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것 같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일요일엔 남편이 아이들을 봐주겠다며 놀다오라고 시간을 주었다. 시간이 되면 친구들이라도 만나야지 했는데 엄마들은 모두 바쁘고 아팠다. 후배나 동기들을 만날까했는데 싱글들은 미리 약속들이 정해져있고, 갈데 없는 아줌마는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영화, 혼자 보는 건 결혼전에도 잘 했던 일인데, 다들 나를 불쌍하게 생각해서 더 처량해졌다.
아침밥 차려 먹고 나갔는데 극장에 도착하니 10시쯤 요샌 조조가 9시전부터 시작하니 보고 싶었던 영화들 모두 시작한 뒤였고 남은게 <Fame>, 그래 이런 영화도 난 좋아하지. 마음의 위안을 삼으며 기다리는 동안 <미실>을 읽고 있었다.
십대 청소년들의 꿈과 사랑, 열정을 담은 이 영화를 즐거운 마음으로 보았는데 마지막엔 눈물을 찔끔거렸다. 흥겨운 음악과 노래가 어우러졌고, 경쾌하게 박자맞춰가며 고개도 끄덕거리며 보았는데 눈물이 찔끔거리더라. 나의 십대, 이십대, 너무 방만하게 살아왔던게 후회스러웠던걸까? 알을 깨고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였을까? 우리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자라 부모의 생각과 다르게 자라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여하튼 영화를 보고 백화점에 들러 그동안 쇼핑하지 못했던 원도 좀 풀었다.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즐거웠다. 아이들과 나오면 매번 뛰어다니는 아이들 뒤꽁무니 쫓아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여유있게 한바퀴 돌아보고 가볍게 점심을 먹고, 옥상에 올라가 커피하잔 마시고 다시 내려와 남편의 셔츠를 하나 샀다. 그리고 서점에 들러 책 구경도 실컷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퍼즐(현준이 공룡 퍼즐 30조각, 현수는 6조각 그림퍼즐)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바람 한번 쐬고오니 기분이 많이 달라졌다.
집에 돌아와서는 애들 고모네가 가져온다는 이층침대 맞을 준비로 바빴다. 사실 난 입만 바쁘고 남편이 이리저리 옮기느라 바빴다. 이층침대를 단층으로 두개 놓으니 방안이 가득이다. 현수가 좀 더 크면 이층으로 놓아야지.
그리고 월요일엔 하루종일 미실을 읽었다. 생각보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책이다.
요새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고현정이 분하고 나오는 미실이라는 여자는 정말 흥미로웠다. 책으로 만나니 그 여자 정말 대단하더라. 아니 그 시대 정말 대단하더라.
여하튼 결국 읽어냈다. 제 1회 세계문학상을 받았다는데 확실히 상을 받는 책은 뭔가가 있다. 심사평도 정말 화려하더라.
어제 화요일엔 현준이 유치원에서 강연회가 있었다. 창의적 교육에 대한 강연회라고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나는 잘 모르는데 꽤나 유명한 분인가 동국대 구동조교수님이 강의하셨다. 뿌꾸와라는 프로그램을 유치원에 도입한다는 것, 안그래도 미술관련 교육은 늘 반갑고 좋다.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미래 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간이 살아남을 거라는 말에 공감한다. 강연자가 40분 늦게 오셔서 강연회가 7시30분에 끝났다. 부랴부랴 집으로 가는데 비도 내렸다. 남편이 밥을 해놓고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유치원에서 현수가 엄청 울었는데 남편이 일찍와서 데려가주었다. 현준이는 끝까지 엄마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3시간동안 기다리느라 많이 힘들었는지 내 다리에 매달려 떨어지질 않았다.
그리고 오늘 서평단 도서가 왔다. 아, 참, 내가 4기 서평단이 되었지. 오늘은 알라딘에 꼭 들어가봐야지 했다. 그런데 저녁 8시도 안되어서 잠이 들었다.
오늘 우리 동 물탱크 청소한다고 단수란다. 그래서 현준이 유치원보내놓고 친정에 다녀왔다. 현수가 망가뜨린 안경도 찾을 겸 친정에 가서 점심 먹고 현준이 끝나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콧물이 아직도 흐르는 현준이 데리고 이비인후과에 가고, 54개월 건강검진 받으라는 것도 있어서 미리 예약해서 받았다.(모든게 양호한단다) 그리고 옆동에 사는 언니도 함께 가서 독감 주사 맞았다. 우리 동네에는 독감주사약이 없다고 하길래 그럼 내가 가는 병원가서 맞자고 함께 나섰는데 남 태우고 가는 차안이라 더 조심조심 운전하게 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4시쯤 되었는데 남편이 또 야간에 일을 해야한다고 오늘은 일찍 나가야한다고 저녁을 서둘러 먹자고 하길래. 바로 저녁 준비, 오늘의 메뉴는 현준이가 좋아하는 콩나물 밥, 온가족이 좋아하는 버섯불고기. 잔뜩 먹고 정리하고 아이들 씻기고나니 7시30분쯤. 잠깐 누워있다는게 그만 잠이 들었다. 남편이 나가는 것도 몰랐네. 아이들도 엉크러져서 자고 있었다. 가습기에 물이 없어서 꺼져 있어서 잠이 깨었다. 다시 물 보충하고 잠을 잘까하다가 오랜만에 알라딘하고 싶어서 컴을 켰다. 내가 즐겨찾는분들 서재에 온통 경복궁이야기가 만발했다. 마냥 부러워만 하고 있다. 인사동을 가본게 언제였더라. 흥에 겨운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 산사춘도 정말 맛났겠다. 에고, 부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