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술술 넘어가서 술이였던가~

며칠전부터 여기저기 알라딘 서재에서 보여지던 술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옛 기억이 막 쏟아져 나온다. 봇물터진 기억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지금은 술을 잘 마시질 못해서 크게 실수하는 일이 많지 않다. 예전에도 잘 마시진 못했다. 하지만 그땐 잘 마신다고 착각을 좀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수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처음 술을 마셨던 날은 중학교 2학년 소풍, 당시에는 슈퍼에서 아이들에게도 술을 팔았다. 술 심부름 시키는 어른들이 종종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반 반장이었던 ㄱ양, 날라리 고딩 언니를 두었었다. 자매라고 하기에 둘은 참 많이 달랐다. ㄱ양 언니는 얼굴은 예쁘지만 공부는 별로였고, ㄱ양은 공부는 잘했지만 얼굴은 별로였다. 여하튼 언니의 영향에 ㄱ양과 친했던 친구 몇몇은 캔맥주 맛을 잠시 보았다. 그땐 왜 이런 걸 마시나 했었다. 맛이 형편없었으니까. 

정말 대단하게 술을 마셨던 때는 고3 여름 방학, 여상에 다녔는데 정보과라고해서 두반이 3년내내 번갈아가며 같은반이 되어서 서로 많이 친했다. 선생님들도 특별반이라고 특별대우도 했었고, 그해 여름 학교 재단의 연수원 태안 앞 바다 천막에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게 취했다. 어떤 아이는 모래 구덩이에 쳐박혀 새벽을 맞았고 어떤 아이는 모래 밭을 헤집고 다니며 수영을 한다고 춤을 춘다고 별별짓을 다했단다. 나도 처음 제대로 마신 술에 정신줄을 놓고 잤단다. 그 다음날 우리들의 몰골은 정말 형편없었다. 선생님들도 모여 술드시느라 우리가 술판 벌이고 떠들썩했던 걸 잘 모르셨던건지 아님 아셨지만 모른 척 하신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스무살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종종 모여 술을 마셨다. 소주든 맥주든 가리지 않고 마셨다. 빈속에 소주도 참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중3때 이미 대학을 포기했던 우리들은 직장을 다녀야했기에 사회에 일찍 발을 딛었다. 사회가 얼마나 재미없고 서열화되었으며 대학을 나오지 않은 우리들에게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매일 깨닫게 했었다. 그래서 매일 모여서 허구헌날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친구들 중 유난히 공부를 잘했던 ㄱ양(중학교때 그 ㄱ양 맞다), 부모의 이혼으로 학비며 생활비 감당이 안되어 상고를 갈 수밖에 없었다. ㄱ양은 유난히 주사가 많았다. 화장실 다녀온다며 나간 녀석이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나가서 찾아보면 화장실에 주저앉아 자고 있거나 계단을 내려오다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다. 무게도 꽤 나갔던 그 친구 늘 질질 끌고 집까지 데려다 주느라 고생했다.  또 이 친구의 주 특기는 아무데나 오바이트하는 거였다. 이 친구가 오바이트한 술집은 다시는 가지 못했다.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그럼 나는 괜찮았던가? 아니다. 나는 술이 취해도 집은 잘 찾아갔다. 하지만 술 마시다 다리 다쳐서 입원한 적이 있다. 친했던 친구와 종종 가던 포장마차 이모 둘이 싸움을 하는 바람에 말리다가 밀려 나자빠져서 다리를 다쳤었는데 부모님 뵙기 참 면목없었다. 

술에 대한 에피소드는 좋은 것보단 안 좋은게 더 많은 듯, 한번은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를 받고 경찰서에 가서  친구를 데려온 적이 있었다. 만취한 그녀가 모르는 남자에게 당했던 것, 그 친구 회복되는데 정말 한참 걸렸다. 육체도 정신도 너무 피폐해져서 그녀가 생을 놓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다행스럽게 괜찮다. 

