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만 알아도 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 -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문제 해결까지!
우와후지 이치로우 외 지음, 진솔 옮김 / 한빛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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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만 알아도 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 우와후지 이치로우 외 지음, 진솔 옮김, 한빛미디어, 2019



별자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쏟아질 것 같은 무수한 별들 사이에서 별과 별이 선으로이어져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 형태로 보이길 기대해 보지만, 까만하늘에 촘촘히 박힌 무수한 점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별자리를 알고 찾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선과 선이 이어져 별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데이터 분석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데이터라는 무수한 별들 중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듯 하다. 분석할 수 없다면 한낱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


올해로 직장생활 16년차.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엑셀과 씨름하며 지낸다. 엑셀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 대고, 그 숫자들 사이에서 뭔가 새로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눈이 빠져라 들여다 보기도 하지만, 결국 내게 주어진 제한된 시간과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의 한계로 인해 마음을 접거나 다른 업무에 밀려 후일로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이 많은 데이터 중에서 유의미한 정보가 없을까 싶어 분석 스킬을 높이기 위해 엑셀 함수 책도 사서 읽어봤지만, 함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해서 결과값에 대한 해석, 분석의 이해도가 높아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통계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통계학, 정보분석 관련 책을 사서 읽었으나, 이번에는 이를 엑셀에 어떻게 적용하면 될지 쉽게 연결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또 최근에는 파이썬을 이용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쉽게 분석할 수 있다고 하여 파이썬에도 도전하였으나, 여전히 데이터 분석에 대한 낮은 이해도라는 장벽으로 손을 놓아야 했었다.


그래서 좀 더 쉽게 엑셀 함수를 이용해서 통계학 기반의 데이터 분석기법을 설명해주고, 이를 실습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엑셀 함수 책과 통계학 책을 접었는데, 드디어 이 둘을 함께 할 수 있는 책, 『엑셀만 알아도 할 수 있는 데이터 과학』을 만났다.


데이터 분석 3단계(데이터 수집&검토→데이터 집계&분석→데이터 시각화&응용) 전반에 대해 정리가 되어있어, 데이터 분석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함께 엑셀 실습 과제를 따라하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좋았다.


한 번 읽고 따라했다고 해서 완벽히 이해하는 수준은 되지 않았다. 한 번의 실습으로 바로 체화가 되어 업무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지만, 반복적인 실습과 응용을 통해 이해의 수준을 높인다면, 엑셀의 바다 속에서 유의미한 진주 같은 정보를 캐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입문용 수준은 아니어서 엑셀 함수에 대한 이해나 통계학에 대한 이해가 낮다면 다른 책들을 먼저 읽거나, 함께 보는 방법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데이터 과학에서는 정보 기술이 ‘주연‘이고 데이터는 이를 보좌하는 ‘조연‘이지만, 이 책에서는 반대로 데이터가 ‘주연‘이고 정보 기술이 ‘조연‘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습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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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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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 다산책방 / 2019

공감과 연민 그리고 희망 사이 그 어디쯤 에 있을 영오와 미지에게
내 나이 마흔이 넘고 난 후 에야 지난 삼십대가 젊었음을, 이십대가 꽃 같았음을, 십대에는 무한한가능성이 있었음을 알았다. 그때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좀 더 젊게 꽃같이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살 수 있었을까. 타임머신이 있어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도 난 똑같지 않을까 싶다. 오십대 이상의 인생 선배님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코웃음으로 응대해 주시겠지만… 오십대 보다 젊은 사십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는 여전히 젊음을 모르겠다.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의 주인공. 서른셋 오영오와 열일곱 공미지.
서른 셋 오영오의 어머니는 몇 해 전 폐암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서먹하게 지내던 아버지마저 영오가 서른 둘이었던 해에 돌아가신다. 친척과도 소원하게 지내던 외동딸로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혈혈단신이 되어 남겨진 주인공 오영오.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던 어느 날 아버지의 단칸방에서 유품이 발견된다. 아버지의 유품은 영오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수첩.
소설은 아내의 죽음 뒤 단칸방에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던 아버지가 차마 본인이 내밀지 못했던 손을 대신해 수첩 속 인물과 딸의 만남을 통해 영오가 외로움이라는 동굴에서 나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서른셋 영오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이나 돌아가신 직후나 늘 외롭다. 젊음을 즐길 수 없는 청춘. 돌아보니 나의 삼십대가 그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지도 않았고 외동딸도 아니지만 그 시절 나는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을 받기 전까지의 영오처럼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품인 수첩 속 인물을 만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영오처럼 어느 날 문득 만난 사람들이 나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모든 삼십대가 영오처럼 외로움을 느끼진 않겠지만 온 우주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영오를 통해 충분히 공감하고 영오에게 또한 자신에게 연민을 느껴 보길,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있을지 모를 희망으로 그 둘을 위로해 보길 권한다.

