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 논술 수업도 어느새 두 달이 되어 간다. 

7월에는 한국 현대 단편 소설 위주로 읽었다. 

김유정의 <봄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그리고 박성우의 <난 빨강> 

 

 

 

 

 

 

 

 

8월에는 세계 고전 소설 읽기를 목표로 하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그리고 게리D. 슈미트의 <수요일의 전쟁>을 읽었다. 사실 <걸리버 여행기>는 다음주에 읽을 예정이다.

 

 

 

 

 

 

 

 

어느새 9월이 다가온다. 9월에는 또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알라딘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책을 고르다보니 아무래도 ㅅ님이 추천하신 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이 읽기에 좋은 다양한 책을 해박하게 꿰둟고 계신 ㅅ님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다행스럽단 생각을 한다. 

예전에 ㅊ님이 추천하셨던 책도 두 권과 ㅊ님 서재에서 찾은 책 한 권을 담았다. 

ㅊ님이 추천하신 두 권의 책은 ㅊ님의 추천을 받지 않았다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책이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사진과 그림 자료, 별면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성한 학습만화이다. 다윈의 생애와 비글호를 타고 떠난 항해 과정에서 찾아낸 온갖 과학적 지식, <종의 기원>을 비롯한 진화론과 관련된 과학적 성과가 담겨 있다.

'카툰클래식'은 인문, 역사, 예술, 고전 분야의 명저를 흥미로운 구성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형식의 학습만화책 시리즈이다. 전체를 소화하기 어려운 고전이나 이론 등을 쉽지만 깊이 있게, 해당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역사적 의미까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알라딘 소개 글) 

전쟁은 일반적으로 나쁜 것으로, 평화는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 필요한 것이라 규정한다. 하지만 이는 관념적인 상식에 가깝다. 아이들에게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전쟁은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 왜 인간의 역사가 곧 전쟁의 역사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진지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기는 어렵다.

책은 어린이를 위한 평화 교육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이루어지도록 안내한다. 지나간 역사를 통해 전쟁과 평화의 여러 속성을 살펴본다. 그리고 전쟁과 평화의 양면성과 복잡다단함에 직면하도록 한다. 나아가 추상적 개념을 객관화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을 읽으며 전쟁과 평화의 참뜻을 이해하는 동안, 생산적인 논쟁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관점으로 전쟁과 평화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책은 평화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독자들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기 때문이다.(알라딘 소개글) 

  

책장을 넘겨 보면 `뭐가 이리 쉬워?`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수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해서 기초를 충실히 다져놓는 데서부터 실력을 기를 수 있다. 신나고, 재미있고, 무엇보다도 귀찮은 연습문제도, 지겨운 계산도 필요없는 새로운 수학.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서부터 고난도 응용문제까지 폭넓고 고르게 다루고 있다.(알라딘 소개글) 

 

 

 

 

 

ㅅ님 서재를 뒤져서 찾아낸 책들이다. 알라딘에 ㅅ님이 계시다는 게 다행스럽다.

표제작 「그래도 괜찮아」는 별이 총총 뜬 가을밤 의지할 곳 없는 불안한 자신에게 “괜찮다”고 주문을 걸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안오일 시인은 자신이 청소년 시절 겪었던 절실한 체험과 건강한 상상력으로 그동안 터트리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시인의 체험과 상상력을 덧입혀 청소년들만의 생기 있는 언어로 들려준다. 이 시대 방황하는 모든 청소년들을 다독이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64편의 청소년시는 읽는 이의 마음에 강한 긍정과 희망의 기운을 불어넣는다.(알라딘 소개글

세상을 놀라게 했던 십대들을 위해 기획되었다. 먹을거리 문제에서 좀더 나아가, 경쟁사회, 노동, 국제무역, 과학기술, 문학, 생명, 가난, 공동체, 전쟁, 평화 등 다양한 분야로 시야를 넓히고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에 대한 성찰의 바탕을 제공하자는 의도이다.

홍세화를 비롯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경제학자 우석훈, 광우병 관련 토론회마다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보여준 의료인 우석균, 대학 교수이자 마을 이장인 강수돌, '황우석 사태'를 파헤친 <프레시안> 기자 강양구 등 대표적 진보 논객들이 전문분야의 첨예한 문제의식을 쉬운 말로 들려 준다.(알라딘 소개글) 

마치 통조림처럼 딱딱한 철학 사상들을 재미있는 사고 실험, 문학, 신화, 역사, 정치.사회, 자연과학 등의 이야기들을 곳곳에 양념으로 넣어 맛있게 만들어낸 철학 입문서. 어렵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는 철학사상의 내용을 먹기 간편하게 가공했다.(알라딘 소개글) 


 

 

  

우리 막내 중학교의 권장도서라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예전에 초등학교 도서실에서 빌려보곤 이중섭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초등 고학년이상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중섭을 아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중섭이 오산학교에서 만난 화가들을 발견하는 것도 좋다.(ㅅ님의 리뷰중) 

 

 

 

 

 

7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를 하면서부터 설레이기 시작했다. 어떤 책들이 내게로 올 것인가. 아이들과 어떤 책을 먼저 읽을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어줄 거라는 기대감에 오늘 밤은 아무래도 설레이는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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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17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알찬 책들이네요!
9월...하니 갑자기 막 의욕이 샘솟아요. 덥고 비많던 여름이 곧 갈 거라는 기대와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온다는 기대가 생기네요.
아이들과 책 읽기.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즐거운 일이예요. 그죠?

제가 요새 중학생 아이들과 읽었던 책도 소개드릴께요.
<이회영- 내 것을 버려 모두를 구하다>와 <압록강은 흐른다>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예요.
셋 다 나중에 살펴 보세요.^^
즐거운 수업 되시길 바래요. 저도 이제 9월을 준비해야겠네요^^

꿈꾸는섬 2011-08-18 00:53   좋아요 0 | URL
현맘님 도움이 커요.^^

좋은 책 소개해주시니 또 감사해요. 메모해둘게요.
<압록강은 흐른다>는 저도 아는 책이에요. 아이들 반응은 좋았나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18 12:14   좋아요 0 | URL
글쎄요. 사실 중학교 남자 아이들이라 깊이 있게 읽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미없다는 소리는 안했으니 나름 성공한거예요..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가 아주 흥미로왔어요. 슬프기도 했고..
즐거운 독서 되세요!
꿈섬님과 수업하는 아이들은 행복할거예요~^^

2011-08-18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1-08-18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이네요.^^
너무 부럽습니다!

