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현수 유치원 학습발표회가 있었다.

8살이 되었으니 이제 마지막 발표회이다. 아빠는 오전만 일하고 오후 3시에 시작하는 발표회에 함께 참석하였다.

 

순서지를 보니 20개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도 엄청 늦게 끝날 것 같다는 불길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이다하는 안도감도 있었다.

 

 

 

 

공연 시작 전 유친원에서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오기 전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고, 그 감동에 눈물이 핑 돌았다.

 

 

 

 

 

 

일찍 서두르지 않은 탓에 가까이 앉지 못하고, 다른 엄마들처럼 열심히 촬영하기 위해 앞쪽으로 나가는 일을 하지 않아서 예쁘게 잘 나온 사진이 없다. 그나마 우리 현수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눈으로 담고 손뼉치기에 바빴다. 키가 크고 늘씬한 탓에 늘 돋보이는데 워낙 열심히 최선을 다하기에 정말 예쁘다.

 

3시간의 긴 발표회가 끝나고, 조카 초등학교 졸업 축하를 위해 춘천에 다녀왔다. 남편에게는 첫 조카라 애정이 남다르다. 함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자고 했지만 역시나 고모부와 남편은 술을 마시기 시작하더니 끝낼 줄을 몰랐다. 고모네 집에 가서 술을 더 마시고 자고 가자고 하는 걸 그건 안된다고 뿌리쳤다. 토요일에 영동 시댁에 간다고, 설에 친정에 다녀오지 못한 시누이의 마음을 알기에 술을 더 마시면 서로가 힘들뿐이라고 만류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춘천에서 출발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거의 1시반정도 되었고, 차에서 잠이 든 아이들 깨우니 징징거리고, 술 취한 남편도 허우적거리고 정말 피곤했다. 그래도 기분 좋게 딸의 발표회를 보고 흐뭇해했고, 다 큰 조카와 나눈 이야기도 즐거웠던 탓에 짜증을 내진 않았다.

당연히 다음날 우린 늦잠을 잤고, 9시쯤 일어나 아침을 지어 먹였다. 그랬더니 대뜸 남편하는 말이 우리도 시골갈까? 한다.

어젯밤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기에 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 하고 말했지만 사실 다녀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가자 소리가 나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은 시골 가자고 하면 무조건 좋다고 환호하고, 늘 속마음과 다르게 좀 피곤하겠지만 여행다녀온다 생각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럼, 영동 옆이 무주니까 무주에 가볼까? 했다. 묵묵부답. 좀 피곤할까? 그럼 다음 날 올라오는 길에 농다리라도 들러 올까? 날씨가 푸근하니까 애들이랑 농다리에서 산책 겸 들러 오는 것도 좋겠다했다. 그랬더니 그럼 그렇게 하자. 한다. 그래서 집안일들을 서둘러 해놓고 간단한 짐을 챙겨 시골로 내려갔다. 가는 차안에서 피곤했지만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갔고, 오는 줄 모르셨던 시부모님은 깜짝 놀라며 반가워하셨다.

 

5시반쯤 도착하여 또다시 술판이 벌어졌다. 사위와 딸이 온 반가움, 거기에 뜻하지 않은 아들네의 방문에 신이 나신 아버님은 막걸리 한잔 하시자고 하고 시누이가 준비해온 매운갈비찜과 먹고 마시고를 하다보니 어느새 늦은 밤이 되었다. 아이들은 틈틈이 오고가며 얻어 먹고, 마장휴게소에서 사온 햄버거(이건 우리 시어머니가 좋아하신다)와 도넛으로 저녁을 때웠다. 드라마매니아이신 시부모님과 왕가네식구들을 시청하고, 시누이네는 왕가네같은 드라마는 너무 싫다고 뭐라하고, 나는 나름 세상 사는데 있음직한 인물들이라고 역성을 들고, 광박이가 제일 싫다는 시누이의 의견과 달리 난 광박이가 안타깝고, 시아버지가 너무한다고 직설을 하며 이런 저런 자잘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저녁쯤 시작한 술판은 밤이 새도록 이어졌고, 도저히 체력이 딸리는 나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시골 내려오기 전에 도착해서 아직 읽지 못했던 '가부와 메이'를 챙겨가서 그것을 읽고 잠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을 잤단다. 무서운 주당 가족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아침에 아이들 일어나는 소리에 나도 잠에서 깼고, 아버님이 어젯밤의 뒷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수면이 부족해서 몽롱한 탓에 아침은 어머님이 하라는대로 청국장을 끓이고, 나물 해 놓은 것과 차려서 시누이네 식구를 빼고 먹었다. 시누이와 고모부는 한 나절이 될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일어나 있는 나조차도 힘들었다.

