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4주
글러브 - Glov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유난히 추운 올 겨울 날씨를 거뜬히 이겨낼 따뜻한 영화를 보고 왔다. 청각장애 야구단의 이야기라니 안 봐도 뻔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야구단에서 음주와 폭행으로 징계중인 김상남 선수가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에 자원봉사를 하러 온다. 자의가 아닌 타의다. 듣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당연히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봉황기대회에 나가 1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연습한다는 이야기에 코웃음치던 그였다. 그는 무기력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했는지를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술 마시고 야구방망이를 휘둘렀을 것이다. 

야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야구부원들의 모습은 눈물겹다.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 그것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몸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거친 야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야구공이 날아가는 소리도, 관중의 함성도 듣지 못하는 그들이 과연 봉황기 대회에서 1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김상남 선수는 아이들에게 야구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잘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늘 혼자였던 아이들, 자기 중심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던 아이들에게 팀은 투수만 잘한다고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투수의 뒤를 지키고 있는 유격수들의 힘이 없다면 경기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야구를 한다고는 하지만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공을 무서워하고 기초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그가 노력하기 시작한다. 그도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하고 하고 싶어했던 고교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손가락이 짓무를정도로 어깨에 무리가 갈 정도로 공을 던지던 그의 과거의 열정이 성심학교 야구부원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시범삼아 경기했던 군산상고와의 경기 32대 0의 참담한 패배, 하지만 김상남 선수의 말은 일품이다.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를 동정하고 봐주는 것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장난스럽던 경기는 진지해졌다. 그들의 얕보고 동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무서운 적이다. 그들 스스로 노력해서 얻지 않은 결과는 그들의 것이 아니니 말이다. 

학교로 뛰어가다 쓰러진 아이들을 향해 소리치던 그의 모습은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였다. 소리는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다. 여기 가슴으로도 듣는다. 소리쳐라. 힘껏 소리쳐라. 더이상 가슴에 담아두지 말고 꿈을 향해 힘껏 소리치라던 그의 말은 아이들도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모두에게 감동이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야구를 한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게다가 한국프로야구선수에서 제명당한 선수를 코치로 둘 수 없다고 하는데, 누구도 아이들의 꿈을 가로 막을 수는 없다. 짓밟을 수는 없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행복해하고, 자신의 힘으로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조용하던 학교가 응원의 열기로 휩싸이고, 또래의 아이들처럼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말이다.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아 연습하고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내내 가슴이 벅찼다. 그들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는 그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야구장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랑이 있단다. 엥? 뭔 소리야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 안다. 야구장에 정말 사랑이 있더라. 

정재영이란 배우는 언제나 좋다. 연기가 좋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긴 하더라. 야구선수의 단단한 장딴지를 보여주지 못했으니 말이다. 야구부원으로 연기했던 젊은 남자배우들 정말 연기 잘 하더라. 쉽지 않은 연기였을텐데 말이다. 실제 청각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에 나온 아이들은 거짓과 폭력에 희생당했는데, 글러브의 청주성심학교 아이들에겐 꿈과 희망이 있어 보여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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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1-26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러브 봤군요? 나두 보고 싶은데....
거기다 정재영이란 배우가 나온다는 자체 만으로도 믿음이 간달까.

가슴 가득히 벅참, 좋았겠어요.

꿈꾸는섬 2011-01-27 10:52   좋아요 0 | URL
코알라랑 함께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정재영 좋아하시는군요.ㅎㅎ 저도 좋아하는데 장딴지가 아쉽더라구요.ㅎㅎ

따라쟁이 2011-01-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주 주말에!! 이거 보러 갈거에요. 오와. 리뷰가 너무 멋져서 막 기대대요

꿈꾸는섬 2011-01-27 10:53   좋아요 0 | URL
따라님 적극추천이요. 이런 따땃한 영화가 추운 겨울엔 좋아요.^^

다이조부 2011-01-2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재영이 연기 잘 하는건 인정해요 ㅋㅋ

