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조카들과 읽을 책 정리하느라 조금 바빴다. 큰 조카가 시 읽기가 어렵다고 해서 시 읽기를 준비중인데 어떤 시를 골라야하는가를 생각하느라 더 머리가 아팠다. 전번주에 이미 한차례 시 읽기를 했지만, 뭔가 너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중인 것이 시대적 상황이 시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려줘야겠단 생각에 일제 시대의 시를 준비하는데 생각보다 싶지는 않다. 

전번 시간엔 주로 이 책에서 선별한 시를 주로 읽었다. 다음 시간엔 일제 시대의 시를 읽기 위해서는 시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필요한 것 같고, 시대적인 상황이 시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저 내 마음가는대로 읽는 시가 아니라 더 골치 아프고 정신 사나워 시가 잘 안 읽혀 성을 내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참고 도서 좀 찾아봐야겠다. 

 

저녁엔 인삼을 넣고 닭백숙을 끓였다. 며칠 골골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힘이 좀 나라고 끓였는데 내가 제일 많이 먹은 듯 배가 엄청나게 부르다. 아직도 소화가 안 되었다. 

아이들 재워놓고 잠시 TV를 켰다. 보통 EBS에 맞춰져 있어 TV를 켰더니 EBS 다큐프라임이 하고 있었다. 우연찮게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이미 처음은 지나간 듯 했지만 거의 앞부분부터 보기 시작했다.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이 나왔다. 어, 이 글 어디서 보았더라, 하고 있는데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30년 우정 어린 편지 이야기가 나온다. 권정생 선생님이 종지기로 계시던 그 어느 날부터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의 자질을 아시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한다. 권성생 선생님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되기까지 남다른 애정으로 힘을 쓰셨다고 한다. 이철수 판화가와 이오덕 선생님 장남 이정우 선생님의 인터뷰가 간간이 나오고, 권선생님과 이선생님의 편지글이 낭송되었다. 이와 함께 안데르센과 잉에만의 우정 어린 편지가 함께 소개되었다. 안데르센이 아직 세상밖으로 나오기 전, 잉에만은 안데르센의 자질을 남달리 봤고, 그가 작가의 길에 들어서도록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의 환경에서 어려울 수 있는 일, 그 당시 유명한 글을 구해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매일 밤 열심히 읽어주었단다.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안데르센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거기에 더 감동을 전해준 것은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죽음 가까이에 선 그분들의 이야기는 더한 감동을 주었다. 아프신 이오덕 선생님을 걱정하여 아드님에게 전화를 건 권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이 드시기를 거부해도 밥을 꼭 드시게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오덕 선생님은 권 선생님이 여전히 가까이 옆을 지키고 계시다고 하셨단다. 2003년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2007년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권정생 선생님의 유골은 이오덕 선생님 묘소 근처에 뿌려졌다고 하신다. 죽어서까지 이오덕 선생님 곁을 지키신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하면 한결같으심에 눈물이 난다. 

우리 정서에 맞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으셨던 권정생 선생님의 글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따뜻하고 가슴 뭉쿨하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도 워낙 많아서 다 읽어보진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단 생각을 한다.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에 관련한 책들을 주로 떠올리게 하신다. 읽어본 책보다는 안 읽어본 책이 사실 더 많다. 내가 처음 만났던 책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였다. 요즘은 <우리글 바로쓰기>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가르치시던 살아있는 교육을 몸소 실천하셨던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처럼 흙속에 묻힐뻔한 진주를 발견하시고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주신 걸 생각한 진심으로 감사하다. 권정생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화를 나도 읽고 우리 아이들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은 그가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아도 그의 글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 아이들의 영혼에 불을 밝히고 한층 더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준다는 것일테다. 

우연한 기회에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을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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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2-15 23:54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ㅎㅎ 수정할게요. 제가 잘못 올렸네요.

마녀고양이 2011-02-1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저는 읽어본 책이 없네요.
그러고보면 저는 너무 우리나라 동화는 접하지 않은 듯 해요, 반성 중....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었다니, 저도 맘이 따뜻해집니다.

