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가 된 남편 때문에 주문 버튼 누르기가 참 버거웠다. 이제부터 빠듯한 생활을 해야하기에 더 많이 아끼고 아껴야 할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며칠전 시할머니 제사에 다녀오며 남편은 또 돈 2만원을 우습게 생각하더라. 아버님 형제분들이 시할머니 돌아가신 뒤로 남매계를 하신다고 했었다. 회비를 2만원씩 내야하는데 아버님은 장애인이 되셨고 벌이도 없으니 1만원만 내겠다고 하셨다. 결국 그 회비를 내지도 않으셔서 2년치를 한꺼번에 내드린 적이 있었다. 그 뒤로는 1만원씩 꼬박꼬박 챙겨 드렸는데 이번에 우리도 2만원씩 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왜 우리가 내야하냐고요? 하고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마음 씀씀이 큰 남편, 그러겠다고 즉석에서 말한다. 사실 우리가 그 회비만 낸다면 큰돈은 아니지만 그것도 무시 못할 것이 매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큰집도 1만원씩 냈었는데 2만원씩 내라니까 장손은 안된다고 단호히 거절하더라. 우째, 내 남편은 그러질 못하냐는지, 그날 참 마음에 안 들더라. 이렇게 해서 한달에 여기저기 회비로 내는 것만 12만원이다. 이건 뭐 적금도 아니고 그냥 나가는 돈이니 좀 아쉽다. 물론 큰일 치를때 되돌아오긴 하겠지만 말이다.  

주문을 계속 미루고 미루었던 건 언니네 집에서 조카 책을 잔뜩 싸가지고 왔다. 요새 아이들 문고판이 왜 이리 재미있는지, 게다가 부담없이 한권씩 읽으니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그 책 읽으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순오기님 서재에서 오늘 알사탕 준다고 우인소를 주문하신단다. 알사탕 그게 뭔지 아직 제대로 써보지도 않았기에 나도 동참해서 한번 질러주었다. 어제 중고샵에서 잔뜩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책들이 하나둘 품절이 되어간다. 서둘러 주문을 했는데 또 한권이 절판되었다고 결제가 안되었다. 손을 벌벌 떨며 주문을 했다. 쿠폰과 적립금을 적당히 사용해서 카드 결제는 5만원만 하였다.  

이금이 작가의 책들에 급관심을 갖는 중이다. 알사탕까지 준다니 얼른 주문을 한다. 순오기님께 땡스투도 눌러드렸다. 오즈마님 서재에서 보았던 김이설 소설집, 봐야지하고 담아만 두었는데 순오기님이 올리신 신문기사와 포토사진에 완전 혹해서 얼른 주문한다. 땡스투는 순오기님께 했다. 순오기님 글을 보면 안 사고 싶은 책이 없다. 요새 알라딘 배송때문에 짜증나서 주문을 미루었던 것도 있는데 어쩌겠나 사야지. 

 

옆집 언니가 존버닝햄의 검피아저의 뱃놀이를 선물로 주었었다. 지각대장 존이라는 책을 썼던 그 작가구나 생각하고 아이들과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고 좋았다. 존버닝햄 책도 앞으로 두고두고 사야겠다. 그중 우선 세권을 구입한다. 배꽃님과 올리브님의 리뷰를 보고 땡스투도 눌렀다. 요새 알라딘 상자에 자기들 책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는데 이 책들이 오면 우리 아이들 엄청 좋아할 것 같다. 

 

 

 

 

 

 

 

2000년대 초반에 나왔던 소설들을 많이 못 읽었었는데 중고샵에 나와 있어 얼른 담았다. 중고샵에서 담아놓았던 책들 중 6권 정도가 품절되었다. 그 아쉬움이란......하성란, 권지예, 천운영, 배수아, 한강, 모두 관심있던 작가들이었는데 제대로 작품을 읽어보질 못했다. 그러고보니 모두 여작가들이구나. 모두 재미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특히나 중고샵에서 만나는 소설책은 보너스 받는 느낌이랄까.  

