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구판절판


왜 우리는 칭찬은 속삭임처럼 듣고, 부정적인 말은 천둥처럼 듣는지? 왜 내가 당신과 함께 나눈 긍정적인 얘기는 중요하거나 실제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지? 칭찬의 과도한 축소, 그리고 비판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은 진정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의 자아 존중감이 상처 입는다. 우리는 우리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정복하려고 그들을 추적하기에 이른다. 이것이 자아 존중감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이미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격려를 감지하는데 실패하면서 말이다.-30쪽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가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입니다. 이기심은 남들이 나으 추향, 나의 자존심, 나의 이득, 나의 기쁨에 맞추어 살도록 요구하는데 있습니다.-35-36쪽

나의 창조물들을 자세히 보아라. 어떤 눈송이도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나뭇잎이나 모래알도 두 개가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하나의 '원본'이다. 따라서 각자 어떤 것과도 대치될 수 없는 거란다.-42쪽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너와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너의 특별함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릴리야, 사랑한다. 나는 네가 어떤 인생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네 날개를 마음껏 펼치거라. 두려워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다.-71-72쪽

일 년 반 만에 서울을 찾악 다시 확인했던 것은 나의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파충류의 허물과도 같은 것이고, 나는 그 허물을 주워서 다시 뒤집어쓰고 돌아온 건 아닌가. 어깨를 늘어뜨리고 싸돌아다니던 골목에는 아직도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어두운 얼굴로 서 있었다. 나도 언제나 끼고 싶어 하던, 머리 좋은 치들의 비밀결사는 여전히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성공한 신사들 같았다. 모친의 식료품가게는 문을 닫았다. 그 어두운 가게의 천장 위에 내 '잠수함'은 뚜껑을 닫고 선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뚜껑을 젖히고 머리를 내밀자 나는 다시 심해에 잠기는 것 같았다. 내 다락방의 벽에는 떠나오던 날의 낙서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밤새껏 승냥이는 울부짖는다-라고-125쪽

늘 어려운 일이었다, 저문 길 소를 몰고 굴을 지난다는 것은. 빨갛게 눈에 불을 ㅕ는 짐승도 막상 어둠 앞에서는 주춤거린다.
작대기 하나를 벽면에 긁으면서 굴을 지나간다.

떄로 이 묵직한 어둠의 굴은 얼마나 큰 항아리인가. 입구에 머리 박고 소리지르면 벽 부딪치며 소리 소리를 키우듯이 가끔 그 소리 나의 소리 아니듯이 상처받는 일 또한 그러하였다.

한 발 넓이의 이 궁에서 첨벙첨벙 개울에 빠지던 상한 무르팍 내 어릴 적 소처럼 길은 사랑할 채비 되어 있지 않은 자에게 길 내는 법 없다. 유혹당하는 마음조차 용서하고 보살펴야 이 굴 온전히 통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긴 어둠 어둠 아니다.-180쪽

바랄 나위 없이 삶이 만족스럽다. 개들, 새들, 염소들, 새들과 여기서 사는 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 인생을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에게 해줄 이야기는 없다. 철학이 있다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말에 잘 표현되어 있다. '자신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 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일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그게 내 신조다.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삶 전체가 그런 것을.-22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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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된 남편,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때문에 하루 쉬게 되었다.  

전부터 미뤄두었던 큰언니네집에 가기로 하고, 

전에 수암님이 다녀오셨던 노원구청 호랑이 전시회에 들러 가기로 했다. 







2월 28일까지 전시하는데 비오는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근처의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단체로 많이 다녀갔었다고 한다. 현수는 호랑이 보고는 무섭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남편이 차로 데려가서 기다려주었고, 현준이랑 먼저 보고 있는데, 조카들이 와서 함께 둘러보고 1층에서 15분동안 상영하는 호접몽이란 입체만화영화를 보았다. 현준이 수준에 딱 맞는 전시회라 너무 좋아하고 신나했다. 영화까지 보고는 큰언니네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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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2-26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아래 사진에는 호랑이가 소를 잡아먹고 있네요.
호랑이 전시회라서 호랑이만 있는줄 알았더니 팬더도 있고 늑대도 있고 다양하네요 :)

꿈꾸는섬 2010-02-26 16:13   좋아요 0 | URL
네, 다양한 동물들을 만들어 놓았더라구요. 북극곰, 펭귄, 늑대, 여우 등등 많은 동물 모형들을 보고 왔어요.^^

마녀고양이 2010-02-2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제들인가요? 인형인가요? 와,, 멋지네. 아이들이 좋아했겠어요.

