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남편이랑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 

영화초대권이 있는데 시간이 없어 못 간다는 작은 언니 대신 남편이랑 함께 서울극장에 다녀왔다. 

아이들은 친정에 맡겼는데 워낙 예민한 아이들이라 친정 엄마가 힘들어 하시는 편이다. 그래서 현준이 현수에게 제발 싸우지 말고, 울지 말라며 신신 당부를 하고 나왔다. 남편은 일이 늦게 끝나서 따로 출발하기로 하고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집에서부터 함께 출발한 것이 아니라 그런지 오랜만에 가슴 설레이며 극장 나들이를 하고 왔다. 

남편은 사무실 옆에서 전철을 탔고, 난 엄마네 집 앞에서 버스를 탔다. 처음엔 남편이 빨랐지만 2번 갈아타야하는 바람에 거의 비슷하게 도착하였다. 가는동안 서로 어디쯤 가고 있는지 계속해서 문자를 주고 받았다. 연애하던 때의 설레임이 있었다.

집에서 나올때 현준이가 "엄마, 아빠 어디가는데?" 하고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는데 녀석이 느닷없이 "엄마, 아빠랑 데이트 하러 가는거야?" 한다. '데이트'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웃음이 나왔다. 데이트 잘 하고 오라며 공손하게 인사까지 하기에 별 걱정없이 다녀왔다.   

<수상한 고객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생각할거리도 많았던 영화였다. 연봉 10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배병우의 인생을 꼬이게 만든 수상한 고객들......그들의 인생이 하도 처절하고 남루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암담했다. 하루 하루 사는 것이 즐거울 수 없는 그들의 삶이 너무 아팠지만 또 그래도 살아야할 이유를 찾게 되어 다행이었다. 

잔돈을 거슬러 주지 않는 할머니 때문에 배꼽을 잡고 웃었고, 천재적 기타리스트인 아이의 천연덕스러움에 놀랐다. 내가 가장 배꼽빠지게 웃었던 건 아무래도 마지막 야구선수 시절의 배병우가 삼진으로 잡겠다던 홈런왕에게 데드볼을 던지는데 빵 터졌다. 좋아하는 여자를 성희롱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었단 생각에 통쾌했던 것 같다. 틱장애를 앓고 있는 임주환,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욕, 그것은 슬프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독특한 장치가 되었다. 살기 힘든 세상을 향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반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0시 조금 넘어 영화가 끝났고, 친정 엄마네까지 버스타고 1시간 정도 걸렸다. 저녁을 안 먹었던 탓에 둘 다 배가 고팠고 아이들이 잘 잘거라는 믿음에 늦은 시간 열려 있는 감자탕집에 가서 남편과 소주 한병을 나누어 마셨다. 얼마전부터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소주도 이제 제법 마시게 되었다.(소주 세잔정도 마시는데 네잔이나 마셨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현관을 어떻게 들어갈까 고민하며 가고 있었는데 마침 담배를 피우러 나오신 분이 계셔서 그분께 문 좀 열어달라고 부탁해서 안으로 들어갔더니 엄마가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불이 꺼져 있어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엄마도 깜박 졸다가 놀라셨던 것 같다. 아이들은 10시쯤 잠이 들었고, 저녁도 잘 먹었으며 약도 잘 먹었단다.  

이제 아이들이 제법 의젓하게 자란 것 같다. 작년까지도 엄마, 아빠 안 온다며 밤 늦어지면 울었는데 방에서 잘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감동 그 자체였다. 

남편은 다음에 또 맡겨도 되겠다며 언젠가 또 데이트하러 나가잔다. 나야 물론 당연히 좋다고 맞장구 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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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4-23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러 가고 싶은데...근데 아들이 시험 기간이예요.
그냥 그렇게 하루종일 밍기적거리고 있어요.

제 주량이랑 비슷하신걸요~^^

꿈꾸는섬 2011-04-25 12:43   좋아요 0 | URL
울 언니도 딸이 시험기간이라 못간다며 저희에게 표를 주었어요.ㅎㅎ

ㅎㅎㅎ양철댁님이랑 만나게 되면 소주 한병으로 나눠 마시면 딱 좋겠네요.^^

마녀고양이 2011-04-2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잠수탄 동안, 꿈섬님 서재는 복작복작했네요?
영화두 많이 보구, 부럽당... ^^
현준이 현수가 많이 자랐네요. 금방이예요, 그죠? 난 날려보낼 준비 중인데.. ㅠ

꿈꾸는섬 2011-04-25 12:4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댁에 산소통 큰거 있나봐요. 왜 이리 잠수기간이 길었던 거에요. 얼마나 보고싶었다구요.
한달에 한두편이상은보게 되는 것 같아요.
현준이 현수 정말 많이 자랐어요. 벌써 코알라를 날려보낼 준비를 하시는군요. 제 맘이 다 떨려요.ㅜㅜ

blanca 2011-04-2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부러워요. 아직 제 딸은 울 것 같아요. 남편이랑 단 둘이 영화 본 지가 사 년이 넘어가네요--;;

꿈꾸는섬 2011-04-25 12:47   좋아요 0 | URL
아이가 둘이라 서로가 의지하는 마음이 생겨서 더 잘 기다리게 된 것 같아요. 곧 분홍공주님도 홀로서기를 잘 해낼거에요. 믿어주세요.^^ 곧 남편이랑 단 둘이 영화보러 갈 시간이 생길거에요.^^

순오기 2011-04-24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정이 가까운 사람이 제일 부러워요~ 부부가 연애시절처럼 데이트도 즐기고!!^^
나는 아이 맡길데 없어서 육아기간 10년은 극장 출입 못했어요. 그래서 지금 보상받는 마음으로 열심히 다니지만...