 

알라딘, 제발 배송사고 없이 일찍 보내주세요.^^ 얼른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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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2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주문 많이 하셨네여^^
전 그래도 마음 씀씀이 큰 옆지기님 멋져보여요.

꿈꾸는섬 2010-03-23 20:23   좋아요 0 | URL
중고책이 많아요.^^ 살림하는 사람은 너무 빠듯해요.

blanca 2010-03-2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중고샵 책은 바로 주문해버려요. 없어질까봐. 초조해서^^;; 너무 사랑스러운 시스템인 것 같아요. 저도 책 값을 아껴보려고 발버둥치는 중이랍니다. 너무 동감가요.

꿈꾸는섬 2010-03-24 18:3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래도 주문할때 모아서해야 돈을 덜 쓰니 할 수 없죠.ㅎㅎ

순오기 2010-03-2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지름신을 부르는 페이퍼를 자제해야겠군요.
하지만 도서관을 이용하면 다 사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은 다 읽었는데 리뷰 쓰려니 심란하네요.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나왔을 때 구입해서 갖고 있어요.
소설이나 그림책을 중고샵에서 건지면 횡재한 기분이죠.
데이비드 위즈너 그림책 네 권 건졌으니 완전 땡 잡았죠.ㅋㅋ
방금 꿈섬님께 땡투하고 교과서 따라 바르게 쓰기 7권 주문했어요.^^

꿈꾸는섬 2010-03-24 18:3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리뷰나 페이퍼는 정말 지름신을 불러 들여요.^^
도서관 이용해도 갖고 싶은 욕심은 어쩔 수가 없어요. 빌려 읽는 것들도 있지만 갖고 싶은 건 어쩔 수가 없지요.ㅎㅎ
땡스투 시스템은 정말 유용해요. 고맙습니다.ㅋㅋ

후애(厚愛) 2010-03-24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지르셨군요. 그저 부럽다는..ㅋㅋㅋ
행복한 독서 되시길~^^*

꿈꾸는섬 2010-03-24 18:35   좋아요 0 | URL
ㅎㅎ후애님의 선물보따리에 비하면...ㅎㅎ
후애님도 행복한 독서하시고 종종 뵈어요.^^

비로그인 2010-03-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옆지기님 새직장에서 잘 자리잡으신것 같아 다행이에요. 어련히 그러실 줄 알긴했지만요.
저도 요새 백수가 되고나니 책주문도 왜 그리 망설이게되는지.. ^^;

꿈꾸는섬 2010-03-24 18:36   좋아요 0 | URL
새직장이랄 것도 없이 알던 분 차를 운전하는거에요. 그저 성실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걱정은 없어요.
만치님 여유롭게 백수생활을 즐기시길 바래요.^^ 너무 오랜만이세요.ㅎㅎ
 


알라디너 인기서재



마주하다
- 꿈꾸는섬



 

오늘 또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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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미지를 이렇게 보니 더 예뻐요. 큰 사진 하나 작은 사진 하나 나란히... ^^

꿈꾸는섬 2010-03-23 12:05   좋아요 0 | URL
ㅋㅋ인기서재 캡쳐하는 재미에 빠졌어요.^^

무해한모리군 2010-03-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호 인기서재 꿈꾸는섬님 ^^

꿈꾸는섬 2010-03-23 20:2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하늘바람 2010-03-2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축하드려요 멋지네요

꿈꾸는섬 2010-03-23 20:23   좋아요 0 | URL
캡처하는 재미에 빠졌어요.ㅎㅎ

프레이야 2010-03-2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축하해요.^^
전 안인기서재에요.ㅋ

꿈꾸는섬 2010-03-24 18:3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서재도 인기서재인걸요.^^
사진도 글도 너무 좋은 것들이 많아 늘 도움주시잖아요.^^

후애(厚愛) 2010-03-2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꿈꾸는섬 2010-03-24 18:37   좋아요 0 | URL
다음에 또 올리면 너무 웃길까요? ㅎㅎ
재밌어요.ㅋㅋ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 저학년이 좋아하는 책 8
이금이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서양에서 들어온 문화나 문물들이 우리 것들보다 인기가 더 좋은 건 왜 일까? 어쨌든 있어 보인다. 겉모습도 화려하고, 왠지 더 실용적인 것 같고, 우리 것보다 뭐든 좋아 보인다.  

