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11시 상상나눔씨어터구로에서 구름빵 영어 뮤지컬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아침 9시 30분 뮤지컬을 보러 가는게 무리라고 말리는 남편에게 운전을 시켜서 구로에 갔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는 마음내내 공연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였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는 쏟아지고 또 쏟아졌다.

10시 40분 상상나눔씨어터에 도착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데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이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다음 공연에 다시 초대하겠다고 했다. 정말 울컥했다. 남편 구박받으며 찾아갔는데 공연 20분전에 취소되었다고 전화를 하다니......좀 너무했다. 좀 더 일찍 연락을 했다면 고생을 덜 하지 않았겠느냐 말이다. 알라딘 초대 이벤트에 당첨되고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번 이벤트에 제외된다는 글귀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움직였던 것인데 결국 공연은 취소되었고, 아이들은 엄청나게 울었다. 특히 현수는 구름빵...구름빵...하며 돌아오는내내 징징거렸다. 다음에 다시 오자는 말로는아이들을 위로할 수 없었다. 그나마 현준이는 다음엔 꼭 보자고 말하고는 시무룩했지만 그래도 오빠답게 괜찮다고 해주었다. 

공연이 취소되었기에 다른 놀거리를 찾아줄 생각에 큰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도중 전화가 끊겼다. 다시 걸어보니 전원이 꺼져 있단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했더니 조카가 전화를 받았고 엄마는 큰이모랑 병원에 갔단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큰이모가 수술한다고 어제부터 입원을 했었단다. 알았다고 하고 작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작은 언니 전화를 큰 언니가 받았고 병원에 있다고 했다. 작은 언니가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며 말하기를 꺼려한다. 그래도 결국 얘기하기를 유방암이었단다. 다행히 조기에 발견해서 일찍 수술하는거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하지만 어찌 걱정하지 않겠는가. 바로 병원을 향해 차를 돌렸다. 여전히 비는 쏟아졌다.

병원에 도착하니 그때 막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올라왔단다. 4시까지 자면 안된다고해서 옆에서 이런저런 아무 의미없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며 계속 언니에게 말을 시켰다. 머리가 어지럽고 통증이 있다고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겁에 질린 것 같다. 파리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는 언니는 괜찮다며 오늘이나 내일 퇴원하게 될거라며 걱정하지 말란다. 하지만 보통 수술하면 3박 4일 입원해야하는게 아닌지......수술하신 선생님 기다리느라 5시 넘어까지 기다렸다. 수술하신 의사선생님은 말씀을 많이 아끼시며 괜찮다고 수술은 잘 되었고 조직검사 6~7일 정도 걸리니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신다. 다른 곳에 전이된 것은 아닌지 정말 괜찮은 것인지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으니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조기 발견해서 수술했으니 다행이다 생각하고 앞으로 식이요법 잘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고 매일 즐겁게 살아가자고 했다. 언니로 인해 주변 사람들도 더 조심하며 살게 될테니 그나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언니도 수술 결과 듣고는 돌아가라고 한다. 조금 쉬고 싶은 것 같아 언니를 두고 병실을 나오긴 했는데 여전히 걱정은 된다.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라야할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기도 하고 여기저기 물난리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보았다. 또 대부분의 공연도 취소가 되었단다. 구름빵 공연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언니가 아팠다는 얘기를 나중에 듣게 되었을테고, 그랬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를 생각해보니 그나마 비가 많이 내린 것이, 구름빵 공연이 취소된 것이 다행인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5월말쯤 알게 되었다는데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다른 사람들이 걱정할 것을 걱정한 탓이란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일찌감치 아프다는 말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직 엄마께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잠깐 큰언니와 작은언니네 집에 들렀는데 작은언니네 집으로 엄마께서 전화를 하셨다. 비는 많이 오고, 괜찮은가 전화하셨단다. 큰언니가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작은언니는 여전히 엄마께 얘기하기를 꺼린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얘기를 해도 하겠다는 것이다.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유방암에 관한 책들도 여럿 있다. 그 중 괜찮아 보이는 책들을 담아야겠다. 책을 찾아 읽어보고 유방암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야겠다. 