꿈꾸는섬 2011-02-17 00:53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읽어보지 못했어요. 유명한 책만 몇권 읽었어요. 아이들이랑 찾아 읽어보면 좋겠어요.^^
 
<집나간마음을찾습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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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른 중반을 훌쩍 넘겼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은데도 언젠가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은 나아가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며 시간을 보냈던 이십대를 생각하면 반짝반짝 빛이 났던 것도 같고, 우중충한 회색빛이 났던 것도 같은 그런 애매한 시간이 생각난다.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다 기억하지도 못하고 더러는 나는 기억하지만 그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그만큼 이십대의 기억이 가물가물한다. 게다가 내 맘대로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억을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십대의 나는 미친듯이 방황하는 정신나간 사람이었다. 방탕한 생활은 물론 늘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집을 벗어나 살던 3년반의 생활만큼 홀가분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도 싶었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기어들어갔던 나를 생각하면 진정 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적은 별로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넌 너라는 사람이 좋아? 맘에 들어?"라는 친구의 물음에/ 분명한 목소리로 "좋아!"라고 대답하는 내가 보인다./ 오늘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프롤로그 중)

 
   

내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분명한 목소리로 "좋아!"라고 답하지 못하고 불분명한 태도로 씩 웃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여태 나를 제대로 대접한 적이 없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의 태도라고나 할까. 그러니 나는 여태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늘 우리 곁에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채 지내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단 얘기이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25쪽)  
   

 이 글을 읽는 순간 멈칫했다. 맞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날들은 늘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술을 마시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지껄여대고, 한숨짓고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쓸데없는 하소연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것, / 슬퍼도 참아야 하는 것, / 아파도 웃어야 하는 것.(27쪽)  
   

내게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어른이라면 이렇고 저렇고 내 나름의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하고, 슬플땐 울어야 한다. 그것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심을 감춘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마음을 있는 힘껏 동여매고 / 아무 일 없는 것 마냥 그렇게 웃는다.(35쪽) 

조금 덜 행복해도 괜찮으니 / 조금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45쪽)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 마음의 나사를 헐겁게 풀어놓으면 / 욕심이 과해 부대끼던 많은 일들이 저절로 잘 되어간다. / 그것이 인생의 진실이자 아이러니다.(53쪽)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 10년 후의 나는 또 어떤 생각으로 /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 어느 나이를 살든, 생각은 늙지 않고 / 여유와 관록만으로 빛이 났으면 좋겠다.(59쪽) 

나의 상처와 마주하는 것, / 호~ 입김을 불어주고 연고를 발라주고 /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으로 나는 비로소 성장한다. /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건, / 흉터는 남았어도 아픔은 지나갔다는 것이다.(63쪽) 

 
   

음악프로그램의 시나리오 작가인 이 에세이의 저자는 작사가이기도 하단다.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다. 마치 한편의 시를 읽는 듯, 그녀의 마음을 읽어간다. "어느 나이를 살든, 생각은 늙지 않고/ 여유와 관록만으로 빛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글이 이제 막 서른으로 접어든 풋내기의 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연애란 / 오늘은 / 이렇게 좋은데 어떻게 헤어지지 했다가 / 내일은 / 이런 애랑 어떻게 계속 만나지 하는 것.(105쪽)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만큼 쉽지 않은 일이 또 있을까? 너무 좋다고 만났다가도 어느날에는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화 한통으로 결별을 말하는 그런 사랑도 있다. 그 어느 순간엔 좋아서 어쩔줄 몰랐는데 말이다. 그때의 상처가 고스란히 떠오르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아프지 않다. 상처가 생겼던 그 순간 나는 어느새 성장했다. 

   
 

 그랬다. 너의 인생과 나의 인생 모두/ 마음에 안 드는 것들 투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럭저럭 잔잔하게 흘러간 것 같다./ 소행성 B612에서 내려다보면 오늘 나의 이 혼잡함들은 /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어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지.(215쪽) 

오랜만의 휴식으로 마음에 쉼표를 찍은 날. / 나는 비로소 숨을 쉰다.(243쪽)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247쪽)

 
   

 인생은 참 살아볼만하다.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듯 흘러왔던 시간들 속 어느 순간 순간들은 반짝 반짝 빛이 났을테고, 그것을 나 혼자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 순간들은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이 세상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이 세상 그냥 그렇게 살아온 날은 없는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이고, 앞으로의 나일테니까 말이다.  

 나보다 어린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녀의 생각에 공감을 표한다. 그렇게 산다는 것은 어느 나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에서만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에게 인생을 배우고 삶을 생각한다. 또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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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2-1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 라고 저는 말하지 못했는데 다들 지나고나면 그 순간들이 아쉬운가 봐요.
저도 아쉬운 게 많은데 그 중 제일 큰 것은,
정말 예뻤을 때에 내가 얼마나 예쁜지 몰랐던 거예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는데, 무엇이든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정작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거예요, 흑흑.