꿈꾸는섬 2011-08-18 22:56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이런 책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아픈 건 좀 괜찮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늘 건강하세요.

마녀고양이 2011-08-18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논술 수업을 하고 계시는군요?
아아.... 멋지다. 그리고 주문하신 책이 좋아보이네요. 역시 알라디너들 추천이 막강하군요. ^^

꿈꾸는섬 2011-08-18 22:57   좋아요 0 | URL
꾸준히는 아니에요. 잠깐 했다가 아이들이랑 너무 벅차서 잠깐 쉬다가 여름방학 맞아서 다시 시작했는데 언젠가 끝내야지 생각하며 하는 거라 길게 하진 못할 것 같아요.
아이들 책에 치여서 제 책은 제대로 못 읽어요.ㅜㅜ


하늘바람 2011-08-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술 수업하시는군요 와~

꿈꾸는섬 2011-08-18 22:58   좋아요 0 | URL
에고 부끄럽습니다.ㅡㅡ

2011-08-18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8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8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책도 읽을 좋은 기회이기도 하겠군요. 논술 수업을 하는 것은요..^^
읽어 보시고 잼난 건 리뷰로 소개해 주세요~~.

꿈꾸는섬 2011-08-20 18:04   좋아요 0 | URL
재밌는 책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지요.^^
요즘 리뷰 올리는 일은 게을러서 힘들어요.ㅜㅜ 하지만 올려보도록 노력할게요.^^

마녀고양이 2011-08-1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코알라 책 정리를 하다보니 구판이라서 중고 판매를 못 하는 책이 좀 있는데
책은 깨끗하거든요? 혹시 필요하실까요? 방정환 탐정소설 칠칠단의 비밀, 하늘이 내린 시조 임금님들, 별볼일 없는 4학년, 3학년 과학동화, 4학년 과학동화, 빌 아저씨의 과학교실 모두 여섯권인데... 책은 학교 권장 도서라서 참 좋은 책들이었거든요.

혹시 필요하시면, 문자 좀 남겨주세요. 요즘 대청소 중이랍니다. ^^

sslmo 2011-08-22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꿈섬님의 리뷰를, 페이퍼를 기다리는 1人이랍니당~!
바쁘시더라도 종종 뵈요.
저도 철학 통조림 좋더라구요.^^

꿈꾸는섬 2011-08-22 16:16   좋아요 0 | URL
언니의 응원에 힘을 입어 리뷰와 페이퍼를 열심히 올려야겠네요.^^
철할 통조림 좋다고하니 다행이다 싶어요.^^
 

부모님을 생각할때면 얼마나 더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내가 자란만큼 부모님의 흰머리가 늘고 주름살도 늘었다. 점점 건강도 약해지셔서 걸핏하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신다. 

나는 어떤 딸이었을까를 생각하면 늘 부끄럽기만 하다. 머리가 커가면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함께 키워갔다. 늘 뭔가를 해주지 않은 부모님들에 대한 섭섭한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막상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아보니 해주지 못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점점 힘이 없어지는 부모님, 어제 결국 오빠네와 합쳤다. 지금 하고 있는 일보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하나뿐인 아들은 부모님 집을 팔아 자신의 사업 자금을 마련하고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했다. 부모님은 오히려 기쁘게 집을 팔았다. 대출을 받고 대출금에 허덕이는 것보다 자신들이 더 늙고 추레해져서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아들에게 무언가라도 해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속이 후련하시다고 하셨다.  

오빠와 나는 사이 좋은 남매가 아니다. 언니들은 그냥 오빠 뜻에 맞춰주기도 잘 했지만 나는 어기장도 잘 놓고 오빠 말에 고분고분해본 적이 거의 없다. 오빠의 생각과 늘 부딪치기 일쑤라 다투기도 참 많이 했다. 부모님들은 늘 오빠에게만 잘 해준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왜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오빠가 요구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들어주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나고보니 오빠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다. 늘 할아버지 할머니가 끼고 살아서 엄마는 오빠가 살갑지 않았단다. 잠을 잘때도 품안에 안고 자본적이 없었단다. 아버지야 워낙 자식들에 대해서는 마음뿐 표현하지 않으시는 분이셨으니 오빠는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게 맞는 것 같다. 오빠는 고등학교 시절도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그래서 엄마는 늘 오빠에 대해 미안하고 안쓰럽고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 첫째였는데도 가장 나중에 가정을 꾸리게 된 오빠는 마음 좋은 새언니를 만났다. 가끔 언니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할때면 오빠때문에 속상했던 이야기를 종종한다. 그러면 여느 시누이라면 그런 새언니가 미울테지만 언니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오빠는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없다.(물론 이건 내가 볼때 너무 부족하단 얘기다.) 늘 자기 중심적이라서 자식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도 아버지로서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다고 느낄때가 많다. 언니가 아이를 위해서 책을 샀더니 쓸데없는데 돈을 썼다고 했단다. 오빠는 책장 가득 책을 쌓아놓고 사는 나를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얘기를 듣는 새언니의 입장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 여름 휴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7월에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남편의 한달 수입이 반으로 줄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사치스러운 여행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남편은 마음을 훌쩍 비우고 어디로든 떠나보자고 자꾸만 나를 설득했다. 그래서 결국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여름 휴가를 계획하면서 형부는 함께 가자고 했다. 언니네와는 종종 함께 여행을 다녔다. 함께 가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즐거운 여행이 될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번 여름엔 온 가족이 총출동하자며 친정부모님과 오빠네 식구까지 함께 가기로 했다. 물론 유방암 수술을 한 작은 언니네 두 식구는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었다.(두 사람은 수술 직전 홍천과 양양에 다녀왔다.) 아픈 사람 빼놓고 가기가 마음이 편치 않다는 엄마를 설득한 건 작은 언니, 회복되면 괜찮아지니 걱정하지 말라고 잘 다녀오라고 했다. 오히려 자신때문에 여행을 가지 않는다면 자신이 더 미안할거라고 말이다.  

