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다 낫겠지하고 일주일 전에 궁중요리 수업을 신청했다. 어떤 요리를 하는지 확인도 안 해보고 너무 해보고 싶다는 옆집 언니 말에 덩달아 등록하고 오늘 첫 수업을 다녀왔다.
어수선한 실습실, 농협에서 보조하고 근방의 중학교 가사실을 빌려 쓰는 것이라 실습비는 10주에 10만원.
중학교 교장선생님 말씀과 조합장님 말씀 듣고 박수 쳐가며 끄덕끄덕하다보니 어느새 요리 실습은 시작되었는데,
레시피 한장 달랑 던져주고 어떻게 하란 말도 없이 그냥 요리는 시작되었다.
오늘은 장국밥을 만들었다. 이름은 분명 장국밥인데 장이 들어가지 않았다.
1. 사태600g을 씻어서 찬물에 넣고 무와 대파, 양파 반쪽, 북어포를 넣고 육수를 만들었다. 팔팔 끓이고 나서 술을 약간 넣어줬다.
2. 고사리와 도라지는 양념하여 무치고 나중에 센불에 살짝 볶아냈다. - 나물을 무칠때 마늘, 파를 먼저 넣고 조물거리다가 소금을 넣고 조물 조물하고 마지막에 참기름을 적당히 넣어줘야 맛이 좋단다.
3. 콩나물도 삶아서 건져 양념하여 무쳤다.
4. 우둔살을 엄청 다져서 납작하게 적을 만들어 후라이팬에 구워냈다. 우둔살 양념할때도 술을 약간 넣어야 냄새가 안 난다고 하셨다.
5. 푹 끓은 국에서 사태를 건져 얇게 썰어주고 북어포에는 잘게 찢었다. 그리고 다시 국물에 넣었다.
6. 그릇에 밥을 먼저 담고 고사리, 도라지, 콩나물을 얹고 육수를 붓고 적을 위에 얹었다.
아침에 병원에 들를 생각에 서두르는 바람에 카메라도 챙기지 못하고 그냥 나가서 사진은 한 장도 못 찍었다. 다음주엔 카메라를 꼭 챙겨야겠다.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요리가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요리가 솔직히 집에서 다시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늘 처음 만나 한 조가 된 언니들도 그냥 쇠고기무국을 끓여 나물 반찬 해 먹는게 더 나을 것 같다고 하셨다. 번거로운만큼 맛이 좋았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짜서 제대로 못 먹었다. 요리강사님 육수에 엄청난 소금을 넣으셨다.ㅜㅜ 게다가 가져오신 김치도 맛은 좋았지만 간이 너무 짰다.
앞으로 9번의 수업이 남았다. 다음 시간에는 톳 오징어 초무침을 한단다. 톳과 오징어가 궁합이 잘 맞는가보다. 다음주를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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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손가락에 주사를 맞고 엄청 쑤시고 아파서 저녁을 대충 때우기로 하고, 옆 아파트에 장 들어온 곳에서 곱창볶음과 족발을 사와서 먹었다. 아이들은 아침에 했던 남은 밥을 먹이고 남편이랑 나는 곱창이랑 족발만 먹었다. 다행히 설거지는 많지 않았고 남편이 대신 해주었다.
오늘은 어제 장에서 사왔던 채소들로 저녁 상을 차렸다. 콩나물을 모두 넣고 삶아 일부는 거져 무치고, 일부는 남겨 국으로 먹었다. 콩나물 국을 끓일때 새우젖으로 간을 하는데 보통 우리 식구들은 모두 좋아한다. 브로콜리와 느타리 버섯은 데치고, 돌나물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고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그리고 매일 두부장사 아저씨가 막 한 따끈한 두부를 가지고 오신다. 남편이 늦는다고해서 저녁을 좀 늦게 준비하는 바람에 두부도 사와서 양념장에 찍어 먹었다. 그리고 김치와 엄마가 며칠전에 해주신 짠지무침.