꿈섬님은 지금 너무 따뜻하고, 온기있고, 다정하고 그렇잖아요.
지나간 20대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정말 그래요.^^

꿈꾸는섬 2011-02-15 10:24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댓글보면서 왜 눈시울이 붉어질까요?
저도 그땐 제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났는지 잘 몰랐어요. 지나고보니 그때가 참 좋았던 걸 아는거죠.
아이리시스님은 남은 이십대를 아름답고 알차게 보내고 계시잖아요. 아이리시스님 서재에 갈때마다 그 아름다움에 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착각도 한답니다.
매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워요.^^

blanca 2011-02-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따금씩 밤에 자기 전 스무 살을 생각해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얼마나 찬연한 시간들이었는지. 그냥 그대로 행복한 거였는데 너무 욕심이 많았어요. 왜 항상 깨들음은 늦게 올까요...

꿈꾸는섬 2011-02-15 22:48   좋아요 0 | URL
ㅎㅎ늦은 깨달음이라도 오니 다행이지 싶어요.^^

따라쟁이 2011-02-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나간 마음이 돌아와야 느껴지는 감정들이니까, 마음이 집을 비웠을때는 그때가 얼마나 좋은건지 잘 모르는건 아닌가.. 뭐.. 이런생각들이 드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늘 그리워요. 그때는 저도 반짝 거렸던것 같은데 말이죠 ^^

꿈꾸는섬 2011-02-15 22:49   좋아요 0 | URL
ㅎㅎ집 나간 마음이 돌아와야 느껴지는 감정들, 역시 따라님^^, 우린 늘 언제나 반짝거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에도 우린 반짝이고 있잖아요.^^

다이조부 2011-02-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시공사 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구입을 주저하게 되네요~ 으음

꿈꾸는섬 2011-02-17 00:49   좋아요 0 | URL
ㅎㅎ 시공사 책에 주저하시는 분들 참 많아요. 근데 시공사 책은 믿을 수 있다고 믿는 분들도 꽤 되더라구요.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전 알라딘에서 신간평가단 도서로 보내주신거에요.ㅎㅎ
다이조부님은 멋지게 30대를 맞이하셨으니 안 보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이리시스 2011-02-16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공사책이었어요? 출판사를 가리진 않지만 저도 모르게 멈칫하긴 하더라구요.
저는 이벤트로 받은 책이나 서평도서 중에 시공사책 엄청 많아요,ㅋㅋㅋ
책이 무슨 죈가요, 다이조부님, 아하하.

꿈꾸는섬 2011-02-17 00:50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사실 책 받아들고 시공사네 했거든요.ㅋㅋ
저도 이 책은 서평도서로 받았어요. 사실 시공사가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하긴 하잖아요. 그래도 다이조부님 같은 분이 계셔서 마음이 흐뭇해요. 그렇죠. 아이리시스님.ㅎㅎ

마녀고양이 2011-02-16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지 않은 내가, 과연 이따가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문구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 하네요. 정말 좋은 문구예요. 멈칫멈칫 다시 보게 될 정도로요.
인용하신 글귀마다 모두 반짝거리네요. 인생은 살아볼만하다는 꿈섬님 말씀에,
감기로 아직도 골골거리는 오늘 저녁 힘을 얻어봅니다........... 해브 어 굿 나잇~

꿈꾸는섬 2011-02-17 00:52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문구에 마음이 많이 끌렸어요. 스무살 청춘의 선연한 아름다움이 베어 있는 책이에요.
근데 정말 인생은 살아볼만하잖아요. 10대, 20대, 30대, 모두 나름 참 재밌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자칫 20대에 자살이라도 했다면 30대의 소중한 경험을 해보지 못할 거 아니에요. 마고님은 어느새 40대(?)죠? 40대도 참 살아볼만 하지요.
감기가 얼른 낫길....기합을 불어 넣겠어요.ㅎㅎ 얍!
 

어제는 하루종일 아픈 남편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대며 지냈다. 남편은 귀찮다며 손사레를 치지만 그래도 난 꿋꿋하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한다. 남편도 체념한 듯 열심히 듣고 간단하게 대답한다. 

