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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밥벌이 -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우석훈 해제, 하완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최소한의
밥벌이』,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쌤앤파커스, 2019
『최소한의 밥벌이』는 30년 배테랑 기자의 무모한
농사 도전기이다. 그러나 결코 무모하지 않은 얼터너티브 농부 실천기이다.
알로하셔츠, 선글라스와 카우보이모자, 그리고 중고 포르셰 오픈카를 타는 농부. 뭔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그러나 저자 곤도 고타로만의
포기할 수 없는 아이덴티티다.
저자
곤도 고타로는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30년간 일한 기자인데, 어느 날 후배인 팀장에게 지방 발령을 요청한다. 이유는 전업으로 글을 쓰기 위해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쌀을 확보하기 위해,
즉 최소한의 밥벌이를 위해 직접 벼농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하루 1시간만 벼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오롯이 글쓰기에 전념하겠다는 무모한
도전.
내가 하려는 일은 그저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맥없이 묶여 살아서는
진짜 내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가설을
스스로의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이다.(P170)
정직원이라는 자리에 매달려, 아무
의욕도 의미도 없는 일을 하며
건강도 삶의 기쁨도 잃어간다.
너무 바쁘고 지쳐서 평소 좋아하던 영화나 책을 즐길 여유도 없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해 집에서 보는 것이라고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뿐.
왜 이렇게 살까? 결국 굶어 죽는 게 무서워서 아닐까?
뒤집어 말하면,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닌가?
사람은 쌀만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굶어 죽지 않는다.(P73)
스스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리끼리 하는 회의 마저
영어로 진행하는 것 같은 빤한 짓거리에 낄 것인가?
아니면 연봉 백만 엔을 감수하며 몸뚱이가 부서지도록 일을 해야 하나?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이런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아니다.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자본이
숨기고 있을 뿐이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것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근거는 없지만 이런 직감이 들었다. (P63)
근대
자본주의의 약탈적인 속성에 맞서 저항하는 최소한이면서, 최대의 방법.
스스로 먹거리를 해결한다면 굶어 죽는다는 공포를 떨치고, 자신이 전념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저자의 용기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는
먹고 사는 생계 문제를 해결하면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것이라 다짐하고, 새로운 일에 의욕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 나이의 마지노선이 45세라
판단하고 45세, 자산 15억이면
은퇴를 하겠다고 주변사람들에게 공공연히 이야기했었다. 이제 곧 45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생계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의문이며,
45세 이후에 새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미비한 상황에서 저자의 ‘얼터너티브 농부’ 도전은 신선한 충격이었으며,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을 일을 위해 아침 한 시간도 낼 수 없다면,
그건 자기 인생에 게으른 거야. (P75)
‘시간이 없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버릇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저지르고 나면 하고 싶은 일의 우선순위기 바뀌고, 신기하게도 없던 시간이 생긴다.
농사의
‘ㄴ’도 모르고 시작한 농사가 순탄할리 없고, 매 순간 순간이 어려운 도전이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완벽한’ 실패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농사의 ‘ㄴ’자도 모르고 흙장난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내가,
비록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였지만 이렇게 일을 하니 흙은 많은 것을 주었다.
바보가 심고 얼간이가 베도 쌀은 나온다.
자연을 상대로 일을 하면 내가 성장한다. 겸손해진다. 경외의
마음이 샘솟는다.
이 숙연한 감정이 ‘농업에는 돈 이상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사회의 밑바탕이 된다’고
하는 믿음으로까지 발전하면 드디어 ‘농본주의’로
바뀌게 된다.(P306)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주저하고 있다면
곤도 고타로의 무모한 농사 도전기 <최소한의밥벌이>를
통해 도전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한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 곤도 고타로의
신자유주의 경쟁 일탈기인 <최소한의 밥벌이>를
통해 다른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높게 평가한다. 내가
일을 제일 잘한다.
그런데 남들은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 나를 그냥 함부로 부려먹고 있다.
