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 청소년인물박물관 8
이원준 지음 / 작은씨앗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아침독서에 소개된 이 책!-즉시 클릭이다.

수 많은 동화를 남기고 돌아 가시면서 이 땅의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유언장을 남기고 떠나신 권정생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은 잉크가 아닌 피를 찍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셨단다. 그 글을 읽고 보니, 선생님의 동화를 읽으면서 뭔가 허전한 감이 드는 동화, 좀 비약이 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동화들에 보내었던 나름의 평가가 너무 경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다.

선생님의 이름을 모르던 발령 초기, 내 손에 들어 온 <<한티재 하늘>>이라는 두 권의 책을 만나서 가슴 찡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어 <<몽실언니>>를 읽으면서 두 책의 작가가 같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잊고 지내다, 아이들과 책읽기를 하면서 <<강아지 똥>>을 만났다. 책이 워낙 유명해서 초등학생으로서 이 책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책을 만나고서야 권정생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제대로 새기게 되었다. 그래도, 그냥 동화 많이 쓰신 유명한 동화 작가시구나~ 하는 정도였지, 개인적인 관심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5월에 70의 나이로 타계하신 선생님의 이야기를 TV로 만나게 되면서, 인간적인 관심이 생겼다. 그 프로에서 소개하던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라는 책이 무척 갖고 싶었는데, 절판 된 책이라 책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까워 하다가, 아침독서 누리집을 통해서 책을 구해 읽는 방법을 전해 듣고, 초읍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게 되었다. 그렇게 찾았던 책이 <<권정생 이야기>>라는 책으로 재출간 되어 지금 판매 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권정생 선생님은 보통 분이 아니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 이렇게 사시는 분도 있구나. 가슴 먹먹한 그 느낌을 어찌 간단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권정생 선생님은 자연을 사랑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무척 마음 따뜻하신 분이지만, 남다른 유머감각이 있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를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무척 강하게 받았다. 최근에 읽은 <<밥데기 죽데기>>도 얼른 학급문고에 넣어 두어야겠다. 마지막으로 나왔다는 책 <<랑랑별 때때롱>>도 사야겠다. 분명히 학급 문고로 <<몽실 언니>>가 있었는데(작년까지는!) 올해는 책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무래도 한 권 더 사야할 것 같다.

영원한 동심을 간직하고 사셨던 이 땅의 큰 어른 권정생 선생님을 우리 아이들이 많이 만나뵙고 선생님이 전하고자 했던 그 따뜻한 마음을 전달 받았으면 좋겠다.

우리 반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가슴이 울렁울렁 거리기를 바라며 학급문고로 두려 한다. 아마 수준 있는 몇 명은 글을 잘 읽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 해 본다.

그리고 깊이 감사 드린다. 수많은 동화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심에.

나를 한없이 작게 느끼게 하셨지만, 정말 큰 가르침을 주신 그 분이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 맘 편히 고통없이 사시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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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정생 선생님, 나를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하시지만...이런 분이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희망찬샘 2008-06-14 05:41   좋아요 0 | URL
권정생님 시리즈로 도서를 모아 볼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책이 많아 돈이 많이 들어요.)
 
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기 쓰기가 싫어 귀차니즘의 중병에 걸렸다는 아이,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겨도 충분하다는 아이, 쓸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일기를 쓰라하는지 스트레스가 쌓여 죽겠다는 아이, 매일 똑같은 하루를 어떻게 이야기로 펼치냐고 항의하는 아이, 일기쓰기는 글쓰기에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항의가 귀를 따갑게 한다.

어제 일기 대신 학급홈피에 "일기는 꼭 써야만 하는가?"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해 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기는 꼭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일기 쓰기 싫은 날도 있는데, 일기 검사 하는 선생님 무서워 일기를 쓸 수 밖에 없는 초등 저학년의 고달픔을 만날 수 있다. 고학년 같으면 정말 비밀 일기장에는 꼭 쓰고 싶은 자기의 이야기를 남기고, 검사용 일기에는 일상적인 잡담 정도를 남겨 그들만의 이중생활을 하겠지만, 아직 저학년은 그런 걸 모른다. 엄마는 엄마, 아빠 싸운 이야기는 자존심 상하니 일기에 적지 말라시고, 선생님은 일기는 자기가 겪은 일을 솔직하게 써 내려 나가는 일이라 한다.

