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중순까지만해도 현수의 어린이집 보내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왠지 아직 보내는게 안쓰럽고 애가 엄마 떨어져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현준이가 언제 유치원 가냐는 질문을 할때마다 현수도 유치원 다니고 싶다고 한마디씩 더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자기도 유치원 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직 너무 어리다고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남편이 노트북을 선물하고, 현수를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제안을 했다. 이제 아이들로부터 몇시간정도는 자유로울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그런 남편의 배려는 솔직히 감동이었다. 그래도 바로 그러겠다고 말하진 못했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남편은 끊임없이 나를 설득하고 결국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우리 집 바로 옆동에 있는 가정식 어린이집에 현준이때 상담받으러 가보아서 그곳으로 보내야겠다고 내정해두었다. 언제든 일이 있으면 금세 달려갈 수 있는 곳이라 그곳으로 정했다. 그리고 오늘 그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여전히 분위기도 좋고 인상도 서글서글 좋은 원장님이 우리를 맞으셨다. 원장님과 상담을 하는동안 현수는 친구들 속에 끼여서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그곳에 있는 새로운 장난감들에 호기심을 보이며 엄마랑 오빠는 집에 가도 좋다고 하는게 아닌가. 엄마한테 인사하세요. 하니까 "엄마, 안녕." 그런다. 엄마 가지마하고 말할 줄 알았는데, 엄마 같이 가 하고 말할 줄 알았는데 녀석은 그새 어린이집의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이 생기고 친구들이 있으니 엄마랑 오빠가 가는데도 붙잡지를 않았다. 혹시 울게되면 전화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아이를 두고 나왔다. 

한시간정도 지나서 전화가 왔다. 현수가 운다는 것이다. 얼른 달려가보았더니 조금 울먹이는 것 같긴 했지만 울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엄마, 울었어."하고 말하는게 아닌가. 옷입고 얼른 엄마 따라 나오면서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하니까 선생님이 "내일 또 올거죠?"하고 물으니 "네."하고 대답하고 선생님과 포옹을 하고 헤어져 나왔다. 어깨에 자기 가방 매고 좋다고 룰루랄라 한다. 어린이집에서 밥을 주니 얼른 달려들어 먹긴 했는데 조금 먹다보니 엄마 생각이 났는지 울더란다. 그래서 전화하셨다고. 이제 처음 떨어져보는데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한시간을 있었다는게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3월 한달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잡고 아이가 떨어져 있고 싶을만큼만 떨어뜨려놓을 생각이다. 그렇게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내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보내고나니 왠지 나보다 어린이집에서 더 많이 배우고 활동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막상 닥치니 또 이렇게 금방 생각이 변할 수도 있는구나 싶다. 

아이들때문에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고나니 나도 홀가분하고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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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3-02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네요.
대견하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즐기나봅니다.
꿈꾸는섬님께 왠지 축하드려야할듯 하네요.
현수도 화이팅!

꿈꾸는섬 2010-03-02 21:39   좋아요 0 | URL
현수의 첫 사회생활에 모두가 힘을 실어주시니 저도 절로 힘이 나네요. 현준이와 다르게 더 씩씩하기에 덜 걱정하며 보낼 것 같아요. 아빠쪽을 많이 닮아 사회성이 현준이보다 훨씬 좋아요. 물론 남자들의 경계는 심하지만요.
축하인사는 고맙게 받겠습니다.^^

하늘바람 2010-03-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한달은 울어요 빠르면 보름. 태은이가 25개월때 첨 갔는데 저도 엄청 울었다는.
한달 내내 아이가 울었단 소리에 가슴이 찢어졌답니다.
하지만 참 못된게 어미마음이기도 하여 아이가 좀 적응한 뒤로는 자유시간의 기쁨에~
그나저나 옆지기님 넘 멋져요

