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어도 저절로 "덥다" 소리가 나온다.

방학이라 하루 종일 분주하다. 아이들 세 끼 밥 챙겨주는 일로 분주하다고 말하다니 엄살이 좀 심하긴 하다.

날이 더우니 엄살은 더 늘어간다. 어떻게하면 좀 더 편하게 하루를 보낼까 궁리하느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것 같다.

이런 무더위 속에,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가와바다 야스나리, 노벨문학상 수상,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이런 이유와는 상관없이 친구와 한참 수다 떠는 중이었다. <폭풍의 언덕> 영화 개봉에, 보고 싶다, 하지만 볼 수 없다, 언젠가 밤새워 읽었던 그 시절을 생각한다, 다시 읽어야겠다, 친구에게 있어서 <폭풍의 언덕>은 인생을 관통하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그래서 여러번 읽었다고, 그러면서 덧붙이길 김연수 작가는 <설국>을 네 번 읽었단다. 인생을 관통하는 그런 소설이라고, 그래? 난 아직 한번도 읽지 않았는데, 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하고 호기심이 생겼던 게 그 이유다.

그래서 이 더위에 눈의 나라를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p.7)

 

첫 문장을 읽었다. 내 머릿 속은 곧장 하얀 눈밭이 떠올랐다. 이 더위에 눈의 고장으로 간 것이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내다보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을 것만 같고, 이 더위는 오히려 바깥의 추위를 녹이는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기차를 타고 눈이 내리는 철길 위를 달린다. 시마무라이든 요코이든, 아니면 니가타의 고마코이든.

 

  "감상을 써두는 거겠지?"

  "감상 따윈 쓰지 않아요. 제목과 지은이, 그리고 등장인물들 이름과 그들의 관계 정도예요"

  "그런 걸 기록해 놓은들 무슨 소용 있나?"

  "소용없죠"

  "헛수고야"

  "그래요" 하고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대답했으나 물끄러미 시마무라를 응시했다.

  전혀 헛수고라고 시마무라가 왠지 한번 더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눈雪이 울릴 듯한 고요가 몸에 스며들어 그만 여자에게 매혹당하고 말았다. 그녀에겐 결코 헛수고일 리가 없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아예 헛수고라고 못박아 버리자, 뭔가 그녀의 존재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졌다.(38~39)

 

모든 게 헛수고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때, 내가 지금 무얼 했단 말인가하고 망연자실해했던 적도 여러번이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한다. 세상에 수고롭지 않은 일은 없다고 생각이 바뀐 건 아마도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어제는 술에 취해 들어 온 남편이 냉동실에서 쭈쭈바를 꺼내 먹었던 듯, 아침에 일어나보니 거실 바닥에 드문드문 떨어져 있었다. 그걸 일찍 일어난 아들이 먼저 발견하고 닦았고, 쭈쭈바를 들고 무얼 했길래 구석 구석 어딘가에서 계속 떨어진 흔적들 때문에 끈적거렸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데 남편은 쭈쭈바 국물을 줄줄 흘려 놓았고, 나는 그걸 찾아 열심히 닦아내는데 참 기묘한 게 어떻게 이곳에도 흘렸을까 싶은 곳까지 쭈쭈바 자국이 남아 있었다. 대체 남편은 쭈쭈바를 먹으며 무얼 했던 것일까? 아이들 책에 까지 흘려 놓은 건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가끔 이런 남편의 행동은 낯설다. 가스레인지 위에 잔뜩 흘려 놓은 라면 국물과 건더기들, 싱크대에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 라면 건더기들......평소에 싱크대에 아무렇지 않게 음식물 버리는 걸 싫어하는 나는 한밤중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기겁할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벌써 1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사람인데도 그의 내면을 온전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시마무라에겐 덧없는 헛수고로 여겨지고 먼 동경이라고 애처로워도 지는 고마코의 삶의 자세가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로서 꿋꿋하게 발목 소리에 넘쳐나는 것이리라.(p.64)

 

  "왜 그래?"

  "갈래요"

  "바보 같은 소리"

  "상관 말고 당신은 쉬세요. 전 이렇게 있고 싶어요"

  "왜 가려는 거야?"

  "가지 않아요. 날이 밝을 때까지 여기 있겠어요"

  "공연히 심술 부리지 말아"

  "심술 부리는 거 아녜요. 심술 같은 거 안 부려요"

  "그럼?"

  "그냥, 몸이 좀......"

