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한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시 시가 좋다.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산다는게 가끔 쉬운 것도 같지만 쉽지 않고, 어려운 것만 같지만 또 그리 어렵지만도 않다. 

마음 먹기에 따라 모든게 달라질 수 있단 생각에 위로를 받는다. 

 

 

   
 

낯선 외로움



자기만의 길이와 폭과 분위기를 가지고 살면서 풀에겐들
왜 저만의 슬픔과 기쁨이 따로 없으랴.
마주 앉아 찻잔 비울 때까지
속으로 삭이고 삭여야 할 생각 왜 없으랴.
삭이고 일어설때 사방에 썰물 빠지는 적막, 속의 황홀!


학교 식당 건물과 땅 틈새에 배죽 나온 저 풀,
오늘은 노란 꽃대 하나 조그맣게 내밀었다.
손가락 끝으로 얼굴 들어보니
죄끄만 꽃잎과 꽃술들이 오밀조밀 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조금 싸한 냄새까지 한 모양을.
왜 한 뼘쯤 앞으로 기어 나와 좀 편히 살지 않을까,
거기도 인간의 발길 채 닿지 않는 곳인데.
풀에게도 끼가 있는가?
기차게 고달파도 제 본때로 살아보겠다는?
말이 없어서 그렇지
몸을 온통 졸이는 황홀한 낯선 외로움이?

 
   
   
 

낙엽송



가을날 지상에서
잎새 말리며 겨울 날 준비를 하는 그 어느 나무와도
마음먹고 다가가 눈을 맞춰보면
삶의 한 고비를 넘는 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늘 푸른 나무와 잎갈이 나무들 속에 끼어 사는 낙엽송만큼
몸가짐 잘 봐주는 몸뚱어리가 또 어디 있을까?
다른 나무들 속에 없는 듯 살다가
저도 모르는 듯 고요히 황금빛으로 물드는
낙엽송, 주위 나무들과의 그 편안한 보색(補色)!
날이 차가워지면 점차 땅 빛으로 채도(彩度)를 맞추다가
흙빛으로 돌아가기 직전까지 몸 가다듬으며 살다가
첫눈 내릴 때 옷과 살을 한 번에 털어버리는
저 삶의 환한 한 형상!

 
   
   
 

겨울 통영에서



그대와 헤어진 남해안 풍경들이
새벽꿈에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서있는 듯 가던 섬들,
뻘 위로 팔이나 목을 내민 폐선(廢船)들,
짧은 방파제들,
늘 혼자였던 무인 등대.
바다가 보이지 않는 모텔 방에서 깨어
출렁이는 것을 찾아 나섰따.
그대 떠나자 몇 십 년 만에 찾아왔다는 추위
비뚤게 얼러붙었던 남망산이
풍경 소나기를 맞고 제 모습을 갖추었다.


밀물 가득 차올라 울렁이는 선창을 거닐다
나도 모르게 들어선 어시장,
이 추위에 물고기들이 용케 살아들 있다.
갑갑한 김에 잘 만났다는 듯
물 위로 얼굴 살짝 내미는 놈도 있다.
반기는 놈에게 어떻게 인사 안 한다?
눈으로 물으며 주위 둘러보니
사람들은 모두 흰 김 달린 숨을 쉬고 있었다.


그대없이 섬들만 남아 가다 서다 하는
눈이 오다 말다 하는 산양일주도로를
띄엄띄엄 달려
섬들과 바다 속에 가슴팍 내밀고 있는 달아공원에 닿아
눈 껌뻑이는 차의 숨소리 죽여놓고
목도리와 목덜미를 풀어 젖히고
섬과 섬 사이로 터지려다 마는 바다를 향해
눈 소나기 냉하게 맞고 있는 자를 만난다.
서로 내면(內面)하리!