 

이제 그만 가자고 눈짓을 보내는데 점심까지 먹고 가자고 남편은 얘기하고, 아버님은 뭐 기왕 온 거 저녁까지 먹고 가지? 하신다. 이건 내려올때의 이야기와 다르다. 난 분명 계획이 있었다. 농다리를 들러서 올라오자는, 하지만 남편은 자기 마음대로 계획을 수정하고, 아버님은 어느새 나가셔서 고기를 사오시고는 구워서 애들 먹이자고 하시더니 또 다시 한잔 하시자고 자리를 잡으신다. 고기를 굽자 고모부가 어느새 일어나 나오고 또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빈정상한 며느리는 밥 생각도 없고, 얘기하기도 싫고, 애들 밥 챙겨 먹이고는 방으로 들어가 누워 있었다. 이제 또 운전은 내 몫이구나 생각하니 체력을 비축해둘 생각만이 간절해졌다.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데 이제 가자 하고 남편이 들어왔고, 그때 시간이 2시. 커피를 마시고 출발하자고 말하고 커피 한잔 마시는 사이 고모부는 또 남편을 데려가 술을 권하고, 아버님도 계속 권하시고, 눈치빠른 시어머니는 이제 그만들 좀 마시라고 하셨지만 결국 4시가 조금 넘어 출발하게 되었다. 이제 내 목표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도착하는 일로 바뀌었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아이들은 바로 잠이 들었고, 남편도 간간이 졸려했지만 절대 재우지 않았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이런 식이면 정말 곤란하다고 못을 박고, 이렇게 힘들게 하면 내가 시골 오는 일이 즐겁겠냐고 쐐기를 박았다.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나는 건 정말이지 곤란하다. 술을 마시며 서로의 안부와 생각을 나누는 일은 전날 밤으로 족했다. 했던 말 또하고 또하는 다음의 술자리는 정말 지루할 수밖에 없다. 어른들은 모이면 술만 마시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은연중 인식시키는 일 또한 너무 싫다. 내가 시골을 내려오는 일이 즐거울 수 있는 건 적당한 술자리와 또다른 즐거움을 갖는 일이다.라고 못을 박으니 남편은 그때부터 안절부절한다. 왜 그런 걸 말로 해야만 아는지, 십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걸 아직도 모른다는 게 이해되지 않으면서 몸도 아파오고 피곤하고 머리도 띵하고 점점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에 짜증이 치밀었다. 이렇게 돌아와서 또 밥 차리고 치우고 정리해야하는 것도 내 몫일테니 난 너무 피곤하다. 하니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자는데 가려고 했던 곳이 쉬는 날이라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그냥 들어왔다. 우선 밥솥에 밥을 앉히고 남편이 라면을 끓이겠다고 해서 우선 라면을 먹고 국물에 밥을 말아 먹자고해서 저녁을 간단히 때우고 왕가네식구들 마지막회를 보고는 모두 방으로 들어가서 폭풍처럼 밀려오는 잠을 잤다.

 

새벽에 출근해야하는 남편은 도저히 못 나가겠다고 하다가 7시반쯤되어 나갔고, 둘째만 유치원 보내면 되는 엄마는 8시까지 이불 속에 있었다. 아이들도 조용했다. 8시에 나가서 밥 차리는 소리가 나니 아이들은 깼고 아침을 먹이고 둘째는 유치원 보내고 큰애는 혼자 놀이를 하며 보내고 있다.

 

그리고 전화기에 이벤트에 당첨되었다는 반가운 문자가 있어서 컴을 켜고 알라딘에 접속했다.

<놓치면 안될 우리 아이 책>을 읽고 구매자평이나 페이퍼 리뷰를 올린 세명에게 원하는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신다는 순오기님의 문자였다. 알라딘 서재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이벤트에 오랜만에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몸이 피곤해서 늘어져있었는데 활기를 찾았다.

