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고양이님의 대중교통 수난기를 보고 또 봤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걱정 또 걱정이다. 

다음주에 광주에는 꼭 가야겠다고 했는데, 광주에 다녀오는 일이 사실 쉬운일이 아니지 않는가. 

어떻게 다녀오는 것이 가장 좋을까를 고민한다. 

오전 10시까지 시간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6시40분 열차, 이 열차를 타려면 전날 친정에서 잠을 자고 아이들이 잠든 새벽 5시쯤 집을 나와 구리역에서 처음 출발하는 5시22분 전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가면 된다. 사실 가는 건 무리가 없다. 일찍 일어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기차를 타면 된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 아무리 전날 얘기를 해놓는다고해도 둘째 현수의 경우엔 엄마 보고싶다며 울 것만 같다. 일이 있는 남편이 아무리 일찍 들어와도 오후 5시쯤일테니 아무래도 친정엄가 고생을 좀 하실 것 같다. 

광주역에 도착하면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담양 소쇄원, 가사문학관 등 시티투어를 한다니 여행의 즐거움은 보장되어 있는 셈이다.  

시티투어가 끝나면 곧바로 올라와야하지 않을까 고민이다. 남편은 내 마음대로 즐기다 오라고 하지만 아이들 생각을 하면 곧장 올라와도 한밤중이니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든다. 게다가 너무 늦게 올라오게 되면 용산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난감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상봉으로 올라와 버스를 타고 들어올까 생각해도 역시 가까운 거리가 아니니 난감하다. 남편은 너무 늦으면 택시타고 들어오라는데 우리동네의 택시요금은 유별나게 비싸다. 게다가 심야요금까지 적용하면 아무래도 그건 좀 무리일 것 같다. 

야심한 시간의 버스를 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다. 게다가 혼자 먼 곳으로 떠나본적도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나이를 먹을수록 용감해져야하는데 오히려 더 겁이나는건 뭔지......남편은 아무래도 20대의 체력과 무모함을 어찌 이기겠냐고 한다. 그렇다. 이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는걸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까지 변함없이 광주행을 알아보고 있다. 막상 다녀오고나면 자신감이 붙어 더 열심히 돌아다니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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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에는
    from 마주하다 2010-08-22 14:28 
    여행다니는 걸 참 좋아했었다.  일요일 아침 동서울터미널에 가서 시간에 맞는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던 적이 있었다. 단양도 가보고 문경세재도 다녀오고 공주, 부여...닥치는대로 다녔었다.  여자 혼자 돌아다니는 여행은 어찌보면 쓸쓸해보일 수도 있으나 그게 또 그렇게 쓸쓸하지만은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잘도 돌아다녔고 겁도 별로 없었다. 시간 맞는 버스를 다시 타고 올라와 늦은 시간에 서울로 돌아와도 겁
 
 
2010-08-21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1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8-22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엄마 혼자 집 나서기가 쉽진 않지만
첫 시도가 어렵지 괜찮을거에요.^^
올라가는 시간이 너무 늦으면 안 되겠네요.
만치님은 7시 50분차로 돌아간다는데 그 시간이면 괜찮을 듯...

꿈꾸는섬 2010-08-22 07:42   좋아요 0 | URL
네, 안그래도 만치님은 언제 올라오시나 여쭤봤어요.^^
처음이라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시도할거에요.^^
광주에서 뵈어요.^^

마녀고양이 2010-08-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을버스-전철-기차... ㅠㅠ
섬님두 만만치 않군요... ^^ 그래도 제 몫까지 잼나게 아자아자!

2010-08-2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0-08-2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아즘마는 용감하다잖아여~~ ㅋㅋ 홧팅 하시고 좋은 여행 하고 복귀하시길!