 

영월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14식구가 먹을 유부초밥을 만들었다. 아침부터 휴게소 음식을 먹는 것보다 간단한 도시락과 컵라면을 먹으며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먼저 도착해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었다.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한껏 들떴다. 7시에 모두 모여 간단하게 도시락을 먹고 영월 한반도 지형을 보러 출발했다. 

 

한반도 지형 앞에 선 아이들,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은 신기해하며 한반도 지형을 살펴보았고, 5살 꼬맹이들은 그저 산길을 걸어 내려와 딱 트인 전망 앞에 신나했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 뗏목체험은 할 수 없었다. 현준이는 다시 타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지만 다음에 또 탈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비가 많이 내린 관계로 청령포로 들어가는 배도 운행되지 않았다. 다시 들어갈 기회를 놓치고 장릉으로 발길을 옮겼다. 

 

단종의 단촐한 무덤 앞에 섰다. 릉을 향해 뻗은 소나무 가지들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임금을 향해 고개를 숙인 소나무의 모습이었다. 보통 일자형의 신도가 아닌 ㄱ자로 꺽인 신도가 내려다 보였다. 

뒷짐을 지고 열심히 구경에 나선 엄마의 뒷모습이다. 이번 여행동안 엄마는 차분하게 이것저것 둘러보는 일이 신기하고 재미있으셨단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엄마에게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운 날씨에 힘이 드셨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꿋꿋하게 이곳 저곳을 둘러보셨다. 

"아, 전번에 TV에서 봤던건데......" 엄마의 눈을 즐겁게 해주던 TV 속의 것들을 진짜로 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을까.  

장릉에서 나와 길 건너편의 식당에서 곤드레밥을 먹었다. 곤드레를 넣어 밥을 지은 것을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인데, 먹는데 집중한 나머지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아이들도 곤드레밥을 곧잘 먹었다. 다 드시고 나와 엄마는 여기 곤드레밥은 가짜야. 하신다. 왜요? 물었더니 곤드레와 밥을 따로 하여 섞어서 내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밥과 곤드레가 섞이지 못하고 자꾸 겉돌아 먹기에 불편했단다. 엄마 말을 들으니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다. 작년에 먹었던 곤드레 국밥이 더 좋았다.   

점심을 먹고 고씨동굴에 들르기로 했다. 표를 끊으려고 보니 표를 사고 2시간 있다가 입장이 가능하단다. 그래도 보고 가야한다고 아이들이 아우성쳐서 표를 끊었다가 결국에 환불도 안된다는 걸 환불하고 김삿갓 계곡 근처의 예약해놓은 팬션으로 갔다. 

팬션에 짐을 풀고 아이들 수영복 입혀서 계곡으로 나왔다.

 

차가운 계곡 물에 흠뻑 젖어 아이들과 즐겁게 놀았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 계곡에 물이 엄청 많았다.  

 

계곡물에 발담그고 앉아 쉬는 모습이 많이 지쳐보이는 엄마, 그래도 시원하니 좋으셨단다. 

계곡에서 실컷 놀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기 위한 준비를 했다. 팬션에서 준비해준 평상에서 숯불에 삼겹살과 소시지를 구워 먹었다. 물놀이로 허기가 진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엄청난 양의 고기와 밥을 먹었다.  

다 먹고 난 후 설거지는 오빠가 도맡아서 했다. 이날 말고 다음날에도 오빠는 계속해서 설거지를 해주었다. 어찌나 고맙던지...

 

현수와 나와 엄마, 엄마와 단둘이 사진을 찍겠다니 현수가 와서 안겼다. 여행한 첫날이 엄마의 생신이었다.

 

어느새 예순아홉을 살고 계신다. 첫날 새언니가 사온 케잌에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부르고 아이들은 할머니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엄마는 잊지 못할 생일을 맞이하셨다고 하셨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낙산으로 가기 전 전날 못 본 고씨동굴을 보고 가자고 했다. 물론 우리 가족은 작년에도 다녀왔지만 동굴 속은 여전히 신비로웠다. 현수도 어느새 자라 혼자 힘으로 동굴을 탐험했다. 

많이 힘드셨겠지만 동굴체험을 끝까지 해내셨다. 우리가 밖으로 나갔을때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만났었는데 우리 아이들과 엄마가 끝까지 다녀왔단 얘기에 도중에 나온 걸 후회하셨다. 

제주도의 화산동굴을 이미 다녀오신 엄마는 석회암 동굴을 마냥 신기해하셨다. 동굴 속에 흐른 물, 물에 의해 생겨난 석순, 종유석, 기둥, 탑 모양, 기이한 형상들, 자연의 오묘함에 절로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단다. 

이렇게 영월에서의 1박 2일은 끝이다. 박물관에도 가고 싶었지만 그건 다음을 또 기약해야할 것 같다. 

영월 김삿갓 계곡에는 작은 언니도 다음에 데려가달라고 했으니 다음에 또 영월에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영월에서 바닷가로 가기 위해 또다시 고속도로를 탔다. 양양 낙산에어포트 콘도가 우리의 목적지, 콘도에 짐을 풀고 바로 바닷가로 달려가 해수욕을 즐기기로 했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뜨거웠지만 차 안은 에어콘 바람으로 시원하기만 했다. 전날 계곡에서 젖은 축축한 운동화를 벗어 버리고 차창 위로 다리를 올렸다. 현수가 자다가 깨서 잠깐 나의 배 위에 누웠고 엄마 발 위에 자기 발을 포갰다. 언젠가는 내 발보다 더 큰 발이 되겠지. 하고 생각하니 나도 어느새 엄마처럼 늙어가겠구나 싶었다. 그때 난 또 어떻게 늙어가게 될까. 엄마처럼 호기심 많은 소녀의 모습으로 이곳 저곳 둘러보며 좋아라 손뼉을 칠까. 

