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들은 모두 2살 터울이다. 내가 막내이고 내 위로 언니 둘, 오빠가 있다. 내 바로 위의 언니가 2살 많다보니 자라면서 공감대가 많이 비슷했다. 자연히 둘째 언니와 많이 친하게 지낸 편이다. 그래도 결혼해서 각자 살다보니 둘이서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언니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였다. 

얼마전 큰언니네서 술 한잔씩 마시고 전에 형부가 부탁하셨던 둘째 언니의 재혼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그런 얘긴 막내가 해야한다나 뭐라나.) 여하튼 취중이라 부담없이 얘기를 꺼냈고 언니가 화를 내면 어쩔까 걱정이 조금 되긴 했지만 다행히 화를 내진 않고 웃으며 그런 건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지. 라고만 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느새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대로, 산 사람은 산 사람대로 안쓰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형부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니 언니가 더 안쓰럽다. 

내가 중3 언니가 고1때 함께 다니던 교회에서 언니는 형부를 만났다. 난 그 당시 연애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언니가 형부랑 사귀고 있었던 것도 몰랐다. 다만 어느날부터인가 형부가 눈에 띄게 잘해주긴 했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연애가 스무살이면 끝이 날까 싶었지만 계속 지속되었고 형부가 군대에 간 이후에도 언니는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대문 옆 우편함 속에 형부의 편지가 끊이지 않고 들어 있었던 걸 기억한다. 제일 먼저 집에 돌아오는 나도 그 편지가 기다려질 정도였었다. 제대를 하고 다시 직장을 다니고 그러다 둘이 결혼을 하겠다고 집을 찾아왔던 그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언니와 형부의 데이트에 참 많이 어울려 다녔었다. 성격 쾌활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형부에 대해 어른들도 흡족해 하셨었고, 사위 잘 얻었다는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형부 덕분에 조용하게 지내던 우리 가족들이 늘 활기차게 지냈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형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젊은 언니가 딸아이 하나 바라보며 무미건조하게 살아가야하는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좀 먹먹해진다. 

재혼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꺼낼 수 없는 건 그 둘의 관계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언니도 새 가정을 이루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 함께 영화를 보자고 연락이 왔었다. 언니네 집까지 승요차로 40분정도 걸린다. 열심히 달려 간신히 늦지 않은 시간에 당도하여 함께 영화를 보았다. 원래는 줄리아 로버츠가 나오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보고 싶었으나 시간대가 맞지 않아 장진 감독의 <퀴즈왕>을 보았다. 

자신을 찾아 나선 여인 줄리아 로버츠, 그녀의 여행을 따라 다녀보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언니에게 어느정도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번엔 내가 이 영화를 보여주기로 했다.  

<퀴즈왕>이 별로라는 평이 많다며 재미없으면 어쩌지? 언니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장진 감독이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리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물론 나는 재미있게 보았다. 작품성 운운하면 물론 별로인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실컷 웃을 수 있는 영화였다. 물론 그 웃음 코드가 나와 맞는가하는 것인데 어거지일 수 있는 것들이 있긴 했지만 그것조차도 즐겁게 받아들이며 보았다. 캐릭터마다 나름의 사연이 없는 캐릭터가 없었고 인위적이고 조잡하다고 할 수 있는 것들 조차도 장진이니까하고 받아들였다. 언니와 나는 정말 실컷 웃으며 맘껏 영화를 즐겼다. 물론 무엇이 남았느냐를 묻는다면 작품 곳곳에 숨어 있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꼭 정답만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 어떤 것도 답이 된다.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다. 아이들 끝나는 시간 맞추느라 너무 서둘러 먹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아이는 점점 커가고 언니 스스로 너무 아이에게 매여 있는게 아닌가를 생각한다. 자연 언니는 너무 외롭다는 걸 느낀다. 일주일에 한번 엄마를 찾아가야겠다고 한다. 요새 엄마도 당신이 치매에 걸릴까 걱정이 많으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많이 안쓰러운가보다. 물론 엄마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 각자 스스로도 중요하단 생각을 한다. 엄마는 엄마 나름의 시간을 만들어야하고 언니는 언니 나름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고나서 함께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니에게 좋은 상대가 생겼으면 좋겠다. 드라마 속 이혼녀들에겐 젊은 연하의 남자들도 잘도 생기던데. 인생이 드라마가 아닌 이상 언니에게 젊은 연하의 남자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언니를 행복하게 해줄 그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재혼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차 마시고 영화도 보고 술도 한잔씩 할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언니가 다시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다시 활기차게 생글생글 웃으며 다녔으면 좋겠다. 연애는 그런 것이 아닌가. 사람을 눈이 부시게 아름답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것. 그때의 그 기분들을 다시 느끼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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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10-10-0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중에 짝 잃은 분이 있으면 늘 마음이 쓰일 것 같아요.
님이라도 언니를 자주 만나세요. 덜 외롭게요.