꿈꾸는섬 2010-08-22 14:19   좋아요 0 | URL
그게 집에만 있는 아줌마들은 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전 오히려 결혼전에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ㅎㅎ

세실 2010-08-22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 토요일엔 현수, 현준이는 잊어 버리세용.
아이들은 엄마의 걱정보다 잘 적응하더라구요~~~~
님 안계신 밤 동안 옆지기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지 않을까요?
지난 금요일 몇분과 번개팅 했는데 생각보다 훠얼씬 행복한 시간이었답니다.
님 화이팅!

2010-08-23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드립닷컴이 만든 인생테스트를 함 해보시죠~ㅎㅎ

한달내로 애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000님이 1달안에 애인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은 8%입니다.

애인을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안마방, 절, 자동차극장 세곳을 꼽을 수 있겠고

담배가 서로를 엮어주는 계기가 되겠습니다.

처음 만났을 시 애인은 쇼핑을 하고있을 텐데

다가가서 "넌 날 벗어날 수 없어"(이)라고 말하면 되겠습니다.

둘은 돼지같은 커플이 될 것이며,

206일 동안 함께 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그럼 이쁜사랑 하시기 바랍니다^^♥
---------------------------------------------------------------------------------- 

개드립닷컴...이런 사이트도 있었군요.ㅎㅎ 

확률8%, 정말 그럴 것 같아요.  

안마방, 절, 자동차극장은 제가 즐겨가는 곳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아이들때문에 쇼핑은 더욱 어렵구요. 심지어 "넌 날 벗어날 수 없어"라고 말하지 못할 것 같아요.ㅋㅋ 

그냥, 재밌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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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10-08-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방법으로 애인을 만들 수 있는 확율은 0% 예요.
그리고 별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ㅋㅋ

꿈꾸는섬 2010-08-21 10:30   좋아요 0 | URL
ㅎㅎ소나무집님 우린 언제나 부르면 달려올 남편이 있잖아요.^^

마녀고양이 2010-08-21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은 확실한 유부녀임을... 개드립닷컴은 알고 있는거군요.
아직 아가씨인 따라아가씨는 85%던데?
저두 8% 예염. 섬님이나 저는 확실히 글렀어여, 이젠. ㅋㄷㅋㄷ

꿈꾸는섬 2010-08-21 10:3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런가봐요. 마녀고양이님도 8%...
그래도 8%라도 가능성이 있으니 좋아요.ㅎㅎ
따라님은 85% 개드립닷컴이 정말 알고 있군요.

루체오페르 2010-08-2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뭔가요 ㅋㅋㅋ

꿈꾸는섬 2010-08-21 10:31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도 해보셔요.^^
총각도 알아보나 궁금해요.^^

yamoo 2010-08-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나가다가...돼지같은 커플이라는 거에...ㅋㅋ 음, 섬님두 나랑 같은 수준이네..하면서 웃고 있습니다..ㅋㅋ

꿈꾸는섬 2010-08-21 18:00   좋아요 0 | URL
ㅎㅎ돼지같은 커플...결혼하고 살이 정말 많이 쪘어요.ㅎㅎ 이 테스트 은근 무서운데요.ㅋㅋ

책가방 2010-08-2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8%.. 정말 재밌는걸요.

꿈꾸는섬 2010-08-23 09:32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의 결과가 더 맘에 들어요.ㅜㅜ(이런것까지 부러워하다니...저 좀 웃기죠?)

같은하늘 2010-08-25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저기 보이던데 저도 한번 해봐야겠어요.ㅎㅎㅎ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이다.  

아이들 데려오고 에어컨을 켤까 말까 망설이다가 선풍기 바람 쐬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어느새 잠이 들었다. 현준이 태권도 가야할 시간에 맞춰 울린 알람소리에 놀라 깼다. 거실을 나와보니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에어컨은 열심히 가동중이다. 28도......언제부터 돌아갔는지 모르지만 온도가 내려갈리가 없다.ㅠ.ㅠ 