근데 김씨표류기 홍보할때 꿈에 각하가 나와서 대박날거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호감이 사그러들더군요 ^^

연기자의 정치적성향 은 관람에 상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찝찝하긴 해요 ㅎㅎㅎ

꿈섬님도 추천하니까 저도 심심할때 이 영화 보러 가야겠ㄴㅔ요

어제 드림앤드럭스 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재미 없어서 혼났네요 휴우

꿈꾸는섬 2011-01-27 14:44   좋아요 0 | URL
ㅎㅎㅎ김씨표류기...홍보할때 그런 얘기를 했었군요.ㅎㅎㅎ
이 영화가 정말 좋았던 건, 정재영이란 배우때문이 아니라 가슴 따뜻한 울림을 전해받을 수 있어서였어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에게나 꿈은 있잖아요.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려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물겨웠구요.^^

무스탕 2011-01-2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하고 조선명탐정하고 뭘 볼까 고민하다 일단 조선명탐정을 예매해 뒀어요. 이 영화는 애들이랑 같이 가서 봤으면 해서 다른 목적으로 아껴두고 있는 중.
이 충주성심학교 야구단 아이들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서울대 학생들이 하는 야구단이 있어요. 체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아니고 야구를 좋아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모인 야구단이죠. 이 팀도 1승이 소원인 선수들이었는데 작년엔가 첫 승을 거뒀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나요 ^^

꿈꾸는섬 2011-01-29 10:04   좋아요 0 | URL
ㅎㅎ아이들이랑 함께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서울대 야구부 얘긴 남편에게도 들었어요.^^

순오기 2011-01-2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볼게 없었는데 요즘은 볼 영화가 많아요~ 뻔할거 같지만 감동이 필요하니 요것도 봐야지요.
어제는'울지마 톤즈' 마지막 상영이라서 보고 왔어요~ 눈물 콧물 흘리며 급반성했어요.ㅜㅜ

꿈꾸는섬 2011-01-29 10:05   좋아요 0 | URL
전 못봤는데, 울 언니도 '울지마 톤즈'보고 엄청 울었대요.

울보 2011-01-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꿈꾸는섬 2011-01-29 10:05   좋아요 0 | URL
아이랑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요.

sslmo 2011-01-28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정재영 때문에 봤는데...많이 아쉬운 영화였어요.
전 1월에 영화를 4개 봤는데...암튼,암튼이었어요.
트론, 해리포터, 니콜라스 케이지 나오는 마녀 어쩌구저쩌구, 그리고 이거...
이런 멋지구리한 리뷰라니, 내가 뭔가 놓친게 있나 다시 봐야 겠는걸요~^^

꿈꾸는섬 2011-01-29 10:06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도 정재영 좋아하시는군요.^^
전 뻔하긴해도 그런 감동이 좋더라구요.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같은하늘 2011-01-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소개 프로에서 봤는데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더군요.
보고싶은 영화는 정말 많은데, 아이들 개학은 안하고~~~-.-;;;

꿈꾸는섬 2011-01-29 10:07   좋아요 0 | URL
아이들 데리고 가서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우리 현준인 야구에 관심이 많아서 아빠랑 둘이 가서 보고 온대요.^^
 

남편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며 <3분 고전> 책 이야기를 꺼냈다. 난 그게 뭔데? 했는데 바로 이 책이다. 책 읽기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남편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왜 그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바로 주문 들어갔다. 

자신을 경영하고 인간을 경영하고 나아가 미래를 경영할 수 있는,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모든 지혜와 처세술을 담았단다.

쉽고 흥미롭고 명쾌하게 깨달음을 심어줌과 동시에 왜 이천 년이라는 세월을 거슬러서도 사람들이 공자, 맹자를 논하고 고전을 운운하는지,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처세술을 익힌 사람들이 왜 고전을 일컬어 '현대를 밝히는 등불'이라고까지 예찬하는지 등을 깨닫게 해 준단다. 