  "괜찮아, 그런 것쯤. 전혀 상관없어" 하고 시마무라는 웃으며,

  "얌전히 있을게"

  "싫어요"

  "그러게 바보같이 왜 그리 성나서 걷느냐고"

  "갈래요"

  "갈 필요 없어"

  "힘들어요. 당신은 이제 도쿄로 돌아가세요. 힘들어요"(p.69~70)

 

 시마무라와 고마코의 대화, 이 둘의 대화는 내내 겉돈다. 서로의 마음이 들키는 것이 두려운 것이겠지하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언젠가 돌아가야하는 여행자,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그 사람을 향해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도 붙잡을 수도 없으니, 그녀의 말은 겉돌 수밖에 없었겠다.

 

날은 계속 덥고, 마음만이라도 추운 눈의 고장을 생각하는데, 소설은 소설대로 아름답지만 슬프게 끝이나고, 마음과 달리 이 새벽에 배는 고프고, 감상자로서의 자세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결국 소설은 읽었고, 결국엔 다시 또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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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08-04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꿈섬님처럼 <설국> 읽고 싶어요. 예전에 읽은 것 같은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그 시리고 무언가 아련한 느낌만 남아 있어요. 쭈쭈바 국물은 저의 옆지기와도 흡사한 행동입니다.^^;;

꿈꾸는섬 2012-08-06 14:52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이라면 <설국>에 대한 멋진 감상을 써주실 것 같아요.^^
쭈쭈바 국물~~정말 황당 그 자체에요.ㅜㅜ

순오기 2012-08-0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여름에 읽는 설국이라~~~~~ 좀 시원해졌나요?^^
노벨상 수상작이라 봤는데, 큰 감동과 매력은 못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꿈꾸는섬 2012-08-06 14:53   좋아요 0 | URL
읽는동안은 눈의 고장에 다녀왔다 생각하며 읽었어요.ㅎㅎ
큰 감동보다는 잔잔하고 아련한 슬픔이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여행자와 게이샤 사이의 복잡 미묘한 심리가 재밌더라구요.

아이리시스 2012-08-05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브레터>나 봐야겠어요, 저는. <설국>은 어쩐지 다시 읽을 엄두가 나질 않아요. 너무 시리고 아름답고 또.. 여행가고 싶어져요. 겨울을 기다리면 금방 오지 않을테니 힘들 거예요. 그래도 페이퍼는 설레며 읽었어요^^

꿈꾸는섬 2012-08-06 14:5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잘 지내셨죠?
시리고 아름다운 건 <러브레터>도 비슷할 것 같은데......
얼른 이 더위를 피하고 싶어요. 너무 더워요.ㅜㅜ
 

알라딘에 접속한 게 정말 얼마만인지 까마득하다.

가끔 알라딘 서재의 화제글들은 보긴 했지만 이렇게 글을 남기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아이들은 25일에 방학을 했다.

초등학교 방학식은 일찍 끝나서 반 아이들 몇명 모여서 방방이에서 실컷 놀게 해주었다. 2시간 놀고 피아노 학원으로 가며 어찌나 투덜거리던지, 친구들과 노는 일은 힘들어도 좋은가 보다.

 

3월, 현준이 학교에 보내놓고 아들보다 내가 더 분주했던 것 같다. 몸도 마음도 정신없이 바쁘고 피곤에 지쳤던 달이다. 현준이는 담임선생님도 마음에 들고, 학교 생활도 재미있었다고 내내 말했었다. 실제로 내가 뵌 선생님은 자상하시고 정이 많으신 분이셨다.

현준이네 학교에서 열리는 강연회는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푸른아우성에서 성교육을 했었고, 지역사회에서 부모와 자녀의 대화법이라는 주제로 12시간 교육을 했었다. 독서 영재 푸름이 아빠의 책읽기 강연, 코칭 - 자기주도 학습법 강연, 진로와 관련한 강연 등 다양한 강연을 한 학기동안 했고, 참석하여 많이 배웠다.

