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수업을 끝내고 도서관에 들렀다.
다음주에 필요한 책이 네권이다.
이 책으로 완성된 지도안을 만들어 금요일에 모둠이 모여 논의를 해야한다.
<책 먹는 여우>의 작가 쓴 책이다. 물론 재미있고, 신선하다.
게으른 고양이의 생활에 변화를 준 기특한 벼룩을 생각하며 웃음이 난다. 다시 벼룩을 되찾으러 가는 게으른 고양이, 귀엽다.
읽을땐 즐거운데 지도안 만드는 건 쉽지가 않다.
초등 2학년이 적격이란다. 하긴 1학년이 읽어도 되긴 하지만 이해가 쉽진 않겠다.
이 책은 조카 책을 빌려서 읽었던 것인데 다시 또 읽어도 재미있다.
농장에서 훔쳐오는 오리와 거위, 닭을 먹고 사는 여우 가족. 여우를 잡겠다고 굴을 파고, 굴착기를 가동하고 심지어 여우가 배고프면 굴을 빠져 나올거라고 굴 앞을 지키고 서 있는 농장 주인들. 여우는 이들을 보기 좋게 피해 그들의 농장 바닥으로 숨어 들고, 땅 속에 사는 다른 동물 친구들과 만찬을 즐긴다.
다른 이의 물건을 훔쳐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해 여우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오소리는 좋지 않은 일인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과 얘기해보기 쉽겠단 생각에 이 책을 맡은 모둠이 부럽다.
유은실 작가의 책이란다.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물론 재미있을 것 같다. 무슨 내용인가 찾아보려다가 귀찮아서 그만 둔다. 내일 읽으면 될 것을 뭘 찾아보냐 싶다.
이 책도 조카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내용은 왜 기억이 잘 안나는지 모르겠다. 읽기만하고 정리를 해두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 책은 도서관에 두 권이 비치되어 있는데 모두 대출중이다. 이웃 도서대출 신청을 해준다는데 다음주 화요일 전에 빌려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수업을 듣는 언니가 떡볶이와 순대를 먹고 가자고해서 같이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하다보니 시간이 촉박해서 도서관에 오래 있지 못했다. 아이들 데리러 갈 시간이 촉박해지면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은 새로 들여온 책중 눈에 띄는 것으로 두 권 집어 왔다.
현수 낮잠 재우기 전에 읽어주었는데 정말 좋아했다. 그림이 주는 상상효과가 만점이다.
오리야? 토끼야? 하고 물을때마다 현수는 "오리"하고 말했다가 다시 "토끼"하고 말한다.
마지막 개미핥기 그림은 내가 지문을 다 읽기도 전에 공룡 그림이란다. 현수 눈에도 보였던가보다.

글도 그림도 너무 예쁜 책이었다.
맨발의 거지 소년에게 가마를 타고 가는 아씨가 꽃신을 벗어준다. 거지 소년은 그 아씨에게 신발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갖바치를 찾아가 신발 만드는 법 배우기를 청한다.
신발 만들기 10년, 장인이 된 소년, 신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에게 맞는 신발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처음 자신에게 꽃신을 벗어준 아씨의 혼례식에 신을 신을 만들어 주는 소년. 글도 그림도 정말 예술이다. 전통 신발의 종류까지 알아보는 좋은 책이다.
현수 낮잠 자는데 읽어주는데 제 수준에 맞진 않았지만 예쁜 그림에 눈길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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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담그고 밀리는 길을 다섯시간을 운전하여 돌아온 집, 배추쌈을 많이 먹어 배탈이 난 아들은 차안에서 급 설사를 한다고 울고불고, 속옷에 약간 묻히기까지 하지만 휴게소까지 잘 참아주어 휴게실에서 큰 일 치르고 속옷 갈아 입혀주었다. 현수는 거의 다 와서 다시 또 밀리는 통에 차멀미가 나는 듯, 엄청난 양을 구토하고, 다 왔다고 안도하고 저녁을 먹는데 현준이가 저녁 밥상에 구토를 했다.
몸은 천근만근 정말 허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다리까지 안 아픈 곳을 찾을 수가 없는데 남편은 아버님이 주는 술 받아 마시고 운전 못 하겠다고 버티고, 결국 운전까지 내 몫이라는게 짜증이 나고, 길이라도 안 밀렸다면 좀 나았을 것을 길은 또 어찌나 밀리던지, 일찍 올라오려는 내 계획과 무관하게 늦게 올라가게 된 상황까지 모든 것이 내려가서 즐겁게 일하던 그 순간들까지 모든 것을 짜증나게 만들다가 결국 애들 아픈 상황까지 되고 나니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몸도 마음도 서글픈 일요일 밤을 보내고, 월요일은 아이들 보내놓고 종일 침대를 지켰다. 딱히 책을 읽은 것도 아니고 볼거리 없는 TV 리모컨을 열심히 누르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화요일 문화센터 다녀오고 도서관 다녀오고 아이들 데려오고, 다시 남편 데리러 갔다오고, 그리고 저녁밥해서 먹고 치우고 현수 씻기고- 현수가 요새 아빠와 샤워를 거부한다. 벌써 그럴때인가? 싶다가도 아무래도 아빠의 거친 손길이 싫은가보다 생각하며 힘들어도 내가 씻긴다.- 현수가 어질러 놓은 것 치우고 연평도 뉴스를 보고 또 보았다. 전쟁, 생각만해도 무섭다.