이런 상태로 평생 몸 쓰는 일을 하다가 체력이 다하면 휙 내다버려질 것이다. (P46)
유니클로의 총수이자 패스트 리테일링(유니클로
자회사) 회장 겸 사장(야나이 다다시)이 ‘세계 동일 임금’이란
것을 주장했다. (…)
“어느 나라에서 일하건 같은 수익을 올리는 사원은 임금도 같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에도 우수한 사원이 있다.
그런데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나라가 다르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는 일은
글로벌하게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다.”
(…) 야나이
회장이 이런 발언으로 비난받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비즈니스맨들이 꼽은 현대 최고 경영자’ 순위
같은 데서 늘 상위권을 차지한다.
“헤엄치지 못하는 사람은 가라앉으면 그만이다”라는 소리가 입버릇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수장을 대단한 경영자라고 추어올린다.(P50,55)
앞으로 다가올 유토피아를 말하는 자는 틀림없이 그 세계의 독재자다.
- 한나 아렌트 (P58)
선진국은 거대 석유 자본이 공급하는 에너지를 싼값에 사서
철강에서부터 선박, 자동차, 가전제품, 그리고 컴퓨턲터까지 만들어 변방의 후진국에 판다.
아주 단순하지만 현대 자본주의는 이런 간단한 매커니즘으로 움직여왔다. (…)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이런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인도나 중국, 브라질도 이제 단순히 자원을 내놓고 제품을 사가는 변방이 아니다.
스스로 천연자원을 소비하고 공업 제품을 만들어 판다.
선진국 못지않은 풍족한 삶을 누리기 시작했다.(P50)
스스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리끼리 하는 회의 마저 영어로 진행하는 것
같은
빤한 짓거리에 낄 것인가?
아니면 연봉 백만 엔을 감수하며 몸뚱이가 부서지도록 일을 해야 하나?
우리가 살아남을 길은 이런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아니다.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 자본이
숨기고 있을 뿐이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근거는 없지만 이런 직감이 들었다. (P63)
농사를 지으면 굶어 죽을 일이 없다.
(P65)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
속한 이는 우연히 변두리나 경계에 있을 뿐,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거나 변두리에 있으려고 굳이 애를 쓰지 않는다.
말하자면 변두리에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P71)
정직원이라는 자리에 매달려, 아무
의욕도 의미도 없는 일을 하며
건강도 삶의 기쁨도 잃어간다.
너무 바쁘고 지쳐서 평소 좋아하던 영화나 책을 즐길 여유도 없다.
피곤한 몸으로 퇴근해 집에서 보는 것이라고는 텔레비전과 스마트폰뿐.
왜 이렇게 살까? 결국 굶어 죽는 게 무서워서 아닐까?
뒤집어 말하면,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닌가?
사람은 쌀만 있으면 어지간해서는 굶어 죽지 않는다.(P73)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을 일을 위해 아침 한 시간도 낼 수 없다면,
그건 자기 인생에 게으른 거야. (P75)
좋은 농부가 되는 세가지 조건
1. 신체적 강인함을 갖고 있을 것.
2. 동식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서도 과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
3. 인사를 나눌 줄 아는 능력, 즉 주위 사람들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것(P115)
요즘 세상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 능력 강박 사회’다. (…)
인간사회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아닌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기술이 좀 부족해도, 섬세한 일에 집중력을 보이거나
묵묵히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사람도 있다.(P119)
내가 하려는 일은 그저 ‘자본주의라는
괴물에 맥없이 묶여 살아서는
진짜 내 인생이라고 할 수 없다’는 가설을 스스로의 실험을 통해 확인하려는 것이다.(P170)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한심한 짓, 꼴사나운
짓이란 뭘까.(…)
‘먹고살기 위해 쓰기 싫은 글을 쓰는 일’이다.(…)
나 같은 삼류 필자보다 훨씬 무게 있는 말을 하던 사람,
나도 존경하는 작품을 쓰던 문학가들이
여차하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자존심을 팔아넘겼다.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과 일본이 전쟁을 시작한 그 이듬해에
문학가와 비평가로 이루어진 ‘일본문학보국회’라는
조직이 만들어졌다.(…)
문학이 문학 이외 것, 국가 시책 따위를 위해 글쓰기를 요청받아 몸 바쳐 실천한다니.
