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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처럼 살아요 - 효재 에세이
이효재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평점 :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중년의 남녀가 집 뒷산에서 나물을 캐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멈춤하였다. 채널을 고정하게 된 동기가 무엇으로 인한 것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으나 리모컨을 내려 놓고 방송을 보게 되었다. 얼핏 보이는 얼굴이 낯익었다. 피아노를 치는 임동창, 그리고 그의 아내. 그들의 사는 모습이 뭐랄까, 좀 독특해보였다. 기억이 나는 것은 초대 받아온 친구들에게 아내가 들려보내준 선물이었다. 치즈를 녹여 호두랑 곶감인지 대추인지 넣어 자신만의 치즈를 만들어내던 모습. 그즈음 유독 요리에 관심을 가졌던 나는, '나도 꼭 한번 아내처럼 놀러온 친구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들여 보내봐야지' 했었다. 하지만 한번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 책 『효재처럼 살아요』가 나오고 나서야 그 아내가 '효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 나의 첫 번째 꿈은 '현모양처'였다. 그저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고 아이 낳아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언제부터 그 목표가 바뀌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꿈을 가졌던 그때의 내 성격은 고스란히 내 마음 어느 구석에 짱박혀 있었나보다. 가끔 나는 나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지극히 여성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맞아, 나도 이러고 살고 싶었어!' 운운하며 나도 '효재만큼' 할 수 있는데(^^) 하고 있었다.(아, 어느 세월에~)
이번 생엔 아이 없는 여인으로 살다 가게 되었다고 담담히 얘기하는 글을 읽으며 난 그녀가 완전 좋아지고 말았다. '아이 키울 에너지를 보자기 싸는 데 쓰고, 남는 시간엔 풀을 뽑고. 그러고 보니 아이 없는 것도 내겐 커다란 복이었나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폭, 빠지고 말았다. 그녀의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뜨개질하고, 풀 뽑고, 보자기 싸느라 왼손에 장애가 왔음에도 "이건 나의 훈장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처럼, 나도 살.아.보.고.싶.어.졌.다.
사람들 불러다 맛있는 것 해먹이고 돌아가는 손에 작은 선물 손에 쥐어 보내는 예쁜 마음, 인형마다 이름 붙여주고 옷 해 입히는 소녀 같은 마음, 작은 돌이나 잎사귀 하나 소홀하게 대하지 않는 착한 마음을 꼭 닮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다 자기 삶은 스스로의 몫이다. (…) 나는 내 일로 충분히 보상 받았다. 그래서 생각한다. 더 잘 살아야지. 자빠져도 돌 하나 움켜지고 일어나 탑을 쌓는 것. 그리고 그 공든 탑이 무너져도 돌더미 사이에서 주워든 돌로 또다시 탑을 쌓는 것."
책을 다 읽고서도 다시 넘겨보고, 또 보고 또 읽고 또 공감하며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