 

 

 

 

 

 

하루종일 하늘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 같다. 차 창문으로 쏟아져내리는 비는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게 만든다. 하늘에 구멍이 생긴 듯, 내 가슴에도 구멍이 생겨난 것 같다. 같은 병실 췌장암으로 입원하신 할머니는 그나마 유방암은 괜찮은 거라고, 젊은 엄마는 남편에 자식도 있을텐데 뭘 그리 걱정하냐고 남 모르는 이야기를 쉽게 내뱉으신다. 그 말에 아무 대꾸를 할 수 없었다. 혼자인 언니는 늘 하나뿐인 자식을 걱정할 수밖에 없고, 아무리 도와준다해도 언니의 빈 구멍을 메워줄 수가 없다. 언니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다. 

집으로 돌아와서 너무 피곤해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시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아이들이 이불 밖 바닥으로 내려가 자고 있는 것 끌어 올려놓고 다시 자려고 해도 뒤척거리기만하고 잠이 오질 않는다.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다. 자꾸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이 좋을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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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8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진짜 너무했군요... 이게 11시 공연이라 시간 다 되어 급박하게 취소 통보를 했나보네요.
오늘은 정말 고생하셨을건데. ㅠㅠ

그리고 언니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꿈꾸는섬 2011-07-28 03:09   좋아요 0 | URL
비가 정말 많이 내렸죠. 그 빗속을 뚫고 공연을 보러 간 제가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언니의 수술은 정말 충격이에요. 전번주에도 봤는데 아무 말도 안했거든요. 게다가 내일은 조카랑 수업도 있거든요. 미리 얘기해주는 게 제 생각엔 좋은데 언니는 제가 운전하고 돌아갈때 사고라도 날까봐 말할 수가 없었대요.ㅜㅜ

그런데 언니 왜 이리 늦게 주무세요?

마녀고양이 2011-07-28 03:18   좋아요 0 | URL
방금 제 서재에 달린 댓글 보고 놀랐잖아요.
꿈섬님은 이 시간까지 모하세요?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친언니 일은 미리 알아서 다행이다, 금방 나으실거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셔요.
그래야 힘이 되어드리지요. 불안은 전염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말씀하시는 것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거 같네요. 맘 편안하게, 릴렉스~~~

꿈꾸는섬 2011-07-28 03:28   좋아요 0 | URL
잠이 오지 않아요.ㅜㅜ
유방암 관련 책 찾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언니한테는 괜찮다고, 일찍 알고 수술 잘 되었으니 잘 된 일이라고 말했는데도, 막상 집으로 돌아와 쉬려고하니 잠이 잘 안 오네요.
올해 작은엄마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잖아요. 또 언니네 시댁쪽에도 암으로 돌아가신 분이 계시대요.
언니의 경우엔 괜찮기는 한데 아직 조직 검사 결과가 안 나와서 걱정이에요.ㅜㅜ

무스탕 2011-07-2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꿈섬님 동네도 비가 끝장나게 내렸을텐데 그 비를 뚫고 왔건만 취소라는 소식을 들었으니 속이 확- 뒤집히는건 당연하죠!
언니분의 소식은 형제의 입장에서 정말 놀랐겠어요. 부디 치료 잘 마치고 얼른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1-07-29 13:22   좋아요 0 | URL
남편의 구박이 계속이에요.ㅜㅜ

언니가 얼른 낫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pjy 2011-07-2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어쩔수 없는 상황에 천만다행이라는 말로 위로가 부족하겠지만, 당장에 좋아지는 병이 아니니 앞으로 계속 지치지말고 꾸준하게 힘을 내셔야합니다~ 설마 아픈사람만큼이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가족들도 힘드니까요

꿈꾸는섬 2011-07-29 13:23   좋아요 0 | URL
천만다행 맞아요. 그나마 심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지......힘을 내서 잘 치료하도록 도와야겠죠.

