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 (상) - 다석사상전집 1
박영호 지음 / 두레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제나(自我)'와 '얼나(靈我)'라는 단어가 있다.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깨달음이란 제나가 거짓인 줄 알고 얼나가 참나임을 아는 것이다.
알았다고 해서 몸뚱이의 제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께서 영육(靈肉)을 분리시켜 줄 때까지 짐승인 제나를 최소한의 예우로 길러야 한다.(상권 257쪽)

'짐승인 제나를 최소한의 예우로 길러야 한다'는 표현에 무릎을 친다. 최소한의 예우.
다석 류영모는 자신의 육신에 정말 최소한의 예우만 하였으니,
일평생을 무명옷(저고리와 한복바지)을 입고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았다.
그리고 소년시절부터 세운 자신의 뜻을 좇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년상을 마치고
농사를 직접 지어 양식을 얻었다.
쉰 살부터는 또 한 가지의 욕망을 끊었으니, 사랑하는 아내와 친구로만 지냈다.
물 한 사발 가져오라는 심부름도 남에게 시키지 않았으며, 말이나 글로 지식을 팔아먹고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하권 중간쯤에 나온 '겨우겨우 살아가야 한다'라는 소제목을 보고, 이 제목에 기대어 짧은 리뷰를 쓰기로 했다.
상하권 합해서 800페이지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열흘 정도에 걸쳐 아껴가며 읽었다.
쌓아둔 소설들을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고 유익한 독서경험.

이승을 떠났을 때 신문에 부음 한 줄 나지 않은, 초야의 사상가 다석 류영모.
김교신과의 교유나 함석헌의 스승으로만 이름을 몇 번 접했을까, 그의 제자 박영호 선생이 쓴
평전으로 만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의 생각과 말과 글은 온전히 그의 것이었다.
남의 책이나 글을 인용하지 않으면 할 말이 하나 없는 학자나 교육가연然하는 인간들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세상에 이런 사람, 이런 삶이 있었다니!
'진리' 가 그의 일생 화두였다.
젊은 날 마하트마 간디와 톨스토이의 삶에 경도되었지만, 그의 생각과 발언은 특정 종교나 사상에
갇히지 않았다.
종교와 인생에 대한 너무 독창적인 견해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 저항이나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데, 나로서는 모든 말과 행동을 받아적고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다.
딱 하나(4.19와 관련된)만 빼고......

근대라는 시대 풍경과 그 시대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너무 인상 깊었다.
사람들의 교제는 또한 얼마나 진지하고 다정하던지......
공부와 교제와 나눔에 힘쓰는 모습들이 가슴 뭉클했다.

다음은 다석 류영모의 통찰이랄까, 독창적인 사고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류영모는 결별의 기도에서 "아들을 영화롭게 하사 아들로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오소서"(요한 17:1 개역성경)의 영화롭게를 뚜렷하게로 옮겼다.
헬라어로 '도크사'인데 영어로 글로리(glory)이다. '영광'을 순 우리말로 '뚜렷'이라 옮겼다.
류영모는 말하기를 세상에서는 인간 저희끼리 주고받는 헛된 영광이 너무도 많아
영광이란 말을 그대로 쓰기가 싫어 뚜렷으로 옮긴다고 말하였다.
"아버지여 때가 이르렀사오니 아들을 뚜렷하게 하사 아들로 아버지를
뚜렷하게 하옵소서"(요한 17 :1)

'인간 저희끼리 주고받는 헛된 영광'을 나는 한마디로 '수작'이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두어 달 전 이 '영광'에 대하여 진지한 댓글을 달아주신 분이 있었는데,
다석 류영모를 먼저 읽은 분이었다.  반가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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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이카 2006-04-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비로그인 2006-04-2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책을 읽고 이렇게 온전히 공감하고 받아들이실 수 있는 로드무비님이 참 부럽습니다..^^

국경을넘어 2006-04-2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올리셨군요. 저는 헌책방에서 어럽게 절판된 책들 구해 놓고 제사만 지내고 있는데... 잘 읽었습니다.^^

푸하 2006-04-25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 한 사발 가져오라는 심부름도 남에게 시키지 않았으며'이 문장 정말 멋진 분의 풍모가 보여요.... 멋진게 위대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수 있으니 정말로 멋진 일이에요..... 자신의 수고로움을 누구에게 미루지 않는 그러한 마음으로 살면 좋겠어요...

mong 2006-04-25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없이 추천만....^^

플레져 2006-04-25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얕은 인간의 껍질을 벗어버리고 싶네요. 한편으론 그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 로드무비님의 독서 편력을 본받고싶어요. 흑.

Mephistopheles 2006-04-2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 먹을려고 바닥에 깔아논 면이 하필 부음란 이였죠...
손바닥 반만한 기사가 난 분도 계셨고 세줄로 끝을 맺는 분도 있더라구요..
그나마 손바닥 반만한 기사가 나는 분들은 유명한 분이다 라고 생각해봤지만..
죽으면 뭐 다 끝이다..란 생각만 들더라는...^^

마태우스 2006-04-25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석 류영모라... 처음 들어보네요. 제가 모르는 훌륭한 분들이 참 많군요. 전 순전 저만을 위해 사는데....

nada 2006-04-25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쉰 살부터는 상대적으로 좀 쉬워보이는데..ㅋㅋ(괜한 딴지구요) 영광에 대한 이야기 정말 인상적입니다. 이런 분의 존함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waits 2006-04-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 온 소제목도 로드무비님 분위기가 나요, 겨우겨우 살아가야 한다... 찌릿.

