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없는 아침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아침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나만 빼고 가족 모두가 사라진다면 어떨까?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하고 두렵고 무섭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고요 속에서 시작하는 아침, 그리고 혼자 남겨진 나,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걸까? 이야기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전개된다. 

14세의 신시아는 사춘기 소녀, 반항하고 싶은 나이이다. 학교에서 불량한 학생으로 지목된 고학년 남학생과 주차장 차에서 술을 마시고 아버지는 딸을 찾아 화를 내며 집으로 끌고 간다. 그런 아빠가 싫어 소녀는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소녀는 정말 혼자 남겨진다. 

아, 정말 상상만해도 오싹하다. 그리고 너무 궁금하다.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전개되고 어떻게 이야기가 끝이 날 것인가? 

우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5주 연속 1위를 차지할만하다. 대부분의 독자가 느꼈을 스릴과 서스펜스가 공존하는 우수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25년후의 신시아는 한 가정의 엄마가 되어 있다. 그녀의 과거를 이해해주는 남자를 만나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그레이스라는 딸을 낳고 살아 간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 속 부모와 오빠를 잊을 수 없고 그들을 찾기 위한 단서라도 얻기 위해 방송 출연까지 한다. 사이비 주술사와 사립탐정, 모든 할 수 있는 한 해보기로 한다. 그런 그녀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남편, 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사건 속에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건 남편이고, 남편을 믿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신시아와 그레이스는 엄마와 오빠를 죽인 살인자들에 의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건 신시아의 아버지가 이중생활을 한 것, 그리고 그녀의 배다른 오빠와 아버지의 본처가 신시아의 엄마와 오빠를 죽였을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과 맞물려 생겨난 새로운 살인 사건, 신시아를 키워준 테스이모와 사건 해결을 위해 고용한 사립탐정의 죽음에 대한 결말은 정말 의외의 인물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사건의 또다른 열쇠로 작용하는 또다른 교통사로를 위장한 살인사건.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을 잘 지키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자로하여금 잘못된 예상을 하게 하고 그것을 반전으로 처리하는 그 짜릿함이 분명 있었다. 물론 어떤 뛰어난 독자는 작가의 구성을  뛰어넘어 작가의 생각을 온전히 읽어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작가의 구성은 치밀하게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추리소설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빈치 코드>를 재미있게 읽었고, <단테 클럽>, <살인의 해석>, <헤르메스의 기둥> 등 몇권의 추리소설을 읽었다. 그것들도 참 재미있었는데, 이 책도 정말 재미있고, 호흡이 끊기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읽었다. 생각보다 짧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틀동안 틈틈이 정말 열심히 읽었다. "린우드 바클레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셈인데, 그의 소설에 푹 빠져들었다. 다른 작품도 읽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이 정말 좋았던 결국 가족의 사랑의 힘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고 아껴줘야할 대상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 우리 가족들이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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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책 읽는 시간내기가 어려운 남편은 일년에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책을 읽는다. 요즘 다시 책이 읽고 싶어졌는지 책 하나 주문해달라고 며칠전부터 얘기했는데 여태 주문을 안했더니 뽀로퉁해져 있다. 그래서 얼른 남편 책 하나 주문해 본다. 

운전을 하면서 주로 라디오를 듣는 남편의 관심을 받은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자기계발서이고, 요새 뭔가 삶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할까에 관심이 많이 있는 듯, 이 책을 주문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참 반가운 일이다. 남편만 책을 좀 더 좋아해준다면 우리 가족 모두 책 읽는 가족이 되니 말이다. 아이들도 커나가고 남편도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좋은 징조가 아닌가 말이다. 

