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 학교 책읽는 가족 40
이금이 지음, 윤영진 그림 / 푸른책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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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끔씩 언니집에 가면 (아니, 옆에 사니까 아주 자주) 다 둘러 본 책꽂이이건만 꼭 책꽂이를 살펴본다. 뭐 하나 건져갈 책 없나 하고. 말만 잘 하면 "가져가라."는 답을 쉽게 들을 수 있으니.

이 책도 그렇게 건진 책이다. 하지만, 내가 고른 책은 96년도판, 5,000원, 이금이 글, 채주현 그림 버전이다.

사실 표지가 눈길을 전혀 끌지 않는다. 요즘 책은 표지부터 엄청 신경쓴 흔적이 보이고, 표지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내 시선을 박게 만든 것은 지은이가 이금이 작가라는 점. "어~" 하면서 펼쳐 든 책을 가볍고 편안한 맘으로 그냥 쭉 읽었다.

(새로이 나온 지금 책은 그림이 훨씬 요즘 책답다. 그렇다고 이전 그림작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로.)

어린 시절 노는 것만 열심히 한 이 몸도 어느 날, 같이 이름 부르고 놀던 동네 친구들(생일 때문에 7살에 학교 들어간 친구)과 언니들이 모두 학교 가는 바람에 빵학년이라는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아스라이 남아있기에 빵호돌군의 맘을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호적이 잘못 올라 가서 일년 늦게 가야 한다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더구나 친구의 동생은 이름까지 불러가며 맞먹으려 하고.

아빠와의 추억을 별로 가지지 못한 채로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어찌보면 조금 불쌍한 아이, 호돌이에게 할아버지 친구가 생기게 된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할아버지는 시골을 벗어나 자식들의 집으로 왔지만, 맘 붙일 데 없이 남는 시간을 힘들어 하시게 되고, 두 주인공은 놀이터에서 만나 할아버지는 모래밭 학교 선생님이 되고, 호돌이는 학생이 되어 그들만의 시간을 가꾸게 된다.

할아버지가 회전목마를 사서 호돌이와 함께 아이들에게 넉넉한 맘으로 회전목마를 태워주던 시간은 그들에게는 아주 귀한 추억이 될 시간이다. 돈이 없어 흙만 만지작 거리던 아이를 공짜로 태워 준 호돌이의 마음을 보시고 웃음 지으시는 할아버지. 엄마 손에 끌려 할아버지와 헤어지고 웅변학원을 다니게 된 호돌이는 그래도 여전히 할아버지를 잊을 수 없다.

연탄 가스를 마시고 죽을 뻔한 엄마를 할아버지의 도움(병원 원장이 아들이래요)으로 살려 낸 장한 호돌군은 입학 하기 전 출소할 아빠를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면회 가기로 한다.

넉넉하지는 않으나 마음 부자인 개구쟁이 호돌군. 호돌이가 가난하게 살아도 주눅들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호돌이 가족이 행복하게.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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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1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금이선생님 작품 31권중에 제가 못 읽은 책이 4권인데, 모래밭 학교도 그 중 하나에요.
희망찬샘 덕분에 '모래밭 학교' 슬쩍 엿보고 갑니다~ ^^

희망찬샘 2008-05-13 12:55   좋아요 0 | URL
이금이 선생님 열렬팬이시군요. 멋지세요. 우와~ 저도 책을 조금 가지고 있지만, 아직 10권도 안 되는데... 작가님의 사인은 반 아이 땜에 2개 들고 있어요.
 
아빠와 아들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1
고대영 지음, 한상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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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무척 웃깁니다.

나의 장래희망은 아빠가 되는 것.

아빠에게는 나에게 허용되지 않는 예외규칙도 무척 많이 있습니다. 아빠는 나의 비리(수학문제집의 정답지 베낀 것)도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아빠의 쓸데없는(?) 자랑으로 나는 뜨거운 탕 안에서 나오지도 못합니다. 내가 책을 읽어달라면 그림책만 고집하시던 아빠는 나보곤 이제 글 많은 동화책을 읽으라고 하십니다. 싸움놀이에서는 어른이면서도 살살 하지 않고 세게 때리고 열 받은 내가 받아치면 그만하자 그러십니다. 아빠는 실컷 때리고 나는 맞기만 하는 것이 억울해 죽을 노릇입니다.

나를 무지 사랑하시는 우리 아빠같은 그런 평범한 아빠가 되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그림도 무척 코믹합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겠지만, 이 책을 함께 읽을 아빠들도 책의 재미에 폭 빠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아들 있는 아빠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 낙서판을 보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 같은 훌륭한 그림을 보면서도 그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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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짜증 나는 날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1
에이미 크루즈 로젠탈 지음, 레베카 도티 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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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친 글이 날라가 버렸다. 우리 아들 이야기 한 마디 거들고 화면을 보니 사라져 버리고 없다. 아고 짜증나~

이 책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에는 책 속에서 작은 기쁨을 만나고 싶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책의 내용에 폭 들어가게 하는 작가의 뛰어난 솜씨 덕인지 나도 덩달아 막 짜증이 나는 거다.