꿈꾸는섬 2011-04-25 12:4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친정은 정말 멀지요. 하지만 이제 모두 자라서 걱정없이 데이트 즐기셔도 되잖아요.^^
육아기간 10년, 아이가 셋이니 더 길군요.ㅎㅎ
앞으로 남편이랑 데이트할 시간이 더 많이지겠단 생각에 좋아요.^^

세실 2011-04-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더 크면 아이들만 집에 두고, 부부끼리 갈수도 있지요. ㅎㅎ

꿈꾸는섬 2011-04-25 12:50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얼마큼 더 크면 아이들만 두고 나갈 수 있나요?
애들끼리만 있으면 왠지 불안할 것 같아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이는 몇살정도일까요? 초등 고학년? 아님 중학생?

무스탕 2011-04-2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구려... ㅠ.ㅠ
이번달은 그냥저냥 넘기고 다음달부터 저도 다시 열심히 발품 팔아 보려는데 월초에 두 녀석 학교가 어찌 그리 오래도 쉬는건지 방학수준이라니까요. 흥-

꿈꾸는섬 2011-04-25 12:51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이번달엔 일이 너무 많으셨잖아요.
사고 후유증은 없으신지......이번달까진 좀 쉬시고 다음달부터 열심히 영화구경 다니셔도 될 것 같아요.^^
 

전번주 수요일에 친정엄마와 작은언니와 함께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갔다. 

평일 오전 시간에 맞는 영화를 찾다가 <위험한 상견례>를 보았다. 아무래도 외화는 엄마가 너무 부담스러우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내용인지 누가 나오는지도 확인하지 않았지만 요새 우리나라 영화가 워낙 재미있고 잘 만들어졌기에 실망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한참을 웃으며 영화를 보았다. 순간순간 어찌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 눈물이 주르르 흐르냔 말이다. 

"전라도가 뭘 어쨌다고 그래?" 라고 얘기했던가 정확한 대사는 잘 모르겠다. 전라도 남자가 경상도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여자의 집에 찾아 온다. 아버지는 전라도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다. 군대에서 발음이 안된다고 얻어 맞은 일이며, 고교 야구 선수 시절 전라도 선수와 맞붙어 경기하다 눈에 공을 맞고 시력을 잃게 된 일 등을 이야기하며 전라도 사람만 아니라면 결혼해도 좋다고 한다. 결국 남자는 서울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고모에게 들킨다. 교양미 넘치는 엄마는 서울 출신이라고 했지만 사실 엄마도 전라도 벌교 출신이었던 것, 그동안 숨기고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속된 말로 까발리며 남편에게 소리쳤다. "전라도가 뭘 어쨌다고...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전라도라 애를 못 키워 음식을 못해."하고 말이다.  

어릴때부터 '전라도'에 대한 온갖 나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던 것 같다. 지금도 우리 아버지 세대는 전라도 깽깽이라는 말을 쓴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역시 어감은 좋지 않다. 전라도 사람들이 빨갱이라 폭동을 일으켰다는 얘기도 기억이 난다. 전라도 사람들 욕심 많고 억척스럽고 이기적이라는 소리도 들어봤다. 무엇에 근거한 말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머리가 커가면서 사람들이 가진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전라도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 많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는 돌아가신 둘째 형부, 형부가 언니와 결혼하면서 집안이 얼마나 많이 화기애애해졌는지 모른다. 평소 무뚝뚝하고 대화가 부족했던 집안이 생기가 돌았었다. 또 같이 일했었던 언니도 전라도 출신이었는데 일을 참 잘했다. 야무지고 똑똑하고 배울 게 많은 언니였다. 또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전라도 출신이 많다. 또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순오기님 전라도 광주에 살고 계신다. 일명 에너지여사가 아닌가.  

<위험한 상견례>를 보면서 결혼하려고 준비하던 때도 잠깐 생각났다. 모든게 어설프고 서툴렀던 그때가 그리웠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 결혼에 반대하신 적이 없다. 둘째언니가 먼저 결혼하겠다고 했을때도 첫째언니가 형부를 데리고 왔을때도 내가 남편을 데리고 갔을때도 또 큰오빠가 새언니를 데리고 왔을때도 싫은 소리 한번 하신 적이 없다. 오히려 부족한 자식들 잘 부탁한다고 하셨고, 고맙다고 하셨다. 