남편이 관심 있어 주문한 책은 정말 단숨에 읽어내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주문을 하면서 살펴보니 나도 읽어보고 싶다. 혼. 창. 통. 이 세가지가 인생의 성공의 비결이라고 하는 저자의 말을 믿어보고 싶다. 알라딘에 올라 있는 리뷰나 40자평만 보아도 별이 다섯에 모두 적극 추천을 하고 있으니 정말 믿을만 하지 않은가. 남편이 다 읽고나면 나도 얼른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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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도 아빠만 책을 안 읽었는데 서서히 물들어 지금은 잘 읽고 이야기를 나누니까 좋더라고요. 가끔은 읽고 싶은 책을 사달라고도 하고요.^^
책읽는 아빠를 응원합니다!!

꿈꾸는섬 2010-03-07 22:11   좋아요 0 | URL
연애할땐 절 꼬시려고 그랬는지 열심히 읽더니 결혼해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 읽더라구요. 근데 요샌 가끔 읽고 싶다는 책이 있다고 주문해달라고 해요. 아빠까지 동참하면 금상첨화죠!

비로그인 2010-03-07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전철에서 이 책 가끔보이던데요~ 읽는 분들은 거의 직장 3-4년차로 보이더라고요^^
읽고 나심 소감문 올려주세요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아. ㅋ

꿈꾸는섬 2010-03-07 22:1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전 집에만 있으니 몰랐는데 요새 읽을만한 책인가봐요. 나중에 읽고 리뷰 쓰겠습니다.^^

꼬마별 2010-03-10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도 남편만 책을 안 읽습니다
아이들이야 당연히 읽고 저도 나름 많이 읽는데
어찌나 안 읽는지 일년에 한권도 안 읽어요
개인의 기호니 어쩔수 없지만
책읽는 재미에 사는 저에게 태클을 겁니다. 책이 너무 많지 않냐고요
연애할때는 책 사보라고 5만원씩 용돈도 주더니 이제는 많다고 뭐라 하네요 ㅎㅎ

꿈꾸는섬 2010-03-10 13:33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희랑 비슷해요. 저희 남편도 연애할땐 좋다고 하더니 이사할땐 너무 불편하다고 투정부려요.ㅎㅎ

꼬마별 2010-03-10 14:14   좋아요 0 | URL
책이 많으면 부피도 적은 것이 무거워서 옮기기 힘들잖아요
흠집나면 잔소리 듣고 ㅎㅎ
이삿짐 센타 아저씨들
책많은집을 제일 싫어한다고 합니다
이사할때 미리 옮겨놔야 하나 싶은 생각도 가끔 하게 되네요.
이사견적 많이 나오니까요 ㅎㅎ

꼬마별 2010-03-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잘 읽는 남자분들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르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03-10 13:3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래요. 그래도 가끔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에요. 자연스럽게 변화되길 바래야죠.^^

꼬마별 2010-03-10 14:11   좋아요 0 | URL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처음엔 어쩌다 잠이 안 올때 수면제 대용으로 골라달라 하더니
이년전쯤엔 그나마도 일년에 한번 읽을 만한 책좀 골라줘 해서
읽더라구요
왠일이야 했는데
바빠서 그런가 요즘은 한줄도 안 읽어요 ^^

gimssim 2010-03-1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이 이 책을 주문해 달란다는 글을 여기에서 보고
저도 남편을 위해 한 권 주문했어요.
우리 남편은 암말 안했는데.
난 왜 이리 착한거얏(?) ㅎㅎ

꿈꾸는섬 2010-03-10 23:48   좋아요 0 | URL
3월8일 배송완료된 책이 아직도 오지 않고 있어요. 우리 동네 택배에 문제가 있는거겠죠? 남편이 매일 왜이리 안오냐고 투덜거려요.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저도 있는데 말이죠.^^ 그럼 땡스투도 해주신건가요? ㅎㅎ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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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자유 -5.62 개인적 자유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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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현수는 조금밖에 울지 않았던 것 같다. 무려 3시간이상을 어린이집에 있었는데 전화가 없었고 밥도 잘 먹었단다. 데리러 갔을때도 오늘은 웃는 얼굴이었다.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엄마, 하나만 울었어." 하며 집게손가락 하나를 펼쳐보인다. 