사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짜증 안 날 일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지가 댕강 짧아진 날은 더 예쁜 새옷을 살 수 있는 축복된 날이며, 내 키가 쑥 큰 것을 기념할 만한 기쁜 날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여자 친구가 아이스크림을 사 주면 이런저런 계산 할 필요없이 '이게 웬 재수인가!' 하면서 맛있게 냠냠 먹으면 될 터이고...

그런데, 많은 이야기들 속에는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짜증을 냈던 내 모습도 읽혀진다.

그리고

내가 물어보는 것마다 엄마가 "안 돼."라고 하면 정말 힘이 빠져요.

라는 대목에서는 살짝 딸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왕 짜증 나는 날도 내일에는 흐린 후 맑음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나는 책을 읽는 마음이 사실 조금 불편했다.

다 읽은 후 딸 아이 보고 "별로 재미 없재?"하니 "아니, 너무 재미있어(요.)."한다.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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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밥의 겨울눈 - 화가의 생태 이야기
이주용 지음 / 보림큐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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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주 잔잔한 톤으로, 그리고 잔잔한 그림으로 개구리밥의 생태를 잘 설명해 주고 있어요.

5살 동생을 위해 누나가 읽으라고 권해주는 책이네요. 함께 보는 책이지만, 자기 책인양 소중하게 안고서는 읽어달라는 아이가 귀여워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개구리밥과 함께 생이가래가 무엇인지 익힐 수 있었고, 죽은 줄만 알았던 개구리밥의 겨울나기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적어 두었네요. 금방 불어나는 개구리밥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번식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줍니다.

초록빛 그림책 속에서 마음도 느긋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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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이 최고야! - 좋은책어린이그림책, 세계창작 02
메리 앤 로드맨 지음, 공경희 옮김, 베스 스피겔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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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이 여러 권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대부분의 책은 학급 문고로 들어갈 책이지만, 우리집 아이들이 보면 좋을 책도 여러 권 있다. 그 많은 책 중에 희망이가 기막히게 뽑아낸 책. 그러고는 한 마디 한다.

"엄마, 읽어 줘."(으이그~ 제발 혼자 좀 읽어라. 그러나 맘과는 다르게.) "응, 그럼. 당연히 읽어 줘야지."

그리고는 읽었다. 이제 갓 유치원을 벗어나 1학년에 입학한 할리는 1학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노란 예쁜 옷을 입은 선생님도 없고, 알락달록 예쁘게 꾸며진 교실도 없고, 이야기 나누기 시간도 없고, 하루에 뚝딱 읽어 줄 수 있는 분량의 그림책을 선생님은 읽어 주지도 않으신다. 그리고 선생님은 주황색 하늘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시는 것 같다. 공부하는 시간도 길고 좋아하는 쉬는 시간도 더디 온다. 노란색 예쁜 옷을 입고 환하게 웃어주는 선생님도 없는 1학년은 싫다고 외치는 할리를 보며 은근히 딸아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6세이지만, 생일이 빨라 7세 반에 밀어넣어 놓고는 내년에 입학 규정이 바뀌더라도 나는 반드시 학교에 넣고 말리라며 두 주먹 불끈 쥐고 있는 엄마는 사실 조금 긴장이 되었다.

사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처럼 친절하지 않은 것 같고,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잘 웃어주지도 않는다. (웃어주면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믿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그리고 무섭게 야단도 치시고... 물론 저학년을 맡으신 선생님들은 조금 다른 듯하다. 고학년에선 호랑이 선생님이었다가도 저학년 아이들과 지내실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신다.(노련하신 선생님들)

사실, 나는 친절한 1학년 선생님이 될 자신이 없고, 탁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살아있는 괴물(?)들을 감당한 자신이 없어 아직 한 번도 1학년을 맡아 본 적이 없다. 내 아이 학교 보내기 전에 꼭 한 번 해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걱정을 하는 나에게, 그리고 입학이 두려운 예비 1학년들에게 무척 와 닿을 책이라 여겨진다.

책의 결론은, 제목대로 '1학년이 최고' 라는 것. 1학년은 낮잠 자는 시간도 없고(낮잠 자기 싫은 할리), 1학년은 여러 장으로 된 책을 읽을 수도 있고(열심히 하면 혼자서도 읽을 수 있고), 선생님은 유치원 선생님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유치원 선생님처럼 내 기분을 잘 알아 주기 때문에.

이 책은 개인적인 이유로 참 맘에 드는 책이다. 우리 아이에게 1학년의 세계를 이야기 해 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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