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초 신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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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캄캄한 구덩이 속에 개가 빠졌습니다.

"로쿠베, 바보!"

짖는 소리로 로쿠베인 줄 알게 된 아이들은 속이 상해 개를 욕합니다.

손전등을 가져와 구덩이 속의 개가 로쿠베임을  확인하고, 아이들은 힘을 내라고 외칩니다.
로쿠베도 큰 소리로 짖어서 아이들에게 화답해 줍니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온 엄마들은 와글와글 시끌시끌 떠들기만 하다가
남자가 없어서 안되겠다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칸이 구덩이 밑으로 내려가 보겠다고 하자 칸의 엄마는 위험하다며 눈을 부라립니다.
아니, 무슨 엄마들이 그럴까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골프채를 든 아저씨는 그 부근을 지나가다가 아이들이 도와달라고 하자,

"사람이었으면 큰일날 뻔했네!"

한마디 하고는 그냥 가버립니다.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로쿠베를 구했을까요? 혹은 구하지 못했을까요?
이야기가 자못 흥미진진합니다.

궁둥이를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구덩이 앞에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와글와글, 시끌시끌, 후우후우,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하여 아이들의 동작을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책을 읽어내려 가는 이도 바로 그 구덩이 앞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뿐인가요,  바구니가 구덩이에 내려가는 장면에서,

                     
                        우
                            뚱

이라고 정말 활자를 기울여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센스라니!

상냥하고 어른보다 현명한 아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떠들기만 하다가, 남자가 없어서 안되겠다고 그냥 가버린 엄마들이
마음에 영 걸리긴 하지만요.
오래 전 하이타니 겐지로의 책들을  읽으며 이상하게 우리나라의 동화작가 권정생을 떠올렸는데,
이런 대목에서는 글쓴 이의 시각이 확실히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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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4-0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기우뚱에 마음이 기우뚱 흔들렸어요...ㅎㅎ
로드무비님의 센스도 하이타니 겐지로 못지 않으셔요 ^^

mong 2006-04-0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떠들기만 하다가, 남자가 없어서 안되겠다고 그냥 가버린
엄마들이 저도 마음에 걸려요~우씨이-

히피드림~ 2006-04-01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069461

원래는 100에서 잡았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저 여태까지 알라딘 이벤트 가짜상품 찾기 하다 왔어요. 기진맥진~)

그러잖아도 이 책 서원이 사주려고 곰곰히 생각 중이었는데,,, 혹시 글씨가 많지 않으면 사고 싶네요.^^ 어떤가여?


로드무비 2006-04-0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펑크님, 엄마들이 내뺀 것 빼곤 그림도 내용도 괜찮았어요.
글자수도 많지 않고요.
알라딘 이벤트 가짜상품은 뭡니까?
기진맥진하셨다니......^^
(토요일 치고 방문객이 많네요.ㅎㅎ)

몽님, 마음에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해를 못하겠어요.
일본 엄마들은 저런가? 그럴 리가 없는데......

플레져님, 기우뚱 글자가 제맘대로 안됐어요.
제가 가끔 센스가 좀 있는 편이긴 하죠? 음화화화~=3=3=3



페일레스 2006-04-02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책 리뷰는 처음 해봐서 좀 거시기했는데, 원문과 대조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 번역하면서 뺀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자세한 건 제 서재에 있사와요 ^_^

kleinsusun 2006-04-0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호떡 집에 불난 것처럼"이란 표현을 보고 호떡이 먹고 싶다니....
아...어제, 오늘 하루 종일 잠만 자고, 호떡이 먹고 싶은건 또 뭘까요?ㅎㅎㅎ

로드무비 2006-04-0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저도 책이나 드라마 보다가 먹는 장면 보면 꼭 침을 삼킵니다.
어떤 때는 당장 사러 나가기도 하고요.ㅎㅎ
잠만 자는 것 을매나 피곤한 일인 줄 아세요?
제가 수선님의 그 피로를 알지요. 흑.

페일레스님, 님의 하루키 번역 참 좋던데 그쪽 방면
욕심 내는 건 어떨까요?
다른 원대한 뜻이 있는지도 모르는 분께.ㅎㅎ
안 그래도 님 리뷰 읽고는 아차, 해갖고 부랴부랴 책 읽고 쓴 거랍니다.
고마웠어요. 까먹고 있었는데.^^
 



 

 

 

 

 

 

 

 

 

 

 

 

연기에게 묻고 싶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고......

