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매일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가끔 나가서 육체노동에 가까운 일로
삶을 지탱할 푼돈을 벌고 세월을 서성거린다.(149쪽)

--생각하는 것만큼 삶은 간단하지 않다.
내 방에서 한 발만 벗어나도 계산이 시작된다.(160쪽)

오로지 읽고 싶은 책을 사기 위해, 주유소나 편의점, PC방 등에서 필요할 때마다 일을 하며
그 외의 시간에는 줄창 책만 읽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이 나왔대서 주저없이 집어들었다.
식당 설겆이 등의 단순노동(이긴 하지만 무지 힘든!)으로 최소한의 밥벌이를 하며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만 실컷 보며 살고 싶었던 때가 나라고 어디 없었겠는가.

열흘 전인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 한 책벌레 가족이 소개되었다.
도서관이 바로 옆에 있어서 그곳으로 이사를 올 결심을 했다는 40대 초반의 주부.
초등학생인 두 아이와 그가 지난 6년 동안 읽어치운 책이 도합 1만 권.
1년에 200여 권 대출해 읽었던 두어 해를  입만 뻥긋하면 자랑했는데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그런데 화면을 보고 있자니 책벌레 가족이 남편이나 아빠를 대하는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다.
아빠는 독서에 취미가 없고 축구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퇴근해 돌아온 아빠가 축구경기를 보려고 거실의 텔레비전을 켜자
거실 한복판 테이블에서 책을 읽고 있던 초등학생 딸이 눈을 부라리며
책을 읽고 있는데 
텔레비전을 틀면 어떡하냐며 있는 대로 신경질을 내는 것이 아닌가.
저녁 준비를 하던 아내도 부엌에서 뛰어나와 남편에게  한 마디!
그집 아빠는 할 수 없이 베란다로 텔레비전을 끌고 나가 문을 꼭꼭 닫아걸고 볼륨을 줄이고
쪼그리고 앉아 축구를 보는 것이었다.

아내의 소원이 남편이 독서에 취미를 붙여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책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라고.
남편은 아내의 말에 허허 웃기만 했다.

아니, 책 몇십 만 권을 읽으면 뭐하냐고!
자신이 책 많이 읽는다는 게 무슨 특권이고 자랑인 듯 다른 사람의 취미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등짝을 한 대 패주고 싶다.
독서는 인간의 수많은 취미활동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의미 부여는 개개인이 알아서 할 일.

세상에 태어났더니 마음 가는 거라곤  어떻게 된 게 책밖에 없어서 줄창 책만 읽고 있지만
그 사실이  좀 겸연쩍고, 땡볕에서 열심히 일하여 일용할 양식을 버는 친구에게 뭔지 미안해서
만나면 술 한잔 사줄 용의가 있는 정도.
책이나 자신의 독서 행위에 대해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나는 좋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떨까?
"미래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기대도 갖지 않은 채로(171쪽)" 마음의 동선을 따라
게으르게 최소한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라 그런지 윤곽이 희미하다.
희미한 윤곽이 또 매력이 될 수도 있는 법인데, 내게는 그저 모호하기만 한 인물로 다가왔다
세상일에는 아무것도 관심없다며 단지 읽고 싶은 책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호랑이 아가리에라도 머리를 처박을 태세인데 뭔가 어색하고 이야기가 겉돈다는 느낌.

하루라도 가게 문을 안 열면 안 되는 줄 알고 자신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식당에 올인하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제일 인상 깊었다.
특별히 멋진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나오는 장면도 많지 않은데......

<백수생활 백서>를 재미있게 읽으며, 아니 나는 왜 진작에 이런 글을 한 편 써볼
생각을 못했더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머리통을  한 대 가볍게 쥐어박아 주었다.
책 속의 '내'가  읽은 수많은 책들의 장면과 구절들이 곳곳에 적절하게 등장하는데
좀 의외다 싶은 작가의 것들도 더러 있었지만 '나'의 서술과 대체적으로 잘 어울렸다.
삶이나 독서, 영화에 대한 그의 단상도 귀기울일 만했고.

그런데 다음 구절은 정말 의외였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컵라면에 붓는다. 그리고 그 위를 어젯밤을 함께 보낸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으로 덮었다.
두꺼운 양장본의 책은 컵라면 덮개로 아주 유용하다.(95쪽)


김이 오르는 컵라면 위에 자신이 읽던 책으로 뚜껑을 덮는 사람(독서광 중에서)이
과연 있을까?  알고보면 책이 구체적으로도 쓸모가 많다는 걸 말하려다가 
이 작가 그만 오버액션을 한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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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6-07-12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한대 쥐어박고 싶은 이유가 그거였군요 ^ ^
저도 한번 읽고 싶은 책인데, 사실 저는 말씀하신 주인공의 아버지 같은 분을 요즘 존경해요. 옆에서 보면 단순하고 쉬워보이는 일이, 제가 막상 해보니 쉽지 않더라는 것을 깨닫고 부터는요.

치니 2006-07-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엇 로드무비님, 저 그렇게 뚜껑 덮고도 남을 사람 인데요. ^-^;;;
꼭 책 뿐 아니라 뭐든지간에 자기가 하는 것만 중요하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의 다른 취향은 무시하는 사람은 미오요.

