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놓으면 그럴싸한 것도 있지만 가끔은 엉뚱하기도 하고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그림들을 만날 때가 있다. <다니엘의 특별한 그림 이야기>는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리는 다니엘의 이야기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다니엘은 늘 엉뚱하고 신기한 것들을 그려요. 황새가 춤을 추거나 여우가 뛰는 모습을 표현할 때도 결코 평범하게 그리지 않아요. 사진사인 아빠는 그런 다니엘을 이해하지 못해요. 개구리가 날아다니고 새가 모자를 쓰고 있는 그림을 아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진짜 그림을 그려보라고 말씀하세요. 그때마다 다니엘은 속상했대요. 어느날은 사진을 찍는 아빠를 따라나와 아빠가 카메라로 찍는 풍경을 그래로 그려보려고 했어요.하지만 결과는 다니엘의 처음 생각과는 딴판인 엉뚱한 그림이 되고 말았어요. 장미꽃을 갖다 놓고 그림을 그렸는데 막상 똑같이 그려 놓고 보니 실망스러웠대요. 어느새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순간 훌륭한 화가가 된 기분이었대요.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진을 팔러 다녔는데 한결같이 마음에 드는게 없다더래요. 집에 돌아와 다니엘은 아빠를 위해 사진 수집가 염소를 그리고 위로해드렸대요.그러다 아빠가 몹시 아팠고 아빠를 간호하느라 그동안 모아 두었던 용돈을 모두 썼대요.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때 화가 배통 아줌마를 만나 그녀의 집에 가게 되었죠. 그리고 배통 아줌마의 그림을 보았어요. 자신의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보며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대요. 그리고 배통 아줌마의 조수로 취직을 하게 되었고 아빠를 위해 케잌을 준비했지요. 식탁에 앉아 다니엘은 여느 때처럼 그림을 그렸대요. 아빠는 그런 다니엘을 흐뭇하게 바라보았구요. 그날 밤, 다니엘은 훌륭한 화가가 되는 꿈을 꾸었대요.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과 이야기로 가득한 책을 휘모리님께 선물받았다. 이 책의 작가 바바라 매클린톡의 자전적 이야기라니 더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니엘의 상상력을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이를 인정해주는 것에서부터 아이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테고 그렇게 아이의 꿈은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드니, 우리 아이들의 상상력을 무심히 짓밟은 건 없는지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무튼 그림도 이야기도 너무 아름다워 보는내내 즐거웠다.
현준이의 경우 동생이 생기면서 엄마에게 혼이 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무래도 현수에게 양보해야 할 것도 많고, 현수가 떼를 쓰면 자기도 어리다보니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이 나가거나 할 때가 있다. 그렇게되면 현준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우선 맞은 현수가 더 안쓰럽단 생각에 현준이를 먼저 나무라게 된다. 매번 현준이의 마음을 다독여줘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되고 나도 막상 좋은 소리보다는 화를 내며 말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결국 아이는 나의 거울이라 그런 모습을 보면 속도 상하고 자책감도 들고 여러가지로 마음 고생이 심하다. 그런데 <화내지 말고 예쁘게 말해요>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현준이에게도 필요하겠지만 솔직히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의 주인공 도치에겐 나쁜 버릇이 있대요. 엄마와 동생, 친구들에게 나쁜말을 하고 화를 내며 말한대요. 그러던 어느날 도치의 머리 위에 손바닥만한 구름이 생겼어요. 귀찮아서 저리가라고 소리쳐도 없어지지 않더래요. 집에서 동생 도치의 장난감을 만지자 "내 거야! 만지지마!"하며 소리를 질러요. 그러자 구름이 식빵만해졌어요. 놀이터에서 친구들이 놀고 있어요. "내가 먼저 탈 거야!" 도치는 늦게 왔는데 먼저 타겠다고 화를 내요. 그러자 구름이 그림책 만해졌어요. 집에서는 엄마에게도 화를 냈어요. 주스를 마시고 싶은데 엄마가 우유를 주었대요. 그러자 구름이 종이 상자만큼 커지고 새카매졌어요. 번쩍! 우르르 쾅! 구름에서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려요. 엄마와 동생도 놀라지만 도와줄 수가 없어요. 도치 주위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대요. 도치는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 구름이 없어질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하지만 알 수가 없었대요. 어디선가 작은 양산을 쓴 할머니가 나타나 나쁜말 구름에 대해 얘기해주셨어요. 할머니도 어릴 적에 나쁜 말 구름 때문에 혼이 나셨대요. 그리고는 나쁜말 구름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 주셨어요. 집에 돌아와서 동생이 도치 자전거를 탄 걸 보고 화가 났어요. 하지만 할머니가 알려주신 말씀을 떠올렸어요. "모치야. 난 모치가 누나에게 자전거를 빌려 달라고 말하고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구름이 그림책 만하게 작아졌어요. 유치원에 파란치마를 입고 가겠냐고 엄마가 물었어요. "엄마, 난 빨간 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가면 좋겠어요."하고 말하니 엄마가 활짝 웃으며 도치가 예쁘게 말한다고 칭찬하셨어요. 그러자 구름이 야구공만하게 작아졌어요. 놀이터에 나갔을때는 친구들이 모두 도치를 모른 척해서 화가 났어요. 하지만 "얘들아, 난 너희들이랑 함께 놀면 좋겠어."라고 말하자 친구들이 깜짝 놀라며 함께 놀았어요. 그러자 구름이 손톱만 하게 작아졌지요. "무슨 말이든지 '난'으로 시작해서 '좋겠어.'로 끝내면 나쁜 말 구름이 사라질 거야." 사실 도치의 마음을 읽어준 작은 양산을 쓴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도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도치는 여전히 시커먼 구름 속에 갇혀서 화를 내고 투정을 부리며 살았겠죠. 도치의 마음을 다독여주시고 공감해주시는 양산 할머니의 도움으로 "난~~좋겠어."라는 '나'전달법을 배운 도치를 보면서 우리 아이만이 아니라 나또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그에 적절한 '나'전달법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전히 화를 내는 게 쉽긴 하지만 현준이와 내가 매일 이 책을 읽으며 서로 반성하고 노력하고 있으니 우리에게도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 검은 구름이 생길 거라는 협박아닌 협박도 하게 된다는 거지요.