                          --  영화  <망종> 중에서



영화를 보러 가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화장기 없는, 무표정한, 싸구려 무스탕 외투를 입은
내 또래의 여인이 올라탔다. 
그녀가 꺼내든 건 옷에 묻은 먼지나 보푸라기를 감쪽같이 없애주는 천 원짜리 솔.
무표정한 얼굴로 딱 할 말만 하는 그녀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그 신기한 솔이 무척 탐이 났다.
희한한 건  표정을 읽었는지 그녀가 설명을 끝낸 후 내 앞에 와서 선 것.

즉석에서 비닐을 벗겨 솔을 꺼내어 내가 입은 재킷의 먼지를 훑어 보았다.
"우와, 이거 참 신기하네!"
옆 사람에게 들리도록 제법 큰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어봤지만 내 목소리가 공허했다.
내가 탄 칸에서 딱 한 개의 솔을 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옆칸으로 이동했다.

영화를 보며 이렇게 많이 운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내 옆을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최순희(<망종>의 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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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에 이어 로드무비님 마저도 이 영화를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하시는군요..^^
그나저나..지하철에서도 삐끼를.....=3=3=3=3

mong 2006-03-3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에로이카 2006-03-3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요즘 쓰시는 글들은 하나 같이 촉촉하네요. 혹시 봄을 타시는 게 아닐지... ^^ 잘 봤습니다. 언제고 저도 이 영화 꼭 보고 싶네요.

hnine 2006-03-31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안볼래요...아시겠죠? 안보기로 하는 마음을...

twoshot 2006-03-3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실 분 들은 서두르시기를...곧 종영할 것 같더군요..저는 어제 보고왔는데 그 풍경만으로도 아주 서늘한 영화였습니다.

플레져 2006-03-3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지금 마악......... 보고 왔어요.
4월 20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하는데요,
시간표는 나다 홈피에서 확인하고 가세요.
흑...

twoshot 2006-03-3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다의 상영시간이 바뀌었군요. 어제만 해도 3월말 까지만 시간표가 짜여져있었는데...잘 되었습니다~

코마개 2006-03-31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저도 이영화 보고 싶었는데, 인천 cgv에서는 낮에만 상영한답니다.
제가 전화를 해서 "낮에만 하면 어떻게 보나요?"
그랬더니 "예매율이 낮아서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뭐 cgv가 자선단체는 아니지만 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드네요. 그쵸?"그러고 끊었습니다.

비로그인 2006-03-3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결국 보셨군요
그리 우셨다니 왠지 보기 겁나네요..^^;;

sudan 2006-04-0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에서 가끔 보면, 장사 시작한지 얼마 안되셔서 그런지 수줍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건을 파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럼 전 같이 수줍어져서, 아무리 신기한 물건이라도 일부러 안 쳐다보는 척 해요.

blowup 2006-04-01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스콰이어 잡지를 사고 부록으로 받은 연(기억하세요? 페이퍼 올렸었는데...)을 저렇게 시퍼렇게 칠해볼까, 생각했어요.
마음이 이렇게까지 떨리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로드무비 2006-04-01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연을 부록으로 줬어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망종' 같은 영화 보고 나면 막막하면서도 힘이 나요.
좋은 영화의 힘이지요.
장률 감독의 <唐詩>도 꼭 보고픈데, 방법이 없을까요?
국내에 개봉된 사실도 몰랐으니......

sudan님, 저도 그런 분 보면 떨려요.
안 보는 척 딴전을 부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물건은 꼭.^^

사야님, 아무 잘못한 것 없는 사람에게 생이 주는 수모라니......
무 두 번 칼질해 놓고 담배, 소금 한 번 뿌려놓고 담배.
쥐새끼 같은 인간하고의 교제도 그렇고.
생은 이러한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듯하더군요.
울지 않고 배길 수가 있어야지요.

