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깨비> <책 읽는 도깨비-시간도둑> 두 권을 다 읽고나서 아들과 다시 읽고 있는 책은 <아름다운 가치 사전>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 감사, 겸손, 공평, 관용, 마음 나누기, 믿음, 배려, 보람, 사랑, 성실, 신중, 약속, 양심, 예의, 용기, 유머, 이해심, 인내, 자신감, 정직, 존중, 책임, 친절, 행복의 아름다운 가치가 담겨 있다.

 

어젯밤 8개의 아름다운 가치를 읽었다.

더 읽고 싶다고 했지만 내일밤을 기다리는 마음을 느껴보라고 하고는 방을 나왔다. 사실 <별에서 온 그대>를 시청하고픈 엄마의 계략이었다.

 

현준이는 요새 틈틈이 <초등독서평설>을 읽는다.

다음달에도 독서평설을 주문해야겠다.

틈나는 시간에 한꼭지씩 읽는 모습이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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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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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는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 우연의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우연히 어떤 때에 어떤 장소에 있게 되었다가 그 우연이 그 사람의 존재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우연한 리듬에 묶인 포로다.-58쪽

우리는 바라는 걸 얻으리라는 기대로 이튿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바라는 걸 얻게 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우리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기다림이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에 기초할 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을 서둘러 드러내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관심을 보이되 속이 들여다보이면 안된다. 그것이 기다림이다.-165쪽

사랑할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면 '연인에게서 느끼는 스트레스나 두려움을 남에게 털어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264쪽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 선택에 따라 결과가 나오게 되죠.-394쪽

"누구보다 페트라를 사랑했으니까 미쳤던 거야. 페트라도 그걸 잘 알겠지. 페트라는 그 일로 너를 악마라 생각하지는 안을 거야. '나를 너무 사랑해서 세상이 온통 무너진 듯 행동한 거야'라고 생각하겠지. 페트라 역시 평생 그 생각 때문에 괴롭겠지."-418쪽

'남자는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422쪽

계속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삶에 나도 지쳤다. 아버지가 될 기회를 잃어버리면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똑똑하고, 긍정적이고, 능력 있는 여자가 나와 함께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주는 건 물론이려니와 내 방랑벽도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여자는 살아오는 동안 지나치게 똑똑한 여자에게 겁을 집어먹는 남자를 많이 보아왔던 게 틀림없었다. 나는 겁먹지 않았고, 여자 역시 내가 겁먹지 앟았다는 거 알아챘다.-427~428쪽

자라는 아이를 지켜본다는 건 더없이 큰 경이였다.-430쪽

'자존심은 가장 파괴적인 힘이야. 자존심이 우리 눈을 가리지. 자존심 때문에 눈이 멀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 돼. 그럼 우린 주위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되지.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야. 진실의 소리가 들려와도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지. 내 생애 단 한 번뿐이었떤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건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이었어.'-541쪽

항상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모두들 충고하지. 하지만 우리가 정말 앞으로 낭갈 수 있을까?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괴롭고 아픈 과거를 우리는 과연 그대로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할까? 아니면 그 과거의 공포를 가둔 채 문을 완강하게 걸어 잠그고 지내야 할까?-567쪽

어쨌든 인생은 선택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선택한 시나리오로 스스로를 설득해야 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하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 주어진 이 길지 않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하고, 어느 정도는 뜻대로 완성해 가야 한다.-5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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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났던 수퍼남매님께서 잠자리에 들기 전 책 읽기를 해주기로 약속하시고 그걸 실천하는 얘기를 하셨었다.

 

아이들이 글자를 알기 전엔 나름 열심히 읽어주었는데 한글을 알려주고나서는 거의 읽어주지 않으면서 '책 읽어'하고 말로만 책 읽으라고 했다.

초등학교에 다니지만 여전히 책을 읽어주는 아이들이 훨씬 안정감이 있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낮에는 각자 읽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기로 마음 먹고 다시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니 정말 애착관계가 훨씬 더 좋아진 느낌이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 먼저, 더 많이 읽어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동생 먼저 읽어주기로 하고, 엄마의 상태에 따라 책 읽는 양을 조절하기로 했다.

 

현수에게는 보통 그림책 3권정도 읽어주는데 더 읽어줬으면 하고 바란다. 하지만 아들에게도 읽어주어야하기 때문에 딸에게 더 많이 읽어주진 못한다. 어쨌든 반응은 너무도 열렬하고, 매일 밤마다 책 읽어주기를 바란다. 그만큼 또 내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현준이에게 어떤 책을 읽어줄 것인가 고민하다가 <책 읽는 도깨비>를 읽어주었다.