그래도 며칠 예쁜말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 현준이를 보니 대견하고 기특하고 그러네요.
요즘 우리 현준이의 최고 관심사는 여전히 공룡이다. EBS에서 방영되었던 <한반도의 공룡>을 보고난 이후 공룡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많아지길래 <한반도의 공룡> 책을 사주었더니 3권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이 기다렸었는지 모른다. 하루에도 몇번씩 읽어달라고 쫓아다니는데 하루에 한번 읽고 대신 다른 책도 읽어야한다는 약속을 정했다. 그만큼 현준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책이다.
1권 점박이의 탄생, 2권 점박이의 홀로서기에 이어 3권은 숲 속의 제왕이 된 점박이의 이야기를 다룬다. 엄마를 떠나 혼자 먹잇감을 찾는 청년 점박이가 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찾아왔다. 공룡들은 짝짓기에 한참이고 점박이도 사랑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암컷 공룡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수컷과 싸운다. 싸움에서 이긴 점박이가 암컷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고,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이루며 알콩달콩 살아간다. 벨로키랍토르도 알을 낳고 알에서 새끼가 태어났다. 점박이네 가족도 새끼공룡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점박이 부부가 먹잇감을 찾으러 나간 사이 새끼공룡들은 둥지 밖으로 나왔다. 첫째는 벨로키랍토르에게 잡히고 둘째는 테리지노사우르스에게 잡혔다. 이 광경을 본 점박이의 부성애가 발휘된다. 현준이도 함께 흥분하고 슬퍼하고 그랬다. 테리지노사우르스의 목을 물어 싸움에 이기는 점박이, 그러나 기다란 발톱에 긁힌 상처가 너무 깊어 점박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 세상과는 사뭇 다를 수도 있지만 또한 비슷한 것들도 많이 있어서 아이는 공감을 잘 한다. 숲 속의 제왕 점박이는 자신이란다. 1권에서 어린 점박이가 2권에서 홀로서기를 할때 자기도 크면 엄마, 아빠를 떠나야한다는 걸 어렴풋이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그리고 3권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는데 3권에서는 점박이가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 자기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내게 얘기하며 유치원에서 좋아하는 아이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삶과 죽음을 아이에게 가르쳐주게 되었다. 의도하지않은 많은 수확을 갖게 해준 책이다. 현준이의 생각도 점점 커져갔던 것 같다.
노원구청에서 열렸던 공룡전시회에 다녀왔었다. 이것은 부록으로 따려왔던 것이다. 아빠와 함께 책을 읽고 열심히 풀칠해서 붙였다.
3권이 끝이라고 얘기해도 알라딘에서 책이 오는 날이면 <한반도의 공룡>이 또 오느냐고 묻는다. 점박이가 다시 살아나는 얘기였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암컷이 다시 돌아와서 다시 새끼들 낳고 잘 살았으면 좋겠단다. 마지막에 점박이가 죽었다는게 도무지 믿기지도 않고 싫다는 것이다. 게다가 엉뚱하게도 아기공룡 둘리가 점박이의 아기가 아닐까?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도 재잘재잘해댄다.
2009년 8월 16일
1년전 고향에 내려가 사시게 된 시부모님 댁에 다녀왔었다. 근처에 놀만한 곳이 있다며 아이들 데리고 나섰는데 금강이란다. 구름이 잔뜩 끼어 놀기에 더없이 좋았었는데 물살이 심해서 아이들만 놀기엔 좀 위험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강주변에 주차된 차들이 많았는데 강이 워낙 넓다보니 호젓한 느낌이 든다. 한쪽에선 아이들과 아주머니들이 다슬기를 잡으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정말 눈살을 찌푸릴 사건이 있었다. 우리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가볍게 놀러 나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일찍 나와 음식을 해먹었나보다. 어떤 아주머니들이 갑자기 고기불판과 버너, 식기류를 들고와서는 강가 한쪽에서 세제를 풀어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면서 어쩌면 저리 이기적일까 싶었다. 다 놀고 나오면서보니 여기저기 한쪽 구석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 광경도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환경의식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자신이 가지고 온 쓰레기는 집으로 다시 가져가서 분리수거하면 될 것인데, 그리고 설거지 또한 집에 가져가서 해야하는게 옳지 않은가 말이다. 아버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아주머니들께 싫은 소리를 했을 것 같다. 아니 싫은 소리 못한게 사실 너무 아쉽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함부로 대하는 이기적인 사람들, 그렇게 살지 말길 바란다.
우리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화도정수장, 이곳에 인공폭포가 생겼고 특이하게도 피아노 모양의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 (드라마 촬영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해도 분수대에서 이렇게 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아이들이 튜브끼고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다.
굉장히 무더웠던 날, 바닥분수대에서 마음껏 놀라고 갔는데 우리도 차에 싣고 있던 튜브 꺼내 물놀이에 동참했다. 그래도 아이드은 바닥분수를 더 좋아했다. 더운 여름 아이들에게 물놀이가 최고 아니겠는가.
어느새 여름의 무더위도 한풀 꺾였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한낮의 더위도 심하진 않다. 또 한 계절이 가는구나. 우리 가족들은 가을에 어떤 열매가 되어 있을까 궁금하다. 날로 커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사는게 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