울지 않고 아이를 마주하니 너무 예쁘고 대견해서 볼에 뽀뽀하고 꼭 끌어안아주었더니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계속 한다는 말이 

"엄마, 나 하나만 울었어."이다. 

아침에 헤어질때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얼른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현준이의 입학식이 있었는데 아침 식사를 무려 1시간 20분동안 했다. 이 녀석들 밥상 앞에서 장난만치고 밥은 안 먹고 수다만 떨고 있었다. 그래도 꿋꿋하게 밥을 다 먹이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현수 먼저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현준이 손을 잡고 서둘러 유치원으로 갔다. 

유치원 입학식에 선생님들은 특별 공연을 준비하시고, <개구리왕자와 공주 그리고 뿡뿡 마녀>이야기를 연극으로 하셨다. 아이들은 정말 재미나게 보았고,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유치원에 고맙기도 하고 선생님들 고생 많았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또 마음이 바뀐 것이 현준이가 처음 들어갈때 목에 걸었던 원아증을 나오면서 받아들었더니 이름이 전혀 다른아이의 원아증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가서 처음 만난 선생님께 얘기했더니 원아증을 받고 월요일에 교환해주겠다고 한다. 왜 또 하필이면 현준이 것이 바뀐 것인지, 작년 입학식에는 신발장에 이름이 없어 서운하게 하더니 올해는 원아증을 바꿔서 주다니......그냥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자고 하면서도 또 소심한 나는 월요일에 안 챙겨줄까 또 걱정을 한다. 

현준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자 큰 행사하나 마치고 난 것처럼 긴장이 풀리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살 기운이 감돈다. 현수가 점심을 다 먹었을 시간쯤 어린이집에 전화했는데 오늘은 많이 울지 않았다고 1시반쯤 데리러 오라고 한다. 이제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는 듯 어제보다 무려 한시간을 더 있었다. 

이 글만 올려놓고 조금 쉬어야겠다. 

내일이면 주말이니 눈물바람에 헤어지는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구나. 잘 버텨주어서 고맙다. 현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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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의 홀로서기는 잘 진행되고 있군요.^^
현준이 유치원은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군요.ㅜㅜ
독립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아요. 아이들보다 엄마가 더 힘든 일이니까 푹~ 쉬세요.

꿈꾸는섬 2010-03-07 17:53   좋아요 0 | URL
앗, 왜 댓글이 안달렸을까요? 분명 달았는데......
현수와 현준이의 독립에 엄마가 설레고 있어요.^^
내일이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를 느낄 수 있겠어요.^^

같은하늘 2010-03-0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이 저에게도 와 닿아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잘 해주리라 믿어야죠. 울둘째는 다음주 월요일부터는 점심도 먹고 2시에 끝나서 오는데 잘 있어줄지 걱정이네요.^^ 그나저나 그 유치원은 사소한 일로 사람 섭섭하게 하는군요. -.-;;;

꿈꾸는섬 2010-03-06 17:58   좋아요 0 | URL
ㅎㅎ그래도 둘째들이 서서히 독립해가고 있으니 정말 다행이죠. 같은하늘님 동네 유치원은 입학식이 빨랐나봐요. 현준인 금요일에 입학식하고 다음주에 12시까지 수업, 그 다음주가 정상수업이에요. 아이는 얼른 유치원 가고 싶어하는데 신입생들을 위한 배려라 어쩔 수 없네요.ㅜ.ㅜ

水巖 2010-03-06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적응하는 과정이 눈에 확연히 보이는것 같군요. 다음날은 좀 더 자라겠지요.

꿈꾸는섬 2010-03-06 17:58   좋아요 0 | URL
현수가 잘 해나갈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모두 현수가 야무지고 똘똘하다고 칭찬하세요. 울긴 울었어도 할건 다 하나봐요. 너무 대견해요.^^

마녀고양이 2010-03-06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이쁘네요. <엄마, 오늘 하나만 울었어> 아유, 아유..