요즘 우리가 차리는 밥상을 보아도 돈까스, 스파게티, 피자, 햄버거, 이런 것들이 아이들 입맛에도 맞고 어른들도 간편하니 즐겨 먹는다. 그리고 양상추를 비롯한 각종 샐러드 재료에 소스도 아일랜드 소스나 허니 머스타드, 뭐 이런 것들을 첨가해서 먹는다. 나도 샐러드는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봄에는 우리 땅에서 자라난 것들로 밥상을 차려보려고 노력한다. 얼마전 엄마가 다녀가시면서 함께 장을 보면서 돌나물로 샐러드를 해 먹으면 정말 좋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돌나물을 깨끗이 씻어 그 위에 초고추장을 살짝 뿌려 먹었더니 이 안에 봄 향기가 가득 풍겨 났다. 우리 아이들도 돌나물 샐러드를 잘 먹었다. 초고추장을 뿌리니 밥과 먹기에도 훨씬 좋았다. 돌나물만 해도 괜찮고, 거기에 미나리, 당근, 오이 등을 함께 곁들여도 좋다. 그리고 봄이면 달래무침, 달래 넣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입에는 쓰지만 입맛을 돋우는 씀바귀 고추장 무침도 너무 좋다. 우리 아이들은 겉절이를 좋아하는데 특히나 봄동으로 한 겉절이를 특히 좋아한다. 현수가 아직 세돌이 안되었지만 잘도 먹는다. 물론 덜 맵게 만드는게 중요하다. 

<김치는 영어로 해도 김치>를 읽으며 먹는 것, 입는 것, 또 우리 소중한 물건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가끔 게으른 엄마 때문에 김치 하나만 놓고도 밥을 먹는다. 물에 찍은 밥에 김치 하나 얹어주면 덥석덥석 잘도 먹는다. 친정에 가서도 맛있는 것들과 함께 꼭 김치를 먹는다. 외국인을 집으로 초대하고 우리 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먹거리가 얼마나 훌륭한지 일단 먹어봐야 알테니까 말이다. 책 속의 미국인도 김치의 우수성을 알고 일부러 김치를 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며 김치의 우수성을 모르는 우리 사람들은 반성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이 책은 모두 열두달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달마다 소재를 정해서 이야기를 썼는데 3월엔 김치, 4월엔 미역국, 5월엔 맷돌, 6월엔 물레방앗간, 7월엔 오미자 화채, 8월엔 무공해 짚, 9월엔 순두부, 10월엔 화로, 11월엔 흙집, 12월엔 떡, 1월엔 한복, 2월엔 문풍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금이 선생님의 글로 보는 이 책은 저학년 아이들이 보기에 좋을 만큼 내용도 어렵지 않고 재미도 좋으며 우리 것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8월 이야기, 무공해 짚 이야기는 짚으로 신발도 만들고 끈도 만들고 멍석도 만드는 등 다양하게 쓰이는 짚이 오래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환경을 헤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물건을 만들어 써오던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또한 11월 이야기 흙집도 마찬가지로 흙과 나무로 만든 집은 부시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새로 지은 양옥은 폐기물로 남겨 진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10월 이야기, 화로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소중한 꿈이 담긴 물건이라는 아이들의 해석이 참 좋았다. 엄마, 아빠 어린 시절 화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옛이야기도 하고 군밤, 고구마도 구워 먹으며 겨울밤을 지새우던 그 시절이 나도 가끔 생각난다. 

우리의 소중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이리 쉽고 재미있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이 있다니 참 좋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과 읽고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우리 것들을 찾아보는 놀이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금이 선생님의 책은 읽는 것마다 만족스럽다. 다음엔 또 어떤 책을 읽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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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금이 선생님이 이런 책도 내시는 군요

꿈꾸는섬 2010-03-23 20:22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네서 빌려왔는데 재밌더라구요.^^

순오기 2010-03-2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 작가님 책을 서재생활 하기 전에 읽은 것들은 리뷰 쓰기가 안 돼요.
다시 보고 써야는데 학교 아이들이 계속 돌아가며 읽는 중이라...

