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일이 가장 큰 사치가 되었다. 가끔 편할대로 늘어진 셔츠나 꽉 끼어 도저히 입기 힘든 바지나 치마를 볼때마다 옷을 좀 사긴 해야할텐데 하면서도 벌써 여러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가방을 매고 다닌다. 사실 집에 있다보니 그렇게 멋부릴 일이 많지 않아서 더 야박하게 구는 것 같다. 그래도 책은 봐야겠고, 가끔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사람 심리가 내 집에 있어야 내 것 같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정말 갖고 싶은 책들은 사는 수밖에...... 

오랜만에 시집에 눈길을 돌린다. 언제부턴가 시집을 멀리했다. 미안하다. 나를 일깨우고 나를 키워주던 것들을 등한시했던 미안함. 얼마전 눈여겨보던 김기택 시인의 껌, 나희덕 시인의 야생사과, 황동규 시인의 겨울밤 0시5분. 삶에 찌든 나의 일상에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시집 몇권 끌어안고 싶다. 

박민규 신간 소식을 듣고도 이제야 집어 든다. 어찌 박민규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의 재치와 위트와 풍자, 그 모든게 좋다. 기대가 많이 되는 작품이다.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지금 내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좀 더 효과적인 교육법이 있다면 당장 그걸 쫓아 찾아내고 싶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은 책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이에게 조근조근 설명해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엄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지금 내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일 것 같다.  

  

아이와 아빠의 신뢰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아이도 아빠도 서로가 믿어주는 만큼 성장해나가는게 아닐런지. 가끔 어린 아이들을 어른 대하듯 하는 남편과 아이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덥썩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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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24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8-25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엔 도서관에 갈 때마다 시집을 한 권씩 챙겨옵니다.
시는 찌든 삶을 정화시키는 역할도 하지요~ 공감!^^

꿈꾸는섬 2009-08-25 23:35   좋아요 0 | URL
시를 참 좋아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를 멀리하고 있더라구요.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다시 시를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려구요.^^

같은하늘 2009-08-26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책을 사서 보는게 즐거운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사치네요...^^
그래도 옷 사입고 장신구 사고 그런거 안하고 책 사는게 훨씬 좋잖아요...

꿈꾸는섬 2009-08-26 22:24   좋아요 0 | URL
제가 20대초반까지만해도 외모 치자에 열심이었어요. 근데 20대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외모에 투자를 잘 안하게 되더라구요. 직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유행따라 살지도 않으니 책사는게 더 좋더라구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오후 2시에 있었다. 역사의 한순간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게 내 맘처럼 이루어지지 못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쁜 남편은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어서 투정아닌 투정을 부리는 걸로 끝을 봤다. 

국회의사당 영결식장을 가득 메운 조문객과 거리에 넘실대는 사람들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말았다. 현준이와 현수는 평상시 텔레비전을 잘 안보는 엄마가 텔레비전을 오랫동안 시청하는 것도, 그걸 바라보며 눈물 짓는 모습을 보고는 내 옆으로 다가와 살며시 안아주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거동조차 힘겨워 보이는 이희호 여사의 모습이 여간 안쓰러운게 아니었다. 그래도 단상 앞에서 고인의 유지를 밝히실때의 당당함은 너무 멋졌다. 

모진 고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 투쟁의 선봉이 되었던 어르신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편히 잠드소서.  

 

 

우리 아들 현준이도 "대통령 할아버지, 이젠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사세요."하며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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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8-24 00:39   좋아요 0 | URL
삶과 죽음, 누구나 똑같진 않겠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아요.
 

책과 함께 늙어가는 인생이라면 무엇이 더 부러울까? 

70여년을 책과 함께 한 김열규 교수님의 열정적 책 읽기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배여 있다. 어린시절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부터 노년시절의 농익은 책 읽기까지 한결같은 책사랑이 느껴진다. 더불어 책을 읽는 요령과 의미 찾기, 장르별 특징, 자신과 하나가 되어버린 작품의 소개까지 책과 함께한 노년의 아름다운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고, 내 안의 성숙한 내가 자라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을까 생각한다. 