꿈꾸는섬 2010-10-01 00:24   좋아요 0 | URL
마음은 자주 만나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구요.

2010-10-01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01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0-10-0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먹,기,사'는 꼭 보고 싶어요~
님의 '퀴즈왕' 해석도 맘에 들구요.

"물론 무엇이 남았느냐를 묻는다면 작품 곳곳에 숨어 있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꼭 정답만을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그 어떤 것도 답이 된다."

꿈꾸는섬 2010-10-01 01:07   좋아요 0 | URL
ㅎㅎ나무꾼님의 칭찬을 먹고 살아요.^^
먹,기,사...참 좋을 것 같아요.^^

순오기 2010-10-01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된 언니에 대한 마음~ 저도 겪었으니 충분히 알거 같아요.
다행인지 울언니는 금세 새짝은 만났지만, 새로운 가족과 어울러 사는 것도 힘들죠.
그래도 저 고개 너머에 행복이 있다죠... 언니에게 로맨스가 찾아오기를!!

꿈꾸는섬 2010-10-01 10:1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새로운 가족과 어울리는 것도 물론 힘들겠지만 사람 사는 일이 부딪치며 사는 일일테니까 언니에게도 로맨스가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책가방 2010-10-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는 마흔아홉에 혼자가 되셨답니다.
올해로 예순둘이 되신 엄마께 가끔 재혼얘길 꺼내면 됐다고 하신답니다.
딱 니 아버지 같은 사람만 데려오면 하시겠다고...
그런 까닭에 슬픔에 얽매여 보낸 세월이 꽤 길었답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즐기며 사시기에 한시름 놓았다 싶습니다.

언니분도 더 늦기전에 좋은 인연 만나서 슬픔을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2010-10-0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0-0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분께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하지만 또 때가 있고 인연이 있으면 좋은 분 만나게 되지 않을까요?
인력으로 안 되는 게 사람의 만남이고 헤어짐이라잖라요.
언니는 좋은 분 만나실거예요.

저는 <먹.기.사>도 기대하지만, 장진이 언제부턴가 좋아지더라구요.
B급이긴 하지만 뭔가 철학이 있는 B급 영화라고나 할까? 그러면 정말 영화 잘 만드는 거죠. 그러기 쉽지 않거든요.
아, 이 가을은 자꾸만 저를 바깥으로 불러내는 것만 같습니다.^^

꿈꾸는섬 2010-10-01 21:12   좋아요 0 | URL
ㅎㅎㅎ저도 장진 좋아해요. 장진 영화 많이 본 편이에요.ㅎㅎㅎ

프레이야 2010-10-0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 언니에게 다시 눈부신 행복이 찾아오길 바래요.
영화야 뭘 보든 두분이 다정한 시간 보내셨으니 좋으네요.^^

꿈꾸는섬 2010-10-01 21:53   좋아요 0 | URL
네, 꼭 그리되길 빌어야죠.
ㅎㅎ다정한 시간을 좀 더 늘여야겠어요.^^
댓글저장
 

목이 따끔따끔 아프고 콧물이 줄줄...... 

환절기면 한차례씩 앓고 지나가는 감기에 걸렸어요. 어제는 감기약 먹고 일찍 자야했는데 드라마 동이를 꾸벅꾸벅 졸면서 보았지요. 

아침엔 이불 속에 온기가 가득했어요. 남편이 일찍 출근하니 새벽이면 찬 기운이 좀 감도는데 어느새 아이들이 양쪽 옆에 누워 있더라구요. 셋이 나란히 누워 자는 것도 오랜만이라 정겨웠어요. 

아이들에게 감기 옮길까 조금 걱정이네요. 

---------------------------------------------------------------------------- 

엊그제 아파트에 야시장이 들어왔었어요.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왔지요. 추석 쇠느라 지출이 커서 장구경도 자제했지요. 현수 어린이집 끝나고 데려와서 현준이 유치원 차량 기다리는데 앞에 캐릭터 풍선을 팔고 있었어요. 현수는 풍선 사달라고 조르고 전 절대 안 사주겠다고 했지요. 일부러 지갑도 안 가지고 나갔어요. 결국 집에 들어와 풍선 안 사준다고 엉엉 울고 아빠에게 전화해서 엄마 밉다고 이르기까지 하는 거에요. 어느새 자기 주장이 뚜렷해지는 현수를 보니 좀 난감하더라구요. 전날 밤에 현준이 실내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서 우산도 2개 주문했어요. 풍선 대신 우산 샀다고 했을때만해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믿지 않았는데 어제 저녁에 우산이 도착했어요. 현수가 쓰기엔 딱 좋은 크기의 동화 속 공주 그림이 잔뜩 있는 우산이었지요. 그 우산을 받고나서야 풍선 안 사줘도 된다네요. 남편은 그깟 풍선 얼마나 하냐고 사주지 그랬냐고 했지만 사실 살때만 좋다고 들고 다니지 바로 방치해두기 일쑤잖아요. 그리고 그깟 풍선이 캐릭터 때문에 싸진 않구요. 앞으로 현수는 눈에 보이는대로 사달라고 조를테고 전 현수에게 좀 더 현명한 소비를 하자고 해야할텐데 좀 걱정이네요. 현준이는 뭐 사달라고 조른 일이 없었거든요. 안 사주면 안 사주는대로 그러려니 했는데 현수는 엄청나게 울어대네요. 앞으로는 바닥에 드러누울까 살짝 걱정이에요. 