 

현준이네 학교 도서관 이름은 '달빛도서관'이다. 저녁 시간에도 개방하기 때문에 달빛이란 이름을 붙인 것 같다. 한달동안 꾸준히 도서관에 다니면 교장선생님께 표창장과 기념패를 받게 된다. 교실에 있는 TV로 실시간 방송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 상 받는 것을 무척이나 부러워한다. 달빛도서관은 아이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함께 참석하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내기가 여간 쉽지 않았지만 6월 한달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7월에는 교장선생님의 특별기획 행사로 1박2일 가족 사랑 캠프가 있었다. 양성평등체험, 역할바꾸기, 전통놀이 체험, 레크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캠프가 있던 날 비가 엄청 쏟아져 운동장에 치려던 텐트는 교실에 치게 되었고, 복도에서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물론, 아빠가 준비하였고,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캠프에 참가하기 전 가족 신문을 만들어서 냈는데 은상을 받았다. 또 다 끝나고나서 쓴 소감문은 최우수 1등 상을 받았다. 문화상품권과 함께 받았다. 현준이도 현수도 아빠도 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 방학하기 전에 가족 독서 골든벨에도 참여하였는데, 열심히 공부하겠다던 의지와는 달리 노력이 부족했던 탓에 보기 좋게 8문제 풀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넌센스 퀴즈 2문제 맞춰서 로또 복권 2장을 받았고, 그게 5000원에 당첨되었다.

 

현준이가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다는 게 정말 좋다. 남편은 뭐 애 학교에 자꾸 가냐, 이런 행사는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처음엔 투덜거렸지만, 난 현준이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른 가족들 때문에 못한다고 생각해도 섭섭한데 아이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이가 먼저 학교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내 아이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나는 예스라고 말할 것이다.

 

학기를 끝마치고 생활통지표를 받아왔는데 의젓하게 정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 칭찬 일색으로 써주신 행동발달에 관한 의견은 '~~~모범적인 어린이입니다.'로 끝난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내 아이가 잘 자라고, 칭찬받는 일은.

 

오늘은 오랜만에 아이들과 극장에 다녀왔다. 아이스에이지4 정말 재밌게 봤다. 그리고 간단하게 물놀이장에서 물놀이 하고,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현준이는 피아노와 태권도를 하러 갔고, 현수는 낮잠을 잔다.

 

 

그동안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는데, 오랜만에 알라딘에서 책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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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2-07-27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의 한 학기를 압축해서 본 느낌이에요. 잘 지내고 계시다는 소식 반가워요.
요즘엔 저도 알라딘에 자주 오질 못해서요.. ㅠㅠ
우리 곧 또 볼수 있을거라는 믿음을 늘 갖고 살자구요 ^^*

꿈꾸는섬 2012-07-28 09:48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반가워요. 언제나 찾아와 반겨주시니 오랜만에 들러도 낯설지가 않네요.^^
요새 많이 바쁘셨나봐요.
네, 다음에 또 뵐거라고 믿어요.^^

순오기 2012-07-27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꿈섬님, 반가워요!
분주한 한 학기를 보냈네요~ 성과도 훌륭하고요!^^

꿈꾸는섬 2012-07-28 09: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잘 지내셨죠?
이렇게 반가워해주시니 너무 좋네요.^^
성과가 훌륭하다니 어깨가 으쓱해요.ㅎㅎ

blanca 2012-07-2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현준이가 학교 생활을 아주 잘 하고 있군요. 학교 분위기도 아주 좋은 것 같아요. 벌써 여섯 살 엄마들이 모이면 초등학교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르니까 더 두렵고 그런 것 같아요. <설국> 주문하셨군요. 이 더운 여름에 오히려 더 맛이 날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2-07-28 09:51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정말 오랜만이죠. 반가워요.^^
학교 분위기도 좋고, 친구 엄마들도 좋은 분들 만났어요.
ㅎㅎ저도 현준이 보내놓고 얼마나 많이 떨었다구요. 근데 아이가 잘 해나가니 다행이다 싶어요.
<설국>은 벌써 한참 전에 장바구니에 담아놓고는 이제야 샀어요.ㅎㅎ

라로 2012-07-2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뜸 하셨었군요!!!와락~~~
반가와요~~~. 저도 뜸했다가 요즘 다시 얼굴 내밀었어요,,ㅎㅎㅎ
1학년 학부모는 원래 같이 1학년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ㅠㅠ
그래도 훌륭히 잘 해내고 계신것 같은걸요!!^^
한숨 돌리셨으니 예전처럼 알라딘에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꿈꾸는섬 2012-07-28 09:53   좋아요 0 | URL
뤼야켈레벡...오호 정말 멋진 이름으로 바꾸셨네요.
처음엔 누군가하다가 혹시 했는데......나비님 ㅋㅋ
이렇게 반겨주시니 기분 좋네요.^^
다시 알라딘에 돌아오니 좋네요. 정겨워요.^^