로드무비 2006-07-1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정말 한 대 쥐어박았다니까요.ㅎㅎ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 그 모습만으로도 뭉클.

치니님, 정말요? 히히~
전 새우깡 정도는 올려놓는데, 커피도 책 위엔 안 올려요. 쏟을까봐.
(생각해 보니 뭐 그럴 수도 있겠구만요.^-^)

Mephistopheles 2006-07-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요한다고 안읽던 책을 읽을까요...?^^
책만 많이 읽으면 헛똑똑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죠...

로드무비 2006-07-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보내주신 음악 잘 들었어요.
특히 정 모 가수의 목소리 박력있던데요?
가끔 꺼내 듣겠습니다. 감사!ㅎㅎ
헛똑똑이, 예전에 우리 엄마에게 많이 듣던 말이네요. 헤헤~

nada 2006-07-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컵라면을 브루클린 풍자극으로 덮었다는 대목이 매우 공감가는데요? 그 짓 잘하거든요. 물론 전 독서광이 아니고, 책이나 독서 행위에 대해서 겨우 그만큼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지만요. 숫자의 유혹은 매력적이긴 합니다만. 의미 없는 다독은 자학 아닐까요.

조선인 2006-07-1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도 취미인 걸 인정해야 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근데 비싼 양장본 책으로 컵라면을 덮는다... 전 돈이 아까워서 못해요. ㅋㅋㅋ

로드무비 2006-07-12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전 배송되어온 책에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아주 불쾌해 하는 분들을 여기서 많이 봐서 모두 그런 줄 알았어요.
책으로 컵라면 뚜껑을 덮는다고 해서 책을 안 사랑하는 것도 아닐테고
또 안 사랑하면 어떻고, 각자 알아서 할 일이네요.=3=3=3

waits 2006-07-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체적 쓸모란 말을 보니 문득, 예전 시트콤에서 쓸데없는 물건들 주워온다고 구박하는 며느리 보란 듯이 색소폰에다 마늘도 빻고 목욕도구들도 담고 하던 신구할아버지 생각이. 어인 딴소리~ㅎㅎ

urblue 2006-07-1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으로 컵라면 덮으면 쓰러질까봐 걱정스러워서 못 덮겠던데요. =3=3

mong 2006-07-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책이 냄비 받침으로도 그만이잖아요
히히 =3=3=3

로드무비 2006-07-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컵라면 뚜껑으로 책 사용 여부는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다를 테죠.
그러고 보니 텔레비전 안 보는 걸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인간의 생각이 그만큼 다양한 것이니.
타인에게 강요하지만 않으면 뭐 얼마든지.....^^

건우와 연우 2006-07-12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너무 심해요..자꾸 어찌 지르라고...
마지막으로 인용해 놓으신 부분을보는 순간 정말 지르고 싶은 마음이 울컥 하니 참 무슨 심보인지 ㅎㅎㅎ...^^

혜덕화 2006-07-1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남편이나 아빠에게 어떻게 하라는 것은 안적혀 있어서 모르나봐요. 그 집 식구들은 그런 인간에 대한 기본 예절에 관한 책부터 읽어야겠군요. 하지만 책이 수십만권이면 뭐합니까? 좋은 말씀 좀 해주십시오, 하는 시자의 말에 서암스님께서 대답하신 말씀처럼 세상에 좋은 말이 없어서 이 모양이겠습니까? 좋은 책은 너무 많은데,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이 옳기만 한 이 아상이 문제겠지요.

로드무비 2006-07-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한국의 경기가 있는 날 월드컵 게임 가족 단체 시청 이벤트를
하루 펼치더라고요. 아빠를 위해서, 깜짝 이벤트로.
가만 생각해 보니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부각시키려고 방송국에서 짠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날 화면으로 볼 때는 짜증이 치솟더군요.
남의 가족 일에.
이런 것도 제 생각만 옳다는 아상일까요?;;

건우와 연우님, 사고 싶은 책과 꼭 한 번 빌려 읽고 싶은 책이
있지 않아요?ㅎㅎ
저도 가을쯤에는 이동도서 버스를 이용할까봐요.
빌려보고 싶은 책까지 사보려니 무리가 가네요.^^;;
(인용해 놓은 부분이 땡긴다고 하시니, 호호`~)

mong님, 잘못하면 자국이 남는데.
제 책 가지곤 안 그러실 거죠?=3=3=3

블루님, 책이야 어떻게 되든 라면 못 먹게 될까봐?
말 됩니다.^^

FTA 반대 나어릴때 님, 신구 할아버지의 심술 못 말렸죠.
그 장면이 연상되어 자꾸 웃음이 나와요.ㅎㅎ



바람돌이 2006-07-1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양장본이든 뭐든 옆에 있는 책으로 컵라면 뚜껑 덮는데.....빌린 책만 빼고요. ㅠ.ㅠ

아키타이프 2006-07-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적으로 컵라면이 짜부러지지 않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구요.
저도 讀보다는 食이 우선인 인간인겁니다. 라면은 좋아하지도 않음시롱.