소설 속 또다른 주인공 열일곱 공미지는 학교에서의 따돌림, 친구의 자살 등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난관에 봉착해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고입 포기라는 원대한 결심으로 엄마와의 싸움에서 고군분투하는 열혈 청소년이다. 소규모 학습지 출판사에서 국어과 편집자로 일하는 영오에게 매일 전화하는 학습지 구독자이자 친구인 미지는 영오 인생에 희망의 열쇠를 쥔 등장인물. 한없이 엉뚱하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미지는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열일곱 미지를 통해 따뜻한 삶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는 건 소설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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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그레이엄 스펜스 지음, 고상숙 옮김 / 뜨인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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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로렌스 앤서니, 그레이엄 스펜스 지음, 고상숙 옮김, 뜨인돌, 2019

 



지은이 로렌스 앤서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 툴라툴라를 만들고 일하던 중 TV를 통해 이라크 전쟁 소식을 듣고, 바그다드의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이라크행을 결심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사자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CNN
이 이라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나는 마르잔의 한 맺힌 듯한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했다. (…)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끔찍한 운명을 겪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P27~28)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깊다하더라도 전쟁이 한창인 국가로, 아니 최소한의 안전도 담보되지 않은 도시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은 쉽게 할 수 없다. 내 기억 속의 이라크 전쟁은 지금의 컴퓨터게임과 같이 느껴졌었다. 건물 옥상에서 야간 전투 장면을 열화상카메라로 찍은 영상 속의 대공포 화염과 스커드 미사일 폭파장면이 흡사 게임과 같았던 것이다. 미군 종군기자에 의해 미군의 시각으로 전개된 전쟁 화면은 위험한 전쟁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게임방송을 보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도 가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스스로 들어간다는 결정을 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P27~28)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분명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도리에 대한 응답 없이는 할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 책으로 읽는 나도 느끼는 것이겠지만, 당시 이라크의 미군도, 이라크 사람들도 의아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후샴 무하마드 후산 박사는
입을 떡 벌리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프리카 끝에 사는 외국인이 볼품없는 동물원을 구하겠다고
그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것인가.
그는 무엇보다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치였다.(P41)

 


저자가 바그다드에 가게 된 계기와 바그다드 동물원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전투가 한창인 바그다드 한 복판의 알 라시드 호텔에 숙소를 잡기까지의 과정은 읽는 나에게도 현장의 긴박함과 위급함이 전해졌다. 사방에서 언제 총탄과 포탄이 날아들지 모르는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은 정말 숨막힐 정도였다.


바그다드 동물원을 복구하고 위기에 처한 바그다드의 동물들을 구조하는 과정을 읽으면서는 전쟁과 인간, 동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전쟁으로 인해 기아와 약탈이 일상적인 상황에서 동물원에 있는 약한 동물은 모조리 약탈되고 강한 이빨과 발톱만 가진 동물만 남았으나, 굶주림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나에게 고기가 있다면 나는 이를 사람에게 줄 것인가? 동물에게 줄 것인가? 고민했을 것 같다. 사람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주는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한 일인가 고민되었다.


동물원의 먹이를 약탈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훔쳐가는 행위가 나쁜 짓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당장에 내 가족이 굶고 있는 상황에서 고기를 마다하는 것 또한 정상적인 행위는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먹이와 물을 제공하는 것이 지구에서 자연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총탄과 포탄이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않지만 전투의 규칙은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도록 하고,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전범으로 처벌하는 것과 같이 동물들도 구분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슬프게도 인류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병원이나 학교와 마찬가지로 동물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동물을 위한 피난처,
동물병원이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 또한 불법으로 규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바그다드 동물원에서 벌어졌던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된다.(P344)

 


전쟁은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닌 정치행위이다. 이러한 정치행위를 선택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은 역설이다. 선택한 사람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 고통 받는 사람이 다른 것이다. 사람과 동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은 사람이 하는데, 동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전쟁이 없는 지구를 꿈꾸는 건 허망한 꿈일까? 아니면 저자가 이야기하듯 인간의 전쟁에 동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일일까?

 


한반도의 정전 상황을 호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정치집단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정치적 선택으로 누가 피해를 볼 것인지는 자명하다. 선택을 하지 않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일 것이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P155)

 


저자 로렌스 앤서니가 참혹한 전쟁의 상황에서 바그다드 동물을 구조하는 과정을 통해 일깨워준 인간의 도리와 양심을 바탕으로 이 땅에 전쟁이 없어지길 바라본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 - P155

내가 온 이유를 설명하자 후샴 무하마드 후산 박사는
입을 떡 벌리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아프리카 끝에 사는 외국인이 볼품없는 동물원을 구하겠다고
그 먼 길을 왔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 것인가.
그는 무엇보다 이런 동물원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눈치였다. - P41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 - P27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
사자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CNN이 이라크와 관련된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나는 마르잔의 한 맺힌 듯한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했다. (…)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뭔가 해야만 했다.
끔찍한 운명을 겪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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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모기에 물리지 않아! VivaVivo (비바비보) 40
펜드레드 노이스 지음,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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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모기에 물리지 않아』, 펜드레드 노이스 지음, 조윤진 옮김, 뜨인돌, 2019

 


제목 하나로 이렇게 부러운 적은 없었다. 『난 모기에 물리지 않아』.