그리고 9시가 조금 넘어서 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깼다. 하긴 어제 오늘 많이 쉬었다.
김장 담그러 가기 전에 썼던 글에 위로의 글을 써주셨던 분들의 댓글을 보면 힘이 막 솟아났다. 이곳이 좋은 이유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쓴 글에도 일일이 마음을 담아 위안을 보내주는 이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여전히 철이 없어 할말과 하지 말아야할 말도 잘 구별 못하고 쓸 말과 쓰지 말아야할 말을 아직도 잘 구별하지 못하는가하는 생각에 많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힘이 되어주시겠다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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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님 서재에 갔다가 남편을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겠다는 글을 보았다. 요새 남편에 대한 내 감정은 바닥이다. 남편이 아무리 잘 해주어도 사랑통장이 바닥이 나고 있는 느낌이다. 처음 결혼할때 가졌던 생각과 많이 달라진 내 모습도 낯설지만 주변의 상황에 순응하지 못하는 내가 참 못났단 생각을 한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것들 그냥 웃으며 넘기면 좋을텐데 말이다.
시부모님 이사하신 집에 장식장이 필요하다고해서 이사하던 날 돈을 드리고 왔었다. 매번 받으실땐 고맙다고 하시지만 막상 그 시간이 지나면 그런 건 생각도 안 나시는 것 같다. 우리집 거실에 뭐 대단한 장판은 아니지만 다른 장판보다 큰사이즈의 장판을 깔아 놓았다. 아무래도 작은 것보다 큰 것이 열효율이 높을테니까 말이다. 어머님이 은근히 물어 보신다. 장판 어디서 얼마 주고 샀냐고? 작년에 인터넷에서 십만원정도 주고 산 것 같다고 했더니 그게 너무 좋아 보이신단다. 그냥 그거 하나 사달라고 하시기가 미안하셨던 걸까? 하긴 난 한달에 5만원 선에 맞춰 사던 책도 안 사려고 기를 쓰는데 십만원짜리 장판까지 사달라고 하시면 좀 난감하긴 하다. 장판 하나 사드릴까요? 결국 내가 먼저 묻게 되었고, 다음에 사드릴게요. 했더니 꼭 안 사도 되고, 집에 있는 걸 주어도 된단다. 어쨌든 나도 필요해서 산 물건인데 그걸 가져도 된다고 하시니......이건 새로 사야하는건지, 집에 있는 걸 드려야하는건지 고민중이다.
내가 이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내 생각은 그렇다. 김장하는 날을 미리 정해서 말씀 드리는 건 시골에 계시는 분들이 내려가는 사람들 생각해서 미리 준비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좀 있다. 작년 김장엔 자기 일하던 사람이니 오전에 일찍 내려가 배추 뽑는 것부터 같이 했지만 올해는 6시가 넘어서야 출발을 했고, 9시50분쯤 도착했다. 그 시간에 배추를 절이고 계시더라. 남편이랑 나랑 거들어서 배추를 절였다. 새벽 2시반에 남편이랑 나가서 배추를 뒤집어 잘 절이게 했다. 일찍 일어나 서둘러 김장해야하니 술을 마시지 않겠다던 남편, 아버님이랑 주거니 받거니 소주 2병을 마셨다. 당연히 일찍부터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배추를 절여놓고 들어와 쪽파를 다 다듬고, 무랑 갓을 달라고 했더니 무는 땅에 묻혀 있고, 갓은 뽑아 놓았는데 내일 다 하란다. 보통 전날 속 재료를 모두 마쳐 놓아야 다음에 배추 헹구고 속을 버무려 넣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내일해도 실컷 하는데 자꾸 서두른다고 역정을 내신다. 그때 알았다. 다음날 하루종일 시골 집에 있길 바라신다는 걸 말이다. 한동안은 길이 밀린다고 12시전에 시골집에서 떠났었는데 12시를 넘기기 시작하면서 차라리 밤에 가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김장하고 조금이라도 일찍 올라가야 조금이라도 쉬고 다음날 일하는 사람도 편하고 나도 집에 가야 쉴 수 있으니 얼른 집에 가고 싶은게 내 마음이다. 하지만 시부모님 마음은 역시 다르다. 심지어 남편 운전 안 시키려고 아침에 술 먹이고, 점심에도 술 먹인 것 같아 솔직히 마음이 편치 않다.
요새같아서는 정말 남편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할 것 같다. 사랑스럽지가 않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안마를 해주겠다더니 여태 그 안마는 받지도 못했다.
오늘 아침 밥상에서 현수는 또 시골에 가고 싶단다. 하지만 현준인 싫단다. 엄마는 맨날 시골가면 일만하고, 집에 와서 아프고, 자기도 차에서 고생하고 자기는 시골 가는게 싫어졌단다. 에구, 내가 너무 티를 냈다 싶었다.
순오기님 서재에서 세 아이 모두 잘 키우고 계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동하고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줄까를 생각한다. 현준이, 현수도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건강하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대로 지껄여도,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흉을 본다해도 여기에 이렇게 쓰고나면 속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이제 좀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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