------------------------------------------------------------------------------ 

오늘 아침 현준이의 작아진 실내화를 들고 왔어요. 자꾸만 아기때의 앙증맞은 발이 떠오르더라구요. 아기때 신던 양말을 서랍에서 꺼내 보았어요. 너무 작아서 이걸 정말 신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손에 꼭 쥘 수 있었던 작은 발이 어느새 엄마 손바닥만하게 자랐어요. 아이들 크는 것도 금방이라던 어른들 말씀이 생각나더라구요. 현준이가 유치원 입학할때도 감동적이었는데 초등학교, 중학교......점점 커나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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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9-29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감기의 세계로 동참하셨군요 ^^;
제 감기랑 몸살은 어느정도 진정 기미가 보입니다만, 요것들이 깨끗하게 떨어져 나가질 않네요 -_-++ 약 잘 챙겨드세요.

아이들 크는거 보면 정말 언제 낳았나 싶지요.. 배냇저고리 보면 어찌 그리 작은지..
현수도 곧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걸 알거에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0-09-29 20:25   좋아요 0 | URL
코 킁킁거리는게 제일 싫어요.ㅠ.ㅠ
ㅎㅎ 약을 잘 먹어서 그런가 상태는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애들이 정말 쑥쑥 자라고 있어요. 아기때 입히던 것들 보면 경이로워요.

마녀고양이 2010-09-2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선 사달라고 현수가 그리 울어대나요? 하기사 나두,, 풍선 사주기 싫어요.
진짜 번거롭잖아요. 코알라는 놀이 동산에 가면 번쩍번쩍 빛나는 것들을 사달라고
매번 끙끙거려요. 애가 풀이 죽어서 쳐다보면, 더 측은하다눈... ㅋㅋ

작아진 실내화... **. 우리 코알라는 발만 크나봐요. 끄응.

꿈꾸는섬 2010-09-29 20:26   좋아요 0 | URL
네, 엄처 울었답니다. 작년에 애 아빠가 하나 사줬는데 너무 아까워요. 실용성이 없는 건 대부분 거절해요. 저 못됐죠.ㅜㅜ

ㅎㅎ코알라의 발은 더 크겠죠.ㅎㅎ

책가방 2010-09-29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저는 150 사이즈의 신발이나 4~5세 사이즈의 옷만 보면 미치겠더라구요.
신발사이즈가 180만 넘어가도 안 예뻐 보이는 걸 어쩌냐구요..ㅋㅋ
지금은 제 발 사이즈가 우리집에서 젤 작아요.
드디어 아이들 신고 입던 거 주워 입을 때가 온 겁니다.흑흑..

감기 얼른 나으세요. 전 약 안먹고 잘 버텨내고 있답니다.^^

꿈꾸는섬 2010-09-29 20:27   좋아요 0 | URL
어느새 아이들이 쑥쑥 자랐군요. 저희도 그리 되겠죠.ㅎㅎ
약 안 먹고 버티면 넘 힘들지 않으세요? 약 드시고 얼른 나으시는 게 날 것 같은데......

치유 2010-09-29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감기의 따끔거리는 그 느낌 싫어요..;;
얼른 감기 떠나보내버리시길..

아이들은 참 빠르게 자라고 발도 몰라보게 빨리 커버리지요..
벅찬 감동은 님생각보다 더 많이..큰 선물로 다가올거에요.

꿈꾸는섬 2010-09-29 20:28   좋아요 0 | URL
약 먹고 목은 많이 좋아졌는데 코가 자꾸 차올라요.ㅜㅜ

아이 자체가 선물이었는데 점점 더 경이로운 일들이 많아지고 있어요.ㅎㅎ 앞으로 계속 그렇겠죠.^^

감은빛 2010-09-2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이번 주 내내 목이 칼칼한게 영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점점 가을이(봄도!) 사라지고 있어요.
4계절이 뚜렷한 금수강산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네요!