매년 여름만 되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른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도 유독 나만 물리는 상황에서 모기가 B형 피를 좋아해서 그렇다는 주변의 말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모기에 물리지 않는 능력을 가졌다고 하니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주인공 날라는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다. 비행기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하지만 모기에 물리지 않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는 것이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우연히 제약회사 사장인 친구 아빠에게 알려지고, 이를 연구하기로 하면서 결코 평범한 능력이 아님을 알게 된다.


나는 모기에 물리 않으면 열 십자를 꾹꾹 눌러도, 퉁퉁부어 피나게 긁어도 여전히 가려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 부러워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는 모기를 통해 감염이 전파되는 말라리아로 인해 한 해에 수백만명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한국은 말라리아가 없고, 아직까지 아프리카를 가보지 못했으니, 말라리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위험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소설 『난 모기에 물리지 않아』를 통해 말라리아의 감염 기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말라리아가 아프리카에서 얼마나 공포의 대상인지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 날라의 초능력이 유전력인지 조사하기 위해 케냐의 가족들과 함께 연구에 참가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 또한 쉽게 이겨내기 어려운 일들이다. 날라의 엄마는 불의의 비행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었지만, 처신을 비관하지 않고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대처하고, 딸이 자신감을 잃거나 자존감이 낮아질 경우 긍정적인 생각으로 독려해준다. 이러한 독려와 믿음이 최악의 어려운 상황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많은 특권을 누리는 학생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방법으로 그 특권을 과시하려 해(P79)


 

인간은 대부분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가끔은 선해지기 위해 작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존재해.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 역시
굉장히 어려운 일이야. (P79)


 

너무 거짓말 같은 상황 전개에 다소 몰입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말라리아로 인해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말라리아도 에이즈와 마찬가지로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제 개발이 되고, 연구되지 않는 분야일 것이다.


난 모기를 물려도 단지 가려울 뿐 목숨이 위태로워 지는 것은 아니니, 말라리아의 공포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단지 가려운 것만으로도 부러울 것이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을 부러워한 것이 못내 부끄러워졌다.

많은 특권을 누리는 학생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방법으로 그 특권을 과시하려 해 - P79

인간은 대부분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가끔은 선해지기 위해 작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존재해.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 역시 굉장히 어려운 일이야.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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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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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김지원 옮김, 다산북스, 2019

『나의 살인자에게』는 저자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가 친오빠 빌럼 홀레이더르를 법정에 세우기 까지의 이야기다. 빌럼 홀레이더르는 친구이자 매제인 코르를 포함해 많은 사람을 살인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그의 범죄가 더욱 충격적인 건 돈을 얻기 위해서라면 가족도 살인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동생과 조카가 함께 탄 차량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선 태연히 그들을 돕기 위해 나서고 이를 통해 돈을 요구한다. 몇몇은 남편을 살해하고 그 부인의 전 재산도 갈취하기까지 한다.


이들 가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글을 넘어 전해져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의 희생자일 수도 있으나, 그 희생자가 남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가 되어 더욱 폭력적이되고 심지어는 목적을 위해서는 살인도 서슴지 않는 행동이 사람이라기 보다는 짐승에 더 가까워 보인다.


외부와 고립된 가족 내에서의 폭력이 내재화되고, 스스로 합의화를 하면 자신들만의 이유와 근거로 가정폭력을 합리화, 내면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러한 과정이 결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폭력적인 가정환경 하에서는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여동생이 자신과 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범죄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공유했는데, 동생은 주변 사람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2년여의 시간동안 증거를 수집하는 등 오빠를 고발할 준비를 한다. 배신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고발을 준비해가는 것을 보며 함께 조마조마하게 되었다.


남을 위해 오빠를 고발해야 하지만 조그마한 실수가 있거나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이 그릇될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중범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만, 여동생들의 청부살해 지시가 성공했기에 저자는 여전히 살해의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집 앞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주차된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낯선 사람으로부터 살해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이겨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거처를 옮기라는 주변의 권유를 거부하고 여전히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 놀랬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으나, 20여 년간을 산 동네에는 아는 사람들이 많아 낯선 사람들만 있는 낯선 곳 보다는 안전할 것 같아 계속 산다는 말에 수궁이 갔다.


가정폭력이 단순히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임을 자각하고 우리 사회에도 만연한 가정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저자 아스트리드의 안전을 기원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이 없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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