강쥐님, <브로크백 마운틴> 보러 서울에 오셨잖아요.
시간 내서 꼭 극장에서 보시길......

marcus님, 그 풍경만으로도 서늘한......맞아요.
이 영화에 관심 있는 분들은 극장에서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을 보니 플레져님, 2회 보셨군요.
전 1회.
영화 정말 좋았죠? 장률 감독 대단, 대단......

hnine님, 그 마음이야 알 것 같기도 하지만 꼭 보세요.
뭔지 모르지만 생에 대해 좀 단호한 태도를 갖게 해주는 영화예요.

caco님(너무 길어서 이렇게 불러도 될까요?), 촉촉이라니
요즘 제 페이퍼들이 그랬나요?
이 영화 꼭 극장 가서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화면 크기하고 크게 상관없는 영화같지만 상관이 있거든요.
언젠가 꼭 보고 싶다고 하시길래......

mong님, 전 오래 전 장률 감독 인터뷰만 보고 이 영화에 꽂혔잖아요.
다 이유가 있더라니까요.^^

메피스토님, 그러게 말입니다.
지하철 안에서도 삐끼를.
알라딘에서의 버릇이 수시로 출몰하네요.
비록 삐끼 노릇은 실패했지만...^^





blowup 2006-04-02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당시> 보는 방법을 알게 되면, 꼭 로드무비 님에게 알릴게요.

로드무비 2006-04-0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약속!^^
<당시>도 찾아봤는데 딱 제 스타일 영화예요.ㅎㅎ
 



 

 

 

 

 

 

얼짱각도......

 

 



 

 

 

 

 

 




풉=3 제 얼굴이, 복돌이 이모가 보내주신 머리띠가 마음에 들어요.

 

 





 

 

 

 

 

 

다시 추워졌어요.

 

 



 

 

 

 

 

 

 

여전히 내 꿈은 화가.
왼쪽에 빽빽한 건  앞으로 그림 그릴 도화지랍니다.
내가 그린 그림들은 미술관에 전시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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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8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인~ 부탁해요^^

비로그인 2006-03-28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늘 진지한 주하의 표정이라니..^^
주하가 화가가 되었을때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그림 한 점 살 수 있게 되길 바라며..ㅎㅎ

▶◀소굼 2006-03-2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풉;얼굴 너무 귀여워요: )

조선인 2006-03-2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저도 사야님 댓글에 한 표를!

mong 2006-03-28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가 나중에 유명한 화가가 되어도
알라딘 팬클럽을 잊지 않아야 할텐데요 ^^

날개 2006-03-28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사진, 너무 맘에 들어요~~!!!>.<

ceylontea 2006-03-2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그림 속의 웃고 있는 주하(맞지요?^^)가 너무 좋아요.. 흐흐

히피드림~ 2006-03-28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멋진데요. 색도 잘 조화된 것 같고,,,
(털모자 쓴 사진 너무 귀여워서 뺨에 뽀뽀하고 시퍼요.^^)

Mephistopheles 2006-03-28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짱각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sudan 2006-03-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홍색 벽지에 분홍색 가구. 표정은 좀 뚱한편인데, 의외로 공주취향. 귀여워요. ^^

blowup 2006-03-2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본인의 옷은 분홍이 아닌데요. 엄마가 분홍옷을 잘 안 사주는 거겠죠. 주하는 빨강. 저도 털모자 사진이 예뻐요.

urblue 2006-03-2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흔들리지 않게 좀 찍어주세요. =3=3=3
(주하야, 나중에 한 작품 부탁해~)

플레져 2006-03-2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가 '깜' 이다!
수북한 도화지 쌓아놓은 것 좀 보아요~ 나는 예전에 노트 쌓아놓았는데~ ㅎㅎㅎ

비로그인 2006-03-2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아..로드무비님, 코디를 정말 잘 하셨네요. 역시 주하 나름대로 걸이(!)가 되니까, 이뿌구만요. 근데 여기 댓글 다신 분들 말이죠. 머리띠 얘기는 죄 빼놓고, 그림 얘기만..흥! 살짝 삐짐여~~~크헤헤..농담이구요, 슬슬 마이 도러방, 내놓으시죠.

반딧불,, 2006-03-2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쁘다.주하.
그림도 잘그리고^^

비로그인 2006-03-29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쇼! 반딧불님!! 머리띠는 어떻소? 흠흠..ㅡ,.ㅡa

2006-03-29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어놔서뤼님, 걱정도 팔자! 히힛=3
귀여우셔라.^^

복돌이님, 아, 예쁘당게요. 두 개 다!^^

반딧불님, 호호~ 여전하죠?^^

복돌이님, 코디랄 것까지야......
님이 저처럼 선머슴 스타일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머리띠 고르는 안목에 깜짝 놀랐습니다.
의외로 너무 참한 걸 고르셔서!=3=3=3=3

플레져님, 그림 속에 준비물 챙겨놓은 것 보고 놀랐습니다.
미술관 그림풍선 보고 놀랐습니다.
의외로 야물딱진 데가 있나보다 싶어서......
플레져님은 노트를 쌓아놓으셨다고요?
신기합니다.^^