 

바닷가 모래밭, 아이들은 모래로 놀이를 한다. 원초적인 즐거움이 도사린 곳이다. 모래밭에서 실컷 놀고 바다로 뛰어들어 그 열기를 식힌다. 바다에 빼앗긴 체온을 다시 모래밭에서 충전한다. 아이들의 즐거움은 아무 것도 없는 바다에서도 가능하다. 확 트인 바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그 푸른 바다로 뛰어들어 파도에 휘청거리는 일도 즐겁다. 

  

아이들이 할머니를 모래사장에 묻었다. 뜨끈한 모래 속에서 찜질을 한다. 근육통이 좀 나으셨나 모르겠다.  

바닷가에서의 놀이를 마치고 저녁에는 회를 먹었다. 아빠는 회를 엄청 좋아하신다. 어마어마하게 회를 먹었다. 소주도 마셨는데 나는 세잔 마시고 바로 뻗어서 잤다. 

다음 날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한번 더 놀자고 했지만 다들 바다보다는 낙산사에 가자고 했다. 산불로 소실된 절이 복원되었기에 낙산사에 들르고 형부가 잘 아는 식당에 들러 물회와 섭국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우리가 낙산사에 들른 날은 음력으로 칠석날이다. 칠석에는 절에서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법회가 있다. 낙산사에서도 스님이 법회를 주도하고 계셨다. 엄마는 보타전에 들어가 불공을 드리고 나왔고, 또 해수관음상에서도 절을 하셨다.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현수가 할머니를 따라 절을 했다. 복전함 아래의 두꺼비를 만지면 두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데 현수와 엄마는 어떤 소원을 가지고 계실지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낙산사를 둘러보고 기와불사를 하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구경도 실컷할 무렵, 갑자기 온 몸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고 속이 갑갑해졌다. 갑갑한 속 덕에 맛있는 물회와 섭국은 한 수저씩 맛만 봤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차에서 잠을 청했지만 체한 것 같은 속은 뚤리지 않았다. 모두 엄마네 집에 모여 저녁을 먹는데 남편은 등심과 채끝을 사왔다. 고기를 굽는 족족 아이들이 열심히 먹었다. 아, 나도 먹고 싶다. 결국 몇 점 집어 먹고는 모두 다 토해냈다.  

며칠 고생한 끝에 속이 가라앉았고, 그렇게 즐거웠던 여행을 허무하게 마무리했다. 

 

이제는 나이 들어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언제 다시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우리가 어렸을때 아빠는 텐트를 사고 택시를 대절하여 홍천강가에서 캠핑을 하기도 했고, 양평의 어느 계곡에서 캠핑을 하게 하셨었다. 우리의 여름방학은 주로 외할머니 댁에서 보내는 것이었지만 아빠는 자식들을 위한 나름의 여행을 계획하셨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뭉쿨한 그 무엇이 남아 있다. 엄마는 우리에게 먹일 음식을 준비해서 가져오셨고, 아빠는 우릴 위해 텐트를 치고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없이 맑고 큰 소리로 웃어대며 강가에서 땅을 짚고 헤엄을 쳤다. 바람을 넣은 보트에 한명씩 태워 물놀이를 시켜주셨던 아빠가 지금은 한없이 약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고, 사위를 손을 잡고 간신히 한 걸음 한걸음 떼어 새로운 곳을 둘러 보신다. 우리에게 특별했던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내게 남아 있다. 앞으로 또 얼마나 자주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과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사진 찍는 것을 어색해하시며 찍지 말라던 아빠는 젊은 시절의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늙어가는 모습을 기억하듯 젊었던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흰 피부가 유난히 빛나던 엄마와 아빠는 어디를 가셔도 귀티나는 모습이셨다. 엄마와 아빠의 늙어가는 모습은 그 어느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그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닌 내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 새롭게 보기 시작한 나의 마음이었다. 가족들을 향해 마음을 열고 함께 하는 것을 즐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이번 여행, 내 마음은 커다란 마음의 빚을 청산한 느낌이다.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적셔오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여전히 함께 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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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8-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거지해주는 오빠와 함께라서 더욱 좋은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행도 좋지만 모인 김에 다같이 가족사진도 재밌겠습니다~뽀사시한 젊은? 얼굴이 아니라고 손사례를 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남는건 사진뿐입니다요ㅋ

꿈꾸는섬 2011-08-17 23:03   좋아요 0 | URL
설거지해주는 오빠와 함께라서 좋았던 여행 맞아요. 여자들이 여행가서까지 설거지에 시달리는 일은 옳지 않잖아요.ㅎㅎ
다같이 찍은 가족 사진도 여럿 있어요. 뽀사시한 얼굴 ㅎㅎㅎ 제가 pjy님의 유머에 늘 웃어요.^^

하늘바람 2011-08-17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럽네요 역시
아이들도 예쁘고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실 수 있으시니 얼마나 좋아요

꿈꾸는섬 2011-08-17 23:05   좋아요 0 | URL
가족의 수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더라구요. 몇해전에도 온가족 다같이 제주도 다녀오려고 했는데 아빠가 입원하시는 바람에 저희들만 다녀왔었거든요. 그러다보니 제 결혼 전에 다녀왔던 가족 여행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게 되구요. 살아계실때 조금이라도 더 잘 챙겨드리고 싶어요.

하늘바람님은 저보다 더 좋은 딸이셨을 것 같아요. 저 참 못된 딸이었거든요. 나이 들면서 철이 들어가는 거에요. 부끄러워요.

아이리시스 2011-08-17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도 좋으셨겠고 꿈섬님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저렇게 모여노니 무지 좋았겠어요. 어릴 때는 단체로 막 어디 놀러가서 또래들끼리 노는 거 무지 즐겁잖아요. 싸우다가 울다가 또 놀고 막.ㅎㅎ

꿈섬님 얼굴도 보고 이렇게 감동적인 페이퍼도 읽고 일석이조였어요.^^

꿈꾸는섬 2011-08-17 23:06   좋아요 0 | URL
부모님도 저도 아이들도 모두 너무 좋았답니다. 가끔 인원수가 많은게 불편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함께한 시간들이 더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8-17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저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잖아요.
부모님과 함께한 여행 너무 좋네요. 저는 대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항상 죄송함에 젖거든요.
얼마 후에 엄마랑 코알라랑 셋이 춘천이나 한번 다녀올까 하구요, 친정 엄마가 가고 싶으다셔서.

