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동네 앞동산에 데려가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한다. 낮지만 아이들에게는 숲속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파트, 자동차 이런 것들만 보던 아이들을 데리고 앞동산을 올라가며 나무도 보고 풀들도 보고 꽃들도 본다.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체력 단련장이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잠깐 쉬었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토요일에는 운이 좋게 청솔모 한마리가 나무에 걸어둔 물을 먹으러 오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들도 신이 나서 재잘대고 청솔모는 나무를 타 넘고 열심히 오르락 내리락하며 분주했다. 역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수는 다람쥐도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다람쥐는 사람들이 무서워 나무 속에 숨어 있다고하니 겁내지 말고 한번 나와 보란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천마산을 다녀왔다. 마석에 3년을 살면서 처음 가봤다. 이곳에 왔을때 현수가 막 100일을 넘겼으니 산에 다녀올 여력이 없었다. 아이들이 산에 가고 싶다고 재잘대어 동네 언니의 얘기를 듣고 약수터까지만 다녀오기로 하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 천마산을 올랐다. 앞동산에 오를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역시 산은 산이었다. 가파른 길을 잘 오르던 현수 꾀를 부렸지만 약수터까지 잘 올라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사발면에 물을 부어 주었더니 후루룩 잘도 먹는다. 바나나, 포도, 과자, 오징어 구이를 쉬지 않고 먹는다.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과 얼마나 흐뭇하게 웃었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근처에서 놀이를 했고 남편과 나는 돗자리에서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져갔던 물병 하나에는 약수 물도 받아 오고, 산에서 물을 받는 재미도 좋았던가보다. 

가을 산 향기가 너무 좋았다. 소나무 향기라 폐속까지 전해지면서 몸도 마음도 모두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산 속에 앉아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스텔라님이 쓰신 부분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 쪽이나 마음에 드는 곳부터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일기와 편지 쓰기에 대한 스텔라님의 생각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친구를 떠올렸다. 고등학교 3년내내 편지를 주고 받았던 친구가 몇명 있었다. 그중 졸업후에도 편지를 주고 받던 친구가 있었는데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편지가 끊겼고 더 이상 연락이 되질 않는다. 잘려진 기억들 속에는 분명 나의 잘못이 떠오르고 산 속에서 그 친구를 생각하니 조금은 쓸쓸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 나를 살찌우던 친구였는데 말이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했던 친구, 간호대학을 다녔으니 어느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돌보는 간호사가 되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어릴때 주고 받았던 편지함을 꺼내어 그 친구의 편지들을 읽어 보았다. 그 당시 우리를 울렸던 이승환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감동 깊게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매일 새벽 6시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어느 시점에서 연락이 끊어졌던 것일까를 생각해보니 다시 떠오른다. 사람들에 대한 나의 무책임함. 소홀함. 아, 이런 것들 때문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미안해진다. 

대인관계에 늘 서툰 나는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잘하는데, 어느 순간 그 소중함을 잊게 된다. 나는 나에게 너무 몰두하는 사람인 것 같다.  

예전에 1년을 넘게 봉산탈춤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 사람들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은 그런 무심한 사람인 것 같다. 그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조차하지 않으니 말이다. 

기억이란 참 이상하다. 서로 연관도 없는 것들이 불쑥 서로 연관을 맺은 듯 튀어나오니 말이다. <100인의 책마을>을 읽으며 오래된 일기장과 편지들을 찾아보고 친구를 떠올리고 그 친구와의 소원함을 생각하다보니 봉산탈춤 배우던 그때가 생각나다니 말이다. 

감은빛님의 글도 읽어 보았다. 환경운동가였다는 감은빛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 동네 앞동산이 없어질 거란 생각을 하며 조금 씁쓸했다. 그 동산을 허물어 그곳에 체육시설을 들여 놓는단다. 이 동네는 값싸고 질 좋은 체육시설이 없다. 심지어 비싸지만 이용할 수 있던 곳은 몇달전에 문을 닫았다. 그러니 체육시설이 들어오면 좋긴 하지만 아이들과 잠깐 휴식하며 찾을 수 있던 공간이 사라진다니 너무 안타깝다. 나무를 타고 날아와 물을 마시고 가는 청솔모의 모습에 열광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말이다. 이제는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 다녀야만 하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체육시설이 들어오면 분명 유용하게 이용할 것인데, 그곳에 체육시설이 들어오는 걸 반대해야하는걸까? 왜 하필, 그곳이냐고 말하지만 이 곳에 그럴 장소가 그곳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편의시설을 환영하지만 조금이라도 남은 자연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다른 사람들의 책 읽기를 엿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우선 두분의 글을 읽고 책 소개를 받았다. 앞으로 어떤 책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기대된다. 