하늘바람 2012-07-2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아는 사람이 있어야 알라딘 올 맛이 나지요
역시 부지런하신님 알라딘에는 못오셔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셨네요

꿈꾸는섬 2012-07-28 09:54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정말 반가워요.^^
부지런하다는 칭찬은 정말 부끄럽게 만드세요.
아이 학교 보내고 그냥저냥 살았던 거지요. 한 학기 잘 마무리해서 얼마나 대견한지 모르겠어요.
잘 지내고 계신거죠? 지금 하늘바람님 서재로 놀러 갈게요.^^

saint236 2012-07-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방이에서....정말 그리운 이름인데요...현준이가 잘 커가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제 아들 이름도 현준이인데 4살입니다. 매일 누나한테 치이고 우는데 일입니다.

꿈꾸는섬 2012-08-01 14:46   좋아요 0 | URL
예나 지금이나 애들은 방방 뛰는 걸 좋인하는 것 같아요.ㅋㅋ4살 현준이가 지금은 누나한테 치이지만 점점 더 의젓해지겠죠. 날이 많이 더워요. 건강하세요.

프레이야 2012-07-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3개월이나 된 거에요? ㅎㅎ
그동안 여러가지로 바쁘셨네요. 날이 무척 더워요. 마음은 시원하게 보내세요.~~~~

꿈꾸는섬 2012-08-01 14:4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잘 지내셨죠? 날이 너무 더워요. 어디 시원한 곳에 다녀오셨어요? ㅎㅎ 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내세요.~~ 행복하세요.^^
 

현준이네 초등학교에서 가족독서골든벨 대회를 한단다.

작년에 1등한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7월에 예정되어 있고, 미리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대상은 본교 재학중인 학생 누구나 엄마, 아빠와 함께 참여 가능하다.

지정 도서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김정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스님

 

 

 

엄마수업, 법륜

 

 

떴다! 지식탐험대

(20 소원을 들어줘, 마법의 문화재 카드!)

(13 사치 여왕, 부자 되는 비법을 찾아라!)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대요(속담), 우리누리, 길벗스쿨

 

 

 

 

상품은 해외문화체험상품권 및 부상이란다.

 

현준이는 아빠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빠는 도저히 책 읽을 자신이 없다고 미리부터 포기하고 현준이와 엄마만 둘이 참여하기로 했다. 1등은 아니어도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경험이 될 것 같다.

독서골든벨까지 위의 책을 열독해야할 것 같다.

 

요즘 읽은 책은

하성란, 식사의 즐거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재밌다. 나도 어릴적 만날 어디 다리에서 주워왔단 소리를 하도 들어서 내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에 우울해했던 적이 있다. 심지어 정말 엄마, 아빠가 아니냐는 편지까지 썼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얼마나 많이 슬퍼했는지 모른다.

한살때의 기억을 갖고 집을 찾아 나선 그, 산부인과 간호사의 실수로 잠깐 찾아갔던 그 집이 자신의 진짜 집이었을 거라고 믿는 이 남자의 집, 밥상을 걷어차는 아버지, 키친드렁크인 어머니......그야말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 같다. 나 어릴 적에 함께 살던 삼촌은 막돼먹어서 걸핏하면 밥상을 뒤집어 엎은 적이 있다. 어찌나 고약했는지 모른다. 지금은 자기 자식에게 절절 매며 사는 아버지가 되었는데 요새는 치기어린 젊은 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많이 부끄러워하신다. 그나마 가족이니 그러려니 지금은 모두 덮고 살긴 하는데 가족 중 누군가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건 역시 내게 안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가끔 욱하는 성질이 모두 그때의 영향이 아니었나 싶다. 여하튼 <식사의 즐거움>은 토큰을 내고 버스를 타던 시절의 이야기라 그런가 정겹게 읽었다.

 

황석영, 강남몽 

이 모든게 한낮 꿈에 불과하다는 작가의 말이 좋았다.