 지금 남편을 만난 이야기도 술로 시작한다. 같은 학원에 다니던 선생님이 밤 9시쯤 술을 마시러 나오라고 하도 졸라서 안나가려던 술자리에 나갔다. 그곳에서 지금 남편을 처음 보았다. 인상이 참 좋았다. 농담도 잘하고 개그의 피가 흐르는 듯 어찌나 웃기던지, 게다가 어쩜 그리도 노래를 잘 하던지 정말 안 반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남편도 내게 반했단다. 편안한 옷차림에 맨 얼굴이었는데 하얀 피부가 눈부셨단다. 검은 모자 푹 눌러쓴 것도 귀여웠단다. 아무래도 술이 서로를 좋아보이게 만들었던 것 같단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자리는 시아버님과 마시는 술자리다. 시아버지와 술을 마신다고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 워낙 개방적이신 분이라 아들과 딸과 사위와 며느리와 술 마시는 걸 좋아라 하신다. 서로 술잔 주고 받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처음 시댁 식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깜짝 놀란 것이 시누이의 주량이다.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시누이는 주량이 줄었다며 큐팩 3개를 마시는 것이다. 남자들은 소주를 마시고 여자들은 맥주를 마시는데 시누이 혼자 큐팩 3개를 마셨다. 우리 어머님 가끔 내게 남편이 술마시고 주사없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단다. 사위의 술버릇이 장난아니란다. 술을 마시다보면 술이 술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술이 취하면 더 마셔야한다며 옆사람을 자꾸 귀찮게 하는 사람이란다. 다들 자려고 누웠는데도 잠도 안자고 앉아서 염불을 외우듯 주절주절 뭐라 떠든단다. 게다가 동네에서 먹으면 어느새 슬그머니 나가 술을 더 마시기도 한단다. 좀 무섭단 생각을 했다.  

술 얘기를 주절주절하다보니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들을 많이도 썼다. 술은 늘 그렇듯 마시지 않아도 술...술...술...하게 되는 것 같다. 

모두 건강 생각해서 이젠 절주를 했으면 좋겠다. 철없던 몇해 인생이 참 쓰다고 사는게 참 고달프다고 한탄도 많이 하고, 평등한 사회 좋아하네 서열화된 계급 사회, 돈 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할수밖에없는 현실탓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주변의 어렵게 살았던 똑똑했던 친구들, 우리 스무살은 너무 어둡고 처량했단 생각을 잠깐 했다. 그때 우리의 비상구는 아마도 술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술이라도 마시고 고래고래 성난 파도처럼 소리도 질러보고 황당한 행동도 해보고 어디로든 뛰쳐나가고 싶어했던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이제는 언제 그런 행동을 했냐는 듯이 평범한 엄마들로 살고 있으니 우리 그때 그랬던게 맞나 싶다.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랑 똑같이 행동하면 너희들 어떻게 할래? 우리 부모님들처럼 모르는 척 눈감아줄래? 아니면 몽둥이 들고 쫓아갈래? 우리 그냥 우리 아이들은 우리처럼 우울하게 모여 술마시고 울지 않게 키워보자. 나는 그렇게 얘기하고 싶다. 그냥 가끔 술을 적당히 즐기라고 가르쳐주자. 곤죽이 되도록 마시고 아무데나 쓰러져 자면 안된다고 가르쳐주자. 물론 아이들도 젊은 혈기를 어쩌지 못하고 우리처럼 뛰쳐나가고 싶을지도 모를테지만 말이야.  

요새 친하게 지내는 한 엄마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남편도 마찬가지란다. 술을 많이 마셔본적이 한번도 없단다. 이 엄마는 참 부유하게 살았다. 행동하는거나 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우아하게 말하고 우아하게 행동하는 이 엄마는 친정 아버지가 상가를 선물해주었고, 남편도 어릴때부터 곱게 자랐단다. 소지하고 있는 것들도 대부분 명품이다. 술 마시는 걸 즐기지 않는다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술 소비량은 일년에 맥주 몇병, 와인 한두잔이 전부란다. 술 마시며 기염을 토해내던 우리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라 그들의 삶엔 술따위가 필요없었겠구나 싶었다. 뭐든 필요한 건 갖고 살았으니까 말이다. 술 마시며 기염을 토해내던 우리들은 늘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었던게 많았고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는게 많았는데 말이다. 우리의 부족했던 것을 술이 채워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엄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며 바보처럼 부러워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술이 필요하지 않는 삶을 살게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말이다. 추억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아프고 쓰라린 기억들이 많다. 여기에 주저리 주저리 다 얘기하고나면 더 초라해질 것 같단 생각을 잠시 한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6-0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미~~진짜 긴 술 야그네요.
그래도 술 마시고 추태도 좀 부려본 사람이 더 인간적인 냄새가 나잖아요~ㅋㅋㅋ

