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중의 냄새는 양파 볶는 냄새 아닐까. 냄새의 왕. 양파 볶는 냄새는 세상의 모든 냄새를 담고 있다. 어둠과 그늘, 절벽의 햇살, 꽃잎이 짓이기며 빨아대는 습기, 간절한 한 사람의 안부, 그 모든 것을 담았다. 허기에 지쳐 집에 돌아오면 뭘 먹을 것인지 정하지도 않았으면서 양파를 볶던 때가 있었다. 먼 곳에서 긴 시간을 처절하게 살 때였다. 양파를 볶다가 소시지를 넣어 뒤적거리거나, 양파를 볶다가 물을 붓고 스파게티면을 끓이기도 했다. 양파를 볶다가 부자가 되어야겠단 생각도 했고 양파를 볶다가 불을 끄고 시를 읽은 적도 있다. 그러면 채우는 느낌과 바닥을 내는 느낌이 내 몸에 동시에 배어들었다. 공간을 가득 채운 양파의 그것에는 그리운 냄새가 있다. 절절한 곡예가 있다. 그래서 집에 양파 남은 게 있느냐 없느냐는 나에게 또 여행 갈 계혁이 있느냐 없느냐와 통한다.
사랑을 잃고 양파를 볶다가 그렇게 짐을 싼 적이 있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
지난 주말 사온 양파 한망이 생각났다.
양파를 볶으면 우리집에도 양파 볶는 냄새가 가득할 것 같다. `어둠과 그늘, 절벽의 햇살, 꽃잎이 짓이기며 빨아대는 습기, 간절한 한 사람의 안부, 그 모든 것을 담`아 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아이들이 깨어나고 하루를 시작해야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도 생기넘치게 보내야겠다.
찬란하게 빛나는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