꿈꾸는섬 2010-03-02 21:42   좋아요 0 | URL
저도 한달은 꾹 참아보려구요. 사실 태은이의 어린이집 생활도 현수를 보내는데 일조를 했어요. 같은해에 태어났는데도 태은이가 훨씬 언니같아 보이잖아요. 물론 개월수 차이가 있지만요. 잠들기 전에도 내일 어린이집 가냐면서 좋아하면서 잠이 들었어요. 아빠에게는 새로 받아온 가방매고 자랑도 하더라구요. 나쁘진 않은가봐요.^^
옆지기의 배려에 저도 많이 감사해요.^^

순오기 2010-03-02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드디어 현수와 엄마의 독립만세가 시작됐군요.^^
한 걸음씩 서서히 떨어지는 시간을 늘려가면 큰 무리없을 듯해요.
그나저나 현수아빠는 꿈섬님을 끔찍히 아끼시네요. 부러워라~~~ ^.~

꿈꾸는섬 2010-03-02 21:43   좋아요 0 | URL
아, 결국 저의 자랑페이퍼가 되었군요. 남편은 늘 자신과 결혼해서 책과 담쌓고 살게 될 저에 대해 많이 미안해했던가 봐요. 대학 동기나 후배들도 제가 더 공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안타까워했거든요. 남편에게 제 얘기를 잘해준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남편의 배려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저도 나름 알찬 시간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blanca 2010-03-0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몇 개월이나 됐나요? 제 딸은 26개월인데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생각만 하고 제가 게을러서 못하고 있답니다. 게다가 근처의 가정식 어린이집은 벌써 다 찼다고 하고 구립 어린이집은 대기인원이 정말 흑흑-..-

꿈꾸는 섬님이 옆지기님의 배려도 너무 부럽네요.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꿈꾸는섬 2010-03-02 23:09   좋아요 0 | URL
현수는 07년 7월생이에요. 그러니까 32개월이군요. 36개월이전이라 저도 한참 망설였는데 남편이 배려해주니 못이기는척 받아들였어요. 님이 많이 힘드시면 보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요. 좋은 곳이 얼른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힘내세요. 아마 중도포기하는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니 대기시켜놓으면 좋을 거에요.^^

水巖 2010-03-0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적응하느라고 그러겠죠. 그리고 더 빨리 자라는 계기가 될거에요.
현수 ! 화이팅!! 이라고 외쳐주고 싶군요.

꿈꾸는섬 2010-03-03 00:11   좋아요 0 | URL
ㅎㅎ수암님 고맙습니다. 제가 내일 어린이집 데려다주며 "현수! 화이팅!!"을 수암님을 대신해 외치도록 하겠습니다.^^

세실 2010-03-0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가 원해서 간 것이니 잘 적응할거예요~~
보림이도 그렇게 해서 일찍 다녔답니다.
친구들과 잘 노는 것도 사회성 발달에 좋지요. 잘하셨습니다!
남는 시간 알차게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0-03-03 01:37   좋아요 0 | URL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사회성 발달에 좋다는 님의 말씀이 힘이 되네요.^^ 알찬 시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무스탕 2010-03-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보면 맨날 째끄만 아기 같았던 현수가 가방메고 어린이집 간다 생각하니 제가 맘이 다 찡~ 하네요 ^^
또래 친구들이랑 조금 더 많이 어울리게 되면 그 만큼 현수도 즐거움과 보이지 않는 성장이 있을거에요. 당분간 적응하느라 힘들어 할테니 더 많이 안아주셔야 겠네요.
이제 꿈섬님도 자유부인 되신건가욥? ㅎㅎㅎ

꿈꾸는섬 2010-03-03 15:30   좋아요 0 | URL
4시간동안은 자유부인이 되는건데, 그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게 현준이는 금요일에 입학식을 하거든요. 사실 저도 마음이 짠하네요. 오늘은 2시간 놀다왔어요.^^
 

얼마전 남편은 아는 분의 기사로 일을 하기로 했다. 그분은 남편이랑 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해서 자신의 사무실을 운영하시는 분인데, 그곳에 전에 함께 일했던 친구도 있었다. 함께 일할 때도 몸이 안좋아서 - 신장이 안좋아서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투석을 해야한다고 들었었다.- 전에 일하던 곳에서 그만두게 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하고 할줄 아는게 운전이라 자기 차를 무리하게 구입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며칠동안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하다고 얘기하면서 "그녀석 무리하다가 쓰러질까 걱정이야."라고 했었다. 그래도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하고 있긴 한 것 같은데, 사건은 어제 새벽에 일어났다. 