꿈꾸는섬 2010-06-03 07:47   좋아요 0 | URL
ㅎㅎ마기님 술 안마시는 사람이랑은 친해지기 어렵다는게 우리 남편 얘기에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술 안마시는 사람이랑은 정서적으로 공감이 잘 안돼요.^^

하늘바람 2010-06-0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때 술을 ㅎㅎㅎ
사실 전 술잘마셨었는데 술 못마시는 신랑이랑 살다보니.
저도 술마시는 문화가 좋아요

꿈꾸는섬 2010-06-03 20:39   좋아요 0 | URL
한모금 정말 맛만 보았어요.ㅎㅎ
저도 술마시는 분위기가 좋아요.^^

마녀고양이 2010-06-0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 자신의 절제에는 감탄스럽지만.. 그래도 가끔 주접을 부리는 쪽이 인간적이네요. 그런데 섬님 술 잘 드시네요? 아흑... 혹시 같이 먹을 기회가 있으면 섬님 옆에서 조금 비껴서 앉아야지. ㅋㅋ

시아버님이랑 드신다구요? 아우,, 분위기가 너무 이쁘네요. 부러워염~

꿈꾸는섬 2010-06-03 20:40   좋아요 0 | URL
ㅋㅋㅋ저도 가끔 주접 부리는 쪽이 인간적이에요.ㅎㅎ
저 몹쓸체력이라 잘 못 마셔요. ㅋㅋ 마녀고양이님이랑 술 마실 기회가 생긴다면 참 좋겠네요.ㅋㅋ

따라쟁이 2010-06-0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초등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술을 배운게 저만이 아니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_+

따라쟁이 2010-06-03 15:23   좋아요 0 | URL
아.. 이 뭡니까.. 중학교 였습니다. 왜 저는 초등학교로 봤을까요. ㅠㅠ

꿈꾸는섬 2010-06-03 20:41   좋아요 0 | URL
ㅎㅎㅎ전 중2때 처음 마셨는데 한모금이에요. 정말 어떤 맛일까 궁금해서 마셨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고 기억해요. ㅎㅎ
따라쟁이님은 초등학교 시절에 드셨군요. 대단하세요.ㅎㅎ

비로그인 2010-06-04 16:03   좋아요 0 | URL
전 두 살때 울 큰아버지가 소주 한 잔 먹였대요.
이게이게 뭐냐구여, 어른들이....ㅠㅠ

꿈꾸는섬 2010-06-05 11:29   좋아요 0 | URL
ㅎㅎ마기님을 따라올 사람이 없겠군요. 두 살때가 처음이라니요.ㅋㅋ

sslmo 2010-06-0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아버님과 마시는 술자리를 가장 좋다고 하시는 마음이
한편으론 예뻐보이고,한편으론 부럽고...그렇습니다.

사랑 많이 받으시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06-03 20:42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희 시아버님이 굉장히 유쾌하세요. 말씀도 잘 하시고 호탕하시고...
가족들 다 모여서 한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하는게 좋아요.^^

같은하늘 2010-06-0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한 술 하고 술자리를 참으로 좋아했는데...^^
시아버님과 술자리를 하는 가족의 분위기가 참으로 부럽네요.

꿈꾸는섬 2010-06-04 12:59   좋아요 0 | URL
ㅎㅎ같은하늘님도 한 술 하셨군요. 언제 술 마실 기회가 될까 모르겠어요.ㅋㅋ

비로그인 2010-06-0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적절히 풀어져 또한 적절히 뭔가를 꺼내는 데에는 술이 최곤데. 그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죠 ^^..

꿈섬님 남기시는 글들은 다 읽긴 하는데 여유있을때 뭔가를 남기기 위해 오늘 끄적이고 가요 ㅋ

꿈꾸는섬 2010-06-07 11:1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많이 더워졌어요. 더위 조심하세요.^^
 

남편은 어제 밤새 일을 하고 아침에 들어왔다. 잠깐 눈을 붙일새도 없이 아이들이 일어나서 아빠를 보니 반가운지 엉겨 붙는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집안일을 해치우고 투표를 하러 나갔다. 학교가 복작복작 어수선해보인다. 우선 아이들 병원부터 다녀오기로 했다. 