꿈꾸는섬 2010-03-24 18:38   좋아요 0 | URL
그렇죠. 다시 읽고 쓰는 건 정말 힘들어요. 저도 알라딘 잠시 접었을 때 읽었던 책들은 엄두가 안나요. 요새나 열심히 쓰는거죠. 이금이 선생님 팬이 되었어요.^^
 

어느날 우리집에 방문했던 책을 파는 아주머니, 난 그 아주머니가 지금도 참 고맙다. 돈이 넉넉치 않아 책 사는데 돈을 쓰는게 엄두가 나지 않았던 엄마, 아빠가 공무원이셨는데도 월급은 늘 할머니 차지였고, 엄마에게는 생활비도 넉넉하게 주지 않으셨다.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늘 부족하게 주셨단다. 엄마가 곗돈이라도 불라치면 어느새 아시고 곗돈 타는 것도 꼭 가져가셨단다. 늘 어렵기만 한 시어머니에 가까이 살면서 늘 제집 드나들듯 하던 시누이, 한 지붕 아래 살던 작은동서네, 장가 안 간 막내 삼촌, 그리고 우리 4남매. 우리집은 정말 대가족이었다. 대가족 먹여 살리느라 엄마는 정말 살이 찔 새가 없었다. 늘 고단하고 손은 거칠었다. 지금처럼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오던 시절도 아니었고, 빨래는 대부분 손빨래이고, 게다가 삶는 빨래도 매일 거르지 않았으니 엄마의 24시간은 정말 고된 노동의 하루였다. 큰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많은 희생을 치르셨다. 

여하튼, 엄마는 4남매의 고명딸로 태어났고, 외할아버지는 외삼촌대신 징용되어서 돌아가셨단다. 양평이 고향이셨는데 외할머니 혼자 사남매 먹여 살리는 것도 힘드셨을 거다. 그래서 엄마는 어느정도 나이가 드셨을때 엄마의 사촌 댁(서울)으로 들어가 살림을 도맡아 하셨단다. 그러다가 아빠와 중신이 서서 결혼을 하셨다는데, 결혼 예물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신혼초에는 구박도 많이 당하셨단다. 심지어 아빠도 할머니의 은수저 타령에 엄마에게 화풀이 꽤나 하셨단다. 그래서, 내가 결혼할때 다른 건 몰라도 은수저는 꼭 한벌 해주고 싶었다고 하셨었다. 엄마의 사촌댁이 워낙 잘 사셨으니 결혼 예물을 잘 챙겨줄거라고 생각하셨었단다. 하지만 엄마가 그 집 딸이 아닌데 어찌 잘 챙겨 결혼을 하실 수 있었겠는가. 

엄마가 43년생, 8살에 전쟁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다니며 겨우 한글을 배우고 있던 시절 그나마 그래서 한글은 겨우겨우 아신다. 형편이 어려우니 학교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하셨다지만, 엄마의 총기는 정말 뛰어나셔서 집안의 대소사를 어디 기록해놓고 외우시는게 아니라 오로지 엄마 머리로 외우고 계신다. 먼 친척분들 생신까지 엄마는 모두 기억을 해놓고 계신다. 심지어 어린 손주들 생일까지 모두 외우고 계신다. 그럴때면 정말 엄마의 기억력을 닮지 못한 내가 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날 우리집에 찾아온 아주머니, 아이들 책 꼭 사주라고, 책 사는 게 지금은 돈이 없어 못 산다고 해도 할부로 들여놓으면 한달에 얼마 안되고 아이들도 잘 클거라고 엄마를 설득하셨다. 엄마는 돈이 없으니 안되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동화책, 위인전집, 백과사전은 꼭 사주고 싶으셨단다. 그 책들을 사고 엄마는 매일 밤마다 뜨개질을 하셨다. 손재주도 뛰어나셔서 뜨개질을 정말 잘 하셨다. 코바늘로 예쁜 레이스를 만들어 식탁보도 만들고, 덮개도 만들고 재주가 정말 좋으셨다. 뜨개질 한장에 사오십원했던 것 같다. 할머니에게 들키면 안된다고 매일 불이 새나가지 않게 방문에 커튼을 꼭 쳐놓고 어두운 가운데 뜨개질을 하셨었다. 그리고 이불장 깊숙이 넣어두셨었다. 가끔 방 뒤짐도 잘 하시던 할머니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엄마는 얼마나 고단하고 힘드셨을까? 자식들 위해서 책 하나 마음껏 사주시지 못할 형편이라 당신 몸 아끼지 않고 일을 하셨으니 말이다. 