로드무비 2006-07-13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님, 그러니까요.
저 책 정도면 꽤 무거운데.
저도 먹는 게 먼저인 인간입니다.
그런데 뭐 먹으면서 책 읽는 것도 좋아해요.
묻혀가며, 닦아가며...^^

FTA반대 바람돌이님, 그러시군요.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더 믿음직스러워요. 히히~~

따우님, 넝담이시죠?
전 순간 님의 말을 믿어버렸지 뭡니까.ㅎㅎ

oldhand 2006-07-1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늘고 긴 컵라면이라면, 두꺼운 양장본은 오히려 위태위태해 보이는군요.
"왕뚜껑"이라면 적당할 것 같은데, 왕뚜껑은 덮어누를 필요가 없으니. 하하.
뜨거운 라면 위를 책으로 덮는다면 습기가 차는게 문제일텐데, 그런 점에선 양장본이 어울려 보입니다. 물기는 그냥 슥 닦아 버리면 되니.. ^^

플레져 2006-07-13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 밑줄도 안긋던 사람이지만 (요샌 밑줄, 긋는 게 일)
컵라면 위에 올려놓는 건 정말 이해안가는뎁쇼?
젓가락을 올려놔야 제맛인데 ^^
댓글들이 참 재밌어요. 갖가지 방법이 다 나오네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6-07-1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전 밑줄 잘 그어요, 예전부터.
저도 책이 쭈글쭈글해질까봐 컵라면 위에는 못 올리겠던데.
어제 읽던 시집을 앞에 두고 밥을 먹다가 김치국물이 튀었는데
안 지워져서 스티커를 붙일까 잠시 생각했다지요.ㅎㅎ

올드핸드님, 그러게 말입니다.
컵라면은 나무젓가락으로만 고정해 놔도 충분하던데.
양장본은 무게 때문에 쓰러지지만 않는다면 컵라면 같은 데
누르는 돌로 써도 되겠어요. 습기는 닦아주면 되니까.
전 그 생각을 못했네요.^^

로드무비 2006-07-1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놀랍긴 하지만 뭐 상처받을 일까지는 아니지요.
제 사전이 쭈글쭈글해지는 것도 아니고.=3=3=3
(의외의 면모로군요. 히히~)

2006-07-31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스라엘 소년 나다브와 팔레스타인 소녀 마이가 만났다.

 

오늘 새벽 여섯 시,  교육방송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005년 회고전'의 하나로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과 만나서 평화 모임을 결성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기록한,  <내 마음속의 작은 평화>를 재미있게 시청했다.

예루살렘에 사는 한 종군기자의 아들 12세 소년 나다브는 어느 날 등교길에
바로 눈앞에서 테러로 폭발하는 버스를 목격한다.
그 버스에는 자기처럼 학교에 가는 중인 아이들이 주로 타고 있었다.

나다브는 지금 당장 자신이 무엇인가를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가까운 친구들과 테러와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어린이들의 모임을 결성한다.
그런데 모금활동에만 너무 치중하는 나다브를 보며 모임의 멤버인 샤이와 노아는
"돈이 다가 아닌데!"하며 뒤에서 소근소근.

이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 등 몇 어른을 졸라 어느 날 시내의 허름한 호텔에서
팔레스타인 아이 둘을 소개받는데 억지로 끌려나온 아이들인 듯, 어리버리하다.
기대에 부풀었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그 모양이라니, 하고 실망하는 나다브와는 달리
똘똘한 소녀 노아는 "그애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마음 깊이 이해를 하는데.

다음 모임에는 다행히 '마이'라는 똑부러지는 소녀와 평화와 연대에 관심 있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나온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애초의 목적인 평화 모임이고 나발이고  간에
놀이를 통해 급속도로 친해지고 모임은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마이는 책읽기가 취미이고 평화를 위해 일하다 20년간 옥살이를 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 하는 소녀.
어색한 첫 만남에 주눅들지 않고 바로 아이들만의 놀이로 어울려
경계를 급속도로 허물어버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각 나라의 수도 알아맞히기 같은 조금은 학구적인 놀이를 제안하는 성숙한 소녀 마이.
마이는 몇 번인가의 모임 후 나다브에게 앞으로도 이렇게 만나서 계속 놀기만 할  건가 묻는다.

나다브와 마이는 옆 방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대해 목청을 높여 의견을 나누는데.....
샤이와 노아 등 남겨진 멤버들은 정치적인 이야기로 핏대를 세우느라 의견의 접점을 보이지 못하는
두 소년소녀에게 반발하고 나선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분노와 증오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나다브는 말하지만
친구들의 눈에 그는 꿈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는 철부지로 비친다.
모임이 결성된 후 몇 달이 지나 아이들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의원이 선거에서 패하여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노아는 부모님의 뜻대로 '영재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해서 앞으로 모임 참가가 어렵다고 하고,
텔레비전 뉴스 속에는 양국간의 테러와 보복으로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소개되는데.

모임이 거의 와해 되기 직전 마이의 초청으로 팔레스타인에 있는 소녀의 집을 방문하는 나다브.
마이는 조국의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나다브를 데리고 검문소로 데리고 가는데.
"빌어먹을 카메라는 치워!"라는 군인들의 호통과 사나운 기세에 둘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
그곳을 급히 빠져나온다.