 

 순오기님께 <100년 전 우리는> 책을 선택했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많은 좋은 책들을 찜해두었는데 내가 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골랐다.

어린이용이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그 당시의 재미난 에피소드가 담겨 있을 것 같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가부와 메이>시리즈는 정말 훌륭했다. 읽는내내 가부처럼 멋진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다. 가부야, 넌 정말 멋진 친구야. 약한 메이를 지켜내는 가부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아이들도 가부와 메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동화책이다. 다음에 마음 허전하거나 속상한 일 있을때 가만히 앉아 가부와 메이 시리즈를 펼쳐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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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1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왜그리 술자리를 좋아할까요? 울 신랑도...ㅎㅎ
많이 피곤한 1박 2일 여정이네요. 이벤트 당첨 축하드려요~~

꿈꾸는섬 2014-02-19 09:08   좋아요 0 | URL
많이 피곤한 2박3일이였어요.ㅜㅜ
이벤트 당첨은 정말 기분 좋아요.ㅎㅎ

2014-02-17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9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4-02-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이맘때 학교에 입학 할 아이를 두고 걱정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학년~~
그리고 현수도 학교에 입학하네요...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모두들 잘 적응하고...
음~~ 시댁과 술자리에 얽힌 이야기라면 모두들 할 말이 많을 거예요. ^^

꿈꾸는섬 2014-02-19 09:13   좋아요 0 | URL
네, 현수가 어느새 입학을 하네요.ㅎㅎ 다 컸다는 느낌이에요.ㅎㅎ

시댁의 술자리에 얽힌 이야기 좀 풀어놓아보세요.ㅎㅎ

하늘바람 2014-02-1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피곤하시겠어요. 현수 입학 이젠 정말 준비해야할 시기네요 전 어제 책가방 주문했네요. 완전 싸서 좋았는데 태은양도 좋다해요. 현수는 준비 다 하셨지요?

꿈꾸는섬 2014-02-19 09:16   좋아요 0 | URL
입학준비랄게 뭐 있나요.ㅎㅎ
저도 완전 저렴한 책가방을 샀다죠.ㅎㅎ
전날까지 49000원에 판매하던 걸 14000원에 구입했어요.ㅎㅎ
애들은 절대 가격을 몰라요.
현수 책가방 득템하고는 완전 좋아서 애들 옷도 사줬어요.ㅎㅎ
아울렛매장가면 이월상품 싸게 팔잖아요.ㅎㅎ

수퍼남매맘 2014-02-18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일을 다 치르다니.....저 같으면 앓아누웠을 거예요.
키 크고 날씬한 현수가 어디쯤 있을까요?

꿈꾸는섬 2014-02-19 09:18   좋아요 0 | URL
키 크고 날씬한 현수는 허리에 손 올리고 있는 아이에요.ㅎㅎ
가까운 곳에 가서 찍지 않아서 잘 나온 사진이 없어요.ㅎㅎ
완전 열심히 잘 하는데 늘 키가 크다고 3년내내 뒷줄에만 서서 잘 안 보였어요.ㅜㅜ
 

영화<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영화관의 시간표를 매일 점검했다.

오전에 편성돼야 애들 보내놓고 볼 수 있을텐데 계속 12시이후부터 편성되어 조바심치게했다.

그러다 오늘 오전에 조조에 영화 시간이 떳다. 다행이다. 14일 금요일에 큰 아이가 종업식을 하고 2교시하고 돌아온다고 했으니 13일 목요일 조조는 볼 수 있겠구나 했다.

그런데 오후부터 갑자기 몸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목도 엄청 따끔거리고, 아무래도 감기가 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남편이 일하는 차가 고장나서 하루종일 수리를 했는데 결국 다 고치지 못했다고 연락이 왔고, 차편이 불편한 곳이라 남편을 데리러 하남 미사리쪽에 가야했다. 아침에 남편이 가져갔던 승용차를 찾아서 남편이 알려준대로 네비도 없이 조마조마하며 찾아갔다. 무사히 만나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외식하자하고 집에 두고 왔던 아이들 옷 입고 나오라고해서 집 근처의 추어탕집에 가서 뚝배기 한그릇씩 먹고 집으로 돌아와 약을 먹고 기절하듯 잤다.

