 / 봄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호기심을 당기며 재미있는 이 책은 엄마 머리에 이사온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관심(!)의 대상인 줄 알았는데 외국에서도 관심을 두는 벌레(!)인가봐요. 그 이를 주제로 『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의 작가는 아주 재미있게 그림과 글을 풀어냈어요. 

어느 날 아이는 엄마 머리에서 이를 발견합니다. 아주 작은 무언가가 머리카락 속에서 움직이면 아이들은 바로 호기심이 동하고 말겠죠. '어, 저게 뭐지?' 하고 다가가서 관찰하게 됩니다. 이 책은 아이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엄마 머리에 침투(!)하고 집을 짓고 새끼들을 낳는 이들과 싸워서 물리치는(!) 이야기를 다룬 책인데, 아이의 상상력이 한껏 발휘됩니다. 

도대체 저 녀석들이 엄마 머리카락 속에서 뭘 하는 걸까요?  궁금한 아이는 "야, 너희들 거기서 얼른 나오지 못해!" 소리치기도 하고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이를 잡으려고 애를 쓰지만 너무나 재빠른 이들은 "넌 우리를 못 잡아. 우리는 엄청 빠르거든"하고 도망을 가 버립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아이는 다음날 엄마가 잠든 사이에 이를 잡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갔는데, "세상에 이걸 어째! 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  

아이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소리칩니다. "이 녀석들 각오해!" 