아이들 데리고 종종 산을 찾아와야겠단 생각을 했다. 자연 속에 있어야 자연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낄테니까 말이다. 우리가 가져갔던 쓰레기는 모두 집으로 가져와 분리수거를 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그래야 더 소중한 것을 알게 될테니 말이다.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하는 아들이 있어서 참 좋은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도 언젠가는 정상까지 다녀오게 되겠구나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과 아이들 자라면 지리산 가자고 했더니 열심히 걸어다니며 체력을 비축해두란다. 언젠가 아이들과 지리산 산행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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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18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산을 무척 좋아하긴 하는데 움직이는걸 안 좋아하다보니
(아이러니한 이 현실..)
산속의 그 정취를 맡을 기회가 별로 없답니다ㅠ.ㅠ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 역시 평소때 열심히 걸으며 체력을 먼저 만들어야겠어요.
산 입구에서부터 헥헥거리는 엄마가 되지 않으려면요!!

꿈꾸는섬 2010-10-18 00:51   좋아요 0 | URL
저희도 참 오랜만에 산을 갔어요. 아이들 어리다는 핑계로 참 멀리했었는데 막상 다녀오니 정말 좋더라구요. 혼자 오신분도 많고 가족과 온 분도 많고 산악회에서 오신분들도 많구요.
오랜만에 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 이 가을 가기 전에 산행 한번 계획해보심 좋을 것 같아요.^^

sslmo 2010-10-18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집 바로 뒤가 작은 동산인데...저얼때 안 올라갑니다.
나중에 어떻게 얼마나 고생할려고 이러는지 원~
제가 현준이,현수보다 등산을 못할 것 같습니다~ㅠ.ㅠ

꿈꾸는섬 2010-10-18 01:16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곳은 원래 산이었을거에요. 산을 깍아 아파트 단지가 들어왔지요. 그중 일부가 동산으로 남은거죠. 여기 사는 사람들의 일부는 그곳을 즐겨 다녀요. 운동삼아, 아이들과 놀이 삼아 말이죠. 근데 그곳이 없어진다니 좀 안타까워요. 집 바로 뒤에 좋은 곳이 있는데 왜 멀리하세요. 책만 읽지 마시고 아들이랑 가끔 데이트 삼아 올라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0-10-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산에 가면 참 좋을텐데...
역시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인 것 같아요.^^
전 가을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꿈꾸는섬 2010-10-18 17:16   좋아요 0 | URL
가을 산 정말 좋아요.^^
후애님도 옆지기님이랑 산책 많이 하시잖아요. 두분이 오붓하게 다니시는 것도 좋아보이더라구요.^^

마녀고양이 2010-10-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향기라는 단어가 제게 훅 들어오네요.
꿈섬님 페이퍼로 다시 한번 가을을 느낍니다.

즐거운 산행이었네요. 그리고 탈춤도 배우셨어요? 우아, 저는 사물놀이 꼭 배우고 싶어요. 그 신명나는 꽹과리와 북소리가 제 심장 소리와 같이 뛰놀거 같아서요.
가슴이 펄럭 뛰는 페이페예여~

꿈꾸는섬 2010-10-18 17:17   좋아요 0 | URL
가을 산 너무 좋아요.^^
탈춤을 배웠더랬죠. 지금은 뭐 기억도 가물가물...
사물놀이는 정말 신명나죠.^^

마노아 2010-10-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최고로 소중한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소중한 사람일 것 같은데, 막상 그 적을 떠나고 나면 연이 잘 이어지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지 않게 지금의 인연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나봐요. 그 인연들이 나중에라도 어떻게든 영향을 또 주면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꿈꾸는섬 2010-10-18 17:18   좋아요 0 | URL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마노아님 말씀 맞아요.^^
나중에 또 어떻게 만나게 될지 인생은 알 수가 없어요.^^

전호인 2010-10-1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의 향기.
글이 참 예뻐요.
가을산과 어울리는 풍경도 새롭고요.
인연이라는 것이 참~~~, 모두가 소중함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꿈꾸는섬 2010-10-21 00:45   좋아요 0 | URL
산을 다녀오니 산의 향기를 알겠더라구요.^^