영월에 가셨군요? 시원하셨겠어요... ^^
추신. 꿈섬님 얼굴 봤네요.... 아하하.

꿈꾸는섬 2011-08-17 23:08   좋아요 0 | URL
그동안의 여행은 주변의 사물들에 집중하던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점점 여행의 또다른 매력을 느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네, 또 영월에 갔어요.ㅎㅎ
제 사진 여러번 공개했는데 이번 건 민낯이라 완전 부끄러워요.

순오기 2011-08-17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가족이 총출동한 여행은 구경꾼인 저도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 앞으로도 많아요, 노후가 기일~~~~잖아요.^^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모시고 나가면 되니까요~~
현수랑 현준이는 선그라스와 옷이 잘 어울리는 패션 짱이네요~ 엄마의 작품이겠지만요!^^

꿈꾸는섬 2011-08-17 23:10   좋아요 0 | URL
덩달아 행복해해주시는 순오기님 고마워요. 앞으로도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야죠.
사실 아빠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앉아서 기다리시는 일이 더 많았어요. 페이퍼에는 안 썼지만 말이죠. 이번 여행도 안 가시겠다는 걸 간신히 설득해서 모시고 갔거든요. 점점 더 힘들어질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워요.
아, 선그라스는 현수가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사주는데 하나만 살 수가 없어 오빠랑 같이 두개를 샀죠. 잘 어울렸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2011-08-17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7 2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8-17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꿈섬님의 이 글을 읽으니 여행 한번 제대로 같이 못가본 울 친정 부모님이 생각나서 너무 죄송하네요. 그리고 청령포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래저래 마음만 있고 항상 실천을 못하니. 꿈섬님 글 읽고 또 움직여야겠다고 각오를 다져봅니다.

꿈꾸는섬 2011-08-17 23:15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지금부터 하나씩 실천해나가시면 될 것 같아요. 그동안은 부모님보다는 저 위주로 살았던 것 같아요. 근데 부모님에 대한 생각들을 하다보면 나는 참 못된 딸이었더라구요. 지금부터라도 부모님께 잘 해야할 것 같단 생각 변치 마셔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살아계신동안 좋은 곳에서 좋은 추억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 부모님은 저희 키우시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사셨거든요. 너무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래요. 지금이라도 많은 걸 해드리고 싶어요.^^

2011-08-17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7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루데이지 2011-08-18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 5시에 일어나 14식구가 먹을 유부초밥을 만들었다고 하시면...과연 그 양이 얼마나 될까...무척이나 궁금합니다.ㅋㅋ 역시 저는 먹는거에 관심이 많은가봐요..ㅎㅎ
여행 잘 다녀오셨죠?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꽃, 기쁨꽃이 활짝 핍니다...

꿈꾸는섬 2011-08-18 00:55   좋아요 0 | URL
컵라면이 준비된 관계로 8인분을 준비했는데 조금 남았어요. 아침이라 역시 많이 먹히지는 않더라구요. 먹는 건 저도 관심이 많은 걸요.ㅎㅎ
함께 하는 여행이라 즐거웠어요.^^

후애(厚愛) 2011-08-18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부러운 가족 여행입니다.^^
아이들이 많이 자랐네요.
귀엽고 이쁘고... 가서 안아 주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1-08-18 23:01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한국 오셔서 언니와 조카들과 좋은 곳 많이 다니셨더라구요.
아이들 귀엽고 이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아요. 고마워요.^^

水巖 2011-08-1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러운 가족 여행이네요. 부모님께 행복한 시간을 드렸군요.

꿈꾸는섬 2011-08-18 23:01   좋아요 0 | URL
부모님도 저희도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저 내일부터 휴가가요. 

작년에 갔던 영월이 마음에 드는지 남편이 올해에도 영월에 가자고 하네요. 어쩌다보니 아픈 작은 언니만 뺴고 온 가족이 출동입니다. 하루는 영월 둘러보고 영월에 있는 팬션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엔 양양쪽으로 간다네요. 큰형부는 늘 여름엔 바다를 가야 휴가 다녀온 기분이 든다네요. 그래서 하루는 김삿갓 계곡에서 놀고, 하루는 바다에서 놀게 되었어요. 

오늘 아침부터 엄청 분주했어요. 

빨래 바구니에 있는 빨래들과 베갯잇도 모두 바꿔 빨았어요. 그리고 기본적인 집안 청소에 수건 삶기, 욕실청소까지 싹 해두었지요. 그리고 내일 가져갈 옷가지랑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챙겨두었어요. 오후에 외출을 해야했거든요.  

오후에 논술수업하러 다녀오느라 친정에 아이들 맡겨 두고 갔다왔는데 큰 아이가 장염에 걸렸는지 어제 아침 먹고 엄청 토해서 병원 다녀와 약을 먹였어요. 근데도 자꾸 배는 아프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오늘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해서 걱정을 별로 안했는데 할머니가 주신 옥수수를 먹었다네요. 아무 것도 먹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말이죠. 수업하는데 애가 배가 아프다고 엄청 울었대요. 그래서 병원에 데려가신다고 나갔는데 동네 의원들이 대부분 휴가라네요.ㅜㅜ 

수업 마치고 돌아와보니 아이가 또 잘 놀더라구요. 그래도 아프긴 한지 아무 것도 안 먹더라구요. 집에 돌아와서  약 먹이고 재웠는데 내일 괜찮으려나 모르겠어요. 밖에 나가면 먹고 싶은게 엄청나게 많잖아요.ㅜㅜ 어떻게 달래야할지 막막해요.ㅜㅜ 

우리 네식구, 엄마네 다섯식구, 큰언니네 다섯식구, 이렇게 14명의 대가족이 움직이려니 걱정이 되긴 하네요. 그래도 다같이 다녀와야 더 재밌긴 하더라구요.  아이들이 고만고만해서 더 재미있을거에요. 

남편 몰래 책 몇권 넣었어요.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무슨 책을 가져갈 생각이냐면요. 