꿈꾸는섬 2010-09-29 20:29   좋아요 0 | URL
저도 코를 훌쩍거리고 있어요.ㅜㅜ

그러게요. 가을도 봄도 너무 잠시에요.ㅜㅜ

마노아 2010-09-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의 벅찬 감동이 그려져요. 제 가슴도 같이 벅차올라요.^^

꿈꾸는섬 2010-09-29 22:3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도 아이를 키워보심 아실거에요. 감동의 물결이 매일 넘쳐나요.

blanca 2010-09-29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저도 지금 계속 간당간당해요. 저 걸리면 정말 대박이거든요. 아이까지 옮을테고... 꿈꾸는 섬님도 빨랑 나으세요. 풍선. 너무 동감가요. 안그래도 저도 이제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것들을 좀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안사주기 들어갔거든요. 떼는 좀 쓰겠지만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저도 배워가고 있어서요. 현준이는 정말 순하고 모범적인 아기였나 봅니다. 대견해요. 아이들 크는 것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너무 아깝기도 하고 그래요...

꿈꾸는섬 2010-09-29 22:48   좋아요 0 | URL
감기 조심하세요.ㅜㅜ
현준이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참 잘 지킨 편이에요. 말로 설명하면 잘 알아듣고요. 하지만 현수는 정말 달라요.ㅜㅜ 저희집 벽마다 색연필, 크레파스 온갖 것들로 그림도 잔뜩 그려 놓았구요.(현준이때는 이런 거 몰랐어요) 뭐 사달라고 조르때는 정말 장난 아니게 울어요.ㅜㅜ 하지만 점점 나아지겠죠.^^
아이들 크는게 흐뭇하다가도 정말 서운하기도 해요.

순오기 2010-09-30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첫아이는 엄마가 얘기하면 잘 알아듣고 떼쓰지 않는 거 같아요.
그런데 셋째를 키우면서 길바닥에 드러눕는 아이를 경험했어요.ㅋㅋ
아기때 모습 떠올리는 것도 좋지요~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 보는 것도 즐겁고요.

피곤하면 감기에 휘말리는 거 같아요. 나도 머리가 좀 아픈데 감기 조짐인가?
요즘 문병 다닐 일이 많아서 병원 순례했거든요.ㅜㅜ

꿈꾸는섬 2010-09-30 23:06   좋아요 0 | URL
첫째와 둘째의 차이인거군요.ㅎㅎ

순오기님 너무 무리하지 마셔서 감기 걸리면 힘드시니 푹 쉬셔요.^^
전 환절기면 감기가 한번씩 왔다 가더라구요.

sslmo 2010-09-30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자주 하시는 말,앓고 지나가야 면역이 생기죠~^^

근데,요번 감기는 기침이 심하더라구요.
많이 아프지 말고 살짝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난 현준이,현수도 귀엽고,꿈섬님도 귀여워요~
(귀엽다고 해도 실례 아니죠?^^)

꿈꾸는섬 2010-09-30 23:07   좋아요 0 | URL
ㅎㅎ앓고 지나가면 면역이 생기겠죠.ㅎㅎ
맞아요. 저도 기침해요. 가끔 재채기도 하구요.

ㅎㅎ귀엽게 봐주시니 좋은걸요.^^

세실 2010-09-30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제라도 많이 다르죠. 큰 아이는 그럴땐 참 의젓해요.

음 한동안 규환이 발 안커서 똑같은 신발 신겨야 할땐 우울했는데,
올해는 봄에 사서 몇번 신지 않은 새 운동화가 요즘에 안맞아서 그것도 우울해요.
이젠 저보다 발이 더 큽니다.
기분 좋은 우울함이긴 하죠. 헤헤~~

꿈꾸는섬 2010-09-30 23: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준이가 한동안 몸무게가 늘지 않아 고민했었어요. 언제 20Kg을 넘을까 하구요. 요새는 옷입고 재면 20.4, 옷 다 벗고 재면 19.6 정도 나와요. 18kg에서 정체했었거든요.
기분 좋은 우울함...맞아요.^^

2010-09-30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30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10-10-01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게 잘 계신가 했더니 아프시네요. ㅜㅜ
엄마는 아프면 안된다고 하잖아요. 어여 털고 일어나시길~~

그리고, 우리 큰아이는 지금까지도 뭐 사달라는 얘기 한번도 안했는데, 울 둘째는 안 사주면 뒤집어 진답니다. 땅바닥에 드러누운적도 있어요. 저 그래서 버려두고 왔어요. 엄마가 안보일듯한 거리가 되니 벌떡 일어나 울면서 뛰어어더군요. 현수가 한참 그럴 시기인가 본데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

꿈꾸는섬 2010-10-01 00:26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첫째와 둘째 차이로군요.ㅎㅎ

저 많이 괜찮아졌어요. 오늘은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어요.ㅎㅎ
댓글저장
 

제법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몸의 감각들이 되살아나며 힘차게 살아가자고 한다. 