소녀의 집으로 돌아와 팔레스타인의 전통놀이를 마주앉아 하고 노는 나다브와 마이.
이 장면을 보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복받친다.
20년 옥살이를 마치고 노인이 다 되어 출옥한 마이의 아버지가 문 앞에 앉아
둘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일까?

'Peace for the Future'  모임은 그 뒤로 이어지지 않았다.
아이답지 않게 신중하고 생각이 깊은 소년 샤이는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고
노아는 부모님의 소원대로 영재 프로그램 과정을 밟는다는 자막과 함께.
샤이의 13세 성인 신고식 '바르 마츠바'  파티가 열리는 날,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잊고
신나게 뛰어논다.

12세의 어린이들의, 테러와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고의 노력과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모임 결성 과정은 어른들을 뺨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갈등과 반목도......

제일 신기했던 건 아이들은 그 부모의 의식을 거의 그대로 닮는다는 것.
그리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소녀 마이는 역시 남다른 데가 있었다.

(2004년, 이스라엘,  에얄 아브네리 감독.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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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7-11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과 함께 올려주시니 마치 제가 본 것 같은 느낌이네요...^^
세상 곳곳에 참 얼마나 아픔이 많은지... 정말 어렵습니다.
그 부모의 의식을 거의 그대로 닮는 것은, 올곧은 부분만이었으면 좋겠어요. ㅎㅎ

로드무비 2006-07-11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반대 나어릴때 님,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조금 전에도 피클스, 라는 프로그램을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솔직히 아이가 부모를 닮는다고 하면 전 가슴이 철렁합니다.
껍데기든 속이든 다 자신이 없어서요.;;

waits 2006-07-1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주하 껍데기가 괜히 그렇게 생겼을라고요.
요즘 주하 사진 보면서... 님께서 설명하신 외양에 의구심이 물밀듯이...^^;;;
아, 밤에도 들어오시네요. 반가워서요. 히히.

로드무비 2006-07-1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생각하니 제가 올린 이 페이퍼가 줄거리 요약 정도지
시청소감이라 할 건 없겠더라고요.
제목 슬쩍 고치러 들어왔습니다.
댓글 달렸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리고 제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세요.
거짓말은 잘 안하니까요. 히히~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가 여덟 권 통째 들어가는 캔버스천의 작은 손가방,
영화를 보러 가거나 외식을 하러 동네의 최고 번화가에 진출할 때를 염두에 두고
장만했다.(급하게 장도 좀 보고, 비디오와 만화도 빌리는 등.)
자그만 매트는 새것이 하나 필요하기도 했고, 무늬가 너무 이쁘고 싸서(9천 원).

그리고 노란 장화를 산 기념으로 마이 도러 한 컷.
비오는 날 샌달 속에 신은 양말이 젖어 오는 게 애처로워 사줬더니
다행히 장마가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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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7-11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비오는 날은 역시 장화가~~
손가방 무지 귀여워요 ^^

해리포터7 2006-07-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손가방이 통이 그리 크다니! ㅎㅎ

바람돌이 2006-07-11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손가방이 탐나네요. ^^ 장화는 아직도 몇번의 태풍이 남았잖아요. ^^

물만두 2006-07-11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다 이쁘요^^

마늘빵 2006-07-1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쁘다.

urblue 2006-07-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장마 안 끝났어요. 태풍 지난 이제 장마 전선 북상 중. 이거, 다행인걸까요? -_-;
손가방 무지 이쁩니다. 저도 탐나요.

BRINY 2006-07-1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원피스도 멋진데요~ 장화랑 잘 어울려요~

근데, 가방은 어디서 사셨나요? 호홍~

DJ뽀스 2006-07-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장화! 노란우산쓰고 퐁퐁 뛰어다니는 주하양이 막 상상되요. 상쾌!

로드무비 2006-07-1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원피스도 작년에 몇천 원 주고 산 것 같은데
애가 옷걸이가 워낙 좋아서요.=3=3=3
가방은 10X10.

블루님, 하나 사셔요.
텐에 가보면 메인에 떠 있어요.
전 지난주 보자마자 3분 만에 주문했답니다.
장화는 놀이터에서 흙장난 할 때 신어도 되고
장마는 당분간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프락사스님, 정말 이쁜 건 사스님이더만요.
정말 멋졌어요!^^

물만두님, 어머 너무 기뻐요.
님의 안목을 믿거든요.^^

바람돌이님, 님도 소녀 취향을 극복 못 하셨구나?
반가워요. 덥석!^^

새벽별님, 3만 원이 조금 안 되어요.(비싼 편!)

해리포터7 님, 끝도 없이 책이 들어가는 게 신기해서
한 장 찍어봤어유.
알라디너들은 가방 살 때 책 대여섯 권 정도 들어가는 건 기본이죠.^^

몽님, 베가방이 전 아직 그렇게 좋네유.
무슨 심뽄지 모르겠어유.
장화는 하늘색이 더 예쁜 것 같아요. 동주 것도 하나 샀거든요.
뭐든 같이 안 사면 큰일 나요.^^;

건우와 연우 2006-07-11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피스와 노란장화가 정말 잘어울려요.
훗날 어느 총각의 아련한 추억의 소녀가 되는것 아닌지...^^

nada 2006-07-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 치마 잘 안 입는다더니 요즘은 치마 입은 사진이 자주 보여요. (전에 빨래할 때도..^^) 동주 파란 장화도 궁금해여~

반딧불,, 2006-07-1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쁘다!!

