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현준이 유치원 입학식날,
오랜만에 유치원을 가서 그동안 못만났던 현준이 친구 엄마들을 만났다. 우선, 내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한 언니는 입구에서 만나 같이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 언니가 다른 엄마들 자리를 맡아야한다며 뒷자리 여러자리를 맡아두었다. 그리고 언니에게 자리를 부탁했던 엄마들이 왔는데, 둘은 현준이와 한반이었고, 하나는 다른 반이었지만 우리집에도 놀러온적이 있었고, 현준이가 다니던 블럭키에 함께 다녔던 아이의 엄마였다. 그런데 이 세사람이 모두 함께 있던 언니에게만 인사를 하더니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인사를 하려던 나는 상당히 뻘줌한 상태가 되었고, 그 중 한 엄마는 우리 현준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의 엄마였는데, 발표회때 찍었던 사진을 두장이나 보내주었었다. 그런데 인사 한마디가 없었다. 물론 유치원으로 보내서 현준이에게 아이에게 전해주라고 했었으니 유치원에서 받아온 걸로 알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좀 서운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런데, 내가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했던 건, 아들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입학식이 끝나고, 그분들끼리 식사 약속을 잡았던가 보다. 그런 상황에 불쑥 나도 가겠다고 나설 수 있는 성격이 아닌 나는 짐짓 모르는 척 했다. 사실, 친하다고 생각한 언니에게 아이들 함께 놀게 하자고 전날 전화로 얘기했는데 그냥 그렇게 그분들이랑 점심 약속을 잡으니 좀 서운하고 당황스러웠다. 전화로 나눈 얘기라 깜빡 했을 수도 있고 분명히 못박아 얘기한게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수도 있다.
그렇게 헤어지는 자리에서 현준이에게 친구들에게 인사하고 가자고 했더니 인사는 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 우리는 왜 같이 안가?"하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엄마, 나도 친구들이랑 놀면서 같이 점심 먹고 싶다."
정말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엄마가 너무 못나서 아이의 마음을 받아들여주지 못하게 되니 좀 많이 속상하고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여기에 몇자 적으며 속풀이나 좀 하자 생각하고 몇자 적는데 솔직히 눈물이 핑 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여전히 서툴고, 어찌할바를 잘 모르는 형편없는 어른이 된 듯 하여,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그렇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계속 아이들과 그렇게 헤어져 돌아온게 못내 아쉬운 듯, "엄마, 친구들 언제쯤 우리 집에 놀러와?" 하고 묻는데, 요새 그 아이들과 현준이의 시간표가 다르니 도통 함께 놀 시간이 잘 나질 않는다. 게다가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아니라서 더 그렇기도 하다.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꽤 여럿인데 현준이네 반엔 종일반에 다니는 친구 하나와 한반이다. 늘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하는 아이인데, 엄마의 소극적인 대인관계때문에 아이가 손해를 보는 듯해서 너무 안타깝다.
정말 친하다고 생각했던 언니에 대한 서운함도 솔직히 있다. 1년동안 자주 보진 못했어도 서로 왕래하고 전화하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혼자만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부끄럽고 우울하고 그렇다.
사람 사귀는 일은 늘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니 이제 그만 친한척해야지 라는 생각도 좀 들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참 많은 날이다. 이번에도 한반되었다고 좋아했는데, 상황이 이러고보니 좋아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나를 닮아 낯가림이 심하고 소심하게 자라게 될까 그것 또한 걱정아닌 걱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