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모든 것이 그렇듯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촌동생의 수업을 끝냈다. 

1월부터 우리집으로 공부를 하러 오던 사촌동생의 수업을 어제 끝냈다. 

주말마다 적당한 양의 숙제를 내주었는데 녀석은 한번도 제대로 해온적이 없었다. 주말마다 집에서 무얼하며 지내는지 그것까지 내가 신경써야한다는 건 정말이지 지독하다 싶다. 

주말마다 읽으라고 건냈던 책들도 하나도 읽지 않았고, 아이가 책을 읽는지 검사해달라고 작은엄마께 부탁드렸는데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달에 시험기간이 잡혔고 그러니 저도 어쩔 도리없이 열심히 하지 않겠는가 싶었다. 

하지만 시험기간이 잡힌 것과 상관없이 녀석은 숙제를 제대로 해오질 않는다. 처음부터 잘못 잡은 내 탓일 수도 있다. 

사실 전번 월요일엔 화가 많이 나서 이런식으로 할거면 우리집에 오지 말라고 말했다. 물론 작은엄마께도 전화드렸다. 미안하다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월요일, 금요일에 신신당부를 했고, 녀석은 알겠다고하고서는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 

그동안 해온 습관대로 해오지 않았던 걸 수도 있고, 정말 우리집에 오기가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이라고 우리집에 오는 것이 좋은 일만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의 거래는 빨리 끝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그 녀석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홀가분함이 더 컸던 것 같다. 다만, 화를 내며 마무리 지은 것이 못내 아쉽다. 

남편은 말한다. 세상의 공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고. 내 돈 주고 문제집 사고 우리집에서 내 가족들이 희생하며 공부를 했지만 그게 결국엔 공짜여서 열심히 안 한거란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마무리가 너무 안 좋았다. 끝을 아름답게 마치고 싶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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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일만에 서재에 오셨어요.^^
전 무슨 일이 있으신가 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어요.
고생하셨어요.

꿈꾸는섬 2010-04-06 10:39   좋아요 0 | URL
앗, 그랬나요? 제가 요새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모르게 바빴던가봐요.
ㅋㅋ 후애님 걱정해주시니 기분이 좋은데요.^^

2010-04-06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6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6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6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04-06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무리가 좀 그렇지만 잘 하셨어요.
조카 때문에 내 가족이 스트레스 받으면 안 되잖아요.

꿈꾸는섬 2010-04-07 22:1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하지만 내 가족의 스트레스는 확실히 줄었어요.^^ 소나무집님 감사해요.^^

순오기 2010-04-06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우는 일엔 절대 공짜 안 통해요. 비싼 돈내야 제값을 하려고 열심을 내지요.
고생하셨어요~~ 공부는 할 놈이 하려고 해야지, 아무리 가르치는 사람이 열심내도 소용없잖아요. 마무리가 맘에 안 들어도 끝났으니 짐을 내려놓으세요.

꿈꾸는섬 2010-04-07 22:1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또 배워요. 공부도 할 사람이 해야하는게 맞는 듯 해요.^^ 순오기님 고맙습니다.ㅋㅋ

프레이야 2010-04-0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고생하시고 끝이 마음 편하지 않으셨다니 안타까워요.
저도 그럴 때가 많아요. 어차피 모두가 사람관계이다 보니
참 쉽지가 않아요. 마음 편히 갖도록 해요.^^

꿈꾸는섬 2010-04-07 22:12   좋아요 0 | URL
사람관계가 참 어려워요. 잘 해주고 싶었는데 마무리가 안좋아서 내심 속상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들이랑 신랑이 좋아하니 저도 좋아요.^^

같은하늘 2010-04-0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맘이 편치 않아서 어째요. 저도 요즘 서재에 자주 들르지 못하니 항상 뒷북을 치게 되네요.^^