첫날은 힘든 일이 많아서 20여쪽을 읽어주고 다음날에는 너무 재미있다며 끝까지 읽어달라고 조르는 탓에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못 읽겠다며 미루려니 그럼 자기가 몇 장 읽을테니 그 다음 엄마가 또 이어서 읽어달란다. 그렇게 해서 둘째날 <책 읽는 도깨비> 한권을 다 읽어냈다. 그러고는 다음에는 <책 읽는 도깨비2>를 읽어달라고 예약했다.

오래된 사물이 영물이 되어 도깨비로 변하고, 구두쇠영감의 돈을 훔쳐 도회지로 나온 도깨비는 땅을 사서 집을 지으려고 하는데 명당 자리를 똥값에 산 선비와 문답내기를 하다가 결국 책 읽기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

 

 

 

 

'人不通古今이면 馬牛而襟裾니라'

사람이 고금의 일을 알지 못하면, 마소의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옛 선인들의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는 참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

옛 고전을 많이 읽어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오늘과 내일을 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진 도깨비들처럼 아들도 책 읽기에 재미를 들였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 사실 컸다. 그 마음을 알든 모르든 <책 읽는 도깨비2-시간도둑> 읽기에 들어갔다.

놀러다니느라 요새 많이 바빴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읽어주려고 노력하니 아이들은 매일 밤 책 읽어주는 엄마를 기다린다. 물론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마치고 침대 속에 누워 엄마가 오기를 기다린다.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직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도 나도 흐뭇한 밤을 맞이한다.

기분 좋은 변화다. 다시 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냈다. 잘 자라는 뽀뽀와 함께 아이들은 아마도 아침까지 기분 좋게 잠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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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1-2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하셨어요.짝짝짝!
글자를 몰라서 읽어주는 게 아니라 부모나 교사가 책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오롯이 아이를 사랑하는 시간이죠.
아이가 읽어주지 말라고 할 때까지 읽어주는 게 맞다고 해요.
꾸준히 잘 실천하길 응원합니다. 두 아이 각자 읽어주시려면 힘드시겠지만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래요. *^^*

꿈꾸는섬 2014-01-24 15:30   좋아요 0 | URL
아이를 사랑하는 시간 맞는 것 같아요. 힘든 날은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도 조금이라도 읽어주면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수퍼남매맘님의 응원에 힘입어 꾸준히 실천하도록 노력해야죠.^^

다크아이즈 2014-01-2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순오기님, 수퍼남매님, 꿈섬님 이렇게 만나셨나요? ㅋ
제가 들은 것 같은데도 실물(?)을 모르니 막 헛갈려요.
아이들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하는 젊은 엄마들의 선봉에 꿈섬님이 계시네요.
전 다 잊어버렸어요. 책도 안 읽어줬고... 그땐 넘 몰랐어요. 지금 와서 후회한들 ㅠ
손주 놈들한테 적용해볼까 계획 중입니다.(십 년 뒤에 ㅋ)

꿈꾸는섬 2014-01-24 15:33   좋아요 0 | URL
ㅎㅎ순오기님, 마노아님, 수퍼남매맘님 그리고 저 이렇게 넷이서 즐거운 수다를 나눴죠.^^
선봉에 선 것까지는 아니구요.
큰애가 어느새 열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제 얘랑 같이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줄어들겠구나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앞으로 몇년이나 엄마 품에 있을까요? 아기때는 어서 자라라하고 생각했는데 요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게 자꾸만 아쉽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팜님은 멋진 할머니가 되실거에요.^^
 

1월 15일 수요일 오전 11시 구리아트홀 유채꽃 소극장에서 박완서 선생님의 3주기 추모공연이 있었다.

평소 문학에 관심 많았던 친구와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한 조카와 언니, 네 자리를 예약하고 다녀왔다.

 

오프닝 공연부터 조용하게 진행되었다.

낭독배우 강애심님의 목소리로 듣는 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그 재미와 감동이 더했다. 나도 모르게 찔끔거리며 눈물도 흘리고, 훌쩍훌쩍거리며 여러 생각을 했다.

서로 사랑했던 순간들, 결혼 준비하며 티격태격했던 우리, 결혼식 올리고, 아이들 낳고 살았던, 과거의 나 그리고 남편 생각에 감정이 이입되어 나중에 늙어서 미안해하지 말고 후회남지 않게 잘 해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박완서 선생님 맏따님 호원숙님께서 선생님의 젊은 시절 사진과 결혼식 동영상을 자료로 제공하여 그것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젊은 시절 수줍은듯 환하게 밝은 미소를 지었던 선생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당시 초호화 결혼식이었을, 그래서 남편이 부자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갖게 했던, 그 글귀들과 겹쳐 그 재미가 더했다.