얼마전 우연히 본 <낭독의 발견>에서 장석주님이 "햇빛과 의자와 책"만 있다면 사는게 즐거울 것(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이라고 했던게 기억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이만한 즐거움을 주는 것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은 늘 즐거웠던 같다. 이 소중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내게도 햇빛과 의자와 책이 늘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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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과 모여 수다를 떨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얘기가 무엇일까?  

아이들 얘기일 것이다. 우리 아이는 무엇을 잘하고, 우리 아이는 무엇이 걱정이고, 우리 아이는 무엇은 하기 싫어하고......우리 아이에 대한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엄마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고간다. 

우리 동네(마석)에서 서울까지 나가서 영어교육을 시킨다는 상욱엄마는 그곳 엄마들과 얘기하다보면 수준차이를 많이 느낀단다. 비슷한 또래들이 벌써 한글은 기본이고 영어, 수학, 한자까지 섭렵하고 있고 피아노, 바이올린 등 음악관련 교육에 미술교육은 필수란다. 그 많은 걸 다 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요? 했더니 그 엄마들 옷차림부터 다르단다. 우리는 보통 셔츠에 청바지나 면바지 혹은 스커트 등 간편 복장을 하고 다니는데 그쪽 엄마들은 휘황찬란한 보석에 옷차림도 예사롭지 않단다. 겨울에는 모피도 여러벌이라 올때마다 다른 모피를 걸치고 나타나더란다. 그쪽도 지역별로 조금 다른데 강동이나 송파, 잠실쪽도 또 그 느낌이 다르단다. 그들이 사는 세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한참 듣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랬더니 얘기하던 언니가 그 사람들이랑 우리랑은 꿈조차 다르단다. 그 사람들의 꿈은 강남진출이 목적이고, 청담어학원에 아이를 등록시켜야만 한단다. 그에 비해 우리 동네 사람들의 꿈은 구리시로 이사가는 것이란다. 에구구...갑자기 눈물이 핑돌았다. 그게 우리의 꿈이야? 정말 그런거야? 하며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가리키며 "자기도 구리로 이사가고 싶어하잖아." 그런다. 그랬다. 친정이랑 가깝고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곳이니까, 속속들이 잘 아는 동네에서 살고 싶었다. 아이들 데리고 서울나들이도 쉽게 할 수 있고 모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근데 그게 꿈이라는 거창한 말로 둔갑해버리니 어찌나 슬픈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게 결국 나의 꿈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도 한참을 멍한 상태로 있었다. 도대체 무얼 위해서 살고 있는걸까? 나는 정말 무엇을 꿈꾸고 있는걸까? 알 수가 없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의 꿈을 도매금에 팔아넘긴 느낌이랄까. 

나는 정말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결국 그게 나의 꿈이 되어버린 것만 같아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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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9-08-22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진 게 많지 않아서인지 그네들의 꿈이 부럽지는 않네요.
오히려 가족과 가까이 살고 싶고 익숙한 곳에 살고 싶은 님의 마음이 더 와 닿아요.
화려한 겉모습보다 책 읽으면서 사색을 즐기는 님의 일상이 더 행복해 보입니다.
서울 살아보면 별것도 아닌데...

꿈꾸는섬 2009-08-23 23:25   좋아요 0 | URL
소나무집님 위로가 많이 되어요.^^
책과 함께 사는 제 인생이 저도 좋아요.^^

순오기 2009-08-2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더 넓은 평수나 살고 싶은 지역으로 가고 싶다는 건, 누구나 가질법한 소박한 희망사항이죠. 누구에겐 그런 게 꿈일수도 있겠지만... 우울했을 님의 심정에 공감돼요.

