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 남편의 생일이었다. 마침 주말에 딱 걸렸다고 친정 식구들이 놀러왔다. 시댁 식구들은 워낙 생일을 잘 챙기질 않고 주로 전화만 하신다. 토요일 아침 6시에 미역국에 아침밥상을 차려주었는데 시어머니 남편에게 아침부터 전화해서 미역국 먹었냐고 하셨단다. 솔직히 좀 그렇다. 그런 전화 안해도 잘 챙겨줄텐데 말이다.
토요일에 마침 비도 많이 내려 남편의 일도 일찍 끝났다. 장은 금요일에 미리 봐두었고 토요일에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홍어만 사오면 되었다.
올해는 친정식구들이 오신다고해서 생일상도 거하게 차려주었다.
남편이 돼지고기 삶은 것과 홍어, 묵은 김치, 이렇게 삼합을 먹고 싶다고 해서 삼합을 준비하고, 기본적으로 미역국 끓이고, 전은 생략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해야한다고해서 동태전, 잡채, 비듬나물, 미나리무침, 들깨 레몬 소스를 얹은 샐러드, 해초샐러드, 무생채나물, 열무김치(엄마가 담아오심) 등으로 상을 차렸다. 간이 좀 싱거운 편이라 모두들 좀 싱거웠던 듯, 그래도 혼자서 차려낸 생일상이라 모두들 잘 먹었다고 하셨다. 설거지가 정말 많았다. 총 16명이 식사하고 케잌 불도 끄고 했으니 말이다. 낮잠을 안잔 현수가 하도 징징거려 재우러 들어갔다가 축구도 제대로 못보고 잠이 들었다. 11시쯤 일어나서 나왔더니 2대0으로 이겼단다. 저녁 설거지는 누가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엄마가 하셨을 것 같다.
일요일 아침엔 밥은 잔뜩 해놓았는데 밥 먹을 생각들을 안해서 엄마랑 둘이서 열무비빔밥을 먹겠다고 했더니 다들 달려들어 양푼에 비빈 밥을 먹었다. 설거지가 안들어서 정말 좋았다. 아이들은 모두 미역국에 밥을 말아 대충 먹였다.
그리고 점심엔 어른들은 잡채 김치 볶음밥을 먹었고, 아이들은 닭한마리 구워서 내주었더니 밥이랑 김치랑 자기들이 알아서 먹었다.
수박한통 사다놓았던 것도 아침에 반통, 점심에 반통해서 전부다 먹어 치웠다.
새벽에 골프치러갔던 큰형부가 2시쯤 오셔서 온 가족을 태우고 집을 떠났다. 어찌나 고맙던지......
아무리 친정식구들이라도 하도 오랜만에 와서 저녁먹고 잠자고 다음날 점심까지 먹고 가니 힘이 들긴 들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잔뜩 어질러 놓고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것 같다.
모두들 돌아가고 나서, 남편은 집안 곳곳 돌아다니며 정리하고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까지 해주었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 씻기고 부엌에서 잔뜩 쌓인 설거지를 했다. 지금도 부엌에 큰 냄비며 그릇들이 잔뜩 쌓였다. 정리해서 집어넣어야하는데 지금은 귀찮기만 하다.
그동안 엄마가 집에 와보고 싶어했는데 워낙 찾아오기가 쉽지가 않으셔서 와보질 못했었다. 우리가 이집으로 이사올때 오시고, 현수 백일때 오시고,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신가보다. 엄마는 집 구석 구석 돌아다니시며 여기가 어쩌고 저기는 어쩌고 하시며 들쑤시고 다니셨다. 베란다 창문에 잔뜩 낀 먼지들을 닦지도 않으며 산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신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번이지 계속 하시니 급기야 짜증이 좀 났다. 어떻게 매일 베란다 창틀을 닦으며 살란 말인가? 집 구석구석 더러워 죽겠다고......워낙 더러웠던 집이라 청소를 해도 잘 티가 나질 않으니 솔직히 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청소를 하진 않는다. 자꾸 나의 게으름을 탓하시니 정말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드리는게 싫었다. 생일밥 드시러 오셨으면 밥이나 드시지 어째 남의 베란다 창틀이나 검사를 하고 다니시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몸이 근질근질 하신지 자꾸 일을 하려고 하신다. 솔직히 엄마가 또 오신다고하면 싫다. 아주 부지런해서 엄청 깨끗하게하고 살진 않지만 그래도 적당히 청소하며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마음에 안 드시는거다. 엄마는 언제까지 내게 잔소리를 하실까? 살짝 귀찮다.
적당히 유지하고 살면 안되는가 말이다. 나도 너무 더럽다 생각될땐 청소를 하긴 하는데 말이다. 부지런하고 깔끔하신 분에겐 우리집이 너무 더러웠던가 보다. 그래도 좀 자극이 되긴 되는가 오늘 비가 오니 청소하기 딱 좋겠다. 베란다 창틀좀 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