하루종일 편히 쉰 덕에 오늘 아이들도 일찍 일어나고, 나도 여유가 생겼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나갔다. 2월 알라딘에서 제공한 할인쿠폰이 아직 남아 공짜 영화를 보고 왔다. 

<황산벌>을 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박장대소하며 보았던 기억은 떠오른다. 계백장군의 박중훈, 김유신의 정진영, 감초 연기의 달인 거시기 이문식 등 각 지역의 사투리로 대화하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늘 사극에서 보여주는 표준말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평양성>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지역의 사투리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정말 그러했을 것 같다. 그 지역의 사투리로 각자의 말을 했을 것 같다. 

사실 요즘 너무 우울했다. 도처에 깔린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재미있다고 말하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배우들의 개성이 살아 있으면서 가끔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평양성>을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그랬다. 그런데 웃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웃다 웃다 그렇게 웃으며 나오고 싶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은 내게 눈물을 펑펑 흘리게 만들었다. 대체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웃음의 코드로만 받아들이고 싶었던 영화에서 눈물을 펑펑 흘리다니 말이다. 전쟁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목숨을 내걸고싸우는 그들이란 말인가? 수없이 창 칼이 부딪히고 화살이 날아들고 불이 나고 커다란 돌에 짓이겨 목숨을 잃고마는 그들을 보며 눈물이 흘렀다. 다시 돌아가 돌보아야할 가족들이 있는 그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는 전쟁터. 피 비린내가 내게로 전해오는 듯, 몸을 잔뜩 움츠렸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이것이 진정 이기는 것이라던 김유신의 대사를 곱씹고 있다. 평화가 너무 멀리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두려운 마음도 있다. 1950년을 겪었던 세대들은 전쟁이라면 치를 떤다. 이념, 사상 이런 것과 무관한 사람들의 죽음이 도처에 널러 있었으니 말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서 요 몇년간의 햇볕정책은 찾아보질 못하고 어느날에는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 그것은 걱정과 두려움일뿐 죽음의 실체는 바로 보지 못한다. 하지만 바란다. 제발 전쟁이 없기를, 우리의 싸움에 더이상 누군가가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기를, 평화로운 해결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란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영화 보고 왔어?" "음, 평양성" "뭐라고? 그런 걸 왜 너 혼자 보냐?" 함께 볼 시간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으니 혼자 보고 왔다. 그런데 남편이 무척 실망스러워한다. 같이 보려고 했다가 아마도 나도 영화 한편 못 보고 지나갈게 뻔하다.  

월요일 아침 극장가는 한산해서 좋았다. 주차권에도 3시간 무료 도장을 찍어주어 오늘은 주차비도 굳었다. 이번 주는 좀 활기차게 보내고 싶다. 신나게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영화도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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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2-14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신랑은요 제가 영화보자 그러면 콧방귀도 안껴요. 도대체 왜 그 어두컴컴하고 좁고 답답한 곳에서 영화를 돈 주고 보는지 모르겠대요 -_-+++ 영화는 티비에서 해 주는 영화 누워서 보는게 젤루 장땡인 남자;;
같이 영화 봐주는 남편님이 계서서 꿈섬님은 좋으시겠어요. 부러버랑~~~~ ^^

꿈꾸는섬 2011-02-15 10:26   좋아요 0 | URL
ㅎㅎㅎ남편이랑 연애할때 영화를 참 많이 봤었어요. 자기 취향 아닌 영화도 잘 봐주더라구요.ㅎㅎ 저도 물론 남편 취향의 영화 잘 봐주긴 했지요. 저야 워낙 잡식성이라 이것저것 안 가리고 잘 봤거든요.
우리 동네 아는 언니 남편은 자동차극장만 간대요.ㅎㅎ

순오기 2011-02-14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양성에서 웃음코드만 받아들이지 않고 수없이 죽어간 그들을 발견한 꿈섬님 마음이 고와요~
맞아요, 그들은 원하지 않았는데 모두 끌려와 그렇게 죽어갔죠~ 전쟁을 주장하는 자들은 자기들은 죽지 않을테니까 그러겠죠. 저희들이나 제 자식들이 그렇게 죽어간다면 쉽게 전쟁 운운하지는 못할거니까요.
이준익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도 그런 것일거라고 생각해요. 틈바구니에 낀 우리는 작전권인가 지휘권을 돌려준대도 줘버리는...