혜덕화 2006-04-2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겨우 살아가야 한다를 보니 <실컷>이라는 말에 대해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실컷>이라는 말을 쓰면서 살아가서는 안된다시며 열변을 토하시던 말씀 속에서 그분 삶의 모습을 짐작해 보았지만 이 글을 보니 더욱 훌륭하신 분임이 느껴지네요.

푸하 2006-04-2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강연에서 신영복 님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한마디 하신게 기억나네요. " 견디며 살아가는게 중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맥락을 물론 말씀하셨지만 조금 갸웃하게하는 말씀이셨는데. 이어지는 의미같아요.

sandcat 2006-04-2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권정생 님의 '근근히 산다'가 생각는군요. 이 말씀 역시 신영복 선생의 말과 통하는 데가 있는 듯. 지난 주 한겨레에 현암사 판 <다석강의>기사가 났던데요.

urblue 2006-04-2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겨우, 견디며, 근근히, 그렇게들 살아가시는 거군요, 그분들은. 음.

oldhand 2006-04-2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분을 또 이렇게 좋은 리뷰를 통해 조금이라도 접하게 되는군요. 좋은 책은 좋은 리뷰를 낳습니다.

blowup 2006-04-26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 전쯤엔가 읽어보려다가, 저 생경한 말투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몇 장 읽다가 책을 덮었던 기억이 있어요. 실은 저런 깨달음이 부담스러워서 핑계를 댄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로드무비 님 덕분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맘이 생겼답니다.

로드무비 2006-04-2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생경한 말투가 제겐 시어처럼 들리니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깨달음은 깨달음이고, 저는 저의 사치와 낭비의 길을
계속 가려고요.ㅎㅎㅎㅎㅎ

올드핸드님, 아이고, 따신 말씀 고맙습니다.
미처 모르고 있는, 귀한 것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블루님, 저, 저도 그렇답니다. 겨우겨우.=3=3=3

샌드캣님, 권정생님, 맞아요.
제가 아주 오래전 권정생 선생 댁에 가서
식모(무급으로)를 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뜨신 밥을 좀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다석강의> 한겨레에 실렸다고요?^^

푸하님, 맞아요. 이어지는 의미같은데요?
강연을 직접 들으셨나봐요.
안 그래도 이 책에 YMCA 연경반이라고 하여
공부하는 청년들 모임이 나오는데 요즘으로 치면
푸하님 같은 분들이겠죠?^^

혜덕화님, '실컷' 해보고 나면 또 질려서 어떤 의미로 자유로워지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좋은 의미로 이해하면...)
겨우겨우와 실컷을 대비시켜 주셨군요.^^

나어릴때님, 님의 댓글 보니 저도 찌릿.~~







로드무비 2006-04-2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 저도 저 문제는 쉰 살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ㅎㅎ
읽다보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고 사용하던 말들에 대한 고찰,
새롭고 독특하고 유효적절한 해석, 창조성.....
천재라는 생각이 들 정도.^^

마태우스님, 어쩜 그리 겸손하신지.
저도 그런걸요, 뭐.;;

메피스토님, 죽고나서 신문에 몇 줄 나고 안 나고는
그의 명예와는 상관없고
남은 가족들을 그나마 위로하는 절차 중 하나?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플레져님, 모처럼 묵직한 책 한 권 읽었습니다.
독서편력이라면 님만한 분도 드물지 싶습니다만.
얕은 인간의 껍질은 정말 양파 껍데기와 똑같은 것 같아요.^^;

mong님, 추천 고맙습니다.^^

푸하님, 제가 제일 존경스러웠던 게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교수든 사장이든 예술가든 자신이 획득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쳐
타인을 깔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돈으로 뭐든 된다 생각하고 하기 싫은 일은 당당히 시키고요.
사실 저도 찔리는 부분이 많은데 가장 기본적인 사람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폐인촌님, 저도 제사만 지내다가 드디어 읽었습니다.
일단 페이지부터 펼치세요. 금방 읽게 되실걸요?!^^

사야님, 에이, 님은 뭐 안 그러세요?
읽고 있는 책에 완전히 몰입하는 것, 그 쾌락을 사랑합니다.
단, 깨닫고 받아들인 것을 생활 속에 그대로 옮기는 힘이 부족하네요.^^;;

에로이카님, ^^*


2006-04-28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28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맹님의 칭찬 고맙습니다.
님도 힘내시고요.^^

2006-04-3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뭘까요?

 

 

고등어구이를 담은 접시입니다.
새 접시를 하나 샀는데 고등어구이를 담고 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 한 장 찍었습니다.