남편의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얼마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던 책인데 결국 구입하기로 했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평생 독서 계획을 세워 볼 생각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ㄱㅇㅎㄴ님이 생일 선물로 알라딘 상품권을 주셨다. 의미있는 책을 사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고 이 책을 구입하였다. 

이 책은 아마도 평생 함께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고전 읽기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7살이 된 현준이와 한글과 수학 공부를 해보려고 주문했다. 기탄 수학이 더 좋다고 하는데, 해법꼬마수학 1단계를 끝내가고 있으니 계속해서 해법꼬마수학으로 공부하게 될 것 같다. 대신 한글떼기는 기탄에서 나온 것인데 현준이 수준에 어떨지 잘 모르겠다. 상품평 쓰신 분들이 36개월정도 되는 아이들과 함께 공부했다고해서 현준이 수준에 안맞으면 현수가 쓰던가 해야겠다. 

 

 

맨날 오빠만 공부한다고 심통내는 현수. 저녁 먹고 잠깐 식탁에 앉아 숫자쓰기나 한글쓰기 하는 오빠가 부럽다며 자기도 공부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지요. 그래서 현수를 위한 창의력 스티커북을 주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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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1-25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ㄱㅇㅎㄴ>에 더 관심이 쏠린 1인..ㅋ
누군지 알아냈어요!!!ㅎㅎㅎㅎㅎ

꿈꾸는섬 2011-01-25 16:11   좋아요 0 | URL
앗, 책가방님 눈치가 빠르시군요.^^

전호인 2011-01-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분고전!
3분동안 힘든 것은 아닌 거죠? ㅋㅋ
자기계발서겠군요.
금년에는 소설위주로 읽으려 했는데 제가 지금 유혹당하고 있는 거죠?

꿈꾸는섬 2011-01-26 07:31   좋아요 0 | URL
ㅎㅎ3분동안 힘든 것인지 어쩐건지 전 잘 모르겠어요.
남편이 사달라고 해서 주문한거에요.ㅎㅎ
올 해는 소설위주로 읽겠다던 계획 저도 보았어요. 소설 짬짬이 다른 책에도 눈길을 주셔요.^^

후애(厚愛) 2011-01-2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주문은 늘 행복하지요.^^
저도 행복한 주문을 해 봤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1-01-26 07:32   좋아요 0 | URL
네, 정말 행복해요.
후애님도 한번 주문하실때 부러울정도로 주문하시잖아요.ㅎㅎ

blanca 2011-01-25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독서계획 읽어봐야겠어요. 현수 너무 귀여워요 ㅋㅋ

2011-01-26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1-2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분 고전 주문하셨구나....좋다고 하는데 전 이상하게 손이 안가더라구요. 그냥 책꽂이에 꽂혀 있습니다.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보내드리는건데 아쉽당..

꿈꾸는섬 2011-01-26 07:34   좋아요 0 | URL
앗, 저 세실님 페이퍼에 땡스투도 날렸거든요.ㅎㅎ 요새 읽는 책이라고......진전이 없으셨군요.
제가 읽을 책 아니고, 남편이 읽고 싶어하는 책이니 알아서 하겠죠.ㅎㅎ
근데, 좀 아쉽다..세실님께 선물 받을 기회를 놓쳤네요.ㅎㅎ 다음 기회를 노릴게요.^^

섬사이 2011-01-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꼬맹이 딸도 7살이 되었어요.
꼬마수학이라,,, 서점에 가면 한 번 봐둬야겠네요.

꿈꾸는섬 2011-01-26 14:15   좋아요 0 | URL
섬사이님 꼬맹이 따님도 7살이 되었군요.^^
사실 꼬마수학 생각보다 별로에요. 그냥 하던거라서 구입했어요.