 
   
   
 

헛헛한 웃음



요새 뭘 하지?
뭘 하다니?
선산 도리사(桃李寺),
갓 스쳐간 낮비에 젖은 길 내려가
소나무 우듬지들 한 가운데
아도화상 바위 의자에 올라 모양새 갖추고
오뉴월 몰려드는 생각의 검은 구름떼를
짝퉁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으로 잠재우려 든 일도
벌써 두 달여, 볕 아직 따가워도
저녁 어스름 바투 밀려오기 시작하는데
뭘 하고 있지?
뭘 하든 않든 아침저녁으로
하늘과 땅이 서로 들고 난 곳을 새로 맞춰보는
소나무들이 솔가리를 촘촘히 빗질해 내려보내는
가을이 오고 있겠지.
그래 그 가을의 문턱에서 지금 뭘 해?
여름내 속으로 미워한 자 하나
내처 미워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지.
그 할까 말까가 바로 피 말리는 일,
아예 소매 걷어 붙이고 나서 미워하든가
마음에서 슬쩍 지워버리는 거야.
아니면 어느샌가 바위의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저녁,
바위의 피부를 간질이는 가벼운 햇볕,
볕이 춤춰, 하면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가만히 춤추다가
생판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 한번 헛헛하게 웃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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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25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여름에 내가 리뷰를 썼던 시집이네요.
두번 살펴보고 이웃에 마종기 시인을 엄청 좋아하는 언니가 있어 건네줬어요.
여기서 다시 보니까 참 좋으네요.^^

꿈꾸는섬 2010-01-25 12:0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리뷰보고 땡스투도 눌러서 구매한거였는데 전 이제야 보네요. 그분 참 좋아하셨겠어요.^^

후애(厚愛) 2010-01-25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을 좋아하시는군요.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꿈꾸는 섬님께 시집을 선물하고 싶네요.^^
전 시집 선물은 한 번도 못 해 봤어요.

꿈꾸는섬 2010-01-26 17:30   좋아요 0 | URL
아~~ㅎㅎ 시 좋아하죠.ㅎㅎ
후애님께 선물 받을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네요.ㅎㅎ

같은하늘 2010-01-2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순오기님 서재에서 보고 반했었는데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네요.^^

꿈꾸는섬 2010-01-26 17:31   좋아요 0 | URL
저도 순오기님 서재에서 보고 샀는데 이제야 보았어요.^^ 근데, 정말 좋더라구요.

비로그인 2010-01-2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 올해는 쓸 수 있을까 하여 조금 비싼 만년필도 사 두었습니다. 처음에 꼭 그 펜으로 쓸거구요..근데 다른 시들을 보면 볼 수록 너무 좋아보여 엄두가 안나네요^^

뭐..닿을 수 없으면 어떻나요? 닿으려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이런생각만 갖고 있네요 ㅋ 제가 뭔가를 쓴다면 제일먼저 꿈섬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생각이 마구 생기네요~

겨울밤,,자정을 넘기기 전.. 꿈섬님 공간에 뭔가 연하게 끄적여 봅니다. 근심 없는, 좋은 밤 되고 있으시길 빕니다!!

꿈꾸는섬 2010-01-30 21:16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쓰신 시, 제일 먼저 보여주신다는 말에 감동이요.^^
어떤 시를 쓰실지 궁금해요.ㅎㅎ
 

남편은 엊그제까지 굴리던 차를 내놓았다. 

요새 일이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실 시골에서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싶으시다는 시부모님들 때문이다. 시골에 내려가실때는 비어있는 종중의 집을 쓰셨는데 막상 살아보니 너무 불편하기도 하고 말들이 많았던가보다. 어느새 2년여가 되어가는데, 두분이 얼마나 마음고생이며 몸고생하며 사셨을까 생각하니 그리 결정하신 것에 토를 달지 않기로 했다. 

마침 좋은 땅이 나왔고 아버님도 나름 계산해보시니 그곳에 터를 잡고 사는 게 좋으실듯하여 급하게 일을 진행하셨다. 다음주 월요일까지 땅을 살 돈을 보내드려야하는데, 사실 우리 통장은 늘 마이너스라 돈 마련이 쉽지가 않고, 남편은 그새 미련없이 차를 내놓았다. 그런데 비수기인 요새 차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고, 이런저런 흠을 잡아 차값을 덜 주려고 한다. 남편도 시세보다는 일이백 적은 돈에 내놓았다는데 그것보다도 더 싸게 구입하려고 한단다. 그게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입장 차이겠지만 말이다. 

요 며칠 돈에 대한 압박으로 마음이 참 무거웠다. 근데 오늘은 차를 보러 사람이 온단다. 남편은 지금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했으면 한다. 당장 내일모레 내려보내야할 돈을 시급하기에...... 