소중한 인연을 귀히 여겨야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살았네요. 후회돼요. 그래서 지금부터 만드는 인연들은 좀 더 소중하게 최선을 다해야겠단 생각을 해요.^^

blanca 2010-10-1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봉산탈춤을 배우셨군요. 우아...저는 그 감은빛님이 여기의 감은빛님인 것도 제대로 매치 못시켰더랬어요. 저도 떠올려 보니 참 그 때는 절절했는데 연락이 끊긴 사람이 너무 많네요....사람을 챙긴다는 것도 참 큰 일인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21 00:46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이 환경운동을 하셨더라구요.^^ 멋지세요.^^
결혼 이후 사람 챙기는게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10-2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 나도 어제 무등산 증심사에 가봤어요.
광주에 둥지를 틀고 22년만에 가봤는데 다람쥐가 여기저기 쪼르르 달려다녀서 귀여웠어요. 현준이 현수도 좋았겠네요.^^

꿈꾸는섬 2010-10-21 00:4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가을산 정말 좋죠?
저희도 천마산에서 다람쥐 보았어요.^^
아이들 너무 좋아했어요.ㅎㅎ
매주는 힘들더라도 분기별로 한번씩 다녀오면 좋겠더라구요.^^
 

문학동네에서 사랑스러운 이벤트를 열었다. 장바구니에 담은 문학동네 책을 10명에게 선물로 보내준단다. 5만원 상당의 읽고 싶은 책이라니 이 책들을 고르면서부터 설레임은 시작되었다. 어떤책을 골라야할까? 어떤책을 담아야할까? 요새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흥미롭고 재미난 책들이 어디 한둘인가 말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책 중 읽고 싶었지만 미루고 있던 몇권의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본다. 

1.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전권 (40,860원)

알라딘 서재에서 블로거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1Q84> 이 책이 나올때부터 하루키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였었다. 

하루키를 만났던 건, 스무살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하루키의 광팬이었고, 그 언니를 통해 하루키의 대부분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상실의 시대> <댄스 댄스 댄스> <태엽 감는 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해변의 카프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등 ......친한 사람이 좋아하는 작가는 나도 모르게 따라서 좋아하게 된다. 그 언니덕에 하루키를 알게 되고 그의 책을 읽고 참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그의 문학관도 좋고, 그가 이야기하는 방식도 좋다. 그러니 이 책 <1Q84>가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듣고 있다. 그러니 직접 읽고 싶을뿐이다. 

2. 김훈 <공무도하> (9,900원)

 김훈의 독특한 문체가 때론 당황스러울때도 있지만 읽어본 그의 작품들은 모두 좋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 <남한산성> <자전거여행> <밥벌이의 지겨움> 등...... 

읽었던 책이 기대처럼 좋은 작가의 책은 또다시 찾아 읽게 되는게 기본이다. 김훈의 <공무도하>는 또 어떤 책일까 궁금하다. 그의 글 읽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란 생각을 한다. 읽고 싶다. 

이렇게 4권을 담았더니 50,760원이란다. 담아놓고보니 <1Q84>가 비싼편이다. 이 책들을 받아볼 수 있다면 올 한 해를 더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겠단 생각을 해본다. 여하튼 책을 나눠주는 이벤트는 정말 사랑스럽다. 당첨의 여부를 떠나 생각만으로도 벌써 행복하다. 

문학동네, 너무 멋져요.^^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pn=101013_moon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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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10-1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 많이 읽으셨네요. 전 달랑 달리기 에세이 한권. 상실의 시대 읽다 말았습니다. 요 책 참 땡기는데 아직도 안 읽은거 보면 우리도 대단하죠^*^

꿈꾸는섬 2010-10-18 01:13   좋아요 0 | URL
그가 낸 책들에 비하면 얼마 안되죠. 하긴 권수로 치면 많긴 하네요.ㅎㅎ

sslmo 2010-10-18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저랑 찌지뽕이네요~
전 하루키나 김훈이나 소설보다는 수필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18 01:18   좋아요 0 | URL
ㅎㅎ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앗 그러시군요. 소설보다는 수필...하지만 전 둘다 좋아요.^^

후애(厚愛) 2010-10-1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좋아하시는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화이팅~!!