강남 개발을 둘러싼 인물들의 삶은 내 삶과는 전혀 다른 동떨어진 사람들의 삶이라 공감보다는 경악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그 시절, 여전히 세상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다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의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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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2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건가요? 와 도전에 응원을 보냅니다

프레이야 2012-04-21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품이 대단한걸요.ㅎㅎ
꿈섬님 도전!! 꼭 성공하시기 바래요~~~

순오기 2012-06-2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여행은 학교에서 보내준 게 아니고, 자기네 경비로 다녀왔을 텐데~~ 소문이 그렇게 났겠지요.
학교에서 해외여행 보내주는 독서골든벨을 어떻께 운영하겠어요?
빵빵한 곳에서 후원이라도 하면 모를까....
아이와 함께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만 해도 해외여행에 준하는 기쁨이 되지 않을런지~ ^^
7월이면 이젠 가까워졌네요~~~~ 소식이 뜸해서 궁금함에 들렀어요.
휴대폰 번호도 바뀌어서 문자보내도 전달이 안 되던데~~ 잘 지내시죠?
 

2012년 들어서 좀 더 열심히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몇권의 책을 읽었고(사실 기억이 가물거린다)

송경동 시인의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를 집어든 건 벌써 두어달 전의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락날락거렸다.

 머리가 아팠다. 그러면 잠시 책을 놓아두었다. 그러고는 한참만에야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전혀 어려운 책이 아니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읽어내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전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읽을수록 아파서 읽기가 힘들었다고 해야겠다.

처음엔 머리가 아픈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내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또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 동시대 사람들의 상처가 나를 자꾸만 후벼대고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모른 척 지나쳐버리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혀 나답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나다운 것보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내 가족이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1년전부터 남편은 건설폐기물을 운반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한지 어느새 2년이 조금 넘었다.

이곳은 전에 일하던 곳보다 일은 많지만 결제 조건이 좋지 않다.

전에 일하던 곳은 한달후 결제라고 해서 일한 다음 달의 말일에 결제를 해주었는데, 지금 일하는 곳은 두달후 결제라 다음 다음 달의 말일에 결제를 해준다. 처음 계약할때부터의 조건이라 우리는 늘 두달 전에 일한 것을 그 달 말일에 돈을 받게 된다.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용은 늘 빚을 지게 되는 상황이다. 두달 후 결제는 말이 두달이지 실제는 세달만에 결제를 받게 된다. 이런 지경이라 결제일을 제때 지키지 않으면 전전긍긍하게 된다.

작년 6월부터 꾸준히 결제일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때문에 늘 전전긍긍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달엔 제때에 지급하기도 했지만 밀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이번달에도 3월말에 결제되어야 할 돈이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3개월을 꼬박 일한 댓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늘 투덜거리기 일쑤다. 그러면 남편은 원래 건설쪽 관행이야. 하고 말한다.

원래 그렇다는 게 난 사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남편 회사의 남편처럼 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20여명 이상인 걸로 안다. 20여명의 결제금은 몇억대가 된다. 그 돈이 개인에겐 얼마 안되지만 모두 합하면 큰 돈이 된다.

유류비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형편이라 모두들 순수익은 많지 않다. 게다가 빚내서 생활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결제가 늦어지면 늦어지는대로 금융권에 불필요한 이자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화가나고 분통이 터지는 몇몇 사람들은 파업하자고 한다. 남편도 가끔은 파업해야한다고 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도 파업에 동참해야한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 파업은 결국 나중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 틀림없다. 늦게 결제되긴 하지만 이미 일한 댓가는 언젠가는 받게 된다. 파업한다고해도 또다른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로 채워질 것이라 파업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몇달 전 운반비 단가 조정을 위해 사업장과 협의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남편과 머리 맞대고 운반비 단가가 필요한 경우와 단가율을 세부적으로 계산해서 표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터무니없는 단가인상이 아니었기에 사업장에서 제시한 조건보다 낮은 인상율로 타결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다보니 같이 일하시는 분들은 남편이 적극적인 방법으로 결제 문제도 해결하길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답안은 없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업을 선택한다는 것도 온몸을 불사르고 사업장을 휘저어 놓을 수도 없다. 그 어떤 극한의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 우린 사실 두렵다.

우리집의 경우에는 어찌어찌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형편이 좋지 못한 분들의 경우에는 파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름을 넣을 수 없어서 차를 세우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 같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차에 기름을 넣어야하는데 카드한도가 이미 꽉 찼고, 카드결제가 되지 않아 리볼빙으로 돌렸는데도 어렵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그분의 경우를 보면 갑자기 오른 전세금도 마련 못해서 월세로 전환까지 하게 되었다고 들었다. 정말 사람 살기가 싶지가 않다. 아들 녀석은 휴대폰 이용요금 내달라고 독촉하고, 부인은 월세금 내야한다고 독촉하는 상황이란다.

정말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헛갈린다. 매일 열심히 새벽에 나가서 일을 하는데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곤두박질 치고 있다면 사는 게 재미없을 것 같다.

