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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뜨끔 동화 뜯어보기 ㅣ 앗, 이렇게 산뜻한 고전이! 66
마이클 콜먼 지음, 이경덕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1. 들어가며
이 책은 어른들용으로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화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앗! 시리즈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똥종이(?) 가 별로 나를 유혹하지 못한데다가 편집이 산만스러워서 영 손길이 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랑해요 삼국시대>>라는 책을 읽었는데, 읽는 내내 '너무 잘 적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책 뭐 좋은 것 없을까 검색을 하다가 이 책이 눈에 딱 박혔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세계명작을 읽히려고 할 때 그 이야기의 잔혹성 때문에 많이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는 그 이야기의 전체가 머리에 들어오되, 어른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한 충격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한 때 남편이 헨젤과 그레텔 류의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더라며, 책꽂이에서 몇 권을 골라서 버리려고 내 놓은 적이 있다. (분서갱유? 당할 뻔...) 그 때 나는 어린 시절에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며 잔인하다거나 뭐 그런 느낌 전혀 없었다고,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이야기일 뿐이라며 책을 슬그머니 다시 들여 놓은 적이 있다.
이 책을 통해 동화에 대해 하나하나 뜯어보도록 하자.
1. 나오는 이야기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열 편의 동화는<헨젤과 그레텔>, <엄지 동자 톰>, <룸펠슈틸츠킨>, <스노드롭>, <인어아가씨>, <미녀와 야수>, <빨간 모자>, <신데렐라>, <잭과 콩나무>,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이다.
스노드롭은 후에 백설공주로 고쳐지는데 스노드롭이라는 꽃 이름으로 그대로 남겨 두었어도 좋았을 듯하다. 이 중 <엄지 동자 톰>과 <룸펠슈틸츠킨>이야기는 많이 낯설다. 하지만, 후자는 <<책벨레 멜리타...>>에서 삽입 동화로도 만난 듯하다. 책을 다시 한 번 더 찾아 보아야겠다.
10가지 동화에 대한 처음 이야기, 고쳐져 나간 과정들, 그리고 알짜 상식이라고 해서 곁들여진, 최고의 이야기꾼이나 동화의 구성요소, 상징과 미신 등도 동화를 이해하는 요소로 잘 버무려 두어 유익했다.
2. 달라진 결말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아이들의 정서를 해칠거라고 믿는 지금의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상당히 많이 각색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친엄마라면 그럴 수 없으리라는 가정 하에 헨젤과 그레텔의 친엄마를 새엄마로 바꾸어 버린 일
빨간 모자에서 할머니와 빨간모자가 늑대의 배에 통째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갈갈이 찢어져서 들어갔으며, 늑대는 빨간 모자를 잡아 먹기 전에 빨간 모자에게 할머니의 피를 담아 쥬스라고 하면서 꼴깍꼴깍 마시게 했다는 것(<빨간 모자>가 주는 교훈은 어린이들에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라는 경고란다.)
신데렐라의 새엄마는 구두의 주인공이 자기 딸들이 되도록 하기 위해 딸들의 발가락을 자르거나, 뒷꿈치를 자르기도 했다는 사실(지금 아이들이 보는 동화책에서는 이런 부분은 거의 찾을 수 없다.)
백설공주에서는 마녀인 새엄마가 무쇠구두를 신고, 죽을 때까지 춤을 추는 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 대목은 어린 시절에 읽은 어느 동화책에서 만난 듯하다.)
그리고,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르는 끔찍한 결말들
디즈니 영화사에 의해 비극적 결말인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하는 것과 그것은 안데르센이 저승에서 통곡할 일이라는 것. 안데르센은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 정해진 자리가 있으며 그것을 무시할 경우 커다란 위험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는데, 후세 사람들은 디즈니 만화에 의해 원래 이야기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들이 지적되고 있다.
3. 구비문학으로서의 이야기들
이러한 이야기들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다시 고쳐서 쓰여지기도 했고, 그 이야기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달라진 결말의 모습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구비문학이었으며, 주로 서민들이 전하면서 때로는 끔찍하고, 때로는 난폭한 그런 내용들도 많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또 독일의 그림형제가 이러한 이야기들을 수집할 당시에만 해도 실제의 동화는 지금과 달리 좀 더 끔찍한 이야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원래 이야기에 더 가깝다는 것에서 그림형제의 글을 찾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4. 동화를 뜯어 보지 말아야
이 책의 제목은 <<뜨끔뜨끔 동화 뜯어 보기>>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렇게 무시무시한 동화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읽히는 것이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화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아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때로 멍청한 주인공도 나오고, 악당들도 나오고, 그리고 이상한 등장인물도 나오지만, 우리의 무의식 세계와 연결되어 동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 해 줄 수 있으니, 동화의 내용 자체를 너무 뜯어서 그 전체의 내용에 다가서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될 듯하다.
5. 나오며
사실 이 책을 사고 싶어서 리뷰를 보니, 앞서 쓰여진 두 편의 리뷰가 많이 반대되는 경향이 있어 조금 망설였다. 읽고 나서 후회하면 어쩌나 싶어서... 하지만, 공부라는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 주었다. 동화의 새로운 모습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새로운 공부의 방향 하나를 제시 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참 고마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