 

9월은 게으름을 잔뜩 피우며 보낸 달이 되었다. 

남은 3일동안 열심히 읽고 쓰고 반성하며 보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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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9-2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일동안 놀래요. ㅎㅎ
마무리 잘 하시길^*^

꿈꾸는섬 2010-09-29 11:15   좋아요 0 | URL
ㅎㅎ좋은 생각이세요.^^

2010-09-28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9-29 11:15   좋아요 0 | URL
ㅎㅎ주식시장이 활황이군요.^^
홧팅^^

라로 2010-09-2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주는 해든이가 있어서 책을 읽겠다는건 욕심이고
10월부터는 바빠지는지라,,,,걍 아마 생각 안하고 살까봐요,,ㅎㅎㅎㅎ

꿈꾸는섬 2010-09-29 11:16   좋아요 0 | URL
ㅎㅎ아이랑 있으면서 책 읽는건 꿈도 못 꿔요.ㅎㅎ
서재에서 보니 하루가 무척 바쁘시던걸요. 10월엔 더 바빠지시는군요.

책가방 2010-09-28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일간 자유랍니다. 신랑이 3일 일정으로 출장갔거든요..ㅋㅋ

꿈꾸는섬 2010-09-29 11:16   좋아요 0 | URL
신랑없는 시간을 즐기시는군요.ㅎㅎ
전 신랑없으면 심심하던데...
책가방님 3일간의 자유 맘껏 누리세요.^^

sslmo 2010-09-2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일동안 잘 놀려구요.
9월은 왠지 알차게 속속들이 챙겨 놀아야 할 것 같아서요~^^

꿈꾸는섬 2010-09-29 11:17   좋아요 0 | URL
ㅎㅎ전 9월에 알차게 놀았어요.ㅎㅎ

마녀고양이 2010-09-2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일동안 반성하고 열심히 산 다음에,
저랑 10월에 실컷 놀아요!

꿈꾸는섬 2010-09-29 11:17   좋아요 0 | URL
ㅎㅎ10월에 우리 실컷 놀자는 말, 너무 좋은걸요.ㅎㅎ

소나무집 2010-09-2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젠 추워요. 왠지 가을을 실종당한 기분이네요.

꿈꾸는섬 2010-09-29 11:1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느새 추워 소리가 절로 나와요.

순오기 2010-09-29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많이 쌀랑해졌어요.
햇빛은 여전히 눈부시고 따갑지만...
난 10월 16일이 지나면 좀 여유가 생길거 같아요.

꿈꾸는섬 2010-09-29 11:18   좋아요 0 | URL
10월 16일까지 바쁘시군요.
그럼 원주는 언제쯤 계획하시나요?

다이조부 2010-09-29 0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문에 있는 책 6권 중에서

2권 읽었네요~

독서량이 미미한 저로서는 웬지 뿌듯 ㅋㅋ

요즘 추석연휴를 빙자하여 게으름과 나태의 끝을 봤는데 이제는 조금은 시간을

아끼면서 잘 살아야겠어요 ㅎ

꿈꾸는섬 2010-09-29 11:19   좋아요 0 | URL
전 4권 읽었고, 나머지 2권은 읽고 싶은 책을 걸어 두었네요.ㅎㅎ
메버릭꾸랑님 추석 잘 쇠셨지요?
남은 9월도 알차게 보내고 신나는 10월을 맞이하자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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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현수가 배가 고프다고 보챘다. 눈도 잘 떠지지 않고 몸은 무겁고 일어나고 싶진 않았지만 목청이 큰 아이가 울어대니 일어나 얼른 쌀을 씻어 앉혔다. 그 와중에 따라 나와 우유를 달라 하고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대서 밥 먹기전에 간식을 주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우유와 포도를 주었다. 엄청 배가 고팠던지 허겁지겁 먹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스파랜드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근처 전주밥상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너무 힘들었던지 저녁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더니 오늘 아침 배 고프다고 울어댄 것이다. 현준이는 제 몫으로 나온 것들을 다 먹고 밥상 옆에 누워 잠이 들었고, 현수는 차에 탈때까지 잠은 안잤지만 밥을 제대로 먹질 않았다. 큰언니네 5식구, 작은언니네 2식구 그리고 우리 4식구가 움직이니 대가족이다. 친정엄마도 모셔가려고 했지만 다른 볼일이 있으시다며 우리끼리 다녀오라고 그러셨다. 사람이 많지 않았고 올해 마지막 물놀이라고 했더니 10시부터 5시까지 줄기차게 놀았다.  