꿈꾸는섬 2010-10-18 17:19   좋아요 0 | URL
하루키에 매료된 사람들은 하루키를 떠날 수 없을거에요. 아는 언니가 그런 사람이었죠. 저도 덩달아 좋아하게 되었어요.^^

마노아 2010-10-1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책이 두꺼워서 네 권이어도 다른 책들 다섯 권 분량보다 무거울 것 같아요.^^ㅎㅎ

꿈꾸는섬 2010-10-18 17:19   좋아요 0 | URL
ㅎㅎ비싼만큼 두꺼운 것이군요.ㅎㅎ
 
2010년 새해에는

2010년 새해를 열면서 올 한 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리스트를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알라딘에서 이벤트까지 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때 당첨금으로 5만원의 적립금도 받았었다. 

읽은 책도 읽고 읽지 못한채 방치되어 있는 책들도 상당히 눈에 띈다. 

요새는 그저 재밌게 읽을거리가 좋다. 머리 아프고 골치 아픈 것들은 뒤로 제쳐두고 싶은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얼마전 언니네 집에 가서 조카가 열심히 읽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를 가져왔다. 가져 온지 벌써 두달 가까이 되었는데도 읽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뭐 재미난 책이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해리 포터를 집어 들었다. 

오전에 후딱 읽었다. 역시 재밌구나! 

영화로 보긴 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언뜻 떠오르기도 하고, 책 속으로 빠져 들었다. 

아이들 데려오고 오후에 2권도 후딱 읽어야겠다. 

역시 책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재미가 있어서 좋다. 세계의 어린이들이 해리 포터에 빠져들만 하단 생각을 하면서 나에게도 이런 기발한 상상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의 삶이 이 책으로 인해 완전히 변한 걸 생각하면, 요새 전세값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은 걸 생각하면 좀 막막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즐겁게 재미있게 살아보려고 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으니 그런 우울한 생각도 잠시 잊게 된다.  

해리 포터를 읽는 며칠간은 잡생각없이 재미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에 행복하다. 

한 며칠 동안은 행복할 것 같다. 

마이리스트에 계획했던 책들을 먼저 찾아 읽어야겠다. 그렇게 올 한 해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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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1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해를 마무리 하신다는 말씀을 들으니...갑자기 저도 마음이 바빠지네요.
저도 쌓아놓고만 있는 책 얼른 읽어야겠어요~
해리포터 시리즈는 심심할 때 읽으면 딱인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17 23:23   좋아요 0 | URL
ㅎㅎ나이를 먹어가니 세월이 참 빨라요.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12월 되어서 허둥거릴 것 같아요.^^
ㅎㅎ해리포터 시리즈 정말 재밌어요.^^

2010-10-15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17 23:24   좋아요 0 | URL
ㅎㅎ재미있는 책들이 너무 많아요. 우선 새해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찾아 읽어보려구요. 다른 책들과 함께 올 해를 넘기지 말도록 노력해야겠어요.^^

2010-10-16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17 23:24   좋아요 0 | URL
ㅎㅎ네 이제 읽어요. 정말 재밌어요.^^

비로그인 2010-10-16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을 책으로 한해를 정리하려는 계획...정말 멋지지 않아요?
아~~책만 읽으며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게 쪼까 답답허요~푸히히~

꿈꾸는섬 2010-10-17 23:26   좋아요 0 | URL
ㅎㅎ마기님 서재 다녀와서 저도 되돌아볼 시간이 생겼답니다.
책만 읽으며 보낸다는 건 정말 ㅎㅎ 그냥 그래요. 책도 재밌지만 요샌 바깥으로 돌아다니고 싶어요.ㅎㅎ 그저 바깥 구경 못하는 아줌마의 위안거리에요.

sslmo 2010-10-16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올해를 마무리 하신다니 같이 분주해 지는 걸요~

전 여기저기 덩치로 쌓아놓고,
벽돌쌓기 놀이의 대가가 되어 그렇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여~ㅠ.ㅠ

꿈꾸는섬 2010-10-17 23:26   좋아요 0 | URL
ㅎㅎ계획은 세워놓고 생각도 안하고 살았지요. 그래서 정리를 해보았어요.^^

세실 2010-10-16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5만원 상금받았는데.. 계획 찾아봐야 겠습니다. 아마 많이 변질되었을 거예요.
해리포터..기발한 상상력에 그저 감탄할 뿐이죠.