꿈꾸는섬 2010-04-08 12:46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그래요.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날 신호등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온 세상이 하얗게 보인다면, 나는 어떨까?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은 어떻게 될까? 솔직히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가에 대해서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공감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모두가 눈이 멀었는데 나 혼자만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정말 끔찍할 것만 같다. 몇해전 영화로도 상영되었다는데 그 화면은 얼마나 더럽고 끔찍할까 생각하니 솔직히 영화로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접촉한 사람들이 서서히 눈이 멀게 되고 국가에서는 눈이 먼 사람들을 정신병동에 감금한다. 눈이 멀지 않았지만 눈이 먼척 남편을 따라 병동에 들어간 아내, 그녀만이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새 이성적인 판단도 흐리게 만들어 병동 곳곳은 사람들의 배설물로 더러워지고 먹을 것이 부족해지고 사람들은 늘어나면서 거의 전쟁 수준의 다툼이 일어나기도한다. 심지어 사회에서의 깡패조직은 병동안에서도 깡패짓을 일삼는다. 처음엔 사람들의 재물을 거두어들이고, 다 걷어들인 깡패들은 밤마다 여자들을 받치라고 한다.  

정말 여자는 어느 곳에서나 수탈의 대상이 된다. 가슴 아프다. 힘없고 약한 여자들을 짓밟아야 성이 차는 남자들의 본능은 정말 끔찍하다. 

눈이 먼 사람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수 없는 위치에 있으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늘 두려움을 갖게 한다. 담장 밖에서는 군인들이 총을 겨누고 있고, 병동 안에서는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것, 결국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한 사람이 눈이 먼 것을 시작으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심지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어버린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도시에 썩어가는 시체들, 슈퍼마켓 등 먹을 것을 찾아 부랑하는 사람들, 썩은 시체를 뜯고 먹고 사는 개들, 더이상 도시는 깨끗하게 잘 정비되어 있지 않다. 심한 악취로 가득한 썩은 도시를 눈이 먼 사람들이 걸어간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찾기를 포기하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찾기 위해 남의 집을 점거하기도 한다. 

도시의 문명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 눈이 멀기 시작한 도시를 통치하던 사람들도 서서히 눈이 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원시사회의 사람들처럼 산다. 어느 곳이든 쭈그려 앉아 변을 보고 더러운 곳에서 썩어가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가스며 전기, 어느 것 하나 눈이 먼 사람들은 공급받을 수 없다. 우리는 그만큼 무기력한 존재들인 것이다. 다만,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아 싸우고 다투는 나약한 존재들인 것이다. 병동에서 나와 먹을 것을 찾아나섰던 그녀가 지하창고에 쌓여 있는 먹을 것을 들고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나오며 풍기던 음식 냄새를 쫓아 지하창고에 문을 연다. 미끄러운 계단에 한꺼번에 밀려들어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 눈먼 사람들, 우린 얼마나 나약한 사람들인가 말이다. 

의사부부의 집에서 아늑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엔 볼 수 있는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녀만은 눈이 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녀가 잃지 않은 것은 희망이었다. 남편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거라는 희망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첫번째로 눈이 멀었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던 것도 자신들의 집을 지켜야한다는 책임과 결국엔 눈을 다시 뜨게 될거라는 희망때문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비가 쏟아지는 발코니로 세여자가 나와 더러워진 신발들과 옷가지를 빨고 자신들의 몸을 씻었던 장면인 것 같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아무래도 자신들을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일테니까 말이다. 세 여자의 영상이 내 눈 앞에 그려진다. 아마도 무척 아름다웠을 것 같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참, 멋지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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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4-0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셨군요. 전 구매해서 본다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아직 구매못했다는..
나중에 볼 기회가 오겠지요.^^

꿈꾸는섬 2010-04-06 10:40   좋아요 0 | URL
저는 빌려보았죠.ㅋㅋ 후애님 안보시는게 좋을듯 후애님 비위 약하신데 읽으실 수 있을까요? 엄청 끔찍해요.
 