꿈꾸는섬 2010-02-27 04:43   좋아요 0 | URL
박제된 것들도 있었고, 인형들도 섞여 있었어요.^^ 6살된 아이는 참 좋아하더라구요.

水巖 2010-02-2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석이도 처음엔 호랑이 등위에 앉기를 망서리던데요. 현수가 울은건 당연한거 같에요.ㅎㅎ
나중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걸 사진 찍었죠.

꿈꾸는섬 2010-02-27 04:44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현준이는 덥석 올라가 앉더라구요. 현수는 엄청 울어서 결국 아빠가 차에서 기다렸어요. 수암님이 알려주셔서 좋은 시간 보냈어요.^^

후애(厚愛) 2010-02-27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제된 동물들을 무서워하는 저에요.^^;;
특히 눈들이 으시시해요.
현준이와 현수를 사진으로 보니 반가워요.^^
이뻐요~

꿈꾸는섬 2010-02-27 07:46   좋아요 0 | URL
현수 사진은 없어요. 하도 울어서 사진 한장 못 찍었어요. 여자아이들은 조카에요.
저도 어릴땐 무서워했는데 엄마가 되고나니 무서운게 별로 없어요.ㅎㅎ

순오기 2010-02-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끼호랑이 가둬 놓고 전시해서 엄청 욕 먹더니 박제로 바꿨나 보네요.
내가 시턴동물이야기 리뷰 쓸 때 도입부에 썼는데...
현준에겐 즐거운 시간, 현수에겐 공포의 시간!ㅋㅋ

꿈꾸는섬 2010-02-27 17:20   좋아요 0 | URL
새끼호랑이를 만질 수 있게 목줄을 매려고 했었다는데 이미 야생성이 생긴후라 위험하다고해서 투명관 안에 넣고 전시했었죠. 박제된 것, 인형들이랑 함께 박제한 건데, 1월말에 그만두었다죠. 아마. 근데 이곳을 다녀간 어린이집 유치원이 상당하다네요.^^ 현수는 오빠 사진 보고 이제는 안 무섭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무서울 것 같아요.ㅎㅎ

소나무집 2010-02-2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과 딸을 키우다 보면 성향이 달라서 함께 데리고 뭘 하기 어려운 때가 많아요.
크면서 점점 더 심해지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2-27 17:21   좋아요 0 | URL
지금도 그걸 느끼는걸요. 아들은 병원에서도 간호사가 자기 몸에 손대는 걸 싫어해서 머리도 못잡게 해요. 그걸 이해해주는 의사는 그러려니 하는데 그걸 이해못하는 의사는 막 뭐라 그래요.ㅠ.ㅠ

같은하늘 2010-03-02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는 즐거웠는데 현수는 너무 울어서 사진조차도 없군요.^^
전 아들만 둘을 키우지만 성향이 정말 달라요.

꿈꾸는섬 2010-03-02 14:49   좋아요 0 | URL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그런 듯 해요. 아이들마다 정말 많이 다르죠. 물론 비슷한 구석도 있을거에요. 현수는 여자라고는해도 오빠를 봐와서 그런가 좀 남자같은 구석이 있어요.^^
 

컴퓨터가 하도 후지단 소리를 많이 듣게 되니 데스크탑을 좀 바꾸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홈쇼핑GShop에서 노트북을 싼 값에 파는 걸 보고는 남편이 노트북을 구입했다. 물론 노트북은 나를 위한 선물이다. 배송일이 2월 27일까지였는데, 그게 오늘 도착했다. 

노트북을 받고 바로 인터넷 접속했더니 손에 익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빠르고 좋다. 