순오기 2011-01-26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주문은 즐겁지만 밀린 책은 언제 다 볼런지~이러면서 살아요.ㅋㅋ
책읽는 남편은 칭찬해줘야 해요, 현준이도 현수도 사랑스럽고~~~~~~~^^

꿈꾸는섬 2011-01-26 14:16   좋아요 0 | URL
저도 밀린 책 많아요. 그런데도 사고 싶은 책이 줄줄이에요.
남편이 책 읽고 싶다면 바로 주문 들어가야해요. 저는 밀린 책이 많지만, 그 사람은 읽고 싶은 것만이라도 읽어야하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1-2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홋, 너무 공감가여~
나두 신랑이 어쩌다 책 본다 그러면 얼마나 반가운지, 후다닥 사주고 싶어져요. ^^

그런데 선물 준 분은,, 곧 제게 책 분양해주신다는 그 이쁜 분이군요~ ㅋㄷ

꿈꾸는섬 2011-01-27 10:53   좋아요 0 | URL
신랑이 책 사달라면 정말 좋아요. 어제 책 받고 정말 좋대요.ㅎㅎ

선물 준 분..이쁜 그 분 맞아요.ㅎㅎ

같은하늘 2011-01-29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이도 집에서 저랑 한글떼기로 한글공부하고 있어요. 매일 한장씩 하라고 하는데, 하루에 몇 장씩 한꺼번에 하지요. ㅎㅎ 앞쪽은 신나라 하는데, 뒷쪽은 쓰는게 많아 지루해 할 때도 있더라구요. 수학도 그냥 재미삼아 수셈떼기로 해볼까 하는데 어떨까 모르겠네요.

꿈꾸는섬 2011-01-29 10:07   좋아요 0 | URL
제가 정말 많이 늦은거군요. 같은하늘님 아이도 벌써 한글떼기를 시작했군요. 전 하루에 두장씩만해요. 더 하고 싶다고하지만 제가 힘들어요.ㅜㅜ

비로그인 2011-01-29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독서계획 읽고 계시는군요 ^^
왠지 지난번에 얘기하신 것 같은데.. 소장할만한 책으로, 구입하셨나 봅니다.
도서관에서 보시고 마음에 들으셨다면 꽤나 애정이 갈, 그런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
 

열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기가 참 오랜만이에요.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을정도로 오한이 들고, 거의 사경을 헤매듯이 사흘을 꼬박 누워서 지냈어요.  

우편함에는 어제부터 온 우편물이 틀림없는데 그걸 오늘에서야 발견하고 가져왔어요. 

예쁜 편지봉투를 보면서 마음이 환해지더라구요. 요즘은 누군가에게 부쳐보지 못한 편지를 받기만 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예쁜 손글씨 편지를 보내주는 후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용산전쟁기념관에서 다빈치전을 한다는군요. 초대권 2장도 함께 보내주었어요. 아이들 데리고 나들이 한번 해야겠어요. 

마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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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5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5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1-01-2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다빈치전 초대권 받았는데 날짜가 지나서 못 갔는데 흑~


꿈꾸는섬 2011-01-26 07:35   좋아요 0 | URL
아..아까워라...제가 받은 건 2월 말일까지에요. 다음엔 받은 초대권 못 가시면 분양해주세요.^^

다이조부 2011-01-2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습니다 ㅋㅋ

마녀고양이 2011-01-2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많이 아팠군요?
조금 나아졌다고 서재 돌아다니길래, 걱정했더니... 으이구.

친구분이 다빈치전 초대권 보내줬나여? 손편지에? 이야,, 좋은 친구 두셨네요.
받은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겠당... 완전 건강하세요, 꿈섬님~

꿈꾸는섬 2011-01-27 11:05   좋아요 0 | URL
약도 소용이 없는가봐요.ㅜㅜ

후배가 편지와 함게 초대권을 보내줬어요.ㅎㅎ

마녀고양이님도 건강하세요.^^

따라쟁이 2011-01-2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감기가 그래요. 근데 그거 아세요? 요새는 돌아서면 다시 걸리기도 해요.(이거 악담아닙니다. -ㅁ-;;) 그러니까 앓고 났다고 무리하시면 안되요.