 

 

 

 

 

 

 

 

<오늘 아침 단어>는 거의 다 읽긴 했는데 다시 또 읽어보려구요.  

그럼, 모두들 잘 지내고 계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이라 엄청 설레이네요. 그럼 잘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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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8-04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부럽네요 영월 여행이라
가져가신 책도 모두 탐나는데요^^

하늘바람 2011-08-04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셔서 자랑 염장 페이퍼 올려주셔요

hnine 2011-08-04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겨울에 영월의 흙집펜션으로 여행 다녀왔지요. 가기 전에 꿈꾸는 섬님 다녀오셨다는 페이퍼 읽고 갔었고요.
양양까지 다녀오신다니 얘깃거리 많이 가지고 돌아오셔야해요~ ^^
현수가 배가 아픈가요? 안타까워도 당분간은 먹는 것을 좀 자제시키셔야 할텐데.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pjy 2011-08-0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구들과 재미나게 휴가 다녀오세요~ 건강한 구릿빛 피부 인증샷!기대합니다^^

무스탕 2011-08-04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월, 양양은 저도 가서 자보고 싶은 곳이에요. 맨날 스~윽 지나만 다녔지 묵어본적이 없어서 아쉬워요.
재미있게 즐기고 오세요~ ^^

울보 2011-08-0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여행하고 오세요,,비가 그쳐야 할텐데,,살짝 걱정이긴하지만 내일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네요, 즐거운 여행하세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8-04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되셨음 좋겠어요!!
날씨도 아이들 건강도 모두 좋기를 바래요~~

마녀고양이 2011-08-0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오세요,, 그런데 이렇게 비가 와서야 걱정이네요.
머.. 대가족 북적하니 지금쯤 행복한 시간 지내고 계시죠?

水巖 2011-08-0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비가 오더니 이제 개이기 시작합니다 그 쪽에는 비가 오지 않었음 좋겠네요.

순오기 2011-08-05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첫날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겠군요. 현준이는 배아프지 않고 잘 지냈는지...
꿈섬님 비운 알라딘 지키며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 기다릴게요.^^

북극곰 2011-08-05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때 영월 잠시 거쳤었는데, 넘 좋아서 저도 올 여름 휴가지로 찜했더랬어요. 하지만, 8월엔 휴가를 쓸 수도 없다죠.ㅠ.ㅠ 잘 댕겨오셔서 얘기 많이 올려주세요!

비로그인 2011-08-0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즐거이 다녀오셔서 멋진 후기 부탁 드립니다!!

아이리시스 2011-08-08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비가 와요. 비가 오고 강풍이 불어요. 돌아오셨어요? 돌아오신 거예요? 걱정이 돼요. 오늘 월요일이니까 돌아오셨겠죠? 돌아오시면 신고해주세요.ㅎㅎ

꿈꾸는섬 2011-08-1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가 잘 다녀왔어요.^^
글은 천천히 올려야할 것 같아요. 아이들이랑 하도 놀아서 수업 준비가 엉망이거든요.ㅜㅜ
독서수업준비하고 여행 다녀온 이야기 남길게요.^^

2011-08-17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벌써 몇달째 이 책을 끌어 안고 있었다. 읽기 어려워서도 아니었고, 읽기 싫어서도 아니었다. 

이 책을 보내주셨던 분은 이분과 사랑을 나누는 중이라고 하셨다. 대체 어떤 책이기에...... 

책을 받아 들고서 시간이 여의치 않게 되자 자꾸만 미루게 되었다. 그래도 늘 침대 옆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다. (읽어야 할 책들을 그곳에 쌓아두고 읽는 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고, 나도 그만 그에게 빠져들게 되었다. 

조금씩 아껴가며 그의 글을 읽었다. 

마치 내 옆에 다가와 속삭여주는 그런 느낌의 글을 읽었다. 

 

시를 읽는 사람을 사랑한다. 아니 지금은 시를 읽어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내게 생소한 시인들조차 친숙하게 만들어주는 마력이 있다. 

  강정 -  본명이 '강정'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 이름 과연 임자 만났구나 싶어진다. 필력강정()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그의 문장은 솥[鼎]을 들어올리는[] 혹은 들어올리고야 말겠다는 무모한 에너지로 넘친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면 이름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되어버린다. 죽고 싶다는 욕망과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내전(內戰)을 벌이는 시를 쓰는 사람에게 이름이야 별무소용일 것이다. 그는 그저 끊임없이 흩어졌다 모이는 몸, 부단히 죽었다가 살아나는 혼의 이름 없는 주인 같다.(p.23) 
  그의 첫 시집은 폭발적이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말들이 음악과 경전(經典) 사이에서 좌충우돌한다. 전언이 명료하지만 에너지가 없는 문장이 있고, 종잡을 수 없지만 뭔가를 자꾸 폭발시키는 문장들이 있다. 그는 "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 / 나는 지금 죽어야 하나?"라고 묻거나 "나의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 너는 죽어야 한다"라고 명령한다.(p.24)

 김민정 -  예컨대 그녀는 "삐친 자지처럼"([거북 속의 내 거북이])과 같은 비유를 구사하는 시인이다. 이 직유는 허를 찌른다. '시'라는 제도와 남근주의의 허장성세를 동시에 밟아버린다......예컨대 그녀는 "나는 한 그루의 눈알나무"([멀리 개 짖는 소리 들리더니])라고 말하는 시인이다. 눈알나무, 라고 그냥 읽어버리지 말고, '눈알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줄기가 휘청거리는 나무'를 나의 감각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쓸쓸하고 오싹하다. 온몸이 눈이 되어 세계를 경계해야 할 만큼 상처가 많은 것인가,(p.30) 

  이장욱 - 뛰어난 시인들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같는다......그는 소위 '미래파'의 산파 중 하나다. 그 자신이 이미 뛰어난 시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어떤 시에서 화자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 이를테면 내면이 있고 내면의 진실이라는 것 또한 있어 그것이 질서 있게 전달될 수 있다는 믿음이 고백을 낳을 것이다.(p.48)
  진은영 - 그녀는 나가르주나와 니체를 비교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하도이기도 하다. 그녀가 철학적인 시를 쓰고 시적인 철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게 있다는 생각은 거의 오해에 가깝다. 반쯤은 호메로스이고 반쯤은 플라톤인 사람은 호메로스도 플라톤도 되지 못한다. 시는 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떄 철학의 문으로 나올 수 있고, 철학은 철학의 계단을 더 높이 올라갈 때 시의 문으로 나올 수 있다.(p.52)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ㅡ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읽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떄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ㅡ[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전문 (p.53)

 내 옆에 와서 시인들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그를 자꾸만 생각한다. 