울보 2011-07-2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무일도 없을거예요. 미리 알았다니 천만다행이잖아요, 많이 놀라셨겠네요,
분명아무일 없을테니 걱정마세요, 긍정의 힘이 중요해요,,
오늘은 비가 좀 그쳤나요,
제가 사는동네는 비가 좀 그치는것 같은데 모르겠네요

꿈꾸는섬 2011-07-29 13:24   좋아요 0 | URL
긍정의 힘, 정말 중요해요.
오늘은 비가 그쳤나봐요. 해가 나왔네요.
울보님 댁에도 비 피해 없었나 모르겠어요.
고마워요.^^

2011-07-29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9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영어뮤지컬 [구름빵] 초대 명단

와, 저 또 이벤트 당첨되었어요.  

알라딘 문화초대는 처음이지만요.

구름빵 영어 뮤지컬, 상상나눔시어터에서 한다네요. 

7월 27일 11시 공연.  

현준이만 데려가면 아마도 현수가 속상해할 것 같아요. 애가 둘이라 고민이네요. 사실 구름빵은 모든 아이들이 다 좋아하잖아요. 제가 알라딘 접속해있으니 현수가 보고는 구름빵 좀 틀어달라네요. 누굴 데려가야할지 고민중이에요. 

고민하던 중, 

상상나눔씨어터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더니 1장을 추가로 구매하면 된다더군요. 

현준이, 현수 모두 데리고 가서 재미나게 보고 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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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ㅊㅋㅊㅋ!!!

꿈꾸는섬 2011-07-23 15:04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후애(厚愛) 2011-07-23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꿈꾸는섬 2011-07-23 15:0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세실 2011-07-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콜~~~ ㅎㅎ 축하드려요^*^
이럴땐 아이들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리시는것도 좋을듯해요. 책 읽으면서요~~~

꿈꾸는섬 2011-07-23 15:04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안보이면 낯선 곳에서 엄청나게 울어댄답니다.ㅎㅎ
표 하나 추가해서 보면 된다네요.^^

blanca 2011-07-2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부러워요! 저는 구름빵 한글 공연 지금 보여주려고 생각중인데 제것까지 끊으려니 가격이 아주 세네요. 구름빵 공연이 그렇게 좋다면서요. 후기 올려주세요.

꿈꾸는섬 2011-07-24 11:25   좋아요 0 | URL
문화초대이벤트 처음 당첨되었어요. 다녀와서 후기 올려드릴게요.^^

블루데이지 2011-07-2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러워요!! 재미있게 아이들과 함께 보고오셔요~
현준,현수가 너무 좋아하겠네요~~
울 엄마 최고라고 말할 것같은데요!! ㅎㅎ(말 안하면 시키세요~~제가 하라고 했다고 하면 알거예욤..ㅋㅋ)

꿈꾸는섬 2011-07-24 11:2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영어뮤지컬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은 좀 되지만 그래도 좋았다는 평을 많이 봐서 기대하고 있어요.^^ 울 엄마 최고라는 말은 늘 하는걸요.ㅎㅎ

하늘바람 2011-07-2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태은이도 보았는데요 저도 물론 이벤트^^ 아주 좋아했답니다 현준이 현수 좋겠네요

꿈꾸는섬 2011-07-24 11:26   좋아요 0 | URL
태은이도 보았군요. 아주 좋아했다니 우리 애들도 좋아하겠죠.ㅎㅎ

2011-07-24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7-2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같이 봐야 감상도 같이 나누고 즐거운 소통을 할 수 있지요.
현수 현준이 좋겠다~~~~ 부러워요!^^

꿈꾸는섬 2011-07-25 16:45   좋아요 0 | URL
ㅎㅎ알라딘 문화초대 이벤트 처음 당첨되었는데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랑 저랑 엄청 기대하고 있어요.^^

순오기 2011-07-26 15:39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행복한 공연 감상하셔요~~~
독서회 사진 추가했어요~~ 나름 바빴답니다.^^
 

요 며칠 기침을 계속했다. 분명 에어컨이 문제인 것 같다. 약을 먹고 좀 괜찮아졌다 싶다가도 찬물과 에어컨은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기침을 계속하다보니 가슴이 아프다는 느낌까지,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긴했는데 괜찮아져서 약을 끊으면 다시 재발한다. 계속되는 기침에 아이들도 불안하게 쳐다보니 민망하다. 다시 병원에 다녀와야할 것 같다. 