이 사람이 하는 일은 늘 오전 일찍부터 시작한다. 6시전에 집에서 나가는 일이 많다. 보통 사무실에 큰차를 주차해두고 작은차로 출퇴근을 한다. 신랑 친구도 어제 아침 일찍 차를 끌고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었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매일 아침 많지 않은 차들, 익숙한 곳이니 1차선에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미처 도로에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도로 한가운데 1차선과 2차선 사이에 사람이 앉아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뭔가 차에 부딪치는 느낌이 나서 후진을 하고 내려서 확인하니 사람이 치였다는 것이다. 6시가 되기 전의 이른 시간, 술에 취한 젊은 남자가 도로 한가운데에 있었던 것이다. 

늘 열심히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그에게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남편도 나도 너무 안타까워서 할 말을 잃었다. 뭐라고 위로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사고에서 늘 사람이 우선이란다. 분명 사고를 유발하게 한 만취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해도 주행자의 운전 태만이라는 것이다. 밝은 대낮도 아니고, 아직 해도 뜨지 않아 어두운 가운데 누가 도로 한 가운데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말이다. 차에 치인 젊은 남자는 26세, 금요일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는데 그만 도로에서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 사람은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는데 그 사람 아버지가 원래대로 살려놓으라고 울고불고 난리라는데, 그 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팔은 안으로 굽어서일까? 남편의 친구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해서 가슴이 아프다. 그 사람이라고 사고를 내고 싶어 낸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렵게 어렵게 병을 이겨가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어렵게 다시 옛연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보려던 날들인데, 그 사람 인생을 더 힘들게 헝클어놓은 것은 도로에 누워있던 젊은 남자인데, 그 사람은 깨어나지 않고, 신랑 친구는 멀쩡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피해자가 72시간 안에 사망하게 되면 게다가 사망사고로 구속 수사를 해야한다는데, 내일을 넘길 수는 있는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 

저녁 내내 남편과 내 마음은 무거웠다. 운전하며 살아가는 남편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남 일 같지 않고, 남편의 친구가 져야할 짐이 몇배나 더 무거워 진 것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고 말이다.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끝이 나면 좋겠지만, 개인합의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이 친구는 차라리 감옥을 가겠다고 한단다. 지금껏 벌어 온 돈도 없고, 심지어 투석 받느라 들어간 돈때문에 지은 빚, 게다가 얼마전 새로 산 큰차,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한 연인, 이 사람에게 너무힘든 짐을 또다시 지워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씁쓸하다. 

사람이 너무 착해서 보통의 가해자라면 나타나지도 않을 병원에 나타나 멱살잡이까지 당하고, 오히려 그렇게 멱살잡이 당하고 모진 소리라도 들으니 살 것 같다니......하긴 젊은 남자의 창창한 미래가 오늘 내일로 끝이 나게 생겼으니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당연히 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가슴 아픈 얘기를 주고받으며 결국 남편에게 하는 당부는, 당신도 술 너무 많이 마시고 다니지 말아. 그리고 늘 전방을 잘 주시하고 운전할때 안전 또 안전 잊지 말아줘.로 끝냈다. 

이제 더이상 무분별하게 마시는 술문화가 사라지길 바란다. 신입생 O.T에서도 수많은 학생들이 술때문에 죽어가지 않았는가. 결국 이 사고도 술때문에 생긴 사고이니만큼 술은 적당히 즐기면서 마시길 당부 또 당부한다. 

