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날 예정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왔다. 아침 준비하면서 점심 도시락을 간단하게 준비했다. 유부초밥, 메추리알, 포도, 음료를 챙겨서 11시반쯤 집에서 출발해서 12시반쯤 박물관에 도착했다. 강변북로를 타고 갔는데 거의 다가서 차들이 많아지고 무엇보다 박물관 진입하는 좌회전 차선을 막아놓아 유턴을 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미리 박물관 정황을 살폈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무 생각없이 우리 편한 시간에 도착하고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길게 늘어선 줄이 본관을 거쳐서 세줄이 겹쳐 있었고 안내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두시간을 넘게 기다려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서 사람들 모두 긴 줄도 마다않고 늘어서서 기다렸다.  



남편은 처음엔 이걸 꼭 봐야겠냐고 내게 물었지만 그도 꼭 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다른 건 몰라도 <몽유도원도>는 전시기간도 9일로 가장 짧았고 진품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설레이는가 말이다. 다른 전시를 볼 사람들은 다른 입구로 전시관으로 들어갔지만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서는 이 줄을 기다려야만 했다. 남편은 내내 줄을 지키고 있었고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계단위로 올라가서 용극장 입구의 테이블에 앉아 간단하게 요기를 시켰다. 간단하게 준비한 도시락이 없었다면 기다리는 시간이 꽤나 지루했을게다. 밥을 먹고 넓은 광장을 힘차게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가끔 계단을 오르내릴때 현수가 넘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나게 뛰어다녔다. 



가끔 계단에 앉아 다리쉼도 하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마주한 <몽유도원도>는 정말 대단했다. 



요 그림 앞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쉬 떨어지질 않았다. 관람시간을 1분으로 제한했지만 그게 어디 쉽게 지켜지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보고 싶었던 건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보기가 어렵기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일본에 건너가 일본의 국보가 되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가슴 아픈 일인가. 그런데 나는 정작 현수가 보채서 너무 건성으로 보았다. 전시실이 너무 어두웠던 탓도 있고 <몽유도원도>가 놓인 곳도 구석이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몰려 있으니 아이가 보채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남편은 현준이가 잠이 들어 한참을 들여다 보았단다. 너무 감동적이라며 잊혀지지 않는다고. 

내가 가장 마음을 둔 것은 



<은제금도금주자와 승반>으로 고려시대 작품인데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온 것이다. 주자위의 봉황하며 연꽃무늬를 어찌나 세심하게 만들었는지 그 화려함에 마음이 빼았겼다. 현수도 무척 좋아하며 예뻐, 예뻐를 외치며 보았다. 



남편이 마음을 빼앗긴 건 <수월관음도> 고려14세기 작품인데 이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온 것이다. 관음보살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서 보았다는데 정말 너무도 매혹적인 자태로 앉아 아래를 지긋히 바라보고 있는데 문양도 섬세하고 화려한데 그것이 은은한 멋이 있다. 



말뚝이 탈을 보고 현수가 코끼리라며 내 손을 잡아 끌고 그 앞에 가서 한참을 보았다. 귀가 크고 코가 긴 것이 정말 코끼리 얼굴이었는데 현수가 무지 좋아해서 여러번을 보았다. 그리고 <목제연봉동자>를 보고 너무 예뻤는지 '전현수'란다. 어린딸이 내 손을 잡아 끌고 "엄마, 봐봐"하는데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이외에도 <천마도><무구정광대다라니경><진찬의궤> 등등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을 위해 전시된 좋은 작품들이 우리를 위해 전시되어 있었다. 

특별전시관을 다 보고 난 후 너무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돌아오는 차안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지만, 배고픈것도 잊고 있었다며 두시간 기다린 게 아깝지 않았단다. 집에와서 차마시며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도록>을 펼쳐놓고 남편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저녁엔 남편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 간단히 맥주를 마시러 갔었고 그날도 결국 대리운전 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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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0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댁은 이렇게 친절한 알라디더의 후기로 대신해요.
그래도 감사하죠~ 이런 거 올려주는 꿈섬님, 복 받으세요!^^

꿈꾸는섬 2009-10-07 00:12   좋아요 0 | URL
좀 더 사진을 올릴까하다가 영 사진을 못 찍어서 저희가 좋아했던 것만 올렸어요.^^ 사실 제가 순오기님 덕을 더 많이 보고 있죠? ㅎㅎ 완도기행 기대중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10-0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꼬맹이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또 내용과 상관없는 댓글 ㅎㅎㅎ)

꿈꾸는섬 2009-10-07 00:1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나가죠.