비로그인 2006-07-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아... 딸 낳고 싶다 는 생각이 드는 사진이네요 :)

로드무비 2006-07-1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 님 서재 사진 멋지네요.
사진이 좀 참하게 나왔나요?
아무튼 바라는 모든 것 이루시길...^^

광부의 딸님, 그이 정말 가소롭군요. 흥흥=3=3
그리고 아뇨, 책만 그런 걸 읽는다 뿐이지 복부인처럼 생겼어요.
뭐 남의 미모를 말할 입장이 못 됩니다만.^^;;

따우님, 제가 바느질과 재봉질만 할 줄 알아도
옷과 가방 만들어 볼텐데.
바느질은커녕 전 본을 보고 설명을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어요.
그래서 이모저모 유능한 님이 무지무지 부럽다는.....^^

반딧불님, 뭐가요?ㅎㅎ

꽃양배추님, 여름엔 가랑이 사이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게
최고라고 꼬셔서 얇고 간편한 원피스를 입히는 편입니다.
입어보니 저도 시원한지 별로 앙탈을 않고요.
제가 한때 어찌나 아이 원피스를 많이 사들였는지
원피스에 한이 맺힌 사람 같았다니까요.
글고 사실 한이 없는 것도 아니어요. 에효=3 그 정도만 아시길.^^

건우와 연우님, 아아, 듣기만 해도 제 가슴이 설렙니다.
아련한 추억의 소녀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리. 히히^^

국경을넘어 2006-07-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시 북상하니까요. 쓸모가 많을 것 같네요. 우리 애들도 하나씩 사줘야 겠습니다. 물만보면 거기로 뛰어 들어가니...

Mephistopheles 2006-07-1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니어도 노란 장화를 사줬었던 적이 있었죠..
1년이 지난후 커버린 발 때문에 더이상 못 신어서 토마스가 그려진
파란 장화로 다시 사줬답니다..ㅋㅋ

반딧불,, 2006-07-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댓글달릴 줄 알았어요.
ㅎㅎ 주하양은 당근 이쁘구요. 가방도 탐나고.
결정적으로 요기에 적어두시는 님이 가장 이뽀요!

플로라 2006-07-1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색 체크무늬 원피스에 노란장화까지, 너무 예쁜 따님모습에 반했어요~^^
따뜻한 엄마 마음이 솔솔 묻어나는 페이퍼~^^

로드무비 2006-07-11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
제가 좀 주책맞습니다.
별 걸 다 자랑이라고 올리죠?ㅎㅎ

반딧불님, 이런 페이퍼는 되도록 안 쓰려고 하는데 어떤 날은
자신도 모르게 쓰고 앉았어요.
이상한 일입니다.
좋다고 하시니 더이상 바랄 게 없군요.^^

메피스토님, 장화는 본래 좀 크게 나온 걸 한 치수 큰 걸로 사서
2, 3년 신는 게 기본인데.
토마스 장화 파란색 무지 이쁘던데요?
(아무튼 알뜰주부의 훈수 참고 바랍니다요.3=3)

폐인촌님, 장화도 고무가 두툼한 게 안정적인 놈이 있어요.
아그들 이뿐 것 사주셔요.^^
(장화 신고 뽈가벗고 노는 모습 상상이 됩니다.ㅋ)

ceylontea 2006-07-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장화는 어디서 사셨어요? 지현이도 장화 사주려고 하는데, 어디서 파는지 고를 틈도 안나요.. 지현이가 특히나 노란색 좋아하는데...

ceylontea 2006-07-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가방 참 마음에 드네요.. ^^

아영엄마 2006-07-1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고보니 저도 장마에 대비하야 애들 장화 장만을 해야 할틴디..(이상하게 장화는 안 사져서 여적지 한 번도 산 적이 없어요. @@;;)

날개 2006-07-1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이 들어가는 가방이라니.....^^ 이쁘기도 해라...
근데, 주하 원피스 입으니까 정말 잘 어울리네요.. 장화랑도 잘 맞고....^^

로드무비 2006-07-1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만화 전용 가방으로 할까봐요.
핸드백은 한 개도 없고 베가방은 몇 개나 됩니다.
예전, 도서관에 책 빌리러 드나들던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요?
좀 이상한 심리예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영엄마님, 장화보다는 맨발에 고무신 신겨 보내는 게 좋은데.
빗물 속에서 첨벙첨벙 놀기에는 그만이거든요.
그래도 장화는 별로 비싸지 않으니 아이의 추억을 위해서라도
한 켤레씩 사주시는 게.^^

실론티님, 고맙슴다.ㅎㅎ
지현이는 무슨 색이든 다 고급스럽게 소화하더군요.
가게는 인터공원이고요.
어느 숍인지는 살짝 갈챠드릴게요. 기다려 주세요.^^


아키타이프 2006-07-12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필요 없어요. 주하만 주세요. 주하를 업어가고 싶네요.
어찌 저리 이쁠까요.