  "후천성 위트 결핍증이라고 하셨던가요?"(p.67) 그가 내게 묻는다. 난 정말 재미없는 여자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적이 있었다. "선비 아니면 투사, 댄디 아니면 아티스트. 그래서 다들 너무 비장하고 너무 슬프고 너무 우아하다 운운. 인정! 그렇다면 정현종의 [헤게모니]나 황인숙의 [시장에서] 같은 시는 어떠신지?" 발랄한 시, 그래 내게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나 여전히 뻣뻣한 당신. 그렇다면 특단의 조치. 성미정 시인의 시집들을 권합니다. 잘 모르신다고요?"하고 말해준다. 정말이지 난 그녀를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말이라니 믿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성미정 시인의 시집을 찾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 그는 이런 이야기도 해준다. 

  "시는 감각의 경련이고 언어의 운동이다. 그것만으로도 시가 된다. 어쩌면 가장 근본적으로, 가장 강하게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번역된 외국 시를 읽는 일은 원칙적으로 허망한 일이다. 감각의 경련은 상당 부분이, 언어의 운동은 거의 전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신 이야기와 메시지가 남는다."(p.168)  

그가 하는 말에 자꾸 귀기울이게 된다.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가끔 주제넘은 충고를 한다. 나 자신은 소설을 단 한 줄도 써본 바 없으면서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리고 덧붙인다. "카버를 읽어라."(p.287) 

7월 27일 이후 우리 부부 사이도 썩 좋지 못하다. 폭우를 뚫고 시내를 달리게 한 아내에게 화가 난 남편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 일의 얘기를 꺼냈다. 구름빵 영어 뮤지컬이 취소된 건 내 탓이 아닌데도 나는 계속해서 남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로는 그 분이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남들 앞에서 아니 내가 없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있는데도 남편은 거침없이 말을 한다.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는데 그깟 공연을 보겠다고 위험하게 차를 몰고 나가길 고집했다고 계속해서 책망을 했다. 그 뮤지컬을 보고 페이퍼 쓸 생각뿐이라고 내 마음까지 훤히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는 것이다. 결국 공연 보러 갈 것을 고집한 건 나만의 욕심일뿐이었다는 것이다. 며칠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공연보러 갈 거라고 책도 읽고 구름빵 인형놀이도 하며 지냈었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 오늘 구름빵 보러 가는 거 맞지?"하고 계속해서 물었었고, 남편이 부정적으로 말할때마다 아이들은 얼마나 실망했는지 모른다. 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었다. 비가 많이 온다고해서 공연이 취소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날 이후 남편에게 얘기도 하기 싫어졌다.  

나희덕의 시 [물소리를 듣다]는 우리 부부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부 싸움의 정황을 진술한다(起). 돌아누운 두 등의 이미지로 생의 고독을 묘사한다(承). 아이의 오줌 누는 소리가 문득 들려온다(轉). 애틋한 그 물소리가 부부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화해시킨다(結). 이것이 전형적인 만남의 시다. 그러나 이 시는 엇갈림을 엇갈림으로 내버려둔다." 이게 현실인 것 같다.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 정말 그러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중간에서 화해의 역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나는 남편에게 상처를 받았다. 그는 내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자기 생각대로 생각해버리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내 옆에 가까운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며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를 대신하는 것이 있어 소통하지 못해서 외롭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오히려 나를 오해하는 남편보다 내게 시를 쉽게 읽어주는 이 남자가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를 읽는 남자를 만났다면 내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았을까? 아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그도 그렇지 못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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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님은 심각한데 나는 실실 웃어서 미안해요.^^
시를 읽어주는 '그 남자'가 좋아보여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고,
먼 것 같지만 가까이 할 수 있는 내곁의 '그남자'가 좋다는 걸 알잖아요.
잠시 뾰로통 투정부리는 꿈섬님이 내 모습 같아서 그냥 '곱게' 보여요.ㅋㅋ
어쩌면 옆지기는 빗속을 달리게 한 것보다 '알라딘'을 사랑하는 님께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꿈꾸는섬 2011-08-03 23:06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시를 읽어주는 그 남자, 정말 너무 매력적이에요. 왠지 내 마음도 다 알아줄 것 같고....뭐 그런 마음이긴 한데 순오기님 말씀대로 그 남자는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 맞아요.ㅜㅜ
곱게 봐주시는 순오기님께 감사할뿐이에요.ㅎㅎ 옆지기는 알라딘을 질투하는 거군요.
연륜이 넘치는 순오기님의 말씀에 저도 웃음짓게 되네요.^^

sslmo 2011-08-0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같은 사람을 바라보는 건가요?^^


꿈꾸는섬 2011-08-03 23:0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정말 매력적이에요. 내 옆에 있는 남자에게 느끼지 못하는 그런 매력이요. 저도 모르게 그만......

마녀고양이 2011-08-04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남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남편, 진짜 순간적으로 미워요.
저두 남들 앞에서 저를 깍아내리는 순간을 참아내지 못 해요. ㅠㅠ. 하지만....
이번 휴가 동안, 서로 스르르 풀어지고 있는 중이시지요? 빗속을 달리면서 남편 분, 고생 많이 하셨을거예요.

꿈섬님.... 쪼옥~~ 정말 이쁜 페이퍼예요. 그러니까, 나무꾼님과 꿈섬님이 한 남자에게 빠졌다 이거죠?

꿈꾸는섬 2011-08-15 21:17   좋아요 0 | URL
마고언니가 제 맘을 이해해주시니 정말 좋아요.^^
남들 앞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구요.ㅜㅜ
시 읽어주는 남자랑 살면 어떨까요? 그냥 그런 생각을 좀 해봤었답니다.
 