블루님, 술을 좀 줄여야지...에효.
지금 주하 스케치북에서 한 장 빼돌려 드릴까요?=3=3=3

namu님, 어린아이인데 이상하게 가끔 너무 허탈하고
허무한 표정이 나와요.
펑크님이나 나무님이나 그걸 보신 건가요?
단순히 모자가 이쁜 건가?ㅎㅎ



로드무비 2006-03-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뚱하고 터프한 아이가 또 여자라고 분홍을 고집하는 부분이 있어요.
재밌습니다.^^

메피스토님, 재미로 말씀 드린 거예요. 아시죠?^^

펑크님, 뽀뽀해 주세요.^^
그림은 만화풍이죠?

실론티님, 그림속의 자기 모습은 100이면 100
활짝 웃는 얼굴이에요.
자기도 사람들 앞에서 잘 안 웃는 자신을 의식하는 걸까요?^^

날개님, 저런 표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저에게만 보여줍니다.
아까워요.^^
(이런 심정 아시죠? 워낙 표정 없는 아이로 소문 나서...)

몽님, 님이 팬클럽 회장 맞죠?^^

조선인님, 사야님이 뭐라셨게요?
아아, 주하가 화가가 되고 안되고의 문제를 떠나서
마음에 드는 그림은 원화로 한 점 걸어놓고 살 정도의 여유를
확보하시길 빌어드릴게요.^^

소굼님, 너무 오랜만에 남겨주시는 댓글에 눈물이...ㅎㅎ
저런 표정 자주 보여드려야겠다. 불끈=3

사야님, 모처럼 발랄한 모습이죠?
그런데 주하의 진지함은 아무 생각 없는 진지함이에요. 모르셨죠?ㅎㅎ
사야님도 역시 부자가 되시길 빌어드려야겠다.
그림 한 점 팔아먹으려면...^^*

따우님, 글고보니 이쁜 머리끈도 선물하셨는데
그냥 한 점 드릴게요.
단, 9세 현재의 작품으로.=3=3=3

물만두님, 사인도 맞교환할까요?^^



kleinsusun 2006-03-2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주하는 정말 그림 그리는걸 좋아하나봐요.
그림 속에서도 활짝 웃고 있네요.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가 젤로 행복해요.그죠?

근데...주하 정말 이쁘네요.아역 탈렌트 해도 될 것 같아요.^^

니르바나 2006-03-3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양 꿈이 아주 구체적이네요.
미술관에 전시할 것 까지 구상하고 있다니 참 야무진 아가씨군요.
한 예술가의 꿈, 잘 키워주실꺼죠. 로드무비님^^

소단 2006-03-31 0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쁜 아이네요.. 행복하시겠어요..^^

로드무비 2006-03-3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단님, 처음 뵙는 분이네요.
고맙습니다.
뭐 행복할 것까진...헤헤^^

니르바나님, 노력해 볼게요.ㅎㅎ
(나중에 님 방에 갈게요. 아이들에게 컴 양보해야 해서리...)

수선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제일 행복한 건
인생에서 만고의 진리인 것 같습니다.
님께서도 그 행복 만끽하시길요.^^

nada 2006-04-04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히 이마가 시원스럽군요. 따님을 보아하니 로드무비님도 한 미모 하실 것 같군요.

로드무비 2006-04-05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uliflower님, 나이 도러가 이쁜 건 사실이지만
엄마 미모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큰 눈엔 제가 기여를 좀 했지만 말입니다.
이마가 특히 시원하게 나왔군요. 말씀을 듣고 보니...^^
 

새벽에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베갯잇이 흠뻑 젖을 정도로 울었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무섭고 슬픈 꿈은 처음이었다.
살다보면,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추가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 새벽  또 한 장의 사진이 내 앨범에 추가되었다.
꿈속에서  딸아이가 한 말과, 그 표정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잠에서 깨어나 바로  옆에 누워 쌕쌕 가볍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문득 어떤 깨달음이 왔다.
내게는  아이에 대한 죄의식이 무지 많다는 것.
그러면서도 앞으로 좋은 엄마 노릇할 자신이 없다는 것. 
다시 눈물이 흘렀다.
오랜만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게 하시고 우리 부부가 아이의 정말  좋은 친구이자
인생의 멋진 선배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오늘은 아이 학교의 급식과 청소를 맡은 날이다.
아는 엄마 둘이 짝이라 전화를 걸어 사정이 생겼다고 말하고 영화 <망종>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그게 어젯밤 잠들기 전 나의 원대한 계획이었다.
그런데 오늘 새벽 그런 꿈을 꾼 것이다.

