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구판절판


그녀의 행동이 점점 어느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해주고 싶다' 하면서 정작 자기에게 상대를 붙들어 매려고 하는, 그런 자기 행동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상태......그건 사랑이 아니라, 결핍감의 변형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지배하려는 권력욕구. 얼마나 긴 세월동안 이 함정에 빠져 지냈던가.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으려면 자기 안의 결핍감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197쪽

인생의 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것이 태반이다. 짐을 지는 것으로 사랑이 가늠되기도 한다. 아무 짐도 지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에 대해 의무도 책임도 안 지려는 태도이다. 때문에, 짐을 무조건 가볍게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일 뿐,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 영육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짐을 벗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252쪽

자동차 길은 길 자체가 방향을 내포하고 있다. 그에 비해 순례자의 길은 세상천지의 모든 길과, 길 아닌 길을 다 포함해서 오로지 하나의 방향만 선택해서 가는 길이다. 노란 화살표 표시는 많은 길 중에서 그 길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방향이 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나의 길에서 또 하나의 길로 이어갈 때, 앞의 하나의 길은 이미 안내를 받은 길이고, 뒤의 길은 수많은 길 중에서 이제부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다. 노란 화살표는 선택이 이미 내포된 방향이다.-309쪽

인생에서 절벽과의 만남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것 같은 상황-질병, 파산, 실연, 명예나 권력의 실추 같은, 목숨만큼 귀하게 여기던 것을 상실하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항용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과의 대면이 곧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313쪽

'너의 분노도 괜찮아. 그것이 너 자신을 정화시키는 불일 때는. 그러나 타인에게 날아가는 미움의 화살이 되어서는 안 돼. 너의 삶은 이제 겨우 한 단계 차원이 바뀌었을 뿐이야. 네 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너의 이전 삶의 차원이라는 것만 알면 돼.'-3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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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신문에서 서영은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광고를 보았었다. 이 책을 사야겠다 생각하고 있는 참에 이 책이 신간평가단 도서로 우리집으로 날아왔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입이 귀에 걸렸다. 사실 서영은 선생님의 작품을 두루두루 섭렵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사다리가 놓인 창> 만큼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도 차근차근 찾아봐야지 했는데 여태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이 한권 뿐이라 부끄럽다. 선생님의 펜이라고 자청하기는 쑥쓰러운 지경이다. 그래도 단 한권의 소설책일지도 참 좋아라하고 아꼈던 책임엔 틀림없다. 지지부진했던 나의 스무살 초반의 모습과 닮은 정애는 또다른 나였다. 

사람들은 유명인의 사생활에 호기심이 많다. 물론 나도 그렇다. 서영은 선생님의 작품이 좋았는데 선생님의 남편이 김동리 선생님이었다는 것, 김동리 선생님은 이미 두번의 결혼 경력이 있었다는 것, 그러니 더 많은 호기심의 관심들이 들끓었을 것 같다. 나도 그중 하나였을 것 같다. 

삶에 염증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왔을때 나도 노란 화살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걸어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순례자들이 걸었을 그 길을 짐을 덜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는 짐을 버리면서 걸어보고 싶다. 아니 어떠한 짐이라도 달게 지고 걸어갈 수 있게 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걸어본다면 더 좋을 것도 같다. 

   
    이제까지 그 고마움을 알면서도 스쳐버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서울을 떠나던 날에도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지갑을 떨어뜨린 줄 모르고 택시를 탔는데 그것을 주워서 오토바이로 뒤쫓아와 지갑을 돌려준 슈퍼마켓 배달원. 감사하다는 표시도 제대로 못하고 얼굴만 스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었나.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소에 내가 만난 노란 화살표들이었다.(109쪽)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의 도움없이 잘 살아왔다는 착각을 가끔 하곤 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참 많이 반성하고 오만했던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내게도 끊임없이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도 내게 하나의 노란 화살표가 되어 주었을 것이다.

