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소년 나다브와 팔레스타인 소녀 마이가 만났다.
오늘 새벽 여섯 시, 교육방송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년 회고전'의 하나로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만나서 평화 모임을 결성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한, <내 마음속의 작은 평화>를 재미있게 시청했다.
예루살렘에 사는 한 종군기자의 아들 12세 소년 나다브는 어느 날 등교길에
바로 눈앞에서 테러로 폭발하는 버스를 목격한다.
그 버스에는 자기처럼 학교에 가는 중인 아이들이 주로 타고 있었다.
나다브는 지금 당장 자신이 무엇인가를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친구들과 테러와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어린이들의 모임을 결성한다.
그런데 모금활동에만 너무 치중하는 나다브를 보며 모임의 멤버인 샤이와 노아는
"돈이 다가 아닌데!"하며 뒤에서 소근소근.
이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 등 몇 어른을 졸라 어느 날 시내의 허름한 호텔에서
팔레스타인 아이 둘을 소개받는데 억지로 끌려나온 아이들인 듯, 어리버리하다.
기대에 부풀었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그 모양이라니, 하고 실망하는 나다브와는 달리
똘똘한 소녀 노아는 "그애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마음 깊이 이해를 하는데.
다음 모임에는 다행히 '마이'라는 똑부러지는 소녀와 평화와 연대에 관심 있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애초의 목적인 평화 모임이고 나발이고 간에
놀이를 통해 급속도로 친해지고 모임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마이는 책읽기가 취미이고 평화를 위해 일하다 20년간 옥살이를 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하는 소녀.
어색한 첫 만남에 주눅들지 않고 바로 아이들만의 놀이로 어울려
경계를 급속도로 허물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각 나라의 수도 알아맞히기 같은 조금은 학구적인 놀이를 제안하는 성숙한 소녀 마이.
마이는 몇 번인가의 모임 후 나다브에게 앞으로도 이렇게 만나서 계속 놀기만 할 건가 묻는다.
나다브와 마이는 옆 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해 목청을 높여 의견을 나누는데.....
샤이와 노아 등 남겨진 멤버들은 정치적인 이야기로 핏대를 세우느라 의견의 접점을 보이지 못하는
두 소년소녀에게 반발하고 나선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와 증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다브는 말하지만
친구들의 눈에 그는 꿈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는 철부지로 비친다.
모임이 결성된 후 몇 달이 지나 아이들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의원이 선거에서 패하여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노아는 부모님의 뜻대로 '영재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해서 앞으로 모임 참가가 어렵다고 하고,
텔레비전 뉴스 속에는 양국간의 테러와 보복으로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소개되는데.
모임이 거의 와해 되기 직전 마이의 초청으로 팔레스타인에 있는 소녀의 집을 방문하는 나다브.
마이는 조국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나다브를 데리고 검문소로 데리고 가는데.
"빌어먹을 카메라는 치워!"라는 군인들의 호통과 사나운 기세에 둘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그곳을 급히 빠져나온다.
소녀의 집으로 돌아와 팔레스타인의 전통놀이를 마주앉아 하고 노는 나다브와 마이.
이 장면을 보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복받친다.
20년 옥살이를 마치고 노인이 다 되어 출옥한 마이의 아버지가 문 앞에 앉아
둘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Peace for the Future' 모임은 그 뒤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답지 않게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소년 샤이는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노아는 부모님의 소원대로 영재 프로그램 과정을 밟는다는 자막과 함께.
샤이의 13세 성인 신고식 '바르 마츠바' 파티가 열리는 날,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잊고
신나게 뛰어논다.
12세의 어린이들의, 테러와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고의 노력과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모임 결성 과정은 어른들을 뺨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과 반목도......
제일 신기했던 건 아이들은 그 부모의 의식을 거의 그대로 닮는다는 것.
그리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소녀 마이는 역시 남다른 데가 있었다.
(2004년, 이스라엘, 에얄 아브네리 감독.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