며칠째 몸이 좋지 않았다. 어제도 그랬고, 그래서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릴 계획이었는데 남편이 술 마시는 바람에 차를 사무실에 두고왔다고 승용차를 가지고 나갔었다. 주말에 써야하니 찾아다두란다. 남편 사무실은 차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버스를 타면 30~40분을 그냥 잡아먹는다. 새벽에 나가는 남편의 사정을 아는터라 그냥 아무말없이 알았다고 하고는 아이들 유치원 보내고 사무실에 가서 차를 찾으러 갔다. 나가다보니 25일까지 부가세를 내야하고, 이번엔 현금이 부족한 관계로 카드결제를 하기로 했다. 세무서에 직접가서 결제하면 된다는데 본인이 가야하는지 부인이 가도 되는지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며 계속 물었다. 친구가 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다. 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계속대는 나의 문자에 답신을 보내주었다. 친구덕에 본인이외 사람이 가도 되고 카드도 남편 것이나 내 것이나 아무 거나 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세무서에 부가세를 내러 나갔다. 말 그대로 나간 김에 나갔다왔다.  

세무서에 가기 전에 엄마네 집에 들렀다. 아버지 생신 이후 처음이니 한 20여일만에 갔더니 깜짝 놀라신다. 그때도 몸이 좋지 않아 저녁만 먹고 집에 왔으니 걱정이 되긴 하셨었나보다. 올 해 처음 엄마따라 절을 가서 석가탄신일때 등을 달고 왔었다. 앞으로 이사도 해야하니 절에 전화해서 어디가 좋은가 물어보자신다. 스님께 여쭈어보니 남편과 내게 좋은 방향이 서쪽이란다. 우리집에서 서쪽방향이면 엄마네쪽이긴한데 워낙 전세가 비싸서 알아보다가 중도 포기했다. 또 다른 서쪽방향의 아파트는 다른 곳보다 시세가 저렴한 편이라 그쪽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고 잠정 결정을 내렸다.  

엄마네 집에서 나와 세무서에 가서 부가세를 결제하는데 친구가 납부서를 팩스로 받아주었다. 친구의 도움으로 부가세를 내고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니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벌써 몇번째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었는데 매번 친구는 자기가 사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사겠다고 했는데 친구는 그래도 내가 자기를 찾아왔는데 어떻게 얻어 먹겠냐며 우리 동네로 한번 놀러 오겠다며 밥값을 계산하려는 내 뒤에서 돈을 쑤욱 내고는 식당에서 나가버렸다. 

중학교 1학년, 이 친구와 만났다. 우리반 반장이었고, 우리가 학교에 들어올때 치른 시험에서 수석을 했었던 친구였다. 키는 작고 통통했고, 워낙 털털한 친구라 그 친구가 수석이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었다. 그리고 졸업할때까지 내내 1,2등을 했었다. 뭐 그런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 이 친구를 알게 되면서 나의 책 읽기에 대한 애정이 더 커져 갔으니 말이다. 

요새 조카를 위해 고전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집어 든 <데미안>. 

이 책을 읽고 둘은 마구 흥분했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그때 우리가 읽었던 그 책의 번역은 지금의 번역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하튼 이 구절이었던 건 분명하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알을 깨야하는 새처럼 우리도 세상에 나가기 위해 이 세상을 깨뜨려야 한다며 우리 자신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자는 말도 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랐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카프카의 <변신> 등등 끊임없이 읽고 끊임없이 이야기했었다.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다른 대학교를 다니고 다른 동네에서 살고 있었지만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엔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작가가 좋은지 여전히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상처를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얼마나 될까. 사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어도 창피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친구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로 위로를 받고 위안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주로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곧 개봉하는 <마당을 나온 암탉> 그리고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도서를 추천해주고 왔다. 