올 해에는 좋은 글을 써보는게 어떠냐는 남편의 응원에 힘입어, 노트북도 선물받았으니 한번 써볼까하는 마음도 동한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생각을 해야겠지만, 이대로 영영 쓰기로 진입하지 못할까하는 걱정이 드는 걸 보면 이제는 정말 글을 좀 써야겠다. 

2010년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 다잡고 글을 좀 써봐야겠다. 

 

막상 휴대가 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데스크탑이 손에 익어서 그런가 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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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3: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6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2-26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으시겠어요.

실사컷도 한번 올려주세요 ㅎ

꿈꾸는섬 2010-02-26 14:37   좋아요 0 | URL
ㅎㅎ사진 올렸어요.^^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겠어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3-01 21:24   좋아요 0 | URL
우와! 멋지다~

순오기 2010-02-26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친숙한 화면이 떴어요.^^

꿈꾸는섬 2010-02-26 15:28   좋아요 0 | URL
ㅎㅎ 모두 함께 기뻐해주시니 행복해요.^^

blanca 2010-02-26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사랑스러운 선물이라니요^^ 책읽고 쓰고 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선물인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2-26 15:28   좋아요 0 | URL
ㅎㅎ너무 좋은 선물이죠.^^

무스탕 2010-02-2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으시겠습니다 :)
울 집에는 애들 때문에라도 노트북은 힘들거에요. 게임을 해야하거든요 -_-

꿈꾸는섬 2010-02-26 16:14   좋아요 0 | URL
ㅎㅎ노트북은 공유하는 것보다는 혼자쓰기 편한 것 같아요.^^

2010-02-26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7 0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02-26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축하드려요.
이걸로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래요.^^

꿈꾸는섬 2010-02-27 04:49   좋아요 0 | URL
ㅎㅎ고맙습니다.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해야죠.^^

水巖 2010-02-27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 더 멋진 신랑이군요. 좋은 글, 정겨운 글 남기시길 바랄게요.

꿈꾸는섬 2010-02-27 04:50   좋아요 0 | URL
ㅎㅎ수암님 고맙습니다. 신랑 칭찬에 또 으쓱으쓱해요.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할게요.^^

후애(厚愛) 2010-02-2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옆지기님 너무 좋으신 분이세요. 글 열심히 쓰세요~!!

꿈꾸는섬 2010-02-27 07:47   좋아요 0 | URL
후애님 옆지기님도 참 좋으신 분이죠.^^
우리는 옆지기 잘 만나 좋은 일들이 많아요. 가끔 아닐때도 있지만요.ㅎㅎ

소나무집 2010-02-2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축하 드려요. 그리고 꼭 좋은 글 쓰세요.
그냥 막연하게 글을 쓰는 것보다는
창비 신인문학상 같은 신인을 발굴하는 문학상을 목표로 해서 글을 써 보세요.
그러면 좀더 치열한 글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더 욕심을 내서 글쓰기를 정식으로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요.
문학상 시상식에 다녀와 보니 저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치더라구요.

꿈꾸는섬 2010-02-27 17:25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신인문학상 같은 문학상을 목표로 글을 써볼까 싶어요.
님이 다녀오신 시상식 모습보고는 더 욕심이 생기네요.ㅎㅎ
소나무집님도 저랑 올해 글 한번 써보면 좋겠어요.^^
전 좀 더 공부가 필요하긴 하지요. 예전에 문예창작 수업을 종종 들었는데 무조건 자기 글을 써야 글이 늘더라구요. 근데 요 몇년동안 글쓰기랑 담을 쌓고 살았죠.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써보려구요.^^
옆에서 함께 기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님들이 계셔서 너무 좋아요. 막 힘이 넘쳐요.ㅎㅎ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보려구요.^^

비로그인 2010-02-2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앞으로 글이 더 자주 올라오시겠네요~

저도 기대기대 합니다. +_+ 좀 늦었지만 놋북 선물!!!!!! 넘 좋으시겠어요~
부럽습니닷!!