   
  '죽으란 법은 없다'는 말은, 상황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은 그대로이나 그 상황에 적응하는 사람 마음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137쪽)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지낸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외로움에 사무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외로움의 깊이 만큼 우리는 또 그만큼 성숙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퍼붓는 비 때문에 시야가 흐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멈춰서서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순간 '이곳이 어디인지 정말 알 수 없구나' 하는 새카만 공포가 엄습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토록 자기가 있는 자리가 두려웠던 떄는 없었다. 의지가지없이 혼자라는 것 자체가 공포였다.(149쪽)  
   

 이 글을 읽으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이었다. 내게도 이런 하나님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종교를 갖는 일도 나쁘지 않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 주일부터는 나도 교회를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너는 동행에 의지하지 말고 혼자 걸어라.' 

  크게 생각해보면, 나는 길을 잃고 헤맨 것이 아니었다. 노란 화살표를 찾지 못해, 순례자의 길을 벗어났을 뿐이었다. 어떤 점에서 폭풍 뒤에 찾아온 그 꺠달음은 나 자신이 화살표가 되어 산티아고로 찾아가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또한 세계 어디에 있든, 하나님께로 이르는 그 길에서는, 단 하나의 화살표로 변한 자기 자신의 결단이면 족했다.(151쪽)

 
   

 내게도 언젠가 이 길을 걷게 될 날이 있을까? 이 길을 걸으며 수없이 많은 하나님의 메세지를 받고 가슴 저릿저릿한 충만함으로 감사할 수 있을까? 동행에 의지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혼자서 걸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즐겁게 선생님이 걸어가신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혼자 감동에 벅차하고 있는 오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생각났던 사람이있다.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알라딘 서재에서 알게 된 바람돌이님이다. 그 언젠가 스페인에 가고 싶어 적금을 넣겠다고 산티아고 길을 걸어보고 싶단 얘기를 하셨던 생각이 났었다. 요새 알라딘 서재에서 만날 수 없어서 더 많이 그리운 건지도 모르겠다. 바람돌이님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면 참 좋겠단 생각도 함께 했다. 바람돌이님 잘 지내고 계시죠?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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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12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티아고 길.... 저번에 다큐에서 한번 봤는데, 어떨까 싶더라구요.
제주 올레 길도 어떨까 싶고.
그리고 동해안 관통하는 길 있잖아요... 북에서 남으로... 그 길도 어떨까 하는
공상을 가끔 합니다.

꿈꾸는섬 2010-05-12 20:39   좋아요 0 | URL
산티아고, 제주 올레, 동해안 길, 모두 가보고 싶은 곳이네요.ㅎㅎ

비로그인 2010-05-13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소에 내가 만난 노란 화살표들이었다...
감동인데요.
어쩌면, 삶의 지침이 되는 그런 노란 화살표들도 결국 내가 만드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궁금한 책입니다^^

꿈꾸는섬 2010-05-13 13:15   좋아요 0 | URL
마기님 반가워요.ㅎㅎ
마기님에게도 노란 화살표였던 그들이 있었겠죠.^^

같은하늘 2010-05-1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보고 싶었는데... 전 리뷰 쓸 능력이 안되서 문학평가단은 절대 못하지만 올라오는 책들이 탐나요.ㅎㅎㅎ

꿈꾸는섬 2010-05-16 21:07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리뷰도 정말 좋은걸요.^^
좀 더 시간을 쪼개보셔요.ㅎㅎ
 

오늘은 아침부터 내내 바빴다. 

현준이가 토해놓았던 이불 빨래를 오늘 드디어 다 빨았다. 해가 쨍쨍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라 빨래 말리기에 좋은 날이라 신나게 빨았다. 빨래를 세번 했으니 세탁기가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시골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늙은 호박을 정리해서 삶았는데 일부는 물로 마시고 일부는 죽을 끓였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고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현수가 두그릇을 먹어주고, 현준이는 워낙 죽을 싫어해서 조금 먹었다. 경비실에도 한그릇 갖다 드리고, 옆집에도 드렸다. 옆집 아주머니 처음치고 잘 했다고 합격점을 주셨다. 그리고 아는 엄마들 몇몇 불러 호박죽을 주었다. 다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내일 아침에 남편 갈때 좀 챙겨주어야겠다. 