로드무비 2006-07-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님, 방학 때 며칠 짐 싸서 보낼까요?ㅎㅎ
반가워요.^^*

BRINY 2006-07-1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문했어요~ 그런데 일시품절인가봐요? 요몇년간 가죽핸드백 안들고, 이런 천가방만 사서 들고 다녀요~ 가볍고 많이 들어가서 좋아요!

로드무비 2006-07-13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잘하셨어요.
제가 보기에 단행본 열 권도 가능한 넉넉한 품새.
그리고 여차한 경우 정장 차림에 들어도 어떨라구요.
학생들이 보고 탐내지 않을까요!^^

balmas 2006-07-1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우리 주하 오랜만일세 ...

손가방이랑 장화가 너무 예뻐요.

그래도 주하가 더 예쁘네 ... ㅎㅎㅎ

로드무비 2006-07-13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장가도 가시기 전에 장년의 냄새가 풍깁니다.
오랜만일세, 라니! 히히=3=3=3

어룸 2006-07-15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헤~ 올만에 주하얼굴 구경하러 왔삼 ^^
 

한미 FTA  졸속 진행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는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기는커녕 불법시위는 엄단할 것이라며
강경대처방안만 앵무새처럼 외고 있다. 그리고 오늘 실행에 옮겼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는 접은 지 이미 오래지만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황우석 박사에 대해 보여준 끈질긴 기대와 미련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교육과 문화를 몽땅 미국에 내맡기는 꼴이나 다름없는 것을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이라느니 뭐라느니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도 그렇고
그가 평소 '지식' 혹은 '학벌' 쪽에 엄청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갑자기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이다.

오래 전 그에게 매료되었던 것이 가난한 농가 출신의 상고 졸업자로 독학으로
자신의 꿈(변호사)을 이루고, 거기다  뒤늦게 사회 현실에도 눈을 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사회 정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균형감각과 용기와 실력을 갖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니 우리나라의 장래가 밝다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기뻐하며 축배를 들었다.

황우석 박사에 대해 그가 보여준 무조건적인 지지와 신뢰를, 그를 사랑하여 어려운 형편에도
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그에게 전달했던 국민들에게 돌릴 수는 없을까?
나만 해도 그럴 형편이 도무지 아니었던 때 은행으로 달려가 매달 얼마를 후원금으로
자동이체시켰다. 아까워라, 그 돈!

MBC PD수첩에 의해 모든 것이 황우석의 거짓말로 드러났을 때도 노 대통령은 
방송이 해도 너무한다며 이쯤해서 그만 덮어두자고 말했다.
자신이 점찍은 한 과학자를 무조건적으로 칭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몇 년 동안 황우석의 손바닥에서 놀아났다. 
그리고 모든 우려가 사실로 밝혀졌을 때 우리 국민은 한동안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
최고의 원인 제공자인 대통령은 그래놓고도 그 부분에 대해 아직 
한 마디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다.

사람에 대한 신뢰나 우직함인 줄 알았던 그의 덕목이 알고봤더니
겉으로 드러난 학벌이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 그리고 똥고집으로 드러났다.
상고 졸업생으로 학벌이 판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이 그의 자부심이며
학생들을 골고루 보호하는 올바른 교육정책으로 자동 연결될 줄 알았더니
입만 열면 인재가 필요하다며 부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교육정책을 획책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번 한미 FTA의 지식서비스 산업 육성이란 부분도 그런 것과 맞닿아 있지 않나?

얼마 전 읽은, 다소 호감을 품고 있던 한 퇴직 노정치인의 책을 읽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어느 정치인을 일러 서울대 출신이 아니어서 안된다는 말이 버젓이 나오질 않나,
우리 사회가 그 정도였구나.
꽤나 양식 있는 서민풍의 정치인인 줄 알았더니 그가 이럴진대, 하는 비탄이 절로!

내가 생각할 땐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것 같은 실수나 오판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고,
잃어버린 신뢰나 인기 그런 걸  좀 만회해 보려는 몸부림인지는 몰라도
엉뚱한 데 욕심을 부리며 그것이 확고한 소신임을 계속 내세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대통령으로 뽑아준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그는 아무래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다.

이 태풍 속에 우비를  입고 모여 한미 FTA  중단을 외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생각과 의문을  몇 자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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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7-10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청와대가 로드무비님의 글을 본다면....
`대통령도 사람이다..!!' 라고 공식 성명을 발표할 껍니다..
어떠한 변명도 준비되어 있는 정치인들에겐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로드무비 2006-07-1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이렇게 총체적으로 계속 잘못하기도 참 어려운 일일 텐데.
어떤 의문이 갑자기 들어 페이퍼로 썼지만 마음 한구석엔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도 아직 조금 남아 있습니다.

sooninara 2006-07-10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개천에서 용 났다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죠?
맺힌게 많아서인지..고집이 센건지..이마에 한일자 주름이 안좋다고 들었는데.
로드무비님 글 읽으니 그럴수 있겠다 싶네요.