꿈꾸는섬 2011-02-15 10:2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막내따님이랑 졸업식날 평양성보고 낄낄거렸단 글을 보고 기분전환 삼아 보고 왔어요.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이 피로 얼룩지던 장면들이 끔찍하더라구요. 그냥 막 웃으면서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단 생각, 저도 들었어요.^^

hnine 2011-02-14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과는 나중에 또 다른 영화 보면 되지요.
혼자라도 가셔서 영화 보신 것, 잘 하셨어요. 기분이 우울할 때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해보는 것이 참 좋아보여요.
저는 어제 <조선명탐정> 보고왔어요. 어찌나 웃었는지...ㅋㅋ

꿈꾸는섬 2011-02-15 10:28   좋아요 0 | URL
남편이랑 단둘이 영화보기가 아직 쉽진 않아요. 일년에 한두번 보면 많이 보는거겠죠.ㅎㅎ
<조선명탐정>이 재밌군요. 저도 <조선명탐정> 봐야겠어요.^^

세실 2011-02-1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명탐정이 아무 생각없이 웃기엔 참 좋아요. 기분전환도 되고요...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그래요. 언능 만추를 개봉해야 할텐데....ㅎ
제 취향은 로맨스 또는 멜로 랍니다^*^

꿈꾸는섬 2011-02-15 10:30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조선명탐정>이 웃기에 좋은 영화라 추천하시니 믿고 다음에 보러가야겠어요.^^
아, <만추>가 개봉하겠군요.ㅎㅎ 현빈과 탕웨이, 너무 기대되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음 좋겠어요 즐겁고 재미있고 힘차게 책도 읽으시고 평안하시길!!!
오늘 날은 흐렸지만 그리고 아직 춥지만
어디선가 봄 냄새가 나는 듯 했어요^^

꿈꾸는섬 2011-02-15 10:31   좋아요 0 | URL
어디선가 나는 봄 냄새를 느끼시는군요. 2월은 유난히 봄을 더 많이 기다리게 해요.
봄을 생각할수록 설레여요.^^
봄, 너무 좋아요. 곳곳에 꽃이 피어나겠죠. 저희 동네는 산수유가 제일 먼저 피어나요. 그리고 하얀 목련. 생각만해도 너무 좋으네요.^^

blanca 2011-02-15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완전 부러워요. 게다가 주차. 저 대목. 저 3월달에 운전 연수 두 번째 들어갑니다. 수준을 아시겠죠? 저도 주차도장 찍고 영화 볼 날이 올까요? 운전하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2-15 10:34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운전은 꾸준히해야 늘어요. 저도 가끔 운전하다보니 주차가 아직도 서툴러요. 주차장에 차 많을때는 진땀 날때가 가끔 있어요.ㅎㅎ 그래도 꿋꿋하게 돌아다녀요.ㅎㅎ 게다가 우리 동네는 서울시내처럼 차가 많지 않아서 운전하기 좋아요. 우리 동네 할머니들도 대부분 운전하고 다니세요.ㅎㅎ 블랑카님 힘내세요. 곧 좋아지실거에요. 무엇보다 자신감을 가져요. 남들도 다 하는 거고, 규칙만 잘 지키면 문제없어요. 화이팅!!! 다음달이면 자유부인이 되시겠죠.ㅎㅎ

프레이야 2011-02-1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월요일 즐겁게 시작하셨네요.^^
평양성, 그런대로 재미있었어요.
사투리 향연도 듣기에 괜찮았구요.
여기 오늘 눈 왔어요. 제가 막 이래요. 눈 자랑ㅎㅎ

꿈꾸는섬 2011-02-15 10:3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사투리 향연, 표현이 정말 좋아요. 저도 각 지역의 사투리를 듣는 즐거움을 느꼈어요.
부산에 눈이 많이 온다는 뉴스를 보았지요.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 신나하실만해요.ㅎㅎ

따라쟁이 2011-02-1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시작한 월요일이였으니, 화요일인 오늘도 잘 보내셨죠? ^^

꿈꾸는섬 2011-02-15 22:49   좋아요 0 | URL
네, 무척 잘 지냈어요. 맛난 것도 먹구요.ㅎㅎ

다이조부 2011-02-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저는 적당히(?) 만족스럽게 봤어요.