벌써 한참 전부터 달고 있는 중이염의 뿌리가 아직도 뽑히지 않고 간당간당 남아 있단다. 매일매일 피곤하니 나을새가 없는 것 같다. 

유치원이 끝나고나면 집으로 돌아와 간식먹고 태권도에 가길 바라는건 엄마 마음이고, 아들은 1시간을 채워서 놀고 허겁지겁 태권도장으로 간다. 태권도가 끝나면 집에서 편안하게 오후를 보내면 좋으련만 체력 좋은 아이들은 이집 저집 모여서 놀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어제는 우리집에서 6시까지 놀았다. 남편이 못 들어온다고하니 여섯집 아이들이 모여서 집안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갔다. 다들 돌아갈 생각들을 안해서 6시까지만 놀자고 했다. 6시에 모두 보내놓고 아이들 욕탕에 집어놓고 장난감 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리고 아이들을 씻겨놓고 옷을 입힌 다음 걸레질을 했다. 그리고는 대충 저녁을 먹였다. 아침부터 문화센터 간다고 돌아다니다가 집에서 아이들 손님 치르고났더니 완전 기진맥진했다. 갑자기 저녁을 먹으러 오겠다고 남편에게 전화가 왔고 8시30분쯤 밥을 해서 차려주었다. 그리고 9시 30분 남편이 다시 나갔다. 그리고 K.O패 당한 선수처럼 침대에 널프러졌다.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고 아파서 얼마전 먹다 남은 약을 먹고 잠을 잤다. 어제 하루를 생각하면 피곤하단 말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병원에서 아이들 중이염이 좀 남았단다. 요새 포진성 구협염이 유행이란다. 전주에 현수가 걸렸던 병인데 여기저기 난리인가보다. 

다시 집근처로 돌아와 투표를 하고 금남리로 바람쐬러 가자는 남편 말에 드라이브 삼아 금남리에 다녀왔다. 멧돼지 바베큐 집에 가서 멧돼지 고기를 참숯불에 구워 정원에 돗자리 깔고 먹었다.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먹는 고기 맛이 좋았던지 아이들도 정말 잘 먹었다. 급하게 찾아간 곳이라 아이들 놀이감이 없어서 아이들이 좀 심심해했었다. 작은 공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좀 더 오래 놀다 왔을 것 같다. 

매일 만나서 노는 아이들 엄마에게 아파트 공터에서 물총놀이도 하고 야구도 한다고 전화가 왔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잠이 들었고 아직도 잠을 자고 있는 중이다. 어제도 실컷 놀았을텐데 오늘 또 만나서 논다고 생각하니 그 아이들도 엄마들도 대단하다. 나도 남편이 안 놀고 일하러 갔다면 나가서 놀았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모두 곤하게 낮잠을 자고 있다. 이렇게 평온한 오후에 나는 컴앞에 앉아 알라딘이나 기웃거리고 있다니 이게 뭐하는 건가 싶지만 그래도 어제 잠은 정말 많이 자고 벌써 커피도 여러잔 마신탓에 낮잠은 오지 않는다. 

이제 서평단에서 온 책을 읽어볼까 싶다. 아직 첫장도 열어보지 못했는데 어떤 책일까 궁금하다.  

나는 골프에 대해서 아는 지식이 별로 없어서 이 책이 다소 어렵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긴 하지만 책 소개를 보니 한편으론 또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도 든다. 

하나님과의 골프내기를 통해 죽음을 결정하게 된다니 설정부터 흥미롭다. 이 책을 읽으면 골프에 대해 좀 알게 될까하는 기대도 약간 생긴다.  

어서 읽고 서평 써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하늘 2010-06-0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어릴수록 엄마는 기진맥진~~ 조금 지나면 나아진답니다.^^
 

순오기님 서재에서 보고 첫눈에 반했다. 걸걸한 입담에 구수한 사투리.  아무래도 나는 입이 걸진 사람을 좋아하는 듯, 구라로 유명한 황석영 선생님도 고개를 절래절래 한다니 그럴 것도 같고 비슷한 것도 같고 어째 시집을 읽으며 유쾌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아픈 것도 같은데 웃긴 것 같고 재밌는 것도 같은데 짜릿한 것도 같은 그런 복잡 미묘한 생각들이 얽히고 설켰다. 참 매력적인 시집 한권을 읽고 있단 생각을 했다. 소리내어 읽으면 더 좋을 것이라는 순오기님의 말씀은 전적으로 옳다. 충청도 사투리가 전라도 사투리의 질펀함을 넘어선다. 맛깔난다. 

