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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도둑 - 99%는 왜 1%에게 빼앗기고 빚을 지는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안세민 옮김 / 책세상 / 2021년 5월
평점 :
<금융 도둑>, 그레이스 블레이클리
지음, 안세민 옮김, 책세상, 2021
1989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사회주의 계획 경제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여겨졌다. 합리적인 개인이 시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자본주의가 유일한 경제 모델로 여겨졌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이윤을 다시 미래에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만들고, 대다수 국민 생활 수준을 높인다는 낙수 효과(트리클다운)을 주장했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그레이스 블레이클리가 지은 <금융
도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낙수효과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의 금융 주도 성장은 보통 사람들의 희생으로 부자들이 혜택을 얻는 트리클 업된다고
한다.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주주 가치 극대화, 정부 금융화는 모두 돈이 자산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서 가진 자에게로 흘러가게 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창출되지 않는다(17쪽)고 한다.
자본주의 신봉자들은 자본주의가 모두를 위해 부를 창출함으로써 모두를 부유하게
해준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이것을 미래의 생산에 투자한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다수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진다. 이런 시스템이 단기적으로는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는 있지만, 기업가가 이윤을 재투자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부가 모두에게 트리클 다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 주도 성장 모델이 부가 부유한 사람에게서 가난한 사람에게로 트리클
다운하기로 되어 있는 경로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15~16쪽)
자본주의 체제가 자산을 보유한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독점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금융 주도 성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극명해진다. 경제가 호황
시기에 있을 때는 민간부채가 증가해 그 사실을 감출 수도 있다. 그러나 불황에 빠져들면, 금융 주도 성장은 부자들의 혜택이 보통 사람들의 희생에서 나오는 트리클업 경제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금융화는 생산 과정에서 경제적 지대를 추구하는 것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16쪽)
‘금융 주도 성장’에
따른 불평등 심화는 기존의 지지층인 중산층을 무너트림으로써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트릴 것이라 한다.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라 불린 1950년대부터 1973년까지 인류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보냈고, 이 시기에 형성된 중산층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와 함께 주택과 주식으로 자본 이득을 취함으로써 보수당 정부의 지지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 주도 성장’으로 인해 상위 1%에 집중된 경제력은 중산층을 무너트리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 논리가 오늘날의 사람과 지구를 상대로 벌이는 착취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금융 주도 성장은 미래 그 자체를 도둑맞을 때까지 현재와 미래의 사람과 지구를 착취하는 것에 기반을 둔다.(…) 자본주의는 통제력을 잃어가고 있다.(27쪽)
보수당 정부는 주택 소유자와 상위 1% 사이의
동맹을 형성해 대규모의 안정적인 표밭을 일구었다. 적절한 타이밍을 알아채고서 주택을 구매하고 저축한
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중산층은 자본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142쪽)
자본주의의 대안은 무엇일까? 저자는 ‘민주사회주의’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주의 경제 체제 안에서 기업의 노동자 자주 경영을 강조하며 민주주의와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옹호(위키백과)하는 ‘민주사회주의’를
통해 ‘정책’적 대안 보다는 ‘권력’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시장 실패가 아니라 이윤 극대화 동기를 가진 자본주의 자체의 속성으로 발생한 것이라 한다. 자본주의가 가정하는 ‘순수 경쟁시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 실패 같은 것도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에서의 세력 균형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부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새로운 정치적, 경제적
합의를 제도화하기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277쪽)
현대통화이론, 토지가치세, 보편적 기본소득처럼 최근에 유행하는 급진적인 사상에 대해서는 (…) 위로부터 사회가 변화할 수 있고, 한두개의 급진적인 정책 변화로 경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가정에 바탕을 둔 일종의 기술관료주의적인 유토피아주의라 할 수 있다.(…) 권력을 이야기하지 않고서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281쪽)
‘시장 실패’의 사례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소유의 구조 변화가 정답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가해져야 하고 사회와 환경에 이익이 되도록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관점은 환경 붕괴, 독점력 강화, 불평등 심화가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시민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계몽된 정부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본주의 국가는 지난 40년 동안 세상의 주요 문제들의 대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285~586쪽)
이미 현실에서 실패한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하지만 저자는 이미 세계 경제의 많은 부분이 ‘시장보다는 합리적 계획’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고 환기시킨다. 글로벌 기업들이 하향식 체제에
따라 조직을 설계하고 최신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든다.
세계 경제에서 많은 부분이 시장보다는 합리적 계획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민간기업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이 그렇다. 수입 측면에서 근대의
국민국가보다 몇 배나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거대 글로벌 독점기업들은 하향식 체제에 따라 조직을 설계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 가장 최근의 기술을 사용한다.(24쪽)
저자는 금융의 사회화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고 개선하면서, 금융자본의 권력을 억제하자고 한다. 또한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무자비한 착취가 아니라 상호 원조와 우리의
공동 자원 관리에 기초한 세상을 그려보는 것이 가능하다’(321쪽)고
이야기한다.
해결책
1. 민간은행의 시스템 규제
2. 공공 소매금융의 구축
3. 부채 차환
4. 노동자의 권한 강화
5. 국립 투자은행 설립과 그린 뉴딜 시행
6. 국민을 위한 자산관리자 도입
7. 제도의 개혁
8. 세계 경제의 탈금융화
통제되지 않은 거대 자본의 선량한 자선에 기반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거나, 코로나19 펜데믹이 종식되면 다시금 경제가 호황을 맞을 것이란 ‘근거 없는
장밋빛 전망’ 보다는 저자가 제시한 금융의 사회화가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다가온다. 통제되지 않는 금융 자본으로 초래된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체제로써 자본주의가 유일하다는
생각은 위기의 수렁을 더욱 깊게 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단순히 지배적인 경제 모델의 전복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제도의 전복까지도 위협한다. 사람들은 현재의 제도로는 이제 좋아질 수 없다고
생각할 때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20쪽)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