지난주에 학급회의에 처음 참석하여 담임선생님 얼굴도 뵙고, 급식 당번도 맡고,
학급비도 자진해서 냈다.
회의에 참석한 엄마들이 열대여섯 명.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고 바쁘다며 아무 일도 맡지 않는 엄마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뒤에서 이상한 이야기들을 쑥덕인다고 한다.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이 어느 분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급식과 청소 당번을 정할 때 내가 좀 나이가 많은 것을 내세워
두 번 중에 한 번 정도만 맡아야겠다 야무지게 생각하고 갔었다.
그런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어야 말이지.

급식 도우미는 처음이었다.
소고기국과 코다리찜, 미나리무침과 깍두기, 후식으로는 딸기 세 알씩.
나는 여학생들의 식판엔  굵고 더 싱싱한 딸기들을 골라 담아 주었다.
딸기가 싫다고 한 알만 먹겠다는 녀석에겐 눈을 부라려가며 한 알 더.

아침에 묶은 머리가 풀어지고 삐어져 나와 용의가 단정치 못한 딸아이가
어느새 다가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내 옆구리를 잡아당겼다. 
와락.

조금 남은 밥과 반찬으로 서서 엄마들과 점심을 먹었다. 꿀맛이었다.
그리고 교실을 깨끗이 청소하고......

내가 오래도록 결혼생활이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을 꿈도 꾸지 않았던 것 중 제일 큰 이유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지속적으로 방해받는 상황이었다.
바로 오늘같이 너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급식당번을 하러 학교에 가야 하는 그런......

체념이나 의무로서가 아니라 우러나는 마음으로 사랑하면 아무것도 걸릴 것이 없다.
그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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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3-28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꿈이셨길래.........
그게 그렇더라구요.. 내가 해야할 일이다~ 라고 생각하고 하면 힘든일도 훨씬 쉬워진다는..^^ (저는 시댁일에 그런 마음가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mong 2006-03-28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가 싫어요 한 알만 주세요
(이러면서 더 받으려는 못된 몽) =3=3=3

물만두 2006-03-2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모든 맘들을 존경합니다!

chika 2006-03-2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딸기 엄청 좋아해요. 근데 딸기보다 더 맛있는 글이예요 ^^

paviana 2006-03-2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딸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군요. 참 우리집에도 과일이라곤 한알도 안먹는 녀석이 하나 있군요,, 저도 딸기 한알만 주세요.ㅎㅎ
포도도 한알만 주시구요.ㅎㅎ
저도 급식당번 한번 해보고 싶어요.ㅠ.ㅠ

비로그인 2006-03-28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로드무비님. 많이 놀라셨겠어요. 지금은 좀 나아지셨을까요?
그나저나 신문에서 망종 포스터를 보고 영화 개봉하면 참 좋아하시겠다, 문득 그런 생각 들었는데 급식 때문에..글치만 주하는 기분이 째졌겠어요. 에이구, 전 어렸을 적에 어수룩한 옷차림의 가난한 아버지나 엄마가 학교를 찾아오시면 왜 그리 창피하고 미안하던지. 대, 대부분 좋지 않은 일로 오셨거덩요. T^T
그래요, 즐거운 맘이라지만 오늘 고생하셨어요. 날도 추운데..

치니 2006-03-2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급식을 엄마들이 교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아이 사랑과는 별개로 꽤 부당하고 억지스러운 제도라고 생각해왔는데...
보고 싶은 영화와 비교해서 뿐 아니라, 때로는 직장에서 일반적으로 상상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수위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택시를 타고 학교로 달려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내 아이만 엄마가 안오고 다른 사람이 오면 아이가 서운하겠지 하는 마음,
자꾸 엄마가 얼굴을 안보여서 선생님이 아이에게도 소홀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
게다가 직장 가진 엄마라고 애 못챙긴다고 수군거리는 것도 싫어지는 마음 등등을 담보로 학교가 그리고 정부가 자기 할 몫은 안하고 횡포라고...억울해했었어요.
게다가, 아이들 급식 후 청소까지 다 하고 늦게서야 겨우 얻어먹는 밥의 처량함이라니. 우...되돌리기도 싫은데.
그래도 로드무비님은 참 고운 맘으로 임하시네요 ^-^

반딧불,, 2006-03-2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힘내세요.
저도 매번 그렇습니다. 참 나쁜 엄마 만나 고생하는구나..

