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현준이네 유치원에서 가족운동회를 했다. 근처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많은 가족들이 모여 신나게 놀았다. 아침부터 준비한 선생님들의 노력이 곳곳에서 보였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을 신나게 뛰어다녔고, 현수도 자신의 운동회처럼 신나게 참여했다.
운동에 영 소질이 없지만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운동회에 즐겁게 참여했다. 여러가지 이벤트와 함께 하는 달리기도 재미있었고, 아이 보트 태워 반환점 돌아오는 게임도 재미있었다. 운동회를 시작하며 몸 풀기 댄스도 하고, 아이, 부모, 선생님 대표가 나와 선서도 하였다.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 아이들의 경우에만 해당될 줄 알았는데 40여 가족이 넘어져서 다쳤었단다. 내가 아는 엄마는 바지에 구멍나고 팔꿈치 상처나고 얼굴도 바닥에 살짝 밀었다. 화장실에 찔끔거리고 있더라.
현준이는 원래는 계주 선수가 아닌데 보충 선수로 나갔다. 처음 하는 것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처음 뒤쳐져 뛰던 아이의 바통을 받고 역전해서 들어와 바통을 넘겨 주었다. 어찌나 대견하던지, 스스로도 자신이 대견스러웠던 것 같다. "나, 아빠 닮아 잘 뛰나봐." 엄마 계주 한다는데 현준이가 엄마도 하란다. 하지만 절대 폐 끼칠 수 없어 솔직히 잘 못 달린다고 고백했다. 대신 남편이 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 인원수가 확 줄어 내년에 뛰란다.ㅎㅎ
청팀과 홍팀으로 나누어 경기를 했는데 한팀이 더 많은 홍팀이 매번 유리했다. 하지만 청팀 엄마들은 큰공 배구 게임을 무승부로 (바람이 우리쪽으로 불어왔지만 끝까지 버텨냈다), 줄다리기는 완전승을 했다. 그렇게 이기고나서 남자들 경기를 보면 남자들은 꼭 지는 것이다. ㅜㅜ 남편 말이 양쪽 다 기가 셀 순 없는 것 같단다. 아무래도 청팀은 엄마들 기가 세고, 홍팀음 아빠들 기가 센 것 같단다.ㅎㅎㅎ
신나게 율동도 하고, 큰소리로 고함도 지르면서 그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마구 날려버리고 돌아왔다. 다시 에너지가 넘친다.
타이타닉, 부부게임에도 도전했다. 모든 미션을 수행하고 마지막 끝까지 살아남긴 했는데 안은채로 선물 받으러 가라니까 그 자리에 내려 놓는다. (어째 선물 욕심이 없냐구) 사실 여러번 내려 놓고 싶었단다. 그럴때마다 현준이네 선생님이 오셔서 양엄지손가락을 펴 올리며 아빠 힘내시라고 응원을 했단다. 선생님의 칭찬에 끝까지 버텨 주었다는 것이다. 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인상 깊었던 것은 조부모님이 함께 하셨던 경기였다. 어르신과 함께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엄마나 아빠는 풍선을 불어 다리 사이에 끼운다. 어르신은 그 풍선을 터뜨린다. 그리고 어르신께 큰절 올리고 업고 돌아오면 되는데 상당한 조부모님이 흥겹게 참여하셨다. 너무 보기 좋았다. 우리도 부모님들과 함께 왔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갑자기 쏟아진 비때문에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가족 운동회를 통해서 아이도 우리 부부도 가족에게 더 많은 애정이 생겨나고 서로에 대한 믿음도 굳건해진 것 같다. 아이가 의젓하게 운동회에 참여하는 것만 보아도 어찌나 대견하던지 살짝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오던 차에서 잠들었던 아이들을 깨워 따뜻한 물로 씻겨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재웠다. 오늘 아침 현수는 늦은 시간까지 잠들어 있었다. 나도 안 쓰던 근육들이 놀랐는지 어찌나 쑤시던지...현준이때문에 새롭게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하다.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가 자라던 모습에 이렇게 감동하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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