프레이야 2009-10-0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너무 좋으셨겠어요.
현수 현준이도 그 긴 줄에 따라다닌 것 보면 기특해요.
저도 지방댁이라 후기로 눈요기합니다~

꿈꾸는섬 2009-10-07 00:12   좋아요 0 | URL
ㅎㅎ 아이들은 오히려 탁트인 공간에서 너무 좋아라했어요.

하늘바람 2009-10-06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 현준이 넘 깜찍하네요. 음 유부초밥과 메추리알 도시락으로 딱이네요. 담엔 저도 싸가지고 가야겠어요

꿈꾸는섬 2009-10-07 00:14   좋아요 0 | URL
간단한 도시락이라 편하죠. 과일도 조금 준비하면 영양상 무리가 없어요.^^ 아이들 데리고 식당 들어가 먹는 것도 번거로울때가 많아요. 도시락 싸가면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요.^^

마노아 2009-10-0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종의 미를 거두고 오셨어요. 전 줄이 너무 길어서 일행들이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고 해서 어깨 너머로 흘깃흘깃 보고 왔답니다. 그래도 천마도를 보아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꿈꾸는섬 2009-10-07 00:15   좋아요 0 | URL
전 천마도는 건너뛰었어요. 주자와 승반에 흠뻑 빠졌거든요.

무스탕 2009-10-0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다녀왔어요.
오전에 일다녀와서 점심도 거르고 뛰어가서 박물관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먹고 이후 시간을 버텼죠 ^^

꿈꾸는섬 2009-10-07 00:17   좋아요 0 | URL
너무 좋으셨죠? ㅎㅎ 삼각김밥 먹으며 기다린 시간 아깝지 않았을거에요.^^ 볼거리가 너무 많았죠.^^

세실 2009-10-0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 전시회 하는군요.. 가고 싶어라..
주말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엄두가 나지 않아요. 잉.
작은 연못(?) 주변에 앉아 있는것도 좋았는데.

꿈꾸는섬 2009-10-09 21:51   좋아요 0 | URL
애들 아빠 줄 서 있고 혼자 애 둘 데리고 연못 주변 돌아보는게 엄두가 나질 않아서 일부러 연못엔 안갔어요. 연못 주변에 앉아 경치 보는 건 다음에 할 기회가 또 있겠죠.ㅎㅎ 세실님도 잘 다녀오세요.^^

같은하늘 2009-10-0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뜻깊은 나들이를 하셨네요.
전 엄두도 못내고 있는데...ㅜㅜ

꿈꾸는섬 2009-10-09 21:52   좋아요 0 | URL
볼거리가 많아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한번 다녀오심 좋을 듯 해요.^^
 



현준이 유치원에서 추석을 맞아 명절 행사와 예절 교육을 한다고 한복을 입혀 보내달라고 해서 입혔는데 현수도 덩달아 입었다. 정작 추석 당일엔 입히지는 않았는데 아이들은 예쁜 옷 입는 걸 너무 좋아한다. 




유치원 앞에서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도 한장 찍어주었다. 가방까지 메고 의젓한 현준이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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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0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뭘 입혀놔도 눈부신 아이들이에요. 마지막 사진의 현수 표정이 너무 재밌어요! ㅎㅎㅎ

꿈꾸는섬 2009-10-06 00:5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서재에 다녀왔어요.^^
오빠 보며 따라하는거에요.ㅎㅎ

라로 2009-10-06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넘 이뻐요~.^^ 오빠를 고대로 따라하려고 애쓰는 현수가 넘 사랑스럽네요~.ㅎㅎㅎ
저희 해든이도 요즘 따라쟁이에요~.ㅎㅎㅎ
그나저나 요즘 배변 훈련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ㅠㅠ
참 근데 배변 훈련할때 잠잘때는 어떻게 해야해요????
배변 훈련을 일찌감치 다 끝내신 님이 넘 부러워요~.

꿈꾸는섬 2009-10-07 00:22   좋아요 0 | URL
우선 잠잘땐 기저귀를 채워서 재우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곧바로 소변을 누여요. 그리고 기저귀를 확인하면 우리 아이가 자는 중에 소변을 보는지 알게되죠. 그거에 맞춰야하는데 밤에 아직 우유를 마시면 여유를 갖고 밤기저귀는 채우세요. 그리고 서서히 우유를 끊을때 기저귀도 같이 끊으면 좋아요. 두돌정도되면 보통 밤중 소변을 거의 안보더라구요. 밤중에 가린다고해도 방수패드는 꼭 깔아놓으셔요. 아이들은 그때그때 다르니까 이불 빨래하기 힘드니까요.