좀 더 생활비를 줄인다고 해도 입으로 들어가야 살고, 어딘가에 누워 잠을 자야 살 수 있지 않는가.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가족을 건사해야한다면 더 한 일일 것이다.

두렵다. 어느날 갑자기 살기 싫어졌다고 말할까봐.

난 늘 세상의 밝은 것들을 쫓고 싶어한다. 평화롭고 안락한 것, 편안하고 즐거운 것, 행복하고 기쁜 것......하지만 그것들은 어느 것 하나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잘 사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어떻게해서 그들이 부를 이루었고, 성공하였고, 지금의 그 자리에 올라서게 되었는지......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성공만을 그들의 부만을 부러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책을 읽으며 키웠던 생각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책에서 제시한 해결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슬프다.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처럼 온몸에 불을 붙여야하는 것인가.

 

그렇게 두달여를 책을 읽지 못했다. 어느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음이 붕붕 떠다니는 것 같았다.

큰 아이 학교 도서관에 잠깐 들렀다가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과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빌려왔다.

 <낯익은 세상>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책을 읽게 되었다.

노련한 작가의 작품은 역시,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것 같다. 전번주에 읽고 반납해버렸더니 세세한 기억은 별로 없다. 꽃섬에 살았던 사람들, 사람들이 쓰다버린 물건을 주워다 팔고 생활하는 그들의 곁에 김서방네가 사는 예전의 평화로운 풍경의 마을이 현실에도 있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나도 그런 세상으로 가고 싶다. 죽음의 이면에 담긴 또다른 삶의 공간은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사람풍경>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받고 있다. 외국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찾은 심리분석, 나의 유아기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사람 사는 일이 또 그렇지, 그러고 있다.

 

아주 만화스럽게 스마트폰이 변기 속에 퐁당했다. 바로 전원을 끄고 말렸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2~3시간 뒤에 센터에 다녀왔는데 메인보드가 약간 부식되었지만 사용엔 문제가 없단다. 다행히 돈은 안 들었다. 메인보드가 15만원정도 한다는데......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엄마, 봄비가 오면 꽃이 피겠지?" 하고 딸아이가 내옆에서 말했다. 봄비가 내리고 꽃이 피는 일이 기다려진다. 꽃이 피고나면 우울했던 마음들이 조금 더 밝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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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1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힘드시군요... ㅠㅠ.
읽는 제 맘도 아픈데, 오죽하실까 싶어요. 너무 답답하네요.
점점 산다는게 팍팍해져 가는걸요. 파업이라.. 그렇죠, 파업을 큰 의미로 상대에서 봐줘야 의미가 있는데
너네 파업해라 나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게 라고 하는, 완전 약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이라 볼 수 없지요.

일한 댓가도 제대로 받지 못 하는 세상.... ㅠㅠㅠ.. 제발 나아지기를. 힘내시고 건강 챙기시구.
알라딘에 오지 않는건 힘들기 때문일텐데, 연락 한번 못 해본 제가 너무 미안해요.

2012-04-11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가방 2012-04-1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게 두달을 묵혀서 월급을 주는 경우도 있군요. 첨 알았어요.
전 꼬박꼬박 월급받는 사람이 젤 부러웠는데... 위의 경우라면 정말 힘들겠네요.

blanca 2012-04-12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그랬었군요. 따뜻한 봄날이 꿈섬님의 마음도 데워 주기를. 힘내세요!
 

3월은 아이의 입학식으로 시작하였다.

유치원 입학식과는 확연히 다른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루면서 앞으로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은 잘 할 것인지 걱정이 많았다.

워낙 예민한 아이라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아이는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내 아이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학교에 처음 다녀온 날,

"엄마, 학교는 일찍 끝나니까 좋은데......"

"엄마, 학교에서는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어요.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유치원과 비교해서 더 좋다는 말을 내게 한다.

"엄마, 오늘 뭐 입고 가요?"

하고 물었을 때,

"응, 학교는 매일 자유복 입어. 네가 입고 싶은 옷 입어."

하고 말했더니

"와, 정말요. 유치원 다닐때는 수요일만 자유복 입었잖아요. 학교가 더 좋아요."

하고 말한다.

게다가 둘쨋날 학교에 다녀와서는

"엄마, 우리 선생님 정말 좋아요. 꼭 우리 할머니처럼 말씀하세요."