엄마가 감동에 젖어 추모공연에 참석한동안, 아들은 친정에 맡겼었다. 12시45분에 피아노학원 차량이 오기로 했는데 서로가 엇갈렸는지 아들과 차량선생님의 전화가 이어져오고, 조용한 분위기속에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얼른 문자로 답을 보내고, 아들은 20분을 넘게 기다리다가 차를 겨우 타고 피아노학원을 갔단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네'라고 답문을 보냈다. 그리고 학원이 끝나고는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줘서 더 많이 고마워했다.

 

집에 돌아와 박완서 선생님 작품을 찾아봤다. 꽤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게 더 많았던 것 같다.

 몇권 더 샀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잘못됐는지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이 6권밖에 안보인다.

 

 

 

 

 

오전에 외출해서 오후까지 외출하기가 미안했지만, 엄마는 저녁을 일찍 먹이고 아빠와 변호인을 보러갔다.

skt더블더블할인 이벤트 기간이 15일에 만료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아이들은 아무 걱정말고 다녀오라고 해서 한번 믿어보는 마음으로 다녀왔는데,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영화를 보면 어찌나 울컥하던지, 그래도 지금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시절만큼 야만스럽지는 않지 않나하는 생각에 그나마 안도했다. 슬픈 현실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 집에 도착한 다락방님의 방출도서가 도착했다.

다락방님이 보낸 도서가 우리집으로 오기까지 좀 힘겨웠다. 전에 살던 사람이 주소 이전을 안해놔서 워낙 많은 우편물이 우리 집으로 배송되었고, 그때마다 난 반송함에 넣었다. 그래서 우편배달부가 그 사람과 나를 헛갈려하고, 당연히 내게 와야했던 우편물을 이사간 사람의 우편물로 착각하고는 벨을 누르고 이사가셨죠? 하고는 집으로 올라오지 않아 난감하게 만들었다. 부랴부랴 우체국에 전화해서 전화번호 알아내서 다시 받아냈는데 그분 이사간줄 알았다고ㅜㅜ 이사를 갔으니 이사를 왔겠죠. 그분이랑 저랑 이름이 약간 비슷하긴 했지만 그래도 성이 완전 다른데 이제 헛갈려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는 받았다. 다락방님이 보내주신 화가와 정원사,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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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1-16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께는 이번주에 우편물 보냈거든요. 저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어쨌든 잘 받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꿈꾸는섬 2014-01-22 12:12   좋아요 0 | URL
네, 잘 받았어요. 즐겁게 읽을게요.^^

수퍼남매맘 2014-01-16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가 의젓해서 동생을 잘 데리고 있네요. 예비소집은 잘 다녀오셨는지....
조금씩 엄마만의 시간이 늘어나고 있군요.
저도 오늘 아이들만 영화관에 들여 보내고 저는 열심히 백화점 구경을 했답니다.ㅎㅎㅎ

꿈꾸는섬 2014-01-22 12:13   좋아요 0 | URL
예비소집 잘 다녀왔어요.^^
아이들 영화관 보내고 백화점 쇼핑하는 것 좋으셨겠어요.
전 보통 아이들이랑 같이 보는 걸 좋아해요.ㅎㅎ 요새 만화들은 너무 재밌더라구요.ㅎㅎ

마녀고양이 2014-01-17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박완서님 추모 공연 다녀오셨군요, 그리고 변호인도...
이래저래 왈칵 눈물이 나는 날이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변호인 보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
좋은 선물도 받으셨네요.

참으로 따스한 페이퍼입니다.

아래 페이퍼를 보니 이번에 오기 언니 만나셨나봐요, 저는 꿈섬님도 오기 언니도 아직 못 뵈었으니... ㅋㅋ
아유, 이래저래 바쁜 날들입니다. 올해 반 년은 아주 죽었다 라는 맘으로 살아보려구요.
꿈섬님, 즐겁고 건강한 주말 되셔요~ ^^

꿈꾸는섬 2014-01-22 12:15   좋아요 0 | URL
추모공연과 변호인, 정말 눈물 왈칵 쏟은 날이었어요.