현수가 에어컨을 켰다는데 언제부터 켰건지 알 수가 없다. 대략 한시간은 켰을 것 같다. 그냥 문 닫고 에어컨을 켜두는 거였는데......ㅠ.ㅠ 

천방지축 맘대로 휘젖고 다니는 현수를 오늘 제대로 훈육했다. 절대 자기 물건이 아니면 안 만지겠단다. ㅠ.ㅠ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현수의 만행을 즉각 보고하지 않은 현준이, 얼른 태권도장으로 날아갔다. 얼른 나가는게 저에게 유리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더운날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난다. 그깟 에어컨 한시간 가동한 것이 애보다 중요하진 않다. 결국 몇푼 아끼려던 나의 쪼잔함이 나를 화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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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8-2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우리집을 보고 있는것 같아요.ㅋㅋ
우리 둘째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천방지축이 되어가니...ㅜㅜ

꿈꾸는섬 2010-08-20 20:23   좋아요 0 | URL
우리 현수만 하겠어요.ㅜㅜ
여기저기 사고치고 다니는데 정말 언제 클까 싶어요.ㅜㅜ

pjy 2010-08-20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맏이여서 아는데 이건 전적으로 현준의 만행인겁니다^^; 현수는 단지 뭔가 눌러봤을뿐 안타깝군요ㅋ 이제 제대로 단속이 되겠지요~

꿈꾸는섬 2010-08-20 20:24   좋아요 0 | URL
ㅎㅎ현준이는 아니에요. 현준이는 그런 구분을 참 잘해요. 전에도 현수가 몇번 그랬는데 그때마다 알았는데 오늘은 제가 그만 더위에 지쳐 잠이 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몰랐어요.ㅜㅜ

책가방 2010-08-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창문 열어놓고 에어컨 켜는걸 너무 좋아하는뎅...
낭비인 건 알지만 그래야 덜 답답해서요..헤~~
찬 공기는 아래로... 더운공기는 위로...
몸은 시원하고 코로는 더운 바람이 드나드는 게 좋더라구요.
그저 좋아만 할 뿐 실행은 가끔씩만 한답니다.ㅋ

꿈꾸는섬 2010-08-21 09:09   좋아요 0 | URL
집안의 모든 문을 다 열어두었죠. 앞뒤베란다 문과 부엌쪽 창문과 안방 작은방 창문, 베란다문 전부 다 열어두었거든요. 에어컨은 가동되었지만 전혀 냉방은 되지 않았답니다.ㅜㅜ

순오기 2010-08-2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공감~ ^^

꿈꾸는섬 2010-08-21 09:1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이글의 본질을 아시는거죠. 절대 애가 미운게 아니었어요. 결국 제 잘못이었던거죠.ㅜㅜ

yamoo 2010-08-20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션 엄니시군요~~ㅎㅎ 근데, 아드님이 현수군인가보네요..ㅎㅎ 내 친구 이름두 현수인뎅..ㅎㅎ 말썽꾸러기 현수..ㅋㅋ

아...덥긴 덥습니다..더위를 거의 안타는 저같은 족속에게도 올 여름은 죽음이군요..헉헉 뎁니다~ 땀두 안나는 체질인데...삐질삐질 땀두 나구..죽것습니다~ㅎㅎ

더위에 건강 유의하셔여~

꿈꾸는섬 2010-08-21 09:11   좋아요 0 | URL
ㅎㅎ네, 저 엄청 무셔워요.ㅎㅎ
현준이가 큰아들, 현수는 막내딸이에요.^^
괜시리 아끼려다가 더 큰 손실을 봤죠.ㅜㅜ

yamoo 2010-08-21 13:54   좋아요 0 | URL
엇! 현수가 딸이름이었다니...@_@
지송합니다..ㅎㅎ 아직까지 현수 이름을 가진 여성분을 알지 못해서뤼~

꿈꾸는섬 2010-08-21 18:00   좋아요 0 | URL
ㅎㅎ오늘부터 현수 이름을 가진 여성을 알게 되셨네요.ㅎㅎ

희망찬샘 2010-08-21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정말이지 무척 더워서 저도 죽을 맛이었어요. 웬만하면 에어컨 없이 버텨보자~ 했는데, 결국 지고 말았어요.