아빠는 내심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셨단다. 입 밖에 내지는 않으셨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있었던가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막내 사위를 참 좋아하신다. 가끔 맛난 것도 사드리고 말 벗도 해드리고, 이런 저런 근황을 묻는 것도 남편이 잘 한다. 물론 가끔 돈 문제로 고생시키는 걸 아시면 그럴 줄 알았다고 혀를 차신단다. 이것도 나름 아빠의 딸에 대한 사랑이란 생각을 한다. 직접대고 반대는 안했지만 걱정은 많이 되셨던 모양이다. 그래도 자식을 믿어주신 것 같아 나름 감사하다. 

가끔 결혼이란 '동상이몽' 같단 생각을 한다. 남편과 아내가 바라고 기대하는 것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가끔 "당신 참 많이 변했어."라고 하면 "그러는 너는 안 변한줄 아냐?" 하고 되받아친다. 우리는 서로 너무도 다르게 변해간다. 때론 아무 것도 아닌 듯 접어 주기도 하고 말이다. 

매일 새벽같이 나가는 남편이 아직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잠깐 들어와서 씻고 바로 나갔다. 뉴저지에 살고 있는 친구가 어제 들어왔다. 주말에 약속을 잡는 것 같았는데 오늘 갑자기 저녁 먹자고 연락이 왔다며 나갔다. 워낙 친한 친구라 그 친구의 부름에는 언제나 응해주는 편이다. 언제나 마음 먹으면 볼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 친구도 얼마나 친구들이 그리웠겠는가 생각하면 차마 잔소리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12시를 넘기진 않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총각때처럼 신나게 놀고 싶어하는 남편에게 가끔, 나도 그렇게 놀고 싶다고. 나도 밤새 술 마실 수 있고, 노래방가서 스트레스 풀고 싶고, 무도회장가서 춤도 추고 싶다고. 하고 싸운 적이 있다. 하지만 막상 나갔다 오라고 하면 갈 곳이 그리 많지가 않다. 아줌마들은 보통 오전 시간에 만나 차 마시거나 밥 먹으며 수다 떨고 아이들을 위해 일찍 귀가한다. 그러니 막상 갈 곳이 없다. 

난 요새 너무 한가하게 잘 놀면서 지내고 있다. 

알라딘 8기 마지막 신간평가단에서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을 읽고 있다. 워낙 방대한 지식이라 쉽사리 넘어가진 않는다. 그의 기발하면서 탁월한 설명에 감탄하며 읽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같다. 

침대 옆 탁상에 이 책이 놓여 있다.  

요즘은 책만 읽지 않는다. 몸을 움직여가며 스텝을 밟으며 스포츠댄스를 배운다. '차차차'를 배우고 있다. 처음엔 스텝이 엉망진창이었는데 요샌 제법 잘 한다 소리를 듣는다. 정말 재밌다. 온 몸이 뻐근했었는데 적응이 된 듯 몸이 아프지 않다. 

또 궁중요리를 배운다. 앞으로 7개의 요리가 남았다. 

그리고 요새 가끔 피부관리실에 간다. 꾸미는 것에 큰 관심이 없던 내가 피부관리실에 가서 한시간 반동안 누워 피부관리를 받는다.  

봄 맞이 할인혜택에 눈이 어두워진 것도 사실이다. 거의 반값 할인한다는 포스터 앞에 서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나도 여자구나. 난 참 사치스러운 사람이구나. 생각했다.남편이 가끔 난 참 사치스러운 사람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난 아낄 줄도 아는 사람이다. 뒷 베란다 한 가득 빈병을 모아 마트에 가져가 공병환불을 받아오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버린 것 까지 주울줄은 모르지만 내가 마신 병들은 하나 둘 모았다가 마트에 되가져가 환불을 받는다. OK캐쉬백을 있으면 그것도 꼭 오려 붙인다. 하나 둘 모아서 포인트를 적립해둔다. 쌀 씻은 물은 고스란히 버리는게 아까워 옆에 큰 그릇을 두고 받아서 다시 쓰는 나같은 사람이 정말 사치스러운건가?  

하지만 난 가끔 허영덩어리 같단 생각을 한다. 비싼 백을 사고 싶어하고, 예쁜 옷을 사고 싶어하니 말이다. 게다가 좋은 구두를 신고 싶어하고 좋은 안경을 쓰고 싶어한다. 그러니 난 사치스러운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남편에게 그랬단다. "돈 좀 많이 벌어와. 펑펑 써도 아깝단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말이다. 

내 기억 속엔 없는 말인데 했을 것도 같다. 갖고 싶은 것이 많고 아이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것이 많은 아줌마에겐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할때 늘 아껴가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너무 아껴가며 사는 것도 바보같단 생각을 했다. 그냥 어떤 일을 했을때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생각했다. 뭐든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해보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인생은 한번뿐인데 가슴 졸이고 속 썩으며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물론 흥청망청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나 둘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으로 모든 시도하는 중이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그 시간들이 자꾸만 아깝단 생각이 들다보니 그 전의 나와 또 다르게 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고집 피우고,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즐겁게 살고 싶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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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4-20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천히 읽어내려오다가 '요즘은 책만 읽지 않는다.'에서 한참을 머물렀어요.
책 속에 묻혀사느라 간과했던 많은 것들, 그것들이 모여 또 하나의 일상을 이루는걸...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4-21 12:15   좋아요 0 | URL
책 읽는 즐거움이 더 커진 느낌이에요.^^
하루 하루 소중하게 살아가야겠어요.^^