꿈꾸는섬 2011-01-27 11:06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감기가 너무 무서워요.ㅠㅠ
제가 작년에 독감예방접종을 안했거든요. 괜찮을줄 알았는데 올 해에는 꼭 해야겠어요.
따라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같은하늘 2011-01-29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많이 아프셨군요?
어휴~~ 제가 요즘 이래요. 서재나들이를 못하니 뭔 일이 있는지 통~~~
주말에 가족들과 지내려면 말끔하게 나아야할텐데...

꿈꾸는섬 2011-01-29 10:08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감기가 잘 안났네요.ㅜㅜ
오늘 울 아들 학습발표회날인데...기침이 자꾸나서 걱정이에요.ㅜㅜ
 

금요일 저녁 작은 언니와 서울극장에 가서 <글러브>를 보고 왔다. 8시에 상영된 영화는 10시25분쯤 끝이 났고 부랴부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서울의 밤공기를 마시고 온 탓인가. 주말내내 발열과 오한, 콧물, 기침이 끊이지 않았다. 

머리가 아파서 내내 누워 있었는데 아들이와서 이마 한번 짚어보고는 열이 많이 난다며 물수건을 만들어와 이마에 덮어 주었다. 아프던 머리가 조금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침대에 누워 잠시 쉬었다가 밥 차려 주고 또 누워 있고, 밥 시간되면 또 일어나 차려주고 또 누워 있고, 그랬더니 허리가 다 아프고 더 이상 잠이 오질 않는다. 

멀뚱멀뚱 누워 있다가 오랜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다. 

요새 마음 쓸 일이 많아 기력이 쇠했졌던 것 같다. 

올 해 예순 둘인 작은 엄마가 폐암이란 소식을 들었다. 작년부터 편찮았던 것은 알았는데 폐암이란 사실은 감추시고 씩씩하게 지내셨다. 그러더니 돌연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그제서야 폐암이었다고 말씀을 하신다. 아들만 둘인 작은 엄마가 폐암이었다는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이유때문에 더 많이 가슴 아팠던 것 같다. 

작은엄마는 아들을 둘을 낳았다. 큰애는 정말 잘생겼고, 자신의 일에 빠져 정신없이 살아간다. 결혼적령기가 한참 지났는데도 일하느라 결혼도 안하고 있다. 작은애는 아기때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뼈가 약해 매일 부러지고, 우리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팔이며 다리가 성한 날이 없었다. 제대로 된 정규 교육을 포기할 정도였다. 나중에 검정고시 패스하고 지방의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장애인들에겐 이 사회가 호락호락하거나 만만하지 않다. 자신의 일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아도 일을 갖기가 쉽지 않았고, 심지어 보건소에서 잠깐 일했는데 왜소증에 시달리는 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나보다. 작은 엄마는 작은 아이때문에라도 돈 버는데 집중했었다. 부모가 없는 세상에서 작은애가 어찌 견디며 살아갈까를 생각하면 돈이라도 많이 물려줘야 그 녀석 죽을때까지 고생 안하며 살거라는게 작은엄마네 생각이었던 것 같다. 결국 아들들에게도 폐암이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다 죽어가는 모습이 되어서야 폐암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병실 침대에 누워 온 몸이 퉁퉁 부어있는 작은 엄마의 모습은 솔직히 끔찍하다. 온 몸에 암세포가 전이되어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의사선생님 말씀, 더 이상 그 어떤 노력도 할 수가 없는 지경이란다. 내가 봐도 이번 달을 넘기실 수 있을까 싶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눈물이 난다. 20여년을 넘게 실질적인 가장 노릇을 했던 작은 엄마의 삶을 알기에 더 많이 가슴이 아프다. 이제 좀 살만하다 싶은 순간에 암이란 녀석이 불쑥 찾아왔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기력이 있을때 폐암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병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내 생각은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런 마음때문인데 언니들은 이런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만든다. 