꿈꾸는섬 2010-08-21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웬만하면 에어컨없이 버텨보자 했다가 괜히 낭비만 하고 애는 괜히 혼나고 저는 자신한테 실망하고 그런 날이었어요.ㅜㅜ

소나무집 2010-08-2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시원했는데 원주도 요즘 덥네요.
아주 더운 날은 조금씩 켜도 전기 요금 그닥 많이 안 나오던데요.

꿈꾸는섬 2010-08-21 10:31   좋아요 0 | URL
맞아요. 더운날 시원하게 보내려고 산건데...고거 아끼려다..괜히 저랑 애만 맘상했어요.ㅜㅜ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고 싶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년, 저년, 언나, 간나, 꼬맹이, 유나, 어느 것 하나 소녀의 이름이라고 할 수 없었다. 소녀는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소녀의 진짜 부모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따뜻한 물 속을 헤엄쳐 다니던 그 시절에 본 엄마의 심장을 그리워할뿐이다. 작은 구멍을 찢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이미 이 세상을 끝을 경험했다는 소녀는 양수 안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그때 소녀는 평화라 불렸다.

구멍 밖의 세상엔 평화가 없었다. 늘 부서지고 던지고 때리고 맞고 욕하고 굶주리는 생만이 존재한다.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나선 길 위의 여정은 고단하다.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소녀를 알아본다. 황금다방의 장미언니,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팔며 돈을 벌어 광장공포증이 있는 많이 배운 남자친구를 위해 먹을 거리를 사서 그의 집으로 간다. 그의 온갖 야유와 비웃음을 견뎌내며 심지어 그의 폭력까지 감수하며 살아간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소녀는 실망하고 떠난다. 더 먼 곳으로 가서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 기차를 탄다. 기차역에서 만난 태백식당 할머니, 할머니와 사는 동안 소녀는 할머니가 진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 둘의 소소한 삶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외로움을 견디고 서로를 아껴가는 삶이다. 그런 삶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사업에 실패한 아들네 식구가 식당을 점령한다. 눈에 가시같은 존재인 소녀를 끝내 지켜주지 못하고 할머니는 떠나 보낸다. 경찰들에게 붙잡혀 가짜엄마, 아빠에게 돌아갈 것이 두려운 소녀는 도망친다. 배고픈 소녀는 슈퍼에서 초코파이를 훔친다. 그녀를 향한 따뜻한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간다. 교회에서의 생활이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늘 착한 아이처럼 굴어야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어느날 공짜밥을 먹으러 오는 남자를 따라 폐가에 머문다. 그의 폐가에서 라디오를 듣고 책을 읽으며 평온한 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축제장에서 본 각설이패를 따라 이곳저곳을 다니며 진짜 엄마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과의 생활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진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의 생활도 쉽지가 않다. 그렇게 서울로 들어와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또래 친구들의 아픔은 또한 그녀의 아픔만큼 상처가 크다. 아이들을 세상밖으로 내몰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왜 그들에게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지 못했는가.

책을 읽는내내 젊은 신예 작가의 당돌하고 발칙함에 매료되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에 내 마음도 덩달아 태백과 부산 그리고 강릉, 서울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그 어디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소녀를 의미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 소녀 스스로도 선택할 수 없다. 소녀에겐 처음부터 이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녀를 무어라고 명명할 수 없으니 소녀의 삶은 어떤 의미도 부여될 수 없는 것이다.

제 15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이다. 소녀의 내면의 이야기는 가슴 저미게 아프기도 했지만 순수한 소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고정화된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을 향하게 만들어준다. 틈틈이 보여지는 아름다운 문장들도 결코 쉽게 쓰여지진 않았을 것 같다. 이 세상 어딘가에 소녀와 같은 소녀가 살아가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어른다운 어른으로 부모다운 부모로 살아가야겠단 생각을 한다.