순오기 2011-04-20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한 상견례가 전라도 얘기라면 봐야겠네요. 우리 친정아버지도 전라도 싫어했는데 사위를 둘이나 맞이하더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내가 광주와서 살면서 조정래 선생님의 아리랑을 읽고 우리 애들을 당당한 호남인으로 키우자 맘 먹었어요. 아리랑과 한강에 보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전라도 사람들이 그런 편견을 받게 됐는지 자세히 나와요.
사람이 아낄 땐 아껴야되지만 써야 될 일엔 아끼지 말아야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좋아요.^^

꿈꾸는섬 2011-04-21 12:18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로맨틱 코미디의 수준이 많이 나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감정을 자연스럽게 잘 풀어낸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내내 웃으면서 봤는데 돌연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리랑과 한강을 읽긴 했는데 그냥 술술 읽었나보네요. 다시 읽기가 필요한 것 같네요.ㅎㅎ
순오기님 글 읽다보면 당당한 호남인으로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요.^^
네,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쓰면서 살게요.ㅎㅎ

후애(厚愛) 2011-04-20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겁게 살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1-04-21 12:18   좋아요 0 | URL
네, 후애님 우리 같이 즐겁게 살아요.^^

水巖 2011-04-20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일드'에서 아버지는 딸의 애인을 싫어한다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나도 처음엔 그런 생각했었죠. 다 사람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꿈꾸는섬 2011-04-21 12:19   좋아요 0 | URL
아버지는 딸의 애인을 싫어하는군요.ㅎㅎㅎ

마노아 2011-04-2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업하면서 우리 역사에서 전라도에 빚진 게 많다는 얘기를 종종 해요. 그렇지만 현실에선 전라도가 우리한테 빚진 것처럼 취급하는 분들이 너무 많죠. 안타까운 일이에요.
이야기들이 모두 공감 가요. 우린 아끼면서, 또 때로는 과감하게 본인을 위해서 투자도 하면서 즐겁게 살도록 해요. 따뜻하게...

꿈꾸는섬 2011-04-21 12:20   좋아요 0 | URL
우리 역사는 전라도에 빚진 게 많다...너무 좋은 표현이에요. 저도 기억해둘게요.^^
본인을 위한 과감한 투자...공감해주셔서 고마워요.^^

2011-04-2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조용하고 좋은 글이에요. 모두 공감가지만, 글 뒷부분 두 문단에 특히...^^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스포츠댄스와 궁중요리.. 재밌겠어요.ㅎㅎ

꿈꾸는섬 2011-04-21 12:20   좋아요 0 | URL
섬님 오랜만이에요.^^
공감해주시니 고마워요.^^
스포츠댄스와 궁중요리 정말 재밌어요.ㅎㅎ

프레이야 2011-04-21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셨군요.
부족한 면도 있지만 생각할 게 있더군요. 재미있게 봤어요.
요즘은 책만 읽지 않는다.. 좋아요, 꿈섬님.
피부관리실 전 가본 적 없지만 한시간반 동안 누워 다른 사람의 서비스를 받는 일
기분 좋아지죠. 전 목욕탕에서 ㅎㅎ
나가고 싶어도 막상 그리 갈 데도 없는 우리 처지 동감이에요.
하지만 하고 싶은 것 너무 억제하지 말고 기분 좋게 살아요.^^

꿈꾸는섬 2011-04-21 12:22   좋아요 0 | URL
네, 부족하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았어요. 나쁘지 않은 영화에요.^^
저도 피부관리실에 처음 가보았답니다.ㅎㅎ
프레이야님은 목욕탕을 활용하시는군요. 그것도 부러워요.ㅎㅎ
하고 싶은 것들 하나 둘 해보면서 살아갈게요.^^

섬사이 2011-04-2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해보고 싶은 일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해봐야죠.
딱히 해보고 싶은 게 없다면 그게 더 큰일이지요. ^^
홧팅~! 입니다!!

꿈꾸는섬 2011-04-21 17:41   좋아요 0 | URL
ㅎㅎ섬사이님 말씀이 맞아요. 해보고 싶은 게 없는 게 더 큰일...ㅎㅎ고마워요. 섬사이님^^

blanca 2011-04-2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 자신을 대우해 주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정말 자신을 위해 하나도 쓰지 않고 자식들만을 위해 희생하다 젊은 나이에 투병하시다 하늘나라로 가신 분이 있어요. 저는 그래서 지나치게 절약하고 희생하는 삶은 찬성하지 않아요. 꿈꾸는 섬님 사시는 모습 좋아 보여요.

꿈꾸는섬 2011-04-23 15:38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고마워요.^^
자신을 대우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너무 좋네요.^^
우리 모두 대우 받으면 살만하지요.^^
 

예전엔 주말만 기다리며 살았던 것 같은데 요샌 월요일을 기다리면 사는 것 같다. 일요일 복작대던 아이들이 월요일이면 유치원으로 가니 집 청소하고 한가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라 월요일이 더 많이 기다려지는 것 같다. 