마음 한 구석이 요상하다. 

차를 파는 게 우리로선 최선일 수 있는데, 차를 팔면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 라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은 다른 일자리를 구해보면 될거라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자기 차 굴리며 일하던 남편이 남의 차 굴리며 마음 상해할까 내 마음 또한 편치가 않다. 

그래도 오늘 차를 보는 사람과 이야기가 잘 되어 차가 팔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게 차를 팔고 남아 있던 빚들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 만나, 제대로 일이 성사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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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1-2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 모든게 다 잘 풀릴거에요..

꿈꾸는섬 2010-01-25 10:53   좋아요 0 | URL
^^다 잘 되겠죠.^^
고마워요.

비로그인 2010-01-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풀리시길..빕니다.

꿈꾸는섬 2010-01-25 10:5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10-01-24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다 잘 풀리실거에요.. 힘 내세요!!

꿈꾸는섬 2010-01-25 10:54   좋아요 0 | URL
힘이 나네요.^^ 고맙습니다.

水巖 2010-01-24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지기가 아내에게만 극진한줄만 알았는데 부모님께도 대단하신 모범 옆지기이군요.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실거에요. 저도 잘 되시기를 기원할게요.

꿈꾸는섬 2010-01-25 10:55   좋아요 0 | URL
부모님께 잘 하는 사람이라 더 좋았어요. 기본 심성이 좋은 사람이라 정말 잘 될거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ㅎㅎ

2010-01-25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1-25 10:57   좋아요 0 | URL
저희도 잘한 일인지 잘 못한 일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남편 말도 틀리지 않고, 아직 젊고 건강하니 무슨 일이든 못하겠어요? 잘 될 거라고 믿어요. 걱정 고맙습니다.^^

2010-01-26 0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6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승자님의 시집이 오랜만에 나왔다. 너무 보고싶어 사실 안달이 좀 나있었는데 며칠전 마노아님으로부터 생일선물을 하고 싶단 글을 받고는 이 시집이 번쩍 생각났다. 처음엔 거절을 했는데 마노아님의 새해 첫선물의 주인공이 될 영광스런 날이 될거라기에 얼른 답글을 달았다. <쓸쓸해서 머나먼>을 보내주세요.ㅎㅎ 

그리고 어제 이 시집을 받았다. 알라딘의 빨간 선물 상자에 정겨운 메세지를 함께 담아 이 시집이 내게로 왔다. 

오늘 아이들 재우며 옆에서 읽었는데, 역시, 최승자님 시는 멋지다. 오랜만에 좋은 시를 읽으며 행복한 밤을 보내고 있다. 

 

 

   
  먼 방 빈 방



빈 방에서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듣는다


(먼저는 내가 빈 방을 만들어냈고
빈 방이 저 먼, 없는 폭포 소리를 만들어냈다)


먼 방 빈 방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폭포 소리는 흘러내리는데


호젓이 고즈넉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먼 방, 빈 방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아침 식탁, 커피 한 스푼의 無
커피 물 한 잔의 無限


(창밖에서 한 아이가
사과를 먹고 있습니다
한 세계를 맛있게 먹는 것을
바라봅니다)


어디선가 새가 울고
달이 지고


구름 한 점 쓰다 가겠습니다
 
   
   
  하늘 虛 한 잔



아침마다 옥상에서 담배 한 대 피운다
눈앞에는 거대한 아파트 군단
그 위로 펼쳐져 있는 회색 하늘
아침마다 그 하늘 虛 한 잔을 마신다


담담하게 밍밍하게


(어쩌면 이 시시한
밀레니엄의 풍경을 가로지르는
새 한 마리조차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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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1-22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왜 이리 눈에 보이는 모든 시들이 좋을까요..?? 아니 마음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꿈꾸는섬 2010-01-22 23:07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러네요.ㅎㅎ 좋은 시 읽고 좋은 밤 보내세요.^^

gimssim 2010-01-23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시인이 투병 중이란 소문을 들었는데...
마음 절절 끓이는 시를 읽으며...마음을 좀 씻어야 겠어요.

꿈꾸는섬 2010-01-23 10:19   좋아요 0 | URL
중전마마, 처음 뵙겠습니다.^^
제 서재에도 들러주시고 고맙습니다.
저도 한번 놀러갈게요.
시집 받으시면 아마 너무 좋아 감동하실거에요.