아, 그제, 박완서 선생님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담낭암 수술을 받았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제 도저히 견디실 힘이 남아 있지 않으셨던가 보다. 문학계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박완서 선생님의 부고 소식에 또 많이 안타까웠다. 

박완서 선생님, 부디 편안한 세상에서 영면하시길 바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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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1-24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푹쉬셔야 감기도 어서 낫지요.
가끔 자식이란 참 염치가 없는 존재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꿈꾸는섬 2011-01-24 11:59   좋아요 0 | URL
병원가서 주사맞고 왔더니 좀 괜찮아졌어요.^^
휘모리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무스탕 2011-01-2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추워지고 있어요. 이번주 또 대따 춥대잖아요. 어여 감기 떨쳐내야죠.
울 엄니는 저 감기라도 걸리면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넌 애 키우는 애미야. 네가 아프면 애들은 어떻해. 하고요.
80나신 노인네가 자식이 감기걸리면 차도 타다주고 약먹고 잠들면 내팽개쳐둔 설겆이도 몰래 해치우고..
애들 앞세워 얼른 낫거라 하시지만 그 뒷편엔 자식 콜록대는게 안쓰러우신거죠.
엄마는 다 그런가봐요..

꿈꾸는섬 2011-01-24 12:00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고맙습니다.^^
오한이 들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ㅜㅜ
주사맞고 약 먹고 그랬더니 좀 좋아졌네요.
주말 내내 잠은 정말 많이 자서 그런가 잠이 안와요.ㅜㅜ

2011-01-24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1-2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팠어요? 거기다 기운없는 소식만 잔뜩 있었군요.
꿈섬님 힘들었겠다... 약 먹고 좀 좋아졌다구요? 더 쉬시구요.

좋은 한주 되세요. 꿈섬님 힘나는 소식 가득 생겨라.. 얍!

꿈꾸는섬 2011-01-25 15:03   좋아요 0 | URL
아직도 아파요. 좀 괜찮은가 싶더니 다시 열나요.ㅜㅜ

마노아 2011-01-2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먹먹하네요. 작은 어머님 소식도, 그분의 아드님 이야기도...
그 아픔을 지켜보고 계신 꿈섬님의 마음도 아리게 다가와요.
그럼에도.. 기운 차리시고 힘내셔요. 날도 추우니 마음이라도 더 따뜻하게 여며야 해요.

꿈꾸는섬 2011-01-25 15:03   좋아요 0 | URL
참 가슴 아픈 일이에요.ㅜㅜ

몸도 마음도 감기를 앓고 있어요.

울보 2011-01-2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에 걸리셨군요,,
음,,,,,,,,,,,,,,시작은 어머님이랑 비슷하시네요,,그분을 보고 있으면 함께 한시간은 얼마 안되지만 가끔 지켜보면마음한켠이 쓰린데 시어머님은 그분말씀만 하시면 속상한지 우세요,,
참 씁쓸..건강 빨리 좋아지세요,,

꿈꾸는섬 2011-01-25 15:04   좋아요 0 | URL
감기가 독하네요.ㅜㅜ
울보님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계시군요. 정말 많이 안됐어요.ㅜㅜ

따라쟁이 2011-01-2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여미셔요.
아프지 마세요. 몸도 마음도.

꿈꾸는섬 2011-01-25 15:05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고마워요.^^

순오기 2011-01-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들은 정말 자식 때문에라도 아프면 안돼요.
꿈섬님 마음에 찬바람이 불지만 그래도 기운 내셔야 해요.
불끈 힘내시고~~~~~~ 맛난 것도 찾아 드세요.