길 잃은 볕이 우연히 들른 바닥에 발을 뻗고 있으면 온몸이 살살 녹아들 듯 간지럽고 나른했다. 창과 길 사이, 우리 머리 위엔 노란 민들레도 피었다. 나는 창밖으로 손을 뻗어 그 민들레를 살살 쓰다듬곤 했다.(262쪽)


어린 소녀가 마음 편히 발뻗고 누울 공간하나 만들어주지 못했던 소녀의 엄마, 그리고 아빠,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고단한 여행을 하며 우리 곁을 스치게 될 어느 소녀를 위해 기도하고 싶은 날이다. 부디 의미있는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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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8-2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폰트가 왜 이리 되었나요!

꿈꾸는섬 2010-08-20 15: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ㅜㅜ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같은하늘 2010-08-2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대단해요. 여전히 문학 서평단을 하고계시는군요.
책을 보면 탐나지만 자신이 없어서 못하겠던데...

꿈꾸는섬 2010-08-20 20:28   좋아요 0 | URL
신간도서..특히 이렇게 좋을 책을 받을때는 정말 행복해요.^^
 

며칠만에 다시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오르막길에서 기어변속하는데 체인이 이탈했다.ㅜㅜ (경비아저씨게 부탁드려 제자리에 올려 놓았다.) 

체인이 이탈했을때 그만 세워두고 집으로 들어갔어야했다. 오늘 유난히 햇볕이 오전부터 쨍쨍했다. 땀이 줄줄 흐르고 그만 타야지 하며 자전거 보관대로 갔다.  

자전거 보관대 옆은 경사로, 어느분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비탈길을 타다보면 모든 길이 비탈길이길 바라게 될거라던 댓글이 번뜩 떠올랐다. 마침 경사로 아래엔 주차된 차도 없다. 

뭐가 씐 것처럼 경사로 위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그리고 주욱 미끄러져 내려왔다.  

와~~~정말 신났다. 그리고 브레이크를 잡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안듣는다.ㅠㅠ 

나의 둔한 운동신경은 발을 내려놓지도 못한 채 인도와 부딪쳐서 결국 옆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오른쪽 발목에 상채기가 났다. ㅠㅠ  가만있어도 쓰라리다. 발목도 퉁퉁 부었다. 

저녁에 씻고 약 바르는데 신음소리를 내며 약을 바르니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그까짓거 가지고 엄살 부린단다. 애처럼......ㅠㅠ  

난 솔직히 엄살이 심한 편이긴 하다. 애처럼......  

아픈 걸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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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8-19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꿈섬님은 아프다고 인증샷까지 했는데, 난 그걸 보고 웃었어요.
정말 퉁퉁 부은거 같아요. 이럴 땐 냉찜질을 해줘야 하나~
어디 상처 없는 영광이 있겠습니까?
자~ 또 다시 힘내서 아자아자!!

꿈꾸는섬 2010-08-19 10:04   좋아요 0 | URL
상처 투성이의 영광이에요.
또 어딜 다치게 될까 겁나요.ㅜㅜ
그래도 힘내서 타야죠.^^

pjy 2010-08-19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아프겠는데요^^ 곧 다시 비탈길을 사랑하시게 될거예요~

꿈꾸는섬 2010-08-19 10:04   좋아요 0 | URL
비탈길을 내려오는 순간엔 정말 짜릿했어요.ㅎㅎ
곧 그리 될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10-08-19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어지기도 몇번 하고 있으시다니 곧 자알 타시겠군요.
그리고 윗분말씀처럼 비탈길을 사랑하시게 될듯도 하고요.

단 자전거 타시기전에 브레이크며 핸들, 타이어 바람등 점검을 꼭 하시는 것이 좋을 듯 싶네요. 자전거도 위험한 상황이 많이 생기는지라. 아무래도 보호받을 수 있는 외형이 없으니 말이죠.. ^^

꿈꾸는섬 2010-08-19 10:06   좋아요 0 | URL
운전보다 자전거 타기가 훨씬 어려워요.
그래도 자전거 타는게 즐거워요.^^

마녀고양이 2010-08-19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아프겠당....
경사로는 조심해야 해여! 얼마나 위험한데여!!