스무살 무렵에 읽었어도 좋아했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세상 물정 조금 알만하단 생각이 드니 시인의 정서가 이해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 듯, 어찌보면 참 야한 것도 같고, 어찌보면 청소년들 보기에 민망한 것도 있는 것 같고, 뭘 모르고 보면 모를까 모르지만, 어느새 알 거 다 아는 나이가 되니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렇다. 

   
 

조개구이집에서

빙판길이든
눈 녹은 진창길이든
조개껍데기가 그만인 겨
조개란 것이 억만 물결로 이엉을 얹었는디
같잖게 사람이나 자빠뜨리겄남?

죽으면 썩어 읎어질 몸뚱어리,
조개껍데기처럼 바숴질 때까지 가야 되잖겄어?
나이 사십 중반이면 막장은 거짐 빠져나온 겨
피조개 빨던 입이라고 사랑하지 말란 법 있간디?
연탄 한 장 배 맞추는 것도, 연탄집게처럼
한꺼번에 불구녕에 들어가야 되는 겨
자네 하날 믿고 물 건너 왔는디
하루하루 얼매나 섧고 폭폭허겄나?
요번엔 뗏장이불 덮을 때까지 가보란 말이여
관자 기둥까지 다 내어주는 조개처럼
몸과 맘을 죄다 바치란 말이여
사랑도 조개구이 같은 겨
내리 불길만 쏴붙이다간
칼집 안 낸 군밤처럼 거품 물다가
팍 뛰쳐나간단 말이지


조개는 혓바닥이 발바닥이여
제발 혓바닥으로 노 젓지 말고 발품을 팔란 말이여
산 조개만이 혀 깨무는 고통이 있는 겨
갱개미 바람벽 쳐다보듯 멀뚱멀뚱
자작만 하지 말고 한잔 따라보랑게(66~67쪽)

 
   

 52쪽 '참 빨랐지 그 양반', 87쪽 '잘 나간다는 말', 94쪽 '내포석재 애기불'은 내 맘대로 19금으로 지정한다.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시는 아무래도 24쪽 '도깨비기둥'이다. 

   
 

도깨비기둥


당신을 만나기 전엔,
강물과 강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나 두내받이, 그 물굽이쯤이 사랑인 줄 알았어요


피가 쏠린다는 말, 내냇니에 씹히는 세상 어미들의 젖꼭지쯤으로만 알았어요
바람이 든다는 말, 장다리꽃대로 빠져나간 무의 숭숭한 가슴 정도로만 알았어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겨울밤
강줄기 하나가 쩡쩡 언 발을 떼어내며 달려오다가, 또다른 강물의 얼음 진군과 맞닥뜨릴 때!
그 자리, 그 상앗빛, 그 솟구침, 그 얼음 울음, 그 빠개짐을 알게 되었지요


당신을 만나기 전엔,
얼어붙는다는 말이 뒷골목이나 군인들의 말인 줄만 알았지요 불기둥만이 사랑인 줄 알았어요
마지막 숨통을 맞대고 강물 깊이 쇄빙선을 처박은 자리, 흰 뼈울음이 얼음기둥으로 솟구쳤지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그게 바로 도깨비기둥이란 걸 알았지요 열 길 물속보다 깊은
한 길 마음만이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강물은 흐르는 게 아니라 쏠리는 것임을


알았지요, 다 얼어버렸다는 것은 함께 가겠다는 것
금강(金剛)기둥으로 지은 울음 한 채, 하늘 주소까지(24~25쪽)

 
   

이정록 시인은 고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신단다. 그래서 한자에 대한 이해가 담긴 시도 간간이 있는데 그 해석이 참 마음에 든다.  

시인들은 언어의 천재성을 가진 분들임에 틀림없단 생각을 오늘도 한다. 그의 걸걸한 입담에 섬세한 관찰력, 세심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여럿이다.  