프레이야 2010-01-23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집 선물 받으셨나봐요.
쓸쓸해서 머나먼... 시가 아침부터 마음을 울리네요.

꿈꾸는섬 2010-01-23 10:20   좋아요 0 | URL
네, 너무 좋으네요. 저는 어제 밤새 너무 좋아 곱씹어 읽었어요.^^
프레이야님 건강하시죠? 요새 프레이야님 옆지기분이 물어온 사진 너무 좋아요.^^

비로그인 2010-01-2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승자 시인의 시가 좋군요..
'다른 세상' 특별히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꿈꾸는 섬님


꿈꾸는섬 2010-01-25 10:43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좋은 시를 보고 좋으셨다니 저도 좋으네요.^^
 

어느새, 호사를 부리던 시간도 얼마 안남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하지 않아도 맛있는 미역국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기는 아침이었다. 결혼하고 내 생일이면 한번도 거르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려주는 남편, 오늘도 어김없이 미역국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남편이 밥을 하는 동안, 미뤄두던 욕실청소를 아침에 했는데 그바람에 아이들이 엄마 빨리 안나온다고 한바탕 또 소란을 피웠다. 신혼때는 남편이랑 단촐했는데 이제는 어느새 두 아이가 생기고 큰아이는 큰 아이대로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대로 어느새 볼에 입을 맞추며 엄마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 매해 그랬는데 올해는 또 다르게 가슴뭉쿨하다. 

아프던 현수는 어제 오후부터 완전 좋아져서 오늘은 신종플루 2차 예방접종까지 했고, 다시 왕성한 식욕을 보였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케잌이랑 아이들 간식으로 떡 몇가지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래에 촛불도 끄고 케잌도 잘랐다. 케잌만 보면 흥분하는 아이들......서로 불 끄려고 엄마보다 먼저 촛불을 껐다. 

저녁엔 무얼 먹을까 고민을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친정엘 다녀왔다. 늘 속 많이 썩이던 딸이라 결혼하고는 늘 죄송하고 고맙고 그랬다. 남편은 남편대로 부모님께 더 잘해드리자고, 평상시 우리돈내고 절대 가지 않는 암소한우전문점에 가서 특수모듬과 차돌박이와 육회를 포장해서 친정에 갔다.  

친정부모님들도 오랜만에 고기구경하신다며, 입에서 살살 녹는다며 잘 드셨다. 아빠가 편찮으시지 않으면 식당에서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집에서 구워먹는 고기맛도 좋았다. 

친정부모님 집에 늘 드나드는 오빠네 식구들과 함께 푸짐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배가 부르다. 

생일이라고 오늘 하루 밥도 짓지않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정말 공주님처럼 보냈다. 이제 몇분 남지도 않았구나, 생각하니 좀 아쉽긴 하지만 일년에 한번 이런날이라도 있으니 좀 살만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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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1-19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축하드려요 님
전 생일 미역국 결혼하고 항상 제가 끓여먹었는데 멋진 옆지기님이시네요. 두아이들까지.
정말 축하드려요, 약력이신가요?

꿈꾸는섬 2010-01-19 23:4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고맙습니다.^^ 음력이에요. 안그래도 태은이 생일이랑 비슷하죠.ㅎㅎ 양력은 16일이에요.^^

같은하늘 2010-01-19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1분 남았어요. 축하드려요~~~ 항상 생각하지만 옆지기님 너무 자상하세요.
울집은 절대 그런일 없어요. 거기다 전 한여름이라 미역국도 안끓어요.^^

꿈꾸는섬 2010-01-20 00:01   좋아요 0 | URL
ㅎㅎㅎ고맙습니다.
한여름이라 미역국도 안끓이면 무얼 드시나요? 미역냉국?
미역국 말고 다른걸 해주시지 않아요? 저흰 대신 선물은 소소하게 합니다.ㅎㅎ

2010-01-20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0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1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1-21 10:57   좋아요 0 | URL
앗,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면 안되죠. 앗, 어쩌죠? 저 지금 안절부절하고 있어요.ㅠ.ㅠ

비로그인 2010-01-2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좀 늦었네요^^ 늦게나마 축하드려요~
올해 건강하시고, 늦가을 환한 달빛 만큼이나 넉넉한, 그런 나날이 가득 하셨음 좋겠습니다아.