물만두 2006-07-10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생각은 하고 사는걸까???

로드무비 2006-07-1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미투!^^

수니나라님, 개천 쪽으로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면 안 되는데...쩝.
아무튼 말썽꾸러기예요.
요즘은 인상조차 달라 보이네요.;;

날개 2006-07-10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생각든 지 오래됐어요,,,,ㅡ.ㅡ;;;

2006-07-10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07-1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대선 때 일편단심 초지일관 한나라당 편인 부모님 앞에서 침 튀겼던 거 생각하면 쪽팔려 죽겠어요. "그래 니가 주장하던 변화의 모색이라는 게 이런 거냐?" 하며 빈정대시거든요. 그런 말 들어도 할 말도 없구요. - -;;;

urblue 2006-07-11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꽃양배추님이랑 마찬가지입니다. -_-

로드무비 2006-07-1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그러셨구만요.
인상 좀 펴시라요.ㅎㅎ

저도 추천님, 땡큐!
우리 서로 자신만 알고 있는 이야기 하나씩 몰래 주고받을까요?
전 100여 개쯤 있어요.ㅎㅎ

귀여우신 로드무비님 님, ㅎㅎ
을마만에 들어보는 기분좋은 소린지.
요즘은 지가 꼭 천덕꾸러기가 된 기분이랑게요.
님마저 안 계시면. 흑=3
애정 표현 좀 자주 해주세요.^^

날개님, 아이참, 날개님이 그런 생각을 하실 정도면......^^;

부리 2006-07-11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을쎄요 그가 못하는 건 맞지만 그걸 학벌과 연결짓는 건 갠적으론 반대인데요. "학벌 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한 전여옥의 말이 맞는 게 되버리자나요.

로드무비 2006-07-1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그래서 의구심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단정 지은 건 아니고요.
저도 아니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런 의심이 슬슬 들려고 하네요.
인재 육성론을 너무 내세우다가 결과적으로 우리 교육 현실을
갈등과 반목과 파탄에 빠뜨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콤플렉스의 유무를 떠나서.
저도 전여옥이랑 한 패 되는 건 싫습니다.=3=3=3

건우와 연우 2006-07-1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거때 찍은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마음이 너무 자주 들어 제자신이 비참합니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다른 대안도 잘 안보이고..ㅠㅠ

로드무비 2006-07-1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침하신 분, 딸리긴요, 겸손의 말씀을.
하나씩 생각나면 우리 귓속말 해요.^^

건우와 연우님, 속상하시죠?
다음엔 정신 바짝 차려야겠는데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지네요.;;
그래도 기운 내시길.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요.^^
 

어제 저녁 태권도 교육비를 체육관에서 보내온 봉투에 넣으며
목에 걸 수 있는 비닐 코팅 봉투가 좋던데 왜 이걸로 바꿨을까, 궁시렁대며
반으로 잘 접어서 아이 손에 들려 보냈다.

그런데 5분 후 태권도장에서 전화가 왔다.
"봉투 속에 만 원짜리 한 장밖에 없는데요?"
"예?그럴 리가! 확인해 볼게요."

봉투를 미리 준비해 놓았던 화장대 서랍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돈은 안 보인다.
그제서야 아이가 평소 학교에 갈 때 신발주머니를 공중으로 번쩍 360도로 돌리며
걸어가는 와일드한 모습이 생각났다.
돈봉투를 한쪽 귀퉁이만 잡고 그렇게 돌리며 갔다면 지폐는 낙엽처럼 흩날렸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 계단을 뛰어내려가 아이가 태권도장에 가는 코스를 절반쯤 눈으로 훑었다.
역시 지폐는 안 보인다.

태권도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에게 태권도장에 가던 모습을 재연시켜 보았다.
내 짐작이 맞았다.
아까워라, 8만 원!
알라딘에 책을 열 권 주문할 수 있는 돈인데.....

아이에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 후 일단 그 건을 끝냈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보다가 문득  길거리에 뿌린 배추벌레 여덟 마리를 생각하니
뒷골이 땡겨왔다.

"아이고, 8만 원! 주하야, 생각할수록 아까워 죽겠다!"

그랬더니 마이 도러, 내게 이런다.

"엄마, 자꾸 생각하면 뭐해. 다른 좋은 일을 생각해야지. 기분만 나쁘잖아."

"너는 그 돈이 아깝지 않냐? 누군지 몰라도 땡잡았겠다. 한 장 주웠더니 앞에 또 한 장이......"

"어떤 좋은 사람이 주워서 경찰서에 맡겼는지도 모르지!"

허거거걱이다.

아이가 봉투를 빙빙 돌리며 나비처럼 달려간다.
봉투에서 빠져나온 지폐가 공중에서 몇 번 돌다가 보도블럭 위에,
길가의 파밭에 사뿐 내려앉는다.

지폐 한 장이 너무너무 아쉬운 사람의 눈에 띄어, 쌀 한 봉지와 바뀌어지기도 한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는데......

나중에 시장 가는 길에 파밭을 집중 조사해야겠다.
주인의 품에 돌아오고 싶어서 몸을 숨기느라 납작 엎드린  녀석이 한 놈이라도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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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7-06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주하 이쁘다!
(그러게 아깝긴 합니다..)