꿈꾸는섬 2010-02-27 17:34   좋아요 0 | URL
앗, 전 지금 바람결님 서재에 다녀왔어요.^^
ㅎㅎ고맙습니다.ㅎㅎ

gimssim 2010-03-0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북 장만하신 것, 저도 축하드려요.
일단 저질러 놓고 봐야 그 다음 일이 추진되더라구요.
공부 잘 할려면 '나는 공부 잘한다'라고 소문을 내라구요.
그래야만 자신의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한다는 이론(저의).
좋은 글 기대합니다.^^

꿈꾸는섬 2010-03-02 14:50   좋아요 0 | URL
중전님 고맙습니다. 여기저기 소문을 내놓고나니 덜컥 겁도 납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보려구요. 그럼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님의 이론을 저도 믿습니다.ㅎㅎ

같은하늘 2010-03-0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옆지기님의 이런 응원이 있었군요.
글 많이 쓰셔서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03-02 14:52   좋아요 0 | URL
ㅎㅎ고맙습니다. 사실 알라딘에 계신 분들의 책읽는 것에 비하면 저는 읽는 것도 아닌데, 남편은 제가 책을 참 많이 읽는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는 작가를 꿈꿔왔는데 남편이 그 꿈을 한번 이뤄보라네요. 저도 남편의 응원 그리고 알라딘지기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번 시도해보려구요.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면 너무 억울할 것도 같구요. 왠지 모를 자신감도 막 생기고 그래요.ㅎㅎ
열심히 노력해 볼게요.^^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기다리며 어제 하루동안 이 책을 읽었다. 읽는 내내 어쩌면 그리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설레던지, 마치 내가 위녕이 되었던 듯, 엄마의 숨어있는 응원을 받고 있었던 것처럼 설레고 좋았다. 

고3 딸아이의 힘든 입시를 앞둔 상황에서 엄마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담긴 편지를 받아든다면 얼마나 고맙고 행복했을까? 그런 시절을 겪지못한 나에게는 그게 너무도 부럽고 또 부러웠다. 

물론 되돌아 생각해보면 부모님 마음을 아직도 잘 헤아리지 못하는 자식이 되어 있기에,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신 엄마나 아빠의 마음을 내가 어찌 다 알겠는가 싶을 때가 많다. 

가슴 따뜻한 글들과 함께 영혼을 살찌우는 글들, 위녕은 참 좋은 엄마를 두어서 좋겠다라는 부러움이 가장 컸다. 그리고 왜 눈물이 났을까?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서 전화해도 받질 않아서? 아니면 부모님에 대한 야속한 마음? 아, 나도 잘 모르겠다.)  

 

1987년에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내가 종로서적에 갔다가 사들고 왔던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새로 개정되어 나온 책인 것 같다. 87년판이랑 표지가 약간 다르다. 하지만 그 마음은 여전할 것 같다. 

늘 늦게 들어오시는 아빠, 아빠와 제대로된 소통을 하지 못하고 자라나던 나는 책을 통해 나만의 아빠를 만들었던 것 같다. 아빠가 해주셔야 할 이야기들, 아빠의 세심한 배려를 이 책을 통해서 배우고 위로받고 위안받았었다. 책장을 살펴보니 이 책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네가~응원할 것이다>에서 공지영 작가가 위녕에게 쓴 편지글 중 릴케의 책을 인용하는데, 이 책은 98년 겨울내내 나와 함께 했었다. ( 이 책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인지 어쨌든 이 판형은 아니다.) 

98년에 수능시험보고 헛헛했던 마음을 달래주었던 책이었고 내가 참 좋아해서 늘 끼고 살았던 책이었는데, 공지영 작가도 이 책을 참 좋아한단다. 어찌나 반갑고 좋던지...... 

그런데, 이 책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작은언니네 집에 있을 것 같다. 조카가 가져간 것만 같다. 