일기를 부담없이 쓰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그걸 검사 맡는 일은 부담없이 쓸 수 있는 내 마음을 방해한다.

일기검사! 사실 심각하게 고민해 본 문제다. 아이들 중에 정말 사생활 침해가 싫어서 일기 검사가 싫은 아이도 있겠지만, 그냥 귀찮아서, 힘들고 귀찮은 일에 대한 거부감으로 일기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아이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사생활을 지도라는 차원에서 들여다 볼 필요는 있지만, 정말로 개인적인 문제이며, 내가 도움 줄 수 없는 문제인 경우, 검사하는 것도 무척이나 부담스럽다.

아이들이랑 오늘 찬성반대토론자들을 내세워 찬반 토론을 시켜 보았다. 근거도 미약하고, 토론의 규칙도 제대로 알지 못해 반박도 약하고... 해서 큰 성과는 없었지만, 아이들과 일기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무척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가장 잘 쓴 의견이라고 생각되어 가려 본 글 두 편이다.


찬성의견 : 장은진양


저는 일기를 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도 하신 말씀이지만 추억을 되돌리는 건
매우 힘든일입니다.게다가 대개의 경우가 기억을 잘 하지 못합니다.
사진을 보고서도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일기를 숙제하는 것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쓸말이 없더라도 어제와 같은 하루였다고 해도 그대로 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오늘 있었던 일 쓰는거 아닙니까?
정 할말이 없으면 오늘 있었던 일 2줄이라도 적으면 커서 일기봤을 때
내 하루가 이렇게 일상이 반복됬구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일기를 쓰면 논술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따로 논술학원다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거 필요없이
일기로도 논술공부가 가능한데 얼마나 좋습니까?
그리고 사생활 침해라고 했는데..
새학기때 선생님께서 분명 선생님께 공개하기 곤란한것이면
반 접어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진이랑 일기랑은 분명 다른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4학년때 소풍간 사진이 있습니다.
근데 아 이때가 언제였지하고 생각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4학년때 일기장을 보니 소풍에서 있었던 일이 적혀있어 기억이 되살려졌습니다.그거 말고도 1,2 학년 일기장도 보니 내가 어렸을 때 저런 생각을 했구나..맞춤법틀린것도 다 추억이되고 참 웃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저는 일기를 쓰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의견 : 이채현양

저의 의견은 일기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를 잘 쓰고 꼼꼼하게 쓰는 아이에겐 논술 공부가 됩니다.
하지만 일기를 대충 쓰는 아이에게는 그저 귀찮은 일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일기를 써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아니 추억을 간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잊고사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니 그것을 버리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또한 계속 추억에 관련되어 말을 하는데...억지로 쓰는 일기...
그것이 추억이 될것 같습니까??그리고 요즘음은 일기를 지어내서 쓰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지어내는 일기.........추억은 지어내는 것입니까???
많은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다고들 하는데
추억을 거짓으로 지어낸다면 그게 무슨 추억을 간직하는 일이 됩니까...
또 일기를 써서 선생님께 내서 검사를 받는데..
인터넷에서 조사한 결과 이렇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2005년 4월 7일(수), 초등학교교사가 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은 어린이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양심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추억을 간직하려 한다면 진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적는것인데..
그게 아주 큰 고민이라면???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이라면??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다면?????
하지만 추억을 간직하려면 적어야 겠죠~!!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검사를 하시잖아요..그래서 아이들은 또 다시 생각합니다....뭘로 할까..
그러다가 안씁니다...생각하다 생각하다 못 찾겠으면....
그러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혼난다지요....벌을 받거나 반성문으로요...
그리고 찬성쪽 입장에 대해 반론도 조금 해보겠습니다.
일기를 적으므로서 생각을하고 반성을 하게 된다..-----생각으로만 하면 되지요
글쓰기 실력이 늘어난다.(논술쓰기 향상)----책읽으면 되지요...
이와 같은 생각으로 저는 일기는 꼭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선생님이 쉬는 시간 쪼개가면서 20분~30분을 투자해서 일기 검사를 하겠냐고? (아이들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일거란다.) 귀찮다고 모든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얻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그리고 정말 쓰고 싶은 날만 쓰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 의견을 낸 친구는 과연 며칠이나 일기를 쓰게 될까 하고. 일기장이 추억으로 어떻게 남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 주었고, 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 해 주었고, 그리고 타협하는 의미로 일 주일에 정말 쓰고 싶은 날 이틀 정도는 꼭 써 보도록 해 보자고 약속을 했다. 나는 아이들의 글이 무척 필요하다고. 너희들 졸업 때 그 속에서 만난 좋은 글을 잘 엮어 선물로 주고 싶다고.