순오기 2009-10-06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복 입은 아이들은 특히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현수 손가락은 오빠랑 다르군요.ㅋㅋ

꿈꾸는섬 2009-10-07 00:22   좋아요 0 | URL
현수 맘대로 되질 않으니 인상이 써지는게 당연한거죠.^^

하늘바람 2009-10-06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 보고 따라하는 현수 넘 귀엽네요 아웅 한보 태가 줄줄입니다. 집가까우면 태은이도 붙여주고 프네요

꿈꾸는섬 2009-10-07 00:2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태은이도 같은 또래라 함께라면 정말 예쁘겠어요.^^ 우리 동네로 이사오세요.ㅎㅎ

비로그인 2009-10-06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들도 한복도 참 환하고 곱군요. 이쁜 모습에 눈이 싸악 씻기는 느낌입니다.

꿈꾸는섬 2009-10-07 00:25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무스탕 2009-10-06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이뽀라~~~ >_<

꿈꾸는섬 2009-10-07 00:25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마워요.^^

같은하늘 2009-10-07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 표정이 살아있습니다.^^

꿈꾸는섬 2009-10-09 21:52   좋아요 0 | URL
ㅎㅎ귀엽죠.^^
 
나야, 나!
고경숙 지음 / 재미마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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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을 이렇게 구겨서 버려본적 있어요? 누구나 한번쯤 있을지도 모르죠.
잔뜩 화가 난 것도 같고 좀 운 것 같기도 한 소녀의 그림 한장이 버려졌어요. 미미래요. 태어나자마자 우주 어디론가 버려진 느낌을 받았대요. 그래서 소리쳐요. 누구야?

누가 날 버렸어?

나야, 나! 하고 외치는 이 사람 누굴까요? 피아니스트에요. 그림이 너무 신기하죠. 이런 그림책이 있다니 말이에요. 그림에 대해 잘 모르니 이게 어떤 그림을 표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의 그림책의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건 사실이에요. 독특하고 기발한 책인 것 틀림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무얼 버렸을까요? 아이가 대답해요. '피아노' '악보' 이런 걸 버렸을 것 같대요. 미미를 버린 사람이 아니래요. 플랩을 들추면 정답이 있어요.

꼬마아이가 찻길에 서서 질문을 한대요. 교통신호 안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버렸대요. 고장난 호루라기를요. 그림에서 찾았나요? 함께 찾아보면 더 재미있어요.

또 나야, 나! 소리치는 소년이 있어요.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네요. 무엇을 버렸을까요? 플랩을 들추면 답이 있어요. 그림 속에도 있구요. 잘 찾아보세요.

패션 디자이너래요. 동그라미를 주제로 한 옷을 입고 있어요. 굉장히 독특하죠. 무얼 버렸을까요? 그래요. 동그라미가 아닌 천조각들을 버렸대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것을 버리고 있어요. 그럼 미미는 누가 버렸을까요?

책을 세워놓고 아이들과 찾기 놀이를 해봤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알록달록 그림을 한번 그려보라고 했죠. 헌 잡지책을 오려서 붙이기도 하면서 자기도 한번 흉내를 내보려고 하는데 재미있어보이더라구요.
생각보다 비싼 책이라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국내창작그림책이 이정도의 높은수준이라면 하나쯤은 사줘도 괜찮겠단 생각을 했어요. 양장에 수작업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비싼게 당연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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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0-02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출간했다는 것 자체로도 추천입니다.

꿈꾸는섬 2009-10-05 23:22   좋아요 0 | URL
그쵸? 우리나라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에요.^^

같은하늘 2009-10-0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맘에 들었었는데 가격 때문에 포기했는데...^^

꿈꾸는섬 2009-10-09 21:53   좋아요 0 | URL
그쵸. 가젹이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 그 자체에요.
 

하하하...하하하...자꾸 웃음이 나온다. 

결혼하고부터 명절증후군에 시달렸던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올 설에 고생을 해놓고 말이다. 그래도 올 추석은 정말 한가롭게 놀면서 지나갈 듯 싶다. 

우선, 시부모님이 안 올라오신다. 게다가 우리도 안와도 된단다. 큰댁에 가서 차례 지내고 친정에 잘 다녀오라는게 시부모님 말씀, 그래도 죄송해서 거듭 올라오길 청했으나 키우던 개가 새끼를 다섯을 낳았는데 고놈들 돌보셔야한단다. 저번 생신때 내려간걸로 퉁치게 된거다. 그래도 사실 조마조마했다. 워낙 변덕이 심하신지라......여하튼 안오신다니 준비할 것도 없고 번거로울 것도 없어서 좋다. 큰댁엔 작은어머님들이 모여 음식하고 나는 추석당일날 가서 설거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앗싸!!!!!! 