호박죽 먹으러 왔던 아이들이 집에 갈 생각들은 안하고 내내 놀고 싶다고해서 일찍 퇴근해서 오던 남편은 갑자기 술 약속을 잡고 난 피곤에 지쳐 7시쯤 모두 보냈다. 보내놓고나니 현준이 현수 배고프다고 난리를 쳐서 빨리 밥해서 먹이고 씻기고 약 먹여놓고 자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남편이 집으로 돌아왔다.  

같이 마시자고 맥주를 사왔는데 별로 마시고 싶지 않아 남편 혼자만 마시고 어느새 자리를 떴다. 왜 남편에게 쌀쌀맞게 굴었는지 지금 생각하니 왜 그랬을까 싶다. 일찍 들어오는 사람 못 들어오게 한 건 나인데 말이다. 나도 모르게 얄밉단 생각이 들었으니 내 맘도 참 요상하다. 

너무 피곤하다. 한가로이 앉아서 책을 봐야겠다. 아니 좀 누워서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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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0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쁜 하루 보내셨군요. 날씨 참 좋았지요? 그래도 현수 현준이가 나은듯하니 다행이에요. ^^ 지금은 드디어 한가로이 쉬고 계신건가요?

꿈꾸는섬 2010-05-11 07:27   좋아요 0 | URL
5월 7일밤은 한가로이 보냈어요.^^

프레이야 2010-05-08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은 좀 나아졌는지요?
좀 야속했던거죠? ㅎ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섬님^^

꿈꾸는섬 2010-05-11 07:27   좋아요 0 | URL
애들이 나아서 행복한 주말을 보냈는데 일요일 밤에 현준이가 열이 나서 아직 고생중이에요.ㅜ.ㅜ

후애(厚愛) 2010-05-0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자꾸 아파서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아프면 엄마도 아픈데...
현준이가 좋아져서 행복한 주말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5-11 07: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현준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요.ㅜ.ㅜ
어젠 유치원도 못 보내고 집에서 쉬었는데도 밤이 되니 또 열이 오르더라구요.ㅜ.ㅜ

순오기 2010-05-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녀작 호박죽이 성공했군요.^^
내 몸 피곤하면 누군에게 친절하기 힘들고 특히 남편에겐 더 그럴수도...
오늘은 같이 맥주라도 마시면 좀 풀리려나요.^^

꿈꾸는섬 2010-05-11 07:29   좋아요 0 | URL
처음 해본 호박죽이라 잘 한거지 어떤건지 잘 몰랐는데 옆집 아주머니 말씀이 잘했다고 하시네요. 남편에게 뭐가 토라진 건지 그날은 같이 맥주를 마시지 않았고 그 다음날 친정 다녀와서 마셨네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05-1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친정에서 주신 늙은 호박이 아직도 김치 냉장고에 있어요.
저거 해야 하는데... 갈아서 호박전 해먹고 시퍼염.

피곤하셨나봐여,, 저녁에~. 조금 쉬세요.

꿈꾸는섬 2010-05-11 07:30   좋아요 0 | URL
호박전을 만들어도 맛있겠군요. 저도 다음에 또 생기면 호박전도 만들어봐야겠어요.

같은하늘 2010-05-1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요.
푹~~ 쉬시면 좀 나아지겠지요? 그런데 오늘이 벌써 11일이네요.

꿈꾸는섬 2010-05-11 07:30   좋아요 0 | URL
푹 쉴 시간도 없이 큰애가 아파 정신없이 보내고 있어요.ㅠ.ㅠ

같은하늘 2010-05-15 16:33   좋아요 0 | URL
지금은 많아 좋아졌어야 하는데...
평화로운 휴일이 되시길 바래요.
 
들키고 싶은 비밀 신나는 책읽기 5
황선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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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진작에 읽었다면 좋았겠단 생각을 한다. 3월부터 시작한 현준이의 유치원 가기 싫은 병도 엄마가 진즉 아이 마음을 잘 읽고 들여다 보았다면 크게 문제없이 사라져버렸을테니까 말이다. 