꿈꾸는섬 2009-08-23 23:2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고맙습니다. 늘 마음의 위안이 되세요.^^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하다보면 참 생각들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 하루종일 우울해한 제가 너무 한심하더라구요.
그래도 지금 제 삶도 좋아요. 읽고 싶은 책 읽으며 아이들 잘 자라니 무얼 더 바라겠어요.^^

같은하늘 2009-08-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는 찻길 하나 사이에 두고 편 가르기해요...ㅜㅜ
참 많이 다르나고 얘기들 하지요...
부럽기도 하고 저도 씁쓸할 때도 많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면 되잖아요...
소박한 꿈을 갖고 이뤄가면 되는거지요...^^

꿈꾸는섬 2009-08-26 22:20   좋아요 0 | URL
지역차별도 문제지만 한 동네에서도 안 좋은 일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임대아파트와 함께 들어선 아파트 단지에서는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따돌린다고 하더라구요. 어린 아이들까지도 그런 지경이니 뭐라 말하겠어요. 속만 상하죠.
 

읽는내내 부끄러웠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그의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 참 많이 실망했었다. 이라크 군 파병 문제나 한미 FTA, 어떻게 이런 정책을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었다. 

그래도 그만한 대통령이 또 있었을까? 

솔직히 서거 소식을 듣고 실망했었다. 꼭 죽어야만 했을까?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간 그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분을 잘 모르면서 많이도 지껄였구나 싶었다. 마음 한편에서 죄송한 마음이 생겨났다. 부끄러웠다. 

자신의 인생의 어떤 오점도 남기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가. 치열하게 살아온 그분의 인생을 어찌 감히 욕할 수 있겠는가.  

정작 죽어야할 사람들은 꾸역꾸역 잘도 살아가고 있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은 언론과 검찰, 그들은 반성하고 있을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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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8-20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가슴 아픕니다...
전 <여보, 나좀 도와줘> 봤는데 참 인간적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꿈꾸는섬 2009-08-21 10:03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오랜만이세요.^^
아는 언니가 지금 보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전 빌려 보려구요.

순오기 2009-08-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 다 읽었는데 리뷰는 하나도 안 썼어요.
아니 그깬 쓸 수가 없어서 나중에 써야지~ 미뤄두었으니까요.

꿈꾸는섬 2009-08-23 23:24   좋아요 0 | URL
저도 리뷰 쓰기는 벅차서 페이퍼로만 남겼네요.^^

노통령님 2010-03-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런 핑계가 맞을지 모르겠지만요, 대통령 정말 고독한 자리일겁니다. 최고통수권자지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엇이든 하면 그것은 박정희식 독재가 되고 부득불 관료는 커녕 국민의 소리 귀담아 듣지 않으면 이명박식 중우정치가 됩니다.

상위에 거론하신 한미 FTA문제나 한국군 파병문제 당시에는 말 많고 시끄럽지만 오히려 노대통령님의 정치에는 못하다 비판했으되 인간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거론을 모했습니다, 또한 님이 설사 대통령이 되어도 100% 국민을 만족시킬수 있을까요, 대통령은 신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교섭과 타협으로 정치를 하신다 지만 고졸에서 민간 변호사로 배경이 많이 약하셨죠, 그러니 언론에 많이 당하시고, 결국 이명ㅂ가 후안무치에게 시달려...돌이킬수 없는 셰계로 가셧지만 저만한 현ㄴ인도 없습니다, 못한게 아니라 한국사회가 노짱의 그릇을 담을만한 수준과 의식이 되지 못햇습니다, 탈권위화 평준화등 지역감정이 아닌 화합정치와 평등의 시대 아무리 해도 지금은 공안시대니 ......이해하기도 어렵고 노짱만큼 이명박씨는 어이가 없어 글도 못쓰ㅅ겠습니다. 정치무능을 보기전에 강뚝에 나가 보세요 강이 망가지는것만 봐도 천기가 개벽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심판으로 ....곧 그도 자업자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