이건 그야말로 ‘똥’이다.(P175)
“난 글
할 줄 배우지 못했지만 와지마 같은 이들이 써내는 글들은
다 전향한 사실에 대한 변명으로 들리는구나. 그런 글을 써서 무엇 하지?
왜 그런 글을 쓰는 거지?여태까지 쓴 글을 죽이는 짓일뿐이지 않느냐.
– 나카노 시게하루 <시골집> (P177)
벼농사를 산업으로만 여겨야 하는 걸까?
논은 ‘상품’만 만드는 게 아니다. 블랙기업에 착취당하지 않도록 해준다.
인기 없는 글쟁이나 뮤지션, 배우, 작가, 화가, 운동선수, 누구든
상관없다.
초등학교 졸업 문집에 적은 장래희망을 좆으며 살아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해준다.(P186)
잡초란 제자리에 있지 않는 풀이다.
옥수수 밭에서 접시꽃을 발견했다면 그건 잡초다.
정원에서 같은 접시꽃을 발견했다면 그건 꽃이다.
- 짐 톰프슨 <내 안의 살인마>(P217~218)
리스크를 완전히 없애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원리주의다.
구소련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실패한 사회주의나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내게 똑같은 것으로 보인다.
인간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상’을 고집스럽고
성급하게,
예외 없이 추구하는 것은 원리주의의 한 변종이다.(P248)
나는 농약도 쓰고 화학비료도 쓴다.
첫째, ‘팔 물건’이 아니라서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먹을 쌀이다.
둘째, ‘일본의 농약 기준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셋째, 농사는 혼자 짓는게 아니다. 마을과 어울려
함께 짓는 것이다.
내 논에 해충이 생기면 다른 논에도 피해를 끼친다.(P251~253)
귀동냥으로 떠드는 환경주의자, 로하스나
슬로우라이프를 추구하는 척하는
도시 사람들이 (…) 농사가 오랜 직업인 농부를 이상주의로 압박할 권리는 없다.(P253)
지방 소멸이라는 게 지방의 ‘자치단체’ 소멸이라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행정 구분으로 자치단체 직원을 고용하고 상하수도나 쓰레기 수거 등
생활 인프라를 정돈해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워질 거라는 이야기다.
지방 자치단체는 소멸하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방의 소멸은 있을 수 없다. 역사상 그런 일은 없었다.(P276)
자본주의란 대체 무엇인가. (…)
‘매년 생산을 확대하는 시스템’ (…) ‘한계를 모르는 몬스터’, 이게 자본의다.(P276)
농사의 ‘ㄴ’자도 모르고 흙장난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내가,
비록 스승님이 시키는 대로였지만 이렇게 일을 하니 흙은 많은 것을 주었다.
바보가 심고 얼간이가 베도 쌀은 나온다.
자연을 상대로 일을 하면 내가 성장한다. 겸손해진다. 경외의
마음이 샘솟는다.
이 숙연한 감정이 ‘농업에는 돈 이상의 소중한 가치가 있다. 사회의 밑바탕이 된다’고
하는 믿음으로까지 발전하면 드디어 ‘농본주의’로
바뀌게 된다.(P306)
인간은 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노동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 노동 현장에서 자신의 삶을 떳떳하게 살아내고 있는 어른은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에게 노동이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하는 것,
감수해내야 할 것, 될 수 있으면 하고 싶지 않은 것, 그런
것이 되고 말았다.(P308)
나는 아직 내가 아닌 ‘무언가’가 되려 하기 때문에 나일 수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정한 ‘대략 이런 것’으로 계속
남아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니다.
세상 사람이다. 불태우고 불태우고 또 불태워 뼈마저 새하얀 재가 되도록 살다가 죽는다.(P320)
근대 자본주의는 고도로 발달한, 복잡한
경제 시스템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원리는 간단하달까, 조잡하달까, 빤한
‘착취 시스템’이다.
메이저로 대표되는 서양 석유회사가 중동을 비롯한 산유국에서 아주 싼 가격에 원유를 입수한다. 그걸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넘긴다.
이걸 원료로 선진국이 부가가치가 있는 공업제품(철강, 대형기계, 선박, 자동차, 가전
등)을 만든다. 그것을 자원국에 판다.(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