라디오를 켜고 멸치 머리 떼고 똥을 빼고 있는데 라디오 디제이가 오늘 문득이라는 주제로 사연을 보내달란다. 노래도 흘러 나오고 이런 저런 사연도 소개되고 나는 열심히 멸치 똥을 빼고 있는 그 순간,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6학년 집안이 어수선했다. 대가족이 함께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 세를 들어 살던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고나니 우리는 갈 곳이 없었다. 할머니는 막내 삼촌과 할머니가 다니시던 천리교 사무실을 돌본다며 서대문쪽으로 가시고, 작은 집은 작은 집대로 집을 마련하여 이사를 나갔다. 우리 식구 여섯은 갑자기 닥친 일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할머니는 동네 슈퍼도 하셨고 작은 아버지네는 쌀을 파셨었다. 또 석유, 가스 같은 것도 팔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빠는 공무원이셨는데 어찌된 사연인지 그만 두셨다. 우리 식구도 간신히 지하 두칸짜리 방을 얻어 살게 되었다. 세상에 그런 곳에서 삶이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지하는 늘 어두웠고, 습했다. 여름이면 도배지를 뚫고 곰팡이가 나왔다. 

자리를 잡은 할머니는 오빠를 데려갔다. 오빠 학교가 할머니넷 가까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두칸짜리 방에서 4남매와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건 쉽지 않았다. 매일 밤마다 큰언니는 가위에 눌렸다. 검은 형체의 어둠이 언니를 내리 눌렀다. 자다가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 눈을 살며시 뜨면 언니를 내리 두르던 형체가 보였다. 언니를 흔들어 깨우면 그제서야 숨을 크게 들이시고 다시 잠을 잤다. 

우리 남매는 모두 두살 터울이라 고만고만해서 돈 들어갈 일도 참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들이 클수록 먹는 양이 부쩍 늘었다. 입이 무섭다는 말이 어떤 말인지 알 것 같다. 

중학생이 된 이후 엄마는 방학이면 내게 할머니께 가 있다 오라고 한다. 그럼 싫다 좋다 내색도 안 하고 할머니 집으로 갔었다. 막내 삼촌이 워낙 거칠어서 솔직히 같이 밥 먹는 것 조차 힘들었었다. 밥상 머리에서 밥 맛 없게 먹는다고 타박도 많이 당했다. 복스럽게 먹지 않는다고 어찌나 타박을 하던지, 언제나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엄마는 내가 할머니 집에 가 있기를 바랬다.  

할머니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신전을 닦고, 소금과 정한수를 마시고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아침을 짓고 밥을 먹고나면 설거지는 내몫이다. 청소를 하시고나서도 끊임없이 일을 하신다. 할머니 집에서 가장 많이 했던 일이 멸치 머리를 떼어내고 똥을 발려내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일이 문득 생각났다. 할머니랑 마주 앉아 멸치를 다듬던 일, 그땐 더 여리고 작은 손이었는데 조금이라도 도와드리려고 잔 가시에 찔려가면서 멸치를 다듬었다. 

난 할머니를 생각할때마다 엄마를 괴롭히던 나쁜 할머니라고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이 멸치 똥을 발려내고 김에 기름을 바르던 할머니를 생각하니 마치 엄마같았단 생각을 한다. 성장기에는 멸치를 많이 먹어야한다며 비싼 잔 멸치는 사지 못해도 국물을 우려내는 싼 멸치를 사서 다듬어 육수도 내고 잘게 찢어 볶음도 했던 것이다. 멸치 볶음용이 아닌 국물용 멸치에 고추장을 살짝 넣고 물엿과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만들어 주셨던 그 멸치 볶음이 문득 그립다. 

할머니와 난 수제비를 참 좋아했다. 큰 솥에 멸치로 국물을 우려내고, 감자와 양파를 넣고 팔팔 끓는 물에 수제비를 떼어 넣는 일은 참 즐거웠다.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수제비, 칼국수가 생각난다. 구수하고 단백한 그 맛이 내 머리 속에 저장이 되어 있는 듯 글을 쓰는 지금 입안에 침이 고여든다. 

저녁 8시까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 TV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시던 할머니, 보람된 하루를 보내고 드라마 보시며 까무룩 잠이 드시는 할머니가 생각난다. 살아계실땐 생각조차 못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동안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너무 한심하단 생각을 한다.  

날이 흐려서 그런건지 모르겠다. 오늘 유난히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립다. 

할머니, 잘 계신거죠?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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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1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할머니를 일년에 두번 뵈어서, 살갑게 가까운 기억이 없어요.
외할머니 역시 친정 엄마만 이뻐하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꿈섬님, 조금은 힘든 기억이 있으시네요. 그래도 그리운 할머니 기억에 부러워요.
저두 그제 수제비 해먹었는데.. 근데 저는 멸치 똥을 발라낸 기억이 한번도 없는거 있죠.
에구구, 그거 발라야하는거구나. ㅎㅎ

꿈꾸는섬 2011-04-19 23:12   좋아요 0 | URL
저흰 출산할때 할머니가 다 받아주셨대요. 탯줄도 잘라주셨구요. 막내 아들 하나 더 낳으라고 성화하셔서 저까지 낳았는데 딸을 낳아서 아빠가 할머니께 키우라고 하셨었대요.(이건 어른들 하시던 말씀 중 들었지요.ㅜㅜ) 힘들때만 떨어져 살았고, 할머니도 몇년 뒤에 다시 함께 사셨어요.