일기 정말 쓰기 싫은 날, 일기 감추고 싶은 날,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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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1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마다 억지로 써야 하는 괴로움과 검사해야 하는 부담감, 어느 것도 쉽지 않지요~~~ 그래도 저는 찬성이에요.
충무공이 역사에 길이 빛나는 인물이 된 것도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라는...저, 충무공의 후손!^^

희망찬샘 2008-06-14 05:44   좋아요 0 | URL
저의 옛날 일기장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 아쉬움으로 아이들에게 일기장을 꼭 보관하라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구요. 문집 만든다고 학년말에 일기장 모아 둔 것 가지로 오라면 이구동성으로 "엄마가 버렸는데요." 그러거든요. 친구들은 다 쓴 일기장은 돌려주지 말고 가지고 있다가 작업 다 하고 돌려 주라더라구요. 왜 우리 엄마들은 일기장을 다 버리는 걸까요? 학기초에 책 잃어 버린 아이들, 1년 쓰는 교과서 여름방학 지나면 없다는 아이들도 단골로 하는 말 "우리 엄마가 버렸는데요."라는 사실을 이 땅의 엄마들은 알고 계실지....

bookJourney 2008-06-1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찬성이에요~~
저희 아이 반에서는 일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일기를 쓰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오늘의 특별한 일'을 찾아내야 한다는 아이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하한선이 상한선이 되어버린 것 같기는 하지만요. ^^;)
저희 아이의 경우, 제게 호되게 혼난 날에는 일기를 쓰지 않더니, 요즘은 가끔 기록을 남기기도 하더군요. 반 접어서 비밀일기라고 하면 된다면서요. 선생님께서 적어주시는 글(둘만의 대화?)도 아이가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고요. ^^

희망찬샘 2008-06-14 05:41   좋아요 0 | URL
저도 찬성!
 
얼쑤 좋다, 단오 가세!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3
이순원 지음, 최현묵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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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시기적절하게 도착한 책.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함께 신나게 책을 읽어 주었을 텐데... 고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기가 사실 조금 부담스럽더라구요. 멀뚱멀뚱 쳐다보는 얼굴들~ 정말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그림책 쨘~ 하고 펼쳐 보여주면서, 단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답니다.
"얘들아, 내일이 단오래. 단오는 언제야?"
"음력 5월 5일요.(똑똑한 아가들! 내일요. 할 줄 알았는데...)
"그럼, 단오에는 뭘 하더라?"(솔직히 나 또한 단오 체험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주워 들은 이론을 총동원하여 단오에 하는 일들을 죽 열거 합니다.
"그래, 그래, 맞다, 맞어. 단오에는 그네도 뛰고, 씨름도 하고, 창포물에 머리도 감는대. 그리고 강릉에 가면 강릉 단오제가 여러 날에 걸쳐 열리는데,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지정한 세계무형유산이기도 하단다. 거기에 가면 관노 가면극도 볼 수 있고... 주저리 주저리~"
"내가 이거 서평 다 쓰고, 꽂아 둘테니까 부지런히들 빼서 읽어봐라."하는 정도로 간단히 소개 해 주었답니다.