어제는 아이 둘을 모두 데리고 집에 있었다. 

집밖에 나가면 바로 택시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콜택시를 부르고 기다려야하는데 남편의 몸상태가 안 좋았고 아이들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차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벽에 남편을 태워다 주고 10분정도 걸려 집으로 왔는데 아이들이 깨서 엄청나게 울었다.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아이들 우는 소리가 우리 동 앞에서 진동을 했다. 고요함 속에 아이들 울음이 울려퍼졌다.  

얼른 올라가서 아이들 꼭 안아주고 깜짝 놀랐냐고 묻고 다음부터는 울지말고 전화하라고 알려 주었다. 

A4용지에 큰 글씨로 엄마,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큰아이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시켰다. 처음에 더듬더듬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는지 아빠에게 시도때도없이 전화를 건다. 물론 엄마에게도. 

그리고 오늘 유치원을 잘 다녀오면 할아버지, 할머니 전화번호도 알려주겠다고 했다. 나는 잊고 있었는데 총기가 밝은 현준이 약속을 안지키냐며 얼른 전화번호 적어달라고 졸라서 알려주었다. 그랬더니 전화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통화를 한다. 

6살이면 이런 일이 어렵지 않구나.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할 일이 생기면 남편을 사무실까지 태워다주고 와도 괜찮다고 현준이가 말한다. 그러면 현수 울지 말라고 위로하고 자기가 전화를 걸겠다고 약속을 한다. 

한번도 아이들만 놔두고 나갔다온적이 없었는데 처음 있는 일치고는 아이들도 엄마 말을 알아듣는 것 같고, 현준이는 이제 전화할 수 있으니 걱정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니 한시름 놓인다.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무지 흐뭇하다. 

오늘 현준이는 유치원 가는 길에 울지 않았다. 어제 하루종일 보듬고 좋아할만한 일을 해주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었더니 마음이 좀 풀렸는가 보다. 비가 오는 길을 우산을 쓰고 뛰어가며 활짝 웃었다.  

고맙다, 아들아, 잘 자라주어서. 너무 조급하게 굴었던 엄마가 반성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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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1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3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페이퍼를 보니 그동안 심란했던 님의 마음을 한방에 날려주었네요.^^
맞아요~ 애들은 때론 예상치 못할 정도로 의젓하지요.
그러나 말도 안되는 억지부리며 떼를 쓰기도 하고요~~~ 현준이도 봄을 탓나 봅니다. ^^

꿈꾸는섬 2010-04-01 13:23   좋아요 0 | URL
현준이도 봄을 탓던 게 맞는 듯 ㅋㅋ
그런데 저는 아직도 봄을 타고 있는 듯해요.ㅋㅋ

같은하늘 2010-04-01 0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많이 놀랬을텐데 의젓하게 받아들이니 기특해요. 제가 알라딘에 접속하지 못하는 동안 꿈섬님께 이래저래 일이 많으셨네요.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한것 같아 미안해요.^^ 아무리 힘이 들어도 아이들어 있어 행복한 우리는 엄마잖아요.

꿈꾸는섬 2010-04-01 13:23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위로를 받으니 좋은걸요. 그동안 안오셔서 너무 서운했다구요.>.<
ㅎㅎ다시 뵈니 좋아요.
우린 정말 행복한 엄마들이에요.^^

후애(厚愛) 2010-04-01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기특해요!
가끔씩 저도 누구랑 통화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꿈꾸는섬 2010-04-01 13:25   좋아요 0 | URL
여자들은 전화 통화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풀잖아요. 후애님에게도 통화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너무 멀리 계셔서 전화요금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4-0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거는 법을 배웠군요... 요즘 현준이가 하는 행동마다 이쁘네요.
신나게 이곳저곳 전화하는게 눈에 선합니다.
선물은 고민하다가 결국 못 사셨다구요? 아하하.... 저런.