또, 가끔 술에 취해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중년의 위태로워 보이는 아저씨들, 정말 걱정되고 무섭다. 남편에게도 늘 당부하지만 젊을때처럼 마시고 다니지 않았으면 좋겠고, 사람들 만나는 게 좋다면 술보다는 많은 대화를 하고 오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술버릇, 정말 싫다. 사고는 언제 어느때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또 깨닫는다. 

부디 모두들 술에서 벗어나시길. 그래서 억울한 사고가 더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사고자도 피해자도 모두가 피해자라는게 너무도 슬프다. 

이책을 담아두고 있는지가 한참이다. 어제 주문할때 했으면 좋을뻔 했다. 다음엔 꼭 주문해서 남편에게 선물해야겠다. 

우선 술을 줄이도록 권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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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01 00:51   좋아요 0 | URL
저희집이야 문제가 없죠. 그 친구가 안된거죠. 도로 한복판에 술에 취해 누워있는 사람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까 싶어요. 정말 너무 안되었어요.ㅜ.ㅜ

순오기 2010-03-01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떡해요.ㅜㅜ
그저 술이 웬수일수밖에요.
다들 술을 적당히 먹으면 좋은데... 그게 또 어렵나 봐요.ㅜㅠ

꿈꾸는섬 2010-03-01 14:27   좋아요 0 | URL
젊은 남자는 젊은 남자대로 사고낸 사람은 사고낸 사람대로 모두가 피해자인셈이에요. 둘다 너무 재수없는 사고라고 밖에 생각이 안들어요.

세실 2010-03-0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맘이 아프네요. 그 친구분 어째요..그저 다친사람 생명줄을 이어가게 해 주십사하고 기도드리는 수 밖에.. 술은 정말 적당히 마셔야 해요.


꿈꾸는섬 2010-03-02 14:42   좋아요 0 | URL
정말 두사람 다 불쌍하고 안됐어요.ㅜ.ㅜ 술이 인생을 망친다는 말이 정말 맞죠.

같은하늘 2010-03-0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좋아요. 다친 젊은이도 친구분도 모두가 상처네요. 울 옆지기도 술 무지 좋아해서 제가 걱정이라지요.ㅜㅜ

꿈꾸는섬 2010-03-02 14:43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이라도 술은 적당히 마실 수 있도록 바르게 키우고 싶어요. 근데 아빠들이 늘상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아이들도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길까 그게 걱정이에요.

조선인 2010-03-02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아버지 병원 갔다오는 길에 만취하여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아저씨가 정류장에서 하필 버스에 기대서는 바람에 옴쭉달싹 출발도 못 하고 한참을 서 있어야 했어요. 간신히 출발한 뒤에도 그 분이 하도 위태위태하여 내도록 뒤만 돌아봤습니다. 정말이지 술이 웬수입니다.

꿈꾸는섬 2010-03-02 14:43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술이 웬수에요. 어째 술에 취해 버스에 기대고 계셨을까요? 그분은 잘 들어가셨을까 걱정이네요. 술 안 마시는 사회가 되길 바래요.
 

2월도 드디어 마지막 날. 

내일이면 뭔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침이면 밥을 하고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빨래하고 청소하고......그런데도 내 마음은 한껏 들떠 있다. 무엇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세워놓은 올해의 계획에 마치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뜬구름 잡는 얘기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마치 내일이면 당장이라도 좋은 글이 막 써질 것 같은 이런 기분, 솔직히 너무 유치하고 웃긴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늘 빨리 뭔가를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차분히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막 한걸음 떼어놓는 어린아이처럼 아마 서두르다가는 앞으로 고꾸라져 넘어지고 무릎에 상처가 나서 울어댈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내 안에서 나와서 내 젖을 먹고 손짓발짓해가며 옹알이를 하고 어느순간 목을 가누는가 싶더니 엎드려 들썩들썩 배밀이를 하던 순간들이 생각난다. 나도 지금 내 안에서 막 태어난 사람같다.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쓸 수 있고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지만 막상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을 안다. 뒤집고, 네발로 기어다니고나서야 걸음마를 할 수 있었던 우리 아이들처럼 나도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읽고 열심히 생각하고 열심히 끄적거려 볼 생각이다. 