꿈꾸는섬 2010-01-20 22:34   좋아요 0 | URL
ㅎㅎ공주대접받느라 뒤늦게 글을 올렸네요.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0-01-20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생일 축하해요.
난 지금껏 내 생일날 미역국 한번 끓여주지 않는 남편과 살았는데 시위라도 해야겠어요.
일년에 단 하루뿐이니 더 빛나는 공주님의 날이군요.^^

꿈꾸는섬 2010-01-20 22:35   좋아요 0 | URL
남편분께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세요.^^
일년에 하루라도 공주처럼 사는 거 괜찮더라구요.ㅎㅎ

프레이야 2010-01-20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지기님이 미역국을 끓여주시는군요.(부럽부럽)
생일 축하해요, 꿈섬님.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현수가 나아져서 다행이에요.

꿈꾸는섬 2010-01-20 22:36   좋아요 0 | URL
현수가 나아진 것까지 좋은 일이 겹쳤죠.^^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도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셔요.ㅎㅎ

hnine 2010-01-20 0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생일을 친정 부모님들과 함께 하셨다니 더욱 뜻 깊으셨겠네요.
하루만 밥, 설겆이 안해도 이렇게 공주 된 기분이 되는 것을, 우리 좀 더 자주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지요? ^^
건강하시고, 또 다음 생일에도 여기서 축하드릴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01-20 22:37   좋아요 0 | URL
친정부모님도 좋아하셔요.ㅎㅎ
일년에 한번이지만 참 좋아요.ㅎㅎ 나인님도 미역국 끓이는 법을 알려주세요.

소나무집 2010-01-20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생일을 챙겨줘서 공주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남편도,
친정을 찾아가는 님도 다 예뻐요.

꿈꾸는섬 2010-01-20 22:3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랑 사는게 참 좋아요.^^

후애(厚愛) 2010-01-20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립니다.
옆지기한테 미역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 줄까 생각 중입니다. ㅎㅎㅎ
행복한 하루 되세요.^^

꿈꾸는섬 2010-01-20 22:3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ㅎㅎ
후애님 옆지기님은 충분히 해주시리라 믿어요. 저도 사실 신혼초에 남편에게 가르쳐준걸요.ㅎㅎ

섬사이 2010-01-20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날 미역국 끓여서 아침상 차려주는 남편이라니!!!
저는 상상도 못한 일이에요.
행복한 생일을 보내신 것 같아 저까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꿈꾸는섬 2010-01-20 22:4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워낙 가정적이고 집안일을 잘 도와요. 집안일을 남편이 도와줘야한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에요. 신혼초에 미역국 끓이는 법을 배워두더라구요.ㅎㅎ 언제까지 할런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같이 사는 날동안엔 하지 않을까 싶어요.

水巖 2010-01-2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제 생일 축하드리네요. 어제 오랜만에 쏘다닌탓에 지쳐버린것 같에요.
너무 행복한 부부군요. 나는 상상도 못했어요.

꿈꾸는섬 2010-01-20 22:43   좋아요 0 | URL
겨울엔 조금만 나다녀도 금새 피곤하죠. 감기 걸리진 않으셨나 모르겠어요. 수암님 세대와 저희 세대가 좀 다르다면 서글프실까요? 남자도 부엌일 등 집안일 돕는게 자연스러운 시대잖아요. 남편의 마음 씀씀이가 참 고맙고 좋아요. 수암님도 한번 시도해보시면 옆지기님 아마도 평생 함께 사신 보람을 느끼지 않으실까요? 미역국 끓이는 거 정말 쉽거든요.^^ 저흰 시아버님도 워낙 시어머니를 잘 도와주셔요.^^

전호인 2010-01-21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카추카 ^*^
생일날 부모님을 찾아뵌 것은 너무 잘하셨네요.
사실 생일에 가장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받아야 할 분이 나를 세상에 내놓으신 어머니니까요.