2011년 7월 보리암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후애님,
남해 금산에 대한 추억을 불러오게 만드시네요.
벌써 10년도 전에 남해 금산을 다녀왔었답니다.
유난히 날씨도 맑았고, 남해 금산을 오르는 발걸음도 가벼웠지요.
사진첩을 뒤적여보다가 몇장의 사진을 올려봅니다.
 

  

이성복 시인의 <남해 금산>을 꺼내 보았어요. 오랫만에 꺼내들었는데,  비에 젖었다가 마른 그때의 그대로네요. 남해에 여행갔던 어느 날에는 비가 왔어요. 배낭 속에 넣어 두었던 <남해 금산> 시집이 비에 조금 젖었었지요. 그래도 그때 읽고 또 읽었던 시집이었답니다. 

그때 누구와 함께 갔는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여전히 남해에 갔던 날들이 생각이 나네요. 남해에서 보길도에 들러 고산 윤선도의 발자취를 따라 둘러보고 왔었던 것만 얘기할 수 있겠네요.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짝짝인 신발 벗어들고 산을 오르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보았니 한쪽 신발 벗어
  하늘 높이 던지던 사내 내 마음아 너도 들었니
  인플레가 민들레처럼 피던 시절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우우우, 어디에도 닿지 않는 길 갑자기 넓어지고
  우우,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기억하니


  오른손에 맞은 오른뺨이 왼빰을 그리워하고
  머뭇대던 왼손이 오른뺨을 서러워하던 시절
  내 마음아 아직도 기억하니 우리 함께 개를 끌고
  玉山에 갈 때 민들레 꽃씨처럼 가볍던 그의 웃음 소리
  내 마음아 아직도 너는 그리워하니 우리 함께
  술에 밥 말아 먹어도 취하지 않던 시절을 
    불현 그리움이 물밀어


  불현 그리움이 물밀어
  거기, 名山이 大德이 이를 보이며 껄껄 웃고


  너울거리는 강과, 강의 엉덩이를 핥는 바다의 넘실거리는
  너울을 넘어 그가 나를 부르고,
  반갑게 내가 대답하고


  그가 나를 불러 껄껄거리는 名山과 大德의
  뜨거운 이마를 짚게 하고,
  내게 소리쳐 太平歌를 부르고


  해가 지면 거기 가서 누울 수도 있으리라
  나무들은 검은 둥치를 습기찬 언덕에 비비고
  풀숲으로 타닥타닥 겁 많은 벌레들이 튈 때


  오, 해가 지면 거기 누워 죽을 수도 있으리라
  이 몸, 거친 몸, 이 어이 거친 몸 

    강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未知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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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7-3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꿈섬님. 사진 속 여자분이 꿈섬님 10년전 사진이란 거예요? 우와, 까악!!! 더워서 놀러가고 싶은 마음도 안생겨요. 이제 곧 휴가를 떠나야 할텐데.........^^ 좋은 주말!!!^^

꿈꾸는섬 2011-07-31 21:06   좋아요 0 | URL
사진 속 여자가 10여년전의 저 맞아요. 제가 봐도 좀 신기해요. 10년동안 10Kg이 늘어나서 그런가 좀 어색하고 그러네요.
아이리시스님의 휴가 계획은 무엇일까 궁금하네요. 좋은 주말 보내셨죠?

프레이야 2011-07-3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산보다 이성복의 시보다 10년전 꿈섬님만 보여요.ㅎㅎ
아앙~ 이뻐요 ^^

꿈꾸는섬 2011-07-31 21:07   좋아요 0 | URL
프레아야님 이쁘다고 해주시니 너무 좋은걸요.
금산보다 이성복의 시보다 제가 더 예뻐 보였다는거죠.ㅎㅎ

하늘바람 2011-07-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쁜 섬님
덕분에 저도 시 감상 하며 옛생각했네요

꿈꾸는섬 2011-07-31 21:0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도 옛생각에 젖으셨군요.
세월이 흘러간다는게, 예전 일을 생각할 수 있다는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기억 속에서 꺼내들 것이 있다니 참 좋네요.

마녀고양이 2011-07-31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은데요... 중간에 사진, 무지하게 인상깊구요. ^^
저는 올 여름 휴가로 주왕산에 가볼까 합니다, 몇년 전 가봤는데 코알라가 힘들어해서 많이 못 올라갔어요.
너무 아름다운 산이라 다시 한번 가보고파요.
그런데.... 비가 너무 오는군요.

꿈꾸는섬 2011-07-31 21:09   좋아요 0 | URL
주왕산...아름다운 산이군요. 우린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산은 생각도 못해요. 아이들 스스로 산에 오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ㅎㅎ
마녀고양이님 가시는 날엔 비가 안 오길 빌게요.^^

순오기 2011-08-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해금산 시집만 갖고 있어서 궁금했던 곳인데~ 저런 모습이군요.
10년 전의 꿈섬님~~~~~ 반가워요!^^

꿈꾸는섬 2011-08-02 10:30   좋아요 0 | URL
남해 금산 오르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포근하고 아늑한 어머니 같은 산이었어요.^^

순오기 2011-08-02 14:47   좋아요 0 | URL
이 페이퍼에 상품넣기로 남해금산을 넣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1-08-02 23:28   좋아요 0 | URL
생각도 못했어요. 상품넣기 할게요.^^

sslmo 2011-08-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시보다, 절경보다, 꿈섬님의 10년전이 인상적인걸요.
전 저렇게 싱그러웠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제 추천은 꿈섬님의 어여뿐 사진을 향해서랍니당~^^

꿈꾸는섬 2011-08-03 23:09   좋아요 0 | URL
싱그럽다는 말이 너무 좋아서 입이 헤~~벌어져요.ㅎㅎ
10년 전 사진을 보면서 '그래, 나도 풋풋했던 것 같아' 생각했다가 '우왁~~저 허벅지를 어쩌지? 지금이나 그떄나......' 그랬어요.
양철나무꾼님의 10년전은 어떤 모습이셨을까요? 지금처럼 아름다우셨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