내일이면 3월, 또 다시 3월이 가고 4월, 5월......12월 그렇게 한해를 보내게 될 것이고, 그동안 나는 나를 계속해서 키워나갈 것이다. 그게 올해 나의 목표다. 나를 키워나가는 것. 그렇게 당당하게 나를 키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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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01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설레임이 느껴지네요.
한 걸음씩 나아가는 꿈섬님을 응원해요.

꿈꾸는섬 2010-03-01 14:27   좋아요 0 | URL
ㅎㅎ순오기님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水巖 2010-03-01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건 행복의 시초이기도 하죠. 부디 목표에 달성하시기를 빌어요.

꿈꾸는섬 2010-03-01 14:28   좋아요 0 | URL
수암님의 응원도 감사드려요. 목표에 달성하도록 노력할게요.^^

세실 2010-03-0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키워 나가는것 참 중요한 목표지요. 우리 함께 노력해요.
아 황금연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번엔 왜 이리도 아쉬울까요.

꿈꾸는섬 2010-03-02 14:44   좋아요 0 | URL
황금연휴, ㅎㅎ 정말 아쉽게 지나가네요. 나를 키워간다는게 참 중요하다는 걸 요새 많이 느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같은하늘 2010-03-0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 정말 빠르네요. 벌써 3월이라니...
꿈꾸는 섬님의 새로운 시작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꿈꾸는섬 2010-03-02 14:4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올해까지 끼고 있을 생각을 하고 있었던 현수를 오늘 어린이집에 등록시켰어요. 오빠가 유치원 다니니까 저도 다니고 싶어하고 저보다 훨씬 더 잘 가르칠 것 같더라구요. 현수랑 현준이 모두 보내고 책도 많이 읽고 저를 위한 노력을 좀 해보려구요. 현수가 싫어할줄 알았는데 오히려 담담히 "엄마, 안녕"을 하더라구요. 오늘은 한시간 정도 그곳에서 놀았고, 내일은 또 어떨지 봐야겠어요.^^
 
너도 하늘말나리야 (양장)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눈시울을 적셔가며 이 책을 읽었다. 푸른책들에서 하는 이벤트에서 받아든 특별판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오늘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미르, 엄마를 잃은 슬픔을 간직하고 사는 바우, 부모없이 할머니 손에 자란 소희. 이 세 아이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마다 눈물을 주욱 흘렸다. 어쩜 이금이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이리도 후벼파는가 싶었다. 
 
세 아이 모두가 사랑스러웠던 건 자신의 아픔도 다른 친구의 아픔도 이해하며 자라난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로 인해 친구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커서 화가가 되겠다던 바우는 미르를 보며 미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치료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늘 어른스럽게 행동해 어른들이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소희는 자신이 늘 어른들이 좋아하는 아이의 틀에 맞춰 자라고 있음을 느끼며 미르의 행동들을 이해하고 부러워한다. 그리고 진정한 친구가 되고, 혼자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미르에게 좋은 벗이 되고자 한다. 또한 미르는 엄마를 잃고 실어증을 앓고 있는 바우에게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게 만들겠다고 다짐을 한다. 

농촌의 정겨운 모습, 힘든 모습들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자라난다는 것이다. 홀아비가 된 바우아버지도 진료소를 맡게 된 미르 엄마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그걸 바라보는 아이들의 오해가 빚은 에피소드 또한 마음을 촉촉하게 만든다. 

새벽 2시, 산파로 나서게 되는 엄마를 따라 처음으로 엄마 등뒤에 올라타 오토바이를 타고 은영이네에 가게 되는 미르는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여성을 만나게 되고 동시에 훌쩍 자라게 된다. 엄마가 된다는 것이 주는 기쁨과 고통, 하지만 그에 못지 않은 남녀차별의 사회상까지 미르는 점점 엄마를 이해하고 한 여자로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아빠와 헤어져 살게 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엄마가 계속 혼자 살길 바란다는 마음이 어느새 바뀔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구석이 흐뭇해졌다. 