 



다 먹은 딸기잼 병과 후루츠칵테일 병에 예쁜 테이프를 감아
소금통과 깨소금통으로 재활용했습니다.
아아, 이런 알뜰살뜰하고 귀여운 면모라니!=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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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6-04-23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살림도 글처럼 아기자기 담백하고 예쁘게 하셈! 부러워요! 근데 저 접시 넘 예뻐요.

물만두 2006-04-2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접시 너무 귀여워요^^

야클 2006-04-23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봤으면 고등어구이와 차가운 청하 한잔 생각날 뻔 했습니다. ^^

하늘바람 2006-04-2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로드무비님은 잡지에 나오셔도 되겠어요

mong 2006-04-23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해드릴 말씀을
스스로 해버리시면 어째요! =3=3=3

로드무비 2006-04-2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안 그래도 저 고등어구이는 금요일 밤 3차 술안주였습니다.ㅎㅎ

물만두님, 그래서 마음에 쏙 듭니다.^^

싸이런스님, 제 글이 아기자기하고 담백한가요? 덩실덩실.
고맙삼.
(아크릴 소재 접시라 깨지지도 않아요.^^)


로드무비 2006-04-2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책장수님이 그거 딱 하나이 불만이라고 합니다.
자기 입으로 잘났다 나발 부는 거.
('딱 하나이' 과연?=3=3=3)

하늘바람님, 저 접시 말씀이시죠?
잡지에 나가도 되는 건.^^



조선인 2006-04-2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기잼병이 더 마음에 드네요. 흐흐

nada 2006-04-23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가 직접 쪼물딱 거리지는 않는데 이런 거 보는 건 너무 좋아해요. 아유 아기자기해라..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 슬퍼 보여요. 고등어구이는 눈물처럼 짭쪼롬할 것 같구요. (괜히 자제하신다는 신비주의 전략 쓰지 마시고 자주 페이퍼 올려 주세요. 아무리 자주라도 로드무비님 글은 재미나요.^^)

waits 2006-04-23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알뜰살뜰 귀여우세요.. ㅎㅎ

플레져 2006-04-2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로드무비스런 접시잖아요! ^^
저도 당장 이쁜 테이프로 딸기쨈 통을 장식할래요!!

혜덕화 2006-04-2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도 재미있지만 님과 다른 분들의 댓글도 너무 재미있어요.
접시가 너무 예쁘네요.

진주 2006-04-2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은 진정한 겸둥이~~

로드무비 2006-04-2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댓글이 더 재밌죠?
접시 사고보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하나 더 사려고요.
뭐든 달랑 한 개만 있으니 곤란할 때도 있더군요.^^

플레져님, 로드무비스럽다.ㅎㅎ
딸기잼 병이 어떻게 환골탈태했는지 꼭 보여주세요.^^

나어릴때님, 알뜰살뜰 빼면 저 시체여유.^^

꽃양배추님, 신비주의 전략이라니.
전 그런 거 몰라요.('' )
제 페이퍼가 재미나다니, 기운이 불끈 솟습니다.
그런데 쟤들이 좀 슬퍼 보인다고요?
고등어구이 말고 과일을 담아주면 괜찮을까요?^^

조선인님, 꼭 마로가 말하는 것 같네요.^^

로드무비 2006-04-23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호호, 님은 우아하시고요.^^

瑚璉 2006-04-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고등어자반이 먹고 싶군요.

sudan 2006-04-2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야.. 예뻐요. 노란버스 그려진 하늘색 테이프.

날개 2006-04-2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어 무지 바삭하게 잘 구우셨다~^^
접시도 이쁘지만, 저 병들 참 이쁘네요...
일단 예쁜 테이프를 사야겠구만요..ㅎㅎ

로드무비 2006-04-2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생고등어 사서 그날 바로 구우니 정말 맛나더라고요.
테이프 요즘 이쁜 것 많이 나오더군요.
언제 이쁜 것 하나 꿍쳐뒀다 선물할게요.^^

수단님, 버스 테이프는 그냥 보기엔 심심한데 병에 붙이니 인물이 사네요.^^

호리건곤님, 자반은 안 삽니다.
너무 짜서.^^

瑚璉 2006-04-24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허, 보석하면 다이아고, 고등어는 자반이죠(-.-).

치유 2006-04-2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자기 알뜰하게 하시는 모습..잼 병에 테이프 한번 둘러봐도 그렇게 이쁘게 안 보이더구만..왜 로드무비님이 하시면 저렇게 이쁘당가요??
고등어 구이 접시에 늘어진 전깃줄 위로 새들이 날아와 너무 이쁨니다..