물은 사람을 참 유하게 만드는 듯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즐거웠다. 햇빛은 따가운데 바람은 영락없는 가을바람이다. 가을 햇살에도 살이 많이 탔다.  

그제는 아이들 병원 데려갔다가 <마루밑 아리에티>를 보고 목욕탕에 가서 물 속에서 첨벙거리다가 돌아왔었다. 

추석 연휴의 고단함을 물 속에서 풀어 버리려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너무 고단하여 아침 상 치우고나서 침대 위를 떠나지 않았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도서가 밀려 있는 상황인데 리뷰 쓸 시간이 어째 나질 않는다. 그 와중에 화요일엔 독서지도 숙제도 있고, 아이들 책 읽으며 지도안 만들어야하는데 재미있는 책을 읽다가 스르르 또 잠이 들었다. <게 물렀거라! 가마꾼 납신다>는 옛날 사람들이 하던 일에 대한 이야기 책이다. 직업이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꾸려왔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지금은 사라진 직업에서 변형된 직업, 무형문화재가 되어 버린 것들까지 재미있게 서술 되어 있다.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는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들어 줄 책이란다. (아직 읽진 못했다) 세계적인 습지인 우포늪에 공룡이 살고 있다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사랑스러운 책일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게다가 제 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이란다. 이 책 두권을 읽고 숙제 먼저 해놓아야겠다. 

책을 읽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3시간정도 푹 잔 것 같다. 그동안 남편은 세탁기에서 탈수된 빨래를 건조대에 널어놓고 아이들 침대보도 탁탁 털어 잘 개켜 놓았다. 그리고 어지러진 장난감들도 정리해두고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까지 해놓았다. 그리고 자장면과 짬뽕을 시켜 놓았다. 나는 그저 부시시 일어나 머리 질끈 묶고 남편이 해둔 것들에 감사하고 맛있게 점심을 먹어 주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는 남편은 큰차를 가지러 가자고 해서 그곳까지 태워다주고 돌아왔다. 

오늘까지 연휴를 맘껏 즐기고 있다. 매일이 일상인데 내일부터 다시 일상이라고 말하자니 뭔가 좀 안 맞는 느낌이다. 그래도 내일부터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한다. 내일부터는 다시 열심히 읽고 쓰고 해야지. 그게 나의 일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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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9-2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미 저런 갸륵한 남편을 보겠나~~~~~
복 받으셨어요, 꿈섬님^^

꿈꾸는섬 2010-09-26 22:07   좋아요 0 | URL
남편 복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세실 2010-09-2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크니 아침에 배 고프다고 늦잠도 못자게 하더라구요.
오우 이쁜 옆지기님^*^.
울 옆지기는 빨래 널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고서는 저 잠깐 외출했다 돌아오니 나갔네요.
세탁기엔 빨래 그대로 있구요. 미운 신랑.

꿈꾸는섬 2010-09-26 22:08   좋아요 0 | URL
세탁기에 넣어둔 빨래는 잠깐 사이에 잊기 쉽잖아요. 그래도 두분은 예전처럼 데이트도 즐기시잖아요. 전 그게 부러운걸요.^^

세실 2010-09-26 22:37   좋아요 0 | URL
다시 와서 오타 수정했어요. 이런...ㅎ

비로그인 2010-09-2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의 마지막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셨군요.
참 사는게, 생각해보면 끝도 없는 듯한 문제가 무겁게 눌러대는 날도 있고 또 그러다 소소한 일상이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요?

꿈꾸는섬 2010-09-26 22:08   좋아요 0 | URL
ㅎㅎ마지막 날을 편히 보냈네요. 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없다면 어찌 살까 싶어요.^^

2010-09-26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9-2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활기찬 월요일 맞이하시길 바랄게요.^^

라로 2010-09-27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 복이 최고의 복이에요!!!^^
저는 내일부터 일주일간 해든이를 봐야해요,,ㅠㅠ

꿈꾸는섬 2010-09-27 12:31   좋아요 0 | URL
해든이가 아픈건가요? 일주일간 해든이 보시려면 힘드시겠어요.ㅜㅜ

남편 복이 최고!! 동감이에요.^^

순오기 2010-09-2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단한 아내를 위한 배려~ 여자들은 이런데서 감동 먹지요!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 재밌어요.
읽고 쓰고~~~ 그게 우리네 일상이지요.
읽기는 열심히 읽었는데 쓰는 건 많이 밀렸어요.ㅜㅜ

꿈꾸는섬 2010-09-27 12:32   좋아요 0 | URL
<우포늪에 공룡~~~> 지금 막 다 읽었는데 정말 재밌어요.^^ 상 받을만 하더라구요. 세밀화도 너무 좋더라구요.^^

저 신간평가단 도서가 마구 밀렸어요.ㅠ.ㅠ(알라딘에서 미워하겠어요.)