 

 

친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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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23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미안은 정말 성장 과정에 있던 책이었어요...
수레바퀴 밑에서 를 읽고 얼마나 슬펐던지, 골드문트와 나르치스를 읽고 미칠거 같았죠.
맞아요, 그때 정도에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도 읽었던거 같아요. 엄청 울었던 기억이...

오랜 친구란, 그렇게 상처를 보여도, 10%만 이야기해도 다 알아주는 편안한 존재같아요.
어젯밤, 요즘 무엇인가 뒤틀린 친구 때문에, 잠을 뒤척였어요.

꿈꾸는섬 2011-07-23 15:06   좋아요 0 | URL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는 읽었는데 골드문트와 나르치스는 안 읽어봤어요. 미칠 것 같았다니 어떤 책일까 너무 궁금해져서 꼭 찾아봐야겠어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저도 엄청 울었어요.

어젯밤 친구 생각에 잠을 뒤척이셨군요. 그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blanca 2011-07-2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중1때 친구. 너무 좋으시겠어요. 게다가 마음씀씀이도 너무 예쁘네요. 저는 책 얘기할 친구는 한 명도 없어요--;; 제가 가장 슬픈 일 중의 하나랍니다. 다 책이랑은 담을 쌓고. 그래서 제가 외로운 걸까요?

꿈꾸는섬 2011-07-24 11:27   좋아요 0 | URL
중학교때부터 마음이 잘 맞는 친구였어요.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힘들때 도움을 주는 그런 친구죠. 게다가 책 읽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함께 여행도 많이 다녔었어요.^^

마노아 2011-07-24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든든한 친구분이 처방약이 되어주었어요. 주말 동안에 몸 회복하시고 거뜬해지셔요!!

꿈꾸는섬 2011-07-24 11:27   좋아요 0 | URL
네, 친구가 힘이 되네요. 오늘 복이라는데 마노아님도 힘나는 음식 드세요.^^

하늘바람 2011-07-24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많이 쐬면 힘들더라고요 몸이 여름에 힘이 나야하는데 말이에요^^
좋은 친구분이네요

꿈꾸는섬 2011-07-25 12:08   좋아요 0 | URL
제가 친구가 별로 없어요. 그래도 속 깊은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라 참 좋지요.^^

2011-07-24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5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7-25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우리도 독서모임에서 고전의 힘에 모두 동의했어요.
데미안 이야기도 나왔고, 8월엔 논어를 읽고 9월엔 적과흑을 읽기로 했답니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워지는 고전의 힘~ 책이야기를 같이 할 친구가 있다는 건 축복이지요.^^

꿈꾸는섬 2011-07-25 16:46   좋아요 0 | URL
8월엔 논어, 9월엔 적과흑....오, 너무 멋진 독서모임이에요.^^
 

 

며칠 전 후애님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을 받게 되었다. 

후애님의 행운의 숫자를 잡아내고 싶었지만 잠의 마력에 빠져 아쉬움을 뒤로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 댓글 위후 행복희망꿈님의 댓글만 덩그러니 남겨지고 행운의 숫자가 그냥 지나가버리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1등을 당첨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선물을 사양하자니 후애님의 정성을 뿌리치는 것 같아 사양하지 않고 요새 궁금했던 책 3권을 받게 되었다. 

어제 오후에 도착한 알라디니 상자에 아이들 책이 끼어 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린이용 책으로 이미 읽은 적이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7월 28일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된다고 한다. 아이들 방학 겸사겸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점찍어 둔 영화이니, 책으로 미리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에 아이들과 책을 읽는데 너무 재미있었던가보다. 현준이는 청둥오리 '나그네'가 왜 도망가지 않고 족제비에게 잡아 먹혔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또 마지막 '잎싹'이도 왜 족제비에게 잡아 먹혔냐고 물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현준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의문 속에서 아이의 생각이 커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흐뭇했다.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게 요약된 축약본이지만 어린이용 책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때 용기를 내어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얼른 개봉하기만을 아이들과 기다리는 중이다. 

