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수의 입학선물로 수퍼남매맘님께서 보내주셨다.
사실 한권 고르라고 하시기에 내가 읽고 싶었던 책으로 골라 말씀드렸는데 바로 보내주셨었다.
이 책을 받은지 벌써 한참 되었지만 페이퍼가 늦었다.
3월 중순이후 조금씩 징조가 보이더니 한참을 앓았었다.
하지만 4월이 시작될 무렵부터 다시 원기를 회복하였다.
아이들이 먼저 이 책을 읽었다.
이구동성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을 겨를도 없이 잠만 잤다.
기운이 회복되고,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정말 우리 아이들이 딱 좋아하는 책이다.
옛날 이야기, 전래동화라면 끝도 없이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이다.
<삼백이의 칠일장 1 -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저승사자를 피하기 위해 이름 불리는 일을 두려워한 삼백이. 저승사자를 3번 피하면 오래 산다는 옛 이야기를 떠올리며 저승사자를 피해 삼백년을 살아 삼백이라 이름 짓고 저승사자를 따라 나선다. 저승사자를 피하며 사느라, 죽지 않기 위해 사는 일은 어떨까? 그 인생이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삼백년을 살았지만 억울함에 저승사자를 순순히 따라갈 수 없었다는 삼백이의 사연과 아무 연고없이 떠돌던 삼백이가 칠일장을 하게 된 사연은 정말 배꼽빠지게 재밌다.
세상에 태어나서 글을 배우고 글을 읽는 일을 즐겨할 수 있게 자라서 정말 다행이다 싶다.
옛날 우리 엄마는 8살에 전쟁이 나는 바람에 잘 다니던 학교도 그만두게 되어 글씨가 서툴고 남들처럼 빨리 읽지 못하는 일을 한탄하셨었다. 결혼해서 시집살이하는 동안에도 글에 눈이 어둡고 셈이 더딘 탓에 늘 시댁식구들에게 무시를 당하시기도 하셨었다. 시집살이와 고된 살림살이, 4남매 키우는 육아시기에 밀려 글과 셈을 배울 기회는 점점 더 오지 않았고, 아이들 공부하는 것 어깨너머로 보며 글자는 간신히 깨우치셨다는데 그나마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억력은 좋으셔서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머리로 기억하고 계셨다. 어찌나 신기하던지.
요새 혼자 남는 시간에 손주가 보는 그림책을 펼쳐보신단다. 그리고 가끔 우리집에 들러 재미난 책들을 골라서 가져가신다. 물론 어렵고 두껍고 글씨가 작은 책들은 피해서 가져가시지만 나이들어서라도 책을 볼 수 있게 글을 깨우치신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실 엄마의 어머니, 외할머니는 여자는 자기 이름만 쓸 줄 알면 된다고 하시며 딸은 살림만 잘 하면 된다고 교육은 안 시키시고 매일 집안일만 시키셨었단다. 외삼촌들은 공부도 많이 하셨는데 엄마는 그런 오빠들에게라도 좀 배웠으면 좋았으련만 그럴 시간이 없었는지, 외할머니의 고지식한 소견에 여자는 많이 배워봤자 팔자만 드세진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셨었단다. 그리고 꼭 성당에도 혼자만 다니시고 딸은 데리고 다니면 바람 난다고 집에 두고 다니셨단다. 엄마는 가끔 그런 할머니가 원망스러우셨는지 한스럽게 얘기하신다. 당신 성당 다니실때 딸도 좀 데려가셨더라면......하고 가끔 넋두리를 하신다. 그런 엄마가 어렸을땐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워낙 성정이 온화하시고 순종적이신 분이니 외할머니의 말씀을 잘 따랐을 것이다. 물론 나였다면 가당치도 않다고 떼를 썼을테지만 말이다.
창비에서 나온 재밌다 우리고전, 이 책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책이다.
옛 이야기가 역시 술술 잘 읽힌다고 재밌는 책들은 여러번 읽으셨다. 고학년들이 읽기에 적당한 책이다. 언니가 세트로 구매한 것들이라 나도 기회를 봐서 내후년쯤엔 빌려다가 현준이랑 같이 읽어야겠다.