자기 전 9시반엔 별그대를 봐야하니 깨워달라고 부탁까지, 정말 아픈 애 맞아? 하는 표정의 남편 절대 안 깨울지 알았는데 깨워줘서 별그대를 이불 푹 뒤집어 쓰고 비몽사몽간에 보고는 내일 영화는 포기해야겠다 생각하고 잠이 들었는데 밤보다는 확실히 상태가 좋았다.

요 근래 살빼겠다고 아침마다 거르던 내가 밥을 꾸역꾸역 먹고 약을 먹고는 약간 몽롱했지만 남편 차 맡긴 곳에 따라가서 승용차를 가져와야해서 나갔다. 애들 보내고 서둘러 나갔지만 9시가 넘어서 출발했고 남편을 내려준 시간은 9시34분. 머리는 어지럽고 집에서 쉴 것인가, 영화를 볼 것인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민했다. 게다가 운전자석의 유리창 조절이 안되어서 카센터도 가야했다. 하지만 자꾸만 마음은 극장으로 향하고 잘하면 10시10분 전에 도착하여 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을 내려주고 부지런히 극장을 갔다. 유리창문이 고장나서 주차권 발급기를 문을 열고 뽑았다. 뒷차가 뭐야? 했을 거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도 주차권을 낼 때 문을 열고 주차권을 냈더니 아저씨 얼굴이 의문투성이의 표정으로 바뀌었었다. 얼굴은 초췌하고 머리도 부스스한 아줌마가 차 문을 열고 주차권을 내미니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어쨌든 결국 영화를 보았고, 보길 잘 했다고 생각하고, 후회는 하지 않는데 부재중전화와 여러통의 문자가 있었고 카센터에 차를 맡기고 걸어서 지금으로 돌아오는데 왜 그렇게 우울했는지 모른다.

 

우리를 잘 살게 만들어준 것은 기업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기업을 잘 살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우리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 <변호인>을 보고 그래, 지금 우리는 살만한 사회에 살고 있어. 하고 생각했었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우리는 여전히 살만하지 못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때문에 자꾸만 우울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 <집으로 가는 길>을 보고 대체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먹고 사는 것들이 왜 우리를 보호하려고 들지 않지? 하고 분노했다. 나쁜 XX들이라고 욕설이 입에 담겨 밖으로 내뱉어졌다.

오늘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는 욕설이 아니라,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등등의 의문들이 내 머리 속에 엉겨든다.

 

내가 많이 우울한 이유는 아마도 멍게때문인 것 같다. 태어날때는 동물이었던 멍게가 한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뇌가 사라지고 식물이 된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나를 비롯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일때와 달리 가족이 생기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꿈꾼다. 처음 전세로 시작했던 신혼시절도 어느새 내 집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바뀌고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구입하고, 대출금과 이자에 허덕이더라도 더이상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집을 갖고 싶다. 내가 살만한 곳에 정착해서 살다보면 그곳에 한정되어 그곳에 맞춰서 살게 된다. 흙과 물과 태양만 있으면 자라는 식물이라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면 그리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죽은 것인가하고 생각하다보니 더 많이 우울하다. 무조건 비판으로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멍게가 어때서 삶을 위해 부단히 싸워야하는 동물의 세계가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세상은 무지하고 가난한 사람들 편이 아니다. 를 확인하고나니 더 우울했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배움의 기회가 동등하지 않다. 누군가는 선택해야할 위험한 직종의 일에 대한 개선은 절실하지만 그것은 또다른 가난한 나라에게로 옮겨가게 될 것이란 두려움에 세상은 언제나 동등하지 않다는 생각에 자꾸만 우울해진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다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야하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즉흥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이지만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크다.