물만두 2006-07-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까워요 ㅠ.ㅠ

mong 2006-07-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대답은 정말 의젓한데요?
(주하는 뭘해도 이쁘다는...)
=3=3=3

oldhand 2006-07-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주하의 대사를 들으면 마치 돈을 잃어버린 사람이 엄마인것 같네요. ^-^

라주미힌 2006-07-0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만원 벌려면... 흰머리카락 몇 개를 뽑아야 하며, 신발장 몇 번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면~!! ^^;;;;;; ㅎㅎㅎㅎㅎㅎㅎ

착하네요. 나도 그런 대답을 했을겁니다. (음화화)

해리포터7 2006-07-0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버라 로드무비님~ 저같으면 그밤을 쏙쓰림으로 꼴딱샐텐데....아이의 학원가는 모습을 재현시키신님...좋은일에 쓰였다고 생각하십시오..주하는 정말 의젖하네요..

건우와 연우 2006-07-06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아까워라. 그치만 아이들은 정말 천진해요^^
참고로 저는 모든 학원비를 이체합니다^^

sweetmagic 2006-07-0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정같은 주하 ~
말도 참 밝고 이쁘게 하네요 ^^

2006-07-06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6-07-0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반하장의 주하 못지않게 쌀 봉지 운운하시는 님도 낙천적..이라고 말하면 화내시려나...=3=3
주하의 귀여운 표정 왈 : 도대체 뭐가 문젠데?

로드무비 2006-07-06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님, 물론 야단은 쳤죠. 화도 냈고.
다르긴 뭐가 달라요.
지금도 생각하면 아까워 죽겠습니다.^^

샌드캣님, 주하가 나비처럼 가벼운 몸으로 돈봉투를 돌리며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해 봤어요.
빠져나온 지폐가 바람에 휘날리고.
저도 모르게 헤벌쭉.
그 기분 아시죠?^^

따우님, 2.는 얄미운 주하로 바꿔 주세요.^^

그런 일 생기면 님, 사실 오백 원 동전 하나 잃어버려도 아깝잖아요.
액수도 그렇지만.
그래도 돈 잃고 엄마가 미친듯이 신경질 내는 모습 보여주면
이중의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비를 아이 손에 들려보내는 건 좀 거시기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듯.^^

스윗매직님, 호호~ 전 좀 무식하게 말했죠?
요정 같은 주하에 비하면.^^

건우와 연우님, 교육비를 직접 들려 보내는 건 역시 좀 그렇죠?
귀찮아서 그냥 따라하거나 냅두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반성!

해리포터님, 학원 갈 때 어떻게 하고 갔냐고 재연시킨 건 좀 웃겼어요.ㅎㅎ
그런데 그렇게 하니 아이가 자신이 어떻게 해서 돈을 잃었는지
바로 깨닫더군요.^^

라주미힌님, 8만 원어치의 노동, 노예소녀 탄생입니다.
그건 그렇고 님의 말씀 안 믿겨요.=3=3=3

올드핸드님, 어떤 말은 하면서도 유치하다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결국 내뱉는다니까요.
맞습니다, 어제 대화는 모녀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mong님, 곰돌이 비누 예쁜 주하 줄게요.
전 절대 손도 안 대고요.^,.~

물만두님, 흐흑.

반딧불님, 아깝고 이쁘고. 헤헤~~


날개 2006-07-0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같아도 한바탕 소리지르고 난리를 쳤을터인데......^^
그 와중에 재연이라니~ㅎㅎㅎ
신발주머니 돌리는건 남자애들만 하는 줄 알았더니... 주하도 하는군요!^^

sooninara 2006-07-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는 좋겠다. 우리집 아이들은 돈 잃어버렸다면..엄마에게 죽죠.

urblue 2006-07-0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저런 반응은, 평상시 엄마의 태도에서 배운 거라고 사료됩니다만. =3=3

瑚璉 2006-07-06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 속이 쓰리군요(-.-;). 짜장이 몇 그릇인가.

플레져 2006-07-06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만원 한 장 건졌잖아요 ^^
주하의 위로에 한 방 먹은 기분 ㅋㅋ
(에고... 팔만원...팔만원..팔만원...=3)

ceylontea 2006-07-06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사진을 보니, 주하는 역시 예쁘네요.. 그리고, 이럴 때 보면 돈에 물들지 않은 아이의 모습.. 그리고,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가 더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문명이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것 같아요.. ^^

인터라겐 2006-07-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돈 잘 줍기로 유명합니다.. ^^ 아마도 어려운 사람이 주워서 요긴하게 썼을꺼예요.. 기뻐하소서...

울보 2006-07-0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말은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네요,
우리 옆지기가 할만한 말인데,,,,,
정말 아깝다,,,,,

기인 2006-07-0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저도 그런일 있을 때는, 어려운 사람이 가져가서 요긴하게 쓰면서 감사해했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

2006-07-10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만 원 한 장 건졌지 않냐는 플레져님의 말씀이나
마이 도러가 똘똘하고 신통방통하다는 님들의 댓글에
힘이 불끈 납니다.
고마워요, 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