조선인 2006-04-24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사람들이 다 그러데요. 이번 대문사진은 성공인 듯. 히히

로드무비 2006-04-25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맞아요.
마로가 빠안히 쳐다보는 것이, 나쁜 짓 못하겠어요.^^

배꽃님, 테이프가 첫째 예뻐야죠.
저, 손재주라곤 없는 인간이거든요.;;
접시는 참 마음에 듭니다. 수수한 것이...^^

호리님, 보석은 모르겠는데 자반은 아니라니까요.
짠 건 질색이라.=3=3=3
 
진짜 좋은게 뭐지?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가끔 사람은 평생 딱 한 번 저지른 일로 평가되기도 한다.(10쪽)

집에 있는 남편과 범상하게 전화통화를 하다가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말해버린 여인이 있다.
이름은 케이티. 나이는 마흔 살.
주차장에서 핸드폰으로 남편과 치과 예약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난데없이 이혼이라니,
케이티는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화들짝 놀란다.
그런데 그 장면을 읽는 독자로서는 그런 상황이 뭐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

인용한 말처럼, 무심코 뱉은 한마디로 내 전 인격이 의심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떤 변명도 소용없다.
그리고 사람이 상처를 받는 건 타인에 의해서라기보다, 자기자신에 의한 것일 때가 더 많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배신하고 불성실하면, 신에게 심판 받기 전에 나 자신에게서
먼저 철썩 뺨을 한 대 맞는다.
그래서 나는 평소 나로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선택한 후에는
그것에 관해 누구와 상담한다거나 변명하는 태도(포즈)를 가급적 취하지 않는다. 
이미 매를 한 대 맞았는데 뭐.
자기자신을 믿을 수 없고 만정이 떨어져버리는 벌처럼 무서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인생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됐는데 저녁시간은 어쩌면 이렇게 평화롭고 가정적인지
기가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가족의례란 것은, 아무리 혹독한 태양에서도 끝내 꽃을 피워내고야 말
질기디질긴 사막의 꽃같다.(61쪽)

참 뭐가 뭔지 모르게 괴롭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괴롭고 막막한 중에도 사람은
 타인이 보면 멀쩡한 모습으로 일상이란 것을 꾸려나간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며 속으로는,  '당신은 좋겠다!  그렇게 무사태평한 얼굴이라니!
하고 부러워 하는 건 아닐까?

'죄책감 목록'이라든지 '심지어 교회에 가다'  등의 중간제목과 그 내용 전개에 나는 배꼽을 잡았다.
딸 몰리의 등쌀에 동네를 한 바퀴 돌다 가장 무난할 것 같아 한 번 들어가본 교회에서
만난 교인들의 표정과 목사의 설교 장면,  더구나 그곳에서 동생 마크와 우연히 마주쳐
사창가에서 만난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 케이티 남매의 모습이라니!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파토 나지 않을 인간관계가 없고, 그보다 이 세상에서 자기자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닉 혼비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만나고 나면
시원한 맥주를  병째 들이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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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4-18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쪽에 있는 두산사옥 지하의 호프집의 생맥주 강추~! 입니다..
정말 시원하고 맛있어요~

야클 2006-04-1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사람은 평생 딱 한 번 저지른 일로 평가되기도 한다'

갑자기 가슴이 투웅~~. 아직은 안 저지른 것 같은데.... ^^

hnine 2006-04-1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닉 혼비의 About a boy 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구차하게 그려질 수도 있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전개하는 것은, 작가의 의도인가 아니면 작가 자체의 성격인가 궁금해 했었지요.
로드무비님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에서도 그런 아이러니가 느껴질 것 같네요.
읽어보고 싶어라. 표지 그림도 재미있어요.

nada 2006-04-1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댓글에 댓글 달고 와 보니 후딱 올려 놓으셨군요! 참으로 비교되게스리..ㅋㅋ 교회 에피소드에서는 저도 키득거린 기억이 납니다. 정말 닉 혼비의 주인공들은 처치 곤란한 소포 상자들이에요.

비로그인 2006-04-1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수 많은 사람들이 제게 그렇게 기억되었고 또 저도 뭔가 딱 한 번 했던 실수로 그 당사자들에게 기억되어 있겠죠..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란 말이 콕 박힙니다..^^

mong 2006-04-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았던 것들이 쌓였다가 한순간에
둑이 터지듯 무너지는 거겠죠....

하이드 2006-04-1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근데, 표지가 왜저래요? 정말 닉혼비책 우리나라와서 욕봅니다. 욕봐 -_-;;;

국경을넘어 2006-04-1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처음엔 로드무비님 이야기인 줄 알고 깜딱 놀랐어요 -,-;;;

치니 2006-04-1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와중에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 만은 없는 무언가가 한동안 묵직하게 가슴에 있었는데,
아 간사한 저는, 이제 그런 묵직함은 버린 채 또 흐늘흐늘 살고 있군요.

로드무비 2006-04-1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책 표지 보고 배꼽을 잡았습니다.
재밌게 읽었으니 귀엽게 봐줄랍니다.ㅋㅋ

mong님, 견고하게만 보이던 것이 어느 날 와르르.
철옹성 같은 건 어딨을까요?