다음 이준익 영화를 또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즘 흥행성적이 간당간당한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ㅎㅎ

꿈꾸는섬 2011-02-17 00:47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만족스러웠어요. 그냥 웃고 싶고 기분전환하고 싶었던 영화인데 전달하는 메세지는 사뭇 진지하잖아요. 이준익 감독 영화 대부분 만족스러웠어요.^^

같은하늘 2011-02-21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꿈섬님 요즘 영화도 많이 보러 다니시네요.^^
 

작은 엄마의 문병을 다녀오던 날 병원의 대기실 커다란 TV에서 박완서 선생님이 큰 화면으로 나오는 뉴스를 얼핏 지나쳐왔다. 무슨 일이지? 생각은 거기까지였고, 그날 오후부터 나는 밤새 끙끙 앓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독감은 몸살과 고열을 동반했다. 밤이 새도록 끙끙 앓았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내내 아팠었다. 종일 잠만 자다가 우연히 켠 TV YTN뉴스에서는 박완서 선생님을 추모하는 인터뷰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수줍게 웃으며 상대의 질문에 답하시던 박완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친청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시니 한번쯤 뵐 수 있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 언젠가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 되었다. 언젠가 알라딘에서 설문했던 만나고 싶은 소설가로 꼽았던 박완서 선생님을 다시는 뵐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 이 책이 발간되고 올려진 리뷰들을 보면서 참 많이 흐뭇해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어느 날에는 꼭 읽어야지하고는 임철우 선생님의 <이별하는 골짜기>와 함께 구매해두고는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 책꽂이에 꽂아둔채 잊고 있었다. 나의 게으름에 어찌나 실망스럽던지,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선생님을 보내고나서야 이 책을 펼쳤다.  

   
    소리없이 나를 스쳐간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줬다. 나를 스쳐간 시간 속에 치유의 효능도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신이 솎아낼 때까지 필요한 사람으로 좋은 글을 쓰신 선생님을 어찌 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선생님의 작품을 처음 읽었던 것이 중학교 3학년 <엄마의 말뚝>이었다. 홀로된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서울에 정착하려고 애를 쓰던 그 모습을 읽으며 경제적으로 무능력해진 아버지 대신 돈을 벌러 나가신 엄마를 생각했었다. 그때의 짠한 마음이 아직도 아리게 떠오른다. 

 

 

 

 

 

 

 

 

 

선생님의 작품중 읽은 것들만을 추려보았다. 워낙 많은 작품을 열정적으로 써오신분이라 그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진 못했지만 요 몇권만으로도 선생님의 세계에 푹 빠졌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신 선생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서재는 아파트보다 별로 넓히지 못했어도 지하에 서고를 하나 마련했다. 비로소 책을 헐렁하게 꽂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에 여유롭게 삐딱하게 서 있는 책을 보니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내가 책이 된 것처럼 숨통이 트였다. 거의 대부분의 책들은 삐딱한 생각을 담고 있으니 삐딱하게 서 있어야 마땅하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책장에 책이 헐렁하고 삐딱하게 서 있으면 꺼내 보기는 또 얼마나 편한가. 나는 내 책도 나처럼 공간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동류의식을 느꼈다.(146~147쪽) 

  제목만 보고도 처음 읽었을 때의 행복감이나 감동이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책은 못 버린다.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148쪽)

 
   

책에 대한 욕심은 많은데 공간도 경제적 여유도 도와주질 않는다. 지금 있는 책만으로도 숨이 가쁘다고 남편이 한소리 할때마다 가끔 주눅이 들기도 한다. 책을 헐렁하게 꽂을 공간을 만들어줘야할텐데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 책까지 늘어나고 있으니 책장은 늘 넘쳐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행복감, 가슴 설레임을 생각하며 나도 책을 버리지 못하겠다. 자꾸만 집착하게 된다. 그때의 그 설레임과 행복감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읽으셨다는 책을 보면서 내가 읽었던 책들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감상을 남기신 것을 생각하면서 어찌나 흥분되었는지 모른다.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에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미처 읽어보지 못한 위의 8권의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선생님께 스승과 같았다는 이청준 선생님의 작품 <별을 보여드립니다>는 나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엄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엄마를 부탁해>, 언제고 제주도로 날아가 제주올레길을 걷고 싶게 만들었던 <놀멍쉬멍걸으멍 제주걷기여행>, 김연수라는 작가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던 <밤은 노래한다> 언제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던 위로가 되어주는 최순우 선생님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는 나도 많이 아끼는 책이다. 

어렸을 때는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막연했는지 모른다. 이제 더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점점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죽음은 그런 희망조차 허락하질 않는다. 그런 희망조차없는 죽음은 정말 무섭고 두려운 그런 것이다. 