아영엄마 2006-03-2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영이네 반은 2학년 때부터 자체(?) 급식을 하는군요. 아영이는 2학년 때까지 급식을 했는데..(아, 그러고 보니 아영이는 1학년때 급식을 안하고 2학년 때 처음으로 했군요..^^;) 2학년이라도 많이 어설플텐데도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급식도우미를 하시나 봐요. 저는 4학년에 사서도우미 한다고 2학년 어머니 모임에는 안 들었어요. 헷~

로드무비 2006-03-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이님, 너무 무서웠어요.
출근 전이라 남편에게도 거시기해서 이야기 못할 정도로.
뚱뚱하고 허름하고 늙은 엄마이지만 주하는 엄마가 학교에 오면
좋아 죽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줘야 하는데.ㅎㅎ
그런데 좋지 못한 일로 학교에 주로 오셨다면 무슨 사정이었을까나?
지금은 기분이 상쾌해요.^^

파비아나님, 급식당번 당당하게 안해도 되는
직장인 엄마들이 조금 부럽습디다.
서로의 애환이 교차하는 거겠지요.ㅎㅎ
딸기, 포도 한 소쿠리씩 드릴 테니 잘 받으세요.^^

치카님, 어제오늘 어쩜 그리 이뿌시다요?ㅎㅎ

물만두님, 심히 찔리는군요.^^

mong님, 한 소쿠리 가득 드릴게요. 꿀 발라서...^^

날개님, 맞아요. 정말 현명한 생각이십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기분좋게 받아들이자.
그 말씀이시죠?^^

hnine 2006-03-28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공감, 공감이요!! 특히 마지막 두줄...

Mephistopheles 2006-03-2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꿈이셨길래..꿈은 반대라고 하잖아요..^^
좋은 일 있으실 껍니다...

BRINY 2006-03-2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플레져 2006-03-2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을 꾸고 난 후 기도를 드리는 로드무비님 모습에 뭉클했어요.
급식 도우미하는 로드무비님앞에 식판 들고 나타나고 싶어요.
갈래 머리만 하면 될 것 같은데...헤헤~ =3=3

마태우스 2006-03-28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 썰렁한 농담 하나만 할께요... 베개가 젖은 게 혹시 침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추천을 늘 휩쓸어가는 님에게 질투를 느껴서 딴지건 겁니다

로드무비 2006-03-28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저도 제 모습에 뭉클했어요.=3=3
갈래머리 하고 빨간색 재킷 입고 화요일에 ..초등학교로 오실래요?^^

브리니님, 평범한 진리일수록 너무 늦게 발견하는 것 같아요.^^

메피스토님, 꿈 내용은 좀 거시기했고요.
제 죄책감과 뿌리 깊은 관련이 있는 꿈이었습니다.
언감생심 좋은 일은 안 바라고요,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였던 것 같아 고맙기만 합니다.

hnine님, 공감해 주셔서 다행이고 고맙고.^^

아영엄마님, 저들 손으로 하라면 또 할지도 모르지만
제가 오늘 본 바에 의하면 당분간은 엄마들이 좀 도와주어야 할 것 같아요.
2학년부터 시작한 것이라 아무래도.
사서도우미 좋을 것 같은데요?^^

반딧불님, 전 평소 아이에게 니가 얼마나 행운아인가를 주지시킵니다.
좋은 부모 만났다고.
그런데 마음속은 그게 아닌가봐요.
반딧불님은 뭐 그리 자책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치니님, 안 보면 모르겠는데 가서 보면 또 할 일이 있어요.
담임선생님도 나이 많이 드신 남자분이고 엄마들이 조금은 당분간
도와주어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강제적으로 시키는 것 같진 않아요.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참석 못하는 직장 맘들을 성토하는 분위기도 전혀 아니고.
단, 엄마들이 극성이어서가 아니라 최소한의 도움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학교에 나가 일을 하는 경우이더라고요.
제가 본 바로는.^^