원래는 오늘 국립중앙박물관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일이 생기는 바람에 가질 못했다. 결국 내일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은 친구들 만나러 나가 지금쯤 고주망태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내일 중앙박물관은 꼭 다녀오리라. 아이들과도 약속 단단히 하고 나갔다.하하하하하.  

그리고 추석당일엔 큰댁갔다가 친정가기전에 궁에 다녀오자고 남편을 꼬시고 있는데 아직 넘어가지 않았지만 아직 들어오지 않는걸로봐선 당일에도 내맘대로 놀러갔다올 수 있을 것 같다.히힛!! 

명절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이 얼마만인지 모른다. 너무 기쁘고 즐겁다.ㅎ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현준이 유치원 이사장님이 와인을 한병 주셨다. 물론 난 금주중이라 마시진 않지만 그래도 받으니 기분은 좋더라. 얘기는 이렇다. 현준이를 데리러 가는데 현수가 꾸무럭 거리는 바람에 좀 늦었다. 이미 애들 데리고 나온 엄마들 옆구리에 와인병을 끼고 있더라. 그래서 물으니 이사장님이 주더란다. 비밀이라며, 속으로 좀 그랬다. 현준이 데리러 갔는데 이사장님 안보이고 옆반 선생님이 현준이 데려다 주셨다. 그 선생님께 다른 엄마들 와인 끼고 가더라고 했더니 난처해하더라 그래서 이사장님께 서운하다고 전해달라고 그랬다. 그런데 마침 이사장님이 와인을 들고 나와 나를 부르더라. 포장지안에 고이 담아 가져다 주셨는데 안주셨으면 정말 삐질뻔했다고 했더니 일부러 주려고 가져오셨단다. 내가 생각해도 난 좀 애들같은 구석이 있는가보다. 다른 엄마들 옆구리에 낀 와인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던 거다. 예전에 시골에 다녀와서 포도를 한상자 유치원에 보냈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보냈는데 이사장이 시아버님과 한고향분이시고 같은 집안 분이라는 것이다. 영동포도를 보고 현준이가 전씨이니 한 집안일 것 같았다는 것, 그 다음날인가 이사장님이 이런저런거 물어보셨고 결국 나에게 할머니뻘이라시며 좋아하셨었다. 그뒤로 더 많이 친한척했었는데 나는 안주고 다른 엄마들만 줬다니까 솔직히 배 아팠다. 그래도 결국 받았으니 기분은 좋더라. 그런데 남편, 넌 아무 것도 안줬냐? 그러더라. 아무 것도 안 줬는데 명절 지나고 보낼까? 했더니 맘대로 하란다. 그런데 다른 엄마들은 평상시에도 아무것도 안보낸다. 또 뭔가를 보내야할까? 에잇, 보내기 싫다. 여하튼 와인 받은 건 좋은데 생각해보니 좀 찜찜하다. 그래도 명절에 친정가져가서 한잔씩 마셔보라고 해야지.ㅎㅎㅎ 

모두모두 즐겁고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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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10-02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댁에 안 갑니다.
연휴도 짧고 여름 방학 때 오래 머물다 와서,
그리고 중요한 건 둘째네라서 안 가도 되는 조건...
어머니께서 연휴가 짧으니 아들 내려오거들랑 편히 쉬도록 하랍니다.
남편 어제 새벽에 9시간 걸려서 내려왔어요.
그래도 친정은 못 가요.
저는 워낙 멀어서 명절에 친정 갈 생각은 아예 안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랑 쓸쓸하게 보내기 싫어서 송편도 만들었고
이것저것 명절 음식 하다 보니 더 바쁘고 돈도 더 많이 들어가고 그러네요.
우리 남편은 수요일 저녁에 혼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몽유도원도 보고 왔다는 거 있죠. 부러워~랑!

꿈꾸는섬 2009-10-05 23:24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그래도 재미있게 보내셨네요.^^
저희도 몽유도원도 봤지요. 2시간반 기다렸어요.ㅠ.ㅠ


水巖 2009-10-02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저는 중앙박물관 갔다가 그냥 왔에요. 오후에 갔었는데 꾸불텅거리는 줄이 세 줄이나 있지 뭡니까. 거기 직원들 이야기로는 아침 시간에 붐비지 않는다고 해서 추석 다음날 아침에 가려고 합니다.