여든의 노작가가 자신의 삶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글을 읽으며 나는 어떤 길을 걸어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추억하고 어떤 것을 안타까워하게 될까? 과거의 슬펐던 기억조차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답게 포장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누군가가 걸어갔던 그 길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 마흔, 적지 않은 나이에 등단하여 40년을 줄곧 글을 쓰신 선생님, 그분을 닮고 싶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온 몸을 들쑤시는 참담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천천히 또 느리게 열심히 읽고 글을 써야겠단 생각을 한다. 

박완서 선생님을 추모하며,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를 읽으며 선생님을 생각합니다. 부디 좋은 세상에서 편안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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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2-12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그래왔던 것인지. 아니면 시절이 하 수상하여 유난히 그런 것인지 몰라도,
최근 몇 년 새에 시대의 스승님이라 부를만한 분들이 연이어 유명을 달리하시네요.
박완서 선생님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꾸준히 책을 내시는 모습이 참 멋져보였는데, 안타깝네요!

꿈꾸는섬 2011-02-12 21:40   좋아요 0 | URL
요 몇 년 사이 죽음이 연이어졌지요. 정말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뿐이에요.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가 작년 8월에 발간되었으니 정말 돌아가시기 전까지 끊임없이 글을 쓰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출간되지 않은 작품도 상당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참 멋진 분이셨지요. 정말 많이 안타까워요.ㅜㅜ

마녀고양이 2011-02-12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나두 책장에서 꺼내 읽어야겠다 하면서 울었는데
그만 잊어버렸어요. 저란 인간이란게 이렇군요.... ㅠㅠ.
꿈섬님 페이퍼 보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지금 꺼내놓아야겠어요.

박완서 선생님, 너무 멋지시죠. 그분처럼 나이들고 싶어요.

꿈꾸는섬 2011-02-12 21:41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칭찬이 자자했지요. 배울 것이 정말 많은 책이었어요. 생각할거리도 많았구요.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야겠어요.

순오기 2011-02-12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올라온 박완서 선생님 책 중에 아직 못 본 책도 보이네요.
가지 않은 길은 어제 받았고, 두부는 중고샵에서 건졌는데 아직 펴보지 못했어요.
님의 사랑고백에 덩달아 찡해집니다~~~~

꿈꾸는섬 2011-02-12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읽지 않은 책들은 더 많더라구요.ㅎㅎ
정말 꼭 한번 뵙고 싶은 분이셨어요. 그런데 그 소망이 끝나버렸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프네요.ㅜㅜ
저도 순오기님 올리셨던 작품들중 못 읽은 것들 많았어요. 찾아서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1-02-12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거의 읽은 책이 없거든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에세이는 사뒀는데 그걸로 주말 잘 나겠습니다!!!^^

꿈꾸는섬 2011-02-12 21:44   좋아요 0 | URL
두고두고 읽어야할 것 같아요. 박완서 선생님 작품이 워낙 방대하잖아요.^^
아이리시스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궁금하네요.^^

자하(紫霞) 2011-02-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는데 아직도 못 본 책이에요.
저는 이사가면 읽어야겠어요.
책을 다 싸놨거든요.^^;

꿈꾸는섬 2011-02-12 21:44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 이사가세요. 아직 날이 추워 고생하시겠어요. 이사 잘 하세요.^^

후애(厚愛) 2011-02-14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가는 책이 몇 권 보이네요.^^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1-02-14 14:32   좋아요 0 | URL
후애님의 관심도서는 무엇일까요? 살짝 귀띔해주세요. 서울 오실때 선물할게요.^^

sslmo 2011-02-14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꿈은 제가 응원해 드리죠~^^

꿈꾸는섬 2011-02-14 14:32   좋아요 0 | URL
ㅎㅎ나무꾼님의 응원에 힘이 나네요.^^
 
에세이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어느새 2월, 이번달에 눈에 띄는 에세이를 골라본다. 

1. 이상은, 런던 보이스 

가수 이상은을 좋아한다. <삶은...여행>이라는 에세이를 읽었을때도 좋았다. 신선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글이 좋다. 

1월에 출간된 <런던 보이스>도 <삶은...여행>의 두번째 이야기라니 당연히 기대된다. 

