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 눈에 들어온 두 여자가 있었다. 둘다 '글'을 보아서는 누가 더 잘났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고 '말'에 있어서는 한 명의 '말솜씨'는 익히 알고 있지만 나머지 한 명의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나 그 글을 읽으면 개성 팍팍 넘치는 문체가 역시 '글' 못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게 한다. 한동안 나도 여자면서 여자들은 잘 삐져서 나를 피곤하게 한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점점 여자들이 맘에 들고 있는 차에 이 두 여자들이 내 맘으로 들어왔다.(허걱!) 하여, 그녀들이 내놓는 책마다 읽어대며 멋져멋져! 정신줄 놓기 바빴는데… 같은 여자로서 왜 나는 그들에게 공감을 하는가? 생각을 해보니 그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과 자신감과 쉬크함과 당당함이 전형적인 소심 A형인 나에게 있어 부러움의 대상이며 욕망(!)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여자에 대해 질투와 시기를 느끼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그런 여자들에게 난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아무튼, 그 잘난(!) 여자들의 신간이다. 와우!
정혜윤 피디의 신간이다. 여기저기 칼럼 쓰기도 바쁠 텐데 언제 여행을 다녀와서 이런 독특한 여행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문체를 아주 맘에 들어하는 나로서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다 이런저런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이야기까지 들려주니 아주 금상첨화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는 중이다.
여기엔 런던에 가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 따윈 없다. 런던에 가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들을 알려주지만 그곳에서 본 풍경들에서 그녀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러고선 조곤조곤 독자에게 말을 한다. 여기엔 이런 일이 있었대. 그런 사람도 살았다더라. 마치 그 세월들을 다 살아온 사람마냥 수다를 떤다. 또 넒이와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책에 대한 애정은 이 책에서도 나타난다. 바이런이 등장하고 레이먼드 카버와 찰스 디킨슨도 나온다. 또 영화에 대한 언급도 하며 쉴 새 없이 조잘조잘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녀의 글솜씨, 말솜씨를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그대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녀의 말에 귀기울이다보면 어느새 그 유명한 런던의 모든 명소에 대해 그녀만큼이나 알게 되고 그녀의 이야길 들으면 안 읽고 싶던 책도 읽게 되는 것처럼 슬슬 런던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런던을 속삭여줄게』, 여행도 하고 책도 읽고, 런던에도 빠질 수 있는 일석삼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연이었다. 정말 내겐 우연처럼 책들이 내 앞에 나타난다. 김경의 책을 소개해준 사람은 정혜윤 피디의 『침대와 책』을 낸 출판사였다. 정혜윤 피디와 만남에서 만났었을 그가 우연히 김경의 새 책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었고 나는 '김경'이라는 이름에 흥분하며 좋아라 했다. 더군다는 그녀 역시 여행과 책에 대한 글을 썼다지 않은가. 이런 우연이 있다니!(역시 잘 갖다붙인다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우연하게도 인연이 있는 두 권의 책임엔 틀림없다.^^)
오래 전 그녀의 책들을 읽고 그녀의 쉬크함에 빠졌다. 그녀야말로 엣지 있는 패션 잡지 기자 출신의 작가인 셈이다.(현재도 그렇지만) 제목은 『셰익스피어 배케에션』이다. 책을 통해 여행을 하는 셈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28번 전차가 다니는 리스본의 언덕길로, 『행복의 정복』은 이탈리아 시골마을의 고즈넉한 일상으로, 무모한 몽상가 『돈키호테』는 북적이는 바르셀로나의 뒷골목으로 우리들을 불러낸다." 언젠가 김탁환 작가의 강연회에서 그가 여행을 하기 전에 여행지와 관련한 독서를 하면 그곳에 갔을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어쩌면 김경의 이 책 역시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 책에서 보았던 그곳으로의 여행,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을 꿀 수 있는 멋진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이 책에서 또 어떤 쉬크함을 보일지 자못 기대만발이다.
이번 추석엔 이 두 권의 책으로 시집 못 간 노처자의 외로움을 달랠 생각이다.^^ 그 누가 옆에서 뭐라해도(설마 아직도 내게 결혼을 운운할 친인척은 없겠지만) 도도하고 잘난 척하며 들은 척도 하지 말아야지. 그러고선 정혜윤 피디를 따라 런던으로, 김경을 따라 유럽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것이다. 으흐흐 생각만으로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