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가끔씩 생긴다. 그럴때마다 그럴 수 있지.하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솔직히 얼마 없다.
그냥 짜증이 난다.
9월 들어서면서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이라고 남편이랑 올해는 무얼 할까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는데 결국 남편은 일이 바빠 하루종일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하고 하루가 그냥 지나갔다.
바쁠 수도 있고 바쁘지 않을 수도 있는 애매한 하루였다.
남편에게 기분이 상했는데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짜증 부리며 아이들 마음 아프게 한 것 같아 더 우울한 하루였다.
그나마 아이들 재워놓고 <감각의 박물학> 펼치면서부터 기분이 조금 나아졌던 것 같다. 그전에도 느꼈던 것이지만 참 글을 맛깔나게 쓴다. 흡입력도 있고 반짝반짝 윤이 나는 글귀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남편은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 물론 남편도 미안해하고 있겠지만 내 기대가 컸기에 실망이 크다. 내일을 기약한다는게 내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