사야님, 낄낄거리며 읽었지만 이 책 괜찮습니다.
일독하시기를......^^

꽃양배추님, 제가 영어 자판 두드리느라 고생하는 것 어떻게 아시고.ㅎㅎ
님 리뷰를 읽으니 불현듯 저도 쓰고 싶지 뭡니까.
다른 분의 '삘' 받은 것 치곤 형편없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대강 했으니...
처치 곤란한 소포상자, 어쩌면 표현도 그리 야물딱지신지.^^

hnine님, 전 <어바웃 어 보이 > 영화로 재밌게 봤어요.
맞아요.
영화든 책이든 닉 혼비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유머와 시니컬함이 저는 마음에 쏙 듭니다.
이상하게 따뜻하게 느껴져요.^^

야클님, '딱 한 번 저지른 일'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셨군요.
한 번 저질러 보시죠.^^

메피스토님, 전 종로 교보 1층 라운지의 맥주가 그렇게 맛나더군요.
요즘도 있는지 몰라요.
강남 두산사옥 지하, 일단 적어둡니다.
아이고 맥주 마시고 싶어라.
(리뷰 급히 적어 올리고 학교에 급식, 청소 갔다왔거들랑요.
목 말라요.)





로드무비 2006-04-1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그렇다고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사는 것도 웃기잖아요.
님에게 땡스투 눌렀던 것 같은데(아닌가?) 아무튼 이렇게 리뷰로 만나니 좋은데요?^^

폐인촌님, 제가 그러고도 남을 인간으로 보인다는 말씀인가요?
알 수 없습니다.=3=3=3

urblue 2006-04-1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와 상담한다거나 변명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게 맞겠지만, 그게 또 그렇게 안되지 않나요? ^^;

로드무비 2006-04-18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사안은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게 더 편하고 인간적인 경우도 있고,
'내가 납득한 걸로 됐다'는 생각이 드는 좀더 중대한 사안도 있겠지요.^^

마태우스 2006-04-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구팬인 그 닉 혼비 말인가요? 그가 소설도 잘쓰나보군요. 으음.

로드무비 2006-04-1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맞아요. 그 사람.
소설가잖아요.
영화화된 작품들로 특히 유명하죠.^^


2006-04-19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하이블루스님, 정말 그런 때 있죠?
변명할수록 더 일만 꼬이게 되고 나만 구차해지는.
그런 땐 아예 그 일이나 관계 자체를 탁 손에서 놓아야 돼요.
집착할수록 일이 더 우습게 되더라고요.

아아, 좋으시겠다.
조만간 제가 약속한 대로 아끼는 만화 박스째 빌려드릴게요.
잘 다녀오시고요.^^

니르바나 2006-04-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은 좋으시겠어요.
로드무비님이 아끼는 만화를 빡스째 받아 보시게 되어서요.
상하이 잘 다녀오시구요. ㅎㅎ

로드무비 2006-04-1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어흑, 그건 어찌 아셨남요?
수선님도 배를 잡고 웃으실 듯.ㅎㅎ

니르바나 2006-04-19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과 수선님의 끈끈한 관계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알라딘서재에서 이걸 모르면 간첩이지요. ㅎㅎ

로드무비 2006-04-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과도 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싶은데
그렇게 앙탈을 부리시니.ㅎㅎ

날개 2006-04-19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피버피치>를 읽고 있는 중인데.....^^
책이 재밌어 보입니다.. 이거 순전히 로드무비님 글솜씨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ㅎㅎ

로드무비 2006-04-23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 피버피치 저도 다음주에 읽을 예정입니다.
두근두근 기대돼요.^^
(제가 재밌다고 한 책 중 재미없는 것도 있었나 봐요?
왜인지 그런 느낌이.^^)

날개 2006-04-24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아니라 <피버피치>가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니더라는...^^;;

로드무비 2006-04-24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렇게 말씀하시니 피버피치가 더 궁금한데요?^^
 

1. 이상과 이하

어제 마이 도러와  남자친구의 통화내용을 듣고 내심 놀랐다.
남자친구가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조르는 모양인데 그게 귀찮았나 보다.

"어제 내가 너희 집에 한 번 놀러갔잖아?"

"......"

"하루에 한 번이면 됐지. 한 번 이상이라니, 그런 말이 어딨어.
하루에 한 번 이하라고 해!"

초등 2학년 아이들이 벌써 '이상'과 '이하'를 대화 속에 구사하다니,
난 지금도 이상과 이하가 헷갈리는데......

호, 혹시 수학자가 될려나? 그럴 리가 없는데.

 


백일홍 씨앗 심은 지 열흘째




2. "몇 날째 사는 거야?"

아이는
걸핏하면 내게 묻는다.
가령 며칠 전.

"나는 오늘 몇 날째 사는 거야? 엄마는 세상에 태어나서 몇 날을 살았어?"

"한번 보자 가설라무네, 계산기 가지고 와봐라. 
너는 8 x 365 +3 x 30 + 오늘이 4월 10일이니까 10을 더해.
그러니까  3천 날을 좀 더 살았네."

"내가 그렇게 오래 살았어? 이제 엄마 날도 계산해봐!"

"싫어, 골치 아파!  너가 몇 날째 사는지 알았으면 됐지, 엄마는 몇 날 살았는지 하나도 안 궁금해."
안 궁금한 게 아니라 그걸 아는 게 두려운 거다.