꿈꾸는섬 2010-01-21 10:57   좋아요 0 | URL
ㅎㅎㅎ고맙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셨어요.^^

필로우북 2010-01-21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진 게 무엇인지 잘 아시는 형부도, 그런 형부의 아내로 사는 언니도 아름답게 보여요~^^* 어제 이 글 보고 생일이 하루 지나셔서 아차, 했지만, 누구보다 축하드릴게요 언니^-^

꿈꾸는섬 2010-01-21 17:34   좋아요 0 | URL
땡큐^^
이제야 메일 보고 서재에 들렀는데 뭐가 뭔지 잘 몰라 좀 더 둘러봐야겠다.
쉬는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여유도 좀 부리고 그러면 좋겠네.^^

치유 2010-01-22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남편분을 두셨네요..넘 부럽네요..전 신랑한테 생일날 미역국 얻어먹은기억 이십년(?맞나?) 살면서 딱 한번이었는데요..
일년에 한번은 가사노동에서 완전히 해방인 님이 넘 부럽사와요..
그리고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꿈꾸는섬 2010-01-22 21:48   좋아요 0 | URL
ㅎㅎ배꽃님 그래도 한번이라도 얻어드신 기억이 있다니 제 맘을 잘 아시겠네요.^^ 고맙습니다.ㅎㅎ
 
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절판


동물들은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한다. 까마귀는 다른 까마귀의 눈을 파내지 안는다. 어쩌면 까마귀가 사람보다 나을지도 모르겠다.-10쪽

말테는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어 손가락 끝에서 자주 피가 난다. 그럴 때면 얇은 면장갑을 끼고 손목을 끈으로 꽉 묶어 둔다. 대개는 손을 등 뒤로 숨기고 있다.(중략) 나는 사람이 어떻게 피가 날 정도로 손가락을 물어뜯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략)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어쩌면 그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은 아닐까? 말테가 왜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14쪽

"세상 어디서든 군대는 제멋대로 행동하지."-40쪽

에를렌호프 김나지움 학생들은 왠지 공모자 집단 같은 인상을 풍겼다. 자기들끼리도 충분히 즐거워서 타인이 끼어들 틈을 전해 내주지 않는.......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공기처럼 보이지 안는 존재였다. 나는 그 아이들이 몹시 부러웠다. 그때부터 간절히 그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었다.-43쪽

이렇게 많은 이방인을 한꺼번에 가까이에서 보다니, 기분이 무척 묘했다. 아이들은 밀고 당기며 서로 나에게 바짝 다가서려 애썼다. 나는 마치 동물원에서 막 태어난 북극곰 새끼가 된 것 같았다. 아주 강렬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모두 나에게 진지하게 관심을 보인 거니까.-58쪽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서로 잔혹한 경쟁을 벌이고 잇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때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내게는 아주 사소한 일이 그 아이들에게는 아주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그 아이들에게는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따위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73쪽

나는 온몸이 촉수로 변한 듯 신경이 곤두섰다. 펠리키타스가 또 내 옷을 가지고서 모욕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발걸음을 늦추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몸에 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뻣뻣해지는 느낌이었다.-93쪽

나는 여기 소속이 아니라는 생각. 이 아이들에게는 내가 침입자로 보일 거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니면 편하게 놀려도 되는 대상으로 보이든가......-100쪽

어쩌면 나는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정말이지 나는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었다. 어쩌면 너무 조바심을 냈던 게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당한 온갖 수모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내가 지금 이 병원에 있어야 할 만큼 그 아이들에게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던가.
-104쪽

나는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밤마다 침대에 누워,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했다. 아무런 해답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누구와 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 너무나 조리에 맞지 않고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137쪽

그때는 그게 '불안' 증세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또다시 경멸을 당하고, 날카로운 칼날로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겪을 거라는 불안에 늘 휩싸여 있었는데도......-139쪽

우리 먼지털이....... 속이 메슥거렸다. 그 아이는 쓰레기를 치워 주는 사람을 존중하라는 가정 교육을 받지 못했던 모양이다.-149쪽

'나는 이제 끝났어.'
이 생각이 머릿속에 갑자기 떠올랐던 일이 지그도 기억난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그다음에는 별로 끔찍하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상상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끝이 없는 날들, 몇 주와 몇 달과 몇 해를 견디지 않아도 된다는 상상....... 이대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고통이 없다.
불안도 없다.
배가 눌리는 느낌도 없다.
더 이상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아무것도 없다.
끝이다.-273~274쪽

비데만 선생님이 인생이란 '앞으로'만 살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더러 뒤로 살라고 요구하지 않았던가?-305~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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