꿈꾸는섬 2010-04-01 21:06   좋아요 0 | URL
ㅋㅋ고민하던 선물은 결국 못샀어요. 실용적인 엄마라 결국 자질구레한 몇가지들을 담았어요. 나중에 페이퍼에 올릴게요.^^
 

차가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오늘 내린 비는 봄비라고 하겠다. 

현준이 유치원 데려다주는 길에 본 사람들의 옷차림은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만은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싶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내일은 투명한 햇살이 하루종일 내리쬘 것만 같다. 

그렇게 봄은 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은 3일째 몸살로 아프다고 끙끙댄다. 남의 집 일에 몸이 많이 고달팠던 것 같다. 일이 없는 날도 매일 출근해서 차 점검해주고 수리하고 하루도 쉴새없이 일한 탓이라고 해도 평소의 남편 체력이라면 하루정도 아프고 말았을 것인데, 일이 많이 고된가 보다. 

보통 비가 오는 날엔 현장 상황이 안좋아서 일을 안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 남편이 하는 일은 그렇지가 않은가 보다. 비가오는 날은 노면이 미끄러워 위험하니 아무래도 더 힘들 것 같다. 

3월 마지막 날, 몇시간뒤면 4월이다. 그리고 우리 아들 생일이기도 하다.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신발 두켤레가 왔는데, 현준이 현수 모두 너무 예쁘고 좋다고 좋아라 한다. 그런데 둘다 크게 나온 듯 헐거워서 자꾸 벗겨질 것 같다. 딱 맞는 걸 사주고 싶었는데.... 

그래도 현준이는 커도 신을만한데 현수는 걷다가 넘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다. 

결국 현준이의 선물은 고민만하다가 못 샀다. 

내일 유치원 보내놓고 나가서 사와야겠다. 

아침에 간단하게 미역국 끓이고 생선만 구워야겠다. 사실 아침은 부담스러운지 많이 먹질 않으니까 간단하게 차려주어야겠다. 그리고 저녁엔 잡채를 해야겠다. 그리고 부드럽게 불고기로 할까 아님 오랜만에 갈비찜을 할까 했지만, 불고기로 해야겠다. 그게 더 저렴하니까. 그리고 잊지 말고 케잌도 사고 수수팥떡도 사다가 줘야지. 아참, 꿀떡도 좀 사야겠다. 

현준이가 저녁을 먹으며 내일은 자기 생일이니 자기 마음대로 하겠단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길래......은근히 겁난다. 

매주 수요일 재활용하는 날, 좀 이른 시간부터하면 내가 갖다버리면 좋은데 우리동네는 늘 6시쯤 되어야한다. 아이들 두고 나가기도 그렇고 데리고 나가는 건 더 그렇고 결국 남편이 매번 버렸는데 오늘은 몸이 고달프니 화를 버럭 낸다. "쓰레기 좀 그만 만들어. 쓰레기 버리는 것도 너무 힘들어." 우리 언니네처럼 매일매일 아무때나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내가 내다 버리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설치는 아이들 덕분에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해서 하루종일 피곤했다. 아이들 낮잠 재우며 나도 잠깐 잤더니 지금은 또 졸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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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4-01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이니 자기 마음데로 하겠다는 현준이가 귀여워요. 가까우면 케익을 만들어 주고 싶네요.^^ 그나저나 매주 수요일에 재활용을 하는건 양호한거랍니다. 저희는 한 달에 한 번 밖에 안하거든요.ㅜㅜ

꿈꾸는섬 2010-04-01 13:27   좋아요 0 | URL
앙, 같은하늘님 옆집으로 이사가고 싶어요.
전 만들지도 못하고 시도도 안하니 결국 제과점가서 사왔어요.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만들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도전해봐야겠어요.ㅋㅋ

한달에 한번 재활용은 정말 너무하는걸요.ㅜ.ㅜ

水巖 2010-04-01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동생이 있으니까 더 일찍 의젓해지겠군요.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기를 빕니다.