지난주 <진리의 사람 다석 류영모> 1권을 다 읽었는데 선생께서는 살아 생전 그렇게  
자신이 산 날수를 헤아리고 계셨다 한다.
친한 친구들의 산 날수도 꼼꼼하게 기록해 놓으시고.
인생은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바로 오늘'이라고 늘 생각하셨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자신이 산 날수를 헤아리다니, 마이 도러도 철학자가 될 소질이 다분한가?
아님, 아이들은 다 그런가?

 


패랭이꽃 심은 지 열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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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7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자에 철학자라... 대단합니다^^ 저는 이하와 미만이 구분이 안갔더랬죠^^;;;

혜덕화 2006-04-1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과 이하를 벌써 알다니, 그 남친이 알아들었나 모르겠네요. 엄마 닮아서 언어구사력이 뛰어난가봐요.^^ 다석 강의 읽고 있는데, 너무 어려워요. 말이 낯설어서......

nada 2006-04-1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차 남자 좀 후릴 거 같은데요..ㅋㅋ 조..조.. 도도한 호령 좀 봐요.

Mephistopheles 2006-04-17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mini.co.kr/ 이곳에 가면 스크린 세이버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일력인데요 거기 옵션에 생년월일 치면 몇날을 살았는지 나온답니다..^^

하루(春) 2006-04-17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 독특한 어머니에 독특한 따님이군요.

로드무비 2006-04-1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오오 그래요? 나중에 한 번 가볼게요.
그나저나 두려운데요?
제가 산 날수를 확인하는 게!^^

꼼수님, 애니콜은 아니지만.
제가 핸드폰 거는 것 외엔 모르다가 최근 수신 확인도 하고
멀티메일 삭제 기능도 알았습니다.
아무튼 알려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찾아가는 길이 너무 어려워 보입니다만.ㅎㅎ

cauliflower님, 남자 한 번 후려보는 건 저의 오래 전 꿈이었습니다.
한 번도 성공해 보지 못했지만.
남편은 어떻게 얻었냐고요?
포획했지요.=3=3=3
(마이 도러가 어떤 때는 야무지고 어떤 때는 그런 맹꽁이가 없고
그렇습니다.)

혜덕화님, 학습지 한자를 하면서 배웠나 봅니다.
남친도 알아듣는 눈치던데요?
그러니 주거니받거니.ㅎㅎ
<다석 강의>는 저도 주문해 두었습니다.
<진리의 사람...>에도 그 독특한 말이 소개되는데
시어 같기도 하고 선문답 같기도 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어려울 것 같긴 해요.
혜덕화님이 그러시면 저야 뭐 더더욱.^^;;

물만두님, 그러고보니 '미만'도요.
맞아요. 지금도 얼마나 헷갈리는지.^^

로드무비 2006-04-17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우리 모녀가 독특하다고요?
처음 듣는 소립니다.( '')

조선인 2006-04-17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 하여간 맹랑한 딸들이죠? ㅋㅋㅋ

하늘바람 2006-04-17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엄청 인기 있나봅니다 여자는 자고로 튕겨야 사랑받죠

날개 2006-04-17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학과 철학은 원래 연결되는 학문이라지요?^^
주하가 장차 어떻게 커나갈지...진짜 무지 기대됩니다..

sudan 2006-04-1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리가 없긴요, 딱 수학자나 철학자구만. ^^

sudan 2006-04-17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럼. 화가랑 작가는 어쩌죠?

비로그인 2006-04-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귀여워요 벌써 저런 이야기를 하다니..
근데 웃음이 나오다 들어가네요..살 날이란 단어때문에..
특히 엄마의 살 날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많이 시렸던 주였거든요..

치유 2006-04-17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많이 자랐네요..패랭이도 올라와서 옹기종기 모였군요..철학자 같은 공주와 산 날을 계산하고 있다니..이쁜 것은 뭘 해도 이쁘니까....하루에 한번씩이나 가주 면 됐지??뭘 더 바래??그지???공주야!!걘 뭘 모르나보다..ㅋㅋ

mong 2006-04-1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능소녀 주하만세~
(간만에 과시하는 주하에 대한 애정도 냐하~)
=3=3=3

에로이카 2006-04-18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효...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겠네요. 언제라도 몇 날 살았는지 보게 되었을 때, 덜 후회하려면...

근데, 따님에게 (a)남친(?)과 (b)성별이 남자인 친구가 동일한 범주인가요, 아니면 분화되어 있나요? 너무 궁금해서... 얼핏 부럽다가... 그 나이 때부터 그런 게 있으면 그게 더 좋은 건가 싶다가... 어머니께서도 전혀 신경 안 쓰실 수 없을 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봄날 건강하시기를...

로드무비 2006-04-18 0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cophonyinme님, 자신이 몇 날 살았는지 알면,
그 엄청난 숫자를 확인하면 나이와는 또다른 각성이
있을 것도 같아요.저처럼 좀 오래 산 사람의 경우 특히.

마이 도러에게 저 남친은 단순히 '성별이 남자인 친구'가 아니라
가족 외 처음인가 두 번째로 익숙해진 사이, 마음을 붙인
경우로는 처음.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죠?^^

mong님, 사진이 없어도. 만세라니...^^
(애정도 테스트 무사 통과.)

