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한탄강에서 물놀이 하던 기억 말고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러니 연천은 내가 세상을 인식한 이후 처음 방문한 곳이라고 하겠다.
연천 전곡리 선사 유적지, 교과서에서 많이 들었던 그곳에 가게 되었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한반도에서 발견되면서 유럽의 구석기 우월주의가 한풀꺽였다는 이야기에 웃었다.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미국의 청년의 눈에 강가를 뒹구는 돌덩이가 아슐리안형 주먹도끼임을 알아보았다는 말에도 역시 사람은 아는만큼 본다. 우린 아는 게 없으니 그게 그거인 돌덩이로만 생각했을터이다.
아이들과 전곡리 선사유적박물관과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주차장에서 박물관으로 걸어가는데 바닥에 찍힌 원시인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박물관 입구쪽에 커다란 주먹도끼 조형물이 있었고, 박물관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마치 동굴속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박물관을 둘러보기 전에 3D영상관에 먼저 들렀다. 그곳에서 호모 에렉투스의 삶이 담긴 영상을 보니 전곡리 선사시대의 모습이 고스란히 이해되었다.
윗층으로 올라가니 인류의 진화과정에 따른 모습을 알기 쉽게 전시해두었고, 박제된 동물들의 모습까지 함께 전시해두어 아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주었다.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이 모습까지 재현하고, 동물 뼈로 지은 막사 등등 박물관 곳곳이 볼거리가 가득했다.






선사유적지는 여러 조형물들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더 많은 사진이 있지만 여기에 다 올리기에는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 5월 2일부터는 구석기 축제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시인 복장도 입고 여러가지 체험활동이 많이 준비되어 있단다. 어린이날 기념으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토층전시관은 발굴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었다.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둘러보고 연천역으로 갔다.
연천은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곳이라 개발이 이루어지 않았고, 살고 있는 인구의 3분의 2가 군인이라 군사의 통제를 받는단다.
연천역은 1950년 6.25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은 총탄 자국이 남겨 있었고, 일제시대 물자를 나르던 경원선은 전쟁이후 북쪽에 물자를 나르는 역할을 했었단다. 그래서 미국은 급수탑을 표적으로 삼아 그곳을 폭파할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는지 급수탑의 위쪽에 흰색으로 표적을 그려놓은 표시가 아직도 남았단다. 예전에 연천까지만 다니던 경원선은 백마고지까지가서 멈춘단다. 통일이 된다면 아마도 경원선은 남과 북을 이어주는 중요한 철로가 될 것이다.



연천역에서 나와 숭의전으로 향했다. 숭의전 아래의 식당에서 두부버섯전골로 점심을 먹고 숭의전으로 올라갔다.
숭의전은 고려태조와 4명의 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원래 개경에 있어야하지만 조선이 건국되면서 개경의 사당을 허물고 그 위패를 연천에 모시고 왕씨성을 가진자를 관리로 임명하여 관리하게 하였다고 한다. 한때는 왕의 자손이었을 그들이 조선의 말단 관리가 된 것이다. 16명의 고려 충신의 위패가 모셔진 건물이 한쪽곁에 있었고, 제물을 준비하는 곳과 왕건이 궁예 휘하에 있을때 머물던 건물이 있었다.

숭의전을 둘러보고 남한의 가장 끝자락 태풍전망대에 들렀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전쟁, 휴전선, 군인아저씨 등등 태풍전망대에 들러 남방한계선의 끝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았다.
태풍전망대에서 북쪽을 설명하던 군인의 말을 사실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서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군인의 대치 상황은 묘했다.
봄이면 북한군은 비무장지대에 불을 지른단다. 그럼 우리 남한군도 함께 불을 지른단다. 일명 맞불작전이란다.
전쟁의 상처를 겪은 이들에겐 전쟁의 두려움이 훨씬 크겠지만 아이들과 난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잘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통일이 되어 경원선을 타고 북한에 놀러가고 싶다고 한다.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젊은 청년들이 서로를 총을 겨누지 않아도 되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태풍전망대에서 젊은 청년들이 군복을 입고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데 든든하기도 하면서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북한의 실정이 어려운만큼 탈북자 수도 늘어나고 있고, 김정은은 그런 탈북자들을 총살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오죽 먹고 살기 힘들면 나무를 뽑아내고 옥수수 심기에 여념이 없을까 싶기도 한데 독재로 누리며 사는 김정은의 식탁엔 철갑상어가 오르는데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인민들, 꽃제비가 된 아이들, 그들과의 통일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모두가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통일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북한의 정권실무자들은 두 손을 들고 함께 살기를 논의해보면 어떨까?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우리는 언제쯤 합심하게 될지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