할아버지 따라 단오 구경가는 상준이. 상준이 따라 단오 구경 처음 하는 저는 그저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정말 그 길을 따라 간다면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를 만날 수 있겠지요? 외부에서 오는 손님을 위한 특별한 체험 마당까지 다 준비 되어 있나 봐요. 씨름판 구경과 그네뛰기 체험, 무당할머니의 제 지내는 굿당, 창포물에 머리 감는 체험, 단오 부채 만들기, 관노 가면극 공연, 단오장 구경 등. 한바탕 축제 마당에서 하루 해가 무척이나 짧을 듯합니다.

책 한 권으로 구경한 강릉 단오제! 발품 팔아서 한 번 꼭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책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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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6-08 0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리뷰 보고, 책 미리보고 왔어요~
우리 것을 얘기하는 책 치고는 색감이 독특하네요. 저도 이 책 보러 가야겠어요. ^^

순오기 2008-06-0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리보기 했어요.^^ 단오제로 단오를 알려주는 책이군요.
농경사회에선 단오가 큰 명절이었는데...이제는 지자체의 축제로만 명백을 유지하는군요.

희망찬샘 2008-06-10 10:26   좋아요 0 | URL
책을 보다 보니 민족문화상징 100가지 중 제일 처음에 강릉 단오제가 나오네요. 그 책에는 한 달여에 걸쳐 진행되는 축제라고 되어 있었어요. 단오는 정말이지 제게도 무척 생소한 명절입니다.
 
무기 팔지 마세요! 청년사 고학년 문고 1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청년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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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문제, 세계평화, 기아와 난민, 비폭력-모든 것들은 정말 부끄럽게도 나의 관심 영역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것이 나의 문제다. 그저, 내가 편하면 그만이고, 내 집안이 평화로우면 그만이고, 내가 숨쉬는 공간이 평화로우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 그게 이 부족한 사람의 한계다. 이런 나의 한계는 또한 나의 많은 이웃의 문제일 것 같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로 촛불 집회가 한창이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에도 뛰어나가지 못한 채로 그저 바르르 떨고만 있는 행동하지 못하는 불쌍한 소시민들과, 그리고 사는 것이 바빠 도대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가련한 이 나라의 고단한 삶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이를 막으려는 정부측의 정말 이해 안 되는 대응이 자꾸 오버랩 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

이 글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우리나라 보미의 이야기다. 우리 나라의 보미가 장난감총의 비비탄에 맞은 후 전쟁놀이 하는 아이들에게서 장난감 총을 버리도록 만드는 일, 그리고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벽보를 학교에 붙이고 피켓을 들고 장난감 가게 앞 거리로 나가게 된다. 그를 계기로 평화 모임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그 모임은 더욱 활성화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후반부는 평화 모임 홈페이지에 올려 둔 '무기 팔지 마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발표 숙제를 준비하는 미국의 당찬 소녀 제니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새롭게 시작된다. 제니는 문방구를 번역할 적당한 말이 없어 무기가게라고 번역 된 글을 보고 보미가 무기 가게 앞에서 총을 팔지 말라고 데모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그걸 사례 삼아 자신의 과제를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가끔 내게 묻는다. "선생님,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예요?" 하지만, 학년이 높아지면 이 질문의 횟수는 점점 줄게 된다. 하지만, 아마도 6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조차도 이 책을 읽으면서 물을 것 같다. 이거 진짜 있었던 일이냐고? 전반부의 보미 이야기는 꾸며진 이야기로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후반부의 제니 이야기는 구성이 치밀하여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이야기를 다듬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이거 진짜 이야기인가?'하고 고개를 몇 번이나 갸웃했으니 말이다.