자상한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두 권의 책을 가져와 학급 문고를 만드셨다. 나도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도 그렇게 생각해주니 정말 다행이다.

"엄마, 내 짝도 우리 아파트 산대요."

"엄마, 내 짝도 나랑 같이 방과후 영어 한대요."

"엄마, 학교에는 유치원때랑 다르게 장난감 같은 건 없는데 전 학교에 가는 게 재밌어요."

하고 말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

 

아들의 즐거운 학교 생활과 다르게 나는 주말에 몸살을 앓았다.

아이 둘을 등교 시키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전번주에는 현준이가 9시30분까지 등교해서 우선 현수를 8시 53분에 유치원 차를 태워 보내고 들어와 현준이를 학교에 보냈다. 그리고 돌아와 잠깐 볼 일을 보고나면 현준이와 현수를 받을 시간이 되었다. 유치원도 적응기간이라고 전번주에는 12시 30분에 돌아왔고 학교도 12시 30분부터 1시에 하교해서 교문앞에서 만나야했다. 현준이와 현수의 하교 시간이 겹쳐서 현수를 초등학교 앞에서 내리게 했는데 그 바람에 현수의 하원 장소를 선생님이 자꾸 헛갈려 하신다.

그래도 전번주가 나았다. 이번주에는 현준이가 8시 30분까지 등교해서 우선 현준이를 데려다 주어야 한다. 현준이를 데려다줄때 현수를 데려 나가야할지 말아야할지 한참 고민한 끝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현수는 집에 두고 다녀오기로 결정을 했다. 잠깐씩 집에 있던 습관이 있긴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혼자 있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8시 53분 차를 타야하는 애를 8시10분부터 데리고 다니는 건 역시 무리다 싶었다. 우리 아파트가 초등학교에서 가장 먼 거리일 것 같다. 신호등도 2번이나 건너야 하고, 월요일 아침이라 실내화 갈아 신는 곳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는데 그 사이 현수는 울먹울먹 전화를 했다. 그래도 화요일에는 의젓하게 견뎌주었다. 아들도 교문 앞에서 헤어지고......

 

현준이에게 함께 등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여건이 좋지가 않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짝이랑 함께 묶어주면 좋은데, 그 아이는 함께 유치원에 다녔던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엄마가 갑자기 직장을 다니는 바람에 맡아주게 되었단다. 등교도 하교도 함께 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른 친구가 끼어 있어서 함께 등교하는 것도 하교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결국 현준이에게 홀로서기를 하자고 했다. <한반도의 공룡>을 워낙 좋아하는 녀석이라 점박이의 홀로서기 - 현준이의 홀로서기 하고 말했더니 씩 웃는다.

 

 

 

 

 

 

 

이번주부터 방과후 영어수업이 시작되었다.

레벨테스트를 했는데 완전 기초반이 아니라 다음반에 배정되어 50분정도 시간이 비게 되었다. 그 시간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아직 혼자 읽기가 완벽하지 않은 아이라 걱정은 되지만 그 바람에 혼자 읽기가 되어 갈 것 같다. 나름 도서관에서 책 읽으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다행이다 싶다.

그런데 문제는 현수의 하원 시간과 또 엇비슷해졌다. 2시 30분에 현수를 맞아서 2시45분에 끝나는 아들을 맞으러 학교에 간다. 어른이 나도 이렇게 힘든데 현수는 또 얼마나 피곤할까 싶다.

하루 일과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 아이들 책 읽어주고는 나도 그 옆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가 현수가 하도 잠꼬대를 하고 징징거려서 잠에서 깼다. 많이 피곤한 것 같다. 반이 바뀐 것도, 오빠 사정 봐주느라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같은 반에 현수에게 못되게 구는 아이도 있는 것 같고 말이다.

현수에게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어야한다는 생각을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되다니 나도 참 모자란 엄마다.

 

친구를 배려하는 듬직한 아들,

오늘 전단지나 신문지 한장 준비물이 있었는데 혹시 몰라 전단지 2장을 넣어 주었다. 짝이 안 가져와서 자기 것 1장을 주었단다. 그래서 잘 했다고 했더니, 첫날 가져갔던 색연필도 함께 나눠 쓴단다. "왜?"하고 물으니 그 아이 파란색 색연필이 망가져서 파란색만 빌려 준단다. 또 자기는 줄 긋기를 참 잘한다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는데, 자기 짝은 열심히 하지만 잘 못한단다. 그래서 다른 친구가 놀려대서 자기가 그러지 말라고 말했단다. '누구나 잘 하는 것이 다르다고......' 이 말을 듣는데 가슴 뭉쿨했다. 우리 아들이 내가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나보다 더 잘 실천하고 있었구나, 하고 말이다.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들을 생각하니 정말 잘 자라고 있구나 싶다.