남편은 밖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고해서 아이들이랑 셋잇만 먹었는데 채소뿐인 밥상을 너무 맛있게 먹는 아이들에게 고마웠다. 예전엔 매일 나물 한가지 이상씩 꼭 무쳤었는데 요샌 게을러져서 무친 것도 귀찮아 데쳐서 초장 찍어 먹는 걸로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아이들이 잘 먹어주니 다행이다.
유치원 선생님들도 우리 아이들은 편식하지 않고 모든 골고루 잘 먹는다고 하시며 너무 예쁘다고 하신다. 밥상 앞에서 투정하는 것은 밥상을 준비한 엄마에게도 또 밥상을 준비하게 도와준 아빠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가르친다. 게다가 시골에서 가지고 오는 쌀로 밥을 하니 할아버지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하며 밥을 먹으라고 얘기한다. 그럼 아이들도 잘 알아듣고 자기 밥그릇에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어준다. 다 먹고 엄마,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고 개수대에 그릇을 담가두는 일까지 해낸다.
옆집에 사는 언니는 나이는 많지만 늦게 아이를 낳아 이제 4살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참 많다. 우리 아이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매번 놀란다. 어쩜 애들이 이런 것도 먹어! 우리 아이들은 먹지 못하는 음식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매번 기름지고 좋은 음식만 먹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채소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고 감탄하며 먹는다.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이 언니 아들은 밥을 잘 먹질 않는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 싶어한다. 그러니 우리 아이들을 신기해한다. 하지만 그건 모두 엄마탓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음식 습관을 어떻게 길들였는가 말이다. 난 아이들이 골고루 먹을 수 있게 어릴때부터 반찬을 골고루 먹였다. 상 위에 있는 것은 모두 조금씩 다 먹였다. 그리고 꼭 나물은 빠지지 않고 하나 이상은 꼭 만들었었다. 물론 요샌 그렇지 않다. 그러니 애들은 나물 반찬이 올라오면 더 반가워한다.
옆집 언니 아들이 전번 금요일부터 구토하고 설사를 했었단다. 내가 찾아갔던게 수요이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장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니 아이가 하도 못 먹으니 달라는 것은 모든 주었단다. 우유, 두유, 과일, 고기, 음료수,뻥튀기......아이가 장염에 걸려서 아픈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 그럼 어떡하냐고 오히려 나를 이상해 한다. 우리 아이들은 장염에 걸려 구토하고 설사를 해도 2~3일이면 거의 나았다. 하루 이틀 흰죽 쑤어 먹이고 이온음료로 수분 보충해주면 금새 좋아질 것을 아이가 달라는 음식을 계속주면서 낫길 바란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약을 먹여야할 시간에 "00아, 약 먹을래?"하고 묻는다. 또 "00아, 죽 먹을래?"하고 묻는다. 그럼 아이는 "싫어, 아앙~~"하고 운다. 그리고는 과자를 달라고 징징거린다. 그 징징거리는 것을 못 견뎌 그냥 주는 것이다. 아이의 의견을 따라야하는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당연히 꼭 해야하는 것들을 하고 싶다고 하고 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우리 아이들에게 "현준아, 약 먹자." "현수아, 죽 먹자." 한다. 하도 답답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었는데 그게 언니 입장에선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는지 살짝 뽀로퉁해졌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다르다. 물론 언니 입장에선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솔직히 좀 답답하다. 그래도 좀 조심하긴 해야겠다. 내깐에 이렇게 하면 된다고 얘기하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는 일인 것 같다. 남편 말대로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야하는데 성격이 그렇지 않으니 걱정이다.


아이들 키우며 읽었던 육아서들도 꽤 됐었는데 친구들 차례로 결혼하고 아이 낳고하면서 빌려주었더니 생각이 잘 나질 않는다. 아이들을 위해 나를 위해 좋은 책 좀 찾아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