그때 엄마가 힘들다는 사실을 잘 모르던 철부지 어린아이가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었다. 정말 내가 겪어보니 알 것 같다. 자식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말이다.  

그래도 가끔 엄마는 내게 말하신다. 

" 그 놈의 책 읽으면 밥이 나오냐 떡이 나오냐."  

한 가득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며 엄마는 늘 아리송한 말들을 한다. 그래도 가끔 엄마가 사준 책을 제일 열심히 읽었던 내가 엄마는 참 좋았을 것이다.  

집이 망해서 아주 궁색한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 좋아하던 책들을 가장 먼저 버렸다. 그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물론 내가 고학년이 되었으니 아이들이나 읽을만한 책들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그 책을 버리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었다. 그 책들은 나의 영혼을 살찌우던 진실한 친구였으니까 말이다. 하도 울어서 오빠한테 한대 맞기도 했었다. 우리 오빠는 나와 달리 책을 멀리하던 사람이었으니 그때 내 마음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책에 빠져서 하루종일 방안에 있었던 적도 있었고,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이 얘기하는 것을 잘 듣지 못할때도 많았다. 그래서 혼이 났던 그 어린시절이 오늘은 참 애닮게 그립다. 

지금이라도 기억 저편에 있던, 엄마가 사주신 책의 추억이 되살아나서 좋다. 

엄마, 나 어릴때는 왜 그렇게도 어리석은 행동을 많이 했을까요? 지금 되돌아보면 왜 그때는 그리도 엄마가 힘들거라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엄마는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늘 그렇게 해야한다고만 생각했어요. 죄송해요. 정말 많이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엄마가 제 엄마라 늘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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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03-2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절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해요. 우리들의 어머니...ㅜ.ㅜ

꿈꾸는섬 2010-03-22 15:53   좋아요 0 | URL
엄마에게 어떻게 갚으며 살 수 있을까요? 엄마가 해주신 반도 못 돌려 드릴 것 같아요.ㅠ.ㅠ

마녀고양이 2010-03-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모님께 죄송한 부분이 많더라구요. 왜그리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
요즘 늙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맘이 짠해요.. ㅠㅠ

꿈꾸는섬 2010-03-22 15: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우린 너무 당연하게 받아온 것 같아요. 살아계실때 잘 해드려야할텐데 말이죠. 아이들 키우다보면 자연히 소홀해져요.ㅠ.ㅠ

하늘바람 2010-03-2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
저희 엄마는 제 기억에 동화책같은 책을 사준 기억이 없네요 하지만 그걸 더 감사히 여겨요 왜냐면 그래서 책이 너무나 소중했고 책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꿈꾸는섬 2010-03-22 15:57   좋아요 0 | URL
저도 엄마가 사주신 유일한 전집들이었어요. 그때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제야 알아요. 저 너무 어리석죠.ㅠ.ㅠ

hnine 2010-03-23 0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집이라는 것은 꿈도 못꿔보고 늘 친구 집에 가서 빌려보던 것이 생각나서 지금 이 나이에도 가끔 엄마께 그런 얘기를 하곤 했는데 그런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이렇게 헤아리시는 꿈꾸는 섬님의 마음이 저보다 훨씬 넓고 깊네요.