오늘 오후를 유쾌하게 보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시를 읽는 재미가 톡톡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5-3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내어 읽으셨군요.^^
초등학교 단짝이 부산으로 시집가 30년을 살았는데,
이 시집보내서 부산아지매들한테 충청도 사투리의 진수를 들려주라고 하려고요.ㅋㅋ

꿈꾸는섬 2010-06-02 15:32   좋아요 0 | URL
ㅎㅎ충청도 사투리도 정겹고 좋은데요.^^

마녀고양이 2010-06-0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를 오기 언냐 서재에서 보고 좋아졌는데. 다시 봐도 좋은 시네요.

꿈꾸는섬 2010-06-02 15:3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좋더라구요.^^

전호인 2010-06-0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론 걸걸한 것이 서정적일 때도 있고, 답답한 세상에 속을 확 뚫어주는 맛을 느끼기도 하지요. ^*^

꿈꾸는섬 2010-06-02 15:33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걸걸한 것이 막걸리 한사발 마시며 농을 나누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금요일 이후 현수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주말내내 어린이집 안가겠다고 얘기를 했지만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오늘, 월요일, 아이는 아침내내 울었다. 어린이집 가지 싫다고. 

오빠 먼저 데려다 주라고 현수가 하도 우겨서 현준이를 먼저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바로 집 옆인 현수를 먼저 데려다 주고 좀 걸어가야하는 현준이를 데려다주었는데 오늘은 오빠 먼저 가길 너무 바래서 현준이를 먼저 데려다 주었다. 현준이 유치원에서 나오는데 현수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난감했다. 경비실에 계시던 경비아저씨가 나와서 엄마가 때렸냐고 왜 우냐고 물으시는데 정말 난감했다.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하는데 우리집 앞을 지나가게 되니 우리집 현관으로 쏙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 서있었다.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엄마, 오늘부터 어디 가야해. 집에 가면 현수 혼자 집에 있어야 돼." 라고 협박을 했는데 안 통한다. 

집으로 쏙 들어가서  

"엄마, 다녀와."  

그러고는 방으로 쏙 들어간다. 어찌하나 보려고 

"현수, 안녕. 엄마 간다."  

그러고 나가서 문을 잠갔는데 따라나오질 않는다. 울지도 않는다. 그때 정말 허걱했다.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혼자라도 집에 있겠다고 하는가 말이다. 그때부터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금요일에 도대체 애에게 뭐라고 했길래, 애가 안간다고 저렇게 나올까? 현관문에 기대서서 우는 소리가 들리나 귀를 기울였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내가 못 견디고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훌쩍이며 현수가 방에서 나온다. 저도 무섭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래도 끝내 어린이집엔 안가겠단다. 

현준이가 괜찮아지니 이젠 현수가 그러는구나.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수를 끌어안고 선생님이 때렸는지 소리를 질렀는지 물어보는데 그런 건 아니란다. 그러더니 대뜸 

"선생님이 현수 싫어해."  

그런다. 

애를 안고 엉엉 울었다. 아직 그런 거 잘 모를 나이 아닌가 말이다. 

좀 진정을 하고 어린이집 원장에게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고 말했다. 아이를 싫어해서 아이가 가기 싫어한다고 말했더니 금요일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리고나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하는데 현수가 받지 않겠다고 도망을 갔다. 

현수를 달래보려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해보지만 어린이집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듯 가지 않겠다고 막무가내로 울었다. 

잠시 뒤에 어린이집 원장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다. 아이가 내 뒤에 숨어서 가지 않겠다고 한다. 보내지 말까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일부터 문화센터에 등록해놓은 수업이 시작한다.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애가 떼를 쓰느냔 말이다. 

원장님이 달래서 슈퍼에 가자고 아이스크림 사가지고 가자고 꼬신다. 한참 생각끝에 엄마랑 가면 가겠단다. 아이스크림을 받아들고는 집에 가자고 내 손을 잡고는 놓칠 않는다. 그냥 엄마, 다녀온다고 떨어뜨려놓고 발길을 돌렸다. 그나마 오늘은 좀 덜 울었던가보다. 그 뒤로 연락은 없었고 나도 조금 일찍 데리러 갔다. 아이가 아침보다 많이 밝아진 얼굴을 하고 있어서 안심했다. 

내일을 울지 않고 어린이집에 오라는 선생님 말씀에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아이가 우는대로 많이 안아주었단다. 그래서 아이의 마음이 좀 누그러진 것 같다. 내일은 수업이 시작되니 어쩔 수 없이 일찍 보내야한다. 그러니 제발 무사히 어린이집에 가주기를 바랄뿐이다. 