자, 아이는 엄마 머리에 이를 모두 물리칠 수 있을까요? 이들은 부드럽고 숱이 많은 엄마의머리카락이 너무 좋아 제발 그냥 놔둬라고 아이에게 말을 하지만 엄마가 머리를 벅벅 긁는 것을 도저히 봐줄 수가 없는 거죠. 사랑하는 엄마인데 말예요. 과연, 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마지막 반전의 상황이 너무나 재미있는 『엄마 머리에 이가 바글바글』지저분하고 더러운 벌레로만 알고 있는 이를 주제로 재미있고 흥미롭게 글과 그림을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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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이발관 이석원이 산문집을 냈다. 『보통의 존재』노란색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책을 받고 몇 장 넘기다 보니 이 남자, 꽤 독특하면서 왠지 멋지다는 느낌이 든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언니네이발관의 노래가 뭐였지 생각해봤다. <불우스타> 그 많은 노래 중에 왜 이 노래가 유독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가사를 음미해보니 공감이 무쟈게 가더라는. 이석원이 그 특유의 표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 정말 꿀꿀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암튼, 사진 한 장 들어가지 않고 글로만 책을 낸 이석원, 예판때부터 인기몰이하더니 지난 주 있었던 어느 사인회에서 장장 두 시간이 넘도록 사인을 해댔단다. 대단. 이 책에서 맘에 드는 것은 일단, 김연수의 추천 글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것과(누군가는 이 추천사를 보고 김연수는 어쩜 추천사도 이렇게 잘 쓰냐고!)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서른여덟 살의 이석원이 내보이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삶을 대하는 진지함과 더불어 속을 다 내보이듯 너무나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남의 일상을 엿보는 것은 어떤 면에선 흥미롭지만 또 다른 면에선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석원의 문체에서는 그런 일상에서조차도 은근 위안을 받는다. 이석원과 관계없이 이 책이 개인적으로 좋은 점은 또 하나 있다.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동안 너무 작은 글자들만 보다가 내 눈에 알맞은 글자 사이즈를 만나니 눈이 다 편하다. 그리고 연예인의 글인데 사진이 없어도 이렇게 멋진 글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어쨌든 이 말 “우리가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결국에는 보통의 존재로밖엔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자꾸만 내 맘에 파고든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가 완전 완역본으로 나왔다. 너무나 멋지고 생생한 일러스트가 들어간 이 책은 청소년 용으로 나왔는데 소장가치 100%다. 두께와 가격이 살짝 허걱,하게 만들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하루 만에 다 읽어치울 정도로 재미있다. 하긴 쥘 베른의 소설인데 오죽하겠냐마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초고학년생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아이들 안 그래도 SF나 추리 소설에 관심이 많아 편식을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모험과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140년 전엔 어떠했을 지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고전은, 알게모르게 그 어떤 책들보다 많은 깨달음을 준다. 당시에는 잘 몰라도 어릴 때 읽은 명작들을 조금 더 자라 완역본으로 읽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 유수의 출판사에서 고증된 일러스트와 함께 완역되어 나온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는 조금 지루했던 고전들 사이에서 흥미와 모험 가득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멋진 소설인 셈이다.  더구나 책을 읽고 나면 쥘 베른이야말로 과연  ‘SF문학의 아버지’라는 명칭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된다. 일러스트 들어간 소설, 나름 즐겨하고 좋아하는 데 『해저 2만리』,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방에 누워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 옛날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한번 빠져보는 것은 어떨지. 이제는 『해저 2만리』에서 말하는 미래가 된 지금과 그 상상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지식 e』그 다섯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이젠 지식e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을 하는데 이번 책의 키워드는 '인간人間과 인생人生'이다. 그동안 지식e에서 다룬 인물과 삶의 이야기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같이 수록하였다. 예술인으로서 브라운관으로 캔버스를 대신한 백남준과 팝 아티스트 낸시 랭, 평범했던 한 어머니 케테 콜비츠의 판화와 판화가 이철수의 인터뷰에서부터 용산철거민과 뜬금없이 아랍인 테러리스트가 된 인도인 보노짓 등 현 시대의 예민한 사회적 이슈를 던져주며 생각을 하게 만든 이야기들도 들어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식 e』는 지금 당장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많은 사연들을 들려준다. 그들은 각기 아픔, 설움, 분노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작은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케테 콜비츠의 말처럼 "단 한 번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천천히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책이 나올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지식 e』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필독서라는 사실 이번에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엔 외국 에세이 한 권, 서른 살 뉴요커가 요리로 인생을 바꾼 이야기 『줄리& 줄리아』이다. '나이 서른에 임시직을 전전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전망도 없던 한 여성이 자기만의 도전을 시작하며 지리멸렬한 일상을 이겨내는 과정'을 다룬 이 책은 어느 날 전설적인 프렌치 세프 줄리아 차일드가 쓴 『프랑스 요리 예술의 대가가 되는 법』에 나오는 524가지 요리를 365일 동안 다 만들고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이루어낸 인생 바꾸기다. 우리나라도 언젠가부터 무심코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를 열었다가 이른바 유명해지는 블로거들이 많아졌다. 그건 줄리처럼 성공에 대한 기대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바램도 없이 그냥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블록질로 인해 바뀌게 된 것이다. 물론 줄리에게는 덧없이 흘러가는 자신의 인생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몸부림이었지만 그녀만의 진솔하고 도발적인 이야기가 없었다면 공감하는 독자들이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올리기 위해 소뼈를 사러 뉴욕 전역을 헤매고, 바닷가재를 산 채로 죽여 토막을 내야 하는 끔찍함도 이겨낸다. 그런 노력이 미국 전역에 있는 블로그 독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마침내는 인생도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블로그로 인생 바꾼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있는 듯.  이 책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만든 노라 애프런이 영화로 제작중인데 메릴 스트립이 출연한다고 한다. 노라 애프런, 나에겐 감독이라는 명칭보다『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독특한(!) 책을 써서 날 웃겼던 작가로 기억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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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캐롤 오츠의 책을 사두고도 그녀의 작품을 한권도 읽어 보질 못했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고른 이 책『여자라는 종족』, 뭔가 여자들에게 불만이 있는 듯한 제목을 보면서 호기심이 동하였더란다. 내용을 살펴보니 여자들의 잔혹함, 얼룩진 현실, 팽팽한 긴장감, 탁월한 상상력과 예리한 표현력이라는 문구가 문에 들어와 ‘혹‘하여 주문을 하고 말았다. 그렇다하더라도 조이스 캐롤 오츠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면 바로 구입을 하진 않았겠지만 어쩐지 이 책은 보는 순간 읽어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다들 인정하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책이 아니던가!(보면 다른 책은 다 제쳐두고 꼭 뭔가 자극적인 책만 좋아라 한단 말이지!)  