꿈꾸는섬 2010-03-23 10:47   좋아요 0 | URL
저도 커서는 늘 빌려 보았지요. 그땐 부모님 힘든 것 보단 못해주시는 것에 불만이 더 컸지요. 저도 이제사 깨달으니 나인님이나 저나 마찬가지일거에요. 나인님 서재에서 보았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덕분에 옛 기억이 나더라구요.

2010-03-23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23 10:50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전 정말 부모님 속 무지 썩였거든요. 말도 무지 안들어 엄마 많이 힘드셨을거에요.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하는데 자식들 먼저 챙기다보니 그러질 못해요.ㅠ.ㅠ
저희 엄마도 사는 형편이 넉넉치 못하고 몸이 너무 고달파 그러셨을 것 같아요. 여자들은 집안일도 좀 돕고 해야하는데 늘상 책만 붙잡으면 아무 것도 안했거든요. 그때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지를 이제야 아니 제가 너무 바보 같아요.

순오기 2010-03-2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친정어머니가 힘든 시집살이를 하셨네요.
그래도 꿈에도 그릴 전집도 사주시고...좋은 엄마셨네요.^^
촌에서 유년기를 보낸 저도 내집에 꽂은 책은 꿈도 못 꾸고
중학교에 간 언니 친구집에서 빌려보는 것으로 만족했지요.
엄마의 마음을 어찌 다 짐작이나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내 자식 키우며 알아가는 거지요. 친정어머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계시기를 바래요.

꿈꾸는섬 2010-03-23 10:53   좋아요 0 | URL
시집살이 정말 힘들게 하셨죠. 엄마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파요. 꼬장꼬장한 시어머니, 얄미운 시누이, 망나니 시동생, 밖으로만 도는 남편, 정말 자식때문에 사셨을거에요. 예전에 정말 사는게 너무 고달파 도망가고 싶었는데 우리 4남매 눈에 밟혀 못가셨대요. 정말 엄마 안 계셨으면 우리 어떻게 자랐을지 모르죠. 많이 가르치진 못하셨어도 반듯하게 키워주신 것 같아 늘 감사드려요. 저도 자식 키워보니 엄마를 아는거지요. 겪어봐야 안다는 말을 이제야 알아요.

전호인 2010-03-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날 우리의 위치를 만들어 주신 위대한 분들의 표상, 우리의 어머님들이시지요.
당신이기보다는 내새끼가 최고인 그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어머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꿈꾸는섬 2010-03-23 10:5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머니가 안계셨다면 우리가 있었을까 싶어요. 늘 고단한 삶에 힘들고 지쳤어도 자식들 보는 낙으로 사셨다는 엄마 말씀이 요새 무슨 말이지 알 것도 같아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 창비아동문고 219
유은실 지음, 권사우 그림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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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 시절 마루에 놓여 있던 커다란 책장엔 삼촌이 모으던 책들과 백과사전 전집, 동화 전집 그리고 위인 전집이 꽃혀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언니들 공부하는 어깨너머로 배운 한글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좋았었다. 늘 큰 집안 살림에 바쁜 엄마는 새벽부터 밤까지 늘 바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설거지, 많은 식구들 빨래(이때는 세탁기라는 게 없었다. 그나마 짤순이라는게 생겨서 참 신기해하던 때였다. 그러고도 몇년 뒤에 세탁기라는게 생겼는데 지금의 세탁기와는 정말 다르다.), 점심식사준비, 설거지, 청소, 저녁식사준비, 설거지, 정리, 정말 매일매일이 너무도 바쁘셨다. 단촐한 가정도 아니었고 대가족이 함께 사는 집의 살림을 엄마 혼자 하려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지금 생각하니 엄마의 인생이 너무도 고달프고 힘드셨을 것 같다. 그러다가 아빠가 실직을 하시고 엄마는 땔거리 먹을거리를 구하러 다른 집으로 일을 찾으러 나가시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큰언니가 엄마를 도와 살림을 많이 거들었다. 나는 막내라 늘 열외가 있었고, 그런 시간들에 나는 주로 책장에 있는 책들을 읽었다.  