 

예전엔 동경만하던 삶으로 바꾸어야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일자리, 밥벌이를 회사에서 제공한다고해서 우리의 신체를 병들게 하는 일은 옳지 않다. 그 일을 은닉하기 급급한 기업의 윤리는 썩은 게 분명하고, 그 기업들이 우리를 먹여살렸다고 운운하는 경제의 힘으로 누루려는 행위를 용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시 돌아가야만 할 것 같다. 자급자족하며 사는 농경사회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 제대로 농사 한 번 지어보지 않은 아줌마의 넋두리가 될지라도, 자꾸만 땅으로 돌아가 내 삶을 가꾸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2007년 개봉했던 영화 <행복>의 임수정처럼 한적한 공기좋고 물 맑은 곳에 자리잡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입의 밥알이 튀어나오게 열변하던 황정민의 말도 안되는 황금노년기를 보내는데 필요한 돈의 액수에 연연하지 않고 단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기 위해 천원짜리 지폐 몇장 바들바들 아껴 쓸 수 있는 그런 삶을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나를 다독여야겠다.

 

과연 우리는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 것일까?

돈, 그것은 정말 아닐 것이다. 세상에 돈이 있어서 편리한 것은 많겠지만 돈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게 되는 것, 그걸 우리는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돈일수도 있지만 그 돈때문에 자신의 도덕적양심을 버리는 일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양심적으로 사는 일이 과연 편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과 멀지라도 그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사회인 것 같다. 제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돈 많이 버는 일에만 집중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있는 삶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고해도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의로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영화관의 가장 작은 관에서 상영되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들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 나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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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내 보셨군요, 꿈섬님.
여긴 소도시라 개봉관이 안 보여여요.
안 봐도 본 듯한 내용이겠지만 화면으로 보면 더 절절하고 절실하고, 분노에 휩싸일듯^^*

꿈꾸는섬 2014-02-13 14:48   좋아요 0 | URL
보고와서 바로 페이퍼쓰지 않으면 못 쓸 것 같아서 얼른 올렸어요.
너무 절절해서 영화관 안에서는 엄청 울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두렵고 무서운 세상, 힘없는 우리는 어찌 살까요? 하고 한숨만 나와요.ㅠㅠ

여울 2014-02-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셨군요. 많은 생각들이 겹쳐들었나봐요. 먹먹함, 막막함은 어쩌면 기대면 서로 조금은 힘이 되는 것이겠죠. 절절함 마음에 녹여갑니다. 작은도시 ..아마 오늘이 마지막일 듯 싶어요. 20:55분 롯데시네마에서 있더군요. 하루에 달랑 세번... ...

꿈꾸는섬 2014-02-17 10:29   좋아요 0 | URL
여울마당님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수퍼남매맘 2014-02-1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는 의무감으로 봐줘야죠.
저도 내일 종업식이니 이 영화 개봉하였는지 찾아봐야겠네요.


꿈꾸는섬 2014-02-17 10:31   좋아요 0 | URL
수퍼남매맘님 보셨지요?
의무감만으로는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좋은 영화이고, 이 사회의 부조리함도 그렇지만,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을뿐이에요.

기억의집 2014-02-14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이건희가 올해 1000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고 기사를 떠올리며 당신, 그 천억원은 수 많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일한 덕이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한 개인이 천억원의 배당금을 받는 사이 어느 곳에선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겠죠. 딸을 잃은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얼마나 더 받을려고 저러냐란 수군거림이 저는 더 압박이었을 것이라 추정돼요. 우리 사회에서 삼성은 이 땅의 수 많은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는 애국기업이니깐요. 예전에 시어머님랑 무슨 이야기 하다 애아빠가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죽어가는 20대 초반 여자애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할 때 우리 시어머님은 절대 안 믿더라구요.삼성이 그럴 리가 없다고.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일 겁니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건 살림을 하건 학교 졸업 이후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려고 하기 보단 자신의 안위에 만족하며 평생을 살죠. 그리고 정확한 팩트를 말하는 사람들을 잘.난.척 하는 사람들이라고 매도하는 사회다 보니,
썩은 기업과 썩은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많이 배운다는 거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 오죽하면 저도 변호인 보고 나와 적어도 내 자식은 멍청하게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에휴... 그래도 이렇게 바위에 계란 던지는 분들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라고 위로해 봅니다.

꿈꾸는섬 2014-02-17 10:34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말씀이 맞아요. 한 개인이 천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는 게 온전히 그가 잘나서가 아니잖아요.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우리같은 눈먼 소비자의 주머니에게 나간 것들이잖아요.
보수적인 어른들은 사회의 양면을 모두 보려고 하지 않으셔서 정말 갑갑해요.ㅜㅜ
정말 우리 아이들은 현명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지식만 잔뜩 담고, 돈과 명예만 탐욕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와 맞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요.
 