책이 도착하자 읽고 있던 책은(늦어도 11월에는) 출퇴근용으로 바꾸고 『여자라는 종족』을 잠자리에서 읽었다. <브램 스토커 상>까지 받은 작가의 책이니 잔혹함이랄까, 오싹함 정도는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나 처음부터 뭔가 아슬아슬하다 했더니…누구의 리뷰처럼 “충격적인 결말!”이라니!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에 비하면 『여자라는 종족』의 여자들은 지극히 정상에 가까운 여자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건 아마도 조이스 캐롤 오츠가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작가이기에 그럴 것이다. 무턱대고 여자들이 잔혹해지거나 공포스러워질까? 다 이유가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어쨌건 그 책이 생각난 까닭은 ’여자‘라는 단어 때문인 것 같다. 그 책에도 ’여자‘가 등장하니깐. 부재중인 아버지나 남편, 그리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엄마와 딸. 상당히 엽기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어쩐지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가는 그런 여자들이 나오는 책. 바로 클레르 카스티용의 『로즈 베이비』이다.  

『여자라는 종족』에 비하면 이 책은 그야말로 정신나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다들 『여자라는 종족』을 읽고도 무섭다는 리뷰를 쓰는데 클레르 카스티용의 『로즈 베이비』를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미쳤군!” 내지는 비명을 지르지 않을까? 너무너무 불편해서. 그래서 『로즈 베이비』와 『여자라는 종족』을 같이 묶으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묶어 본 것은 엽기적이든 혹은 잔혹하든 우리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점 때문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처럼 여자들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린다.(뜬금없이 금자씨가 왜 생각났을까??!) 그만큼 잔혹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거다. 문득 잔혹한 여자들에 관한 다른 책이 있을까, 검색을 하다 보니 여자와 남자 중 누가 더 잔혹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의 답변은 어느 심리 책을 예를 들며 “사람을 죽이거나 잔인한 행위를 하는 주체는 남자지만 여자는 그러한 잔혹한 장면이나 행위를 보고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더 즐기고 희열을 느낀다.”고 적었다. 공감이 가는 바이다. 여자들이 정신줄(!) 놓으면 세상 무서운 게 없다. 뭐 그렇다고 나 역시 그렇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아니고. 아무튼 

여자라는 종족』에 나오는 아홉 편의 단편엔 억압받는 현실에서 탈출하려 하는 여자들의 극단적인 선택들이 등장한다. 오싹하고 잔혹하지만 그 여자들이 이해가 가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여자와 남자라는 것을 떠나서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 테니까 말이다. 그 점에 비하면 『로즈 베이비』에 나오는 열아홉 편의 단편엔 좀 과장되긴 했지만 나름 이해가 가능했던 몇 작품을 빼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여자들’인 셈이다. 잘잘못을 떠나 정말 ‘잔인하다. 어이 없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그래,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뭐라 해도 나 역시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여자들이 궁금하다고?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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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1-0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하면 리더수님처럼 책소개를 할 수 있을까요?
전 원래 못하는 건지, 그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목 좋으네요. 그런데 이왕 그런 거 좀 더 건방지게 제목을 정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쿨하고 시크하게...ㅎ

readersu 2009-11-09 10:52   좋아요 0 | URL
제목보고 왔다가 내용보고 나면 여자들이 무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쿨하고 시크하게...그거 은근 어려워요.^^
 
최강희,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최강희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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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상당히 난감했다. 제목에 작게 보이듯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여행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펼치니 온통 사진, 사진, 사진 뿐이었다. 물론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집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로 아이슬란드의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지극히 적은 수의 글자들. 책이란 모름지기 글자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 이건 뭐 연예인 내세워 책 팔자는 수작?(성격이 어찌나 급하신지 책도 읽기 전에 생각부터 하시고 만다.) 