어린 시절의 기억은 상처가 많아요.ㅜㅜ 그런데 그런 기억들이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생각나서 다행이다 싶어요. 멸치 똥을 발라내지 않으면 국물 맛이 좀 쓰고 텁텁하지 않나요? 전 어릴때부터 보아와서 당연히 그래야하는 줄 알았어요.^^

blanca 2011-04-1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울 할머니가 너무 그리워요. 우리 세대들은 고부 간의 갈등이 있어서 다 그런 양가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엄마를 괴롭히는, 하지만 나를 사랑하는 할머니.멸치볶음, 수제비 얘기 들으니 왈칵 더 할머니가 뵙고 싶어지네요. 진짜 저도 마고님처러 멸치 똥 다 그대로 먹고 있었네요^^;;

꿈꾸는섬 2011-04-19 23:15   좋아요 0 | URL
예전에 블랑카님이 할머니를 기억하던 글 저 기억나요. 그때 블랑카님이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꼈어요. 전 사랑한다고 말하진 못할 것 같아요.ㅜㅜ 그냥 그때의 기억이 아련해요. 애틋한 것도 같지만 정확하게 뭐라고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멸치 똥..ㅎㅎ..맛있던가요?

sslmo 2011-04-19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술 푸고 싶어서, 날씨 탓하고 아주 안달이 났었는데...
아웅, 이 페이퍼 보니까 할머니 생각이 나요~ㅠ.ㅠ

저 내일 꼭 멸치 수제비 먹을 거예요~

꿈꾸는섬 2011-04-19 23:15   좋아요 0 | URL
술 푸고 싶은 날 ㅎㅎ 예전같았다면 저도 그런 감정에 휩싸였을거에요.ㅎㅎ

오늘 멸치 수제비 드셨을까요? 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19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친할머니, 외할머니..모두 기억이 별로 없네요.
친할머니는 막판에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하셔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살다가 문득...생각나는 사람있죠. 정말 문득,인데 잠시나마 마음이 아련해질 때..

꿈꾸는섬 2011-04-19 23:18   좋아요 0 | URL
전 옛날 일을 참 잘 기억하는 편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얘기를 곧잘 해요. 친정 엄마가 신기하대요.ㅎㅎ 외할머니랑은 많이 만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또 기억하는 것들이 좀 있어요. 다음에 외할머니 얘기도 해드릴게요.^^ 저희 친할머니도 막판에 엄청 힘들게 하셨어요. 나이 드시면 자연스레 치매기가 있나봐요. 밤새 옷장 정리하시고 다음날 아침이면 뭐가 없어졌다고 친정엄마 괴롭히셨어요. 엉뚱한 이야기로 친정 부모님 싸움도 시키시고....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세실 2011-04-19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멸치 수제비 먹고 싶다. 헤...
그리운 할머니. 저도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나요. ㅠㅠ

꿈꾸는섬 2011-04-19 23:19   좋아요 0 | URL
아, 멸치 수제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네요.^^
세실님은 외할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으신가봐요.
어린 시절 좋은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 참 부러워요.^^

2011-04-20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시 건축물들에 번식해 있는 지하방들.. (경기도도 그런가요?) 정말 사회악이에요. 대부분 0.5층인데, 왜 그렇게 짓는지 모르겠어요. 1.5미터만 높여 지으면 되는데. / 힘든 시절이었어도 추억은 또 그리운 거군요. 할머니와 앉아서 멸치똥 떼던 시간 이런 것들, 별 거 아닌데 그리워지는.. 추억은 다 그런 건가 봐요.

꿈꾸는섬 2011-04-21 12:23   좋아요 0 | URL
예전에 지어진 빌라, 단독주택은 지하방들이 여전히 존재해요. 어둡고 습기차고......
힘든 시절이었지만 추억으로 남았으니 다행이에요.ㅎㅎ
 

전번주는 아이들이 감기로 고생하느라 엄마도 같이 바쁜 날들을 보냈어요. 그래도 금요일에 궁중요리를 배우러 다녀올 수 있었답니다.  

삼색 메밀 빙떡, 세가지 색으로 메밀을 얇게 부치고 속으르 채워 빙그르르 돌려 만든 떡이랍니다.  

먼저 재료를 소개해 드릴게요. 메밀가루, 무우, 표고버섯, 쇠고기, 오이, 당근(혹은 비트), 시금치, 치자, 깨소금, 마늘, 파, 소금, 후추가루, 참기름, 고추가루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메밀 가루를 물에 풀어 놓는 것이에요. 하루 전에 해놓으면 더 좋다네요. 메밀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 뇌경색을 예방한답니다. 한마디로 건강식품인거죠. 메밀의 색을 내기 위해 시금치, 당근은 즙을 내었어요. 치자는 물에 풀어 놓아요. 시금치는 초록, 당근은 주황, 치자는 노란색 반죽이 되었지요. 소금도 약간 넣어주어요. 우리 조는 당근을 썼지만 다른 조는 비트를 썼더라구요. 비트로 물들인 반죽은 핑크색이라 더 예쁘더라구요. 너무 걸죽하지 않게 반죽을 만들어 놓아야 후라이팬에 얇게 부칠 수 있답니다. 반죽에는 전분을 조금 섞으면 좋다는데 저흰 그냥 했어요. 물론 부쳐낼때 고생 좀 했답니다. 