sslmo 2010-09-2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섬님,아프실까봐 걱정인걸요~
환절기니 감기 조심 하세요~^^

저도 읽을 책,쓸 책,생각을 정리할 책...다 한참 밀렸어요~

꿈꾸는섬 2010-09-27 12:33   좋아요 0 | URL
ㅎㅎ어제 하루종일 자고 났더니 괜찮아요. 목만 조금 아프네요.
어느새 추워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양철나무꾼님도 환절기 감기 조심하셔요.^^

마녀고양이 2010-09-27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 무지하게 바쁘고 힘드셨겠어요..... ^^

스파랜드는 놀 때는 잼난데, 진짜 장난 아니게 피곤하잖아요.
거기다 아이들 데리고 영화도 보셨군요?

이제 연휴 끝이네요. 한숨 돌릴 시간 한조각 찾으셨나요?
좋은 가을이예요......... 울 섬님에게 여유 한자락!! 선물합니다.

꿈꾸는섬 2010-09-27 12:34   좋아요 0 | URL
ㅋㅋㅋ금요일에 영화보고 목욕탕, 토요일에 스파랜드...아이들은 엄청 신났어요. 어젠 아무 것도 못하겠더라구요.ㅎㅎ

이제 알라딘에 다시 열심히 들어와서 못 쓴 글들 써야죠.^^

따라쟁이 2010-09-2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조심하세요. 저는 연휴내내 감기살이 했어요. 병원왔더니 응급환자도 제법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이제 연휴도 끝나고 월요일 부터 야근하려니. 그저 막막할뿐이에요. ㅠㅠ

꿈꾸는섬 2010-09-28 07:00   좋아요 0 | URL
월요일부터 야근이라뇨...넘 안쓰러워요.
전 목감기에 걸렸어요.ㅜㅜ
얼른 쾌차하세요.^^

책가방 2010-09-2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님 신랑분... 너무 멋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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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이제야 좀 여유가 생긴다.

첫 귀성길에 오른 우리는 잔뜩 긴장했지만 내려갈땐 그나마 밀리지 않아 일찍 도착했다. 하지만 역시 귀경길이 장나 아니었다. 어찌나 길이 밀리던지 현수는 간혹 구토를 했다. 현수 토하는 모습에 현준이도 나도 얼굴을 찡그렸는데 우리 둘다 비위가 약하다. 그나마 현수 하나로 그쳐 다행이었다. 

명절이라 내려가긴 했지만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우리는 간단한 먹을거리만 준비하였다. 역시 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먹고 치우는 일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틈틈이 <한중록>을 읽을 시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추석 전날엔 해가 쨍쨍하고 엄청 더웠는데 밤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추석 당일엔 비가 내려 성묘하기가 불편했지만 그래도 산소에 다녀오고, 아이들도 가겠다고 따라 나서 모두 데리고 다녀왔다. 추석 당일 귀경하는 차량이 많아 6시간이상을 길에서 보냈다. 거의 2배이상 걸린 셈이다. 

시부모님을 만나서 웃고 즐기기 위해서는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서는 안된다. 깊은 이야기 속에는늘 돈문제가 있고, 돈문제는 늘 관계를 어수선하게 만든다. 결혼전 하도 호탕하셔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줄 알았지만 결국 모든게 빚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결혼을 하고나서였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님들은 자식들 카드로 빚을 만들었고, 그것은 고스란히 자식들의 몫이 되었다. 아가씨네는 그 돈을 다달이 받아갔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우린 그렇게까지 하진 못했다. 

올초에는 땅을 사서 집을 짓겠다고 돈을 해달라고 하셔서 남편이 가지고 있던 덤프트럭을 팔아서 돈을 마련해 드렸다. 우선 땅을 살 돈만 드렸었는데 나머지 돈도 빨리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셔서 얼른 마련해 드린 것이다. 그런데 아직 집은 짓지 않았다. 봄에 짓겠다던 집을 가을에서야 짓게 될 것 같다고 하셨고, 알아서 하실거라고 믿고만 있었다. 설마 집을 짓겠다고 남겨두었던 돈을 쓰실 거라고는 생가도 못했다. 집을 짓으려던 돈의 일부를 허물어 쓰셨단다. 이 얘기는 오늘 낮에 아가씨네가 우리집에 와서 알게 된 일이다.  

남편이랑 아버님이 개집을 옮겨야한다며 밖으로 나갔었다. 그때 아버님이 남편에게 얼마의 돈을 더 해달라고 하셨단다. 올초에 시부모님 집 지을 돈 해드리며 더이상 시부모님께 생활비 외의 큰돈은 더이상 해드릴 수 없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니 남편은 내게 그 말은 하지 못했고, 나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애들 고모부의 입을 통해 돈을 헐어 쓰시고 돈이 부족하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제서야 남편은 돈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얘기를 한다. 