로드무비 2006-03-28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 마태우스님, 제, 제가 침을 많이 흘린다는 건 우찌 아시고!=3=3=3
제 리뷰, 페이퍼 추천수 얼마 안되는데요.
언제부턴지 반으로 줄었답니다.(도망=3)

urblue 2006-03-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망종 보고 싶어요. 그치만 뭔가 할 일이 있으면 영화 포기하고 기꺼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06-03-28 16: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3-28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님, 깜짝이야!
너무 반가워요.
안 그래도 아쉬웠는데......
고민도 방황도 치열하게 혹독하게 하시는 님이
앞으로 좋은 열매를 거두실 겁니다.
전 뭐 젊은날의 어리벙벙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고요.
단 한 가지, 어느 잘난 사람 앞에서도 비굴해 본 적이 없어요.
그것 하나가 자부심이라면 자부심.
가끔 들러 메모 남겨주시면 저도 기쁘지요.
긴 편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앞치마 세트님, 아니 그렇게 안 어울리는 것을!=3=3
접수했습니다.^^

블루님, 그러니까요, 좋아하는 것 대신 어떤 일을 하는 데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니.
헤헤 그래도 다음주엔 핑계 대서 빠지려고요.=3

그로밋 2006-03-2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뚱하고 허름하고 늙은 엄마이지만 주하는 엄마가 학교에 오면 좋아 죽습니다.' <-- 울 아들도 이래줘야 하는데... 늙다리 엄마라고 싫어해도 전 꼬박꼬박 갈려구요. 언니대신 몇 번 갔었는데, 나름 재미있더라구요^^ '서서 먹는 급식'때문은 절대로 아니랍니다. ㅋㅋ

하루(春) 2006-03-28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네요. 이런 상투적인 말밖엔 못하지만, 그 이면엔 흐뭇한 미소도 숨어 있답니다. ^^

조선인 2006-03-28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식 이야기가 나오면 벌써부터 찔려요. 어쩌죠. 히잉.

blowup 2006-03-29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일이나 모레쯤 망종 보러 가려구요. 로드무비 님은 언제요? 우연히라도 스치게요. ^^

로드무비 2006-03-2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 못 나갔고요.
내일이나 모레나 글피.
나무님, 우리 마주치면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님께 윙크하는 여인이 있으면 저예요.^^

조선인님, 찔릴 필요 전혀 없습니다.
학급문고에 책을 몇 권 선물한다든지, 나름대로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거든요.^^

하루님, 저도 덩달아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는 댓글입니다.^^

그로밋님, 저도 님처럼 세상에 맛없는 게 없으니 그것도 문제죠?
(물귀신 작전)
사실은 가리는 것 있어요. 호탕해 보이고 싶어서.=3=3=3

치유 2006-03-31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기전의 갈등..하지만 가선 너무 잘 왔구나...생각하며 다녔지요..지금은 급식당번 같은 건 졸업했지만...그래도 좋은 엄마되려고 애쓰며 살잖아요..멋져요.
 
공허의 1/4 - 2004 제2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수영 지음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확실히 나는 뭔가 불안정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는 편인가.
관리사무소 앞 차량에서 영광굴비인지 꽃게인지를 딱 30분 동안 정가의 절반에 싸게 판다는
방송으로 처음 내 귀에 잡힌 우리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청년의 목소리.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 청년의 목소리는 여전히 듣는 사람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심하게 상기되어 떨리어 나온다.
며칠 전 아파트 주민 무료진료를 알리는 방송에 귀기울이던 나는
순전히 그 청년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하자보수 신청서를 가지고 관리사무소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슬며시 했다.

간결하고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이 책을 골랐다.
2004년 오늘의 작가상 공동 수상작인 한수영의 장편소설 <공허의 1/4>은 
작은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오래 전부터 앓고 있는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그녀는 엄청 비대해져
걷는 것도 힘겨울 정도다.
늙어도 사나움이 조금도 가시지 않은 어머니는 휴지뭉텅이를 얻어오는 재미에
약장수 패거리 주위를 얼씬거리다가  어마어마한 액수의 옥매트를 몰래 사들고 온 날,
난생 처음으로 상냥하고 비굴한 모습을 딸에게 보여준다.
언제까지라는 기약도 없이 월급의 3분의 1을 축내는 먼 도시의 요양소에 있는  언니 등
그를 둘러싸고 있는 생활이란 건 한마디로 갑갑함 그 자체이다.

주변 인물은 어떤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초로의 관리소장과,
청소와 쓰레기 정리서껀 하루종일 아파트를 돌며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잡역부 김씨,
좀 머리가 모자란 그에게 술을 먹이고 지분거리는 청소부 아줌마들의 골방,
죽은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엄마가 있다는 먼 행성 안드로메다로 떠날 것을 꿈꾸느라
수업을 밥먹듯 빠지는 어린 소년.

