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일공일삼 16
김선희 지음, 마상용 그림 / 비룡소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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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소개할 책을 정리하면서, 가끔씩 마음 속에 떠 오르는 책이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무렵, 우리 집은 아주 잠깐 서점을 한 적이 있었다. (장사는 참 안 됐던 것 같다.) 그 때 공짜로 잡지를 보았던 기억도 나지만, 서점을 그만 두고 남겨진 책들을 가끔씩 들춰 보던 기억도 난다. 그 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작가도 모르겠고, 출판사도 모르겠고, 내용도 하나 기억이 안 나는 어떤 책이 있다. 제목이 <<첫사랑>>이었던 것도 같은. 내가 읽은 것은, 1권이었는지, 상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창 사춘기 때 읽었던 그 책은 참 가슴을 따뜻하게 해 주던 내용이었다. 그 당시에는 뒷편을 사서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면서 그 책의 작가나 제목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믿지 못할 우리 기억 땜시 기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 준 적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한참 하니 아이들이 "첫사랑, 그 책 학급문고에 있잖아요."그런다.

이 책이 아이들이 말하는 바로 그 책이다. 물론 예전에 내가 읽었던 책은 아니다.

초등학생 시절에 느끼는 사랑의 감정, 그 감정을 아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잘 묻어 두었다. 이 책도 불쌍한 아이들이 나와서 맴이 조금 아픈 그런 책이다. 숙자의 엄마가 죽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숙자가 아빠에게 맞고 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숙자의 옌벤에서 온 새엄마가 조금 더 좋은 사람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5학년 숙자와 4학년 훈이 사이에 있었던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런, 아니 작가는 이걸 분명히 사랑의 범주에 넣고 있으니 사랑이라고 하자. 우정과는 다른 그 어떤 감정이 분명 있으니... 그 사랑의 이야기를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인데, 숙자와 훈이는 너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맘속 생각만 많이 품고 사는 것 같다. 그래도 훈이가 다시 서울로 떠나는 날 운동회 때 훈이 손을 잡고 뛴 숙자 손에 쥐어졌던 그 쪽지의 내용이 공개 되어 다행이다. 운명경주에서 숙자가 집어 든 쪽지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 훈이가 떠나는 길에 "안녕, 숙자 누나. 나의 첫사랑."이라고 내뱉을 수 있어 그것 또한 다행이다. (비록 입속말이었지만)

우리 반에도 공식 커플이 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되돌아 볼 초등학교 시절은 어떤 빛깔로 남겨질까? 숙자와 훈이처럼 그 아이들의 이야기가 남겨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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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의사 선생님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44
배빗 콜 지음 / 보림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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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림책이 다 좋다. 이 작가의 책이라면 읽을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보일씨 가족과 함께 사는 멍멍의사 선생님은 쉴 틈이 없다. 강아지 뼈에 대한 강연을 하러 브라질에 가 있는 동안 검보일씨 가족이 모두 병에 걸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 가족의 가정 주치의로서 돌아와서는 가족들을 하나하나 보살핀다.

아이들에게 위생이 어떻고, 깨끗이 씻지 않으면... 하고 잔소리 같은 것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 책 한 권이면 뚝딱 해결될 수 있겠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왜 안 좋은지, 외투도 안 입고 모자도 안 쓰고 밖에 나가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는 것, 머리에 이가 살게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화장실에 갔다가 손을 씻지 않고 손가락을 빨면 어떤 병에 걸릴 수 있는지, 기생충이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아, 구충제 먹여야겠다.), 또 어지러움증은 귓병과도 관계가 있으며 배 속에 가스가 차면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는지...를 차근차근 이야기 해 준다.

결국 할아버지의 가스로 지붕이 날아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지만, 멍멍의사 선생님은 가족들이 겪고 있는 병을 말끔히 치료해 준다. 그리고는 달콤한 휴가를 떠나는데... 유리병이 강물에 실려오면서 담아 온 내용은 검보일씨 가족이 그곳으로 오겠다는 것. "오, 안돼!" 이게 이 책의 마지막 대사다. 재밌다. 그리고 유익하다. 아이들에게 정말 꼭 읽혀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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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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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동화로 이 책을 먼저 만났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함께 볼 때는 이 책이 참 재미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가 이 책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바람에 우리 아이에게도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 온다며 조금씩 써 먹으면서 떼쟁이 작은 아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선물이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솔직히 이 책 읽는 아이들이 접하게 될 경험은 약간의 공포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 아이처럼 분리 불안이 조금이라도 있는 아이라면 말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엄마의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를 매일 들어도 끄덕없이 말썽 부리던 아이가 꿈속에서 악몽을 꾸고, 아이를 망태할아버지 이름을 빌려 꾸짖기만 하던 엄마는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가서는 아주 온화하고 다정한 표정으로 아이를 안아주면서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한다는 그런 내용이다.