요새 엄마와 극장 나들이도 가끔 한다. 얼마 전엔 <우아한 거짓말>을 함께 보았다.
딸의 책 읽기와 영화 보기에 대해 얼마나 잔소리를 하셨는지 모른다. 할 일은 미뤄두고 책만 읽는다고, 매일 뭔 영화를 보러 간다고 싸돌아다니냐고 잔소리를 하셨었다. 하지만 요새는 한달에 한 두번, "엄마, 영화보러 갈까요?" 하면 거절을 안 하신다. 요새는 은근히 기다리시는 눈치이다. 아무래도 외화는 자막을 읽어야하니 한국영화 위주로 함께 보러 간다. 요즘 볼만한 한국 영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일주일에 한번정도 엄마 불러내서 점심에 집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뭐하러 돈 쓰며 밖에서 밥을 먹느냐고 뭐라고 하신다. 일종의 기분전환이라고, 매일 집에서 혼자 먹는 밥 아니면 내가 가끔 가서 함께 먹는 밥은 늘 엄마가 차린 밥상이고, 우리 집에서 먹는 밥도 내가 차려야하는 밥상이니 둘이 함께 밖에서 다른 누군가가 해주는 밥도 먹어봐야 한다고 말하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고 뭐라고 하신다. 못된 딸은 이제 살면 얼마나 산다고 아까워서 못 해봤던 일들도 과감하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니 엄마가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들을 위해 살아보라고 자꾸만 부추긴다. 그래도 엄마는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련다하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자꾸만 부추겨 본다.
어느새 일흔 둘의 할머니가 되었고,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모두 겪어 보셨겠지만 그동안 해보지 못한 무수한 일들이 있고, 그것을 위해 아깝다라고 말하지 않고 과감하게 살아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우아한 거짓말>의 천지처럼 꽃도 피워보지 못한채 생을 끝내든, 저승사자를 피해 삼백년을 살다 생을 끝내든, 지금 살고 있는 현재를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보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말이다. 일흔 둘이 되도록 해보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보고 해보라는 말에 일흔 여섯의 아빠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해달라셨단다. 아빠에게 한번도 꽃 선물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그 얘기를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일흔 둘의 할머니도 여자였구나하고 말이다. 꽃을 사본적이 없는 아빠는 이사 온지 얼마 안된 낯선 동네에서 꽃가게를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으시고, 결국 꽃을 못 사셨다고 하셨지만 다음 생일에는 꼭 꽃을 선물하겠다고 하셨다니 그렇게 남은 생을 서로 챙겨가며 사는 일도 좋겠구나 싶었다. 젊은 시절 밖으로만 나돌던 아빠에 대한 원망도 남으셨겠지만 그래도 어느새 48년을 함께 부부로 산 정을 생각하면 서로가 더 잘 챙기시며 살았으면 좋겠다.
구매하고 싶지만 미뤄둔 책들이 몇권 있다.
남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얼른 사야하는데 아들의 권장도서부터 구매하느라 우선 뒤로 미루었다. 첫번째 이야기에 이어 두번쨰 이야기 또한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폭풍우 치는 밤>에 시리즈의 일곱번째 이야기, 여섯번째 이야기에서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멋진 가부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름달 뜨는 밤에>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열광하는 책인데 그 책의 시리즈 <나를 닮은 당신이 좋아요> 신간 소식에 얼른 사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5월 독서평설 사면서 함께 살 예정이다. 잊지말고 꼭 사달란다.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다.
즐겁게 살 것인가? 우울하게 살 것인가?
물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즐겁게 사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아는 분이 봉사활동을 하시는데 문화바우처 카드를 쓸모없는 것이라고 하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시란다. 그래서 문화바우처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차라리 현금으로 주던지 해야하는게 아니냐고 투덜거리신단다. 그래서 그분께 문화바우처 카드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봉사자의 역할이 아니겠냐고 했는데, 그 뒤에 문화바우처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문화생활로 여가시간을 누리는 것이 가진 자만의 특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집의 어린 아이들에게라도 영화와 책 그리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하고 생각했다. 먹고 사는 일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말고도 즐겁게 사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번뿐인 인생, 스트레스와 우울과 절망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을 해결할 방법들이 분명 우리에게 있을테니까.
즐겁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일, 하고 싶은 일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