꿈꾸는섬 2011-01-25 15: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자식 생각해서라도 건강해야죠.^^
힘이 나는 댓글들 덕분에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sslmo 2011-01-25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 차리라고 응원 한번 해야겠다.
힘 내요, 다독 다독~^^

꿈꾸는섬 2011-01-25 15:06   좋아요 0 | URL
응원에 힘입어 감기가 떨어졌으면 좋겠어요.

같은하늘 2011-01-29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먹먹한 이야기예요. 미리 치료를 받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꿈섬님 힘내시라고 토닥토닥~~~

꿈꾸는섬 2011-01-29 10:09   좋아요 0 | URL
치료는 계속 받고 계신 상황이었는데 치료의 효과가 없으셨대요.ㅜㅜ
 
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생에 '그냥'이라는 대답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적이 있다. 누군가는 애타게 살고 싶은 오늘일 수 있는 그날을 내가 살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기 시작한지 한참만에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조금은 거친 문장들에 눈살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그녀 나름의 쿨함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 책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건 문장들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고, 또 어떤 작품을 만들었는지......이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 마음이 비뚤어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읽고 그녀에 대해 왜 이리 부정적으로 사고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는 언니의 준비물을 준비하러 간 놀이터에서 만난 오빠에게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울고 왔다는 말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를 알면서도 그녀를 다독이며 안아주고,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주절주절 끊임없이 말을 하셨다는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에서부터 그녀에게 상처는 혼혈이라는 것 하나뿐인 것만 같았다. 무역업을 하신 아버지는 경제력으로 무능하지 않으셨을 것 같고, 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어머니는 교육에 무지하지 않으셨을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에게 식사예절과 파티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이것이야말로 없이 살았던 사람들에겐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를 생각했다. 

우리 나라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 그녀의 어린시절처럼 부유하게 살 수 있었던 아이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지금이나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지, 그녀가 살았던 그 시절 해외여행이란 쉽지 않았을텐데, 그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고, 여행을 즐기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신도 여행을 즐기며 산단다. 처음엔 '구름투어'라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읽다보니 내겐 뜬구름잡는 이야기로만 들리는 건 뭐냔 말이다.  

   
  내가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 당연히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내 군단들에게 격식이 있는 파티문화를 제대로 알려주고, 배우게끔 하기 위해서다. (중략) 나는 이들이 제대로 된 파티의 시작과 끝을 배우기를 원한다. 파티를 열거나 초대받았을 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준비해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말이다. (중략) 처음엔 칼질도 제대로 못하던 애들이었지만, 지그믄 꽤 큰 파티도 스스로들 준비해서 손님들을 접대할 줄 안다.(181쪽중)  
   

 자신은 큰 뜻을 품고 가르쳤다고 하는데, 칼질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슬퍼했다. 우리 부모 중 누구도 서양의 파티 문화를 제대로 알고 계신 분이 안 계셨으니 말이다. 게다가 나는 이런 파티를 아직까지도 접해보지 못했다. 또, 그녀의 서양우월주의가 느껴져 울컥했던 것도 같다.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말이다.

꿈과 열정, 노력만으로 이루지 못하는 배경의 벽을 느끼고 또 느낀다. 그녀는 단지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이 내게는 '그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멋지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그녀가 나오는 '남자의 자격'을 보았다. 30명의 단원을 이끌고 가는 그녀의 힘을,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각각이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울림으로 내 가슴을 두드렸으니 말이다. 그녀의 압도적인 지휘 아래 단원들이 변화하는 것을 나도 보았으니 말이다. 거제도에서 열린 합창대회편을 보고 나도 함께 눈물이 나려고 했으니 말이다. 