현수야, 내일은 웃으면서 어린이집에 가자. 부탁이야. 울지 말고 웃으면서 가자. 알았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5-3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둘째 딸래미는 돈내고 3개월을 거의 안가다시피 했어요.
막내도 그렇고...

아이들에겐 이유가 한 백가지는 있는 것 같아요.ㅎㅎ

꿈꾸는섬 2010-05-31 23:34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이유가 분명 있는거겠죠. 그래도 내일은 보내야해요.ㅠ.ㅠ
아이의 이유를 들어줄 여유가 없는 엄마가 되어버렸어요.ㅠ.ㅠ

비로그인 2010-05-3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비슷한 그 무엇으로 뭔가를 적게 될 것 같네요 ^^..

음..꿈섬님 점차 나아지겠죠 !!

꿈꾸는섬 2010-06-02 15:33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괜찮다가 한번씩 안가겠다고 떼를 쓴다네요. 또 괜찮아지겠죠.

水巖 2010-06-01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수성이 너무 예민한거 같군요. 그건 좋은 자료를 갖고 있는거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그러면서도 적응을 하게되요.

꿈꾸는섬 2010-06-02 15:34   좋아요 0 | URL
ㅎㅎ수암님의 위로는 늘 긍정적이라 좋아요.^^ 저도 곧 나아질거라고 믿어요.

마녀고양이 2010-06-0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무엇인가 마음에 안 드는게 있나 보네요. 지금 몇살이예요? 아유, 어제 많이 울었겠네요. 오늘은 잘 갔는지 궁금해여...

그런데 섬님, 문화센터에 어떤거 등록하셨어요? 그것도 궁금궁금~

꿈꾸는섬 2010-06-02 15:36   좋아요 0 | URL
그제는 정말 많이 울었는데 어젠 조금 울었대요.

자녀독서지도 논술이요. 아이들 보내놓고 허송세월 하는 것 같아서요. 우선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 될만하면서 저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또 나중에 오기언니처럼 활동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배워두려구요.ㅎㅎ

세실 2010-06-01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에 대한 애착이 커서 그런가 봅니다.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아프고 나면 또 그러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6-02 15:37   좋아요 0 | URL
그런가봐요. 아프고나서 한참 안나갔더니 집이 더 편해졌던가봐요. 또 서서히 적응하겠죠.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우리 식구 자고 나면 주고 받는 말 

사랑해요 이 한마디 참 좋은 말 

엄마 아빠 일터 갈 때 주고 받는 말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신이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일 맛 나지요 

이 말이 좋아서 온종일 가슴이 콩닥콩닥 뛰네요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나는 나는 이 한마디가 정말 좋아요 

 

5월, 현준이네 유치원 주제는 가족이었다. 주제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가족에 대해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관련한 여러 노래를 배워왔다. 

그 중 이 노래는 우리가 매일 매일 부르게 된 노래이다. 

사랑해요 라는 말을 자고 나서 일터갈때 또 잠이 들때 수시로 하게 되었다. 현준이랑 엄마는 매일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현수도 덩달아 함께 즐거워하며 따라한다. 

어제 유치원 참여수업이 끝나고나서도 이 노래를 불렀는데 현준이와 나 사이에 사랑이 더 커진 것 같았다. 

매일 잊지 않고 이 노래를 한번 이상 꼭 불러야겠다. 사랑이 더 커질 수 있게 말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0-05-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궁~~
노력하는 가족이군요~~
진짜 중요한건데요, 그쵸?

꿈꾸는섬 2010-05-29 23:36   좋아요 0 | URL
ㅎㅎㅎ노력해야죠. 자꾸 잊지 않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어요.ㅋㅋ

하늘바람 2010-05-3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보다 아빠학교가있었으면 좋겠네요

꿈꾸는섬 2010-05-31 21:44   좋아요 0 | URL
아빠 학교를 작년에 했었는데 정작 신청만하고 갑자기 일이 생겨 참석을 못했어요. 참여율이 저조했대요. 아무래도 아빠들은 시간내기가 쉽지 않아서요.

같은하늘 2010-05-3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꿈섬님 가족~~
그런데 저 노래의 제목은 뭔가요? 인터넷에서 한번 찾아보고 싶어서...^^

꿈꾸는섬 2010-05-31 21:44   좋아요 0 | URL
"참 좋은 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