<폭풍우 치는 밤>을 먼저 사서 읽어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나도 아이도 얼마나 킥킥거리며 읽었는지 모른다.

시리즈 도서를 구매해야겠다 마음 먹고 중고샵을 뒤져보니 알라딘회원판매자가 낱권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죄송하게도 <폭풍우 치는 밤>을 제외하고 5권을 담았다.

정말 신난다. 대부분 시리즈로 전권 판매라 슬퍼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리즈를 채우게 되었다.

아마 이 책 도착하면 애들이 좋아라하고 읽을 것이다.

 

3만원 이상 주문하면 배송비가 무료라기에 다른 도서들도 함께 담았다.

궁금했지만 아직 읽지 못했던 책들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판매하는 것도, 회원간에 연결되어 쉽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정말 좋다. 회원중고 이용은 처음이지만 이 책들이 무사히 내게 오면 아마도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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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4-02-1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득템하셨네요~~ 저도 사고싶은 책이예요...^^

꿈꾸는섬 2014-02-13 13:21   좋아요 0 | URL
ㅎㅎ득템 맞아요. 책 상태가 좋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기억의집 2014-02-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 댓글 보고 섬님방에 댓글 다는 게 나을 것 같아 왔어요~

그러지 않아도 댓글 읽으면서 섬님 아이들이 어려 상영스케줄에 맞추기 힘드시겠다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자제들분에게 영화보기는 무리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막내가 13살이라 딸냄이 영화보고 나오면서 엄마, 나는 이제 애니가 별로고 이런 영화가 좋더라라고 말했거든요. 아이를 키워보니 한해한해가 생각하는 게 달라서.. 10살,8살은 무리인 것 같아요. 동네가 가까우면 진심으로 제가 봐드리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4-02-13 13:22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저 오늘 조조 보고 왔어요. ㅠㅠ 아이들과 보기에는 너무 무거운 영화였더라구요.
마침 시간이 오늘 딱 맞았어요. ㅠㅠ 슬픔을 주체를 못하겠어요.ㅠㅠ

2014-02-12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3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02-1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중고도 좋은데....전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다가 구입하려고 하면 이미 팔렸더라구요.
부지런해야 중고책도 구입 가능할듯요^^

꿈꾸는섬 2014-02-13 13:25   좋아요 0 | URL
중고는 바로 주문을 해야하더라구요.
저도 잠깐 미뤄두면 그새 판매완료되어 품절이더라구요.
다행히 갖고 싶었던 책이라 좋아요.^^
 
놓치면 안 될 우리 아이 책 - 어린이 책 전문가 28명이 쓴 서평집
조월례 외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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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전문가가 고른 책들이라 신뢰가 간다. 알고 있던 책도 있지만 생소한 책들이 많아 더 흥미롭다. 아이가 재미나게 읽을 책을 찾아서 읽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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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평설 2014.2
지학사 편집부 엮음 / 지학사(잡지)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1월부터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내용도 알차고 플랜까지 짜여있어서 아이가 부담없이 즐기며 읽을 수 있네요. 다양한 정보를 다루니 정말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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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4-02-12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좋아요? ^^ 저도 함 봐야겠네요.

꿈꾸는섬 2014-02-13 13:26   좋아요 0 | URL
정말 좋더라구요.
현준이도 재미나게 읽구요.
내용도 정말 알차고, 다양한 정보를 한달동안 야금야금 읽는 재미가 있어요. 따로 논술 안시켜도 될 것 같아요.

다크아이즈 2014-02-1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평설은 정기구독해도 좋을 정도로 욕심나지요. 아이들 중학교 때까지는 열심이었는데 지금은 멀어졌어요.ㅠ
고교 독서 평설까지 있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모르겠어요.^^*

꿈꾸는섬 2014-02-13 13:27   좋아요 0 | URL
정기구독신청할까하다가 매달 독서평설 주문하는김에 다른 책들도 주문해야겠단 생각에 신청을 아직 안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독서평설 읽히면 좋겠단 생각 들더라구요. 우리 중학교, 고등학교 입학하는 조카들에게 선물할까 생각중이에요. 주는 사람은 좋은데 받는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