꿈꾸는섬 2010-10-17 23:27   좋아요 0 | URL
ㅎㅎ기억해요. 세실님도 다시 찾아보시고 올 해 정리해보심 좋겠어요.^^

2010-10-17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10-17 23:27   좋아요 0 | URL
ㅎㅎ저도 사실 그래요. 그래도 계획했던 것들 정리해서 볼만한 책들은 계획대로 읽어볼 생각이에요.^^ 님에게도 그런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때 내 몸을 숨겨줄만한 장소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인생은 행운이다. 모두에게 그런 장소가 나타날리는 없을테지만 내게도 가끔 그런 위로와 위안을 받을만한 장소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난 주인공처럼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지 않다. 6살에 청량리역에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는 아이, 수차례 자살미수에 급기야 죽어버린 엄마, 아빠의 재혼, 동화 속 계모와는 절대로 다를 것이라는 아빠, 하지만 아이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새엄마와의 마찰을 피해 자신의 방에 숨어 들듯 살아가는 주인공, 게다가 여동생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다. 정말 끝까지 비참하게 만들었던 아빠, 여동생의 성폭행범은 다름아닌 아빠라는 사실. 이 모든 사실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이렇게 처참한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끔찍하다. 엄마로부터 버림받고 끝내 엄마는 자살을 하고 아빠는 아동성폭행범이고 새엄마는 동화 속 악랄한 계모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에게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함께 공존한다는 발상은 참 마음에 든다. 빵을 만들어내는 제빵사가 다름 아닌 마법사, 우주의 질서와 균형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가 매력적이다. 그의 옆을 지키는 파랑새 소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빵을 주문한다. 마법사는 비싼 돈을 받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준다. 그것의 부작용은 늘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것,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장난삼아 그런 일들을 헤치운다. 그리고 후회한다. 그게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고 나쁨을 분명히 알지만 우선은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긴다. 

집으로 돌아가야 할 주인공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는 마법사,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경우와 사용하지 않은 경우의 수가 주어진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시간을 지우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내게 재생의 시간은 주어지지만 다르게 살아가야한다는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잘못된 인생을 또다시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인 셈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모든 세상의 비참함이 똘똘 뭉쳐진 주인공에 대해서는 가슴이 너무 아프다. 불행해도 너무 불행한 아이, 이런 건 좀 작위적이지 않는가. 그래도 다행인건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갈 용기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아니다. 내 인생에선 위저드 베이커리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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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10-1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랜만에 놀려 왔지요? 잘 계시지요?
이곳은 많이 추워요. 한국도 많이 춥겠지요?
감기 조심하세요.^^

꿈꾸는섬 2010-10-14 11:57   좋아요 0 | URL
후애님 잘 계셨죠?
어느새 가을인데 곧 겨울이 올 것 같아요.
여긴 많이 춥진 않고 조금 서늘해요.
후애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후애님 서재에 들러서 재미난 아이콘들 보며 한참 웃다 왔어요.^^

sslmo 2010-10-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작년에 아들 필독서여서 재밌게 읽었어요.

그쵸?
인생에서 가끔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도 좋겠지만,
그런 장소 따윈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냥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스럽게 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0-10-14 11:58   좋아요 0 | URL
ㅎㅎ전 무스탕님이 선물하셔서 읽게 되었네요.
재밌긴 했지만 세상 어딘가에 주인공같은 처지의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참 많이 아팠어요.

ㅎㅎ위저드 베이커리를 모르고 사는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세실 2010-10-14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이중, 삼중고가 있는건 참 마음 아파요.
얼마나 힘들까요....
전 그냥 시간이 날때 편히 쉴 수 있는 단골 카페 있는 것으로 위안 삼을래요.

꿈꾸는섬 2010-10-15 12:35   좋아요 0 | URL
단골 카페...저도 그런 곳이 있었는데...지금도 그곳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2010-10-14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5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10-1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의 삶이 참으로 어이없음이네요.
얼마나 비참함을 느낄까요?
그것도 반복되고 쌓이는 불행의 연속이라니......
자연스럽게가 좋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자연만 같아라, 자연을 좀 닮아라. ㅎㅎ

꿈꾸는섬 2010-10-15 12:37   좋아요 0 | URL
ㅎㅎ자연스럽게...그렇죠. 자연만 같으면 좋겠어요.^^

비극적인 주인공들이 참 많잖아요. 근데 요 녀석은 그 비극이 하나도 아니고 몇개가 똘똘 뭉쳐 있어요.ㅜㅜ 이런 아이가 세상에 있다면 정말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에요.ㅜㅜ
 