꿈꾸는섬 2010-03-06 17:59   좋아요 0 | URL
ㅎㅎㅎ그쵸. 너무 사랑스러워요.^^

세실 2010-03-0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현수 잘 해나갈듯. 둘째들이 더 독립적이예요.
현준, 현수 화이팅!

꿈꾸는섬 2010-03-07 17:53   좋아요 0 | URL
세실님 응원에 힘을 얻어요.ㅎㅎ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0-03-0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현수 너무 사랑스러워요.^^
이쁜 현수와 현준이 사진 종종 올려 주세요~!

꿈꾸는섬 2010-03-07 17:54   좋아요 0 | URL
ㅎㅎ네^^
현준이 하나일때보다 사진을 잘 안찍게 되지만 점점 자라는거 보면 게으른 저를 자꾸 탓해요. 자주 찍어 올리도록 노력할게요.^^

소나무집 2010-03-0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작은아이가 어린이집에 갔군요.
아이도 엄마도 같이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있군요.
아이들은 요런 때 모습이 제일 사랑스럽고 예뻐요.
엄마의 관심도 듬뿍 받고..

꿈꾸는섬 2010-03-07 17:55   좋아요 0 | URL
내년에나 독립시키려고 했는데 일년이나 앞당겨놓고는 괜시리 걱정하는 건 아닌가 싶을때가 있어요. 그래도 잘 적응해나가는 현수가 대견해서 걱정이 좀 덜어지고 있지요.^^
 
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다닐때 한동네에 살던 남학생이 그당시 화제가 되었던 김초희의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는 책을 선물했었다. 난치병에 걸린 소녀가 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그녀의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졌던 것인데, 지금은 그 내용이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때 잠깐 그녀의 난치병을 부러워했던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다. 그때 내 삶이 도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도와주지 못하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좀 있었다. 그래서 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고 부끄럽다. 내가 볼 줄 아는 세상이 그만큼 작았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며칠동안 이 책을 읽었다. 읽자고 달려들면 단숨에 읽어낼만큼의 분량이었다. 하지만 아야가 몇년동안 고통에 시달리며 써내려간 글을 훌쩍 읽어버리는게 너무도 미안했다. 15세 소녀의 안타까운 투병일기, 하지만 슬픔보다는 아야의 씩씩하고 솔직하고 건강한 정신이 나를 더 많이 부끄럽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아야를 지켜낸 그녀의 가족들, 그 모두에게 삶의 또 다른 면을 배우게 되었다. 

   
 

  화장실까지 3m를 기어서 간다. 복도가 차갑다. 발바닥은 부드러워 손바닥 같다. 손바닥과 무릎은 발바닥처럼 딱딱하다. 보기 흉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단 하나의 이동수단이니까.......
  뒤에서 인기척이난다. 기는 것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엄마도 기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바닥에 뚝뚝 눈물을 떨어뜨리면서......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엄마는 나를 꽉 끌어안아 주고, 울고 싶을 만큼 울게 내버려두었다.
  엄마의 무릎이 내 눈물로 흠뻑 젖었고 엄마 눈물이 내 머리카락을 적셨다.
  "아야. 슬프지만 힘내자. 엄마가 곁에 함께 있으니까. 자, 엉덩이가 차가워지니까 방에 들어가자. 엄마에게 아야를 업을 힘 정도는 충분히 있어. 지진이 나든 불이 나든 널 가장 먼저 업고 나가 살려줄 테니 아무 걱정 말아라. 쓸데없는 생각은 절대 하지마."
  라고 말하고, 나를 안고 방으로 옮겨 주었다.