자녀 육아 관련 책들을 보면 아이를 꾸짖을 때 부모들이 다른 사람을 들먹이며 꾸짖는 행동을 경계하는 말들이 많이 나온다. 공공장소에서 뛰면 엄마들은 주로 "저기 아저씨기 이놈하시니 뛰지 마라."고 한다. 이런 방식은 그리 좋지 않다는 거다. 하지만, 엄마들이 단골로 사용하는 메뉴 중 하나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도 아마 부모들의 이런 마음의 허점을 노려 이 그림을 그렸나 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나는 이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썩 유쾌하지 않을지도 모를 그런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벽장 속의 괴물>>은 읽으면서 참 마음이 가벼워졌었다. 어린이집에서 말 안 듣는 친구들을 잠시 가두어 두는(?), 괴물이 나온다는 벽장 속에서, 두 아이가 괴물 때문에 벌벌 떠는 것이 아니라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 그 덕분에 아이들은 더 이상 벽장 속의 괴물을 무서워 하지 않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눈물이 아니라 웃음이 함께 해서 더욱 더 비교가 된다.

나도 이제 아이에게 망태할아버지 이야기는 더 이상 안 써먹어야 겠다. 하긴, 자꾸 써 먹어 봤자, 아이는 또 그 나름으로 적응을 할 테니 별 효과도 없겠지만.

우리 아이가 이 동화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만났으면 하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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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순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7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헬린 옥슨버리 그림,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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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우리 아이가 짤 때면(짜는 일은 늘 있는 일이고), 나는 책을 읽어서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려고 애쓴다. 때로는 이 방법이 무척 효과적일 때가 있다. 잠투정이 유난히 심한 아이가 징징거리고 있을 때, 이 책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야기 구조가 쉽고 단순해서 들려주기 정말이지 딱이다. 커다란 검둥개가 다음에는 누구를 데리러 갔을까? 하면 아이는 무척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 본다. 그렇게 이야기를 한바탕 해 주고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처음 펴 들면서, 그림작가가 헬린 옥슨버리라 기대를 조금 많이 했다. 그리고 다 읽고는 쪼금 실망했다. 그림풍도 특별해 보이지 않고, 이야기도 너무 잘 알던 터라 새로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런데,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니,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모두 호기심을 가지고 이야기에 몰입한다.

그리고 순무가 무어냐? 순무는 원래 이렇게 크냐? 고양이가 쥐를 데리고 오는 장면에서는 쥐가 잡아 먹히면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이 순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으니...

딸아이는 네모나게 썰어서 깍두기를 담고 싶다고 하고, 아들 녀석은 뭐라뭐라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성의 없는 엄마. 자기 말만 하고 말다니!!!)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니 이 책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엄마가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읽어주기 딱 좋은 동화다. (우와~ 어머, 어떻게 해?... 등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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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만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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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실의 어느 날, 공부 시간에 온 교실을 울리는 방귀 소리 하나가 들린다.
요코가 뀐 방귀를 테츠오는 선생님에게 고발(?)하고야 마는데... 친구들의 각양각색의 반응과 그만 엎드려 울어 버리고 마는 요코. 이어지는 선생님의 방귀 강의. 시간이 흐를수록 테츠오는 미안해지고, 요코는 뻘개진 눈을 들어 웃기까지 한다.
도대체 선생님은 어떤 명강의를 펼쳤을까?
아이들은 흔히 방귀라면 냄새나고 더러운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방귀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다.

일 학년 아이들의 끊임없는 질문들.
“선생님, 왜 엄마는 방귀를 잘 뀌지 않나요?”
“그렇지만 선생님, 밀 마스카라스(가면 쓴 수수께끼의 레슬링 선수란다.)는 방귀 안 뀌지요?”
“선생님, 뱃속에 있는 아기도, 방귀 뀌나요?”
아이들의 이런 질문에 선생님은 짜증내는 법 없이 유쾌하게 응답하신다. (대단히 훌륭하신 선생님이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는 방귀에 관한 글쓰기를 해 보자고 하시고... 동그라미 다섯 개를 받은 테츠오와 요코의 동시에 무척 재미있다.

방귀 조회
1학년 3반 야마모토 테츠오

어제 아침 조회 시간에,
교장 선생님의
긴긴 얘기를 듣고 있는데
방귀가 나왔다.
엉덩이도 심심했나 보다.
                             끝

꽃방귀
1학년 3반 요시다 요코

선생님은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방귀를 뀐다고 했다.
그렇다면 풀이나 나무나
꽃도 방귀를 뀔까?
물푸레나무의 맛있는
꽃향기는 꽃이 뀐
방귀 냄새일까?

1학년 애들이라서 이렇게 예쁜 시를 쓸 것도 같고, 1학년이라서 이런 시를 절대 못 쓸 것도 같고. (마음은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도 표현의 힘은 아직 부족할테니 말이다.)

평소 마음에 담아 두고 있던 책을 읽어서 정말 속이 시원하고, 그 책이 정말 맘에 들어 더욱 행복했던 책읽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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