 

음력으로 생일을 챙기다보니 현준이의 생일도 있었어요. (전번 금요일이요.)

아침에 미역국 끓이고 저녁에 잡채라도 해야지 했는데 결국 몸살나서 잡채는 해주지도 못하고 케잌만 사다가 생일 축하 노래 불렀네요. 전날 마트에서 사온 청바지는 마음에 들어하는데 토마스 운동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구요. 자기가 무슨 토마스를 입냐고 절대 안 입겠다고......그래서 오늘 토마스 운동복은 환불했어요. 어느새 아들이 쑥 자랐어요.

 

3월,

아들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그 만큼 쑥 자라났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어 고맙다.

앞으로도 즐거운 학교 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  

 

 

 

요새 현준이와 현수가 행복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

현준이 입학 선물로 순오기님께서 책을 한보따리 보내주셨다.

3년전 유치원 입학 선물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입학 선물까지 보내주신 순오기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아, 또 상품권을 보내주신 o님 감사합니다. 현준이에게 좋은 책 대신 골라 담겠습니다.

너무 늦게 감사 인사 올려 죄송해요. 아이 둘 등하교에 몸살났으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어요.^^ 조금 천천히 담을게요.

 

순오기님, 요즘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책에 빠졌어요.

현준이는 워낙 사자를 좋아하는데, <행복한 사자>를 읽고 너무 재밌다고 또 읽어달라고 해요. 얼만큼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아이가 좋아한다는 사실이 좋아요. <좁쌀 한톨로 장가든 총각>은 보내주신 것과 다른 판본을 올려 놓았지만, 내용은 똑같겠죠. 아이들에게 새로운 전래동화 들려주니 좋았어요. 이 책도 아이들이 계속 읽어 달라고 해요. 또 현준이는 <연아 연아 올라라>도 좋아하구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책은 강아지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앞뒤로 넘겨가며 찾아보는 재미로 자꾸 읽게 되어요. <그건 내 조끼야>도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네요. <출동 119...> <싫어요 몰라요 그냥요> <내사랑 뿌뿌>도 차례 차례 읽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즐겁고 유익한 책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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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3-14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꿈섬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군요...정말 엄마로선 가장 떨리는 순간이죠.ㅎ
그래도 아이가 생각보다 잘 적응하죠? 저도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큰 딸을 무지 걱정했는데
학교 간 이틀만에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버스도 혼자 타고 오고 하더라구요..
걱정마시고 많이 안아주세요. 우리 아이들 기특하잖아요..^^

하늘바람 2012-03-14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입학 축하해요,
아무것도 못보내는 대신 멋진 현준이 응원합니다
현수도요,
이제 현준이 정말 많이 컸네요 토마스르 거절하니.

순오기 2012-03-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둘을 학교 보내고 유치원 보내는 일도 만만치 않으니 몸살 날만 하네요.ㅜㅜ
현준이가 좋아할만한 책으로 고르긴 했는데... 좋아한다니 기쁘네요.^^

blanca 2012-03-15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힘드시겠어요. 저도 멀지 않은지라 긴장하며 읽었답니다. 현준이가 다행이 학교 생활을 재미있어하는군요. 아마 현수와 제 아이가 동갑이지요? 저희 아이도 반이 바뀌고 한 반에 30명이나 되어 요즘 유치원 가는 모습이 밝지 않아 걱정이에요. 유치원 생활 만큼은 배려도 받고 즐거운 추억 많이 쌓았으면 좋겠는데... 봄이 오고 있으니 아이들도 다 잘 적응하고 건강하고 힘차게 생활하기를 바라 봅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프레이야 2012-03-1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입학하여 생활 잘하고 있다니 반가워요.
한창 커나갈 때라 하루하루가 다를 거에요.
꿈섬님도 애 많이 쓰셨어요.^^

같은하늘 2012-03-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아이 챙기기 정말 바쁘죠? ^^
그래도 큰 아이들 두신 선배맘들 말씀이 그때가 좋을때래요~~
저도 두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어 현준이 입학선물도 못 챙겼네요.
혹시 현준이가 보고싶어하는 책 없나요?
늦었지만 입학축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