늘 많이 배우지 못하고, 늘 쪼들리고 늘 시집살이로 고달프던 엄마는 자식을 넷을 엄마의 뜻과 상관없이 살고 싶은대로 살게 하셨다. 물론 그것도 참 감사할 일이다. 일일이 간섭하고 자식의 인생을 부모가 설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늘 서운하고 섭섭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엄마를 생각하면 자식 넷 굶길까 자신의 손이 부르트고 거칠어지고 심지어 찢겨나가도 묵묵히 고된 일을 하시며 생계를 꾸려나가셨다. 그나마 엄마 덕분에 배는 곯지 않으며 자란 건데, 그래도 나는 늘 영혼을 살찌워주지 못한 걸 아쉬워하고 섭섭해하고 있다. 

엄마가 아셨다면, 세상살이 이치에 좀 더 밝았다면, 그리 하셨을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쩌질 못한다. 아이 둘을 키우며 먹고 입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늘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그때 그시절에 조금 부족했다고 느끼는 것에 대한 원망을 계속할 생각은 없다. 다만, 영혼을 살찌워주는 엄마가 부럽고 또 부러울 뿐이다. 

 그래도 늘 깨닫는다. 좋은 글로 된 편지를 써주는 엄마가 아니었어도 나를 지금까지 늘 지켜주시고 나의 편이 되어 주셨으며, 지금도 늘 딸의 기쁨에 기뻐하시고 슬픔에 함께 눈물 흘려주실 거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한번도 힘내라고 큰소리로 응원하시지 않으셨다고 해도 늘 우리 뒤에서 잘 될거라고 응원해주셨을 거라고 믿는 믿음도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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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2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응원한다는 말씀은 대놓고 안하셨어도, 그 누구 못지 않게 응원하면서 키워주셨음을 우리는 알지요. 엄마가 돼봐야 비로소 엄마 마음, 부모 마음을 알게 되는 거 같아요.

꿈꾸는섬 2010-02-25 21:30   좋아요 0 | URL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엄마를 알아가요.^^ 우리도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엄마가 되어야죠.ㅎㅎ

향기로운 2010-02-25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첫애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저도 공지영님의 책을 읽으면서 딸의 마음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엄마, 속 마음을 나누어도 든든할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주자.하면서도 여전히 엄마의 입장으로 아이를 다그치는 부분이 더 많아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살펴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거든요. 조금은 느려도 하나씩, 한 걸음씩, 배우고 안아주고 사랑해주는 엄마가 되도록 세심한 마음씀씀이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어머님이 수술 후 요양을 마치시고 다시 시골로 모셔다 드리면서 아이들을 함께 두고 내려왔는데, 보고싶네요. 내일 첫 기차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요. 오늘 밤 제대로 잠을 잘 수 있을런지.. 설레요.

꿈꾸는섬 2010-02-26 13:05   좋아요 0 | URL
큰아이 중학교 입학하면 더 많이 바빠지시겠어요. 향기로운님이라면 아이의 마음을 보살피는 좋은 엄마실 것 같아요. 아이들 데리러 내려가시는 시골길도 훈훈하시겠어요. 중학교 간다고 꼭 학원에 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집에서도 충분히 잘 할거라고 믿어요.^^ 향기로운님 자주 뵈니 정말 좋아요.^^

후애(厚愛) 2010-02-2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이에요.^^
좋은 책일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02-26 13:06   좋아요 0 | URL
후애님 읽으시면 참 좋으실 것 같아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책이에요. 엄마와 딸의 가슴 따뜻한 사랑이 느껴져요. 공지영 작가의 책에 대한 감상도 함께 볼 수 있어 좋아요.^^
 
엄마, 나 똥 마려워 맹앤앵 그림책 10
백승권 지음, 박재현 그림 / 맹앤앵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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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들고 어쩜 우리집이랑 이리도 비슷할까 싶었다. 이제 여섯살이 되어가는 아들도 "엄마, 쉬 마려워." "엄마, 똥 마려워." 하며 꼭 얘기를 하고 화장실을 간다. 그럴때마다 왜 꼭 엄마에게 얘기를 하고 허락을 받고 가는지 머리를 갸우뚱거렸었다. 그런데, 책 속의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보니 자신의 상황을 엄마에게 알리려는 아이의 의지가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 아이에게 혼자 뒤처리를 하라고 시키지는 않지만 서서히 아이와 뒤처리 문제로 옥신각신할때가 있겠구나 싶다. 