한데, 책을 넘겨보다가 난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진 많고(대부분이 최강희의 모습) 글자 적지만 그 짧은 글 속에 내 맘을 쿵쿵! 울리는 뭔가가 있더라는 거다. 그렇게 밑줄 몇 개 긋고 나니 책이 달라보였다. 조금씩 맘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는 언니는 내가 이 책 좋았어요! 했더니 정말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정말' 좋았다. 아마도 내 취향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근데 최강희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분명 최강희의 모습인데 이쁜 척을 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담담하게 귀엽기만 한 게 아닌가.(꼭 내 조카를 보는 듯한 그런 귀여움??^^) 글도 그렇다. 주절주절 조금씩 긁적여 놓았는데 공감이 가는 거였다. 아, 나이가 들어도 가끔은 이런 것에 혹! 하기도 하는구나. 뭐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보통 별 책이 아니면 이런 책을 좋아라 할 만한, 어울리는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턱하니 내 책꽂이에서 한 자리 차지를 하고 있다. 사진도 글도 최강희도 넘 맘에 들어 두고두고 볼 생각이라나(아우~모야!-.-) 아무튼,

지난 번에 최강희와 만남에 가서 그녀의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많은 이야기 중에 유독 맘에 드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이거다. "내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꿈은 있지만 내일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까지 열심히 살고 오늘의 작품에 최선을 다해 보고 내일이 없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살 것이다." 어쩌면 이 말 한마디에 나는 최강희에게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현재에 충실하기! 최강희 답다는 생각이 든다.  

아, 써고 보니 리뷰가 아니라 최강희 예찬이 되어 버렸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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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이 되면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다. 매년 읽어야지 하다가 11월이 지나가 버리면 왠지 읽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 바로 한스 에리히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이다. 도대체 늦어도 11월에는 뭘 하겠다는 것일까? 광고 문구를 못 본 것은 아닐 텐데도 오늘에서야 뒤표지의 광고 문구를 보고 뜬금없이 ‘아!’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까의 그 감탄사는 그런 경험이 없는 탓에 안타까운 감탄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겨우 몇 페이지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도 밑줄은 사정없이 그어진다. 요즘 내가 외로운 걸까, 아님 한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내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좋을 만한 남자를 아직 만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까. 쓸쓸한 가을이 더욱 쓸쓸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나는 책, 바로 『마담 보바리』다. 『늦어도 11월에는』과 비교해본다면 조금 다른 과정을 겪고 있지만 결론은 같다. 어느 시대라고 할 것 없이 그렇다. 그리고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처럼 ‘통속적인’ 소설의 결말은 항상 비극적이라는 것이다. 로맨스라고 말하기엔 마담 보바리의 결말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추한 느낌이 들 정도로 통속적이다. 허나 마리안네의 경우엔 그것과 좀 다르다. 비록 비극적인 결말이 되고 말지만 그들은 진정 서로를 위하고 사랑을 했다. 즉 불륜이 아니라 로맨스인 셈이다. 그래서 이 소설을 대표할 만한 문구인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가 이해된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현실이 아닌 소설 속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에는 인색하다. 절대로 해피엔딩을 만들어주진 않는다. 아니 어쩌면 독자들이 그걸 거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서 마저 해피엔딩이면 그게 뭐가 흥미로울 것인가.  비극적이어야만 그 사랑이 절절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일 것이다.  

『마담 보바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미시마 유키오의 책이다. 비슷한 설정이지만 또 다른 결말을 말하는 『비틀거리는 여인』, 안정되고 평안한 결혼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며 비틀거리는 여인을 그냥 나둘 남자는 없다. 또 절대로 외간 남자에게 몸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세스코에게 있어 몸을 허락한다는것은 자신의 남은 삶을 그 남자에게 거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그 삶은 세스코가 생각하듯이 그렇게 술술 풀려나갈 수 있을까? 돈 많은 부잣집 며느리, 부족할 것이 없을 듯해 보이지만 언제나 늘 그렇듯이 외로운 아내. 그런 까닭에 미시마 유키오 역시 플로베르와 마찬가지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그들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일탈이었을까? 

달콤한 로맨스를 담은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으나,『늦어도 11월에는』는 오히려 불륜과 비극적인 결말을 다룬 책들만 떠올리게 했다. 제목이 주는 야릇한 느낌으로 잡은 책. 책을 다 읽고 다른 책을 떠올렸다면 달라졌을까? 그건 읽고 난 후에 고민해봐야겠다. 어쨌거나 “늦어도 11월에는” 『늦어도 11월에는』을 꼭 읽어야 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은 나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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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0-3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제목 쥑입니다!^^

readersu 2009-10-31 19:34   좋아요 0 | URL
ㅋㅋ감사합니다아~

2009-11-01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