 

 

 

 

2.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이메일로 받아보았었다. 요새는 이메일 관리를 하도 안해서 뜸하게 들어가긴 했지만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았을때의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언의 위로와 따뜻한 정감이 느껴지는 시와 함게 대한항공 역대 최우수사진작품들과 함께 만들어진 에세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봄을 기다리는 요즘, 마음 따뜻한 에세이를 읽고 싶다. 

 

 

 

3. 아흔개의 봄 

서른 일곱개의 봄을 보냈다. 이제 서른 여덟번의 봄이 다가온다. 

<아흔개의 봄>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밖에서 본 한국사>, <뉴라이트 비판>, <김기협의 페리스코프>로 알려진 역사학자 김기협이 아흔의 치매 노모를 간병하며 쓴 일기를 엮었다. 역사학자 故김성칠 선생(부친)과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이남덕 선생(모친)의 셋째 아들 김기협은 2년여 동안 어머니를 간병하며 세심한 관찰과 성찰로 인간과 삶에 대해 사유한다(알라딘)

 

4. 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산다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이자 딸,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고군분투 살아가는 여성들, 그리고 그들의 영원한 반쪽인 남성들의 이야기를 유쾌한 필치로 그려낸 에세이.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대한민국 여성들의 생생한 오늘, 기쁨과 눈물과 감격의 하루가 오롯하게 배어 있는 책이다(알라딘)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이자 딸인 내가 읽으면 좋을 책일 것 같다. 내반쪽 남성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냈다니 더 궁금하다. 

 

 

 

5. 낯선 땅에 홀리다 

김연수, 김중혁, 나희덕 등 한국 문단을 이끄는 11인이 낯선 땅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색다른 시각으로 써 냈다. 이 책은 문인들의 문학, 즉 글의 근간이 된 특별하고 소중한 여행을 다루고 있다. 나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떠난다고 말했던 괴테의 여행에서도 볼 수 있는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알라딘) 

 

낯선 땅에 여행을 간다는 기대감과 흥분, 감출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질 것 같다. 문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낯선 땅에 발을 딛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여행가고 싶어 병이 날 것 같다. 언제고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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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1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1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1-02-1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땅에 홀리다> 같은 책은 언제봐도 좋아요, 그죠?
유명작가들이 한데 모인 것도 좋고, 눈물나게 부럽고, 여행도 가고 싶고.
그러다보면 또 시간이 훌쩍 지나있어요.^^

꿈꾸는섬 2011-02-11 20:39   좋아요 0 | URL
<낯선 땅에 홀리다> 벌써 보셨군요. 부지런한 아이리시스님, 존경스러워요.^^
정말 눈물나게 부러워요. 여행도 가고 싶구요.^^

아이리시스 2011-02-11 21:40   좋아요 0 | URL
아니예요, 저도 그냥 찜만 해둔 거예요,^^; 부끄,,
그나저나 저도 부지런한 아이리시스가 되고 싶어요,
별로 그렇지 않거든요. 칭찬도 듣고, 좋게 봐주시고 하니 감사할 뿐이지요.
저는 꿈섬님 서재가 더 활기차고 좋은 것 같은데요, 정말!^^

꿈꾸는섬 2011-02-11 23:03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저 나이 별로 많지도 않은데 왜 이리 젊음을 탐하나 모르겠어요.
다시 20대 청춘으로 살고 싶어요. 예전처럼 막 놀지 않고 아이리시스님처럼 책 열심히 읽는 20대 청춘이고 싶어요.^^ 맨날 술 마시고 싸돌아다니던 방황하는 젊음을 생각할때마다 부끄러워요.ㅜㅜ

아이리시스 2011-02-12 19:13   좋아요 0 | URL
저 또한 책읽는 20대는 아니었고,
책읽는 20대 후반 2년,, 정도 될까요?ㅋㅋㅋ

술마시고 싸돌아다니는 방황하는 젊음도 멋진 거예요.
꿈섬님은 분명! 멋졌을 거예요, 정말로.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

감은빛 2011-02-12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과 5번은 저도 끌리는 책이네요.
김기협 선생의 책도 독특할 것 같아서 관심이 가구요.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꿈꾸는섬 2011-02-12 21:4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도 이상은을 좋아하시는군요.ㅎㅎㅎ 기분이 왜 이리 좋을까요.ㅎㅎ
김기협 선생님 책도 정말 독특할 것 같아요.^^

다이조부 2011-02-1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협 책은 저도 관심이 있어서 조만간 읽어볼 계획인데 반갑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