꿈꾸는섬 2009-10-05 23:24   좋아요 0 | URL
저희는 그 꾸불텅한 줄을 2시간반이나 기다려 보고 왔답니다.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에 끝까지 기다렸어요.^^

마노아 2009-10-0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행운이 함께 했군요! 모처럼 마음 편한 추석이 되겠어요. 계획한 일정 모두 꼭 소화하셔야 합니다.^^

꿈꾸는섬 2009-10-05 23:25   좋아요 0 | URL
ㅎㅎ추석전야는 잘 보냈는데 추석 이후 남편이 술을 많이 마신 관계로 휴식하며 보냈어요.^^ 마노아님도 잘 지내셨죠?

비로그인 2009-10-0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추석 보내고 계십니까? 얼마전에 대리운전? 까지하고 고생하셨으니 추석엔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꿈꾸는섬 2009-10-05 23:26   좋아요 0 | URL
ㅎㅎ추석내내 대리운전 했어요.ㅠ.ㅠ
이젠 언제 어디서든 망설이지 않고 술을 마시는 남편이 얄미워요.

순오기 2009-10-0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나도 시댁에 안 갔어요. 원래 친정가려고 했는데 딸내미가 집에 와서 쉬고 싶다고 새벽에 와버렸어요. 어쩐지 21년에 친정으로 명절 쇠러 가는 게 쉽게 될리가 없지~ ㅋㅋ
그래서 애들 먹일 튀김에 갈비 손질하느라 어제 무려 6시간을 주방에 서 있었다고요.ㅜㅜ

꿈꾸는섬 2009-10-05 23:2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서울살이하는 딸내미 위해 맛난 거 준비하는 엄마 마음이 얼마나 좋으셨을까 싶어요.ㅎㅎ 가족들과 평안한 추석 보내셨죠?

무해한모리군 2009-10-05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관은 다녀오셨어요 ^^
전 다녀왔어요. 아휴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아홉시까지 연장개장하는 수요일에 다시 가보려구요.

꿈꾸는섬 2009-10-05 23:28   좋아요 0 | URL
네, 다녀왔어요. 남편이 2시간반을 줄을 지키며 기다려주었어요.ㅎㅎ

같은하늘 2009-10-0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웃음이 여기까지 들립니다.ㅎㅎㅎ
전 추석전날 가서 열심히 일하고 하룻밤 자고 추석날 오전까지도 열심히 일하고...
막내동서가 임신했다고 꼼짝안하더군요. 저야 애 낳아봤으니 이해하지만
둘째동서는 아이도 없는데 부럽기도하고 마음이 안 좋았을것 같더라구요.

꿈꾸는섬 2009-10-09 21:55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삼형제시군요. 맏동서가 가장 힘드는데 고생 많이 하셨겠어요. 전 혼자라 동서갈등은 물론 없어요.^^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젠 좀 편안히 지내셔요.^^ 병은 안나셨나요? 아프지 않게 조심하세요. 놀러다닌 제가 좀 미안한데요.
 

39. 여보, 나 좀 도와줘 

인간적인 전 대통령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책.  

40. 살인의 해석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살인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은 책, 평이 엇갈리지만 나름 반전도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책. 

41.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역시 박민규라고 생각했던 책.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줄 아는 멋진 남자.  

 

 

42.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을 제대로 만난 책. 

반짝반짝 윤이나는 언어만이 아니라 충분히 즐겁게 해주는 충만한 지적유희.  하지만 만만치않은 두께로 한 2주를 보냈다. 

9월엔 더 많은 책을 읽을 줄 알았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감각의 박물학을 잡으니 또 이런저런 일들이 생겼다. 아이들과 트러블도 많았고, 아쉬움이 많은 달이었다. 결혼기념일도 있어서 행복한 달이 될줄 알았는데, 그것이 독약이 될줄이야. 이제부턴 잊고 살아야하는건가? 

9월도 어느새 휙하고 지나가고 나도 나이를 먹은듯 세월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게 느껴진다. 어느새 가을이고 어느새 10월이다. 그럼 어느새 11월, 12월 또 그렇게 겨울이 오고, 올 해도 이만 안녕이다. 해놓은 것없이 시간만 보내는 것 같아 아쉽다. 내년을 위한 알찬 계획이 필요한 때이다. 올 한 해를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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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9-10-0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반느는 이렇게 볼때마다 사봐야지 하면서도 자구 미뤄지는 책이네요..올 겨울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보고 말겠다고..혼자 다짐해요..ㅋㅋ
명절도 잘 보내신것 같고, 가족 나들이 후기 올리신 박물관구경도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꿈꾸는섬 2009-10-07 00:30   좋아요 0 | URL
꼭 읽게 되시길 바래요.^^
배꽃님도 명절 잘 보내셨죠? 행복한 날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