어른들에 대해 불경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맞긴 격이 되었다. 돈에 대한 관리를 잘 하지 못하시는 분들께 큰 돈을 덥석 들였으니 그중 얼마를 써도 될 거란 생각을 어찌하지 못하겠는가 말이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그분들의 삶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언제까지 자식 등골을 빼먹고 사실 작정인지 모르겠단 말이다. 

아가씨네는 와서 한단 말이 노인네들이 살면 얼마나 더 살겠냐는 것이다. 얼마 안되는 돈, 해드렸으면 좋겠단다. 정말 남의 말하듯, 그럴 순 없단 생각을 한다. 하지만 화를 내지도 못했다.  

사시는 동안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안락하게 살아가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낳은 아들이라지만 이제는 엄연히 한 가정을 책임져야할 가장이다. 아이들이 저절로 자라진 않는다. 아이들도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가르치고, 들어가야 할 돈이 많다. 내가 정말 서운한건, 친정부모님들은 내가 아끼고 또 아껴쓰는 걸 안타까워 하신다. 이번 명절에도 얼마 안되는 돈봉투 부끄럽게 내밀었는데 오히려 안받으시겠다고 아이들 옷이라도 한벌 더 사주라고 하신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그런 게 없다. 오히려 우리가 외식 한번 안하면 된단다.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신다. 심지어 얼마 보내라고 금액을 정해서 말하신다. 정서적인 차이일지모르지만 난 그런 말들이 상처가 된다. 당신들 구질구질하게 사시는 건 싫은데 자식들은 구질구질하게 살게 만드신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행복한 추석의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달려들어 안고 까불고 하는 그런 즐거움 속에서 시부모님과의 관계가 정리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늘 우리들의 삶, 앞으로의 계획, 이런 것들엔 관심이 없으신 것 같단 생각에 화가 난다. 우리에게도 미래에 대한 밝은 설계가 필요한데,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만드신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기꺼이 얼마의 돈을 마련해서 해드리고 싶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얘기는 이미 올봄에 나왔고, 나는 앞으로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로 돈을 마련해야하는 일이 자꾸만 생겨날 것 같단 생각에 우울하다. 마냥 즐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영조, 사도세자, 정조, 혜경궁 홍씨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역시 아이들 키우는 아줌마라, 영조의 사도세자에 대한 태도를 많이 생각했다. 사도세자가 왜 광기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을까? 아버지 영조의 과도한 엄격함이 그를 망쳤단 생각이 든다. 자신의 기질과 다른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 매일 다그치고, 나무라고, 어떤 일의 탓을 아들에게 돌리고,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를 생각했다. 그 곁을 지키는 아내의 심정은 어땠을까? 자신은 그렇게 예뻐하는 시아버지가 어찌하여 남편에게는 그렇게 가혹하게만 대하였을까. 결국 죽음으로 몰고 간 그들의 관계는 과연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혜경궁 홍씨의 유려한 문체에 매혹되었다. 담담한 듯하지만 내면의 타오르는 불길이 느껴지는 문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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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4 0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0-09-24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는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아버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몇억을 고스란히 갚느라 고생한것을 봤습니다. 많이 힘들어 하더라구요.
주위에 더한 사람도 있다 생각하시고, 현명하게 핀단하시리라 믿어요.
시부모님이 생활비라도 좀 버시면 좋으련만.....

2010-09-24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9-2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댁에서 깊은 이야기는 되도록 피합니다.
문제가 산적한 집안이라, 말하면 한도 끝도 없고, 제가 책임질 수도 없고.
저는 매달 용돈을 보내드리고, 세번 정도 목돈도 드렸답니다.

좋은게 좋은거다 하고 살고 있답니다. 우리 동병상련이네여~ ^^

2010-09-25 0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이조부 2010-09-2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훗날 언제가의 일처럼 멀게 느껴지겠지만

독일이 통일되듯 저도 급작스럽게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요~

둘 만 좋으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쉽지 않은 문제인가 봅니다.


책가방 2010-09-2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조금 다른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제 고민은 복에 겨운 고민일지도...

제 시어머님은 아직도 마흔이 넘은 큰아들을 아기처럼 대하신답니다.
엉덩이 두드리고 뽀뽀도 하시공...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말도 안나왔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유독 큰아들에게만 그러시니 부담스럽기도 하답니다.
남의집 담 안넘는 게 어디냐시며 돈도 해주시고... 달갑지 않은 돈이랍니다.
넉넉해서 주시는 돈이 아니라 안 입고 안 먹고 쥐어짜서 주시는 돈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생활비를 드리고는 있지만 항상 더 많이 받는편이구요.
복에 겨운 소리 맞죠??
그래도 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걸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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