 
   

 아이들을 낳고나서 그러니까 내가 엄마가 되고나서는 모든게 엄마의 마음이 먼저 읽힌다. 아야의 불치병에 가슴 아프고 그녀가 그래도 씩씩하게 남은 삶을 살아가서 고마웠다.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끈을 놓치 않았다. 주변의 자신에게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그런 삶에 버팀목이 되어준 엄마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더이상 일기를 쓸 수 없게 되었을때, 엄마는 그녀의 일기장을 모아 책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녀가 세상에 남기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것, 엄마는 그것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공부도 꽤 잘하는 편이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내일이라는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대학을 들어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 꿈꾸던 꿈조차 꿀 수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그녀의 삶이 너무 아프고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리며 보았다. 스스로 일어나 걸을 수 있다는 것, 스스로 밥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오고, 정말 누구나 하는 돌 지난 어린 아이들이 하는 보통의 것들 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것들 조차도 이렇게 소중하고 누군가는 그것만이라도 잘 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생각하니 게으르게 살아온 인생이 부끄러워졌다. 또한 그녀를 돌보아준 그녀의 엄마, 그녀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 수 있게 도와준 그녀의 엄마에게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그녀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점점 상태가 나빠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 간병인을 두게 되었는데 그녀의 실수를 이해하고 감싸안아주신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그녀의 병을 무기 삼아 협박하는 나쁜 간병인들도 있었다니 더 가슴이 아팠다. 몸이 불편하니 쉽게 할 수 있는 용변의 실수, 물론 타인의 용변을 치우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간병인을 자처했다면 감수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아야가 중증 환자라 간병인들은 서로 맡으려고 하지 않아 간병인도 여러차례 바뀌었다고 하는데, 아야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하니 내맘도 함께 아팠다. 

<1리터의 눈물>, 과장되지 않은 눈물의 양, 그래서일까, 더 많이 가슴이 아팠다.  

벌써 20여년도 넘은 이 책의 아야가 앓았다는 척수소뇌변성증은 여전히 고칠 수 없는 병인 것 같다. 의학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어서 고칠 수 있는 신약이 나오길 간절하게 바란다.

늘 아이들을 뱃속에 끌어 안고 있을때 생각했던 것이, 부디 건강한 아이로 자라달라는 것이었던 나의 태중 기도가 늘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또 내가 그리고 남편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아야, 더이상 고통없는 세상으로 갔기를 바래. 부디 너가 꿈꾸던 내일을 헛되게 보내는 사람이 되지 않을거야. 고마워, 잘 견뎌주어서, 이 세상을 사랑해 주어서. 아야 너를 기억하며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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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5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딸의 뒤를 따라 바닥을 기는 엄마는 또 얼마나 아팠을런지...
그래도 사는 동안 엄마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다 갔으니 그도 다행이네요.
우리도 열심히 살아야 되는데...

꿈꾸는섬 2010-03-05 14:58   좋아요 0 | URL
딸의 병을 받아들여 죽는날까지 굳세게 살다가게 도와준 엄마에요. 딸의 아픔을 함께 하는 엄마 정말 멋지죠. 저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래서 또 배워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는 걸요.^^

마녀고양이 2010-03-0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정말 1리터는 나오는 소설이지요.
딸아이를 낳은 이후로 아이가 아픈 책, 먼저 보내는 이야기는 상상하기조차 싫어졌답니다.
TV의 병원 관련 다큐 있잖아요.. 그것도 절대 못 보겠어요.

꿈꾸는섬 2010-03-05 15:00   좋아요 0 | URL
저도 TV의 병원 관련 다큐 잘 못봐요. 그나마 책이니 읽는건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우리 모두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단 생각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같은하늘 2010-03-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의 리뷰만으로도 눈물 나는 이야기네요.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꿈꾸는섬 2010-03-06 17:59   좋아요 0 | URL
우리 함께 열심히 살아요. 그 누군가가 살고싶어하는 오늘일 것만 같아요. 그동안 너무 게으르게 살았던게 후회되고 부끄러워요.^^

비로그인 2010-03-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건강한 웃음을 지으며 하루를 잘 보내고 있으시죠? ㅎ

며칠 무리했더니 입술에 물집 잡혀버렸는데요. 저도 오늘은 아주 푸욱 쉬면서 건강한 웃음을 좀 지어봐야겠습니다. ^^

꿈꾸는섬 2010-03-07 17:56   좋아요 0 | URL
^_________^활짝 웃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