책 뒷편에는 이 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어린이들이 가 볼 만한 홈페이지와 부모들이 가 볼 만한 홈페이지를 잘 정리하여 두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진짜 엄마 모임'은 미국의 전국 총기 협회NRA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단체인 '백만 어머니들의 행진'에서 착안했으나 책의 모든 내용은 허구임을 작가는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 두 번 나오는 아주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모든 일의 시작은 바위에 작은 풀씨가 떨어지면서부터라고. 아주 작은 행동, 즉 그 작은 풀씨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본문을 옮기고 싶었는데, 못 찾겠다.-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부탁해서 찾아달라고 해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에서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조직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억지스러운 느낌(현실적으로 초등학생이 그런 일을 쉽게 진행 해 나간다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이 있었지만, 후반부는 연결고리가 아주 자연스럽고 마치 실제 일인양 책에 빨려 들어가게 한다는 점에서 뒤로 갈수록 재미가 있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전쟁과 관련한 책읽기 목록에 무엇을 넣을까 고민하다 만난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 주리라 생각한다. 진짜 엄마가 되어 늑대의 뱃속에 들어간 염소들을 구해 내기, 그리고 늑대가 왔다는 것을 진짜 엄마에게 알려 줄 막내염소가 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이 알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모르면 할 말도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을 테니까.

이 책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권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수준높을 사고를 권하는 일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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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닫고 행동하는 동화라는 면에서 강추하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고 '프린들 주세요'도 읽으면 좋을 듯해요. 작은 풀씨 하나가 세상을 바꿔나가는 힘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지요.^^

희망찬샘 2008-06-08 22:50   좋아요 0 | URL
프린들 주세요~ 제목이 무척 많이 밟히던 책인데요. 접수하고 살펴 봐야겠어요. ^^
 
피양랭면집 명옥이 - 웅진 푸른교실 7 웅진 푸른교실 7
원유순 지음, 최정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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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살아가기~ 이런 것까지 이렇게 힘겹게 가르쳐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주 열심히 가르쳐야 할 덕목 중에 하나인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바로 아이들의 인성지도와 연결 되는 문제라, 내가 무척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이다. 다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아이들이 가진 심성 자체가 고와서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고, 성장 과정 중에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이 문제를 익히지 못해 어려움이 있는 아이도 있고, 무언가 분명한 잣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부화뇌동하는 아이들도 있다.

심한 아토피를 앓아 친구들로부터 닭살이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마음 고생하고 있는 힘찬이의 반에 새터민(탈북자) 아이 명옥이가 전학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래 아이들보다 두 살이 많아 어른스러운 명옥이. 그러나 명옥이가 새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보통의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에게 입 하나 뻥긋 잘못 했다가는 어떤 놀림을 받을지도 몰라, 모든 것이 조심 스럽다. 그리고 짝으로 있는 힘찬이는 그렇게 친절하지도 않다. 말을 하지 않아 친구들에게 벙어리라 놀림받는 명옥이가 입을 열고, 그리고 아토피 때문에 먹지도 못하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반찬을 보면서 괴로워 하는 힘찬이를 위해 인스턴트, 고기 일색인 식단을 야채로 바꾸어 줄 것을 편지로 건의하는 용기까지 낼 수 있게 된다.(아이들이 이렇게 하기 쉽지 않을텐데...) 틱틱거린서도 둘이 어느 새 서로를 챙겨 주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나 싶기도 하다.

탈북자들을 위해 지급되는 정착금으로 명옥이네는 피양랭면집을 열고, 손님도 무척 많다. 고기를 넣은 냉면이 먹고 싶었던 힘찬이는 아버지가 사 주셨던 동치미 냉면이 맛없기만 했는데, 죽은 동생 명수가 무척 좋아하던 맛있는 냉면이라는 말을 듣고 이제는 투덜거리지 않고 그 맛을 음미해 볼 마음을 갖는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다름에 대한 이해의 마음을 한뼘 자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울려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알아가게 하는 책, 그래서 이런 책들이 참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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