최제훈 소설 <퀴르발 남작의 성>을 가뿐하게 읽고나서였을까? 오락가락하던 마음들이 조금은 정리가 된 듯도 하다. 내 속에도 톰과 제리와 강우빈과 강철수가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며칠이었다. 좋을때는 한없이 좋다가 우울할땐 또 한없이 우울해지는 마음을 스스로가 다스리기가 힘겨웠다. 아이들 보면 좋다고 웃다가도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도 한방울 흘렸다가 그랬다. 남편과 특별히 나쁠 것도 없었는데 뭐가 그렇게 허무했던 것인지 자꾸만 우울해지려고만 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건 이럴때 재밌는 소설 책 하나 건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톡톡 튀는 작가들을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설레인다. 표지의 저 남자, 표정이 참 밥맛이다. 뭘 그렇게 노려보는지, 나도 한참 노려보았었다. 가슴에 꽃힌 붉은 장미, 피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부터 다시 책읽기를 시작할 마음이 생겼다.  

나도 그처럼 통통 튀는 글을 써봐야지라는 마음도 생겼다. 

아이들을 데려오고, 큰 아이 태권도장 보내고 현수를 재워두고 아이들 책 두권을 집어 들었다. 

역시 요즘 아이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내용들이었다.  

<좋은 엄마 학원>에는 4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참 좋았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소녀의 마음도, 자신만 생각하던 아이가 친구를 생각하게 되는 마음도 모두가 소중하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던 아이가 자신에게도 좋은 엄마가 필요하다고 엄마를 좋은 엄마 학원에 보낸다는 설정은 또 어찌나 재미나던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일테다. 바쁜 엄마때문에 늘 이모네 신세를 져야하는 아이의 마음은 또 어떠한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긴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늘 불편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짠해지기도 했다. 

<딱지, 딱지, 코딱지> 정말 귀엽다. 이름만큼이나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아이였다. 누구에게나 한가지씩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관이 있을 것이다. 고치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그것으로 남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된다는 귀여운 메세지도 함께 한다. 아이들이 참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한동안 마음이 오락가락하여 심란했던 날들을 보냈다. 그럴때면 책을 읽었는데 그때마다 책이 읽히지 않아 고생 좀 했다. 하지만 다시 책을 읽는다. 아이들 책을 읽으며 맘껏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그런 날이다. 아이들 책 몇권 더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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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0-10-11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때로 아이들 책 보면서 약간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위로받고 싶을 때 위로도 받고 그럴 때가 있어요...
심란한 것들 금새 정리되시고 힘내시길 바래요~

꿈꾸는섬 2010-10-12 12:43   좋아요 0 | URL
아이들 책이 위로가 되는 날이었어요.^^

blanca 2010-10-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다 그럴 시기인가 봐요. 저는 요새 늙은이처럼 의욕 상실에 그러고 있답니다. 그래도 통통 튀는 <퀴르발 남작의 성> 책이 꿈꾸는섬님을 힘나게 해서 다행입니다. 저는 더 처지는 책 읽고 완전 펑펑 울었답니다--;;

꿈꾸는섬 2010-10-12 12:44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도 그런 시기인가요?
늙은이처럼에 방점을 콕 찍었어요.
처지는 책 읽으며 우는 것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것 같아요.

2010-10-12 0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2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0-12 0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우리 삶에 위로를 주고 치료를 하고...
아이들 책을 읽으며 맘껏 어리광 부리고 싶은 그런 날... 오호, 공감하고 싶어라.^^

꿈꾸는섬 2010-10-12 12:47   좋아요 0 | URL
ㅎㅎ위로와 치료...책은 참 위대해요.^^
요즘은 어리광 부릴 곳이 너무 없어요.ㅜㅜ

전호인 2010-10-1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딱지에 눈이 확 뜨였습니다.
코딱지 파다가 님에게 들킨 꼴이랄까요. ㅎㅎ
어릴 때 그넘의 코딱지를 입에 넣기도 했는데 짭짤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더러운 코딱지를 왜 입에 넣었던지 원. ㅠㅠㅠ

꿈꾸는섬 2010-10-14 09: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전호인님에게도 그런 어린시절이 있으셨군요.(웃어서 죄송해요. 상상이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