매일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아이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 사는 일에 대해 바빴던 것 같다. 내 책 읽기, 내 글쓰기, 모든게 내 중심대로였던 시간이었다. 현준이에게 뒤돌아 생각하니 너무도 미안한 시간을 보냈다. 

책 속 주인공 은결이는 외로웠다. 매일 바쁜 엄마, 아빠. 그리고 형. 가족이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줄 시간이 없었다. 태권도 시합에 나가는 형을 향해 엄마, 아빠가 거는 기대만큼 은결이에게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했다. 이건 순전히 아이의 관점이긴 하다. 그래도 그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 주었다면 은결이가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엄마는 은결이가 갖고 싶어하는 롤러브레이드를 사주기 위해 낡은 지갑에 돈을 모으지만 은결이는 알턱이 없고, 늘 부족한 용돈을 해소하기 위해 엄마 몰래 지갑에서 돈을 꺼내 쓴다. 아들이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친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엄마, 아빠의 기분은 어땠을까? 몹시 실망스럽고 속상했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한 은결이의 실수를 나라면 어떻게 대했을까? 만약 현준이가 그랬다면 어땠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너무 속상하고 가슴 아프고 그럴 것 같다. 물론 회초리도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이미 읽었으니 은결이의 행동이 악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혹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아이의 마음을 좀 더 세심하게 짚어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말을 하루에도 몇번씩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내가 자각해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했던 말들이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걱정에 대해 " 뭘 그렇게 걱정해. 걱정 그만해." 하고 그저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조차도 아이는 상처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자기를 좀 더 들여다봐달라는 신호를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무심한 엄마가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 무심히 했던 말들 모두 모두 미안하고, 이제는 좀 더 세심한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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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5-06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들도 이렇게 배우면서 가르치는거죠 뭐. 동화책 참 좋아요. 그쵸?

꿈꾸는섬 2010-05-07 20:36   좋아요 0 | URL
동화책 보면서 배우는 것 맞아요.^^ 동화책 읽는 거 정말 좋아요. 요즘 아이들 재미있는 책도 많아 좋겠어요.ㅎㅎ

하늘바람 2010-05-07 0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도 어제 엄마는 너무 바빠 하더군요.
현준이는 아마 3월에 신입생이 많이 와서 상대적으로 현준이에게 신경을 덜 써주게 되니 속상해서 싫었던게 아닐까요

꿈꾸는섬 2010-05-07 20:38   좋아요 0 | URL
그랬을 수도 있겠어요. 요새는 태권도장 다니면서 많이 밝아지고 더 활달해지고 자신감이 넘쳐요. 어젠 현수가 아파서 아는 분께 부탁드렸는데 엄마 안간다고 뭐라 하지도 않더라구요. 오늘은 이제부터 혼자서 다니고 싶다네요.^^
 

잠을 자는데 "엄마, 추워~~" 울먹이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 깼다. 아이는 침대 아래 깔아놓은 이불로 내려가 있었고 춥다고 운다. 아이를 안으려고 팔을 잡았는데 열이 높다. 전주 주말내내 아프고 화요일 오후가 되면서 괜찮아졌다고 생각해서 어제 저녁 외식을 했는데 아무래도 무리였던걸까? 놀이방에서 놀다가 또 감염이 되어 온걸까? 이 생각 저 생각하며 해열제를 우선 먹였다. 해열제를 먹이니 땀이 좀 나고 아이는 다시 잠이 들었다. 

어제 점심에 아이들 유부초밥 해주었다고 했더니 남편이 자기 것은 없냐고 물었다. 아이들 먹을 것만 한탓에 남편 것은 없었다. 먹고 싶다고하면 바로해서 주려고 했었는데 됐다고 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좀 삐진 듯 보였었다. 

새벽 5시, 현수가 한번 더 깨서 나도 함께 일어났다.   쌀을 씻어 안치고 유부초밥 재료를 챙겨두었다. 오늘 6시에 나간다고 했으니 시간은 충분하다. 