꿈꾸는섬 2010-04-01 13:27   좋아요 0 | URL
수암님 고맙습니다. 건강하고 예쁘게 키우겠습니다.^^

후애(厚愛) 2010-04-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곳은 어제와 오늘 날씨가 무척이나 좋아요. 먹구름은 좀 있었지만요.ㅋㅋ
봄 소풍가고 싶네요. ㅋㅋ

꿈꾸는섬 2010-04-01 13:28   좋아요 0 | URL
후애님 고마워요.^^
여긴 어제 오늘 잔뜩 흐려요. 비도 간혹 내리구요.
봄 소풍, 저도 가고 싶어요.ㅋㅋ

무스탕 2010-04-0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생일 축하해요~ ^^
자기 주장이 뚜렷하네요. '내 생일이니 내 맘대로 하겠다' ㅎㅎㅎ
항상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래요.

꿈꾸는섬 2010-04-01 13:28   좋아요 0 | URL
뭘 맘대로 하겠다는 건지 겁나요.ㅋㅋ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게 노력할게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 김이설 소설집
김이설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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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는 왠지 '아무도 말하지 않던 것'을 말해야할 것만 같다. 하지만 난 여자고, 엄마고, 아내이고, 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일까? 너무 아파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붕괴된 가족들, 그 안에서 상처를 받는 건 늘 여자의 몫인 것 같다.  

<열세살>, 남편을 잃고 딸아이를 데리고 노숙을 하는 엄마, 하루종일 차가운 지하철 계단 바닥에 엎드려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딸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다 남자들의 배설구가 되어가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가며 살아간다.  

<엄마들>, 아버지가 지은 빚때문에 가족이 뿔뿔히 흩어져 산다.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1년동안 숨어 살며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대리모를 한다. 다른 사람의 난자와 정자가 자신의 몸에 자라는 10개월, 정말 살 수 있었을까? 아이를 갖고 싶지만 갖을 수 없는 계약자까지 두 여자의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순애보>, 정말 이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리얼했다. 바람난 엄마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딸을 버리고, 딸이 만난 중년의 남자가 아이가 거둔다. 그는 아빠가 되고 그녀는 아빠의 딸을 낳는다. 그녀를 사랑하는 말더듬이 남자, 사랑을 거절 당하자 아이의 혀를 자른다. 엄마가 갈거라던 항구를 매일 밤 다른 남자들의 차를 얻어타고 다녀오는 그녀, 버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그것이 자신을 낳은 엄마였으니 말이다. 꿩을 잡는 그녀의 칼이 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작고 여린 것들의 상처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다. 

<환상통>, 결혼 몇년 아이가 없자 부인과에서 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자궁암을 발견한다. 엄마의 극진한 간호에 자궁암 수술을 하고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엄마가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나의 항암치료의 고통을 엄마도 고스란히 겪고 있는 것이다. 이중의 고통, 이것 또한 작가는 나를 아프게 했다. 자궁이 없다는 것은 여자가 아니라는 것일까? 남편과 이혼을 하고, 이혼에 괴로워하던 남편은 재혼을 하고 암정기검진을 받으러 간날 남편과 함께한 배가 불룩한 여자를 본다. 엄마의 자궁이 적출되던 날 보았던 작은 덩어리, 그녀의 배가 아렸다는 환상통이 이해가 간다. 