아이와 엄마의 옥신각신 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우리 아들도 이 책을 보고나서는 한번쯤 내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엄마, 똥 다 쌌어요. 딱 한번만 닦아주세요." 하는 것이다. 어찌나 웃기고 재미있던지...... 

우리 아들, 딸이 응가를 하면 나는 늘 변을 유심히 본다. 어떤 똥을 쌌는지 보면서 아이의 컨디션은 좋은지, 설사를 했으면 왜 했을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병원에 갈때도 늘 아이의 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한다. 그런데 늘 우리 아들은 굵고 길쭉한 황금똥을 눈다. 정말 눈부시게 예쁜 똥이다. 똥을 다 눈 아들에게 "오늘도 예쁜 똥 쌌네."하면 아이도 헤벌쭉 좋다고 쳐다보며 웃는다. 물론 책 속의 아이처럼 "똥이 예뻐? 내가 예뻐?"하고 묻지는 않는다. 당연히 예쁜 똥을 누는 우리 아이가 예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이를 막 낳고나서의 기쁨과 감사함을 가끔은 잊고 살때도 있다. 내 가슴으로 파고들어 젖을 먹고 포만감에 잠을 자던 아이의 얼굴이 요새는 가물가물거리기도 하다. 그래도 늘 고맙고 행복한 것은 밥상에 차려진 반찬이며 간식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준다는 것이다. '언제나 자랄까?' 싶었던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스스로 놀이를 하고, 스스로 뭔가를 하기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대견하고 기특하다. 아마도 우리 부모님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시지 않았을까? 아이가 쑥쑥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고 고맙고 행복하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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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2-25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은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제목도 재밌고요.ㅎㅎ

꿈꾸는섬 2010-02-25 12:45   좋아요 0 | URL
ㅎㅎ아이들 책 보면서 아이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고 많이 배우게 되어요.^^
지금 여긴 비가 많이 내려요.^^
봄비가 참 좋아요.

순오기 2010-02-2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이뻐요. 엄마한테 일일히 보고하는 거~ 엄마가 곁에 없으면 할 수 없잖아요.^^
엄마가 늘 곁에 있다는 거~ 현준이도 든든하게 느낄거에요.^^

꿈꾸는섬 2010-02-25 21:31   좋아요 0 | URL
ㅎㅎ가끔은 예쁘지만 가끔 너무 바쁠땐 귀찮을 때도 있어요.ㅎㅎ
아이가 자라면 그것마저도 아쉬울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네요.

향기로운 2010-02-25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외할머니, 지금도 살아계시는데 아흔다섯되시거든요. 어릴때 우리 조카(언니아기, 다음달 되면 군제대해요^^) 똥을 보면서 너무 예뻐서 먹어도 좋겠다 하셨었는데^^;; 정말일까 싶었어요. 워낙 이뻐하셔서.. 하지만 막상 제가 아기 낳고 똥을 보니 먹고싶을 정도는 아니었고 예쁘긴 하더라구요^^ 아이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으면 더 좋겠지만, 먹는대로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만큼 기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책속의 엄마와 아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장면인 것도 같고요^^

꿈꾸는섬 2010-02-26 13:07   좋아요 0 | URL
그렇죠. 책 속의 아이와 엄마, 우리들 모습 같아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애기들 똥이 예쁘다는 말 결혼전엔 몰랐어요. 근데, 예쁜똥 누는 아이들 정말 사랑스러워요.^^

같은하늘 2010-03-0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있어요. 일일이 보고하고 다니는 넘~~^^

꿈꾸는섬 2010-03-02 14:53   좋아요 0 | URL
ㅋㅋ 아이들 모두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 그런 것 같아요. 좀 더 크면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기 싫어하겠죠. 요 몇년을 즐겨보려구요.ㅎㅎ

서누맘 2010-03-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렇구나.. 우리 애들만 그러는 줄 알았네요. 재밌어요. ^^

꿈꾸는섬 2010-03-10 13:34   좋아요 0 | URL
애들이 다 비슷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