배꽃님, 이 페이퍼에서 싹 이야기 해주시는 분 처음이네요.ㅎㅎ
패랭이꽃 싹도 신기하더군요.
모양이며 싹트는 속도로 봐선 백일홍이 먼저
꽃망울을 터뜨릴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마이 도러는 우리 집에 와라, 남친은 자기 집에 와라
전화로 매일 싸웁니다.
대부분은 녀석이 지고 말지요.^^

사야님, 혹 한국 다녀가셨어요?
어머니가 고새 많이 늙었다고 느껴서?
어쩐지 그런 느낌이 나네요.
효 불효와 상관없이 늙으신 부모 생각하면 가슴이 시려지는 건
똑같은가 봅니다.
어머니 건강하시길 빌어드릴게요.

수단님, 수학자나 철학자가 더 멋진데요?
화가랑 작가 중 절반 정도는 놈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ㅎㅎ
그게 뭐든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3=3=3

날개님, 저도 궁금해요.
그나저나 관심 계속 가져주실 거죠?^^

하늘바람님, 전 튕겨보들 않아서.
그래서 사랑을 못 받았던 걸까요?
아무튼 일생의 친구나 연인을 만나면 먼저 달려들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인님, 맹랑, 맞습니다.
딸아이들이 특히 그런 점이 두드러지는 듯^^




니르바나 2006-04-1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양도 엄마만큼이나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는 모양입니다.
많은 알라디너들도 로드무비님에게 좀 놀러오시라고 조르잖아요.
모녀의 인기가 부럽습니다. ㅎㅎ

로드무비 2006-04-18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님의 말씀을 들으니 인기가 정말 있는 것처럼 기분 좋네요.
모녀가 '따'나 안 당했으면 좋겄습니다.
인기는 바라지도 않고요.^^

니르바나 2006-04-18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인기에는 거품이 조금 있지요.
그래서 상처받는 일도 있으시겠지만
그것도 스타만의 일이니까 섭섭하게 여기지 마세요.
아마 주하양도 그럴꺼예요.
우리집 방구석에서만 스타인 니르바나가 말씀드렸습니다.^^

로드무비 2006-04-1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제가 상처받을 일이 뭐 있겠어요.
더러, 잠시, 무안할 때는 있지만. 헤헤.
그나마 우리집 방구석 스타 자리도 전 빼앗겼답니다.
책장수님과 주하에게.
어느 날 보니 제 상전으로 군림하고 있군요. 흑.=3
님은 끝까지 사수하시길! 불끈!^^

숨은아이 2006-04-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가랑 작가는 다 훌륭한 철학자이고 수학자랍니다. (미술이 수학하고 친하대나 뭐래나.) 아무튼 주하는 앞길 창창 만복 대기 중!

로드무비 2006-04-1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은아이님, 아아, 기분 좋은 축복입니다.^^
 

오늘 새벽 꿈 속에서 8번 버스를 탔다.
낡은 버스의 운전사 옆 제일 앞자리가 비어서 그곳에 궁둥이를 걸쳤다.
나는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취해 있었다.
어느 정류소에서 내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손가방이 없어졌다.
그 가방 안엔 핸드폰과 지갑과 친구들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힌 수첩이 들어 있었다.
카드 분실 신고를 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니 전화번호도 핸드폰도 공중전화를 걸 동전도
내게는 없었다.  친구들과 연락할 길도 끊어졌구나!
아이고 우짜꼬,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대 위의 내 손가방이 있나 없나 그것부터 확인했다.

왜 하필이면 8번 버스일까?
꿈에 버스를 탔다 하면 예외없이 8번 버스이다.
8번 버스는 오래 전 내가 직장생활을 할 때 홍은동의 한 비디오가게에 비디오를 빌리러 갈 때
탔던 버스이다.
점심시간을 이용, 김밥 한 줄을 사서 먹으며 가기도 했고, 퇴근 후 갈 때도 있었다.
처음엔 이름이 '으뜸과 버금'이었는데, 나중에 '영화마을'로 바뀌었다.
한 번 가면 일고여덟에서 열 편 정도의 비디오를 빌렸다.
대여 기간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그 가게의 사장님이 요즘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비디오 소식지인 <영화마을>의 발행인이었다.
영화 <여섯 개의 시선> 프로듀서인 이진숙 씨도 안국동 '영화마을'의 주인인가 그랬는데.

내가 본 명작들이나 희귀영화는 대부분 그곳에서 빌려본 것들이다.
이만희 감독의 <삼포 가는 길> 테이프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정말 그곳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도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녹색극장 앞에서 내려 8번 버스를 기다렸다.
여름엔 여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대낮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은 어질어질했다.
삶의 어질머리.
사는 게 도무지 자신없었고, 내 방에 숨어서 영화나 닥치는 대로 보자 했다.
그런데 그 시절이 나는 그토록이나 그리운 것일까?  에이, 설마!