<오늘처럼 고용히>, 남편의 경제적 무능함이 한 가정의 안위를 해칠 수 있다는 걸 절실히 생각했다. 아이를 낳고 젖도 떼기 전에 이런저런 부업을 해야했던 그녀, 친하게 지내던 엄마가 소개한 노래방 도우미 일, 노래만 부르던 것이 손을 잡히고 몸을 더듬게 하고, 결국 여관으로 가게 된다. 남편의 미행을 알면서 일부러 멈추지 않은 그녀의 마음은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결국 아이가 있던 집은 불에 타고 남편도 사라지고, 그의 형과 살게 되는데, 역시 여자라 아팠다. 모진 고통과 아픔과 상처로 이루어진 가정이라고 할 수 없는 공간, 그곳에 오게된 어린 아이 혜경이, 생리혈로 젖은 속옷을 감추기 위해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가방 깊숙한 곳에 숨기는 아이를 범하는 남자. 죽지 않게만 해달라고 부탁하던 혜경의 엄마, 자신은 재혼한 남자를 죽이고 자신도 결국 목숨을 끊었으면서 어쩌자고 딸아이 혼자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남겨 둔 것일까? 남자들의 배설구가 되어있는 여자라는 존재에 가슴이 아프고 치가 떨렸다. 결국 남자를 죽이고 냉장고에 넣어둔 그녀의 선택은 또 어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혜경의 낙태와 남자의 죽음, 결국 우리는 알면서도 죽일 수밖에 없는게 아니었겠는가. 

<손>, 정상적이지 못한 사람의 분출하고자 했던 욕망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싶다. 모든 일상을 지배하는 손에 대한 집착, 그것을 뭐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막>, 삼류 극단의 배우, 그녀의 오디션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일, 매일 밤 외로운 남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었기에 살 수 있었다는 그녀. 여자라 슬프다. 

<하루>, 마치 내 주변의 이야기를 보는 듯 했다. 6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나의 일상도 아마 그녀의 일상과 같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즐겨찾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는 듯 하기도 했다. 작가가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 왠지 친근감을 갖게 했다. 아마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그녀가 나같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찾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좀 너무하단 생각을 했던 건 사람을 그리워하던 지훈엄마의 외로움이 자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그걸 바라보는 그녀의 차가운 시선이 정말 소름돋을 정도였다. 사람 사이가 그렇고 그런것이지라는 생각과 늘 주변 아줌마들 조심하라던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온갖 정성으로 대했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찬바람을 날리며 가버렸던 경험이 있던 난 지훈엄마의 마음을 알듯 모를듯 이해를 하려고 해본다. 

작가가 써내려간 그녀들의 인생이 너무 서글프고 속상해서 마치 면도날로 손목을 그은 듯 죽음으로 향해가지만 죽지 못하고 다시 살아질 것만 같았다. 삶의 나날이 행복하고 즐겁고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나도 그 나락을 타고 떨어져 내릴 수도 있는게 인생이니 말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바르게 살아가고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고 결심한다. 덕지덕지 때가 앉은 아이의 목덜미를 바라보는 어미의 심정은 어떨까? 노숙을 하거나 다른이의 아이를 품거나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과 몸을 섞으며 살아야한다는 것, 또 그녀들의 인생이 상처투성이로 얼룩졌을지라도 숨을 들이 마시고 밥을 먹고 살아가야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예전에 수능준비하며 다니던 재수학원에서 만났던 그녀들이 생각나게 했던 책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녀들, 쪽방같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매일 영어단어와 수학공식과 씨름하며 살았던 그녀들, 서울 물가에 비해 늘 턱없이 부족했던 용돈때문에 젊은 그녀들도 가끔 도우미를 한다고 했었다. 나보다 두서너살 어리던 그녀들에게 인생의 선택을 너무 쉬운 쪽으로만 결정하지 말길 당부했지만 그녀들의 아름다운 젊음을 포장할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했다. 오늘 이 책을 마저 읽으며 그녀들을 생각했다.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있는지, 이제는 모르는 남자들 속에 섞여 탬버린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런 인생을 살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늘 남편이 얘기했던 남자들의 짐승본능을 읽는다. 욕을 지껄이고 여자를 짓밟고 때리는 그들이 아직 우리 사회 어딘가에 있다는게 두렵고 무섭다. 제발 모든 가정이 온전히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함께 한다. 

부디 모든 가정이 온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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