반죽을 다 만들어 놓았다면, 이제 속에 넣을 재료들을 준비해야해요. 

오이, 당근은 얇게 채 썰어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소금 약간 넣고 살짝 볶아내요. 

무는 얇게 채 썰어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물기를 꼭 짜서 후라이팬에 소금 약간 넣고 살짝 볶아요. 

표고버섯은 물에 살짝 데친 후, 얇게 채 썰어야해요. 너무 두툼하면 포 뜨듯이 해서 얇게 채 썰어요. 파, 마늘, 후추, 소금, 참기름을 넣고 무친 다음 후라이팬에 살짝 볶아요.

쇠고기도 얇게 채 썰어야한다는데 거의 부서지더라구요. 물론 부서져도 상관없어요. 파, 마늘, 후추, 소금, 참기름을 넣고 무친 후에 후라이팬에서 볶아야해요. 

속은 넉넉하게 많이 준비하시면 좋아요. 생각보다 속이 많이 들어가더라구요. 

전 차례대로 김밥 싸듯 담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준비한 속을 한곳에 모아 양념하여 무치시더라구요. 칼칼하게 고추가루도 넣었어요. 맛있게 양념을 다했다면 준비는 거의 다 되었어요. 

이제 후라이팬에 메밀을 얇게 부쳐내는 것이 중요해요. 조그맣게 부쳐내서 바로 속을 넣어 둘둘 말면 되는데, 물론 크게 부쳐서 속을 넣어 둘둘 마는 것도 괜찮아요. 부서지지 않게 해야하는데 사실 좀 어렵더라구요. 

 

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후에 반죽을 올려야 제대로 예쁘게 만들 수 있어요. 타면 안 되니 불 조절도 잘 해야하고 후라이팬을 들었다 놓았다 하느라 팔이 좀 아프더라구요. 

 

진달래, 개나리, 목련을 이용하여 접시를 꾸미는 솜씨에 반했어요.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접시였어요. 깨진 기와를 가져와 접시로 사용하기도 하셨는데 정말 멋지죠.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냈지만 맛도 분위기도 완전 다르게 연출되었어요. 

손은 많이 가지만 손님상에 올리면 정말 멋지겠어요. 물론 맛도 좋더라구요. 몸에 좋은 것들이 듬뿍 들어 있어서 더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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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4-1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손품을 엄청 팔긴 하지만 눈이 황홀해져요. 아까워서 어케 먹나요. 카메라 없었으면 울고 싶었겠어요.^^

꿈꾸는섬 2011-04-18 12:57   좋아요 0 | URL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더한 정성이 담긴 것 같아요.ㅎㅎ
맛도 좋고 영양도 좋은 음식이라 정말 좋아요.^^
선생님의 음식 담는 솜씨를 열심히 눈여겨보고 배워야겠어요.^^
카메라 꼭 챙겨야한다니까요.ㅎㅎ

맛난 점심 드셨어요?
전 얼른 밥 먹고 1시반에 애들 데리고 병원가야겠어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무스탕 2011-04-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예술을 올려주신 꿈섬님. 저 사진들중 어느것이 꿈섬님의 작품일까 고민중이에요.ㅎㅎ
어딘지 구절판도 생각나는 음식이에요. 이렇게 배우고 나서 집에서 복습도 해 보셨어요? 저렇게 차려 놓으면 현준이랑 현수랑 입이 떡- 벌어질것 같아요 ^^

꿈꾸는섬 2011-04-19 23:23   좋아요 0 | URL
ㅎㅎ제 작품은 없답니다.ㅎㅎ
오호, 구절판...재표가 비슷하네요.^^ 복습은 물론 못했답니다. 요리 시간에 남은 것들 싸와서 주었는데 둘다 잘 먹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1-04-18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많이 먹었는데, 무지하게 배고프네요. ㅠㅠ
맛있겠어요.. 제가 배워서 해먹기는 싫구, 누가 해줬으면 좋겠네. ㅎㅎ

꿈꾸는섬 2011-04-19 23:23   좋아요 0 | URL
ㅎㅎㅎ언젠가 해드릴일이 생기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11-04-18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오늘도 배가 고파서 잠을 못잘지경입니다. @@
그야말로 눈이 뱅뱅 돕니다. ㅎ

진달래, 개나리의 색이 참 잘어울리는 장식도 보니 더 먹음직스럽네요!!