은희경 산문집이 발간된다는 광고를 보면서 이걸 언젠가 장바구니에 담아야지 하고 있었다. 또 <철수 사용 설명서> 이 책 또한 호기심을 잔뜩 유발하는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게다가 제목 한번 기발하다. 201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책이라니 기대감은 더욱 부푼다. 

좋은 책 3권을 흔쾌히 선물해주신 후애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책들을 볼때마다 후애님을 생각하게 되겠죠. 

이번 한국 여행때는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않아 만남의 기회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네요. 

다음을 기약하고 있겠습니다. 마지막 한국행이라지만 또 사정은 어찌 변할지 모르니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겠습니다. 

늘 아프지 않길...늘 건강하길...늘 행복하길...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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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1-07-2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수 사용 설명서~ 제목이 궁금증을 가득 품게 만드는군요. 뭘까요??? 읽고 이야기 해 주세요.

꿈꾸는섬 2011-07-23 11:13   좋아요 0 | URL
네^^

마녀고양이 2011-07-23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즐거우시겠어요! 책 선물을 세권이나.. ^^
난 후애님 이벤트가 끝난 다음에 알아서, 뒷북을.

화사한 책들과 함께 멋진 주말되세요.

꿈꾸는섬 2011-07-23 15:07   좋아요 0 | URL
ㅎㅎ모두 따끈한 신간이에요.ㅎㅎ

책 받고 엄청 좋아했답니다.^^

후애(厚愛) 2011-07-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책을 더 보내 주려고 했는데 잘 몰라서 못했습니다.^^;;;
다음에 꼭! 뵈어요!!^^

꿈꾸는섬 2011-07-23 15:08   좋아요 0 | URL
후애님이 보내주신 선물만으로도 얼마나 좋았다구요.
아이들도 엄청 좋아했구요.
네, 다음엔 꼭 뵈어요. 혹시 제가 미국으로 날아갈지도 모르잖아요.ㅎㅎ

블루데이지 2011-07-2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꿈섬님 후애님께 선물받으셔서 좋으시겠다!! ~~끙!! 부럽부럽요~~
오늘 아이들 데리고 서점갔더니...철수사용설명서가 서점입구 중앙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던데...
큰 호기심없이 그냥 지나쳤는데..다음엔 한번 뒤적여 봐야겠어요~~꿈섬님 덕분에요....ㅋㅋ

꿈꾸는섬 2011-07-24 11:28   좋아요 0 | URL
요새 책이 잔뜩 쌓여 있어요. 얼른 얼른 읽어봐야죠.^^
 
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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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이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시를 읽는 것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간혹 본 적이 있다. 아니 아이들뿐만아니라 어른들도 시는 난해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중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엔 윤동주 시인의 <별을 헤는 밤>이나 <서시> <자화상> 등의 시를 필사해서 책상 앞에 붙여 두기도 했었다. 

이 도서는 윤동주 시인의 동시를 선별하여 엮은 것으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의 시들이 주를 이룬다. <자연은 내 친구> <나만의 비밀> <우리 가족> <동물 친구들> <무얼 먹고 사나> 5개의 테마로 나누어 윤동주 시를 감상할 수 있어서 좋다. 예쁜 그림은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에도 좋을 것 같다. 눈도 마음도 즐겁게 해주는 동시집이다. 

    

이 도서는 정답을 원하거나 글을 잘 쓰기 위한 논술 책은 아니란다. 하지만 아이들의 주변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시인과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듯한 마음을 느껴보기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단다. 말 그대로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이라는 얘기다. 

아이들이 시를 읽고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논술 부분이 첨가되어 있어서 잘 활용하면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쑤욱~ 자라날 것 같다. 

 

윤동주 시인의 동시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동심을 추억하게 된다. 그 언젠가 나에게도 행복했던 그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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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2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3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7-2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쁜 책이예요...

더운데 꿈섬님 잘 계시죠? ^^

꿈꾸는섬 2011-07-23 09:05   좋아요 0 | URL
정말 이쁜 책이었어요.

더운데 마녀고양이님도 잘 계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