   
  감정을 다스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집에 도둑이 들고 불이 나도, 자식이 아프거나 다쳐도, 할머니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해도, 공연을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마음으로 큰일 있어도 공연이 끝난 후에야 돌아가신 부모님께 달려가 펑펑 울어야 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야 병원으로 달려가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207쪽)  
   

그녀는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연은 올려져야 한다는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난 그렇지가 않다. 그러니 난 집에서 아이 키우며 살림이나 하며 살고 있는가 보다. 내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상상만으로도 난 벌써 눈물이 핑 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이가 병원에서 앓고 있는 상황에 나라면 절대 공연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준비없이 진행하는 것은무모하고 여행의 어디쯤에서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한번쯤은 준비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나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걸 보고, 느끼고, 재지 않고 박장대소하는 여행. 해볼 만하다.(252~253쪽)  
   

 그녀는 정말이지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다. 자유를 만끽할줄 아는 여행가이며 낭만자이다. 그런 그녀와 여행은 한번쯤 떠나보고 싶단 생각을 한다. 

 

지금, 현재, 내 삶의 모습이야말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가 '그냥'이라는 말로 자신의 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얄밉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은 특별한 기회들을 그녀 스스로 잘 활용했기에 지금의 그녀가 되었을테니까 말이다.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스스로 즐기며 멋지게 해내는 그녀는 정말 멋진 음악 감독이다. 그녀의 멋진 삶에 그만 배 아파해야겠다. 지금의 그녀가 되기까지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겠다. 그런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어느것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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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2011-01-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좋았거든요.
물론 이 글을 통해 그녀가 싫어진 건 아니지만 알아보고 어떤점이 좋은지를 나 스스로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알고 좋아하는 것과 모르면서 그냥 좋아하는 건 다르잖아요.

꿈꾸는섬 2011-01-24 07:05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 저도 그냥 좋았던 걸요.
저도 그녀가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부러워요. 질투가 나요. 그런 인생의 기회는 아무나에게 오는 건 아니잖아요.

blanca 2011-01-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저도 이 책을 읽었다면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동감해요....

꿈꾸는섬 2011-01-24 07:06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 이 글 쓰면서 박칼린저자에게 미안했어요. 그녀의 인생을 제 맘대로 부정적으로 보는게 말이에요. 그런데도 배가 아픈 건 사실이에요.

순오기 2011-01-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그녀가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는 게 확실한 차별화를 가져오죠.
그런 환경 조건은 부모로부터 '그냥' 온 게 분명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자신이 만들어 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녀는 싱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니까, 남편 자식 있는 우리는 그녀가 모르는 세계를 누리고 있으니 배 아파하지 말자고요. 그녀도 때론 가족과 알콩달콩 사는 우리가 부러울지 모르니 피장파장일지도.^^

꿈꾸는섬 2011-01-24 07: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저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환경을 제공할 자신도 사실 없어요. 그래서 더 많이 배가 아픈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저도 인정해요. 그녀가 멋지다는 것도 알고요. 그래서 그녀에게 더 질투가 나는가봐요. 그녀가 모르는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위안이 되긴 하겠어요. 역시 순오기님^^ 고마워요.

마녀고양이 2011-01-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두 요즘 이 책 읽고 있는데....
역시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가봐요. 나랑 받는 느낌이 많이 다르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리뷰였어요.

꿈섬님의 리뷰로 인해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나머지 부분을 읽어야겠어요. 잘 지내고 계시죠? ^^

꿈꾸는섬 2011-01-24 07:09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 이 책의 리뷰가 대부분 그녀가 너무 멋지다고 하니까 더 배가 아팠던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님의 느낌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지네요.

같은하늘 2011-01-2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읽기 전에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어려서 많은 아픔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너무 완벽하게 커버해줄 환경이 조성되어 있더라구요. 전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온 그녀의 모습만 보기로 했어요.^^

근데... 꿈섬님 주소변동 없으시죠? 책 날아 갑니다.

꿈꾸는섬 2011-01-24 07:10   좋아요 0 | URL
열심히 노력해온 그녀, 정말 멋지죠.^^
아, 저에게도 책이 오는군요. 고맙습니다.

2011-01-24 0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4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