꿈꾸는섬 2011-04-19 23:24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잠은 잘 주무셨겠죠.^^

봄에 핀 꽃들로 장식하니 더 멋지더라구요.ㅎㅎ 맛도 정말 좋았어요.^^

sslmo 2011-04-19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위에서 수제비, 칼국수 읽고 와서 그런가...삼색 수제비 생각나요.
스포츠댄스도 하시고, 궁중요리도 하시는 꿈섬님...제가 부러워하는 거 아시죠?^^
오늘은 오른쪽 제일 아래 거요~^^

꿈꾸는섬 2011-04-19 23:26   좋아요 0 | URL
삼색 수제비..ㅎㅎ 친정엄마가 삼색 수제비, 삼색 칼국수 참 잘 해주셨어요. 아, 정말 먹고 싶네요.
일하시는데 놀러 다니는 이야기만 해대니 부끄럽네요.
앗, 전번주에 사각접시에 담았던 분이 담은 것인데 양철댁님 스타일이군요.ㅎㅎ
다음주에도 혹시 그분 접시를 고르는 게 아닐까 기대가 돼요.ㅎㅎ

blanca 2011-04-19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너무 호사하네요. 눈이. 지금 한 접시 부탁드립니다.^^;;

꿈꾸는섬 2011-04-19 23:27   좋아요 0 | URL
ㅎㅎㅎ음식은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그 질이 달라진다는 요리사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드는 것도 담는 것도 모두 중요한 것 같아요.^^
아, 정말 한 접시 보내드리고 싶네요.

2011-04-20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침 돌았습니다. 색깔만 봐도 군침이...ㅎㅎㅎ 그나저나 역시 음식을 담는 것에서도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군요!

꿈꾸는섬 2011-04-21 12:24   좋아요 0 | URL
색감이 너무 이쁘죠. 봄이 느껴져요.ㅎㅎ
 
<만화로 교양하라>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만화로 교양하라 -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의 가로질러 세상보기
이원복.박세현 지음 / 알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만화로 교양하라>를 받아들고 처음엔 이런 책도 나왔구나 했다. 만화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만화와 관련한 소식이나 이야기의 정보는 남들보다 늦은 편이다. 학창시절에나 간혹 재미삼아 만화책을 보긴 했지만 만화를 제대로 섭렵한 사람들에 비하면 소소하기만 하다. 그래도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만화책은 워낙 유명했고 이웃나라에 대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몇편은 사서 보았다. 만화로 보니 쉽고 재미는 있지만 깊이있게 읽을 수 없다는 단점때문에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모두 사서 보진 않았다.  

<만화로 교양하라>는 이원복과 박세현의 인터뷰로 구성되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각 나라에 대한 대담 형식이 1부, 이원복 만화에 대한 박세현 저자의 논평(?)이 2부로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책에 대한 이해와 만화가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이 책을 계기로 나에 대한 오해가 조금은 풀렸으면 합니다."라고 이원복 만화가가 말한다. 그에 대한 오해는 아마도

<먼나라 이웃나라>의 미국 대통령 편에서 앤드루 잭슨의 부정적인 측면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빗대어 비교한 것, 일본 식민주의의 상흔과 위안부 문제를 미래라는 명목 아래 청산해야 한다는 것, 1997년 대통령 선거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것, 엘리트주의에 입각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고 출신임을 폄하한만평을 서울대학교 동창회보에 실은 것, <자본주의.공산주의> 같은 만화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와 대기업 친화적인 의견 등이 이원복을 '보수주의자'로 여기게 만든다.(241쪽) 

대단한 판매부수를 기록한 이원복의 만화에도 명암은 존재한다. 북한 등 사회주의사회에 대한 관심이 열려 있는 반면, 자본주의와 성장 제일주의 쪽으로 기울었다.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보수적인 정치성이 만화에 드러난다. 역사의 파란과 지형적 조건 때문에 생긴 각 나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서구화나 세계화에 대한 예찬을 결코 숨기지는 않는다. 미래를 위해선 과거의 희생도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세계 역사를 꿰뚫고 있지만, 그 역사에서 소수자의 이야기는 부족하다. 때로는 기득권이나 권력자의 입장이 녹아 있다.(257쪽)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도 이원복 만화가에 대해 계속해서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과 타협하며 사는 중년의 아줌마는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가난한 청년기를 보낸 만화가가 그림을 통해 돈을 벌고 그것이 밥벌이가 되고 학비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만화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도 TV나 책을 통해서도 '성공'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내 책장에도 <부자들의 자녀교육>이라는 책이 꽂혀 있다. TV에서는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대부분 부자들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성공이라는 말은 곧 돈을 많이 벌었다라는 말이 된 것처럼 사용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셋째형이 돈을 벌어 차비를 부쳐주어 유학길에 오른 넷째형, 넷째형이 다시 돈을 모아 이원복 만화가에게 돈을 부쳐주어 유학길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가난하지만 공부를 해서 성공하고자하는 형제들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가난했기 때문에 절약 습관이 몸에 베었다는 말씀도 그냥 웃어 넘어갈 이야기로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는가를 알 것 같다. 

 가난했던 청소년기를 보냈던 나였기에 이원복 만화가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화가는 우리나라에 대해 "개천에서 용난다."고 표현한다. 물론 본인의 이야기이다.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만화를 그리기는 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오르고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밥을 먹기 위해 열심히 그림을 그려냈을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만화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실 많이 부끄러웠다. 우리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돈이 있었으면, 내가 배우고 싶어하던 것들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하시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를 이뤄내고자하는 열정이 내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건, 늘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한가지씩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볼 생각이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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