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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클린 미트』, 폴 샤피로 지음, 흐름출판, 2019
<클린 미트>는 제목 그대로
‘청정 고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청정 고기’라는 말이 성립되려면 ‘청정하지 않은 고기’ 혹은 ‘불결한
고기’가 대척점에 있어야 하는데, 이런 용어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공장식 사육 시스템의 고기들은 분변에 노출되어 ‘살모넬라균’ 등의 세균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청정 고기’라는 대척점이 성립할 수 있다고 한다.
‘청정 고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름이 진화해왔다고 한다. ‘시험관 고기(in vitro meat)’에서 ‘배양 고기(cultured meat)’로 그리고 다시 ‘청정 고기(Clean meat)’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배양 고기’, ‘청정
고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금으로부터 약 80여년 전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에 의해서 예언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다.”
- 윈스턴 처칠, <50년 뒤의 세계>, 1931년(23쪽)
세포
배양 기술도 없던 시대에 닭의 특정 부위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 ‘닭을 통째로’ 키우는 것의 모순을 간파한 통찰력이 놀라웠다.
<클린 미트>의 저자 폴 샤피로는
‘도살에서 자비를(Compassion Over Killing)’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설립자로 동물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청정 고기’가
고기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고 있는 동물들의 고통을 끝낼 대안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동물복지를 위한 일에 몸담았던 나는
육류 산업과 동물 그리고 환경보호론자 사이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전투의 최전선에 서 있다.
어쩌면 양쪽 모두 승리하는 결말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계속 고기를 먹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 지구나 동물들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44쪽)
‘청정 고기’는 세포를 배양액에서 기르는
것으로 기존의 공장식 사육 시스템에 비해서 여러 장점이 있다고 한다. 먼저 동물을 좁은 공간에 평생
가두지 않아도 되고, 밀집 사육으로 인한 전염병 우려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며, 원하는 부위만 배양을 통해 얻기 때문에 경제성도 높다고 한다. 또한
곡물이 단백질로 전화되는 비율, 즉 단백질 전환율도 기존 공장식 사육 시스템에 비해 ‘청정 고기’가 훨씬 높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죽음 없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혁신성은 분명 기존 축산업에 ‘파괴적 혁신’이 될 것 같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으로서의 마차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고, 등유가
포경산업을 ‘파괴’하고, 전기가
등유, 램프 산업을 ‘파괴’한
것처럼 ‘청정 고기’도 ‘공장식
축산업’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것 같다. 과거 노예제 사회에서는
노예제도가 당연해 보였지만, 현재에는 ‘야만’으로 보이듯 먼 훗날 ‘공장식 사육’
시스템이 ‘야만’으로 보일 것이라는 말에 깊이
동감하게 된다.
등유는 석유에서 추출한 것으로
고래 기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저렴한 대체제였다.
1854년 (에이브리험) 게스너가 등유를 상용화했을
당시
미국 포경 선단은 전 세계의 바다를 돌며
매년 8,000마리 이상의 고래를 (잡았으나)(…)
19세기 전반 동안 매년 증가하던 미국 고래 선단의 숫자가
급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단 30년 만에 고래 산업의 95퍼센트가 줄어들면서 박살난 이유는
더 값싸고 우수한 대체제가 출현했기 때문이다.(48~49쪽)
“인간은 정말 고기를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고기를 끊을 수 없을 겁니다.
고리를 대체할 식물성 제품의 홍보와 개선에 이미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진짜 동물의 고기를 키운다는 발상에 투자함으로써
공장식 사육의 대체제를 만들어낼 생각은 아무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 제이슨 매시니(뉴하비스트 설립자)(57쪽)
“우리가 농장 동물을 고기 생산용으로 취급하거나
근육을 얻기 위해 선택 교배하는 현재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아예 동물을 배제하고 근육만 키워도 되지 않을까요?”
- 이샤 다타(뉴하비스트 이사)(79쪽)
“앞으로 일어날 일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두 번째는 지속적으로 환경에 피해를 끼치는 문제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 세르게이 브린(구글 창업자)(82쪽)
식품을 선택할 때 윤리나 환경을 중시하는 소수 소비층도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반인은 가격과 맛 그리고 편의성에 중점을 둔다.
공장식 고기 생산이 지구에 미치는 나쁜 영향이
점점 사람들 머릿속에 인식되고 있지만
밀집식 사육 시설에서 고기의 수요를 꺾으려면 인식만으론 역부족이다.(83쪽)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 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으로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손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안드라스 포르각스(147쪽)
“공장식 사육은 투자자에게 큰 위험 요소다.
공장식 사육에는 인간의 건강, 기후변화, 식품
안보, 지구의 자원과 관련된
네 가지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으며,
이는 <묵시록>에 등장하는 말을 탄
네 명의 기사에 버금간다.
공장식 사육은 신선한 물을 고갈시키고,
항생제를 과잉 소비하게 하고, 삼림 파괴를 주도하며,
사람들을 먹이는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가축에 들어가는 곡물은 인간의 수요를 뛰어넘으면
우리는 이 광기를 멈춰야 한다.
- 제러미 콜러(166쪽)
수의사가 진통제도 없이 개를 중성화시킨다면
그는 동물학대로 고발될 것이다.
하지만 소와 돼지 산업에서는
진통제 없이 거세하는 행위가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고양이를 옴짝달싹도 못하게 케이지에 평생 가두어둔다면 감옥에 가겠지만,
돼지나 닭을 평생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돼지와 달걀 산업의 관행에 불과하다.(287쪽)
반복되는
조류독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으로 엄청난 수의 동물들이
살처분되고 있고, 그 살처분 현장에서 공무를 수행하던 사람들이 삶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면, ‘비효율적’인 공장식 사육 시스템은 끝내야할 것 같다. 하지만 “먹는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죽이지 말자”(155쪽)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단백질을 갈구하는 본능에 육식을 끊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면에서 ‘청정 고기’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고기를
먹는 것이 불편하지만, 당장에 끊을 수 없어 자책하고 있거나, 공장식
사육 시스템이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클린 미트>는
당신에게 밝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해내기 전까지는 불가능해 보이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