마녀고양이님 올 해 반 년 무척 바쁘신가봐요. 힘내세요.^^
우리는 다음에 마녀고양이님 시간되실때 한번 뵈어요.^^
제게 많이 소중하고 감사한 분이에요.^^
 
일수의 탄생 일공일삼 91
유은실 지음,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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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상자를 열자마자 아들이 덥석 들고 자기 방으로 가지고 들어갔다.

 

사실 우리 아들은 책 읽기를 겁내하는 편이다. 엄마가 읽어주면 재미있다고 더 읽어달라고 하지만 막상 자기가 책을 읽으려고하면 엄두가 안나는지 좀 벅차했다. 하지만 초등 2학년이 되고, 학교에서 국어(읽기, 쓰기, 말하기)를 배우면서 점점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책 읽기의 두려움이 약간 사라진 것 같다. 다른 아이들(요새 책을 많이 읽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에 비하면 책 읽기가 쉽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일수의 탄생>을 보는 순간, 뭔가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는 듯이 자기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한 챕터를 다 읽고 화장실가면서 싱글벙글이다. 어쨌든 모르는 척했지만 책이 재미있는지 얼른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며칠 뒤 <일수의 탄생> 다 읽었으면 엄마 읽게 달라고 했더니 완전 재미있다며 책을 건네주었다.

 

완.전.재.미.있다. 라고 말하다니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화장실 귀신이 나타나 빨간휴지 줄까? 파란휴지 줄까? 하는 대목을 읽으며 내가 낄낄거렸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타나 엄마, 화장실 귀신 얘기 읽어요? 한다. 응. 크크 그 부분 웃기죠? 한다. 응. 그러더니 엄마 숫자 7이 정말 좋은 숫자에요? 하고 묻는다. 왜? 그랬더니 아니에요. 책 읽어보면 알거에요. 한다. 내게 자꾸만 <일수의 탄생>을 먼저 읽고는 아는 척 하고 싶었던가보다.

 

7월 7일 행운을 한 몸에 안고 태어난 일수, 오랫동안 태기가 없던 부부에게 태어난 아들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부부 못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갖고 얼마나 많은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누굴 닮았을까? 등등 아이는 부모가 기대한만큼 자란다는 어느 육아서의 글귀처럼 많은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늘 건강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현실의 슬픔을 외면할 순 없었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대로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어떤 부모든 아이에게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것이 옳은지 옳지 않은지 조차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그릇만큼 아이에게 바라게 되는 것 같단 생각에 씁쓸했다.

일수 엄마는 일수가 자라서 자신을 돈방석에 앉게 해줄거라고 믿었고, 결국 그렇게 되긴 했지만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일수의 친구 일석의 경우 늘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또 혼란에 빠진다. 그런 걸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의 쓸모는 누가 정하나요?'하고 묻는 일수에게 우리는 누구라고 답할 것인가? 아들은 누구라고 생각했을까? 그 답은 나 자신에게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한 삶은 너무 고단하다. 물론 나만을 위한 삶도 과연 옳을까 싶지만 그래도 나 스스로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잘 산 인생이 아닐까 한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길, 그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메세지가 담겨 있는데 이 책을 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다시 또 읽어봐야겠다고하니 그저 대견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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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1-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재미있다!^^ 저도 이 한마디로 충분합니다. 찜!

꿈꾸는섬 2014-01-15 08:02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오랜만이어요.
날이 많이 춥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날들 되시길 빌어요.
일수의 탄생, 정말 재밌고 좋아요.^^ 생각할거리도 많구요.^^

수퍼남매맘 2014-01-14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들도 1-2꼭지 읽더니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책을 덮었어요.
제가 읽어보니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고학년 이상에게 적합한 책인 듯 싶어요.
앞부분이 코믹해서 둘째에게 권해 주었는데 좀 어렵겠다 싶어요.

꿈꾸는섬 2014-01-15 08:03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현준이는 이해가 되던 안되던 그냥 읽었던가봐요.
끝까지 다 읽긴했어요. 그리고 부분부분 궁금한 것들 묻긴하더라구요.
엄마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인 것 같아요.^^

섬사이 2014-01-15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겉모습은 초등 저학년에 알맞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 책인데,
내용은 다소 어려울 수 있겠다 싶어서
초등2학년 딸에게 권하지는 않았더랬죠. ^^

꿈꾸는섬 2014-01-16 14:5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근데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전에 가져서 읽고는 재미있다니 더 캐묻지는 않았어요.
얼마나 이해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다 읽은 것만도 대견하다 싶고요.ㅎㅎ

섬사이님 굉장히 오랜만이에요.ㅎㅎ
새해 좋은 계획 많이 세우셨어요? 모든 좋은 일들로 가득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