근데,,, 섬님 피부 진짜 곱다~~~

꿈꾸는섬 2010-08-19 10:07   좋아요 0 | URL
아파요.ㅜㅜ(엄살대장ㅎㅎ)
피부라...그게 정말 곱던 때가 있었는데 현수 갖고 7개월쯤 피부트러블로 피부가 많이 상했어요.ㅜㅜ (사진이라 뽀얗게 보이는거에요.ㅎㅎ)

마노아 2010-08-19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탈 결심을 하시다니 놀라워요. 저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 외발은 보기만 해도 무서워요.

꿈꾸는섬 2010-08-19 14:57   좋아요 0 | URL
자전거타면 내리막길만 나오길 바란다는 얘기에 불끈...저질렀어요.ㅎㅎ

sslmo 2010-08-19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비탈길을 내려오는 순간 짜릿 했다니...ㅠ.ㅠ

자전거도 보험이 있다는 거 아시죠?
이 참에 보험 하나 들어놓고 시작하시죠,ㅋ~.

꿈꾸는섬 2010-08-19 14:57   좋아요 0 | URL
자전거 보험도 있군요. 근데 상해보험으로도 되지 않나요?

책가방 2010-08-1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제가 브레이크 점검부터 하고 내리막길 타라고 했잖아요.ㅋ

꿈꾸는섬 2010-08-19 14: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그게 며칠 전만해도 브레이크가 멀쩡했거든요. 근데 며칠사이에 그리될줄 몰랐어요.ㅜㅜ
그러고보니 내리막길을 사랑하게 될거라는 말씀, 책가방님이셨군요.ㅎㅎ

엘리자베스 2010-08-19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전거 못타는데... 왜 이리 중심 잡기가 힘든지...
남편이 좀 잡아주다가 그냥 자전거는 포기하는게 좋을 거 같다고 조언해 주더군요.
섬님...피부도 곱지만 발톱도 정말 예쁘네요. 부럽당.

꿈꾸는섬 2010-08-20 12: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중심 잡기 힘들죠. 그래도 연습하다보면 괜찮아질 날이 오겠죠.^^
에고 부끄러워요. 게을러서 매니큐어도 못 발라요.

전호인 2010-08-2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쿵 저런저런.
제가 호오~~~! 해드릴께염.
호오~~~~!

꿈꾸는섬 2010-08-20 16: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남편에게도 못 받은 호오~~~!!
어째요. 제 맘이 콩닥콩닥해요.ㅎㅎ

같은하늘 2010-08-2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짜 퉁퉁 부은게 아프겠구만요~~
호~~~ 쎄~~~ ^^;;;

꿈꾸는섬 2010-08-20 20:29   좋아요 0 | URL
이젠 많이 괜찮아졌어요.^^
얼른 나아져서 다시 자전거가 타고 싶어요.ㅎㅎ

희망찬샘 2010-08-21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보다 상처가 덜하시군요. 저는 너무 어처구니 없게도 더 이상 자전거 타기 싫다는 아이 자전거 끌고 오다가 페달에 님과 비슷한 위치의 뒷부분을 세게 부딪혔는데, 부딪히는 순간 '윽, 또 멍이 크게 들겠구나.(왜 그리 멍이 잘 드는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멍이 들고 말았어요. 우리 딸한테 엄살 심하다고 엄청 구박 받고...(진짜 아팠는데 말이지요.) 상처는 제가 더 크지만, 아프기는 님이 더 아프겠어요. 호오~

꿈꾸는섬 2010-08-21 09:13   좋아요 0 | URL
앗, 페달에 부딪히는 것도 무척 아파요.ㅜㅜ 이젠 나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