홍은동 그 비디오 가게에서 몇 번 마주쳤던 한 남자는 얼마 전 이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과거가 없는 남자>)를 보러  씨네포럼에 갔더니 무슨 영화제의 기획위원이 되어
심각한 얼굴로 서류를 들고 사무실과 극장 로비를 들락거리고 있었다.

극장 로비에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뚱땡이 아줌마가 홍은동 영화마을에서 목례를 나누던
그 '호감 가던(!)'  아가씨인지 그는 꿈에도 몰랐으리라.=3=3=3




  마지막  문장이 너무 감상적이라  마음에 안 들어서  바꿔주었습니다. 
요건 마음에 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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瑚璉 2006-04-12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답변 :

오늘의 교훈
1. 항상 비상금을 나눠가지고 다닌다.
2. 중요한 주소는 여기저기 백업을 받아두자.
3. 지갑을 복대로 대체하자(-.-;).

이리스 2006-04-12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안국동 영화마을.. 한때 저도 거기서 비됴를 무지하게 빌려댔죠.ㅋㅋ
가회동에 있는 모 출판사 다닐적에~

mong 2006-04-12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의 어질머리...이 단어가 콕 하고 와닿아요

urblue 2006-04-1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새벽에 꾼 꿈 속에서 친구들한테 왕따당하고 있었어요. 흑흑.

2006-04-12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4-1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제가 써놓고도 콕 하고 와닿습니다.=3=3=3

낡은구두님, 비디오 가게 점원이 꿈인 시절도 있었는데요.
안국동 지점은 저도 두 번 가봤어요.
그곳 주인이었다가 영화 현장에서 활발히 일하는
이진숙 씨가 또 얼마나 부러웠는지......
그런데 가회동의 출판사라면 거, 거, 거기인가요?^^;

호리건곤님, 지상에서 가장 슬픈 댓글 :
1. 나누고 자시고 할 비상금이 없습니다.
2. 중요한 주소도 이제 제겐 별로 없습니다.
3. 안 그래도 불룩한 배, 복대까지 차면 어쩌라고요!=3=3=3

Mephistopheles 2006-04-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시간을 이용, 김밥 한 줄을 사서 먹으며 가기도 했고, 퇴근 후 갈 때도 있었다.'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가..~~~=3=3=3=3

얼룩말 2006-04-12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재밌어요

로드무비 2006-04-1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룩말님, 다행이에요.^^

메피스토님, 아이참, 김밥 두 줄!
이젠 됐죠?=3=3=3

싱가폴체험학습 님,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많이 바쁘신가 보다 짐작은 했어요.
거기다 대학원 개강까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공부하시는 것 알찬 열매로 맺길 기도하겠습니다.
서재에서도 곧 뵙게 되기를......^^

블루님, 낮에 술취해 버스 탔다가 지갑 잃어버린 제 꿈이 더 낫네요.=3=3

플레져 2006-04-12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번 버스는 우리 마을도 지나갔는데.
8번 버스 타고 홍은동 사는 이모댁에 자주 놀러다녔는데.
정릉에서 8번 버스 타고 홍은동 도착전까지는 오밀조밀한 오솔길을 지나고
멀리에는 자그마한 암자들도 많이 보였는데...
아~ 로드무비님은 합정동에 이어 홍은동, 북아현동! 서울에 흔적 많이 남겨두셨네요! 저는 고작... 흑.

로드무비 2006-04-12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이야말로 예쁜 추억을 서울 곳곳에 묻어두셨으면서.
정릉 저도 좋아요.
김지원 채원 자매 혹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지 않으셨나요?^^

플레져 2006-04-12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조신한 소녀였던지라 (실은 동화만 읽던 철딱서니였던 지라 소설가 이름을 몰랐던...흑) 고개를 들고 다니질 못하여서........ 캬캬~ =3=3

로드무비 2006-04-12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자기 입으로 조신하대.=3=3
뭐 내 입으로 '호감 가는 아가씨'라고 뻥을 쳤으니
저도 할 말도 없군요.^^

2006-04-12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4-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철 안에서 술취한 여성들을 보고 잠시 가졌던 뜨악한 생각에 대한 찜찜함 때문에, 로드무비 님이 꿈속에서 만취한 거 아닐까요(대낮부터!).
참. 고백하자면, 저도 합정동과 북아현동에 추억이 있어요.
저는 만난 일도 없는 그 시절의 로드무비 님이 그리워요.

이리스 2006-04-1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거, 거,. 거기가 맞을거에요! *^^*
저는 한때 비디오 가게 점원이기도 했어요. ㅋㅋㅋ

로드무비 2006-04-13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멋져요!^^

namu님, 제가 너무 자신을 미화한 것 같기도 하고.ㅎㅎ
'뜨악한 생각', 바로 그겁니다요.
님도 알고보면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세례를 좀 받으신 듯.^^
(전 퍼펙트하죠. 초기의 작품들!)

중앙역 님, 메모 보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모저모 축하드려요.^^*

플라시보 2006-04-1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꼭 담백한 단편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흐흐^^

로드무비 2006-04-14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담백한 단편영화라니 제가 꼭 임순례 감독이 된 것 같은 기분이.ㅎㅎ
생각해 보니 '雨中산책' 2편으로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