그때 그시절 책을 읽는 게 내게는 가장 큰 행복이고 위안이었다. 엄마가 사주신 동화전집은 지금처럼 다양한 색상의 예쁜 그림은 아니었고 까만 글씨에 흑백 그림이 간간이 들어가는 그런 동화책이었기에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사촌동생이 책을 읽을 시기가 되면서 작은엄마는 색색의 예쁜 그림 동화책을 많이 사주셨다. 물론 그 책들을 받는 사촌동생이 늘 부럽기도 했었다. 그 집에 가서 전래동화전집을  몇번씩 읽었는지 모른다. 또 엄마는 사준적이 없는 동화 퍼즐도 사촌동생보다는 내가 더 많이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전집을 하나씩 꺼내 읽고 다 읽으면 다시 처음부터 동화책을 읽었었다. 위인전집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읽었더랬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의 비읍이처럼 저금통을 털어서 책을 살 수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사실 서점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엄마가 책을 사주신 건 방문판매하러 온 아줌마에게 할부로 구입했던 것이라서 그랬다. 그 당시에 서점에 가서 책을 사면 된다는 걸 알았다면 세배돈으로 받았던 돈을 들고 아마도 서점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때 내가 너무 어렸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씁쓸하다. 

비읍이의 엄마는 <말괄량이 삐삐>를 영화로 보고 책은 읽지 않는다고 엄마가 린드그렌 선생님 책을 읽기를 비읍이는 바란다. 텔레비전 세대에 걸맞는 설정이 아니었나 싶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텔레비전을 더 많이 보는 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비읍이가 좋아하는 책을 싸게 사기 위해 헌책방을 다니고 그곳의 그러게 언니와 사귀면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우리 어릴때는 책도 참 귀했던 것 같고, 책에 대해 무지했던 부모님 덕에 늘 집에 있는 책을 읽거나 나중에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친구들에게 빌려 읽었었다. 그리고 중3때 담임선생님이 다니시던 교회의 도서실에서 책도 많이 빌려 읽었었다. 그런데 빌려 읽었던 책들은 내가 정말 읽었었나 싶을때가 있다. 그때는 참 책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정작 내돈주고 사보지 않으니 내 책 같지가 않다. 

헌책방이라는 곳도 스무살이 넘어서야 알았으니 이 책의 주인공 비읍이는 나보다 얼마나 많이 성숙한가. 지금와서 돌아보면 참 많이 모르고 살았던 것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책을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비읍이처럼 적극적인 책 읽기는 안 되었던 것이니 말이다. 

요새도 엄마는 나의 책 사모으기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다. 저 책 다 뭐할거냐고, 아마도 어린시절 책에 대한 결핍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책을 사 모으며 살았을까?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책에 대해서 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책 사는 돈은 정말 아깝지가 않다. 

요즘처럼 예쁜 그림에 좋은 내용을 담은 책들을 다양하게 접하며 살았다면 지금처럼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요새 아이들이 부럽고 또 부럽기만하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모든 걸 다 누리며 살고 있는 것도 부럽고 책 하나 하나 멋진 글들이 가득하니 부럽기만 하다. 벌써 한세기 전, 먼 나라에 살고 있는 린드그렌 선생님의 책을 이리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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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이들이 마냥 부러워요.
어릴적에 보고싶었던 동화책들이 정말 많았지요..
책에 굶주려서 그런지 책 욕심이 많이 나네요.^^

꿈꾸는섬 2010-03-22 11:04   좋아요 0 | URL
제가 요새 후애님 서재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죠. 후애님도 저처럼 책에 결핍된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하고 말이죠. 지금이라도 열심히 읽으려구요. 요새 아이들 책 정말 재미난게 많더라구요. 어제 언니네서 책 한보따리 싸가지고 왔어요.ㅎㅎ

gimssim 2010-03-2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이런 글들이 좋습니다.
책이 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
저도 친구네에 전집으로 있던 계몽사의<위인집>을 많이 부러워했어요.
<소년소녀 명작동화>두요.

꿈꾸는섬 2010-03-22 12:58   좋아요 0 | URL
저희 엄마가 사주신 유일한 전집이 계몽사 명작동화랑 위인집이었어요.^^
그때가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