달밭마을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에 처음 마음 준 미르, 소희와의 소통이 뒤늦은 것임을 깨닫고 몇달동안 소희를 애태운 것을 후회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작은댁으로 가는 소희에게 뒤늦게 달려와 그림을 내미는 바우, 하늘말나리를 닮은 소희,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이라고 적어놓은 글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과 이 책의 제목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어쩜 이리도 멋진가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금이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 오늘도 하루종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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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01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작가는 3,4월 만해마을에 들어가서 하늘말나리야 다음 이야기인 '소희'를 집필한답니다. 독자들의 오랜 요청이 결실을 맺게 되는 거지요.

꿈꾸는섬 2010-03-01 14:30   좋아요 0 | URL
전 유진과 유진 읽고 이금이 작가 팬이 되긴 했지만 다른 작품들은 아직 제대로 읽어보질 못했었어요. 근데 이금이 작가님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하네요. 찬찬히 찾아서 읽어보려구요.^^ 소희의 이야기 정말 기대되요. 저도 소희 이야기 나오면 얼른 사서 봐야겠어요.^^ 순오기님은 정말 모르는게 무얼까요?ㅎㅎ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많은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책을 장바구니에 가득 담았다. 근데 지금 읽다가 그만 둔 책들이 나를 애처롭게 쳐다본다. 그래서 몇권을 덜어냈다. 

나인님이 어제 속삭여주신 책이다. 노트북을 선물받으면서 좋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글쓰기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라고 추천해주셨다. 물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인데 알라디너들의 정보에 의하면 유용할 듯 싶다. 그래서 이 책들은 장바구니에 제일 늦게 들어왔음에도 내쳐지지 않았다. 

 

 

 

시를 읽으며 사색할 수 있다는 건 늘 행복한 일이다. 따끈 따끈한 신간 시집 <찬란>, 벌써 그 열기가 대단했던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너무나 기대되는 두 시집을 기다린다. 벌써부터 기다리며 설레고 있다. 

 

 

  

 

 

하이드님의 서재에서 페터회의 작품에 대한 글을 보았다.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작가에 대한 궁금증에 얼른 골라보았다. 

이 책은 우리집으로 공부를 하러오는 사촌동생에게 선물하려고 골랐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은데, 잘 읽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인생의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인생의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게 공부가 아닐까 한다. 제발 정신 차리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느새 2월도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기도 하다. 3월에는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달이 아닐까 싶다.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처럼 처음 시작은 작을 수 있지만 점점 자라 좀 더 튼튼한 줄기를 만들고, 좀 더 풍성한 꽃으로 피어나고 그리고 더없이 알찬 열매가 될 수 있는 초석이 될 계절이 왔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한발한발 천천히 걸어나가보자고 생각한다. 아이들 때문에 내 인생을 희생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는 나대로 커나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시작을 지금 이 봄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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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27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글쓰기만 있어요.
본격적인 글쓰기를 위한 준비작업이 착착 진행되는 건가요.^^

2010-02-28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7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8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향기로운 2010-02-2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가 필요한 때 보듬어주고 우리 엄마들도 엄마나름대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을 키워나가는 것 그게 희망이죠. 위에 있는 책들이 꿈꾸는섬님의 시작을 함께 하는 건가보네요. 열심히 하셔서 좋은 글로 모든이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시는 작가가 되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꿈꾸는섬 2010-02-28 23:58   좋아요 0 | URL
향기로운님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0-03-01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저도 미루고 있었던 글들을 이제 쓰야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3-01 14:3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저와 같은 꿈을 꾸고 계시는군요.^^ 동지를 만난듯 기뻐요. 후애님 함께 화이팅해서 글 열심히 써보도록 해요.^^ 저는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살았던게 좀 후회도 되고 그래요. 올해는 정말 목표를 정해서 열심히 해보려구요. 님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