어찌 보면 좀 작위적인 설정 같기도 한데 내가 몰라서 그렇지 바로 내 주변에
한 명씩은 꼭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어쩌면 내가 그들 중의 한 명일 수도.......
유사시 음독을 하기 위한 독약을 몸에 지닌 기분으로 항시 사무실 책상서랍 속에
소주 한 병을 숨겨두는 그녀.

--몇 년 동안 신춘문예에 응모한 적도 있었다.
(...) 해마다 1월 1일이면 나는 가판대에서 사온 신문을 옆에 놓고
목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불판 위의 목삼겹살을 보며 나는 울었다.
정말이지 삼겹살 같은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비계와 살코기가 기가 막히게 어울려 있는 조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목삼겹만큼만 쓰고 싶었다.
불판 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울었다.
관절염까지 찾아들었다. 볼펜을 오래 쥐고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새천년을 몇 달 앞에 두고 나 혼자 절필을 선언했다.(53쪽)

나는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아본 적도 없고 신춘문예에 응모해 본 적도 없지만
락스 냄새가 희미하게 떠도는 어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더러는 마이크를 들고 방송도 하고
온갖 잡무를 처리하고 다니느라 절룩대는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내가 꼭 그녀인 듯한
쓸쓸하고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공허의 4분의 1'은 류머티즘 관절염에 최고라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쨍쨍한  햇볕, 거기서도
룹알할리라는 사막  이름이다.
그곳에 가서 차도르로 얼굴을 가린 채 평생을 살면서 몸속의 습기를 모두 말리고
어긋난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나도 빨래처럼 바위에 널어  바싹 말려보고 싶은 것이 많은데......

'세상이 너무 완벽해 보여서 내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이는 것이 젊은 날의 고민이었다면,
끼어들고 싶은 곳이 더이상 없는 중년의 날들도 공허의 4분의 1은 차지하지 않을까.
함께 실린 '개와 늑대의 시간'과 ' '십일월' 두 단편도  빨려들어가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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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care 2006-03-2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륭같다고 최승자시인이 썼었지요. 나이먹을수록 공허도 점점 뚱뚱해지는 것 같습니다.

로드무비 2006-03-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먹을수록 안 뚱뚱해지는 게 있어야 말이지요.
하니케어님.^^;;

Mephistopheles 2006-03-2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황이 너무 처참한 것 아닌가요....!!

blowup 2006-03-2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미한 락스 냄새는 힘겹게 관리되는 일상의 체취 같아요. 조금씩 부패해가는 일상을 은폐하려는 노력 같은 것일까요.

mong 2006-03-2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리 사무소 청년이 뚱뚱하고 볼이 몽실몽실하면
재미있을것 같아요 ㅋㅋ

로드무비 2006-03-27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불현듯 제 머리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는데
님이 말하는 분이 혹시?ㅋㅋ

namu님, 딱 그거예요.
힘겹게 관리되는 일상의 체취라는 표현이 멋집니다.
왠지 리뷰 제목에 락스 냄새를 꼭 넣어주고 싶더라니......^^

메피스토님, 얼핏 보면 그런 것 같지만 또 곰곰 생각해 보면
처참,이라는 단어를 쓸 것까진 없을 것 같은데요?
저보다 애달픈 사정이 워낙 주변에 널렸지 않습니까.;;

kleinsusun 2006-03-28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나는 뭔가 불안정한 구석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는 편인가."
- 제게 관심이 엄청 많으시겠군요. ㅎㅎ

삼겹살 비유는 진짜 딱이네요. 아...저도 삼겹살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요.

로드무비 2006-03-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님은 그런 관심이 아니고 다른 종류의 관심의 대상이죠.
아심시롱.^^
(삼겹살 먹고 싶네요. 새벽 댓바람부터.ㅎㅎ)

2006-03-29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3-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시장을 보고 오는데 그이로 추정되는 청년을 봤어요.
관리사무소 바로 앞에서.
속삭이신 님, 님은 님대로 관리사무소 이야기 써보세요.
변두리 동네 비디오대여점만큼이나 흥미로운 소재여요.
흥미롭다고 표현해서 미안하지만.
흥=3 이 리뷰는 왜 그리 늦게 보신 거예요?
괜히 좋아서 앙탈 한 번 부려봤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