남편이 일어나서 깜짝 놀란다.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고 있으니 안해도 된다니까라고 말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은 것 같다. 매번 새벽 일찍 나간다는 이유로 나가는 모습도 제대로 봐준적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슬그머니 들었다. 가끔 일찍 일어나는 날 도시락 좀 챙겨 보내줘야겠다. 출근하는 남편 뒷모습이 경쾌해 보인다. 

비가 내린다. 바람도 분다. 

그러고보니 어제 저녁엔 현준이가 저녁 먹은 걸 모두 토했다. 아무래도 현수에게 옮은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도 큰 아이라 면역력이 더 나은지 현수만큼 아프지는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다행이 열은 없다. 

요새 좀 씀씀이가 헤퍼졌다. 아무래도 죽음에 대한 허망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하나라도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고 생각했을때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너무 클 것 같다. 아둥바둥 살아간다고해서 더 잘 살게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적당한 지출은 필요한게 아닐까 생각하다보니 이것저것 살 것도 많았다.  

그래도 당분간은 좀 아껴야겠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좀 있어야할테니까 말이다. 

비가 오고나서의 청명한 하늘과 공기가 벌써 생각난다. 개운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아이들아, 제발 아프지 말아라. 아침엔 모두 씩씩하게 일어나길 바란다. 오늘 하루 기분 좋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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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0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목감기가 유행이라고 하네요. 목감기는 열을 동반해서 정말 속상해요.
섬님은 아이가 아프면 내과로 가시나요?
전 이제 내과 포기하고 그냥 이비인후과로 직행한답니다...
현준이랑 현수 빨랑 나아라........

저도 돈 아껴써야 하는데.. 제 원흉의 알라딘의 책 입니다.
아마도 책 구매비만 줄여도, 적금 하나 들겁니다!

꿈꾸는섬 2010-05-06 13:35   좋아요 0 | URL
전 청소년소아과로 가요. 벌써 여러번 병원을 바꿔봤지만 그래도 제일 잘 맞는 곳으로 가지요.
전 요새 알라딘에서 돈을 잘 안쓰게 되었어요. 신간평가단에서 오는 책도 그렇고 요새는 책을 잘 안사고 있네요. 안그래도 아들이 왜 책 안사주냐고 뭐라고 한소리 했는데 조만간 주문을 해야죠.ㅎㅎ

마노아 2010-05-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아이들이 아파서 마음 많이 쓰였겠어요.
그런데도 글 전반에 평화로움이 흘러요.
소박하고 단란하고 평안한 가정의 분위기에요. 이렇게 축축한 날에 보니 더 따뜻해요.^^

꿈꾸는섬 2010-05-06 13:36   좋아요 0 | URL
아파도 어린이집에 가겠다고 떼를 쓰는 현수때문에 웃음이 나와요.
현준이도 작년에 비해 면역력이 더 강해진듯 그닥 힘들어하질 않네요.
아이들이야 아프면서 크는 거잖아요.ㅎㅎ

水巖 2010-05-06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아프면 정말 태산같은 걱정으로 마음이 아프죠. 빨리들 일어나 뛰어놀기를 바랍니다. 날씨가 개이듯이....


꿈꾸는섬 2010-05-06 13:37   좋아요 0 | URL
아픈대도 잘들 놀아요.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ㅎㅎ

전호인 2010-05-0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아이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군요. 요즘 독감이 무척 심하고 오래가는 것 같더라구요. 빠른 쾌유를 바랄께요. 아이들이 아프면 내가 아픈 것이 낫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

꿈꾸는섬 2010-05-07 20:30   좋아요 0 | URL
좋은 아빠세요. 아이들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 엄마나 아빠나 마찬가지군요.^^
오늘은 좀 좋아진 것 같아요. 조심해야겠어요.^^

같은하늘 2010-05-1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아파서 속상하셨겠어요.
그래도 새벽부터 옆지기님의 도시락을 챙기시는 꿈섬님의 마음이 너무 예뻐요.^^

584 2010-05-11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